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떠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홍윤.  

 필명 물만두. 

 그녀가 죽기 이전까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죽고 

 그녀의 사연과 리뷰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녀를 알게 되었다. 

 이번 책을 읽음으로써  

 다시 한 번 그녀를 기억하고 싶다. 

 별 다섯 인생을 통해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추리 책방을 통해 그녀의 리뷰를,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또 다른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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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2011년이 끝을 보인다. 11월을 돌아보고, 어떤 책이 내 기억에 남았는지, 살펴본다. 이번 달은 소설이 유독 많으니, 인문부터 가자. 난 소수를 사랑한다. 

  

 철학자에 관심이 있다고 자부하는 나지만, 정작 소홀히 하는 작가, 자크 데리다. 그에대해 알고 싶어서 선택한 책, 『데리다 입문』. '자크'는 어디로 갔나? 제목처럼, 그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길. 『러시아의 역사』는 재 8판을 낸 것을 강조하며(이건 『변호측 증인』도 마찬가지지만) 추천사 하나를 메꾸고 있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러시아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인데, 길다. 두 권을 합쳐서 1000쪽이 넘는다. 그런데 1963년부터 계속 베스트셀러라고 하니, 그 명성이 우리나라에게 전해질까 궁금하다. 윌 듀란트의 『역사 속의 영웅들』 역시 역사 속에 등장했던 '영웅'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기서 영웅들이란 신화 속에 나오는 영웅이 아니라 공자나 플라톤 같은 인류의 지성들을 말하는 것이다. 윌 듀란트의 철학적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이건, 불공평한 일이 틀림없다. 수많은 작가들이 주목을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며 작품을 내도 뜨거운 반응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하루키는 그저 끄적인 것만 모아놓았는데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았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 동안 하루키가 이룩한 거대한 문학과 감성의 성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것을 이룩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다했기에 이런 것조차 인정되지만 그래도 불공정한 것은 마찬가지다. 책세상에서도 알베르 카뮈의 전집을 내면서 젊은 시절의 글이나 신문에 기고한 것까지 모조리 끌어모아 책으로 출판하지 않았던가? 그래, 이건 불만이 아니다. 놀라움이다. 한편으론 존경심이 담겨 있다. 잡문조차 이렇게 깊이 있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다니, 역시 하루키다, 라는 생각.  

 『중세의 뒷골목 풍경』은 제목만으로 날 자극한 풍경이다. 흔히 '암흑 시대'라 불리는 중세 시대에, 인간보다 신이 우선시되어 인간의 자유와 권리가 말살되어버린 시대, 그 당시의 뒷골목 풍경은 어떠했는지 심히 궁금해진다. 중세는 르네상스에 비해 알려진 자료가 별로 없을 텐데(특히나 기록이 거의 되지 않는 뒷골목 풍경은) 그림까지 사용하여 설명하다니, 그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물론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에 비하면 부족하겠지만). 뒷골목의 주류들의 생활과 중세 시대의 마녀 재판과 같은 일들까지 묘사하니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 

 『독재자의 여인들』은 그들의 운명을 알고 싶어서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책은 『노라』다. 『율리시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으로 유명한 제임스 조이스의 아내 노라에 관한 평전인데, 조이스의 작품을 번역한 김종건 교수가 번역한 책이다. 이 책은 노라의 생애를 다루는 동시에, 그녀가 조이스의 작품에 미친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율리시스』의 주인공 블룸의 아내인 몰리 그리고 블룸의 딸인 밀리, 블룸의 펜팔 여친인 마사의 모델로서의 노라의 모습을 다룸으로써 '조이스를 있게 한 여인'이라는 명칭이 어울리게 한다. 노라의 삶, 그리고 그녀의 힘(여기에 풍부한 사진 자료까지), 그것이 너무나 궁금하기에 나는 11월 최고의 주목 신간으로 이 책을 꼽을 것이다.  

