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을 읽는 중간중간,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가 생각난다. 어느 소설을 읽고도 이렇게까지 오래 찜찜해 한 적 없는데...... 왜일까?.....그건 아마도 "다섯째 아이"의 엄마, 헤리엇을 싫어하는 마음이 영 떳떳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내가 헤리엇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혼자 아이 넷을 돌봐야 하는 와중에 다섯째로 태어난 아이가 '半사피엔스 + 半네안데르탈인' 돌연변이로  느껴진다면? 그 누구라도 "모두에게(다른 아이들, 남편, 시댁 어르신, 친정 어머니...등)" 만족스러운 선택을 내릴 수 없음은 뻔한데, 내가 헤리엇에게 너무 가혹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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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왜 나는 지난 리뷰에서 헤리엇의 아버지, 데이비드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이상적인 다산 가족의 환상이 산산이 깨졌는데도, 밑빠진 독 물 붓듯 양육비를 메꾸려 쉴 새 없이 일하는 데이비드를 나도 모르게 측은하게 보았나 보다. 늦었지만, 데이비드를 다른 관점에서 보려 한다. 

*

벤은 분명 데이비드의 자식이다. 하지만, 그는 다섯째 아이 벤에게 "어쨌건 그 앤 내 애가 확실히 아니야"(101)라며 선을 긋는다. 데이비드는 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본 적도 없다. 작가는 데이비드의 속마음을 한 문장으로 보여준다. "적어도 그가 생각하는 한 벤은 해리엇의 책임이었고 자신의 책임은 아이들, 진짜 아이들이었다. (122)"

*

벤을 짐승이나 외계인으로 비인간화했던 헤리엇.

벤에게 애정 커녕 증오감을 품고 망설임 없이 밀어낸 데이비드. 

*  *

눈물이나 후회, 한숨이 데이비드가 상상해온 행복한 삶에 들어올 여지가 없듯 "부족한" 아이는 데이비드가 품을 여지가 없나 보다. 재력이 대단한 데이비드의 친부와 사회적 지위가 번번한 데이비드의 친모 내외가 수를 써서 벤을 시설에 감금하기로 결정했을 때 데이비드는 도리어 농담하며 웃기까지 했다. 지구에 잠시 왔던 벤이 이제 화성으로 돌아가려나 보다고.  시설에 가면 그 아이가 머잖아 죽을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그것이 바로, 남들 보기 부족함 없는 이상적 가정을 꿈꿨던 데이비드가 자신의 세계에 들이기에 부적합한 자들을 처리하는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설 읽은지 한 일주일 만에 벤의 아버지 데이비드에까지 생각이 미친 걸 보면, 나 역시 돌봄의 주책임자를 엄마로 한정짓는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게 아닐까? 부끄럽다. 반성한다.  여러모로, [다섯째 아이]는 여전히 내게 찜찜함을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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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1-13 0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 전 이책 읽을 때 엄마에게 이입해서 너무 불쌍했어요 ㅠㅠㅠ <케빈에 대하여>랑 비슷한 시기에 읽어서 더 그랬던 듯도. 데이비드의 태도 지적해 주신 데 공감이 가네요. 순식간에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에 오래 남는 소설 같습니다.

얄라알라 2023-01-13 15:02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도....여러 분이 그런 말씀 해주시네요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도 떨떠름(?) 합니다....그래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가도 싶고요^^

고양이라디오 2023-01-13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지는 책이네요. 순식간에 읽어진다니 한 번 읽어보고 싶군요ㅎ

얄라알라 2023-01-13 15:01   좋아요 1 | URL
저도 첫 번째 읽을 때는, 쉬지 못하고 읽었어요. 외출하려다가 [다섯째 아이] 때문에 외출포기^^;;
고양이라디오님께서도 혹시 읽으시면 한 자리에서^^

yamoo 2023-01-13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 애가 확실히 아닌데, 해리엇은 도대체 벤을 시설에서 왜 데려왔을까요?? 그냥 놔뒀다면 모든 가족이 해피했을 거 같은데...데려오고나서 무책임하게 부랑아 학생에게 맡겨버리고...우리나라 엄마였으면 대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듯해요. 끝까지 책임지고 키워서 올바른 아이로 성장했을거 같다는 생각을 햇습니다..ㅎㅎ
 
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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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친 Y님께서 "각을 멈출 수 없게 하는 글의 힘이 새삼 놀라울 뿐"이라며 [다섯째 아이]의 리뷰를 마무리했다. 도리스 레싱의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나 역시 생각을 멈출 수 없다. 꼬리를 물며 확장하는 질문 때문이 아니라, 해소 안 된 불편감, 즉 찜찜함 때문이다. 

