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의 이미지를 기호로 인식하거나 나를 의미화시키려고, 본래의 나로부터 변형시키는 바로 그 순간부터 또 다른 체계가 성립된다. 이때부터 기호는 코라와 코라의 영원한 회귀를 억압하는 것이다. 오로지 욕망만이 이 '기원적인' 싸움에 증인이 될 것이다. (...) 결국 아브젝시옹이란 일종의 나르시시즘의 위기이다. 즉 아브젝시옹만이 '나르시시즘'이라 불리는 이 상태의 덧없음을 증언하며, 신은 비난하는 질투로 그 사실에 침묵한다. 게다가 아브젝시옹은 나르시시즘(사물이나 개념에 대한)에 '외관'을 부여한다. 39




왜 어떤 학자들은 어렵게 쓸까? (내가 질문하는 어렵게 쓰여진 글은 멋 부리려고 모호함을 추구하는 글이나 잘못된 번역은 예외로 한다. 아직은 내가 그것들을 모두 명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는 수준이긴 하다.)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철학책들을 조금씩 찾아 읽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이 질문이 나를 줄곧 따라 다녔다. 왜 쉽게 '내가 말하고 싶은건 00야'라고 말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걸까? 그것도 독자를 데리고 아주 멀리 미로가 섞인 숲길을 돌아가면서 장황하고 불분명하게 집으로 가는 방법을 설명하듯이 말이다. ㅡ크리스테바의 표현을 빌리자면'질서 없는 중구난방의 언어'로ㅡ 아직 확답을 얻지 못했지만 그건 기존의 언어가 권력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언어로는 제대로 무언가를'전달'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깔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즐겨보던 오락 프로그램에서 여러 사람이 나란히 서서 하는 게임이 있었다. 대략 7명 내외의 사람들이 서 있고 왼쪽 끝에 있는 사람이 어떤 문장을 옆 사람에게 전달하면 그 옆 사람도 같은 식으로 그 문장을 귓속말로 이야기하는 식이었다. 마지막에는 대부분 황당한 답이 나와서 폭소를 자아내곤 했다. 어느 정도 재미를 위해 과장한 측면이 있겠지만 일상에서도 이런 일은 낯설지 않다고 느꼈다. 어떤 말이 와전되고 왜곡되어 전달되고 본래 의미를 잃는 경우를 때때로 봤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갈등을 겪고 서로를 미워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인간사회에서 필연적인 것 같다. 어느 사회에나 작건 크건 '언어'로 인한 갈등은 존재하니까. 언어가 전달되는 상황과 발화자,발신자의 상태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되어버리는 일은 다반사다. 법정 스님이 그래서 사랑도 미움도 모든 것이 오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런 현실 속에서 제대로 된 이해가 불가능할지라도 어쨌든 살아가려면 분명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또 최대한 이해시켜야 한다. 



비주관성 혹은 비객관성이라는 이 불가능을 마침내 가능으로 만드는, 언어로 씌어진 현대 문학의 다양한 변조 속에서의 아브젝시옹의 승화를 제안할 것이다.- 크리스테바


인문학을 통해서 언어가 권력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않으면 인간이 궁극적으로 해방되기 어렵다. -김누리 교수



공부하는 많은 여성들이 '잃어버린 언어를 찾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이것을 기존의 남성중심적인 세계의 언어로는 담을 수 없는 타자의 현실(고유한 가치)을 살려내고 싶다는 욕구와 그 이상의 뭔가라고 해석한다. 기존의 질서를 상징하는 가장 큰 힘에는 '글쓰기'가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질서를 부여하고 규칙을 주며 합법화하는 행위이므로 절대적으로 무정부적인 글쓰기란 없는 것이다.206 


착각, 그 속에서 우리는 원한다면 사회 현상의 전개와 다양한 합리화를 알게 된다. 즉 문학적으로 말하건데, 착각은 미쳐 가는 것을 막아 준다. 왜냐하면 그것은 문학이라는 것, 즉 동일화 과정의 횡단을 위협하는 미쳐 버린 심연을 펼쳐 보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테바



위의 문장들은 크리스테바가 어렵게 쓰는 이유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녀는'동일화 과정'의 힘. 그 합리화의 질서를 무질서를 통해 실감하게 하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오히려 분명히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경계를 통해 내부를 들여다보는 과정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브젝시옹(비체)은 대체 무엇일까? 아브젝시옹은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계를 구성하는 개념이다. 그 경계는 기존질서를 더 명확하게 하고 합법화하며 권력화한다. 경계에는 그런 이유로 억압되고 배제, 불법화된 것, 오염된 것으로 치부된 존재들, 상징들이 위치한다. 말, 공포, 배설물, 죽음, 파열, 도착증, 불가능성, 겁먹음,피, 벌어진 상처, 묵시록과 카니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것들이 거기 담겨있다. 그러므로 아브젝시옹은 단 하나로 간단히 정의내릴 수 없다. 포착하려고 노력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크리스테바가 아브젝시옹을 문학- 도스토예프스키와 프루스트, 조이스, 카프카, 사르트르, 루이 훼르디낭 셀린-을 통해 반복적으로 설명한 이유다. 개인적으로는 여기 더해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페르난두 페소아도의 글도 아브젝트하다고 느꼈다.