 -아, 그나저나 생각의 나무 출판사가 부도난 것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이야기, 『어느 작은 참새의 일대기』. 그리고 그것이 실화라는 사실. 2차 세계대전 속에서 일어난 쓰레기통 속의 장미와 같은 이야기. 참새 클래런스와 12년간 그를 지켜준 인간 클레어. 이 두 생물의 이야기는 감동의 도가니다. 피아니스트인 클레어 킵스와 어느 날 집 앞에서 주운 발과 날개를 다친 참새 한 마리. 그들의 아름다운 우정은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질까? 

 4년 동안 700여명의 문학 전문가들이 집필한 대규모 문학 해설집 '문학의 광장' 시리즈 14번째 책인 이 책은 그들이 가장 좋아하거나 잘 알고 있는 미국 문학가들에 대해 쓴 책이다. 이 시리즈 자체가 놀라운 것이라고 본다. 그 질 역시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역시나 하루키는 피츠제럴드다. 이 시리즈를 모두 사고 싶다. 

 강신주의 야심작인 『철학의 시대』,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제자백가의 가르침을 오늘날에 대입시키려는 그의 노력이 대단하다. 『철학vs철학』 같은 다른 저작을 보면 강신주는 철학사를 오늘날에 대입시키는 능력이 있는 듯 하다. 

  

 이제 소설로 넘어가보자. 『미세레레』는 두 권으로 된 스릴러 소설이다. 저자인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는 『검은 선』으로 유명한 스릴러 작가이다. '미세레레'는 불길한 정도로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뜻이다. 한 성당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이 과거의 역사로까지 나아가는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마르셀 파뇰은 19세기에 태어났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4부작 연작 소설 『마르셀의 여름(원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을 썼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아름답고 순수하다. 소년 마르셀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성장해 간다. 그러니 이 책은 한편의 성장소설이자 노스탤지어를 유발하는 책이다. 꼭 읽고 싶은 두 소설이다.  

  

 빈스 플린의『권력의 분립』은 스케일이 큰 정치스릴러다. 미국의 백악관을 표지로 사용하는 이 책은 테러와의 전쟁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CIA의 대테러 특별팀인 '오리온'의 비밀요원 미치 랩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국 내의 정치적 분열과 외부 세계와의 정치적 분열을 여러 지역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동시에 주인공의 러브라인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참고로 이 소설은 2001년 작품이며 미드 '24시'를 탄생시킨 작품이기도 하다(아, 근데 백악관을 보니 <다이하드>가 떠오른다. 

 『킵』은 제니퍼 이건을 국내에 소개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11년 퓰리처상 작가인 그녀는 무엇보다 '현대 미국인'을 위한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자신을 위한 글쓰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쓰는 모든 글을 그녀 자신에게 도전하는 식으로 쓴다. 『킵(Keep)』은 고딕 소설풍을 띠고 있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메타픽션의 구조를 띠며 한 수감자의 이야기로 뻗어간다. 말 그대로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장르가 너무나 조화롭게 섞여져 있어서 이 책은 '어느 장르의 책이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냉철하면서 감동적인 문장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힘있게 실어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소설이 21세기 문학 분야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유명한 히페리온의 이야기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걸작 『히페리온의 몰락』, 굳이 말하지 않아도 SF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기쁜 소식이다. 그리고 표지가 참 예쁘다. 그리고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스키 스택하우스 열 번째 이야기 『죽여도 가족』도 기대된다(참고로 이 시리즈의 제목에는 항상 '죽음'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활자 잔혹극』은 『변호 측 증인』의 재판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명작의 부활이다. 1977년 작품이다. 그리고 이미 국내에 『유니스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원제는 'A Judgement In Stone'이다. 주인공 유니스는 문맹이기 때문에 커버데일 가의 가정부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활자와 너무나 가까웠던 중산층이었다. 그래서 유니스는 그들을 죽였다. 이렇게 시작된 잔혹극은, 전개된다.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질 소설인 것 같다. 

