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 습격이 연이어지니, "온실 식물원" 검색을 하게 됩니다. 인위적 환경으로건 사진으로건 초록이 본능적으로 그리워서요. 끔찍한 상상이지만, 동식물이 "한때 존재했음"을 미디어 재현으로만 확인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포토 아크(Photo Ark)"도 비슷한 발상에서 시작한 듯 합니다. 약 12,000종으로 추정되는 지구 생명체를 사진으로 "존재함, 존재했음"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이니까요.

9001

2019년 2월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아크展" 한 벽면에서 "9001"이라는 숫자를 보았어요. 사진가 조엘 사토리(Joel Sartore)가 최근까지 9001개 이상 사진 찍었다는 뜻입니다. 2005년, 링컨 어린이 동물원에서 "벌거숭이 두더지 귀" 촬영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매년 700여 종 사진을 추가하는 목표로 2019년에도 현재 진행중입니다.






전시회에 도슨트와 오디오가이드(2000원)는 언제부터인가 필수로 생각하며 챙기고 있습니다. 이번 "내셔널지오그래픽 포토 아크" 도슨트 가이드는 오후 2시 정각부터 40여분 알차게 진행되었습니다.


초상권 침해 실례가 될까봐 사진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도슨트가 전시회 취지를 잘 알고 박학다식하여 어린이 관람객들이 몰입하여 경청하더군요. 멋진 전시는 단지 포토 전시뿐 아니라, 전시회를 물밑에서 실제 진행해주시는 노력과 정성으로 완성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엘 사토리는 "Photo Ark" 동물, 곤충 사진을 주로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답니다. 평균 약 45분간 사전 준비 후, 실제로는 5분 정도 촬영함으로써 최대한 촬영대상을 배려했다고 하는군요. 또한 동물원에서건 스튜디오에서건 뒷 배경을 무채색 처리하여 피사체의 독특성을 두드러지게 합니다. 외부 환경이 아닌 생명 그 자체로 보자는 의도에서 한 연출이랍니다.



조엘 사토리는 생명체의 크기와 무관하게 모든 생명은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고 도슨트가 친절히 설명해줍니다. 키가 3미터 넘는 코끼리나 작은 새 모두 같은 크기의 화면에 배치한 이유입니다.



저는 "포토 아크" 전에서 만난 많은 매혹적인 생명체 중에 유독 비인간 영장류에게서 눈을 뗄 수 없더군요. 외양의 유사성에서 오는 친밀함 때문일까요? 그들로 개체수 감소니 멸종 위기대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같은 영장류인 인간의 근미래를 걱정하는 마음 때문일까요?









section4. 5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종과 그 보호를 위한 노력 및 성과와 한계를 중심으로 전시장이 꾸려졌습니다.



"멸종위기" 동물 리스트에서 토끼를 보게 될 줄 꿈도 못 꿨습니다. 정확히는 이미 "멸종 예상"판정 받은 "컬럼비아분지 피그미 토끼" 사진입니다. 암컷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왜? 왜?"를 묻게 될 수 밖에요.

아래 마다가스카르 거북이는 수명이 100여년인데, 애완용으로 새끼들을 잡아가고 강장제로 등껍질을 몰래 유통함으로써 개체수가 급감해서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멸종 위기의 동물 종을 구하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포토 아크 전시 중





캘리포니아 콘도르나, 판다 등은 집중적인 보호 관리를 받음으로써 개체수가 다시 증가추세에 있는 종입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이렇게 번식한 콘도르의 경우, 납중독의 문제도 겪고 있고 '어떤 종을 우선 보호하는가? 인간이 그 결정을 무슨 권리로 하는가?'라는 윤리적(?)인 문제도 남아 있으니까요.







전시회 가기 전, 다른 관람객들의 리뷰를 미리 봤습니다. 나름의 선호와 일정대로 전시장에 체류하셨을 텐데, 저는 2시간 여유 잡고 방문했다가 무척 아쉬웠습니다. 오디오 가이드를 찬찬히 들으면 1시간, 도슨트 가이드 40분, 여기에 더해 다큐멘터리 상영해주는 room이 있는데 다큐가 하도 재미있어서 한 번 들어가면 잘 안 나오신다더라고요. 총 3시간 분량의 영상물이라고 하니, 전시 방문 예정인 분들은 시간 여유있게 잡으셔도 좋겠습니다.





