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 Z (Z세대) -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로버타 카츠 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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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Z]?

사회과학서 제목이라기보다는, 백화점 입점 힙한 신생 브랜드 이름처럼 들립니다. 부제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The Art of Living in a Digital Age"를 확인하자마자, 궁금증과 당장 읽어야겠다는 의욕이 솟구쳤어요. 사실, 도서관 300번대 서가 어슬렁거릴 때마다 "요즘 애들," "MZ," "(포스트) 밀레니얼," "청년" 을 제목에 담은 책들이 즐비하길래, 언젠가는 세대론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평소 제가 관심을 두어 온 사회학, 언어학, 역사학, 인류학 전문가들이 협업한 결과물이라니 그 방법론과 분석 방향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Gen Z]는 미국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봄날 햇살을 즐기며 '요즘 애들'을 이야기하던 4명((언어학자 세라 오길비 Sarah Ogilvie, 인류학자 로버타 카츠 Roberta Katz, 역사학자 제인 쇼 Jane Shaw, 그리고 사회학자 린다 우드헤드 Linda Woodhead)의 오케이 부머(OK boomer)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은각 전공 분야의 이론과 방법론을 활용해 "요즘 애들"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해석하고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합니다. 재정적 지원처를 확보한 후 이들 4인은, 대학교수로서 동원 가능한 연망과 지도학생들의 도움에 힘입어 3년간 차곡차곡 자료를 모았습니다. 일반인도 이해할 쉬운 언어로 그 연구 결과를 풀어낸 책이 바로 [Gen Z]이고요. 




[Gen Z]는 '세대론'이라는 주제와 방법론 면에서 태생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데, 공저자 4인은 영리하게도 도입부에서 그 약점을 공개하고 인정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먼저 표본의 한계로 인한 과대 일반화 가능성입니다. 이 연구는 2017년부터 3년간 120개 포커스 집단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자료, 무려 7000만 영어 어휘를 분석한 'I 세대 말뭉치' 그리고 문헌 자료에 기반을 두었습니다. 인터뷰 대상은 모두 미국의 두 대학(캘리포니아 소재의 칼리지와 스탠포드 대학)과 영국의 랭커스터 대학교 재학생인데, 저자들이 직접 인터뷰하지 않고 Z세대인 연구조교들에게 대리 수행시켰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는 Z 세대 특유의 존재와 상호작용 방식, 정체성 지표, 지향과 세계관, 문제의식 등을 다룬다고는 하지만 표본의 한계로 인해서 특수한 소수 집단의 특성을 파악했다는 정도로 의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저자들의 말을 들어 보겠습니다.


이 책은 표본의 한계로 인해 전 세계 포스트 밀레니얼에 관한 확정적 연구서는 되지 못한다. 그래도 미국과 영국의 Z세대를 포착하는 데는 유용한 책이기를 바란다. 다른 문화권과 사회에서 Z세대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이 영감을 준다면 기쁠 것 같다.

[Gen Z] 들어가며: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中


_____

따라서, [Gen Z]를 생산적으로 읽으려면 자료의 대표성을 문제 삼거나 해석의 허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연구의 시사점을 현재 관심 두고 있는 집단 및 사회에 생전적으로 적용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제 경우엔, 공저자 4인이 소위 포스트 밀레니얼이라 불리는 "Z세대"의 가치관(가족과 친족, 친밀관계, 상위 공동체, 정치의식 등), 관심 화두나 정신 건강상태 등 비물질적 변화를 '언어-I세대 말뭉치'를 통해 포착하려는 시도가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I 세대 말뭉치' Z세대의 교차적 정체성에서 '국가나 민족,' '종교,' '계층'등의 지표가 덜 중시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법적으로 구속되는 가족이나 친족 관계를 넘어, 온라인 오프라인 상 유사가족 관계를 구축하는 Z세대에게는 'fam' 'crew' 'tribe' 등의 어휘가 일상에서 많이 활용된다는 것도 확인해 줍니다. 또한 기성세대를 불신하고 경직된 위계질서를 환멸 하는 Z세대는 유독 "I"주어의 문구,  'I think,' 'I have,' 'I don't' 등을 유독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Z세대는,

  1. Born Digital: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산다. 그에 따라 소통방식, 상호작용 방식도 조율한다.
  2. 자기 중심성과는 변별되는 "자기 의존적 지향성"을 보이며 (의외로) 타인을 돌본다.
  3. 디지털 세대는 조립식 정체성을 통해 공동체에 소속되고자 한다.
  4. 공동체 밖 타인을 포용하고 다원주의를 추구한다.
  5.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 진정성을 중시하며, 이를 변별할 수 있다.
  6. 협력(콜라보)를 중시하며, 위계가 아닌 합의된 권위를 지향한다. 전문가 우대는 옛말이다.
  7. 암울한 현실에 환멸하고 현 세대의 과제가 버겁다고는 느끼며,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8. 그렇다고 안주나 포기가 아니라, 미래의 변화에 대비해 집합적으로 투쟁하고자 한다.

