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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향한 탑 그림책은 내 친구 23
콜린 톰슨 지음, 이유림 옮김 / 논장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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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향한 탑Tower to the Sun
Colin Thomp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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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켜는 오스카>, 창작동화 전집 40권 중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어서 39권을 처분하고 이 한 권만 남겨 두었다. 콜린 톰슨(Colin Thompson)이 쓰고 그렸다. 몇 장의 그림만 보아도, 평범한 정신세계를 가진 작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렴풋이 기억하건데 그에게는 병명을 붙여도 될만한 정신 분열의 증상이 있는(혹은 있었던) 것 같다. 일부러 그의 작품을 찾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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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향한 탑>의 책장을 넘기는 데 소름이 끼친다. 얼핏 보면 개미 행렬 처럼 보이는데, 사실 미래의 인류를 나타낸 것이다. 이 황량한 땅 역시 미래의 지구이다. 그렇다면, 이 행렬이 향하는 곳은? 제목이 암시하는 바로 그 탑이다. '태양을 향한 탑'
국 내외 독자들이 쓴 리뷰들을 여럿 읽어보니, 마지막 메세지를 희망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이다. 재앙 수준의 환경오염, 태양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바벨탑 수준의 탑을 쌓아 해를 보았노라. 그래서 그 해를 보고자 저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소름이 끼칠까? 당신은 소름끼치지 않는가? 나는 무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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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건축물인지 몰라도, <태양을 향한 탑>의 첫장에서 언급하는 건축물은 만리장성이다. 우주 밖에서도 보인다는 설명과 함께. 그 긴 성벽을 누가 쌓았는가? 권력 앞에 비천한 몸뚱아리를 노동력으로 바칠 수 밖에 없는 힘 없는 일반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환경 재앙의 시대, 태양에 이르는 탑은 누가 쌓았는가? 혹자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라며 희망적 대답을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만리장성과 마찬가지의 맥락. 이 탑을 건설하게 된 것은, 세상에서 젤 부유한 남자와 그 아들. 수중에 있는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쓸까 하다가 건축물을 쌓기로 결심하고 세대를 이어 가업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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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 권력'으로 보려는 나의 해석을 낡았다, 촌스럽다 비난할 이도 있겠지만. 태양에 이르는 탑은 또 다른 우상화와 착취를 내포한다는 상상에 몸서리가 처진다.  저 긴 행렬의 사람과 대비하여, 탑 꼭대기의 좁은 공간을 보라. 부유한 남자와 그의 아들, 또 그 손자를 위한 좁은 공간만 허락되어 있다. 아무리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들, 태양 보기를 평생의 꿈으로 키워 오르고자 한들 일반인들에게는 공간이 허락되어 있지 않다. 결국, 저 공간을 점유한 소수자(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21세기의 최순실) 같은 자들에게만 우상화의 여지를 허락할 뿐. 콜린 톰슨에게는 미안하지만, 마지막 일러스트레이션이 자꾸 대한민국의 마구간 똥 같지도 않은 현실과 겹쳐 암울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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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가을 국민서관 그림동화 184
케나드 박 글.그림,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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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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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보고 차라도 마셔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나요? 말 한마디 안 나누고, 책으로도 사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이가 꽤 들었는데도, 그림책 보며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책을 통해 사람의 향기를 느끼기 때문이지요. <안녕, 가을>을 읽었습니다. 아니, 손으로 느끼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페이지마다 저자 케나드 박의 감성이 듬뿍 묻어나와서, 이 아름다운 책을 '읽었다,'거나 '보았다'라고 말하기 미안해지게 합니다. 그림 자체에 뚝뚝 떨어지는 감성이 가득합니다. 저자는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소중히 하고, 사람을 아끼고 자연을 존중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케나드 박과 말 한마디안 나눠 봤지만, <안녕, 가을>이 알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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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가을>이라는 제목 아래, 빨간 머플러를 목에 두른 소년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러분은 그 '안녕'을 어떻게 해석하나요? 