'밤'은 우리의 인생 그 자체를 가리킨다. 불가사의하고 어처구니없으며, 갖은 함정이 혀를 널름거리는 곳, 그 공간과 시간이 곧 인생이라는 기나긴 밤이다. 그 밑바닥을 알 수 없는 한없이 깊은 수렁, 그것도 한번 빠지면 영영 헤어날 길 없는 더러운 수렁. 온갖 부유물과 배설물, 온갖 거짓, 위선, 비열함, 광기가 뒤섞여 썩고 있는 아수라. 그것이 셀린느가 그리고 있는 밤, 즉 우리의 인생이다. 


-[밤 끝으로의 여행] 중에서'옮긴이의 말'



진실은 지상적인 낮은 것에 있다. 벌거벗겨진 면, 그럴 듯함이 제거된 가식 없는 오염되고 죽은, 불편함과 질병.공포에 있는 것이다. 217



이런 글이 읽기 힘든 이유는 우리가 기존의 형식에 묶여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단순하고 명확한 구속적인 글들. 셀린의 말처럼 '명료하게 쓴다는 것. 그건 그리 대단치 않다.' p.240 크리스테바는 기존의 글과 달리 오독의 자유를 독자에게 주고 있는 셈이다. 여러 장면들을 수없이 제시 함으로써 아브젝시옹의 공포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킨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극도의 난해함을 경험하고 아무것도 남은게 없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아브젝시옹이 뭘 말하는 걸까 수없이 스스에게 질문했을 것이다. 크리스테바는 아브젝시옹을 펼쳐보이면서 글을 읽는 사람들 각자가 오롯이 자신의 시각에서 아브젝시옹을 '발견'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사는 동안 이미 아브젝시옹을 무수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테바는 사례들을 나열하면서 아브젝시옹이 어떻게 질서에 의해 경계로 밀려나있는지 반복적으로 '상기'시킨다. 




물론 나는 이 책에 나온 모든 글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모르는 용어가 많았다.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문장들, 단락들 위주로 읽어나가며 그 길을 나름대로 찾으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이 책을 100% 이해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보다는 크리스테바의 의도, 접근 방법이 보다 중요해 보인다. 크리스테바는 불친절한 선생님이다. 답을 제시하기 보다 방향을 그려주는 선생님이다. -사실 크리스테바는 선생님보다는 분석가라고 해야하고 사람들에게 가르치기 보다는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보다 적극적으로 능동적인 공부를 요구한다. 크리스테바가 언급한 불친절한 소설가들도 마찬가지다. 좀 더 공부한 뒤에 이 책을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기대가 된다. 전반적으로 어려웠지만 크리스테바가 내게 남긴 지문指文이 앞으로 공부하는데 또 하나의 지도가 되어주길 바란다. 





 

   



   



    





크리스테바의 다른 책들. 그리고 셀린의 소설을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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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1-30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인용해주신 첫 문장의 의미는 조금 알 것 같은데요 ㅎㅎ
저자가 어렵게 글 쓰는 이유가 납득되기도 하지만 대중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더 알기 위한 행동을 기대할 것 같아요.

미미 2024-01-30 22:05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는데요 최근에 김누리 교수가 테오도르 w.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이란
책에 대해 말하며 설명한 영상을 보고 여지를 좀 열어두던 차에 크리스테바를 읽게된 거예요.
뭐랄까 단정 지음으로 인해 오히려 잘못 전달될 수 있다는 거죠. 직접 답을 구하게 제시만 하는 방식도 필요하도고요. 저도 이 방식에 대해 아직은 알아가는 과정 중이라 좀 더 정리가 되면 또 써보려고 합니다.^^


다락방 2024-01-30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미미 님이 크리스테바의 의도를 잘 파악해주신 것 같아요! 어렵다고 투덜거린 제 자신이 좀 부끄러워지네요. 미미 님이야말로 시간이 흐른 뒤 이 책을 재독하신다면 아주 많은 걸 얻어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생 많으셨어요 미미 님!!