다소 이상화된 특성으로 보이지는 않나요? 아무래도 실제 Z세대의 일상에서 밀착 관찰한 연구가 아니라, 자기보고식 설문조사와 대면 인터뷰로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이상화된 답변들이 모이지 않았을까도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연구가 Z세대라는 추상의, 경계가 흐린 집합체를 'Z' 에 속하지 않는 세대와 변별하는 목적을 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보다는 인류가 처해 있는 큰 어려움과 변화에 협력하여 서로 배우고 같이 나아가자는 데 [Gen Z]의 핵심 메시지가 있습니다.

여기, 서문의 유효한 문장이 있어 옮겨보겠습니다.

우리 연구와 이 책의 목표는 Z세대를 병리학적으로 해부하거나 이상적으로 포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들의 방식대로 Z세대를 이해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물려받은 세대를 파헤쳐 보고 싶었다... 우리는 한배를 탔다. 우리에게는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에게 배울 귀중한 점들이 있다. [Gen Z] 13쪽



해당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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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1-31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Z세대ㅎ 유튜브에서 SNL MZ오피스 보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ㅎㅎ

Z세대의 특징을 보며 인간 혹은 젊은 세대의 보편적 특징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ㅎㅎ

얄라알라 2023-02-01 01:54   좋아요 1 | URL
그 연기 잘 하시는 주현영이 메인인 프로그램 말씀하시는 거죠?
ㅎㅎ저도 봤어요. 넘 재밌었어요^^ 다들 연기도 넘 잘하시고

오늘도 직거래장터에 가면 MZ세대 참 많이 볼 수 있다. 기성세대(?)와 다른 면이 있다...라고 얘기해주시는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좀 나눴는데 [GEN Z] 생각이 났어요

고양이라디오 2023-02-01 10:33   좋아요 0 | URL
다들 주현영씨가 연기 잘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넘 재밌어요ㅎ

요즘 MZ세대는 어떤가 궁금하네요ㅎ 뉴스로만 들은 거 같아요ㅎㅎ

2023-02-01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3-02-0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급해 주신 대로 백화점에
이제 막 입점한 신생 브랜드
처럼 들리네요 ^^

본 디지털, 정말 공감하는
바입니다. 어릴 적부터 그렇
게 너튜브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디지털에 대한 거부
감이 기성세대와는 남다르
다고나 할까요.
 
완벽한 아이 -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모드 쥘리앵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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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

완벽한 아이 (모드 쥘리앵)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를 재미있게 읽고 재확인한 지혜가 있습니다.

'책 덕후들의 리뷰가 뜨거울 땐 다 이유가 있다, 미루지 말고, 바로 읽어라.'

그래서 이번에는 [완벽한 아이]를 읽었습니다. '아이 child'만 일부러 찾아다닌 건 아니고요, 이 책 역시 최근 몇 년 이웃님들 서재에 자주 올라왔거든요. 역시나! 재미있었습니다. 토요일 오후부터 잠들기 전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완벽한 아이 (The Only Girl in the World)]는 회고록입니다. 소설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1인칭 시점에서 회고하는 '모드 쥘리앵'이 가공의 인물이라고 착각이 들었고, 차라리 그러기를 바랐습니다. 그 정도로, 그녀가 견뎌 낸 유년기는 가혹했습니다. 20세기 유럽, 그것도 프랑스라는 문명국가에서 한 아이가 18년이나 감금된 채 가스라이팅 당하고, 정서적이고 육체적 학대까지 감내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습니다. 차라리 소설이라면 마음이 덜 불편할 텐데, '모드 쥘리앵'은 실존인물입니다. 책 표지에 빨간 두건을 쓴 아가가 바로 쥘리앙입니다. 암울해집니다. 그 가혹한 18년을 견뎌낸 아이는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 다행히 모드 쥘리앵은 정신의학을 공부한 후, 현재 심리치료사로 활동 중입니다. 자신처럼 학대 받고 가스라이팅 당해 어둠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했던) 이들을 돕고 있습니다.


 18년 삶을 축약한 [완벽한 아이]를 빠르게 이해하는 데, 다음 두 단어가 유용합니다.

"식인귀" 그리고 "초인"

먼저, 식인귀. 저자 '모드 쥘리앵'은 이 책을 어머니께 바칩니다. 그런데 수식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식인귀의 첫 희생자였던

나의 어머니에게


식인귀? 

