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체력은 탐내지 않는다 - 다른 사람 말고 내 몸에 맞는 적정 운동 안내서
이우제 지음 / 원더박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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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허리를 다쳤다. 무너져내린 몸의 기둥.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넌 가엾은 내 허리. 이 기회에 내 몸을 돌아봤다. 어떻게 살아왔나 나는.


운동과 친하지 못했지만 관심은 많았다. 잠깐씩이지만 합기도, 태껸, 복싱을 배워봤고, 한동안 꾸준히 헬스클럽에서 쇠질을 해본 기억도 있다. 되도록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홈트레이닝을 하는 습관을 들였고 요즘엔 요가를 배워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다고 하는 운동을 해도 답답했다. 뻣뻣하기만 하고 똑바로 서있지도 못하는 느낌. 어딘가 비틀어진 것 같은, 자세를 잘 잡지 못하는 몸. 운동할수록 망가지는 것 같은 찝찝함.


표지가 웃겨서. 제목이 그럴싸해서. 두께도 얇겠다 그냥 무심코 집은 책. 그런데 이 작은 책 한 권이 내게 큰 걸 가르쳐줬다. 책 저자는 퍼스널 트레이너에 요가 지도자다. 무엇보다도 '허리 디스크를 앓아본 사람'이라는 이력에 눈이 갔다. 무턱대고 운동 뽐뿌부터 넣는 책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


이 책은 숨 쉬는 법부터 알려준다. '잘 쉬는 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가슴과 배 경계의 가로막이 움직이는 원리를 배우며 내가 그동안 얼마나 얄팍하게 숨 쉬고 살았는지 깨달았다. 숨쉬기 다음에는 똑바로 서기. 그다음에는 힘차면서도 편안하게 걷기.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나중에는 케틀 벨 스윙 같은 중량 운동도 소개한다. 하지만 원칙이 있다. 기본이 안 되면 함부로 아무 운동이나 뛰어들면 안 된다는 것. 숨도 잘 못 쉬는 사람이 무거운 걸 들거나 어려운 동작을 취하면 안 된다는 것.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준비 과정 자체가 무척 중요한 운동이라는 것.

저녁에 퇴근하고 간단하게 스트레칭한 다음에 이 책에서 소개한 운동을 했다. 두 발바닥을 바닥에 제대로 딛고, 골반 위치를 잡고, 눈을 감고 가슴-배-허리를 휘감는 호흡을 느꼈다. 한참을 그러고 서있으니, 뿌리 깊은 나무처럼 땅 위에 내 몸이 단단하게 잘 서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젖어들었다. 서있는 게 이렇게 든든하면서도 편할 수 있다니. 아. 건강하다는 건 이런 느낌이겠구나.


몸에도 기본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나는 이렇게 내 몸의 기본과 만났다. 책을 펴자마자 '곧 죽어도 운동!'을 외치는 여느 운동 책과는 다르다. 무엇보다도 숨 잘 쉬고, 튼튼하게 잘 서고, 낭창낭창 걸어 다닐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나처럼 자기 몸을 두고 어쩔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가장 절실한 운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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