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기 넘치는 젊은 인류학자가 2010년대 카자흐스탄에서 수행했던  자신의 연구를 들려주던 중, 몸짓과 목소리에 두려움을 담길래 의아했던 적이 있다. 공안에게 밀착 감시받고 근방에서 폭탄테러를 경험하는 등 생사가 갈리는 절박한 순간들을 회상하는 그의 앞에서, 모험소설 소비하는 독자인 양 생글거렸던 무식함을 후회한다.

  • [신장위구르 디스토피아]를 권해 준 이 지역 정치철학 연구자에게 서문 읽다가 충동적으로 "무척 흥미롭습니다"라고 메시지 날리지 말았어야 했다. 목숨을 걸고 증언해 준 사람들만큼이나 학자로서 자신도 많은 걸 걸고 쓴 대런 바일러(Darren Byler)의 책에 "흥미롭다"라는 표현이 불경하다는 걸 알았다.

  •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를 읽는 중간중간, [이퀼리브리엄], [1984] [ 멋진 신세계]에서 묘사한 디스토피아가 겹쳐 떠올랐다.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가상 현실계(소설과 영화 속)의 디스토피아가 21세기 현실에서 소위 "중국의 첨단기술 형벌 식민지(China's high-tech Penal Colony)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데 경악, 혐오, 공포감을 느끼리라. 그럼에도 저자 대런 바일러는 [1984]나 [멋진 신세계]를 어디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IF" 가정법이나 비유적 수사, 저자 자신의 사적인 목소리를 최대한 배제하고 담담하게 기술했다.

  • 대런 바일러는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를 문헌 연구는 물론, 2011년부터 2020년, 신장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미국 시애틀에서 수행했던 연구(특히 심층 인터뷰와 현장조사)에 근거해 썼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자행되고 있는 도무지 믿기 어려운 수준의 폭력이 현실의 이야기임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신장 재교육 수용소를 거쳐갔던 이들의 사례 연구(case study)를 축으로 챕터를 연결한다. 감시 자본주의 하, "자동화된 인종화의 일상성"이 얼마나 끔찍하게 진행형이며 벗어날 길 없이 내리누르는 탄압과 촘촘한 감시망이 구축되기까지 어떤 이해관계가 얽히고 어떤 맥락이 있었는지 보여준다.

  • [신장위구르 디스토피아] 읽기를 권해준 신장위구르 연구자(+알라디너) 김 ** 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3-03-06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7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3-2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오웰의 1984년을 읽을 때 공포를 느꼈었는데- 저는 이런 세상에서 살라고 하면 못 살 듯- 신장 위구르~~는
더할 것 같습니다. 필독서인 것 같아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얄라알라 2023-04-05 08:58   좋아요 0 | URL
페크님, 장바구니엔 또 뭐 다른 보물이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전 이 책 김재원님 추천으로 읽었는데 완전 잘 읽었다 싶었어요. 완독 응원드립니다
 
GEN Z (Z세대) -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로버타 카츠 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Gen Z]?

사회과학서 제목이라기보다는, 백화점 입점 힙한 신생 브랜드 이름처럼 들립니다. 부제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The Art of Living in a Digital Age"를 확인하자마자, 궁금증과 당장 읽어야겠다는 의욕이 솟구쳤어요. 사실, 도서관 300번대 서가 어슬렁거릴 때마다 "요즘 애들," "MZ," "(포스트) 밀레니얼," "청년" 을 제목에 담은 책들이 즐비하길래, 언젠가는 세대론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평소 제가 관심을 두어 온 사회학, 언어학, 역사학, 인류학 전문가들이 협업한 결과물이라니 그 방법론과 분석 방향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Gen Z]는 미국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봄날 햇살을 즐기며 '요즘 애들'을 이야기하던 4명((언어학자 세라 오길비 Sarah Ogilvie, 인류학자 로버타 카츠 Roberta Katz, 역사학자 제인 쇼 Jane Shaw, 그리고 사회학자 린다 우드헤드 Linda Woodhead)의 오케이 부머(OK boomer)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은각 전공 분야의 이론과 방법론을 활용해 "요즘 애들"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해석하고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합니다. 재정적 지원처를 확보한 후 이들 4인은, 대학교수로서 동원 가능한 연망과 지도학생들의 도움에 힘입어 3년간 차곡차곡 자료를 모았습니다. 일반인도 이해할 쉬운 언어로 그 연구 결과를 풀어낸 책이 바로 [Gen Z]이고요. 