네, 실은 모드 쥘리앵의 아버지를 칭하는 말입니다. 실존 인물이자 성공한 사업가였던 모드 디디에를 구글 검색하면 거구의 풍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딸과는 무려 56살이나 나이차가 나는 이 남자는, 완벽한 아이, 즉 초인의 길러내기 위해 위해 말 그대로 씨앗부터 사 왔습니다. 이 남자는 6살밖에 안 된 여자아이를 가난한 광부 아빠에게서 사 온 후(말이 좋아 잘 키워주고 교육도 시키겠다는 제안이지, 현대판 씨받이와 다를 바 없는 발상이기에 소름이 돋습니다), 6살 소녀를 22년간 착실히 기르다가 어느 시점에서 자식을 생산하게 합니다. 계획된 것입니다. 어린 모드 쥘리앵조차도 가족관계의 기형성을 인식합니다.

***

아버지는 정말 내 아버지일까, 어쩌면 어머니의 아버지가 아닐까.

[완벽한 아이] 44쪽


모드 쥘리앵의 어머니 역시, 딸에게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입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을 회상합니다.


어느 날 큰언니 앙리에트가 네 아버지를 데려왔어. 처음 본 내 눈에는 아주 크고 무서운 어른이었지...네 아버지가 처음 찾아왔을 때 난 여섯 살이었어. 지금 네 나이지. 네 아버지에게 나도 너 못지 않게 중요한 존재라는 걸 알아두렴. [완벽한 아이] 45쪽


****

같은 남성을 아버지로 둔 어머니로서 딸을 제대로 사랑하기 어려웠던 걸까요? 질투였을까요? 공포감 때문이었을까요? 어머니는 딸이 겪는 고행의 설계자는 아닐지언정, 집행자 역할에 무척 충실합니다. 외부 세계와 단절시켜 학교도 보내지 않고 엄격한 가정 교육을 시키는 아버지의 조력자가 됩니다. 쥘리앵의 아버지는 특전사 훈련인 양 신체적 극한 상황을 견뎌내고 욕구들조차(수면욕,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따뜻한 물로 씻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망)도 억누릅니다. 피우던 담배를 쥘리앵의 허벅지에 대고 끄는 가학적인 음악 선생님을 아예 가정 교사로 들이지를 않나, 말 그대로 물에 집어 던져서 죽음의 공포 속에서 수영을 스스로 깨치도록 유도합니다. 쥐떼가 찍찍 거리는 어두운 지하실에 가둬 놓거나, 전기 울타리를 손으로 쥔 채 포커 페이스로 고통을 참으며 공포를 극복하도록 훈련합니다. 최악은, 이 모든 부조리한 훈육과 학대가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초인,' '멈추지 않고 땅을 파내려가는 나사송곳' 되는 과정이라고 어린 소녀를 가스라이팅한 것입니다. 그래서 [완벽한 아이]에는 "초인"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인내를 통해 승리하는 나사송곳이 되"(93) 는 것으로 세뇌 당했던 쥘리앵은 그렇게 초인으로 길러집니다. 가스라이팅 당한 나머지, 자신의 아버지가 환생을 거듭하며 피타고라스에게서 배웠고, 템플기사단의 갑옷을 입고 십자군전쟁에도 참가하는 등 기적의 인물이라고 믿었죠. 그래서, '아버지 - 어머니 - 자신' 3인으로 구성된 기괴한 컬트 집단에서 별반 반항 하지 않고 컸던 것입니다. 과연 딸을 세상에 둘도 없는 초인으로 강화시키려는 아버지의 계획은 성공했을까요? 

****

모드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이 대목이 의미심장합니다. 


여름이다. 우리는 베란다에서 점심을 먹는다. 오래된 네델란드 치즈를 잘라야 하는데 굳어서 잘 안된다. 어머니가 화를 내며 치즈와 칼을 빼앗아가다 손을 벤다. 어머니가 나 때문에 다쳤다고 화를 낸다. 아버지는 "정신 버쩍 나게 혼내줘야겠다"라고 고함을 친다. 그 순간 나는 고함소리에 진저리가 난다. 칼을 집어 들어 치즈 도마 위에 놓인 다른 쪽 손에 힘껏 내리꽂는다... 내 손에는 여전히 칼이 박혀 있다. 아버지가 진다. 아버지가 졌다. 어머니에게 소리친다. "위스키 가져와. 그 손 상처에 반창고도 붙이고."

...

불편한 무언가가 마음을 들쑤신다. 조금 전 내가 위스키를 부을 때 아버지의 이글거리던 눈 속에서 보인 어던 것 때문이다. 그 희미한 그림자...그것은 자부심이었다...지금 나는 오히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게 아닐까? 힘, 용기, 결단, 위력...아버지가 바라는 이런 것들을 실천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스스로 무얼 하는지도 모른 채 아버지의 정신적 지령에 복종하는 불쌍한 꼭두각시일 뿐일까?


