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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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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3억엔을 준비해라. 안 그러면..."

 

  다이호대학 연구실에서 근무하다 해고당한 직원이 앙심을 품고, 비밀리에 실험중이던 K-55를 훔쳐 협박장을 보냅니다. 연구소에서 소장과 주임연구원은 조금 깎아달라고 할까 하는 중인데, 범인이 고속도로에서 사고로 죽었습니다. 이제 문제 낸 사람이 없어졌으니,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맞은 셈입니다.

 

  단서는 테디베어가 나무에 걸린 눈 덮힌 산을 찍은 사진 한 장. 그런데 어딘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문제의 K-55는 그냥 놔둘 수 없는, 탄저균의 유전자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생물학적 병기입니다. 반드시 회수해야 합니다만,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제대로 된 절차를 통해 생겨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아들이 스키를 좋아했었지, 혹시... 스키를 좋아하는 아들이 알아낼 수도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에 펑 하고 불이 붙자, 그 즉시 새로운 박테리아를 찾으러 간다며 아들을 데리고 문제의 스키장으로 떠납니다. 그렇지만 마음은 급하고, 뭐 하나 잘 되는 게 없습니다.

 

  스키장에 갔으니 바로 찾아낼 것처럼 재촉하는 연구소장, 막상 가보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지만 그냥 있을 수는 없어 찾아 헤매는 주임 연구원, K-55의 비밀은 이들만 아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새어나갑니다. 갑자기 나타나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은 늘 그렇듯 조금씩 수상해보이고, 그래서 진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도 다 말해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큰 일이 터졌는데, 해결해줄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는 것. 속이 시꺼멓게 타는데도 어디가서 말할 수도 없고. 그래서 답답합니다. 네, 여기엔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천재적인 두뇌로 사건을 파악해내어 우리에게 설명해줄 사람도 없고, 당황해서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정신 좀 차리라면서 다음 과제를 넘기는 범인도 없습니다. 그런 반면 연구원, 스키장 직원, 스키타러 온 사람들이라는 평범한 시민들이 문제를 찾고 해결해야 하는, 감당하기 어려울만한 과제가 떨어진 셈입니다.

 

  발신기를 들고 테디베어를 정신없이 찾지만, 사실 테디베어를 찾는 것은 보물을 찾기 위해서이지, 테디베어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그건 마치, 포장지에 표시해두었으니까 그 표시를 찾으라는 거지, 내용물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소리는 아닌 거죠. 기가막힌 추리와 명탐정의 설명이라는 것도 어쩌면 그러한 포장지의 표시와도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의 우리는 거의 대부분 갑자기 닥친 사고에 당황하면서 어쩔 줄 모르고, 특별한 힘을 발휘하지도 못할 겁니다. 그렇다고, 누구 말처럼 그냥 놔두면 안될까, 하고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거 아닌가요.

 

  한 사람의 슈퍼 히어로가 악당과 싸우는 방식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것으로도 해낼 수 있다면! 하나 하나는 보잘것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서로 조금씩 아는 것을 모아 거의 불가능해보이는 단서만으로도 조금씩 퍼즐이 맞춰집니다. 또는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어느 순간엔 목숨도 걸 듯이 불의와 싸우는 모습까지 더해집니다. 첫번째 악당의 하차 후 두번째 세번째 악당이 나타나긴 하는데 그럴 수록 개인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악당과 선량한 다수의 사람들이 비교됩니다.

 

  어려운 일을 당하고 나면 마음이 회복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그 어려움을 내가 겪는 동안, 오직 나만 그런 일을 당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일까요. 인플루엔자로 아이를 잃은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서 전하는 작가의 메세지가 와 닿습니다.