미미 2024-01-30 22:0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제가 헛다리 짚는 것일 수도 있어요.ㅋㅋㅋㅋ 지난번 말씀드린 것처럼 아도르노에 대한 김누리 교수의
설명이 영향을 미쳤어요. 그런데 때마침 난해한 크리스테바의 책을 읽게 되어 생각하던 바를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다락방님 덕분에 크리스테바를 읽은 사람이 되어 뿌듯하고요>.<
항상 뭔가 시의 적절한 독서를 하게 되는 느낌입니다.^^


건수하 2024-01-31 0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거예요! 전 (셀린의 작품을 통해) 예를 많이 들어야 하는가 하다가 어렴풋이 ˝어쩌면 ‘아브젝트‘ 를 설명해나가는 과정인 이 책을 읽기 전에 입문서를 먼저 읽고 나름의 개념을 잡았던 것이 이 책을 읽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라고밖에 쓰지 못했는데, 미미님 글 읽으니 조금 더 명료하게 정리됐어요. 앞에서 잘 모르겠어서 쉽게 가려고 입문서를 읽었는데, 그냥 읽고 느껴야 했던 것 같아요. 한참 지나서 저도 좀더 공부가 된 상태에서 다시 읽으면 좀 다르게 느낄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

미미 2024-01-31 08:55   좋아요 2 | URL
저도 따라서 입문서들 몇 권 사두었는데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 책들 읽고 이걸 또 읽을 엄두가 나질 않았어요.
게으른 저를 알기에ㅋㅋㅋㅋ 그리고 수하님! 제 접근 방식이 틀릴 수도 있어요. 힘들게 읽어 나가다가
이렇게 받아들이니까 조금 마음이 편해지긴 하더라고요. 셀린의 소설을 많이 인용한 것을 보니 그 책도 너무
궁금하고.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도 크리스테바,라캉이 나오더군요? 용어를 좀 더 알고 재독하면
다르게 느껴지겠죠. 아마도ㅋㅋ 이 책은 적어도 두 번은 더 읽어야 할 듯 합니다.^^

호시우행 2024-01-31 0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도 미움도 모든 것이 오해, 자신만의 착각인 것이지요.

미미 2024-01-31 08:57   좋아요 0 | URL
그런 깨달음에 닿고 또 그것을 나누고 가셨기에 법정 스님에게서 사리가 그렇게나
나왔나 봅니다.^^

호시우행 2024-01-3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행복하세요.

미미 2024-01-31 09:06   좋아요 0 | URL
네! 호시우행님도 평안하시길요.^^

2024-02-08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ttps://youtu.be/KxceGZfbe6o

좋아하는 두 권의 책과 그 책에서 마음을 흔든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알라딘 서재 이웃들이 많이 그러하듯 저도 병렬독서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딱 두권만 고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세라 망구소의 ‘300개의 단상‘과
낸시 슬로님 애러니의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입니다. 어쩌다 보니 제가 고른
두 권 모두 글쓰기에 도움을 주는 책이네요. 평소 고민이 선택에 영향을 끼친 모양입니다. 다른 분들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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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1-29 0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점점 더 영상이 발전하는데요~~
👍👍
미미님이 선택하신 책의 문장들을 읽어보고 싶네요~~
알라디너 북튜버 미미님, 화이링♡♡
역시나 ‘안녕‘은 귀여워요^^

미미 2024-01-29 08:47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페페님~♡^^♡
이런 책들이 워낙 많아서
큰 기대는 안했었는데
흥미로운 방법들이 많아
글 쓰기에 도움이 될듯합니다.
영상 이어붙이느라 힘들었는데
고맙습니다 페페님(>.<)

자목련 2024-01-29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굿!!!
👍👍👍👍👍👍

미미 2024-01-29 12:36   좋아요 2 | URL
자목련님 감사해요😆
요즘은 앱이 거의다 해주다시피합니다.ㅎㅎ

레삭매냐 2024-01-29 2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병렬 독서라기 보다 마구잡이식
인데...

1월에 그냥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네요 ㅠ

미미 2024-01-29 20:57   좋아요 3 | URL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이게 지금 병렬독서가 맞나 의혹이 듭니다ㅋㅋ

다음달에는 좀더 정돈된 독서가 될 수 있음 좋겠어요. 매냐님도 응원할께요>.<👍

책읽는나무 2024-01-29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
오랜만입니다.^^
유튭 영상 링크인가 보군요?
지금 링크를 클릭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내일 낮에 열어볼게요.
책을 딱 두 권 고르셨는데 그 중 한 권인 세라 망구소의 책. 제가 병원에 가지고 온 책 네 권 중 한 권입니다. 와....이런 우연의 일치?!!
굿즈 뿐만 아니라 책 고르는 것도 겹치나요?ㅋㅋㅋㅋ
내일 <300개의 단상> 읽어봐야겠네요.
요즘 책이 잘 안 읽혀서 고민이 많네요.^^;;
암튼 미미 님. 올 한 해도 파이팅입니다.