태산같이 꿈쩍도 안할 것 같던 아버지와의 기싸움에서 이겼다는 기쁨도 잠시, 딸은 자신의 이런 반항적 행동 역시 '아버지가 설계한 작품의 일부가 아닐까? 자신은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을까?' 회의합니다. 

실제, 18년 만에 모드 쥘리앵은 그 집에서 나올 수 있었으나, 진정한 해방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억눌렸던 고통들이 신체화되어 기절과 공황발작이라는 형태로 새롭게 쥘리앵을 잠식합니다. 



다행히 어린 시절, 동물과의 교감, 음악과 책이 소녀가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주었듯, 20대의 모드 쥘리앙은 '머리 고치는 의사'가 되겠다는 유년기의 꿈을 안정제 삼아 공황발작과 공포를 다스리게 됩니다. 자신을 일으켜 도움으로서 남을 돕는 사람으로 우뚝 섰지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모드 쥘리앵의 회고록, [완벽한 아이]를 읽을 수 있는 것이고요.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 모드 쥘리앵의 어깨에 따뜻한 손은 살포시 얹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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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3-01-29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엠마 도너휴 책이나 제이시 두가드 책이 생각이 나네요. ㅠㅠ 에고 읽기 힘드셨겠어요. 칼 이야기는 너무 끔찍해요. ㅠㅠ

얄라알라 2023-01-29 23:04   좋아요 2 | URL
엠마 도너휴 / 제이시 두가드....


바로 찾아볼게요. 감사드려요 Persona님,
네 읽기 힘들었어요. 동시에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정신과 몸을 억압해도 틈새를 비집고 밖으로 나오려하는 아이의 모습이 행간에 있어서...‘칼‘ 에피소드는 끔찍한 동시에, 벗어나고 뒤돌아 봤더니 자신이 여전히 그 미로 안에 갇혀 있는 겹겹의 가위처럼 느껴져서 무서웠어요

얄라알라 2023-01-29 23:07   좋아요 2 | URL
세상에나....제이시 두가드 역시 실존 인물이네요...힘들어서 <도둑맞은 인생>은 못 읽겠네요^^;;

persona 2023-01-29 23:20   좋아요 2 | URL
엠마 도너휴 책 <룸Room>도 프리츨 사건의 희생자에게 직접 인터뷰해서 쓴 소설이라 거의 실화예요. 둘다 읽다가 다 못 읽었답니다. ㅠㅠ 그런 실화라니 너무 끔찍하죠. ㅠㅠ

초란공 2023-01-29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실제 피해자가 쓴 글이라는 말씀이네요. 생각만 해도 소름돋습니다. 소설이나 영화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것 같아요. ㅜㅜ

얄라알라 2023-02-01 01:56   좋아요 0 | URL
[미녀와 야수]였던가요? 영화 보다, 주인공 엠마가 야수의 성에서 답답할 때, 도서관에서 미소를 찾는 장면에서 저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터졌었는데 [완벽한 아이]의 모드 쥘리앵 역시, 책과 음악, 동물친구들과의 교감이 정신의 줄을 잡게 해주었어요....

초란공님 말씀처럼 소름 돋는 이야기 속에서 희망이 보이는 부분이었네요...

오히려 실제 영화로, 영상으로는 이 이야기를 도저히 못 볼 것 같습니다 T T

호우 2023-01-30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는 동안 많이 힘들 거 같아요. 그런데 읽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룸>은 영화로 봤는데 소설은 더 심각하겠죠? 대개 영상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을 하는지 글이 더 쎄더라고요.

얄라알라 2023-02-01 01:57   좋아요 1 | URL
저자 모드 쥘리앵이, 일기를 쓰지도 않았고, 아빠가 원하는대로 빡빡한 스케줄대로 살다보면 일기 쓸 시간도 없었을 텐데, 어린시절을 저렇게 상세히 기억하고 묘사할 수 있다는 점도 놀랍더라고요...

호우님께서 말씀하셨듯, 힘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이런 잔혹한 이야기에 찐한 호기심을 느낀다는 자체가 죄스럽기도 했어요. 동시에...

그레이스 2023-01-30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하구요.

얄라알라 2023-02-01 01:58   좋아요 1 | URL
네, 그레이스님, 분명 논픽션인걸 알면서도
제가 읽으면서 자주 소설이라고 상상하고 있더라고요

고양이라디오 2023-01-31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화라니... 참 현실은 무섭고 대단합니다.

얄라알라 2023-02-01 02:00   좋아요 1 | URL
고양이라디오님 말씀을 들으니, 사실 멀리 196-70년대 프랑스의 예가 아니라
지금 이 사회에서도 많은 예가 있을텐데...