 

... 유키, 이것만은 알아주렴, 자신이 불행하다고, 다른 사람도 불행해지길 바라는 건 인간으로서 실격이야.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몫마저 행복해지길 바라야 해. 그러면 분명 그 행복이 넘쳐흘러 우리에게도 돌아올 테니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불행을 만났을 때, 다른 사람이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들도 같은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힘껏 행복을 만들어서 그 가엾은 사람들에게도 행복이 돌아가도록 애쓰는 거라고 생각해.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건 믿어주면 좋겠구나. " (페이지 350)

 

  초반에는 익숙하지 않은 지명과 스키나 스노보드에 관해 잘 알지 못해서 계속 듣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읽어갈 수록 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사이로 들어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서로 속고 속이는 트릭이 적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신했던 일들이 계속 어긋나는 것을 보면서 참 마음대로 안 되는 건, 현실이나 소설이나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구요. 그러면서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스키장의 제다이가 되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치아키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긴 것이 그나마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루 하루 감당하기 힘들 때도 많이 만나지만, 그래도 잘 버틸 수 있는 올해를 보낼 수 있기를. 지금은 다들 어렵지만, 그래도 조금씩 기운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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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의 탄생 일공일삼 91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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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의 젊은 부부, 처음엔 좋은 것만 보였지만 살아갈수록 좋은 건 그것뿐이었나 싶은 그런 지루함과 예전엔 몰랐던 보기 싫은 점에 눈을 돌리고 싶어할 즈음, 15년만에 특별한 꿈(?)과 함께 7월 7일에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좋은 날에 맞춰 태어난 소중한 아이의 이름은 백일수. 그러나 아이는 그냥 보통평범의 아이였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특히 엄마는) 아이에게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만,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학교에 들어가자 어머니는 사소한 것에서도 일수의 재능을 찾아내기 위해서 눈을 빛냈지만, 선생님은 백일수 어린이의 놀라운(!) 점을 발견하고 특기사항을 적어주었습니다.

 

 순한 아이입니다. 특기가 생길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많이 관심을 기울여 주십시오.

 

 일수는 엄마의 꿈과 희망(돈방석에 앉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실 잘하는 게 별로 없다는 것과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심한 아이로 눈에 뜨이지도 않고, 기억도 나지 않는 아이로 커갔습니다. 솔직하지만 자신감 없는 아이이기도 했었죠. 그래서 일수는 언제나 '~같아요'라고 말하는 아이였습니다만, 사실, 아주 정확한 것에 대해서는 다들 100%까지는 자신이 없는 거 아닌가요? 그냥 일수는 솔직하고 정직한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어쩌다 서예를 시작하게 된 백일수 어린이, 이번엔 특기가 생길것만 같습니다. 서예부 백일수 어린이는 성실해서 방학동안 선생님이 주신 서예교본을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이 많이 늘었고 서예학원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명필은 일수에게서 좋은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일수는 서예를 그만두었습니다. 

 

 일석반점에서 만난 동네명필이 좌우명을 물었을 때, "쓸모있는 사람이 되자, 쓸모있는 사람이 되는 게 좌우명입니다." 라고 말했던 일수, 실은 그건 새마을중학교 3학년 2반의 급훈이었습니다. 일수 친구 백일석은 일석반점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도 있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도 하지만, 일수는 제대로 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언제나 "그런 것 같아요"만 반복하다가 특기를 발견하지 못하고 학교를 졸업하고는 어머니와 함께 새마을문구에 남았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머니의 기대도 가게에 걸어두었던 액자처럼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계속 바뀌는 거군요. 백일수씨에게도 좋은 날이 찾아옵니다. 즉, 백일수씨를 필요로 하는 그런 시기가 찾아온 거지요. 그 액자를 보고 찾아온 사람부터 시작해서 백일수씨는 여러 집의 가훈을 고객이 원하는대로 써주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보통 평범한 아이이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순한 아이이며, 특기를 개발해줄 것을 특기사항에 써줘야 할만큼 두드러짐 없는 백일수 어린이 시절에도, 일수는 성실한 아이여서 선생님이 주신 서예교본을 보고 방학내내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이 확! 늘었던 아이였거든요. 그러니까 잘나가는 가훈업자는 어느날 갑자기 반짝 하고 생겨난 게 아니라 그동안 준비해왔던 것일 수도 있는 겁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가훈을 써주길 원했고, 가훈을 써 주게 되면서 부터는 어머니의 기대도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듯 일수씨, 성공했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일수씨는 갑자기 고민에 빠집니다. 어린 학생의 물음에서 시작된 고민은 목욕탕에 가서 샤워를 해도 탕에 들어가도 없어지지 않았어요. 아니, 거기에서도 가훈처럼 쓰여진 액자를 만났을 뿐이죠. 거울 앞에 선 일수씨는 오래 전 질문을 꺼내놓습니다.