 블랙 로맨스 클럽 첫 번째 시리즈 책, 『열일곱, 364일』.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이다. 제시카 워먼(woman)의 소설이다. 이 작품은 성장소설과 미스터리 스릴러를 절묘하게 조합시킨 작품으로서, 두 가지 다를 원하는 청소년들에게 만족을 줄 것이다. 소설은 18번째 생일이 되기 전날 죽음을 맞이한 소녀가 자신의 시체를 발견한다는 것으로 시작된다(이 부분에서 <러블리 본즈>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녀 앞에 그녀보다 1년 전에 죽은 알렉스라는 남학생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이 시작된다. 현대 사회의 문제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스릴러를 읽는 즐거움을 주며, 성장소설의 감동을 주는 이 책, 블랙 로맨스 클럽과 함께 성장하길 빈다. 

 『대지의 딸』은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였던 아그네스 스메들리의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형식의 자서전에 가까운 책이다.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결혼 등)와 당시의 사회 문제를 동시에 서술해나갔던 과거의 저널리스트의 소설이 기대된다. 

 11월 신간 중 가장 기쁜 신간 소식 중 하나가 주제 사라마구의 『물의 침묵』이라는 동화가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사라마구는 나에게 특별한 작가이다. 그렇기에 죽은 그의 동화가 출간된 것은 기쁘지 않을 수 없다. 24쪽이라는 짧은 동화지만 그 속에 어느 성찰과 교훈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진다. 

  

 필립 딕 SF 걸작선 다섯 번째 책인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은 영화 <매트릭스>의 소재가 된 걸로 널리 알려져 있다. 21세기 초의 미래를 섬뜩하게 그려내고 있다.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표지가 무섭다. 그리고 이 소설은 내용만큼이나 사진, 곧 그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그 섬뜩한 흑백사진들이 작가가 직접 모았다는 점, 저자만이 알고 있는 사진의 진실이 있다는 점이 섬뜩하다. 그리고, 최근 연달아 쏟아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 굳이 『마구』만을 내세울 필요가 있겠는가? 새벽 거리, 백은의 잭, 마구, 그의 마니아들은 일단 이 세 소설만으로도 기쁠 것이다. 우타노 쇼고의 팬들도 그렇고. 평화를 유지하고 싶은 가족에게 찾아오는 범죄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SF 명예의 전당 시리즈가 드디어 나왔다. 수없이 쏟아지는 SF 중에 명예로운 것만을 모아놓은 시리즈다. 미국의 SF를 소개하는 것으므로 체코의 것보다는 조금 익숙할진 몰라도 여전히 낯선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명예의 전당답다. 

 

 

 

 

  

 

 

 

 

 

 

  

 솔 벨로의 소설 세 권이 펭귄클래식에서 나왔다. 솔 벨로, 민음사의 『오늘을 잡아라(Seize the day)』 말고는 국내에 거의 알려진 바 없는 작가, 그러나 미국에서는 1976년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헤밍웨이와 포크너를 잇는 미국 현대문학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 그의 대표작 세 편이 연달아 출간된 것은 기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난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세 작품이 기대되는 까닭은 펭귄클래식만의 뛰어난 표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소설의 주목 신간을 살펴보자. 비록 국내소설에 대한 신간은 별로 없지만, 각각의 소설의 존재감이 매우 크다.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들』은 8년만의 단편집인데, 북트레일러를 통해 본 그녀의 문장이 참으로 아름다워서 더욱더 끌린다. 문장은, 나아가 글은 쓰는 사람의 역량에 달린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거장 이문열 역시 오랜만에 『리투아니아 여인』으로 독자들에게 인사했다. 리투아니아 여인인 여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기, 여우 발자국』의 저자가 『모던 팥쥐전』의 저자라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자. 일상적 판타지의 달인이라고, 나는 그녀를 평가한다. 이번 소설도 눈에 보이는 대로만 보고, 귀에 들리는 대로만 듣는 우리의 일상적 관념을 깨뜨리리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한강의 『희랍어 시간』은 한 편의 산문시이다. 문학동네에 연재되었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나도 그 중 하나였다)을 받으며 짧은 연재를 끝마친 이 장편소설, 언제 나올지 궁금했는데 벌써 나왔다. 우리가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한 남자의 이야기와 한 여자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전개하는 비밀스런 문장이다.  