그 생각 하니, 씁쓸하고 맥이 빠지네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니 뵐뇌브 Denis Villeneuve 감독을 좋아한다. 오래전 1월 1일, [그을린 사랑 Incendies] (2010)으로 처음 이 분을 알게 되었는데, 영화가 준 정서적 충격이 압도적이었다. 새해 첫날 다이어리에 적은 글이나 희망찬 계획들이 갑자기 허무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 후로, 드니 뵐뇌브는 나의 최애 영화감독이자 존경하는 예술가가 되었다. [시카리오] (2015), [Arrival](2016), [Blade Runner 2049] (2017) 그리고 [Dune](2021)까… 이 분의 천재성과 장인정신에 감복하고 감사하며 영화를 보아 왔다.



 특히 [Dune](2021)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아랑곳 안 하고 극장에서 4번(2D 2번, IMAX 2번)이나 보았을 만큼, 모든 면에서 판타스틱했다.


  • 음악: 한스 짐머 _ 흰 리넨 로브를 입은 꿈속 여인이 사막에 등장하는 장면에서 터지는 사운드, 사막행성의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 연기: 레이디 제시카 역의 레베카 퍼거슨을 오래전부터 좋아했는, [Dune] 보고 난 후에는 젠데이야 콜먼과 티머시 샬라메의 매력에 새로 눈 떴다. 배급사에서 영화 판권을 딴 계약을 마치고 감독을 발탁하는 데 불과 15분 걸렸듯, 샬라메 역시 폴 아트레이드 역 적임자로 바로 낙점되었다.


  • 대본: 923쪽인 소설 [Dune]을 읽는 데 하루 종일 걸렸다. 그나마 전체 시리즈 중 시작에 해당하는 1권뿐인데도 말이다. 이런 압도적 스케일과 방대한 서사를 어떻게 2~3시간 상영시간에 담아낼까? 그래서, 드니 뵐뇌브 감독은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제작하기로 결정한다. 손 보고 또 손 보아서 최선을 대본을 뽑아낸다. 현란한 스펙터클과 속도감을 기대하는 관객과 인물의 내면과 내적 성장에 초점을 둔 원작 사이에서 균형 맞추기가 어려운 작업이었을 텐데, 역시 "프랭크 허버트 찐팬" 드니 뵐뇌브 감독답다.


  • 영상: 숨을 잠시 멈추게 하는...... [DUNE] 4차 관람의 유!

그래픽 노블로, 소설로 그리고 영화관에서 4번 관람까지 총 6번 [DUNE]을 횡단했는데도, 놓친 부분이 많았다. [듄: 메이킹필름북] 덕분에 그 놓친 부분, 영화 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디테일을 확인했다. 토요일을 무겁고 두꺼운 [듄: 메이킹필름북]과 보낸 보람이 있었다.


[아바타: 물의 길]은 최근 2번이나 보았으나, 흥미롭게도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마치 놀이기구 탑승 체험처럼, 객석에서 일어나는 순간 신기루처럼 화면의 잔상도 흥분감도 사라진다. 사운드트랙도 희미하다.

반면 [DUNE]은 소설과 그래픽 노블로도 접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잔상이 마음속에 뻐근하게 남아 있다. 두 작품 모두, 엄청난 자본과 어마한 전문인력이 투입된 장기 프로젝트였던 만큼 감히 저울질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관객으로서나 개인으로서 나는 아날로그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구나를 깨달았을 뿐이다. 


예를 들어, 아트레이드의 전사 던컨 아이다호가 사막행성에 착륙(?)하는 장면도 영화 [DUNE]에서는 중장비까지 동원하여 사막 혹은 세트장에서 직접 찍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오니셉터( ornithopter)를 여러 기종 (+ 낡은 것과 새 것)으로 제작하고, 상당한 수송료를 지불하고 사막으로 직접 실어 날라 촬영했다 한다. 새삼 드니 뵐뇌브 감독의 장인정신에 감복한다.


장인 정신은 소품과 의상 등 물질적인 요소뿐 아니라 전투씬의 무술 동작과 사막행성의 독특한 걸음걸이, 언어와 문자 등 비물질적인 요소에서도 드러난다. 드니 뵐뇌브 감독은 영화의 완성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술 전문가, 언어학자, 리넨 디자이너, 현대 무용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했다. 