 

 "일수야, 넌 누구니?"

 "그런 거 말고, 넌 누구니?"

 "네 쓸모는 누가 정하지?"

 

 일수씨는 이 질문에 답을 얻지 못했고, 당분간 서예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가훈을 쓰지 않았다는 건데, 그러한 일수씨의 행동을 어머니가 좋아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한편 일수씨의 친구 백일석씨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었습니다. 두 친구는 문구점과 일석반점을 뒤로하고 석달째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수야, 백일수 ...... 전에는 모든 게 분명했는데, 요즘은 분명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내 고민은 사춘기 때 하는 거래. 서른이 넘었는데 이제 사춘기란 말이야?"

 

 일수씨도, 일석씨도, 그리고 저도. 내가 누구인지, 내 쓸모를 누가 정할 것인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는 평범한 사람에, 요즘은 분명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이들의 고민이, 먼 나라의 고민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일수는 정말 평범한 아이였다는 점이 백일수 어린이를 자신감없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보다는 그냥 비슷비슷한 평범한 사람이 더 많을텐데요. 언제나 아이가 특별한 사람이 되어 성공할 거라고 믿는 어머니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 집집마다 자녀들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을 평범한 엄마처럼 느껴졌습니다.

 

 너는 왜 네 생각이 없느냐고 묻는 것도, 너는 진짜 평범하다는 말에서도, 실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그건 일수만이 아니라 다들 비슷한 건데, 사람들은 그렇게 남의 말이니까 쉽게 하는 걸거야, 하는 마음이 들어 서운했습니다.  일수는 자기 생각도 없고 뭘 해도 어설픈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도 실은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마음 착하고 정직한 사람인걸요. 다만, 들려오는 누구네 집 아이들처럼 유능하거나 똑똑하지 않아서 그만큼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건 아닐까요.

 

 그래도 일수씨는 성공한 가훈업자가, 일석씨는 일석반점의 괜찮은 주방장이 될 거니까, 석달넘게 고민했으면 더이상 고민하지 말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두 사람이 돌아왔을 때에는 다시 그 자리에 서더라도, 어머니의 기대보다는 일수씨와 일석씨가 원하는 것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일수씨, 어머니의 큰 기대인 돈방석에 앉는 건, 이미 한 번 소원을 들어드렸잖아요. 이젠 그런 부담 없이 일수씨도 잘 하는 게 있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믿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럴 것 같았던 것들이 조금은 그런 것으로 바뀔 지도 "모르잖아요". 아,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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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12-2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40대 전후반에 일수씨의 서른살 고민을 했었네요.
그래도, 늦든 어떻든 살면서 그런 고민을 했던 제가 자랑스럽더라구요.
잘못하면 죽을 때까지도 몰랐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들 책이, 참으로 심오하네요... ^^

서니데이 2013-12-25 13:57   좋아요 0 | URL
실은, 저도 지금 비슷한 고민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많이 불확실하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고민 하는 사람은 저 혼자만 그런 건 아닐 수도 있겠네요.^^(오, 그건 기쁩니다.)