(이하 줄거리 스포입니다)



24살 해리엇과 30살 데이비드는 파티에서 한 눈에 끌려, 결혼했다. 아이 예닐곱을 낳아 큰 집에서 뛰놀게 하는 부모를 꿈꿨던 이들은 지불 능력 밖의 대저택을 구입했다. 그들의 부모는 '행복한 영국인 중산층 가정의 전형'을 현실화하려는 신혼부부의 욕심을 에둘러 나무라면서도 지원하는 데 인색하지는 않았다. 


그 대저택, 같은 방에서, 


1. 1966년 큰 아들

2. 1968년 큰 딸

3. 1970년 둘째 딸

4. 1973년 둘째 아들이 잉태되었고, 태어났다. 


6년 사이 무려 네 번의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 헤리엇은 감당하기 어렵게 전개되는 상황에 압도당했다. 짜증이 늘었고, 친정 어머니에게 점점 더 많이 기대었다. 하지만 "눈물과 속상함은 협의 사항에 결코 포함하지 않았던(49)" 이들 부부는 크리스마스나 여름 휴가 시즌이면 행복한 중산층 가정의 무대를 실수 없이 연출해냈다. 아슬아슬했던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피임이나 유도분만 등 일체의 기술적 개입을 배척했던 자연주의파 헤리엇이 덜컥 다섯째 아이를 임신했기 때문이다. 




헤리엇은 임신기간부터 그 태아를 남다르게 느꼈다. 그녀에게 산후 우울증이 있었던걸까? 헤리엇은 뱃속의 아기를 "원수, 야만적인 것, 짐승, 괴물"이라 여겼다. 심지어 "커다란 부엌 칼로 자기 배를 갈라서 애를 꺼내는 상상(66)"까지 했다. 그러니, 그 태아가 몸 밖으로 나왔을 때 얼마나 애정이 있었으랴! 아가를 향한 헤리엇의 증오와 혐오감은 점점 더 강렬해진다. 물론 아가의 생김새나 반응 패턴은 평범하지 않다(신생아 때는 엄마 젖가슴을 멍들게 하더니, 걸어 다닐 무렵엔 생닭을 이빨로 헤집어 놓았다). 다른 이들도 다섯째 아가 Ben에게 거리를 두고 비인간인 양 대우한다. 벤을 "외계인," "다른 종족" "몽골 사람" "네안데르탈 아기" "고약한 작은 짐승" "귀신이 바꿔놓은 아이" "도깨비"  "난쟁이" "호비트" "짐승 같은 것"이라 생각하는 인물들이 이 소설에는 계속 등장한다. 헤리엇은 온 세상이 아이에게 '비정상, 비인간, 다른 종족'이라 진단 내려주고(낙인 찍어주고), 자신을 "Poor Harriet"이라 동정해 주길 원한다. 자신은 남다른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죄인이 되었으니 희생자라는 논리이다. 



하지만, 자신이 벌린 상황을 수습하지 못해서 자신도 파멸하고 다른 가족의 삶까지 단절과 침묵으로 몰아 넣는 그녀는 과연 희생자인가? 그녀의 시가 부모들은 "대파국(99)"이 예견된다면서, 벤을 요양원(이라 말하고 수용소)로 보내 버린다. 침입자 별종 같던 존재가 사라지자 헤리엇 부부네 대저택엔 다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그 앤(Ben) 내 아이가 아니야"라며 차갑게 손절했던 친부 데이비드와 달리 헤리엇은 죄책감과 공포심에 짓눌린다. 

결국, 그녀는 뻔히 "대파국" 결말이 예상되는 선택을 했다. 그렇다. 자신이 "고약한 작은 짐승"이라 부르던 그 아이를 다시 집에 데려와 "인간화시키려는(156)" 노력을 한다. 헤리엇은 심지어 자기가 내버렸던 벤에게 "진짜 자식 중 하나를 대할 때처럼(112)" 불쌍함을 느끼기도 한다. 과연 그녀는 죄책감 때문에 감당도 못할 거면서 다시 데려온 아이에게 끝까지 책임을 다했을까?