[Gen Z]는 '세대론'이라는 주제와 방법론 면에서 태생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데, 공저자 4인은 영리하게도 도입부에서 그 약점을 공개하고 인정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먼저 표본의 한계로 인한 과대 일반화 가능성입니다. 이 연구는 2017년부터 3년간 120개 포커스 집단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자료, 무려 7000만 영어 어휘를 분석한 'I 세대 말뭉치' 그리고 문헌 자료에 기반을 두었습니다. 인터뷰 대상은 모두 미국의 두 대학(캘리포니아 소재의 칼리지와 스탠포드 대학)과 영국의 랭커스터 대학교 재학생인데, 저자들이 직접 인터뷰하지 않고 Z세대인 연구조교들에게 대리 수행시켰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는 Z 세대 특유의 존재와 상호작용 방식, 정체성 지표, 지향과 세계관, 문제의식 등을 다룬다고는 하지만 표본의 한계로 인해서 특수한 소수 집단의 특성을 파악했다는 정도로 의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저자들의 말을 들어 보겠습니다.


이 책은 표본의 한계로 인해 전 세계 포스트 밀레니얼에 관한 확정적 연구서는 되지 못한다. 그래도 미국과 영국의 Z세대를 포착하는 데는 유용한 책이기를 바란다. 다른 문화권과 사회에서 Z세대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이 영감을 준다면 기쁠 것 같다.

[Gen Z] 들어가며: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中


_____

따라서, [Gen Z]를 생산적으로 읽으려면 자료의 대표성을 문제 삼거나 해석의 허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연구의 시사점을 현재 관심 두고 있는 집단 및 사회에 생전적으로 적용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제 경우엔, 공저자 4인이 소위 포스트 밀레니얼이라 불리는 "Z세대"의 가치관(가족과 친족, 친밀관계, 상위 공동체, 정치의식 등), 관심 화두나 정신 건강상태 등 비물질적 변화를 '언어-I세대 말뭉치'를 통해 포착하려는 시도가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I 세대 말뭉치' Z세대의 교차적 정체성에서 '국가나 민족,' '종교,' '계층'등의 지표가 덜 중시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법적으로 구속되는 가족이나 친족 관계를 넘어, 온라인 오프라인 상 유사가족 관계를 구축하는 Z세대에게는 'fam' 'crew' 'tribe' 등의 어휘가 일상에서 많이 활용된다는 것도 확인해 줍니다. 또한 기성세대를 불신하고 경직된 위계질서를 환멸 하는 Z세대는 유독 "I"주어의 문구,  'I think,' 'I have,' 'I don't' 등을 유독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Z세대는,

  1. Born Digital: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산다. 그에 따라 소통방식, 상호작용 방식도 조율한다.
  2. 자기 중심성과는 변별되는 "자기 의존적 지향성"을 보이며 (의외로) 타인을 돌본다.
  3. 디지털 세대는 조립식 정체성을 통해 공동체에 소속되고자 한다.
  4. 공동체 밖 타인을 포용하고 다원주의를 추구한다.
  5.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 진정성을 중시하며, 이를 변별할 수 있다.
  6. 협력(콜라보)를 중시하며, 위계가 아닌 합의된 권위를 지향한다. 전문가 우대는 옛말이다.
  7. 암울한 현실에 환멸하고 현 세대의 과제가 버겁다고는 느끼며,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8. 그렇다고 안주나 포기가 아니라, 미래의 변화에 대비해 집합적으로 투쟁하고자 한다.

다소 이상화된 특성으로 보이지는 않나요? 아무래도 실제 Z세대의 일상에서 밀착 관찰한 연구가 아니라, 자기보고식 설문조사와 대면 인터뷰로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이상화된 답변들이 모이지 않았을까도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연구가 Z세대라는 추상의, 경계가 흐린 집합체를 'Z' 에 속하지 않는 세대와 변별하는 목적을 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보다는 인류가 처해 있는 큰 어려움과 변화에 협력하여 서로 배우고 같이 나아가자는 데 [Gen Z]의 핵심 메시지가 있습니다.

여기, 서문의 유효한 문장이 있어 옮겨보겠습니다.