어린이책이라고하는데, 어른입장이 되고 읽으면 어린이가 읽을 때와는 다른 면이 보이는 걸까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마녀고양이님, 댓글 고맙습니다.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 - 자서전
스티븐 윌리엄 호킹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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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의 역사>가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를 위한 과학책이었다면, 이 책은 자서전이라서 그 제목처럼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호킹 집안의 내력과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출생부터 시작하며 처음부터 끝까지의 분량이 다른 책에 비해서 길지는 않은 편이고,  책의 본편이 끝나면 역자후기와 용어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간의 역사>라는 책이 저자의 책 중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져서 그런지, 저자의 이미지는 그 책이 나올 시기의 사진을 떠올리게 됩니다만, 벌써 70대의 나이에 접어들었습니다. 20대 초부터 시작된 루게릭 병으로 인해서 휠체어와 컴퓨터의 보조를 받으면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는데, 그러한 점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만큼 기억에도 강하게 남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잘 알려진 자신의 저서 <시간의 역사>를 읽은 사람들이 쓴 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저자 개인에 대한 관심과 읽기는 했지만 과학분야에 대해서는 뭐라고 쓰기엔 잘 모르겠다는 내용이 많았나 봅니다. (이 책에는 그러한 예시처럼 독자의 감상에 많이 실린 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시간의 역사>는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교양과학서로, 과학 분야의 최신이론을 독자에게 알리고 싶은 의도로 펴낸 책이긴 합니다만, 아무리 쉽게 설명해준다고는 해도 사전지식이 없는 독자가 읽기에는 어려운 내용인 반면, 이 책을 통해 알려진 저자의 사진은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반복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저자가 연구한 내용을 쓴 부분이 책의 전체 분량에 비해 상당히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수식이나 도표가 없이 서술되어 있더라도, 저자가 설명하는 내용에 대해서 잘 알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교양과학 강의를 듣는다는 생각으로 읽었습니다. 저자도 이 책을 읽게 될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임을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우주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하는 한 사람의 과학자가 쓴 삶의 기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하는 분야에 대한 내용만이 아닌 개인적인 가족과 살아왔던 이야기도 쓰여진 책입니다. 개인적인 삶을 돌아보면서 쓰는 것은 자서전이라면 빠질 수 없는 내용이 되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어야했던 어려움과 아픔과 시련에 대해서,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지는 저자의 이미지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가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일들이 한 사람을 바꾸기도 하고 힘들게 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우리는 살아갑니다. 저자에게도 살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삶은 이어져갔습니다.  병으로 인한 그 이후에는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하기 위한 시간을 살아왔던 어떤 한 사람의 기록이, 이 책에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질병으로 인한 장애를 넘어서 유명한 과학자가 되었다는 점보다는, 태어나 지금까지 이런 일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나고 있으므로 빠지지 않고 쓰고 있는 것처럼 읽혔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내면에 있었을 감정의 변화나 괴로움, 고통에 대해서는 거의 쓰지 않고 있지만, 자신의 병으로 인해서 가족들이 힘들게 보냈던 시기가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듯 쓴 내용은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한 희생을 통해 자신의 삶을 함께했던 사랑하는 가족과 그를 위해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적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담담하게 쓰면서도 밋밋하지는 않았고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듯이 솔직하게 썼습니다. 읽다보면 계속 만나게 되는 저자의 유머감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었습니다.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서 가족과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는데, 사진은 글로 설명되지 않을 많은 부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특이한 내기를 했던 경우에는 사진이 자료로 나옵니다.  흑백 사진 속의 스티븐 호킹 박사는 점점 변해가지만, 웃는 얼굴의 사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것만 같았습니다.

 

 

 책의 분량은 많지 않지만, 이 책을 쓰기 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컴퓨터를 통해서 쓰더라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는 이렇게 살아왔으나, 앞으로는 더욱 더 새로운 것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완결되지 않은 지금의 시점에서 이 책은 마무리됩니다.

 

 

 스티븐 호킹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책, <시간의 역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 책에 나온 것처럼 휠체어에 앉은 사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 <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의 표지는 발병 이전의 청년기의 사진을 썼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흑백 사진 속의 젊은이들은, 우리가 보지 못했을 누군가에게도 젊고 찬란한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빛나는 한 개인의 역사를 만난 것이 기뻤습니다.