조엘 사토리의 스튜디오를 몰래 살펴보는 기분이 들게하는 설치였습니다. 하얀색 보자기를 쒸운 장방형 공간 안에 동물 사진들이 지나갑니다.





시간 여유가 더 있으신 관람객은 작은 참여를 하실 수 있습니다. "Planet or Plastic?" 관한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 포스팅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 찾고 싶은,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회를 다녀간 어린 친구들, 아니 어른 그 누구라도 마가렛 미드가 말한 "깨어 있으며 헌신적인 구성원"으로 자각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하며! 너부터? 네,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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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평점, 별점, 리뷰가 아무리 좋더라도 직접 보기 전에는 반만 믿는 편이지만 '극장 용' 무대에 오른다면 우선 기본 별★★★은 주고 시작합니다. 관객으로서의 지난 경험에 비추어, 작품의 규모와 완성도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작품만 오른다고 판단하거든요. 오페레타 가족 뮤지컬 "판타지아"는 "극장 용"에서 공연 중인 데다가 "재관람" 관객들 후기도 많이 올라와서 특히 기대가 컸습니다.



2시 공연 시작인데, 2시 정각 도착해서 공연 시작 30분 전의 포토타임을 놓쳤습니다. 출연진, '부니부니 음악 탐험대' 배우님들이 관객들과 교감하며 사진 촬영에 응해주신다 하는데, 아쉽게도 전 빈 배경만 찍어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철 지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웬 트리냐고요? 실은 "판타지아"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오픈해 기획되었는데, 워낙 반응이 좋아서 연장 공연 중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다가오는 2월 24일(일요일)에 마지막 공연을 한다니까요. 혹시 관람 고민 중인 분들은 아래 공연 시간표를 미리 확인하시어 낭패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공연은 듣던대로, 엄지 척할만 합니다. 다만, 관람 연령 7세 이하의 연령대 어린이들이라면 양 손 다 올려 박수치겠지만 초등학생만 되어도 살짝 시큰둥 할 수 있다는 스포일러는 남기고 싶습니다. 라이브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30명 출연진의 노래솜씨 춤실력에는 절로 박수가 터졌지만 줄거리가 많이 평면적이고 유치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심술을 부리는 악당 Black이 산타마을에 침입해 Snowball을 훔쳐가자 크리스마스는 사라질 위험에 처합니다. 이에 '부니부니 음악대'인 '롬바,' '호린,' '튜튜,' '코코넷,' '크랄라'가 악당 블랙에게서 스노우볼을 되찾아올뿐 아니라 Black을 감화시켜 산타 마을 식구로 맞이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줄거리가 너무나 예측 가능하고, 캐릭터 성격도 또한 뻔히 예측가능하니 유치 갈고 영구치 나올 연령의 아이들은 줄거리에서는 재미 찾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캐릭터들이 다들 '모범생' 스타일이고 줄거리에 유머 코드가 거의 없어서, 객석에서 빵빵 터지는 반응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위 사진 속, 파란 의상을 입은 "코코넛" 캐릭터가 열일합니다. 착한 모범생같은 캐릭터들 사이에서 수다스럽고 산만한 매력을 퐁퐁 풍깁니다.

또한 군무진 중, 자그마한 몸집에 현대무용, 한국무용, 재즈 테크닉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멋진 무용수도 눈에 들어옵니다. 전반적으로 30명 배우분들의 끼와 능력이 탁월하기에 "판타지아" 재관람 관객까지 생겼구나 싶었습니다. 이렇게 클래식 음악을 라이브 오케스트라로, 공연장에서, 꼬마들이 허가 받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없으니 아이 두신 부모님들이라면 2월 24일 공연 막내리기 전에 극장 용 찾을 계획 세워보셔도 좋겠습니다.



객석의 어떤 꼬마는 감동 받아서 울고, 어떤 꼬마는 "무서워, 집에 갈래"하며 울고, 어떤 꼬마는 출연진과 손 한 번 잡아보려고 고사리 손을 쭉쭉 뻗어봅니다.



공연이 끝나고, 한글박물관 나들이까지 알차게 했네요.

