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개념어총서 WHAT 6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는 고대 폴리스에서 민주주의가 시행된 이후로 끊임없이 서양 사람들이 묻고 또 물었던 질문이다. 같은 그리스인들끼리도 논쟁이 많았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각자 말하는 최선의 정체가 달랐으며 아테네와 스파르타 역시 같은 그리스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체제를 시행했다. 그 중 아테네는 민주주의를 택했고, 솔론과 페리클레스와 같은 인물이 그것을 사용 가능하게 발전시켰다. 시민들은 아고라 광장에서 토론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존재하는 이 제도에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직 `아테네 성인 남자`만을 위한 정치였다. 외국인, 여자, 노예는 민주주의에 참여할 수 없었던, `불완전한` 민주주의였던 것이다. 그리고 수천년이 흐르고,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여러 국가에서 채택되고 있는 민주주의는, 마침내 반만년 가까이 왕정을 유지했던 우리나라가 국민을 위한 주의를 채택함으로써 마침내 도입되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지금의 민주주의가 그리스 시대의 민주주의와 과연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는 말 그대로 민주주의의 정의를 밝히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도였을 뿐이다. 136쪽이라는 짧은 페이지 안에 2000년에 가까이 농축된 민주주의의 사상과 정신을 요약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했던 도전이었다. 단지 대충 그런 것이구나, 라는 흐름만 가르쳐줄 뿐이다. 고병권, 이 사람이 다른 많은 책을 썼고(니체에 관한) 그린비라는 출판사 자체에 약간의 호의를 갖고 있어서 혹시나 기대를 했는데, 역시였다. 조금 뻔한 내용만 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를 알려면 민주주의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어느 한 사람이 만들었고, 어느 한 사람이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200쪽도 안되는 분량 안에 그 역사를 모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일한 실마리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가 어떻게 해서 지금까지 최선의 제도로 선택받고 있는지(물론 요즘은 크게 흔들려서 무엇이 정말 옳은 체제인지 다시 고민하는 경향이 시작되었지만)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최고의 지성이었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도 민주주의가 최고의 체제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 시민들은 여전히 민주주의를 택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국민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국민이 변화하면 민주주의가 변화되고, 민주주의가 변화되면 국가가 변화된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변화를 곧 국가의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고대 그리스의 역사에서 찾은 민주주의에 대한 나만의 어색하고 서투른 대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ebellion 반역
이소영 지음 / 일송북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1년 11월 18일, 나는 『반역』의 번역 및 독서를 끝마쳤다. 작년 11월 13일 책을 구매한 이후로 정확히 370일 후다. 그 동안 나는 거의 매일 꾸준히 『반역』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물론 그 실력은 많이 미숙했지만. 600쪽이 넘는 소설을 다 끝마쳤다는 사실에 우선 속이 개운하다. 사실 초창기엔 이걸 언제 다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이렇게 끝내고 보니 600쪽이라는 소설의 내용이 매우 짧게만 느껴진다. 이래서 번역가들이 번역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번역가는 돈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번역을 하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번역한다. 나 같은 경우 다른 사람에게 이소영 작가의 『반역』을 알리고 소개하기 위해 번역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자연스럽게 즐거움을 얻게 되었다.

 

 처음에 그녀가 이 소설을 출간했을 때, 얼마나 큰 파장이 일어났는가. 중학교 2학년밖에 안 되는 소녀가 고대 로마의 스파르타쿠스 반란에 대해 이렇게 훌륭한 소설을 써내다니! 각종 언론이 그녀를 칭찬했고 오영숙 전 대학총장도 "모든 언령층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소설"이라고 극찬했다. 그 결과 출간 한 달만에 2쇄를 찍는 등, 중학생이 낸 책 치고는 큰 이변을 낳았다. 하지만 2011년인 지금, 비록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녀와 그녀의 책은 잊혀져 버렸다. 저자가 『반역』을 쓰게 될 수 있었던 동기가 담긴 『영어 영재 소영이의 영어 정복법』은 출간되었으나 오영숙 총장이 번역하기로 되어 있는 번역판 『반역』은 아직도 근간 상태에 놓여 있다. 궁금해서 메일을 보내도, 감감무소식이다(그것이 내가 『반역』의 번역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라도 이 소설을 번역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번역의 잘못으로, 도리어 이 책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닐까?). 이소영이라는 저자의 유명세라면 몰라도, 적어도 책만큼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나는 독자들에게 『반역』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 책이 뛰어나기 때문에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는 것일 뿐이다.