 

 

첫번째 쓰기 :2013-10-03 오전 5:08:00 저장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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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자 2016-04-24 0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장애인에 관련해 위인전 추천 좀 받을 수 있을까요? 헬렌켈러나 베토벤 말고요 초3남아에게 권해줄만한 책이요 생각나는게 별로 없네요

서니데이 2016-04-24 02:42   좋아요 1 | URL
저도 초등학생을 위인전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 그런지 별로 생각나는 책이 없네요.^^
고맙습니다.
활짝웃자님, 좋은 주말 되세요.^^


활짝 웃자 2016-04-28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찾다가 잘 몰라서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6-04-28 11:17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고맙습니다.
활짝웃자님 좋은하루되세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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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원에서는 100세 생일을 앞두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정작 주인공이 창문을 넘어 도망쳐버리는 걸로 시작된다. 화장실 앞에서 청년의 트렁크를 봐준다고 하고는 잠깐 사이에 버스를 타버렸다. 불친절한 청년의 물건을 맡은 채로 무작정 떠났는데, 문제는 이 안에 든 것이 전부 스웨덴 화폐라는 점. 보스의 돈을 쫓아 오지만 결국 실패. 그는 이후 만나는 사람들과는 그 돈을 공평하게 인원수 대로 나누면서 일행이 되고, 그를 찾는 사람들로부터는 계속 도망친다. 여기까지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 그리고 별 연관도 없어 보이는데, 계속 나오는 이야기는 이 노인의 살아온 인생의 기록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게 좀 많이 복잡하다.

 

 알란 칼손은 100년 전 스웨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각국을 떠돌다 우연히 라거나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어서 현대사의 유명인과 만나기도 하고, 엉뚱한 일로 사고를 일으키며, 갑자기 나타는 누구 덕에 위기를 넘기는 식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때로는 현대사에 남을 결정적인 힌트를 주기도 했지만, 주로 도망치고 위기를 벗어나는 일이 많았던 그는 말년에 스웨덴에 돌아와 편하게 잘 살다가 자기 집을 폭파하는 바람에 요양원에 가는데, 엄격하고 규제많은 이 생활이 지긋지긋해서 결국 담을 넘고 말았다.

 

 옛날에만 그랬던 게 아니라, 요양원에서 도망친 이후로도 황당한 사건은 계속 된다. 만나는 사람들도 알란만큼이나 특이한 사람들이다. 큰 돈을 준다는 것 말고도 그래서 이 일행으로 합류했을지도.  시작은 가출과 절도에서 점점 실종과 살인사건으로 복잡해지는 현재 시점, 정신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나오는데, 이 두가지가 지금 일과 크게 중요한 관련은 없다. 다만, 지난 이야기는 워낙 여기저기로 움직이면서 활약하는 탓에, 현재는 지명이나 인명이 익숙하지 않아서, 읽는 사람은 정신이 없다.

 

 옛날엔 나도 그렇게 살았었지. 그 땐 말이야... 젊고 잘 나가던 그 시절 이야기를 노인이 되어버린그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은 나이를 먹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그 때나 별 차이가 없다네. 나이 탓에 조금 불편한 점이야 있지만 말이야.

 

 100년 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사고를 일으켰던 알란이 자주 만났던 건 위기. 그러나 그에게는 좌절이라거나 절망이라거나 하는 건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일은 어떻게든 잘 풀린다. 물론 다음에도 위기가 찾아오긴 하지만. 그런 그는 100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위기 앞에서 지치지 않고 앞으로 가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어 위축되는 것도 아닌 이 사람, 옛 친구와 함께 보내는 평온한 생활을 계속할 지는 앞으로 모를 일이다.

 

 굉장히 심각할만한 상황인데도 담담하게 쓴 부분에서는 오히려 그래서 웃을 수 있었던 것 같고, 각국의 유명인이 많이 나와서 이 시기 세계사 공부할 땐 이름 외우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복잡하고 심각하게 느껴질 만한 일은 적당히 빨리 넘어가고, 끊임없이 주인공이 일으키거나 휘말리게 되는 황당한 사건사고도 어차피 소설인데 뭘, 그러면서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였다. 실제 일어나는 일이 아닌 걸 아는데도, 황당한 일이 그치지 않는 이 책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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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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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는 연쇄살인범이었다.