페넬로페 2024-01-30 00:05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계속 병원에 계시는 거예요?
많이 힘드시겠어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아버지 어서 쾌차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미미 2024-01-30 12:06   좋아요 2 | URL
나무님!! 오랜만입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실텐데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알라디너tv가 올해부터는 매달 주제를 정해주지 않아서
고르기가 쉽지 않았어요. 고르고 고른 책이 나무님과 겹치다니~♡
저 최근에 mbti테스트 다시했는데 INFP나왔어요.놀라서 두 번 해봤는데
두번 다 첫자리가 분명 I가 나온ㅋㅋㅋㅋ그래서 나무님과 같아졌다고
생각하고 좋아했어요ㅋㅋㅋㅋ 저도 병원에 있을 땐 책을 읽어도 읽는 것 같지도 않더라고요.
<300개의 단상>은 아무곳이나 펼쳐 읽으셔도 되고 짧은 글이 많아
부담스럽지 않으실거예요. 나무님도 파이팅입니다.^^b


새파랑 2024-01-29 2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라 망구소 마음에 듭니다~!! 미미님의 낭독 때문에 더 와닿는거 같습니다~!!

무슨 연구소? 이런건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ㅋㅋㅋ

미미 2024-01-30 12:09   좋아요 3 | URL
세라 망구소의 글, 아마 새파랑님도 좋아하실거예요!
새파랑님처럼 치명적인 위트가 있답니다ㅋㅋㅋㅋ

메인 화면이 정말 연구소 같네요ㅋㅋㅋ

2024-01-30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30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곡 2024-01-31 1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상 위의 부엉이들 귀여운데요 잘 보고 들었습니다 오늘 마지막날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미미 2024-01-31 16:08   좋아요 2 | URL
ㅋㅋㅋ깜찍이들을 알아봐주셔서 감사해요 서곡님^^* 1월의 마지막 날, 여유롭게 마무리하시길 바래요.

stella.K 2024-02-01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목소리가 사근사근하십니다.ㅎ 알라딘TV 목소리 데뷔 축하합니다. 다음 회차 기대합니다!^^

미미 2024-02-01 15:29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스텔라님ㅎㅎ
요즘 음성 변환도 있더라고요?ㅎㅎ하는데 까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레이스 2024-02-01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상 만드는게 시간이 많이 드는데,,, 대단하세요!
목소리 좋구요, 내용두 좋구요~

미미 2024-02-01 20:28   좋아요 2 | URL
요즘 편집앱이 잘 나와서 보기보다는 간단해요. 제가 더딘편이라 오래걸리긴 했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해요 그레이스님!

베터라이프 2024-02-01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미미님 목소리를 유튜브를 통해 들으니 저에게는 왠지모를 친숙함이 느껴지네요 ^^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신 듯 한데요. 서울 끄트머리에 사는 베터라이프가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미미 2024-02-01 20:31   좋아요 1 | URL
친숙함이 느껴지신다니 그 이상의 칭찬은 없을듯 합니다^^* 제게 부족한 면을 채워가려고 노력중이에요. 베터님 응원감사해요!
 


  





팟빵 [정희진의 공부]에서 언급된 책인데 요즘 읽고 있다. 일본의 시각장애인 언어학자가 쓴 글이다. 그가 강연을 할 때 무심코 사람들이 그에게 하는 말들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보다'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그냥 직접적인 뜻보다는 다양한 상황을 담고 있다는 것. 메타포로 작용한다는 것.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을 가리키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면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의 단어(실상은 소유적인 것이 아님에도)를 사용하면 놀란다는 점등이 그랬다. 저자가 일상에서 경험한 일들을 언어학자의 입장에서 잘 구성했는데 유쾌한데다 입담이 좋다.



친구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드뷔시가 색이라면 라벨은 빛, 드뷔시가 그림이라면 라벨은 사진 같은 느낌이야. 안 그래?" "아니, 그거 정말 절묘한 표현인데!" 눈으로 볼 수 있는 친구는 그렇게 쾌재를 불렀고, 우리 대화는 한층 더 즐거워졌다. 나는 어떤 허세도 부리지 않았을뿐더러 발돋움하려 애쓰지도 않았다. 마음속에 생긴 이미지를 말로 솔직하게 표현했을 뿐이다.-호리코시 요시하루





어떨 때는 의뢰가(강연) 너무 많고 없을 때는 정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 또한 신기하게도 항상 주제가 결정되어 있다. '차별','인권', '장애인 문제' 같은 주제로 말이다. '영어교육의 여러 문제'라든가 '[나니아 연대기]에 관하여' 같은 주제는 일단 없다. 그러니 "제 전공이 아니라서"하며 거절하는 게 옳은 상황이다. 하지만 뻔뻔하게도 의뢰를 받아버리는 부분이 나의 얍삽한 구석이다. 이거 뭐, 언제 사기 용의자로 붙잡혀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호리코시 요시하루