영화를 네 번이나 보면서도, 사막 부족 프레멘의 칼, 아트레이드 가문의 칼, 잔혹한 용벙 사우르카의 무기를 눈여겨 보지 않았다. 하지만, 무기 디자인과 색감은 해당 무기를 다루는 집단의 에토스까지 반영하는 식별 표지라는 걸 [듄: 메이킹필름북]을 통해 알았다. 마찬가지로 하코넨의 야수적인 잔혹함과 탐욕을 드러내는 장치로 캐릭터의 몸집과 의상이 중요한 기여를 하는데, 드니 뵐뇌브 감독의 디테일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하코넨의 식탁에 올라간 메뉴들도 캐릭터의 성격을 반영한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원작과 달리, 사막행성의 카인즈 박사가 여성인 까닭이 궁금하면서도 흡족했다.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가 사막지역 출장을 계기로 [DUNE]을 쓴 지 거의 6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인지라 이 캐릭터를 여성화하여도 큰 무리가 없다. 드니 뵐뇌브 감독이 다른 스태프들과 나눈 대화를 들여다보면, 감독의 Dune 세계관을 희미하게나마 유추할 수 있다. 뵐뇌브 감독은 베니 게서리트로 대표되는 여성 캐릭터들은 세계를 움직이과 역사의 흐름을 설계하는 면에서 남성 권력자들과 차원이 다른 시간관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 마디로, 매우매우멀리 내다보고 큰 스케치를 해두는 장기적인 설계가 여성적 접근이다.


그 맥락에서 베네 게서리트들이 타고 다니는 우주선의 모양이 계랸형인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한다. 달걀 EGG는 난자, 즉 다산성과 생식력으로 볼 수 있는데, 장기적 설계도를 현실화시키는 이음매들은 바로 그 생식력이다. 아! 뵐뵈느 감독 천재!





사막은 자비를 모른다. 적응하지 못하면 죽음뿐이다. [듄] 대본 첫 페이지 문구 


사막을 좋아한다는 드니 뵐뇌브 감독은 이 문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듄>은 고향에서 뿌리 뽑혀 새로운 환경으로 이주당한 뒤 대다수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곳 토착민들의 문화를 배울 만큼 호기심이 있는 사람은 생존을 위한 지식과 지혜를 얻을 겁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정치, 기술, 환경이 모두 빠르게 변하죠. 여기서도 역시 가장 많은 지식을 얻는 사람이 살아남을 겁니다...

나는 <Dune>이 젊은이들에게 울림이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 프로젝트의 DNA 곳곳에 이 적응이라는 개념이 배여 있어요.

나는 젊은이는 아니지만, <DUNE>의 메시지에 충분히 진동한다. 물을 비롯 자원이 풍요로운 행성의 이방인 눈에는 사막행성 프레멘의 문화가 무자비해 보일 수 있다. 프레멘은 회복이 어렵게 다친 동족의 피와 체액을 취하여 생명수로 바꾼다. 100사람을 살릴 수 있는 귀한 물을 야자수 한 그루에 퍼부으며, 미래의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를 담는다. 생존에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풍요를 누리던 사람들의 눈에는 기괴하고 가혹한 삶의 방식이다. 하지만, 그런 적응력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야말로 그들을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세대를 걸쳐 생존시킨 힘이다. 프레멘에게서 무엇을 배울까? 신념은 단단하게 가지되, 상황에 따라 말캉해질 수 있는 적응력. 자비를 모르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환경을 인공위성 시야로 내려다보며 좌표 찍는 치밀함. <Dune> 대본집의 대사가 나를 진동시킨다.

"사막은 자비를 모른다. 적응하지 못하면 죽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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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1-29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네 번이나 보시다니... 하긴 저는 오디오북으로 단편소설을 열 번 이상 들어 본 신기록이 있어요.
체호프의 단편이었죠.ㅋㅋ

얄라알라 2023-01-29 16:55   좋아요 2 | URL
와! 역시 페크님!!! 열 번 이상!
문장을 외우셨겠네요!

저는 필름 메이킹북으로 복습하다 보니,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봤어도 제가 놓친 부분이 많아서
재개봉하면 다시 극장 가고 싶어졌어요

고양이라디오 2023-01-29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듄 2번(2D, IMAX) 봤지만 더 보고 싶은 마음이네요! 재개봉하면 달려가고 싶네요!

<컨택트>도 보셨나요? 저도 드니 뵐뇌브 최애 감독입니다^^b <그을린 사랑>도 보고 싶은데 감당하기 어려울까봐 아껴놓고 있네요ㅠㅋ

얄라알라 2023-01-29 23:06   좋아요 1 | URL
최애!!! 저에게도 그러하옵니다!
그을린 사랑,... 감당 어려웠어요.

1월 1일이었는데, 살짝 후회되었을 만큼 진동을 심하게 남긴 영화였어요...

오늘 Dune OST 첨부터 끝까지 다 들으며 장면들을 상상했는데
아무래도 IMAX로 다시 보고 싶어요 ㅎ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 - 호스피스 의사가 전하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김여환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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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_ 死 _ ◆(검은색) 


F층.