 

 『반역Rebellion』은 기원전의 전쟁이지만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스파르타쿠스'의 전쟁에 관한 역사소설이다. 역사소설인만큼, 저자는 그 당시 로마의 역사의 흐름을 잘 꿰고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막 등장한 시점, 마르쿠스와 술라의 로마 내전으로 정치파벌 간의 분쟁이 고조되었던 시점, 점점 안일해지면서 썩어가던 로마 사회를 번쩍 깨어나게 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스파르타쿠스가 이끄는 노예 반란이었다. 당시 로마 최고의 갑부로 알려진 크라수스 장군은 군단을 편성하여 그를 진압하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고 노예들은 모두 십자가형이라는 극형에 처해진다. 이것이 배리 스트라우스의 『스파르타쿠스 전쟁』에 서술된 반란의 전체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이소영 작가는 이 역사에 사랑, 질투, 그리고 한 청년의 성장을 집어넣어 흥미롭고 아름다운 한 편의 역사소설을 탄생시켰다.

 

 『반역』의 주인공 옥타비우스(이 인물은 실존 인물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처럼 스파르타쿠스 반역의 주요 진압자가 아니라, 훗날 남은 노예들을 진압하는 역할에만 그친다)는 야심이 있지만 마음이 약하고 순진한 청년이다. 그에게는 루키우스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호전적이고 거칠다. 또한, 그는 카푸아의 총독의 아들이기도 하다. 옥타비우스 역시 사회적 지위가 높은 편이다. 두 귀족 청년은 어느 날 콜로세움의 검투사 경기를 보러 갔는데(사실 옥타비우스가 루키우스에게 강제로 끌려가다시피 했지만) 거기서 옥타비우스는 뛰어난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와 눈을 마주치며 미묘한 관계를 이루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는 스파르타쿠스의 상대도 살려줘야 한다는 연설로 스파르타쿠스의 호의를 사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경기장에 찾아온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그를 로마에 있는 크라수스의 집으로 데리고 간다. 옥타비우스는 로마에 가기 전에 아버지 마르쿠스에게 받은 의문의 두루마리를 카이사르에게 넘겨주고 '삼촌'으로 설정된 크라수스의 집을 방문한다. 그러나 그의 집은 너무나 정치적이고 탐욕적이라 옥타비우스는 오래 있지 못하고 두루마리에 써져 있는 어느 평민구역을 찾아간다. 그 곳에서 그는 몰락한 정치인의 아들인 티투스와 만나는 데(첫 만남은 좋지 않았다), 왠일인지 율리우스도 있었다. 옥타비우스는 그의 말을 통해 티투스와 자신이 형제 관계임을 알게 된다. 한편, 카푸아에 남겨진 루키우스는 스파르타쿠스와 싸움으로써 그와 관계를 맺게 된다.

 

 이것이 소설의 시작이다. 내가 너무 장황하게 쓴 것 같지만, 이것이 전체 45장 중 4장까지의 줄거리의 최대 요약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당신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나는 번역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소설의 완전한 이해였다. 나는 『반역』 속의 모든 사건과 감정을 기억한다. 글라베르의 습격을 알린 군단병이 혹시 죽을까 봐 초조해 한 적도 있고, 루키아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희망에 찬 기대를 한 적도 있다. 『반역』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로마인이 되어 있었다. 감정의 공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옥타비우스의 마음은 나에게도 전해졌다. 그리고 소설 속에 담겨진 숨은 주제 의식까지.

 

 『반역』은 당시 정치 상황을 신랄하게 고발함으써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을 비교하게끔 한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고, 믿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며, 수많은 사람들을 슬프게 해도 되는지 묻고 있다. 스파르타쿠스는 자기 입으로 고백한다. 난 그저 내가 믿는 것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고 3백 명의 군단병을 서로 죽이게 하는 비인간적 행위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한편, 로마인의 태도 역시 우리에게 많은 점을 던져준다. 이미 패배한 노예군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대할 필요는 있었을까? 노예들이 전염병과 추위로 죽어가는 데도 개인의 영광과 명예 때문에 그들을 포위하는 것이 인간적인 행동일까? 중학생 2학년이 던지는 문제치고는 상당히 심각하고 진지한 문제이다.