스위스 출신인 알렉산드르 졸리앙은 작가이자 철학자이다.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를 갖고 있는데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탯줄이 목을 감고 있었다고 한다. 의사들이 걷지 못할 거라고들 했지만 지금까지 잘 걷고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길을 걸으면 사람들은 술 취한 사람인 줄 안다고. 나라면 안 그랬을거라고 말 할 자신이 없다. 그가 출연한 방송을 봤다. '거리는 거대한 인생 학교다'라고 말하는 졸리앙은 지하철에서 옆 사람에게 말을 걸고 무료 급식소를 찾아갔다가 한 어르신을 따라 쪽방촌에 가서 커피를 얻어 마시기도 한다. 졸리앙이 아이들 사진을 보여드렸는데 어르신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 눈물이 났다. 그분은 졸리앙에게 방문해주어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함께 살아간다'는 건 의외로 아주 간단한 일일 수 있다. 찾아보니 국내에도 여러권 그의 책이 번역되어 있었다. 






       



[인간이라는 직업]은 제목이 재밌다. 절판 되었는데 이 책이 가장 궁금하다. 





이유 없이 산다는 것은 차츰차츰 '남들이 뭐라고 할까'라는 부담을 벗는 것이며, '훗날'이라는 것의 독재에서 풀려나 나 자신을 온전히 현재에 내어주는 것이며, 쓸데없는 목표 같은 것을 줄이고 유보조건 없이 인간이라는 직업에 몰두하는 것입니다. -알렉산드르 졸리앵






 





민족해방전쟁은 특히 독일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는데, 독일인은 남성들 사이의 우정을 예찬하면서 이를 애국주의와 연결시켰다. 그리고 우정이 남성의 성적 열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이성애적 사랑보다 우월하다며 찬미했다. 섹슈얼리티는 우정에 흡수되고 통제되어야 했다. 남성의 열정은 점점 민족적 이상을 지향했고, 남성성은 조국을 위해 어떻게 죽을지를 아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정은 보다 호전적인 동맹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남성 간의 우정은 집단에 대한 충성이 되었고, 이는 젊은 남성들을 국가의 일부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성은 배제되었다. 결국 민족주의는 남성성과 동일시되면서 이상화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로서 동일성을 상정하고 결속력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졌으며, 민족이라는 타자에 대한 환상이 지배 담론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민족 담론은 서구의 근대 국민국가에서든, 아니면 비서구 국가의 저항적 민족주의에서든 인간의 불완전성을 채워줄 논리이자 환상으로서 제 구실을 다했다.- 오은경



이 책을 이제라도 만나게 되어 다행이다. 올해 들어서 가장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다. 12권? 크리스테바의 책이 어려워서 이러고 있는건가...엉덩이가 아프다. 1분 운동이라도 뇌세포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서 나빠진 머리에 도움이 될까하고 틈틈히 스쾃을 했더니 어제 자세가 틀어졌던 것 같다. 내년에 북유럽을 가기 위해 체력을 좋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 그런데 핀란드와 러시아 접경 지역에 러시아 군사시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에 걱정이다. 올해는 중국과 대만 사이가 위태롭고 내년에는 나토 가입 문제로 불쾌해진 러시아가 핀란드 등 몇몇 인접 국가에 전쟁 위협을 할 거라는 소식. 몇 년 만에 해외 땅 좀 밟아보려고 했는데 과연 갈 수 있을까. 일단 몸도 만들고 준비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해 나가려고 한다. 태권도도 다시 하려는데 마침 어제, 다니던 도장 사범님을 만났다. "진짜 올해에는 다닐 거예요"라고 말하는 내게 김사범님은 일단 놀러 오라면서 본인은 올해 까지만 이곳에서 일하고 내년에는 다른 곳으로 옮길 거라고 하신다. 나는 "사범님 몇 년 전에도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라 말하고 함께 빵 터졌다. 우리는 그렇게 또 지키지 못할 말을 서로에게 하고 즐겁게 돌아섰다. 새치가 풍성해지기 전에 (그럼 주목받을테니까) 올해는 꼭 가야지. 오늘의 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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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1-24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제목이 아깝죠. 그쵸? 좋은 책인데 제목만 보고 사람들 별로 안 볼 것 같아 아쉬워요.

미미 2024-01-24 13:33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아직 초반인데 북마크를 꽤 붙였어요. 읽는 중이지만 여러 번 더 읽어야 할 책이라고 느껴요. 궁금했던 분야인데 수하님 덕분에 귀한 책을 또 만났습니다. ^^

다락방 2024-01-24 14:33   좋아요 1 | URL
오오 제목이 아까울 정도로 좋은 책이라니. 사놓길 잘했네요. 후훗.