21세기. 2023년인데, 아직도 4층을 "F"로 표기한 엘리베이터 버튼을 종종 본다. 영화관에서건, 음악회 객석에서건 "4열" 좌석을 강박적으로 피했던 친구도 생각난다. 그 친구, 여전히 숫자 "4"에서 도망가며 살고 있을까? 포천시 모현 호스피스의 수녀님들은 하늘색 베일을 쓰신다. 검은색 베일은 상복 혹은 "死"를 연상시키니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죽음"과 "죽어감"은 금기의 화두인가? 입 밖으로 내뱉지만 않는다면, 초대장 발권을 막을 수 있는 불청객인가? 아. 니. 그렇지 않다는걸, 우리는 안다. 호스피스 의사 김여환이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에서 전하는 핵심 메시지 역시 그것이다. 죽음은 피하거나 덮을 수 없으며, 독학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은 타자의 경험을 통해 죽음을 배운다. '너/그것/그들' 주어로 전개되는 죽음의 현재성은 내가 필연적으로 도달할 미래라는 것. 발화하지 않거나, 초대하지 않는다 해서 나를 피해가지 않을 죽음. 그러한 죽음관이 있기에, 호스피스 의사 김여환은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들에게 친절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에세이에서 저자 김여환은 자신의 과거를 많이 드러내진 않는다.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와 정신분열증을 앓는 어머니 밑에서 컸고, '공부를 잘해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 끝에 의대를 졸업했다는 정도? 저자는 그 귀한 졸업장을 묵혀둔 채 13년간 전업 주부로만 살다가, 40세에 수련의 과정을 시작했다.

저자가 소설가 박완서를 좋아하는 이유는, 박완서 역시 40세로 늦게 등단하였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비록 우여곡절 끝에 45세라는 늦은 나이에 직업세계에 본격 입문했으나, 김여환은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완화의료 센터장까지 역임했다(현재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의사로서 천 번도 넘게 임종을 선언했던 경험을 토대로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을 썼다. 환자, 환자의 가족,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등등 다양한 인물들이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읽으며, 유난히 와 닿았던 문장들을 옮겨 본다.



  • 우리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우리의 마지막과 접촉해야 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연예인의 일상은 꿰고 있으면서, 한 번도 입밖에 내지 않을 영어 단어를 외우는 데는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정작 미래에 반드시 닥칠 죽음의 길에.대해서는 아무 지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7

  • 죽음은 독학할 수 없다. 타자로부터 배워야 한다.8

  • 의학적으로 말기 암이란, 죽기.직전의 상태가 아니라 더는 항암제가 암세포를 죽이지 못ㅎ는 시기를 뜻한다 66

  • 죽음은 숨기고 싶었던 삶의 비밀을 서슴없이 내보인다. 이 가족에게도 말 못할 갈등이 있는 게 분명했다.67

  •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현실에서 암 환자의 현재는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 79

  • 병마로 눈빛이 흐려지고 나무껍질처럼 피부가.거칠어져도 한국 사람들은 후회나 미련보다 전성기의 추억이남겨준 자신감을 간직하고 있다.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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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1-27 15: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죽음은 독학이 불가하다.
타자로부터 배워야 한다.

전적으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말이지 싶습니다.

얄라알라 2023-01-27 17:13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레삭매냐님
저도 저자인 김여환 선생님이 정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지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에게 친절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그(들)이 경험하는 죽음이 곧 나의 것이라는 성찰 떄문이지 않은가 하며 이 책 읽었어요^^ 2023년 차차 죽음학에도 손을 대고 싶어집니다^^

혹시 생각나시는 소설이 있으실까요? 넓고 깊게 읽으시는 레삭매냐님께 제가 부담을 드려보아요 ㅎㅎ

바람돌이 2023-01-27 1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죽음은 타자로부터 배워야한다는 말이 들어오네요.
언제 닥칠지 모르지만 반드시 닥치고야 마는 것이 죽음인데, 죽음에 대한 터부를 깨는것부터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얄라알라 2023-01-27 17:16   좋아요 0 | URL
당연한 말인데도, ˝죽음은 독학 불가˝ 이 표현 읽고 저 잠시 멍 때렸어요
다 아는 이야기인데, 막상 누가 입 밖으로 혹은 문장으로 확 고정 시켜 놓으면 현타 겪는 기분이랄까요.
1월도 이렇게 휘리릭 가버리네요...
죽어감의 순간에서는 이전 수십 년이 수초처럼 휘리릭 지나갈테지만요..


제가 좀....이상한 이야기를 했나봐요....자꾸시간이 가니 초조해서 하는 말이네요.

바람돌이님, 행복한 금욜 오후 보내시기를.....항상 제 서재 들려주셔 따뜻한 댓글 남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1-27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핵심 문장들을 보니 이 책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새해 죽음으로 시작하는 것도 아주 좋을 거 같습니다!

2023-01-27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7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1-29 16:44   좋아요 1 | URL
벌써 읽으셨군요ㅎ 전 어제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겨울이라 확실히 추워서 처지네요ㅠㅋ

독서괭 2023-01-27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40세에 수련의 과정을 시작하셨다니 대단하네요!
사람의 죽음을 천번 선언한다는 게 참 어떤 경험일지 상상이 안 갑니다. “한번도 입밖에 내지 않을 영어 단어를 외우는 데는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정작..” 이 부분에 뜨끔합니다^^;

얄라알라 2023-01-27 23:49   좋아요 1 | URL
네, 독서괭님.