다가오는 가을에게 인사한 것일까요? 이제 겨울에 자리를 내어주는 가을에게 작별을 말하는 것일까요? 사실 케나드 박의 세계관이라면, 그 둘을 다 포괄하고 있는 인사일 것입니다. <안녕, 가을>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저자가 자연의 흐름을 연속선 순환에서 이해하고, 감탄하며 감사해 하고 있음이 느껴지거든요. 가을은 지난 여름의 자취이자, 곧 다른 여름을 내포하는 큰 자연의 개념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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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집 밖으로 나온 소년이 혼자 미소를 지으며 늦여름 아침에 인사를 보냅니다. '이른 아침, 아이 혼자 뭐야?' 몰려다니는 또래 문화에 익숙한 한국 어른이라면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요. 하지만, 아이는 설레하고 있습니다. 집 밖으로 나와 걷는데 온통 친구들이거든요. 산들바람, 나무, 먹이를 찾는 여우와 새, 나뭇가지인척하는 대벌레와 나비들, 소년은 자연을 멈춰 있거나, 관조하는 대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도 생존을 위해 조용히 그리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음을 알고 존중하지요. 새들은 따뜻한 남쪽으로, 비버는 둥지를 파느라 바빠 소년과 놀아줄 수 없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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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계속 걷습니다. 계속 인사를 나누지요. 거리를 쓸고 가는 선들바람에도 물웅덩이와 낙엽에도 인사합니다. 바람이 답례인사를 건네네요. '두꺼운 스웨터와 목도리'를 준비하라고. 주황색의 석양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들어간 아이,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정말 두꺼운 목도리와 자켓을 걸치고 다시 아침을 맞고 있네요. '안녕, 가을!'하면서.  참 신기하게도 <안녕, 가을>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소년과 함께 들판을 거리를 걸으며 '안녕, 안녕, 안녕'하고 많은 대상과 인사를 나눈 뿌듯한 기분이 들어요. 저자 케너드 박과 함께 자연의 변화를 예찬한 느낌이네요. 이처럼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아파트 회색 사회에 사는 한국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준 케너드 박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다음 작품 어서 내주시라며 독촉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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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수놓은 아름다운 한글
이한상 글, 유소프 가자 그림 / 월천상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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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수 놓은 아름다운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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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뺏으면 울" 정도로 꼬맹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가자 코끼리' 시리즈! 부끄럽게도 처음엔 '가자'를 'Let's go!'로 이해했는데, 이는 말레이시아 태생 화가이자 그림작가인 유소프 가자 (Yusof Gajah)의 이름에서 나온 애칭이랍니다. 화가의 웹페이지에 방문해보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아름답고도 마법적인 코끼리 그림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링크: http://www.yusofgajahlingard.com ).

 

평생을 어린이 그림책에 헌신해온 유소프 가자가 그린 코끼리는 환상영화나 꿈에서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색감과 개성을 지녔습니다. 글자로 아이들을 가르치려하지도 않고 그림으로 아이들의 상상의 문을 두드리고 열어줍니다. 꼬마들은 그 글자 없는 코끼리 그림 속을 유영하며 마음껏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요. 가자 코끼리의 아름다움을 알아본 한국의 편집자가 멋진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나봅니다. <코끼리가 수놓은 아름다운 한글>의 글쓴이 이한상은 모바일 앱 개발과 기획을 통해 어린이들에 유익한 성과를 내놓고 있는데, 이 그림책도 그 덕분에 탄생했답니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린 말놀이 글에, 유소프 가자의 환상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이 멋지게 어우러진 <코끼리가 수놓은 아름다운 한글>, 아무쪼록 비단 한국의 어린이뿐 아니라 많은 외국 독자들에게도 사랑받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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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반 친구들의 이름 정도는 읽고 쓰지만, 아직 한글과 편한 사이가 아닌 6세 꼬마와 <코끼리가 수놓은 아름다운 한글>을 알차게 활용했어요. 먼저 그림을 음미하고, 아이와 "가장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뽑아 보기 놀이를 했어요. 페이지마다 다 아름다워서 하나를 꼽기가 힘들었더랬지요.

한글 자음을 소개하는 각 페이지마다 문장의 첫 시작에는 해당 자음이 들어가 있어요. 예를 들어 'ㄱ'을 소개하는 페이지는 '고요한 숲 속에'라는 문장으로 시작하거든요. 아이와 'ㄱ'부터 '해'의 '해님, 안녕'까지 문장의 첫 단어만 읽고 외우는 연습을 해보았어요. 가끔 놓치기도 했지만,아이가 일종의 놀이라 생각해서 열심히 참여했지요.