소설 초반부에 헤리엇의 친정어머니 도로시는 사위와 딸에게 "너희 둘은 마치 모든 것을 움켜잡지 않으면 그것을 놓쳐버릴 거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것 같구나."(23)라고 에둘러 꾸짖는다. 헤리엇의 시어머니 몰리는 "순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면서도 사실은 인습의 정수였고 과장이나 과다함의 징후"(19)를 극혐하는데, 며느리를 그 표상으로 본다(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소설 후반부에서는 틀어진다). 헤리엇은 자기 자식을 두고, "그 애는 인간이 아니다"(142) "정상이 아니다(70)"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왔으면서, 막상 다른 사람들이 제 자식을 "몽골 사람"이냐 묻거나 "동물원에 가두자는 거냐" 물으면, 별안간 윤리적인 교양인이 된다. 

나는 엄마를 비난하는(mother blaming) 시선을 경계하지만 솔직히 해리엇에게 호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엄마로서가 아닌 한 성인으로 보아도 그러하다. 이중적이고 남탓하기 좋아해서 맘에 들지 않는다. 


챕터 나눔 없이 주욱 이어진 소설의 마지막 장은 당혹스럽게도,  엄마 헤리엇이 집나간 탕아, 벤의 불행한 미래를 과도하게 상세히 상상하는 넋두리로 끝난다. 45세 노안의 중년이 된 그녀는 대형 원목 식탁의 반들반들한 표면을 보면서 "화목한 가정과 행복"을 움켜쥐고자 했던 오만함을 반성한다. 20대에 4명, 30대 초반에 한 명, 모두 다섯 아이를 낳았어도 곁에 어떤 자식도 남아 있지 않은 외로운 엄마. 게다가 남편은 그녀에게 "우린 애가 없어. 해리엇. 아니, 나는 애가 없어. 당신은 애가 하나 있지."라며 정곡을 콕 찔러 준다. 

왜 노벨문학상 내공의 작가 도리스 레싱은, 주인공이 제 자식의 불행한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소설을 끝냈을까? 그 대답으로서 나는 이 문장에 주목했다. "그녀의 사고는 이런 틀 안에서 맴돌았다." (158)

작품에서 해리엇은 아이를 많이 낳고 기르고, 그 아이들이 다시 가정을 이룬 후에도 가끔 들리거나 돌아올 수 있도록 큰 집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런 틀에 갇힌 욕망이나 엄마 정체성 외에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소설을 두 번이나 읽고도 잘 모르겠다. 도리스 레싱은 도돌이표를 그리고 사고가 같은 수위에서 맴도는 헤리엇을 두고 "그녀의 사고는 이런 틀 안에서 맴돌았다" 한 게 아닐까?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야 말로, 헤리엇 스스로가 벗어나기 원치 않아 머무르고 맴도는 틀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온통, 자식 생각....집 생각...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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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1-12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나서 많이 찜찜하더라구요. 그래서 리뷰도 엄청 찜찜하게 썼던 기억이 납니다 ㅋ 그래서 도리스 레싱 다른책도 손이 안가더라구요 😅

얄라알라 2023-01-13 00:40   좋아요 1 | URL
저는 읽을 때는 하도 푹 빠져 읽어서 몰랐는데, 다 읽고나서 보니 이 책은 챕터 분할 없이 통째로 가는 구조더라고요
어쩜 이렇게 긴박감(?) 있게 소설을 잘 쓰시는 건지...게다가 회선이 꼬이다 못해 합선 화재라도 날 듯, 이슈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던져 놓네요....다른 책도 읽어봐야 더 알것 같아요^ ^

yamoo 2023-01-1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얄라님의 리뷰 잘봤습니다. 얄라님두 생각을 멈출 수 없으셨군요! 얄라님은 해리엇의 ‘내아이가 아니야‘에 꽂히셨군요..ㅎㅎ
저는 이 책에서 해리엇의 히스테리 핵심이...정신과 의사와 여타 엄마들 그리고 학교 샘에게 벤이 이상한 아이라는 걸 확인받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어쨌거나 얄라님의 리뷰로 읽으니 새롭군요!^^

얄라알라 2023-01-13 15:04   좋아요 0 | URL
처음엔 아빠이자 남편 데이비드가, 헤리엇을 말리는(?) 자세에서 점차 적극적으로 데이비드가 ˝내 애가 아냐. 당신 애야....˝의 태도로 나아가더라고요.