다락방 2024-01-24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미미 님 핀란드에서 우리 내년에 만나는 겁니까? 저도 내년쯤이면 아마 퇴사하고 가있지 않을까 싶은데.. 저도 몸을 좀 만들어야 할텐데.. 2월부터 다시 태어나야겠어요. 일단 1월은 망했으니까 막 살고요.

그나저나 공포의 권력 어려워서 큰일이고요 ㅠㅠ 저도 자꾸 다른 책만 찾게 돼요. ㅠㅠ

미미 2024-01-24 14:48   좋아요 0 | URL
노동절 말씀하셔서 내년 초 그 시기에 맞춰 땡처리로 티켓팅 하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런데 거기서 다락방님하고 저 러시아와 싸우게 되는 건 아니겠죠?ㅋㅋㅋㅋㅋ
요즘 왜 이렇게 세계적으로 전운이 감도는지 모르겠네요.

<공포의 권력>어렵지만 매일 펼치고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4-01-24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히려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이라는 제목으로 넘 이 책 읽고 싶은데요.
이유는 다 다르지만 저도 운동의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책 12권을 동시에 읽는 미미!
와우👍👍👍
저는 요즘 읽고 있는 책, 지우기 작전 들어 갔어요^^

미미 2024-01-24 16:05   좋아요 1 | URL
예전에 페페님 따라 읽었던 책이 떠올라요! 기자가 쓴 책인데
제목이 당장은 떠오르지 않네요. ^^; 어딘가 있는데요.
건강한 독서 생활을 위해서도 운동을 놓지 말아야지 생각합니다.

저도 책상에 더 둘 곳이 없어서 하나씩 지워야 합니다ㅋㅋㅋㅋ

건수하 2024-01-24 17:43   좋아요 2 | URL
저도 그 제목에 끌려서 읽었는데, 제목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더 광범위한 것을 다루고 있고 좋았다는 뜻이었어요 :)

페넬로페 2024-01-24 18:01   좋아요 1 | URL
<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PD 의 책이죠?

페넬로페 2024-01-24 18:02   좋아요 2 | URL
수하님 말씀 들으니
더 읽어 보고 싶어요~~

미미 2024-01-24 18:04   좋아요 1 | URL
<세계는 왜 싸우는가>네요. 김영미 PD님 책이요.
물론 다루는 주제는 다릅니다. 이 책은 이슬람 국가들의 서구에 맞선 근대 민족주의 하에서 여성이
겪는 이중적 고통을 다루고 있어요.^^

잉크냄새 2024-01-24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낯선 땅을 밟는다는 것은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한발한발 내딪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요. 여행은 일단 그 한 걸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요.

미미 2024-01-25 09:44   좋아요 0 | URL
멋진 말씀입니다! 이번에 아마 혼자 가게 될 것 같아서 유독 두렵네요. 잉크님 말씀대로 한 걸음씩 내딪어보겠습니다.^^

cyrus 2024-01-25 0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로 보고 손을 읽으면>의 주제와 비슷한 책이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다다서재, 2023년)에요. 이 책 역시 보는 것에 대한 비장애인의 그릇된 편견을 지적하고 있어서 좋았어요. ^^

미미 2024-01-25 09:50   좋아요 0 | URL
사이러스님 페이퍼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바구니에 잘 담아 두었어요.내가 가진 편견을 확인 하는 일이 여러가지 감정을 불러 일으키네요. ^^

거리의화가 2024-01-25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로 보고 손을 읽으면> 작가님 저도 말을 참 잘 풀어내시는 분이다 생각했어요. 책에서 담고 있는 주제는 묵직한데 워낙 유쾌하게 이야기하셔서 술술 읽히지만... 생각할 거리가 참 많더라구요. 대출해서 짧은 기간 내에 읽어야 해서 좀 더 오래 두고 읽었다면 더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저도 보관함에 담아놓아야겠어요. 일단 앞선 책부터 먼저 읽고요!(이북으로 받아놨는데 아직도 못 읽었어요!ㅋㅋㅋ)

미미 2024-01-25 17:06   좋아요 1 | URL
이 책 화가님의 100자평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저도 대출해서 읽었는데 희진쌤이 좋아하신 이유를 충분히 느꼈어요.^^ 화가님은 저보다 더 여러권 밀려 있으실것 같아요ㅋㅋㅋ 대출책을 돌려막기해서 갱신중인데 2월부턴 도서관 그만 다녀야지 너무 힘들어요. 이북까지!!ㅋㅋㅋ

페크pek0501 2024-01-28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을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미미 님 덕분입니다.^^

미미 2024-01-28 21:51   좋아요 1 | URL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많이 공부가 될것 같아 저도 구입하려고요. 페크님께도 좋은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내가 열렬히 뭔가를 설교했다고 해서, 나는 나 자신 이외에는 그 누구도 약속의 땅으로 끌고 가려 한 적이 없었다.  -수전 손택 





그래요. 