우리 연구와 이 책의 목표는 Z세대를 병리학적으로 해부하거나 이상적으로 포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들의 방식대로 Z세대를 이해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물려받은 세대를 파헤쳐 보고 싶었다... 우리는 한배를 탔다. 우리에게는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에게 배울 귀중한 점들이 있다. [Gen Z] 13쪽



해당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썼습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23-01-31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Z세대ㅎ 유튜브에서 SNL MZ오피스 보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ㅎㅎ

Z세대의 특징을 보며 인간 혹은 젊은 세대의 보편적 특징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ㅎㅎ

얄라알라 2023-02-01 01:54   좋아요 1 | URL
그 연기 잘 하시는 주현영이 메인인 프로그램 말씀하시는 거죠?
ㅎㅎ저도 봤어요. 넘 재밌었어요^^ 다들 연기도 넘 잘하시고

오늘도 직거래장터에 가면 MZ세대 참 많이 볼 수 있다. 기성세대(?)와 다른 면이 있다...라고 얘기해주시는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좀 나눴는데 [GEN Z] 생각이 났어요

고양이라디오 2023-02-01 10:33   좋아요 0 | URL
다들 주현영씨가 연기 잘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넘 재밌어요ㅎ

요즘 MZ세대는 어떤가 궁금하네요ㅎ 뉴스로만 들은 거 같아요ㅎㅎ

2023-02-01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3-02-0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급해 주신 대로 백화점에
이제 막 입점한 신생 브랜드
처럼 들리네요 ^^

본 디지털, 정말 공감하는
바입니다. 어릴 적부터 그렇
게 너튜브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디지털에 대한 거부
감이 기성세대와는 남다르
다고나 할까요.
 


읽고 난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일상 대화에서도 '드라이, 드라이' 하고 다닐 지경으로 계속 소설 [드라이]가 생각난다.  


https://blog.aladin.co.kr/757693118/14227819

한국이 물부족 국가라는 사실, 올해 뵈었던 어르신 중에서 상수도 시설이 없는 거주지에 사셨던 지라, 출산 임박해 스스로 작은 우물을 팠다는 회고담, 심지어는 사막 행성 배경의 영화 [DUNE](2021)나 다큐멘터리 [Blue Gold]까지 꼬리를 물고 계속 생각난다. 일상이 예고 없이 비일상 재난 상황으로 전환되고, 국가라는 안전망은 구멍 숭숭 뚫린 신기루에 불과한 상황이 '당신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의,' '나의' 상황이 될 수 있으니까.



오래 전, 수자원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불평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블루 골드]를 보았다, 2023년 업데이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신간 [워터]를 읽었다. 하버드(중퇴이지만) 출신 헐리우드 배우로 더 유명한 멧 데이먼과 개리 화이트가 함께 썼다. Water.Org 공동 설립자인 이들이 서로의 노력과 철학을 칭송하면서도, 물부족의 현실을 현장 전문가의 시각에서 전해주는 책이다. 이들이 어떻게 "Water.Org" https://water.org/를 통해 지구촌 물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는지 책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또한, 깨끗한 물 접근성이야 말로, 생존뿐 아니라, 교육 기회, 성평등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유도한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분들이 발벗고 나서 준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다만, 부제인 "물이 평등하다는 착각"을 십분 살려서, 물이 부족한 지역 사람들의 시점에서 불평등의 현실을 조금 더 생생히 삽화처런 부각시켜주었더라면 하는 욕심을 독자로서 부려본다.



[드라이] 덕분에 앞으로도 한 동안, 물 불평등에 대한 자료를 찾아 다닐 것 같다. 



캘리포니아 수로(California Aqueduct) 때문에 수로 지나는 주변 지역민의 건강(평균 수명)이 현저히 나빠졌다고 비판하는 (저자 자신이 그 지역 출신) 책을 분명히 읽었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기억 나지 않아 답답합니다. 계속 검색어를 바꿔하며 그 책을 찾고 있는데(뭔가 건강 불평등에 관한 책), 혹시라도 플친님들 중 그런 책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는나무 2023-01-01 2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맷 데이먼!!!!! 오~~
책 제목을 알려드리지 못해 아쉽네요ㅜㅜ
저도 궁금하네요!!
물 아껴써야 하는데 큰일입니다ㅜㅜ
기후위기도 그렇고, 앞으로의 미래가 어찌될지?