처음엔 놓쳤는데, 계속 생각하다 보니, 야무님 말씀처럼 그 대사가 무척 불편합니다.

그러고 보니, 산부인과 의사와 정신과 의사와의 만남 씬이 길게 묘사되는 걸로 보아 헤리엇이 의료적인 진단을 받아 자신의 고통을 인정받고 싶었었나봐요. 야무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
 
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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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드라마에 ˝끝순이(?)˝ 이름의 캐릭터가 있었다. ˝딸은 이제 끝, 그만. 제발 아들˝을 기원하는 이름이라고 했다. ˝다섯째 아이˝ 이름은 Ben, 이상적 가정을 꿈꾸는 Ben의 부모는 Ben의 이름만큼은 무성의하게 지었다. 다산하고자 했던 부부지만 Ben이후로 더 아이를 낳지 않았다. 못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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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1-10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안 좋아합니다. 으.... 느므 끔찍해서 말입죠. 도리스 레싱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해요.

얄라알라 2023-01-11 00:2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골드문트님.
골드문트님. 전 지금 이 책 두 번째, 처음부터 다시 읽는 중입니다.

맨 처음 읽을 땐, 마치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조바심으로 빠르게 책장을 넘겼고,
이젠 작가의 생각을 알고 싶다는 욕심으로 천천히 읽어요..

중간에 황색 공포증이나,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오래 묵은 유럽인의 편견 등, 제가 잘못 읽었을 수도 있지만, 편견이라 할 만한 단서들이 보였어요....도리스 레싱의 성격, 저도 더 알고 싶어집니다.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요^^

Falstaff 2023-01-11 05:50   좋아요 2 | URL
19호실에 쓴 댓글인데, 여기다가 쓸 걸 그랬습니다. ㅎㅎㅎ

진짜 만나서 쐬주 한 잔 마시면 사람이 담백하고, 직선적이고, 활달하고, 정의감이 뿜뿜 뿜어져나오는 화통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마음 속에 꽁하고 두지 않고 그냥 핏대 팍팍 올리면서 해치워버린다고 해요. 이런 사람들이 뒤끝이 없어서 오히려 더 좋기도 합니다.
근데 책은 여간해 잘 읽히지 않게 쓴단 말입니다. ㅎㅎㅎ
이 양반, 하여간 사람이 사람 차별 하는 거, 그건 눈 뜨고 안 봐준답니다. D.H.로렌스 작품 판금 소송, 루슈디 사형선고 규탄, 이런 데 무조건 앞장섰던 작가입니다.

yamoo 2023-01-11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번째 읽으시군요! 벤의 이름을 짓는 것도 그렇지만 그 양육 면에서 보면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린 것에 좀 화가나더라구요...
잘 읽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300페이지가 넘었다면 덮었을지도..^^;;
근데 생각할 꺼리를 많이 준 의미있는 책이라는 건 부의할 수 없어요..
얄라님의 리뷰는 어떤지 기대가 됩니다!

얄라알라 2023-01-13 00:41   좋아요 0 | URL
예전부터 이 책 리뷰가 알라딘에서 핫해서 눈 여겨 보았었지만, 이제 제가 소설 읽은 후에 다시 리뷰들을 찾아가보니 생각이 복잡해진 건 저뿐이 아닌가봐요. yamoo님 말씀처럼 정말 생각이...생각이^^;;;;개운하지는 않네요. 그렇지만.

페크pek0501 2023-01-12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들을 기원하는 이름을 지었다고 해서 꼭 아들을 낳는 게 아니었던 사례를 알고 있어요.
성의 없음을 반성할 점이라고 봐요.