  

 그 외:  

  

 

 

 

 

 

 

 1. 우리는 땅끝으로 간다: 이성숙 작가의 청소년 소설. 자살하려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자 사연도 다르고 그 이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그들은 오직 '죽음'을 목표로 땅끝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들은 변화된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추천한다. 

 2. 도둑의 탄생: 김진나 작가의 도둑 판타지.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 로보가 『완전한 도둑』이라는 책을 읽고 도둑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 도둑이 된 이야기이다. 하지만 제목과 소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목적은 단순히 판타지가 아니라 그것을 덮개로 한 현실비판서다. "도둑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아. (…) 게다가 소유하는 순간 도둑맞을 위험도 생기고." 라는 문장은 오늘날의 현실을 뼈아프게 파고든다. 

 3. 롤리팝과 책들의 정원: 여자들을 위한 책이다. 여자들의 욕망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딸과 어머니와의 심리적 갈등을 그려냈다.  

 4. 잔혹한 세계사: 세계사에서 일어난 대량학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내가 어느 유튜브 동영상으로 봤는데 역사상 인류를 가장 많이 죽인 재앙은 바로 '홀로코스트(2차 세계대전에 나치의 유대인 탄압)'였다고 한다. 인간에 대한 자연의 재앙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에 대한 인간의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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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
한홍구.서해성.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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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설하면, 별로였다. (듀엣을 제외하고) 제각기 다른 50명의 사람들과 대담을 나눴는데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오히려 직설 내용보다는 직설을 한 사람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안철수, 박원순, 김제동, 조국, 고은, 그리고 리영희 등....... 그리고 한홍구와 서해성의 유쾌한 입담도 그 식상한 패턴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지만, 솔직했다. 이 직설들은 《한겨례》에 1년 동안 연재된 글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연재 기간 동안 그 독한 언행 때문에 많은 비난과 안티를 낳기도 했다. 문재일 씨와의 공개 직설에서도 '직설'다웠다. 공공의 눈이 보고 있는데, 그것에 서슴치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는 것은, 어찌보면 무례함이나 무모함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이야기'였다. 물론 이들의 대화 내용은 대부분 사회적, 정치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야기엔 인간적 정이 묻어났다. 이런 기획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서먹서먹했던 이들이 두 세 시간의 솔직한 대담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보였다. 이 직설이 기획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일방적인 인터뷰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화'였다는 것만큼은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싫은 사람, 좋은 사람 다 담겨 있으니까(설마 이 책에 나오는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두 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러한 증오의 분명한 이유는 없으리라. 게다가 청소아줌마들도 있거니와). 만약 나처럼 고은 시인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그 부분을 보면 되는 것이고, 싫은 사람 이야기는 안 봐도 된다. 어차피 이 직설은 골라먹을 수 있으니. 나는 아직 충분한 경험을 못했으니 두루두루 맛보았고.  