얄라알라 2023-01-02 12:25   좋아요 3 | URL
맷 데이먼도 그러하고, water.org 공동 설립자 개리 화이트 역시
어머님께서 봉사에 진심이신 분이셨더라고요^^

알게 모르게, 공동체를 보듬는 엄마의 마음과 행동이 자녀에게 전해지나봐요^^

책읽는나무님, 해피 먼데이 시작하셨기를^^

감은빛 2023-01-02 2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라도 쪽 가뭄이 심각해서 상수원이 말라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이 물부족 국가라는 이야기는 언론의 오보였지요.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도시화, 산림 정책, 4대강 사업 등으로 점점 더 물 자원이 부족해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저도 책 제목을 알려드리지 못해 아쉽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얄라알라님.

얄라알라 2023-01-03 13:04   좋아요 1 | URL
감은빛님 감사합니다. 물 부족 세계 지도를 보면 우리나라 남부지역은 붉은 색이더라고요
먹거리가 나오는 귀한 땅인데, 도시민으로서 클릭과 배송 받는 데만 익숙해져서
정작 땅 지키시는 분들의 고뇌가 제 것임을 잊을 뻔했어요

일깨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은빛님.

책 제목, 아, 저도 정말 답답해서 도서관을 직접 찾아서 서가에서 어슬렁 거리는 게 빠를 것 같아요^^ 분명 읽었으니까 ㅎ


고양이라디오 2023-01-05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이 부족하면 정말 끔찍할 거 같아요ㅠ 얄라님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ㅎ

멧 데이먼이 이런 활동하는지 처음 알았네요ㅎ 좋은 일 하시네요^^b
 

"임신중지는 본질적으로 감정적인 경험이다."

  • 감정은 여성의 영역?


  • 감정의 역사: 바바라 로젠와인 Barbara Rosenwein

  • 감정의 정치학을 연구하는 Sara Ahmed의 저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티나무 2022-08-29 16: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용문은, 감정정치를 이야기하려고 하는 문장 아닐까요.
이 글 보고 소름 돋았는데 저 어제 사라 아메드 책 다 찾아보고 보관함에 담아뒀거든요? 행복의 약속은 이미 들어있고 공저인 정동이론 어렵지만 읽어보고 싶네 했고 마지막 책 번역 안 되어 있어 매우 아쉽다 했거든요. ㅎㅎㅎ
그런데 아침에 똭 얄라알라님 올리신 거!^^ 헤헷

난티나무 2022-08-29 16:46   좋아요 3 | URL
아 어제 <여성의 수치심> 잠깐 봤는데 거기서 사라 아메드 인용 많이 하더라고요. 그리고 임신중지도 수치심&죄책감을 이용하니까 저는 인용문을 그 맥락에서 읽었어요.

얄라알라 2022-08-30 23:05   좋아요 1 | URL
오호! 난티나무님,

이런 우연의 일치로도 금새 마음이 밝아지는 걸 보면, 저희는 정말 책으로 맺어진 친구인가봅니다. 난티나무님께서는 소름까지 돋으셨군요^^ 보관함 담아 두셨다는 걸 보면, 구매각인가요?ㅎ

저는 ˝정동˝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도 그 개념이 바로 들어오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겁은 나지만 한 번 읽어보고 싶어요.

[Happy Abortion] 맨 첨에 읽을 때 페이지가 안 넘어갔던 이유가, 이처럼 감정정치 등등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해서였나봐요. 아직도 어렵지만 반복해 읽으니 좀 나아진 것 같아요^^


공쟝쟝 2022-09-05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라 아메드 책 담다가 여기 옴 ㅋㅋㅋ 저 우리나라 책중에 *다소 곤란한 감정*이라는 책이 있었는 데요, 그 책 한번 읽어보세요 ㅋㅋ 감정 사회학 연구자의 에세이인데 비슷한 결예요 ㅎㅎㅎ 그 쪽 학문도 엿볼 수 있고 우리나라 사람이라 쉽더라그여…!
 
라듐 걸스
씨 지음, 김모 옮김 / 이숲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간 [라듐 걸스]가 그래픽 노블인지라, 주변 어린이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나부터 읽어보았다. 그. 결. 과. 읽기는 30분 안에 마쳤으나, 그 후 관련 자료를 뒤져보느라 반나절을 보냈다.