마지막으로는 예쁜 가자 코끼리 몸통을 따라, 글자 순서대로 따라 쓰는 놀이를 했답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꽤 오래 열중했어요. <코끼리가 수놓은 아름다운 한글>, 활용하기 나름이랍니다. 그림도 감상하고, 한글의 아름다움에 눈 뜨고, 한글 자음자 익히기에도 좋으니 일석 삼조의 책인가요? 가까이 두고, 아이와 자주 펴 보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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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대단해! 푸른숲 새싹 도서관 3
식룬 다니엘스도티 지음, 비요크 비야르카도티 그림, 김세혁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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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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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다 알고 있는 얘기인데, 왜 이 책에 또 쓰여 있어요?' <우리 몸은 대단해!>를 먼저 읽은 아이가 의아하다는 듯 물어봅니다. '자기 몸이 소중하다, 몸을 건강하게 하려면 음식을 골고루 잘 먹고, 몸을 잘 보살펴야 한다'는 말을 유치원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서인지 아이는 자못 '몸 박사'라도 된 듯 진지한 표정으로 책장을 덮습니다. 아이와 함께 다시 읽어봅니다. 잔소리 9단 엄마의 입장에서 읽어보니, 평소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잔소리를 거의 시의 수준으로 아름답게 승화시킨 문장이 페이지마다 이어져 책장을 넘기면서 흐뭇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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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대단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저자의 관심사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태생의 지은이 식룬 다니엘스도티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거식증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답니다. 거식증(anorexia)는 흔히 폭식증(bulimia)와 함께 섭식장애(eating disorder)의 한 증후군으로 널리 알려 있습니다. 20세기 중후반에는 북미와 유럽 사회에서나 유행하는 병이었지만 21세기 들어 한국을 비롯 많은 아시아 국가며 심지어 태평양의 섬사람들에게서까지 발견되는 증후군입니다. 추정하건대 저자는 거식증 전문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몸 이미지를 왜곡하고, 자기 몸을 혐오하는 많은 젊은이를 만났을 것입니다.  내 몸이 보내주는 신호, 내 몸 고유의 아름다움을 부정하고 아이돌 스타의 비현실적인 몸 이미지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해왔겠지요. "당신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몸은 저마다 다를 뿐이지, 누구의 몸이 더 아름답거나 더 우열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특정 이상형의 몸 이미지만을 추구하고 있는 다 큰 성인에게 그런 충고는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더 어려서부터 자기 몸을 긍정하고 사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거식증 등 섭식장애의 예방책이 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우리 몸은 대단해!>는 시종일관 독자에게 말을 겁니다. "당신의 몸은 소중하니 잘 돌보고 감사히 여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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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진부한 훈계나 하는 그림책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난 그림작가 비요크 비야르카도티는 아기자기하면서도 밝은 그림체로 우리몸의 신비를 그려주었어요. 인간이 몸을 가진 존재임이 얼마나 감사하고 신기한 일인지를 일상과 닿아있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예들을 들어 그려냈어요. 엄마가 발을 조몰락조몰락 주물러 주실때 우리 몸은 우리를 기분 좋게 해주지요. 소중한 몸의 신호, 특히 어린 아이들의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배가 고픈지, 부른지, 어떤 감각인지......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소중한 우리 몸을 더 잘 돌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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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소중해!>의 하이라이트이자 저자의 몸 관이 가장 잘 드러난 문장을 소개해볼까요? 알록달록 다양한 매력의 꽃들이 가득 채워진 페이지에서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우리가 꽃이라고 상상해 보아요. 세상의 모든 꽃이 다 똑같이 생겼다면 참 재미없겠죠? 여러 종류의 꽃이 다 모여야 알록달록 근사한 꽃다발이 만들어져요." 즉, 뚱뚱하다는 몸도, 날씬한 몸도, 작은 키, 큰 키 모두 사람의 다양성을 나타낼 뿐이지 우열의 지표가 아니라는 메세지입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늘 하고 싶은 훈계를 이처럼 시적으로 표현하다니, 작가 식룬 다니엘스도티는 참 멋진 일을 해낸 셈이네요. <우리 몸은 소중해!>를 읽은 어린 독자들이 커가면서도, 자기 몸을 사랑스런 표정으로 응시하고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줄테니까요. 자신의 몸이 건강하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그 사랑이 주변까지 넘친답니다. 결국, 건강한 몸 가꾸기는 이 사회, 이 세상을 밝게 만들어주는 작은 노력의 시작이 되는 셈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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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무 꿈공작소 31
인그리드 샤베르 글, 라울 니에토 구리디 그림, 하연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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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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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지구 위, 마지막 초록을 그린 에니메이션입니다. 사방팔방 큐브 쓰레기더미 속에서 작은 풀잎의 연두빛이 연약해 보이면서도 어찌나 강렬한 정서를 환기하는지요. <마지막 나무>도 강렬한 초록으로 시작합니다. 화자인 아이가 아닌, 아이의 아버지 기억 속 초록일 뿐이라 안타깝기는 매한가지이긴 하지만요. 온통 시멘트 독소를 뿜어대는 회색 콘크리트 도시에 사는 아이는 아빠의 기억을 쫓아 풀밭을 마음속으로 그립니다. 나무와 풀이 그려진 책에 파묻혀보기도 하고요. 그토록 강렬히 아이는 초록과 만나고, 풀밭에서 뛰어놀기를 염원합니다.