 

 

 한때 연쇄살인범이었던 남자. 그에게는 '살인의 추억'이 불러일으키는 죄책감따위는 없었다. 그 날도 돌아오는 길에 사고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고 이후 수술을 받고 나서 그만두긴 했지만. 어딘가 파묻어버리고 싶은, 그런 류의 기억은 아니었던 것 같다. 딸과 함께 살게 된 이후 그는 한 번도 그러지 않았고 살았다. 수십여 년이 지나고 다 잊어버릴 시간이 되었는데, 그가 살고 있는 동네에 연쇄살인범이 나타난 거다. 이런! 내 딸은 안되는데... 한동안 쉬었지만 다시 재개할 기세다.

 

 

 한동안 쉬다 다시 시작하려니 이제 나이도 나이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그는 지금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 기억은 최근의 것부터 없어지기 시작한다. 의사가 그렇게 말했고, 점점 나빠지는 건 있어도 좋아질 건 없다는 걸 그도 안다. 그런데 나타난 연쇄살인범이라니!

 

 

 어쨌든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갈수록 난감하다. 이건 몰래카메란가? 내 지능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기억에는 문제가 생겼다. 조금씩 없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 생각을 해서 기록을 하고 녹음을 해도 멈출 수 없다. 남은 것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혼란스럽다. 그러는 사이 평온하던 동네엔 연쇄살인범으로 추정되는 범인이 계속 희생자를 늘려간다. 범인 잡으려고 경찰대 학생들까지 나타나 찾고 있지만 잡히지 않고 있고, 그의 머릿 속에서도 알츠하이머라 불리는 알 수 없을 연쇄살인범이 머릿 속을 휘저어가면서 그를 조각내고 있다. 같은 시기, 한 사람의 안과 밖으로, 점점 정신없어지는 이유다.

 

 

 그는 이렇게 알고 있는데, 상대의 반응이 이상하다. 점점. 사랑하는 딸 은희도, 집 앞에 나타나는 개도, 가끔 들러 뭔가 잘알 것 같은 친근감을 주던 안형사도, 그리고 은희가 결혼상대로 인사시키러 데려왔던 박주태라는, 언젠가 봤던 그 수상해보이던... 하필이면. 그리고 어느 날엔 은희가 목에 손으로 눌린 자국이 있었다.

 

 

 요양원에 가야하나. 병원에 가는 거나, 감옥에 갇히는 거나 ... 은희는 그래도 잘 살아야 할 게 아닌가. 딸 앞으로 보험을 드는 것처럼 준비를 하고 싶지만, 그 자신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안되면 준비한 주사가 있긴 하지만, 글쎄.

 

 

 은희가 보이지 않게 되고, 그는 나중에 경찰을 부르지만, 점점 더 이해못할 말만 하고 있다. 난 오늘 처음 봤는데, 어제도 봤다고 하면서. 난 잘 잊어버리지만, 그래도 치매에 걸리지 않았는데.

 

 

 2. 진짜였을까?

 

 

 초반부의 그는 불안해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는 경력(?)을 털어놓을 때는 약간의 여유마저 느껴졌었다. 지난 날을 생각하면 한때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그건 그에게만은 그랬을지도 모른다. 좋든 싫든 그 땐 젊었던 시절이었다. 나름대로 전성기였을지도 모르지. 살인은 난폭한 아버지로부터 어머니와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시작된 거였지만, 그 이후로도 이어졌다. 그리고 은희와 함께 살게 된 이후부터는 없었다. 그런 그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은 딸 은희였다. 그 은희의 엄마를 죽이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가 생겼을 걸. 수술하고 나서 그는 살인에 흥미를 잃었다.

