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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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영 작가가 최근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읽게 되었는데, 이책을 읽게 된 건 내용이나 작가 보다는 제목 떄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의 앞과 뒤에 이어질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어요.


 이 책의 표지에 있는 오래된 성처럼, 작가는 서울을 떠난 하동 평사리 집에서 예루살렘으로 순례의 길을 떠납니다. 작가가 여행을 떠난 시기는 2022년 가을이었고, 많은 부분은 순례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현지의 많은 장소가 있지만, 한편에서는 서울에서 내려가 정착한 하동의 평사리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동백이 빨갛게 핀 사진도 있었고, 여기에서 만나 가족이 된 동백이라는 이름의 개와의 일화는 현지가 아닌 하동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 본문에는 현지에서 찍은 사진이 적지 않은데, 글로 설명된 실제 공간의 느낌을 이해하는데 좋았습니다. 순례여정이라서 종교와 관련있는 현지의 지인이나 장소가 많은 편인데, 가톨릭이나 기독교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조금 더 관심있을 장소에 대한 기행문이 될 수 있겠고, 또는 여행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또한 공지영 작가의 에세이와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반가운 신간 소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디선가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너는 또다시 소수의 편에 서게 될 것이다......' 하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너는 택해야 한다. 그 고독을. 그것이 참된 것이라면...... . 아득하고 슬픈 바람이 미지근하게 불어왔고 계속해서 불어왔다. (p.5)


"나는 좀 고요하고 싶어."

 이 질문과 대답은 화두처럼 내게 남았다. 내게 잇어서 혼자란 것이 자유라고 서서히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고통과 외로움 혹은 결핍 대신. (p.29)


그 때 나는 알았다. 새것이 오기 전에 옛 것을 반드시 버려야 하는 때가 있는데 이 버리는 데도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만두고 포기하는 것, 멀리 보내고 이별을 해 내는 것도 힘이 있어서라는 것을. 그것이 사람이든 사랑이든 물건이든 제가 이루어냈던 과거의 꽃 같은 영화로움이든. (p.45)


 이름을 불러주신 예수님은 

 어쩌면 그의 고통, 그의 병을 알고 계셨을 것이다.

 이름을 불린 자캐오는 평생 처음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키가 작다고 놀리려는 것도 아니고,

 세리라고 비난하려는 것도 아니고,

 네 집에 머무르고 싶다'고 하여 이름을 불린 것은

 어쩌면 처음이었다는 것을.

 자기를 알아봐준다는 것, 이름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p. 99)

"너의 자세는 무엇이냐? 이 삶을 바라보는 너의 방향은. 그가 성자가 된 것은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신을 만나 황홀한 접선을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고통은 성자가 아니라도 온다. 상처도 온다. 가난도 오고 멸시와 따돌림도 온다. 그 때 비로소 인간은 선택하는 것이다. 성자가 될 것인지, 희생된 비참한 늙은이가 될 것인지."(p.197)


'그런 좋은 분이 계시다니 믿을 수 없네요.'

저는 그냥 웃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말씀이 이어졌죠.

'그 사람이 궁금하니? 만일 그렇다면 그게 어디든 네가 가는 길에 있는 성당에 들어가보거라. 거기 그분이 계시단다.(p.209)


사랑은, 그러니까 참사랑은 강요하지 않는다. 사랑은 그 자발적임으로 완성된다. 억지로 때려서 혹은 돈을 주고 혹은 꾀어내서 하는 애정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키레네 사람 시몬은 그렇게 십자가 지고 가는 수고를 하고도 그의 수고는 헛되었다. (p.237)


 "워터파크 가보셨죠? 그중에서 유수풀 알죠? 물이 흘러가고 우리는 튜브 타고 둥둥 떠내려가는 곳이요. 자, 이제부터 그렇게 해요. 성당에 오는 마음이라는 튜브를 탔으니 힘을 빼세요. 그리고 즐겨요. 그러면 모든 것을 그분이 다 하시고 데려다놓으실 거예요. 참 쉽죠?"(p. 291)


 시간이 지나갔다. 고통이 닥칠때마다 다시 평화를 찾기 위해 하느님이 곳곳에 설치한 허들을 넘으면서, 혹은 곳곳에 숨겨놓으신 퀴즈들을 풀면서 나는 자라났다. 확실히 성장을 한 것은 같다. 고통이 나를 키운 것이었다. 이제는 얼마간, 그게 무엇이든 내게 주셨다 도로 가져가신 것을 원망하지 않을 만큼 말이다. (p.313)


 내게도 가끔 팬 사인회나 강연회에 와서 더듬거리며, "선생님 저 선생님 작품 다 읽었어요. 진짜요. 그러니 사진 한번 찍어도 돼요?" 하는 독자들을 나는, 그러므로 아주 많이 이해한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기에 내 글을 읽고도 내게 방해가 될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그 사랑도 안다. 그들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많이 고마워한다는 것을.(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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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1-10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요즘 인기더군요. 공지영 작가의 글을 읽으면 멋진 표현을 많이 만날 수 있지요.
저도 읽어 보고 싶군요.^^

서니데이 2024-01-10 20:20   좋아요 0 | URL
공지영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을거예요.
저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신간 출간을 알았어요.
순례여정을 쓴 부분이 많은데, 사진도 많이 있어서 좋았어요.^^

2024-01-10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10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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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이달의 커피라서 구매합니다. 좋은맛과 향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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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이달의 커피라서 구매합니다. 좋은 맛과 향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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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2-05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커피, 거의 맛있더라고요...

서니데이 2023-12-05 18:11   좋아요 0 | URL
매번 조금씩 맛이 다르다고 표시되어 있어서 기대됩니다.
오늘 오후에 도착할 예정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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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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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알라딘 커피라서 구매합니다. 선물용으로 구매하는데 맛과 향 둘다 좋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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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0-27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풍과 무민들이 너무 예뻐요 선물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금요일 잘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3-10-27 18:46   좋아요 1 | URL
사진을 보니까 여러종류가 하나씩 들어있는 것 같아서 선물용도 좋을 것 같았어요.
감사합니다. 서곡님,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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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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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이달의 커피라서 구매합니다. 좋은향과 맛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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