혹 점심 시간 전후로 "판타지아" 관람 국립중앙박물관 방문계획 있으시다면, '거울못' 식당에서의 식사도 추천 드립니다. "판타지아" 티켓 소지자 중 어린이에 한해서 반상 50% 할인 이벤트 중이더라고요. 쏟아지는 햇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여행지 같습니다. '거울못(Mirror Pond)'에서 한참 머물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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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믿고 보는"이라는 문구를 피로감 줄 만큼 많이 쓰시잖아요. 자제해야겠는데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에는 이 문구를 꼭 붙여주고 싶네요. 한가람 미술관을 찾고 후회해본 적 없었으니까요. 호평 일색인, "피카소와 큐비즘" 전 역시 '예술의 전당 명화 전시 14개'를 성공시킨 '서순주' 감독이 기획했다네요.




2시 도슨트를 놓치고 3시에 입장권을 발권 받았기에,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했습니다. 1시간 여유롭게 관람한 후, 다시 4시 도슨트의 전시해설을 들었는데 만족스러웠습니다.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만큼은 도슨트 혹은 오디오 가이드를 적어도 하나 필히 활용하기를 권합니다.

사진촬영이 금지되었기에, 잔머리를 굴려서 오디오 가이드에서 해설하는 작품들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전시회 부제인 "입체파 회화의 모든 것을 만나다"에 상응하도록 이 전시는 입체주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세잔과 원시미술," 즉 입체주의의 기원을 소개하고, 둘째 섹션에서는 절친이었다는 피카소와 브라크를 중심으로 "입체주의의 발명"을 다룹니다. 이 섹션에서 피카소의 "남자의 두상"을 만나봅니다.




파블로 피카소, 남자의 두상 (1912)

세 번째 섹션에서는 "섹시옹 도르와 들로네의 오르피즘," 네 번째 섹션에서는 "1,2차 세계대전 사이의 입체주의"를 소개합니다.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며, 파리시립미술관에서 80년 만에 외출했기에 더욱 특별한 초대형 걸작품을 다섯 번째 섹션에서 감상한 관람객은 파리시립미술관 소장품 90개를 만나본 셈입니다.



"키즈 아틀리에" 수업 연계로 입장한 미취학&취학 꼬마 십수명에 일반 어린이 관객들이 꽤 많았는데도 어찌나 다들 관람예절을 잘 지키시는지 족히 일이백명 입장했을텐데도 관람환경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이크 없이도 온 공간을 쩌렁쩌렁 울리는 성량으로 큐비즘의 생성과 발달 소멸을 강의한 도슨트 선생님, 엄지 척! 해설이 끝날 때까지 자리 이탈하시는 분 없을 정도로 흥미롭게 설명해주시더라고요.



90개 작품과 도슨트의 충실한 설명에 힘입어 불과 100여분 한가람미술관에 머물렀을 뿐이지만 '입체파 회화'를 희미하게나마 알겠더라고요. 오늘의 기쁜 수확인 셈이죠.

도슨트 선생님이 이번 전시를 연대기적으로 구성했기에, 같은 화가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풍이 어떻게 바뀌는지 눈여겨보라하였는데 피카소야 워낙 구사할 수 있는 화풍이 많으니 패스. 피카소보다도 로베르 들로네의 화풍 변화에서 큰 감명 받았습니다.



예술의 전당 측에서 제공한 팜플랫 문구에 따르면 "로베르와 소니아 들로네는 무채색이 특징이던 입체파 회화에 색채적 확장성을 완성한 대표작가"라 합니다. 저는 실제로 로베르 들로네의 그림 앞에서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습니다. 같은 지구인으로 두 개의 눈과 두개의 귀를 갖고 살아도, 이렇게 세상을 풍성하고 찬란한 빛으로 재해석하는 이들이 있구나.... 10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그 색깔의 향연을 펼치던 들로네의 팔레트를 상상해봅니다. 그가 선물한 빛의 향연을 거진 100여 년 뒤 한국의 무명인이 찬탄하며 즐깁니다.

아래 사진은 6미터의 초대형 작품 제작을 위한 아담한 습작과 거대한 완성작입니다. 관람객 인증샷 부르기에, 실제 전시장에서는 관람객 흐름이 계속 이어집니다.




일단 출구 밖으로 나오면, Go back은 불가.

아트숍에서 평소보다 오래 머뭅니다.

도록은 공간을 차지해서 패스, 대신 3D 엽서 몇 장 샀습니다. 아트 프레임, 우산, 큐브 등 전시 연계된 소품도 눈에 쏙쏙 박힙니다.