은 지구 위, 마지막 초록을 그린 에니메이션입니다. 사방팔방 큐브 쓰레기더미 속에서 작은 풀잎의 연두빛이 연약해 보이면서도 어찌나 강렬한 정서를 환기하는지요. <마지막 나무>도 강렬한 초록으로 시작합니다. 화자인 아이가 아닌, 아이의 아버지 기억 속 초록일 뿐이라 안타깝기는 매한가지이긴 하지만요. 온통 시멘트 독소를 뿜어대는 회색 콘크리트 도시에 사는 아이는 아빠의 기억을 쫓아 풀밭을 마음속으로 그립니다. 나무와 풀이 그려진 책에 파묻혀보기도 하고요. 그토록 강렬히 아이는 초록과 만나고, 풀밭에서 뛰어놀기를 염원합니다.

은 지구 위, 마지막 초록을 그린 에니메이션입니다. 사방팔방 큐브 쓰레기더미 속에서 작은 풀잎의 연두빛이 연약해 보이면서도 어찌나 강렬한 정서를 환기하는지요. <마지막 나무>도 강렬한 초록으로 시작합니다. 화자인 아이가 아닌, 아이의 아버지 기억 속 초록일 뿐이라 안타깝기는 매한가지이긴 하지만요. 온통 시멘트 독소를 뿜어대는 회색 콘크리트 도시에 사는 아이는 아빠의 기억을 쫓아 풀밭을 마음속으로 그립니다. 나무와 풀이 그려진 책에 파묻혀보기도 하고요. 그토록 강렬히 아이는 초록과 만나고, 풀밭에서 뛰어놀기를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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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도 초록 싱그러움을 염원하고 사랑합니다. 두 친구는 자전거를 타고 멀리까지 나아가 풀 몇 포기를 보고 옵니다. 지난주엔 열일곱 포기이던 풀이 이제 달랑 열세 포기만 남았어요. 이제 풀들은 책 속에서나 만나보아야 하는 걸까요? 어느 날, 친구가 청합니다. 어디론가 가보자고. 친구는 비밀스러운 보물을 발견했던 것이었어요. 바로 지구 위 마지막 나무. 그날 밤 아이가 꿈속에서 만난 나무는 도시의 빌딩만큼 우뚝 솟아 초록의 생기를 내뿜어대고 있었지요.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바로 그 다음 날 아침에 꿈에서 깨어났을 때는 무려 247층이나 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려 있었지요. 작은 나무가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있는 바로 그 담벼락을 밀어버리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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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은 그냥 앉아서 지켜볼 수가 없었어요. 연약한 어린 나무를 무시무시한 포크레인의 이빨이 집어 삼키는 것을. 지구 위 마지막 초록 나무가 허망하게 사라져버리는 것을. 인그리드 샤베르가 쓰고 라울 니에토 구리디가 그린 아름다운 그림책 <마지막 나무>에서 마지막 나무는 소년들의 정성 덕분에 살아서 위용을 뽐내며 독자를 안도시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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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에 눈을 뜨고 있는 독자라면 느끼기에 개운하지만은 않지요. 가을이 왔는데도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보려면 멀리 교외까지 나가야 하고, 종일 도시를 다녀보아도 맨발로 흙과 풀밭 밟을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어제까지의 세계>,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이스터 섬의 몰락에서 인류가 교훈을 얻으라고 부탁합니다. 풍요로웠던 이스터 섬이 불모지가 된 것은 결국, 숲을 무자비하게 파괴하여 나무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제시하며.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무와 사람은 둘이 아니다.' 아주 쉬운 인식이건만, 인정하지도 않는 어른들이 많나 봅니다. 평창의 나무들이 마구 베어져 나가는데도 축제를 준비한다며 즐거워하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마지막 나무>, 이야기 속 결말처럼 현실에서도 우리가 나무들을 지켜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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