 

 

 범죄는 치밀하게 계획되어야 했고, 의심이 들 만한 일을 피하며, 의심을 받았을 때는 네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는 그를 조금씩 조각내고 지우고 부순다. 처음에는 사소하게 느껴지는 것부터. 이전에 잘 하던 것을 할 수 없게 되고, 입맛도 달라지며, 방에 붙인 종이 이름을 모르겠고, 누군가 하는 말을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어느 날은 날짜에 맞지 않는 날에 찾아가기도 하고. 나중에 마지막에 쓰기 위해 준비해 둔 주사도 어느 순간부터는 지워졌을 거다.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지워지고 없어지고 조각조각난 것들은 점점 더 작게 조각난다. 그의 내부에 있어서 만큼은 기억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이었다. 그리고 이 범인이 나타나면서, 동네에도 연쇄살인범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앞으로의 일을 걱정한다. 기록을 하기도 하고, 녹음을 하기도 하고. 딸 앞으로 보험을 들어서 남은 딸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하고. 그러나 그 불안조차도 지워진다. 점점 당황스럽고 적응되지 않는 순간순간이 늘어간다. 그렇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연쇄살인범이 나타나 설치는 통에 내 딸이 위험한 상황이다. 바쁘면 대부분 그럴 듯한 이유가 생긴다. 그냥 잊어버릴 수도 있다. 딴 건 몰라도 그 놈은 잡아야한다.

 

 

 어느 순간, 지금까지의 그 세상이 아니라, 다른 세상에 와 버린 걸까. 다들 이게 뭔 소리냐는 듯 나를 쳐다본다. 마치 나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처럼, 내가 알고 있는 건 모두 엉망이다. 내가 알던 사람은 없었고, 내가 알던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다.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잘 모르겠다. 그럴 수록, 점점 더 조각나고, 그는 먼지가 되어 어느 순간 사라진다.

 

 

 어쩌면 내가 기억했던 살인의 추억마저도, 모두 가짜였을지도 모르겠다.

 

 

3. 마지막까지, 나를 지킬 수 있을까.

 

 

  말하는 사람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병이 진행되어 가면서 생기는 이전과 달라지는 것이 있었다. 때로는 사소해보이는 여러 가지가 계속해서 조금씩 늘어가는데, 운동기능이나 미각같은 것도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 느껴진다.  알츠하이머가 기억을 지우는 것과 함께 점점 진행되면서, 처음에는 알아차렸던 여러 증상조차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 차이를 망각하게 된다.

 

 기억하려고 해도, 기억하려는 그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지금 있는 과거는 그나마 서서히 없어져도 앞으로는 더이상 기억날 과거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처럼 들렸다. 내가 전과 달라지고 이상해진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좀 더 진행되면 내가 이상한 것조차 알아차릴 수 없다니! 처음엔 무섭지만 그 마저도 사라진다니!

 

  그런 거야, 그런 거라구. 계속해서 바뀌는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운 건 당하는 그나, 읽는 나나 다를 게 없었다. 누구 말처럼 이 동네에 평행우주라도 있는 건지. 아주 비슷해보이는 그 다른 세계에서 나만이 그들과는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엉뚱한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없지도 않은 거다. 의도적으로 나를 제외한 나머지 전부가 모두 다른 말을 하기로 했다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통해서 내 기억이 부정되어야할 상황을 연속해서 만나게 된다면?

 

그럼 이제 뭐가 진짜인거지? 일관성이 없기는 그쪽이나 이쪽이나 다를 것도 없는 걸. 점점 더 구별할 수 없고, 어느 시점부터는 구별한다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그 순간까지도 무차별적 살인은 계속된다. 그래도 지키고 싶었다. 내가 가진 기억을, 내가 사랑했던 딸을, 그런 나를.

 

 

 처음에는 씨익 웃어가면서 시작했는데, 뒷판 접착 없는 퍼즐 떨어지듯 없어지는 게 보이면서부터는 서서히 불안해지더니, 갈수록 나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려는 것만 같았다.  다 읽고 마지막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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