얄라알라 2023-01-13 00:42   좋아요 1 | URL
해제에서 Ben이름의 상징성을 풀어주던데,
저는 이 이후로 부부가 아이 가질 엄두를 아예 못 내는 게 무섭다고 느꼈어요
 


읽고 난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일상 대화에서도 '드라이, 드라이' 하고 다닐 지경으로 계속 소설 [드라이]가 생각난다.  


https://blog.aladin.co.kr/757693118/14227819

한국이 물부족 국가라는 사실, 올해 뵈었던 어르신 중에서 상수도 시설이 없는 거주지에 사셨던 지라, 출산 임박해 스스로 작은 우물을 팠다는 회고담, 심지어는 사막 행성 배경의 영화 [DUNE](2021)나 다큐멘터리 [Blue Gold]까지 꼬리를 물고 계속 생각난다. 일상이 예고 없이 비일상 재난 상황으로 전환되고, 국가라는 안전망은 구멍 숭숭 뚫린 신기루에 불과한 상황이 '당신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의,' '나의' 상황이 될 수 있으니까.



오래 전, 수자원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불평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블루 골드]를 보았다, 2023년 업데이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신간 [워터]를 읽었다. 하버드(중퇴이지만) 출신 헐리우드 배우로 더 유명한 멧 데이먼과 개리 화이트가 함께 썼다. Water.Org 공동 설립자인 이들이 서로의 노력과 철학을 칭송하면서도, 물부족의 현실을 현장 전문가의 시각에서 전해주는 책이다. 이들이 어떻게 "Water.Org" https://water.org/를 통해 지구촌 물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는지 책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또한, 깨끗한 물 접근성이야 말로, 생존뿐 아니라, 교육 기회, 성평등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유도한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분들이 발벗고 나서 준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다만, 부제인 "물이 평등하다는 착각"을 십분 살려서, 물이 부족한 지역 사람들의 시점에서 불평등의 현실을 조금 더 생생히 삽화처런 부각시켜주었더라면 하는 욕심을 독자로서 부려본다.



[드라이] 덕분에 앞으로도 한 동안, 물 불평등에 대한 자료를 찾아 다닐 것 같다. 



캘리포니아 수로(California Aqueduct) 때문에 수로 지나는 주변 지역민의 건강(평균 수명)이 현저히 나빠졌다고 비판하는 (저자 자신이 그 지역 출신) 책을 분명히 읽었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기억 나지 않아 답답합니다. 계속 검색어를 바꿔하며 그 책을 찾고 있는데(뭔가 건강 불평등에 관한 책), 혹시라도 플친님들 중 그런 책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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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01 2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맷 데이먼!!!!! 오~~
책 제목을 알려드리지 못해 아쉽네요ㅜㅜ
저도 궁금하네요!!
물 아껴써야 하는데 큰일입니다ㅜㅜ
기후위기도 그렇고, 앞으로의 미래가 어찌될지?

얄라알라 2023-01-02 12:25   좋아요 3 | URL
맷 데이먼도 그러하고, water.org 공동 설립자 개리 화이트 역시
어머님께서 봉사에 진심이신 분이셨더라고요^^

알게 모르게, 공동체를 보듬는 엄마의 마음과 행동이 자녀에게 전해지나봐요^^

책읽는나무님, 해피 먼데이 시작하셨기를^^

감은빛 2023-01-02 2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라도 쪽 가뭄이 심각해서 상수원이 말라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이 물부족 국가라는 이야기는 언론의 오보였지요.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도시화, 산림 정책, 4대강 사업 등으로 점점 더 물 자원이 부족해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저도 책 제목을 알려드리지 못해 아쉽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얄라알라님.

얄라알라 2023-01-03 13:04   좋아요 1 | URL
감은빛님 감사합니다. 물 부족 세계 지도를 보면 우리나라 남부지역은 붉은 색이더라고요
먹거리가 나오는 귀한 땅인데, 도시민으로서 클릭과 배송 받는 데만 익숙해져서
정작 땅 지키시는 분들의 고뇌가 제 것임을 잊을 뻔했어요

일깨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은빛님.

책 제목, 아, 저도 정말 답답해서 도서관을 직접 찾아서 서가에서 어슬렁 거리는 게 빠를 것 같아요^^ 분명 읽었으니까 ㅎ


고양이라디오 2023-01-05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이 부족하면 정말 끔찍할 거 같아요ㅠ 얄라님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ㅎ

멧 데이먼이 이런 활동하는지 처음 알았네요ㅎ 좋은 일 하시네요^^b
 

요새 정가 5000원인 책 드물 텐데... [몽실 언니] 정가가 5000원인 걸 확인했다. 언니를 서가에 모셔만 둔지 십수 년 지났나 보다.