정말 대단한 결단이 아니고서는 13년간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전문직에 도전한다는 게...

의학 지식적으로나 숙련도나 여러 면에서 수련의 과정에서 수모와 힘든 일을 많이 겪으셨던 것 같아요.

다 이겨내고 우뚝 커리어를 세우니 멋진 분이신 듯..

저도 ˝영어 단어를....˝ 이 부분에 뜨끔해서 책 읽다가 적어둔 문장입니다요 ㅎㅎ

서니데이 2023-01-2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대에 수련의 과정이면 이전에 배운 것들은 다시 배워야 할텐데, 시도하기 많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매일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얄라알라님,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2023년 설 연휴 기간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찾았습니다. 이곳에 올 때면 "노래하는 사람" 앞에서 걸음을 멈추곤 했는데 보존처리 기간인지라 제 모습을 보진 못했습니다. 어렸을 땐 이 작품의 금속성을 낯설게 느꼈고 거대함에 압도되었는데, 차디찬 금속성에 과노출된 도시민의 삶을 살다 보니 "노래하는 사람"이 되레 따뜻하게 느껴지더군요.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준 고마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미술도서관은 공간개선 공사 중인지라 2월 13일에 재개장한다더군요. 몰랐습니다. 설 연휴 기간에, 미술관 입장 무료 이벤트도 몰랐습니다. 덕분에 "백남준 효과 Paik Nam June Effect" 관람도 무료로 했습니다. 제 1, 2 전시장에서만 5000보 동선이 나올만큼, "백남준 효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백남준 효과"는 백남준이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기획했던 전시 위주로 1990년대 한국 미술의 상황을 살펴보는 전시입니. 안내 팸플릿의 문구를 좀 옮겨볼게요.

이 전시는 백남준의 작업들과 1990년대 활발히 활동하였던 한국 작가들의 작업을 함께 병치하며 새로운 시대의 다음 장을 준비하였던 이들의 복잡다단한 고민의 역사를 소환한다. 그럼으로써 근대적 희망과 세기말적 불안이 함께 타올랐던 1990년대 한국적인 상황을 30년이 지난 현재로 호출하여 동시대의 관객들과 함께 공유할 것이다.


흥미로운 많은 전시작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뇌리에 남은 작품은 바로 <비밀이 해제된 가족사진>!

이 작품을 보자마자, '예전에도 사진 보정술이 이렇게 발달했나?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남녀 커플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형이 모두 갸름하고 (앉은)키도 비슷비슷했거든요. "남녀이형성"이 아니라 "동형성"이라 할까요? 



그런데, 가족 사진 등장 인물들 위로 백남준 작가가 써놓은 흰글씨를  보니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 백남준 일가친척 중 여성만 10명 모여 찍은 기념 사진입니다. 따라서 . 커플로 보였던 이들 5명 모두 남장여자입니다! 2023년에도, 이런 연출하기 어려운데 그 옛날 백남준의 어머니가 이 사진 연출을 진두지휘하셨다는군요. 그 대범함과 유쾌함이라니!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입이 벌어지게 미소가 올라오더군요. 아! 비범한 자녀 위에 비범하신 어머니! 비범한 백남준, 그 위에 비범하신 어머니! 이 가족사진을 찍으신 후 백남준 가족들이 '남사스러워서' 한동안 외출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통쾌유쾌하지 않습니까?  오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나들이의 가장 큰 수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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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25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과천 미술관 가고싶은 글이에요. 얼마전에 백남준 책 읽었는데 저 전시도 보고싶네요. 당시로서는 저런 사진 연출은 진짜 파격이었을텐데말이죠.

얄라알라 2023-01-25 08:49   좋아요 1 | URL
네네, 파격이었겠죠?ㅎ^^ 옷을 빌려주었을(?) 친척 남성분들도 있었다면
가족이 통으로 다 멋진 거죠.
바람돌이님 읽으신 백남준 책이 뭔지 서재 놀러가서 뒤져봐야겠습니다!
저도 전시회 다녀오니 좀 더 알고 싶어졌어요 ~

레삭매냐 2023-01-26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천 미술관에는 십여년 전에
가보고 못가보고 있네요.

나름 집에서 가차운데 말이죠
ㅋㅋㅋ

하늘이 참 시원합니다.

얄라알라 2023-01-26 22:24   좋아요 0 | URL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이 야외에 있어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야외 전시품들은 종종 바뀌나도 싶었어요^^ 아님 제 눈에 새롭게 들어왔거나.

추울수록 하늘은 예쁜 하늘색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