불과 100여 년 전, 미소를 밝혀준다는 광고와 함께 라듐 화장품이 팔리고, 부유층은 라듐 워터를 건강을 위해 "챙겨" 마셨다. 시신이 되어 무덤에 묻히더라도 발광을 멈추지 않을 파괴적인 물질이 당시에는 기적의 물질이었다! 무지가 인간 생존 본능의 열쇠인 공포감을 용접해버렸다. 두렵기는커녕 갈망의 대상이 되었던 물질. 라듐.

야광 시계판을 만드는 데 라듐 페인트는 유용했다. 공장 관계자들은 재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직원들(주로 젊은 여성)에게 라듐 페인트가 뭇은 붓털을 입과 혀를 써서 가지런히 모으는 테크닉을 권장했다. 훗날 "라듐 걸스"라는 이름으로 박제가 된 희생자들은 이 테크닉으로 인해 주로 턱과 치아에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픽 노블 [라듐 걸스]은, '극도로 두려워해야 할 대상에 두려움이 0도 없이 노출되어 말 그대로 육체를 잠식당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았다. 퇴근 후,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후에도 발광하는 이들에게는 '고스트 걸'이라는 별칭도 붙여졌다. 명백히 죽음을 암시하는 닉네임에도 불구하고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들은 라듐 페인트를 죽음과 연결 짓지 못했다. 설상가상, 하나 둘 일하던 여성들이 병으로 쓰러져도 '매독'과 연결 짓는 등, 희생자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오명의 소문은 진실보다 빠르게 퍼지기 마련이었다.

여느 젊은이들처럼 쾌활하게 떠들고 천진하게 놀던 '라듐 걸스". 실은 라듐 페인트가 몸 내부에서부터 이들을 돌이킬 수 없이 태우고 구멍내고 있음을 알지 못했기에 더욱 비극이다. 예를 들어, "라듐 걸스"는 "발광" 때문에 극장 스크린이 안 보인다는 뒷좌석 관객의 항의 때문에 영화관 맨 뒷줄로 옮겨가면서도, 자신들의 발광이 비극의 전조 증상임을 인지 못했다.

심지어, 이 젊은 여성들은 나이트클러빙에서 돋보이기 위해 몰래 라듐 페인트를 치아, 손톱, 옷에 도포했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 본연의 생존무기인 공포감이 1도 작동하지 않아 비극인데 희극처럼 흘러가는 이들의 일상은 결말이 뻔하기 때문에 더 비극적이다.

[라듐 걸스]의 저자는 일부러 보라색과 연두, 이 두 가지 색을 주조색 삼았다. 우아하고 관능적인 보라톤을 뚫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두빛의 집요함. 보이지 않는 광선은 "걸즈"의 몸을 뚫고, 그들의 뱃속의 아가를 뚫기도 한다.

단, 마지막까지도 이들의 고발정신은 꺾지 못하여 "라듐 걸스"는 아픈 와중에도 소송을 불사했다.

[라듐 걸스]를 읽던 중, 수년 전 잠시 스쳤던 한 택시 기사분이 생각났다. 종로3가를 지날 무렵이었다. 낡아빠진 건물 (문외한인 내 눈에도 허술한 관리 하) 철거 작업이 종로3가 대로변에서 한창 진행 중이었다. "석면" 관련한 책들을 통해 그 위험성을 배웠던 나는 철거 현장의 관리소홀에 경악했다(저렇게 낡은 건물이면 석면이??!!). 택시 기사님께 종로 지역 철거작업이 대낮에 가림막도 제대로 안 하고 저렇게 이뤄지냐고 물었던 것 같다. 동대문 방향으로 이동하기까지 나는 계속 기사님과 '석면" 이야기를 나눴다. 기사님께서는 여름철 휴가 가면 고기 불판 대신 슬레이트 지붕 판에다 삼겸살을 구워 먹었다는 추억을 더듬어 주셨다. 기름이 (석면) 슬레이트 홈을 타고 쏙 빠져서 삼겹살이 아주 맛있게 구워졌다고 자랑스러워하시기까지 했다.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과 별개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실은 나 또한, 이 순간 '라듐 걸스'처럼 극도 위험한 물질이나 환경인 줄 모르고 생존본능용 공포 스위치를 꺼놓고 살고 있을지 모르니. 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해, 가급적 모두를 위해 우리가 생활 속 위험한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그 물질에 가장 취약한 이부터 챙기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좋겠다.