2시간이나 한가람 미술관에 머물며,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를 찬찬히 살핀 덕분에 '입체파화가'가 누구인지, '입체파' 안에서의 다양성과 그 매력, 서양미술사에서 입체파의 의의 등을 윤곽이나마 그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번 더 말해보고 싶네요. 역시! "한가람미술관 전시" 믿고 봅니다!

*


"에버 알머슨" 전시회 끝나기 전에 다시 한가람 미술관 찾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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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2-11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전시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19-02-11 15:20   좋아요 0 | URL
읽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예술전당 한가람 미술관은 주중이나 평일이나 한산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어쩜 기획자가 능력이 이렇게 출중하신지^^ 기획자가 더 궁금해지네요 다녀오고나니
 

"All That Chamber" 2019년에 총 6회 예정된 공연 중 첫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도 공연장을 자주 찾지만 상대적으로 Chamber Music, 실내악 경험이 없네요. 친밀하고 따스한 분위기에서 청중과 교감하는 연주회일 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T. L. I 아트센터"를 찾았습니다. 성남시에 "성남아트센터"만 있다고 생각해오신 분들은 살짝 눈 돌려서 이 "클래식 음악 전용극장"에도 관심 가져주세요. 좌석이 모두 R석, 244석으로 비교적 아담한 규모이지만 244석 중 60여 석이 가변 좌석이기에 다양한 공간 연출과 활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번에 리뷰 쓰며 검색해보니, 이 아트센터에서 제가 좋아하는 선우예권,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연주회도 있었네요.



이번 6회 시리즈 연주를 맡아주실 분들은 '코리안 솔로이스츠'인데요, 실력파 음악인들로 구성된 단체라고 합니다. 2019년에 T. L. I. 아트센터와 손잡고 기획한 All That Chamber의 첫 공연은 '바흐'와 '비달디' 작품으로 구성되어습니다. 일부러 대중에게 친숙한 곡들로 선곡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클래식 음악 잘 모르는 저까지도 전곡을 십수번은 들어본 곡들이네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 3번 G장조"와 비발디의 가장 대표적 협주곡인 "Four Seasons." 모든 관객에게 program note를 나눠주시고, '코리안 솔로이스츠' 첼리스트인 임재성이 곡 해설을 친절하게 해주십니다. 덕분에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는 70분 동안 곡들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비발디의 "사계"의 경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각각 다른 바이올리니스트가 주도하였기에 보는 재미, 듣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귀가 트이지는 않은 클래식 문외한이지만, 바이올리니스트만의 색깔이 느껴지는 연주였습니다.

"봄"을 연주한 이서정은 뭐랄까, 곡을 차갑게 이지적으로 해석한다는 인상? 그녀가 입은 하늘거리는 연노랑 실크 블라우스와 대조적으로 근엄하고도 지적인 표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름"의 한규현 바이올리니스트는 선화예중,선화예고, 한예종을 거쳐 미국 신시내티 음대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재원이시네요. 이분은 달콤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카리스마가 넘치고 격정적인 연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을"의 양정윤은 바로 이 분 이신데요. 처음엔 수줍은 듯한 태도로 무대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이내 온몸으로 곡에 몰입하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겨울"은 바이올리니스트 김혜지가 이끌었는데, 이 분이십니다. 평소 저는 David Garrett의 연주로 "Four Seasons" 전곡을 많이 듣는데, 제 귀에 익숙했던 템포보다 빨라지는 느낌. 그만큼 격정적이고 바이올리니스트의 개성이 묻어나는 연주였습니다. 좋았습니다.


이날 관객들은 아껴두었던 박수를 마지막에 크게 터뜨리셔서, 커튼콜에 답하러 무대에 2번이나 다시 등장한 '코리안 솔로이스트' 단원 분들을 오래 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연주, 좋은 프로그램 고맙습니다. 앞으로 남은 5회의 공연에도 관심 갖고 연주회 날짜 챙겨두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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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1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02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9-02-0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얄라알라북사랑님 설 연휴 보내시고 늘 언제나 감사한 나날들 되십시오 ^^