당신이 나를 미워하면서 타오를 수 있다면 그렇게 하세요.

나를 마음껏 오해하면서. 


우리가 공유하는 슬픔을 당신은 영영 짐작할 수 없겠죠.

나에게 '이해'란 생존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당신은 '사랑'을 말하면서도 그 절실함은 모르는군요.


나는 나를 설명하려 한 것뿐.

강요하려 한 것이 아니에요. 그런 것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길을 찾고 있는 거예요. 


그러나 

당신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건 스스로 찾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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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1-22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문답 입니까?
어려워요^^

미미 2024-01-22 22:49   좋아요 1 | URL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오히려 잘 이해하시는 거예요.
사람들이 페페님 같다면
제가 이 글을 쓸 필요가 없었을거예요.^^

새파랑 2024-01-23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의 단편 인가요? 언제나 답은 스스로 찾는거죠~!! 이해하지 못한다면 오해할 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미미 2024-01-23 12:25   좋아요 2 | URL
ㅋㅋㅋ어제 술을 마시다가 쓴 글입니다. 오늘 많이 쌀쌀한데 새파랑님 감기 조심하세요. ^^
 


  

  



프랑스 업체가 운영하는 대형 마트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권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 [송곳]의 등장인물인 노동상담소 고구신 소장이 말합니다. 

"혁명의 나라 프랑스 업체가 왜 노조를 거부하는지 아세요? 여기서는(한국) 그래도 되니까."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거요."  108





소수당 의원이 입막음 당한 채 물건처럼 5~6명의 대통령 경호원들에게 들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내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게 맞나? 의구심이 들었다. 막 들려 나갈 때 경호처장이란 사람이 의원을 때리기까지 했다. 도대체 더 얼마나 못 볼 꼴을 봐야 하는 걸까. 군대에서 정신교육을 하는 책자에 대한민국 지도가 들어 있는데 11군데에 독도가 빠져 있었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남은 임기는 또 왜 이렇게 줄어들지 않나. 답답한 마음에 너무 자주 확인해서 그런 건가. 이 시간을 나와 함께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토요일 오후에 신장식 변호사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나의 아지트가 된 극장에서 열렸다.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작은 공간에 제법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혼자 그 자리에 갔는데도 외롭지가 않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정치 문제에 있어서 상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겠지? 거의 매일같이 목도하는 불의와 몰상식에 분노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으니까. 방송에서만 봤던 신장식 변호사가 들어왔다. 반가운 박수소리가 분위기를 띄웠다. 이 동네에 오니 노회찬 의원이 떠오른다고 했다. 신변호사는 정의당에서도 활동한 경력이 있었다. 지나온 삶에 대한 간략한 언급으로 시작되었다. 대학에 들어가 대모를 했었고 철거민들과 함께 싸운 이야기며 그 때, 사회에 도움이 되려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전공을 바꿔 로스쿨에 들어간 이야기들. 50대가 되어 방송인이 되었고 지난 10월에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인물 때문에 그 자리마저 위태로웠었다는 후문까지. 그리고 책에 담긴 600일간의 역대급 정부 이야기. 



신장식 변호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는 것일까?]라는 책의 내용을 언급하며 언제 혁명이 일어나는지 말해줬다. 마치 원형경기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중앙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동시에 목도하듯 공유지식의 동심원이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목격자라는 확신이 충분히 퍼질 때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난 목요일에는 정희진 선생님의 특강을 온라인으로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좋은 질문들이 연달아 나왔었다. 그중에서 이런 각자도생 사회에서 느끼는 정치적 올바름, 부채의식을 어찌해야 할지 물어본 사람이 있었다. 선생님은 공부도 사회운동이다. 책을 사는 것도 사회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너무 혼란스러워 어떤 걸 우선시해야 할지 모를 땐 스스로를 우선순위로 하라고. 먼저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고. 그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으니까. 공부하자. 살아남자.






교사는 말할 것도 없고 학생들은 한국 사회의 실제 모습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현실과의 괴리로 인한 갈등도 적어지고 이후 현명한 대처도 가능해진다. 교과서는 우리를 인식할 수 있는 교사이자 반면교사여야 한다. 그것이 가해자가 가해자로서 역사에 남는 방법이다.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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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1-20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지트가 있으면 든든하지요!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토요일 저녁 되시길요~~

미미 2024-01-20 20:56   좋아요 1 | URL
제 아지트인데 모르는 사람들이 잔뜩 있습니다^^
흐리지만 서곡님 웃는 주말 보내시길요!