 

 우린 『반역』을 읽으며 많은 슬픔을 보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꿈을 잃어버린 슬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슬픔까지. 우린 『반역』을 읽으며 많은 아픔을 보게 될 것이다. 육체적인 아픔, 정신적인 아픔, 그것을 동시에 얻는 아픔까지. 그러나 잊지 마라.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바로 'smile'이라는 사실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시지 신약 - 일상의 언어로 쓰여진 성경 옆의 성경 The Message 시리즈
유진 피터슨 지음, 김순현 외 옮김, 김영봉 감수 / 복있는사람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경. 나는 그것을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성경 안에는 엄청난 지혜와 감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약과 신약으로 나뉘어져 있는 성경 중 신약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야말로 메시지로 가득찬 부분이니까. 여기에 담긴 메시지들은 우리의 삶을 점차 바꿔간다.

 

 『메시지 신약』은 '일상의 언어로 쓰여진 성경 옆의 성경'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성경이 아니라, '성경 옆의 성경'이다. 즉, 인간인 유진 피터슨이 새롭게 쓴, 좀 더 쉽게 쓴 신약성경이라는 뜻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야기식으로 된 성경이라고 할까? 어려운 용어나 지명 등을 풀어서 썼기에 독자의 이해를 더하니, 금상첨화다. 신약성경 본래의 메시지를 훼손하지 도 않고 잘 다듬었다.

 

 메시지 신약의 장점 중 하나는 작은 판형이라서 틈틈이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선물로 주고받을 수도 있을 만큼, 가격도 꽤 낮은 편이다(성경치고는). 유진 피터슨, 그의 메시지와 신약 성경에 내린 지혜의 메시지가 함께 어우러져 많은 감동을 빚어낸다. 나는 원래 성경으로 신약을 읽었는데, 이 책으로 읽은 신약은 좀 더 색다른 느낌이었다. 글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이해가 더 잘 되는 것은 아닐터. 이 성경 아닌 성경에는 뭔가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메시지 신약』을 선물로 서로 주고받기를 권한다. 나도 그럴 생각이다. 이 책은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서로 기쁘다. 대부분의 책 선물이 그렇지만, 정말로 기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총사 2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삼총사』가 국내에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말로만 듣던 고전을 제대로 된 번역으로 만날 수 있어서 마음은 기대에 부풀었다. 매혹적인 디자인의 고급 양장본을 보니, 그것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쳐올랐다. 마침내 두 권으로 된 『삼총사』가 내게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당장 읽어보았다. 최근에 본 영화 <삼총사>와 비교 해볼까 하던 참으로. 그러나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는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말해두겠다.

 

 역시, 삼총사다.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 그리고 다르타냥이 벌이는 자유롭고 유쾌한, 그러나 치밀하고 신중한 모험은 명확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단연코 모험소설의 고전이라 할 만하다. 국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가장 음모가 많고 위험한 시기에서, 왕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가졌던 추기경의 적이 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삼총사, 그리고 다르타냥은 그 위기를 함께 극복했다. 또한, 이 소설 속에 등장인물은 각각의 특성을 갖추면서도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간다. 즉, 리슐리외 추기경을 비롯해 국왕 루이 13세, 버킹엄 공작, 프랑스의 왕비 안과 같은 역사상의 실존 인물과 밀레디 드 윈터(윈터 백작부인), 삼총사, 다르타냥, 트레빌 씨와 같은 허구의 인물(어쩌면 허구가 아닐지도 모른다)을 적절히 섞어내어 뒤마 최고의 걸작이 탄생한 것이다. 

 