후회된다. [Pachinco]는 득달같이 원서로 도돌이표 감아가며 읽었으면서, 정작 권정생 선생님의 [몽실언니]를 소홀히 대접했다니. 게다가 난, 고작 1/5이나 읽었을까 한 지점에서 무례하게도 책 덮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제 열 살도 안 된 몽실이가, 자신에게 닥친 가혹한 시련을 "제 팔자"라고 말하는 게 안타까워서 였긴 했지만...


https://blog.aladin.co.kr/757693118/14198722


[몽실언니]를 다 읽고 나니, 어머니 밀양댁도, 몽실이 새아버지도 친아버지도, 몽실이가 만났고 스쳤던 많은 사람들이 내렸던 선택과 행위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다.

Presentism

나에게 "직관력 있다perceptive"고 칭찬(?) 해주셨던 선생님께서는, 과거를 해석할 때 "presentism"를 경계하라고 알려주셨다. '현재주의(?)로 옮겨야 하나?'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현재의 잣대로 과거가 남긴 편린들(물질이건 비물질적 관계이건)을 상상하려는 성향을 극복하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그런데 내가 [몽실 언니]를 읽으며 반대로 했다. 아침이면 스벅에서 뜨거운 커피 마시며 자판 두드릴 생각하며 배곯아 본 적 없는 나는, 지극히 내 중심의 현재주의적 관점에서 [몽실 언니]를 해석했으니까.

* * 

"다리 다친 건 제 팔자"라는 몽실이의 말은, "누구라도, 누구라도 배고프면 화냥년도 되고, 양공주도 되는 거예요."라는 현실 인식과 이어진다. 이제 채 열 살 정도 나이였지만, 몽실이는 구조적 폭력에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의 전략으로 생존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했던 것이다.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웠다. 그래서 "언니"같다.

몽실이는 전쟁통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난남"으로 불리는 동생을 갓난이 때부터 엄마 대신 먹여 키웠다. 젖도, 쌀도, 기차삯도 동냥해서 동생과 아버지를 부양했다. 깡통을 구해 '거지'를 자청하더라도, 동생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다. 몽실이에게 "팔자"는 영어 단어의 "destiny" 뉘앙스가 아니었는데, 내가 잘못 이해했던 것 같다. 미안스럽다.

* * 

몽실이가 업어 키웠던 동생 난남은 학교에서 글을 익혔고, [안네의 일기]를 좋아했다.


자신도, 몽실이도, 죽은 금년이 아줌마도, 한국의 모든 여자들은 안네 같다고 생각했다.

...

절뚝거리며 걸을 때마다 몽실은 온몸이 기우뚱기우뚱했다. 그렇게 위태로운 걸음으로 몽실은 여태까지 걸어온 것이다. 불쌍한 동생들을 등에 업고 가파르고 메마른 고갯길을 넘고 또 넘어온 몽실이었다.


[몽실 언니] 마지막 장.

"한국의 모든 여자들은 안네 같다"라고 적어준 권정생 소설가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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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2-23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득 오래 전 드라마로도 나왔는데 그때 주인공을 맡은 그 소녀 탈랜트 지금은 뭐하며 사는지 궁금하네요. 똘똘하게 연기를 잘 해서 나름 인기있었는데. ㅎ

얄라알라 2022-12-23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 K님 말씀해주시니 갑자기 검색해보고 싶어졌어요^^ 전 드라마는 본적이 없는데 단발머리 그 소녀는 알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12-23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권장도서여서 이 책 읽긴 했는데,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 읽으면 또 다를지도 모르겠어요.
잘읽었습니다. 알랴알라님, 이번 일요일이 크리스마스인데, 날씨가 계속 추울 것 같아요.
추운 날씨 조심하시고,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얄라알라 2022-12-27 09:50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서니데이님, 제가 핸드폰으로 북플 확인하다 보니 바로바로 댓글 인사를 못드렸네요.

저는 뒤늦게 읽고 보니,
다른 분들은 이미 다 읽으신 필독서였나봐요.

분량은 짧지만 저를 충격에 빠지게 한 책이었네요^^;;

서니데이님께서 해피 연말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