레삭매냐 2024-01-20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회의원이 사지가 붙들려서 끌려 나가는
장면은 정말 참담하더군요. 쉬르레알리즘
의 극치였습니다.

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도 그런 마당에
공화국의 진짜 주인인 일개 시민들은 어떨
지, 제 자신이 현장에서 끌려 나간다는 기
분이었습니다.

고저 답답하네요.

미미 2024-01-20 20:56   좋아요 1 | URL
저도 마치 제가 당하는 것 마냥 화도 나고
괴로웠습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그런 태도에서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를 반복적으로
다른 프레임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답답합니다.

페넬로페 2024-01-20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라는 문장에 마음이 넘 좋지 않네요.
이 정부가 다 지나더라도 혹시 연장될까 계속 마음 졸이는 저 입니다.
비 오는 밤, 맥주를 마셔야 겠습니다.

미미 2024-01-20 22:24   좋아요 1 | URL
페페님! 저도 그 말에 마음이 안좋더라고요.
정말 술이 고픈 요즘입니다.

문화 선진국이 되어 자랑스러웠는데 정치는 어째 갈수록 후퇴하네요.
내일은 또 무슨 일이 터질까 걱정스러워요.

잉크냄새 2024-01-20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주주의가 참 허약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제든지 민주주의라는 외피만 두른 채 과거 독재나 군사 정권으로 회귀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미미 2024-01-20 23:18   좋아요 0 | URL
네 잉크님,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기반이 약해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외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느꼈지만 내실이 단단하지 못해서 이런 일들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죠.

거리의화가 2024-01-21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분주한 주말을 보내셨군요^^*
저는 정치가 혼란할수록 정치에 관심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차라리 욕하고 싸우는 일이 낫겠죠. 지금 분위기가 정치는 망이다 이렇게 생각들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ㅠㅠ 무엇보다 자신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겠죠? 요즘처럼 사회가 혼란할 때는 더욱이요!

미미 2024-01-21 09:20   좋아요 2 | URL
저도 화가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 피하고 외면하고..가장 나쁜 경우는 그래서 투표 안한다는 사람들ㅠㅠ

희진쌤의 말이 큰 짐을 덜어주었어요. 나 자신을 지키는 일부터 시작하면 작은 실천들은 거기부터 쌓아갈 수 있을듯 합니다.

감은빛 2024-01-24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뉴스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예전에 여러 차례 그렇게 들려나갔던 기억들이 떠오르더라구요. 차이가 있다면 그 과거엔 나를 비추던 카메라가 없었고, 그래서 나를 끌고 나가던 형사들(혹은 경찰들)은 남들에게 잘 보이지 않게 아래쪽에서 내 몸에 힘껏 주먹질을 해댔고, 들려나간 곳에서는 경찰들에게 에워싸여 발길질을 당하기도 했다는 것이죠. 그래도 국회의원은 그 정도의 폭력을 당하지는 않았겠지요. 아, 때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찍혔다고는 들었습니다.

저는 평택 미군기지 개발 주민 공청회를 무산시키려다가 끌려나왔을 때 형사들 주먹에 안경이 깨지고 안경테가 부러져 나중에 저처럼 안경이 깨진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경찰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그것도 기각 당했어요. 정당한 경찰 활동이라고 하더군요. 언제부터 형사들이 평화롭게 주장을 말하는 시민들을 두들겨 패면서 끌어내는 것이 정당한 활동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지금이라면 인터넷 아니 사회관계망 서비스 같은 곳에 올리면 주목이라도 받았을텐데, 그땐 그런 것도 없었지요. 힘없는 시민들은 억울해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요.

미미 2024-01-24 09:22   좋아요 0 | URL
입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이 공개된 장소에서 저런 취급을 받을 수 있다면 일반인은 어떨까 , 두려운 생각이 들었어요.
감은빛님 그런 일들을 겪으셨군요. 그럼에도 계속 그 길을 가고 계신것 같아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얼마전에 PD수첩에서 한 시민이 대통령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가 3평 남짓한 공간을 1시간 넘게 압수수색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어요. 영장에 ‘협박미수‘라고 써있었대요. 무기소지도 적시되었는데 그가 가진건 물총이었어요. 법과 공권력이 힘없는 시민들에게 무시무시한 망치네요.

페크pek0501 2024-01-28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갖고 있는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열심히 읽어 보겠습니당

미미 2024-01-28 21:53   좋아요 1 | URL
네! 페크님 올려주신 페이퍼 봤어요^^ 정희진 쌤 신간이라 아껴두었는데 저도 조만간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