얄라알라 2019-02-02 22:25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 이렇게 인사주시니 많이 고맙습니다.
설 연휴에 좋은 책뿐 아니라, 좋은 음식도 많이 드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근래 다녀온 전시회들은 입소문으로는 '역대급'일지라도, 실제 가보면 인생샷 배경으로 스스로 낮춘 전시라는 인상을 받아서 웬만한 강추 리뷰에도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키스 해링의 작품은 어디에선 지 기억은 안 나더라도 많이 보아왔기에 왠지 겉만 알고도 아는 듯 착각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그의 이름이 Kiss가 아닌 Keith Haring임을 검색하다 알게 된 이상 부끄러워서라도 꼭 전시회 가봐야겠단 결심이 생겼지요. 전시회장이 유치한 DD도 평소 지나치기만 했지, 내부에 들어가 본 적 없으니 자하 하이드(Zaha Hadid)의 DDP도 구경하면, "키스 해링展" 나들이는 "꿩 먹고 알 먹고"의 보람 삼겠다는 예감이 들습니다. 그 예감, 잘 맞았습니다. 오래간만에 만족스러운 전시 다녀와서 10,000보 걸었더라도 다리도 가뿐, 마음도 흐뭇합니다.


DDP 구조를 미리 살피고 갔더라면 헛걸음을 안 했을 텐데, 곡선 건물 외곽을 따라 반바퀴 크게 돌고 2층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아래로 2층 내려가는 뱅뱅 맴맴을 했습니다. 헤매다 원점으로 돌아와 매표소를 찾았습니다.

매표소 못 찾아서 문의하시는 분들, 저뿐만은 아니어서 창피함은 덜 했습니다. 신한 카드 소지자는 20% 할인받으실 수 있어요. 저는 '고작 몇천 원'하며 그냥 갔다가, 기념품으로 티셔츠 2벌을 제 값 다주고 사려니 속이 쓰렸어요. Goods 구매 시, 신한카드로 결제하면 10% 할인받을 수 있거든요.


도슨트는 11시, 13시, 15시, 17시 평일에만 4회 진행합니다. 3시 20분에 입장한 저는 도슨트를 포기하고, 오디오 가이드를 신청했어요. 신분증이 없으면 신용카드를 맡겨야 하므로, 오디오 가이드 대여하실 분은 꼭 신분증 챙겨가세요.

전체적으로 키스 해링전의 기본 설명 틀은 키스 해링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많이 의존해 짠 듯하더군요. 전시회 다녀와서 아래의 다큐멘터리를 찾아보았는데, 전시회에서 소개했던 짤막한 동영상들 출처가 이 다큐였어요. https://youtu.be/GPlzHR_WyVA



전시장 입구에서 "키스 해링" 展임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아티스트 대형 사진에 대형 작품 이미지, 덕분에 입장 전부터 기대 수치가 올라갑니다. 단순화된 아이콘, 왜 키스 해링이 그래피티 하면서 최단 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 단순화된 이미지를 그렸는지를 금새 알게 되었어요.


전시장 들어서면, 짐작대로 "뉴욕"에서의 키스 해링부터 소개하기 시작합니다. 키스 해링이 1980년대 뉴욕 지하철에 낙서 같은 분필 그림들을 그려대면서 유명해졌다는 건, 다들 아시는 이야기니까요. 키스 해링은 경찰에 잡혀갈 위험을 되레 짜릿한 스릴 삼아, 지하철역 광고판의 검은 바탕을 생기 넘치는 선들로 채웠어요. 엄청 빠르더라고요. '치고 빠지기' 전략이 생각났어요. 잽싸게 그리고 잽싸게 자리를 뜨기. 하루에 40점의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더군요.


소수 엘리트만 향유하는 예술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꿨다던 키스 해링. 자신은 예술가로 태어났기에 가능한 한 많은 그림을 그리겠다는 강렬한 소명의식도 보입니다.

The Public has a right to art

The public is being ignored by most contemporary artists

....

Art is for everybody.

키스 해링의 일기장 中



20대의 젊은 나이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키스 해링,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 유명한 baby 아이콘 외에도 키스 해링의 다소 음란한 이미지 작품도 볼 수 있었네요. 또한 키스 해링이 다른 아티스트나 셀러브리티들과도 활발한 교류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작품도 처음 알았어요. 예를 들어, 80년대 미국 자타공인 최고 미녀 브룩 쉴즈와의 사진작업, 그 전설적인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Bill T. Jones와의 바디 페이팅 작업, 스스로를 상업화시킨 아티스트라는 평가에서 공통점이 많은 앤디 워홀을 모티브로 한 'Andy Mouse'까지. 특히 저는 아름다운 뒤태에서 눈을 못 떼고 있었는데 빌 T. 존스의 몸이라니 작품 앞에서 떠나기가 싫었습니다.