 잘 모르는 정치인들이 많이 등장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지루해졌지만 그만큼 대통령 '가카'에 대한 직설은 더욱 거세졌다. 『직설』은 특히 현직 대통령 정권에 대해 직설을 많이 했다. 4대강 이야기, 선거 이야기(정동영), 그리고 촛불 시위....... 가장 최근의 기록이기에, 가장 신선하고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는 책, 직설. 한겨례 출판에서 출판되었는데 서문부터 한겨례에 대해 직설을 하는 대담한 직설꾼, 한홍구, 서해성. 분명히 이 책엔 뭔가 있다. 날카로움 이상의, 그러나 절제가 포함되어 있는 뭔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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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전쟁 - 양자 역학과 물리학의 미래를 둘러싼 위대한 과학 논쟁 사이언스 클래식 19
레너드 서스킨드 지음, 이종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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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의 세계는 참으로 흥미롭다. 특히, 우주에 대해서는. 우주는 끝없이 넓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가 그곳을 'space(공간)'이라고 부를지 애매한 곳이 바로 우주다. 우주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너무나 신비하며 그 중 현대 과학으로 밝혀낼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블랙홀도 예외는 아니다. 블랙홀은 화이트홀과 더불어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되고 있다. 『블랙홀 전쟁』은 그것에 대한 책이다. 단지 논쟁을 한 사람이 특별할 뿐.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 자신인 레너드 서스킨드이지만, 동시에 스티븐 호킹과 토프트이기도 하다. 대립 구도는 '레너드 서스킨드·토프트 ↔ 스티븐 호킹'이다. 하지만 이 지적 전쟁은 나아가 블랙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했던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모든 과학자들까지 관련된 문제였다. 승리한 자의 주장은 과학사를 바꾸는 일이 되는 셈이었다(하기야 과학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언제나 추측이 난무하니까, 그것 역시 하나의 역사라 볼 수 있다).  

 사실 이 전쟁은 30년 전 스티븐 호킹이 젊었던 시절부터 있었던 일이다. 이들의 치열한 논쟁은 어디까지나 과학적 논쟁이다. 그래서 『블랙홀 전쟁』은 나를 비롯한 일반인들, 그러니까 비과학자들(사실 과학자들 중에서도 이들의 주장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에게는 무척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저자는 그것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결국 스티븐 호킹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이 30년간의 논쟁은 과학사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으며 앞으로 있을 수많은 과학적 논쟁의 시작이기도 했다.  

 사이언스클래식, 말 그대로 품위 있는 과학의 고전들만 모아놓은 알찬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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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과학 - 뇌과학이 밝혀낸 의사 결정의 비밀
리드 몬터규 지음, 박중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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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삶은 항상 선택으로 가득 차 있다. 때로는 그 선택이 옳은 선택일 수도 있고, 옳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이 누군가의 삶을 살리거나 죽인다. 이처럼 선택은 우리 삶에 있어서 항상 존재하는 동반자와도 같다. 그런데 이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예를 들어, 책을 살 때도 이 책을 살 것인가, 저 책을 살 것인가, 라고 우리는 선택에 앞서서 갈등하는데 여기서 우리는 다섯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책을 사거나, 저 책을 사거나, 이도 저도 아닌 다른 책을 사거나, 둘 다 사거나, 아예 사지 않거나. 이것은 모두 '나'의 선택이기 나름이다. 『선택의 과학』은 리드 몬터규의 저작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이다. 그런데 마음에 걸린 게 바로 추천사다. 우선, 저자의 역량을 그 외모를 보고 판단한 것, 그리고 '리드 몬터규'적인 작품이라고 이 작품을 소개한 것. 아니, 그런 표현은 적어도 국내에 명함 한 번 내민 작가에게 맞는 표현 아닌가? 왜, 그의 책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리드 몬터규'적인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에 책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책 내용도 쉽지 않았고 말이다. 

 나는 항상 인간의 선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궁금해 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온 것에 놀라웠다. 그리고 나는 그 선택이 '뇌'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미 『뇌는 답을 알고 있다』와 『심플렉서티』와 같은 뇌과학 도서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이 작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래, 뭐, 나쁘진 않았다. 한데 내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내 기대를 채우지 못했고, 저자 자신만의 이야기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에 4점을 준 까닭은 몇몇 흥미로운 사례들도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삶은 단순한 선택과 복잡한 선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 곧 '선택'과 '결정' 그리고 '그것의 실천'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과학』에선 후자에 대해 언급되진 않는다. 그것이 아쉬웠다.  

 이 리뷰에서 이런 표현을 쓰겠다, 이런 말을 하겠다고 '선택'하는 것도 나다. 그런 점에서 최소한 이 책의 가치만큼은 인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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