(용산 공원 시민 개방 아이디어가 우려스럽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2-08-06 17: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런 일이 많았었나봐요. 비슷한 사건을 접한적이 있는데
급여를 후하게 쳐주니 노동자들은 위험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그곳에서 계속 일하다 죽게되는 일요. 옥시나 삼성을 보면 현재진행형같습니다. 얼마전 뉴스에서도 공원을 둘러싼 조경용돌이 석면돌이었다는걸 봤는데 의외로 저희동네도 곳곳에 그런돌이 많이 보여요.

얄라알라 2022-08-07 02:23   좋아요 3 | URL
미미님 말씀처럼 ˝현재진행형˝

저도 [라듐 걸스] 읽으며, ‘내가 굳이 이 사건들의 년도를 기억해야 하나?‘ 큰틀에서 보면 어차피 현재도 반복되고 있는 사건인데. 진행형인데...
생각 했더랍니다


조경용 돌에 대한 뉴스는 아직 접하지 못했는데 아찔하네요

mini74 2022-08-06 1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계여공들 이야기 읽은 기억납니다. 이걸 섞은 물이었나요 만병통치약처럼 팔기도 했고 아이들 과학도구로 팔리기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성냥팔이 소녀가 환상을 본 것도 성냥공장에서의 백린때문이었다고 ㅠㅠ슬레트지붕 생각납니다 ㅠㅠ

얄라알라 2022-08-07 02:22   좋아요 2 | URL
예, 저도 책 읽고 난 후 한참 뒤적거리다 보니 라듐 연관 제품 광고들이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성행이더라고요.

슬레이트 지붕에 삼겹살 구워드신 분은 어쩌라고....

항상 가장 취약한 분들이 가장 빨리 노출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서니데이 2022-08-06 2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본 것 같은데, 라듐이나 방사성 물질들을 만병통치약처럼 팔았던 시대가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오래전의 일이 아니더라구요. 그 때는 위험성을 몰랐겠지만, 피해자가 많았을거예요.
얄라알라님, 더운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시원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얄라알라 2022-08-07 02:20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정말 더운 주말 새벽이네요
비가 왔어도 바람도 없이 습하고 불쾌지수 높아지는데
저는 이 새벽에 [마흔의 문장들]이라는 책을 시작했습니다.

라돈침대 이슈가 21세기에 불거진 것을 보면
미미님 말씀처럼 진행형의 문제 같습니다

꿀잠 주무시고 계시기를

희선 2022-08-07 0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제목 책도 있어요 라듐이 위험하다는 걸 몰라서 빛나는 게 좋아서 몸에 바르기도 하다니... 일할 곳이 없어서 그런 걸 할 수밖에 없기도 했네요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이 그 일을 많이 했다고도 합니다 지금은 몰라도 사람한테 안 좋은 거 지금도 좋게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건 빨리 알면 좋을 텐데...


희선

얄라알라 2022-08-07 02:21   좋아요 3 | URL
네, 저도 위 그래픽노블 읽고 난 후에 찾아보니 좀 더 현장성이 가미된 책이 있더라고요. 저자가 직접 현지를 방문하고 인터뷰와 리서치 해서 쓴 글.
그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욕심입니다

희선님 말씀처럼 많은 비극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진행형일 때 인간의 의식에 들어오기도 하기에 괴롭고 안타깝습니다

persona 2022-08-07 0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에 이용하던 스터디 카페도 그렇고 음식점 카페들, 저희는 클린업소라며 소독약을 공기중에 분사하면 소독될 거라고 착각하며 연무기를 다 갖다 들이고 연무기 작동시키고. 심지어 사람 있는데서요. 그게 소독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거에 충격받았어요. 소독이 또 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 있는 공간 밀폐 시켜서 쏘면;; 가습기 사건 겪어놓고도 그런 업체들이 아주 흔했다니까요. ;;;;;; 대체 왜 그러는 건지;; 저는 그때 이후로 더욱더 의심이 많아진 거 같아요. 다른 코로나 정책들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똑똑하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예 상식도 의식도 없을 수 있다로요;;

얄라알라 2022-08-07 18:07   좋아요 1 | URL
persona님, 그래서 대피(?)하셨죠?
이런...당황스러우셨겠어요.