빌 티 존스의 팬이라면 키스 해링과의 작업과정을 담은 아래 동영상도 감상해보세요.

https://youtu.be/iw2hADJQrmo



이 전시회를 관람하지 않았다면, 저는 키스 해링을 예술계의 엘리티시즘에 반발한 독창적 이단아이자 성공한 아티스트쯤으로 생각하고 그쳤을 거예요. 키스 해링은 31살이라는, 너무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기 전에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냈더군요. 그리고 또 그리고, 그리고 아마도 그의 작품으로 상상하건데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사람들 만나고 작품 팔고 돈 벌고, 또 다시 아이들과 사회 소수자(특히 성 소수자)를 위해 그 돈 환원하고....

우주 비행선과 외계인, 우왕좌왕하거나 혹은 외계존재를 우상화하는 사람들 이미지는 키스 해링 초기 작품에서도 등장하던데, '탈핵무기'를 주장하는 포스터가 참 인상적이지요?



그 외, 앨범표지 작업도 많이 했더라고요. "Album Art" 라고 부르네요



공공 장소에 놓일 대형 조각이나 배너 등의 작업도 했습니다.



독창적인 그림책도 있습니다. 20개의 이미지를 두고, 보는 이가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작품인데요. 직접 20장의 그림을 눈으로 천천히 감상하며 이야기 만들어보심이 어떠할까요?



키스 해링, Untitled (1985)

전시회 외벽 대표 이미지화한 작품인 "무제 (1985)"는 직접 보니 규모가 상당하네요. 밝음 에너지 뿜뿜. 발랄하고 통통 튀니 아무튼 가까이 두고 싶은데, 작품 메시지는 다를지도 모릅니다. 키스 해링에 대한 글들을 읽다보니, 그는 반전, 소수자 인권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를 '가볍게, 대중에게 어필하도록' 표현하는 데 재능을 발휘했다고 하니까요.



말 그대로 '눈 떠보니 명예와 부'를 거머 쥔, 예술계의 스타 아이콘으로 떠오른 키스 해링. 성공하면서 삶의 반경도 분명 뉴욕 밖으로 넓어졌습니다. 일본, 이집트, 세계의 곳곳을 여행하고 많은 이들을 만나며 경험 세계가 깊어지자 작품에서도 그 폭과 깊이가 느껴지네요. 예를 들어 이집트 방문 경험은 아래와 같은 피라미드 형상의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피라미드를 가까이서 보면, 역시나 해링의 아이콘들이 버글버글.






마찬가지로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 토착미술에 영감 받은 작품.



죽음을 모티브로 그렸다지만, 역시나 키스해링스러운 발랄함(?)이 느껴지는 작품. 전시장의 핑크와도 색감이 어울립니다.



이 리뷰를 쓰며 키스 해링을 검색해보니, 그는 '게이 아트' 예술가라고도 불리는 군요. '아기' 형상을 대표 아이콘으로 내세우고, 평소에도 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해서 아이들과 작업도 하고 아이들을 돕는 일도 많이 했다기에 저는 그와 그의 작품에서 섹슈얼리티를 더해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막상 이번 전시회에 가보니, 눈만 크게 뜨고 본다면 엄청 섹슈얼한 이미지와 상징들이 그의 작품에 많이 배치되어 있네요. 특히 그가 유명해지기 전 그려서 많이 팔았다는 작품의 원본 이미지들을 보니 놀라웠습니다. 하긴, 새삼 '놀랍다'고 하기엔 그는 늘 금기를 무시하고 금기를 넘으려던 캐릭터였죠?




천재는 요절한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도 그는 요즘처럼 SNS 채널이 활성화되기 이전인 80년대에도 충분히 자신을 적극 드러냈기에 이름을 제대로 남기도 떠났네요.



Shop을 운영하며 대중들이 쉽게 그의 작품,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도록 팔았다네요. 이번 DDP전시에 판매 중인 작품은 생각보다 저렴했어요. sold out이 많아서 원하는 옷을 고를 수는 없었지만 저 역시 기념품을 남깁니다. 이렇게 키스 해링은 대중의 마음을, 욕구를 잘 읽었나봅니다.




일단 출구로 나오면 재입장 불가, 다시 한 번 더 들어가고싶을 만큼 만족스러운 전시였습니다. 시간 여유두고 천천히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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