


학기 초반에 보기 시작한 미드 ‘높은 성의 사나이(The Man in the High Castle)’를 2015년에 나온 시즌1부터 지난달 11월에 나온 시즌4까지 연속으로 봤다. 드라마 높은 성의 사나이는 1960년대 집필된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드라마의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이 승리한 세상을 전제로 한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드라마 상에서의 세계를 보면 미국 동부는 나치 독일이 점령했고, 미국 서부는 일본 제국이 존재했으며 그 중간 사이에 중립 지역이 존재한다.
드라마는 미국 동부 지역에 사는 남자 주인공 조 블레이크와 미국 서부 지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여자 주인공 줄리아나 크레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일본의 합기도를 좋아한 백인 여성 줄리아나 크레인은 여동생인 트루디 워커가 준 한 필름을 받게 되고, 받게 된 필름을 시청하게 되는데, 그 영상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이 영상을 주인공 줄리아나가 보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점차 벗어나게 된다. 그 영상을 보게 되면서 주인공 줄리아나는 남자 주인공인 조 블레이크를 중립 지역에서 만나게 되고, 나중에서야 그가 나치 협력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 영상을 통해 확신했는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항운동을 전개해 나가게 된다.
이렇듯 드라마 높은 성의 사나이는 일반인이 레지스탕스가 되어가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단순히 일반인이 저항운동가로 변모해 가는 과정만 보여주지만은 않고, 변절자가 권력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도 아주 세세히 보여주면서, 그 변절자의 인생을 아주 비참하게 만들어 놓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나치치하 미국에서 고위 관직을 거쳐 올라가는 드라마의 숨겨진 주인공인 존 스미스다.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던 그는 나치가 워싱턴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걸 직접 보게 되면서 나치에 협력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나치 독일의 제2인자 하인리히 힘러에게 총애를 받게 되기까지 한다. 그렇게 고속승진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수많은 사람을 죽였고,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가족에게 있어서 구 누구보다 엄청 따뜻하고 다정하게 대하고, 가부장적인 질서가 강조되는 사회속에서도 가족에게 화 한번 내지 않는 엄청난 참을성과 침착함을 보여준다. 물론 그런 점은 다른 정적을 제거할 때도 아주 잘 드러난다. 그로 인하여 그는 권력 정점에 서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아들을 잃어야 하는 슬픔을 겪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의 아들은 불치병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치에게 있어서 제거돼야 할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드라마는 권력의 쟁점까지 오른 인물에게 인생무상을 느끼도록 만든다.
드라마는 숨겨진 주인공을 시점으로 전개되기도 하는데, 일본 제국의 무역부 장관인 타고미와 현병대 대령 키도 경감이다. 타고미의 경우 주인공인 줄리아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녀의 여동생 트루디가 사망한 것에 대해 추모와 사과까지 하는 등 나름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그는 온건주의자로써 나치 독일과의 평화를 추구하고, 힘의 균형을 맞추고 싶어 하며, 양국의 전쟁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현병대 대령인 키도의 경우 누군가를 잡아 고문하거나, 협박하고 총으로 처형하며 누군가를 폭력으로 탄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자비를 배풀고 누군가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그 외에도 이 드라마에서 기억에 남는 인물을 뽑자면 줄리아나의 남친이자 유대인인 프랭크 프링크다. 그의 경우 태평양 지역에 거주하는 유대인이자 줄리아나의 남자친구다. 줄리아나가 중립 지역에 가있는 동안 그는 일본 헌병대와 키도 경감에게 잡혀 고문받고, 가족을 잃게 되는 비극을 겪게 되며, 일본 헌병대에게 총살당할 뻔했다가 운 좋게 살아났다. 그런 절망적인 과정에서 그는 저항운동에 투신하게 되고 여러 활약을 펼친다. 평범한 일개 소시민이 고난과 학대를 겪으면 어떻게 변할 수 있을지를 아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렇듯 드라마 높은 성의 사나이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가장 좋았던 점을 뽑자면, 필자가 10대 시절 하던 상상력과 호기심을 채워줬다는 것이다. 드라마 상에서 추축국이 이긴 사회는 어떨까 하며 보는 재미도 꽤 있었다. 드라마에 나온 나치 독일은 매우 인종주의적인 세계인 것에 반해, 일본 제국은 적어도 나치 독일 보다 인종적으로 다양함을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본 제국의 경우 과학 기술력이 좋지는 않지만, 나치 독일은 최첨단 항공 기술력을 보여준다. 드라마에서 흥미로웠던 것을 뽑자면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의 관계다. 그들의 경우 겉으로는 친한 척하지만, 양국의 강경파들은 전쟁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참으로 이 드라마에서 재밌는 것은 아돌프 히틀러가 오히려 일본과의 전쟁을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실제 히틀러의 모습을 생각하면 참 재밌을 따름이다.
그 외에도 드라마상에서 나치 독일 치하의 일상과 일본 제국 치하의 일상을 아주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아 나치 사회는 저랬겠구나 혹은 아 일본 제국 사회는 저랬겠구나” 하는 상상을 하게 된는 재미도 있고, 중간중간에 연합국이 승리한 세계와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번 학기 동안 정말 흥미롭고 재밌는 드라마를 끝까지 감상했다. 특히나 10대 때 제2차 세계대전과 나치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선 드라망 높은 성의 사나이가 흥미로운 상상 및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일상을 위주로 전개되는 드라마이기에 전투 장면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그 점은 드라마를 볼 때 감안하고 봐야할 것이다. 아무튼 정말 재밌는 드라마를 끝까지 다 감상했다. 대체 역사물 좋아하는 사람들과 제2차 세계대전 마니아들에게 이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