소독약을 밀폐된 공간에 분무하다니...
별 생각이 없이 ˝방역˝하시는 관리자분께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지, 이해는 하실지...난감한 경우에 어떻게 하면 서로 얼굴 안 붉히면서 알릴 수 있는지 고민될 때 있어요

persona 2022-08-07 18:23   좋아요 0 | URL
공부하다 보면 시야가 흐려지고 기침이 심하게 나는데도 아무도 자리를 안 피하더라고요. 나와서도 기침 한참하고요. 아예 전 소독할 때 식사를 하곤 했지만 정말 돈들여서 비싼 거 싸고 광고하는데 옆에서 뭐라고 할 순 없겠더라고요. 열심히 피해다녔죠;;
겨울이 되어서야 위험하다는 신문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연무기에 들어가는 게 희석하면 약효가 떨어져 소용 없을 것이고, 그보단 차라리 창문 열고 환기하고 소독제로 바닥이랑 테이블 청소하는 게 더 나을 텐데. 그런데 다른 집 보니까 밤에 영업종료후 연무기로 가득 뿌리고 퇴근 하더라고요. 화재경보기도 안 울리는 건지. 아무튼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새파랑 2022-08-07 08: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라듐에 저런 역사가 있다는걸 처음 알았네요. 석면은 자주 들어서 알았는데 ㅎㅎ 밝고 아름다움의 이면에 있는 희생이라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얄라알라 2022-08-07 18:09   좋아요 2 | URL
라듐 페인트 직접 몸에 닿는 여자 직원들에게는 위험성에 대해 전혀 이야기해주지 않았어도
전문가로서의 과학자나 연구가들은 빈틈없이 방어하고 같은 물질을 다루는 장면이 이 그래픽 노블에 잘 나와 있어요....

새파랑님 말씀처럼 ‘밝음 이면의 희생 (+착취)‘ 가 있었기에 화가 납니다^^:;

기억의집 2022-08-07 1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슬레이트를 구이판 삼아… 맛있게 먹었다는 기사님 이야기 하니 .. 미국에 살고 있는 제 친구가 이번에 코로나 끝나자 마자 한달 ㅇ예정으로 한국에 놀러 와 자주 만났는데.. 이 친구가 시내 다닐 때는 택시를 타던 친구였는데.. 같이 돌아다니면서 대중 교통을 이용하더라고요. 그냥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미국 갈 쯤 한번 더 만나 삼청동에서 시청으로 이동할 때 버스 탔는데 택시 기사님들 타면 뭐 그리 정치 이야기하는데 다 민주당 욕만 해서 타기 싫다고.. 손님의 정치 성형이 어떨지 전혀 생각 안 하고 말하는 거 너무 기분 나쁘다고 한두번이야 말이지 100이면 다 100이 저런 반응 보인다고 차라리 대중교통 타고 다닌다고 말하더라고요. 얄라님이 석면 이야기 하면서 가림막 해야지(근데 요즘은
다 하던데…)라고 말안 하시는 걸로 봐서 석면의 위험성을 모르시네요!!! 답답하셨겠어요!

얄라알라 2022-08-07 18:12   좋아요 0 | URL
그나마 석면슬레이트의 위험성이 이제는 상식으로 공유되지만
많은 위험 물질들을 저조차 모르고 일상에서 그냥 접하고 있지는 않을까, 무서웠어요.
슬레이트 판에 삼겹살 구워드신 그 분만큼이나 저도 모르고 많은 노출 당해왔을 텐데,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 아이들이...

예를 들어, 저는 요즘 꼬마들은 세탁해서 수 개월씩 신을 수 있는 천 실내화가 아닌, 플라스틱 실내화를 거의 대부분 신던데 그 역시 피부로 흡수될 안 좋은 물질을 함유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 연약한 피부로 독성물질이 스며드는 터일텐데....

기억의 집님 친구분께서
얼마나 ‘일방적 공세‘에 시달리고 싫으셨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셨을까요...에공...

그레이스 2022-08-07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이 괜찮을까 하는 걱정을 할때가 많아요.ㅠ
위험한 줄 알면서 작업자에서 노출되어 있는 분들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