 1000쪽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과 복잡하게 얽힌 당시의 정치상황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질리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이야기'의 힘을 들겠다. 소설의 줄거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기는 매우 어렵다. 『삼총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아우르며 이야기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모두 담으려면 1000쪽이라는 분량으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페이지 안에 빼곡히 차 들어가 있는 정치 이야기, 모험 이야기, 그리고 연애 이야기들이 질리지 않게 번갈아가면서 등장한다. 그러니, 몰입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두 번째로, 뒤마가 창조한 '캐릭터'의 힘을 들겠다. 뒤마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그것을 옮겨적어가는 형식으로 소설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본 독자는 혹시 '나'가 등장하지 않을까 궁금해할 것이다. 하지만 '나'가 등장하는 순간, 이 소설은 매우 지루해진다. 동시에 여러 이야기를 전개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서술자는 많은 것을 알고, 시공을 뛰어넘어 자유로이 이동해야 한다. 따라서 그렇게 하기에는 '나'라는 1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따라서 이름도 모르는 화자가 아토스는 어떻게, 포르토스는 어떻고, 아라미스는 어떻고........ 라고 쓸데없이 열거하지 않는다. 뒤마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동안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인물의 개성과 특성을 삽입했다. 그럼으로써 독자는 각자만의 분명한 느낌으로 인물의 개성과 성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난 이 소설의 악역인 '밀레디'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그녀는 이른바 '팜므파탈'로, 아름다운 외모와 목소리지만 그 뒤에는 감출 수 없는 욕망과 악이 숨겨져 있다.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교묘한 말솜씨와 유혹으로 다른 사람들을 죽이거나 그 원인을 제공한다. 특히, 『삼총사』 2권에서 밀레디가 펠턴이라는 청교도를 유혹하여 탈출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마지막으로, 뒤마의 '전개하는 문체'를 말하겠다. 이 작품이 뛰어난 이야기와 분명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대중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 불멸의 고전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이야기를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보내는 알렉상드르 뒤마만의 문체에 있다. 내가 영화나 뮤지컬, 그리고 아동용 동화보다 제대로 된 완역본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까닭도 그것이다. 직접 읽지 않으면 그 맛을 모른다. 유쾌하면서도 풍자적인 뒤마의 문체는 보는 내내 독자들을 자극한다. 나 역시 그랬다. 만약 뒤마의 문체가 없었다면 그럴듯한 교훈도 딱히 발견되지 않는, 한 시대에만 그칠 평범한 대중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여전히 『삼총사』는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소비자다. 추출자도, 생산자도 아닌, 소비자다. 우린 소비자다. 그렇기에 우린 추출된 것으로부터 생산된 `물건`1)이 유통된 매장에서 물건을 소비하고, 그것을 버린다. 하지만 우린 이 간단하고 편리한 활동의 현재 구조가 지구적으로, 그리고 인종적으로 얼마나 큰 위험을 발생시키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오로지 `소비`2)할 뿐, 나머지 네 가지 과정에는 관심도 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린 기업이 TV에서 보여주는 속임수(광고)에 현혹되어 추출, 생산, 유통, 소비, 그리고 폐기에 이르는 한 물건의 일생과 그 안에 담긴 문제점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도,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애니 레너드의 『물건 이야기』는 쓰일 가치가 없었으리라.

 

 원래 『물건 이야기』는 20분 분량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하는 책이다. 하지만 책은 20분 안에 요점과 전체적인 흐름만 말해야 하는 영화보다 훨씬 더 상세하고 친절하다. 환경운동가이자 한 가정의 어머니인 저자의 주장은 매우 호소력 있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화학물이 다름 아닌 모유에 가장 짙게 농축되어 있다는 문장을 보고 엄마들은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우리가 `TV보고-일하고-쇼핑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저자가 주장할 때, 많은 아빠들이 자신들의 생활 방식에 대해 반성했을 것이다.

 

 『물건 이야기』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현재 우리가 `물건`이라고 부르는 것의 일생, 즉 추출, 생산, 유통, 소비, 그리고 폐기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이것이 지구의 환경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까지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해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분명히 하고 있다.

 

 "나는 가는 곳마다 "왜?"라고 물으면서 점점 깊이 파고들어갔다. 왜 쓰레기더미는 그렇게 유해한가? 그 버려진 물건들에는 애초에 왜 독성물질이 들어가 있었는가? 왜 쓰레기장은 저소득층 유세인종들이 사는 곳에 많이 들어서는가? 또 공장 전체를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이 어째서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가? 어떻게 해서 기업들은 그렇게 멀리서 물건을 만들어 옮겨오면서도 고작 몇 푼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가? 그리고 또 하나!가전제품은 왜 그렇게 빨리 망가지며, 어째서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쪽이 비용이 덜드는가?" - 물건 이야기, 11쪽

 

 이뿐만 아니라, 이러한 심각한 구조상의 문제로 지구는 거의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 지구가 한 개로는 부족하게 된 것이다. 과연 지금 상황은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물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여기서 대표적인 `물건`을 `책`으로 삼겠다).

 

 먼저 `추출`이다. 모든 물건은 지구에서 제공하는 자원 및 재료를 바탕으로 생산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그 물건은 우리가 언뜻 생각할 수 있는 재료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다른 많은 재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종이를 만드는 데에는 나무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무를 벨 전기톱과 기계를 만들 금속이 있어야 하고, 베어 낸 목재를 가공공장에 보낼 트럭이나 배와 같은 운송수단이 필요하며, 기계와 공장을 돌리기 위한 석유도 있어야 한다. 종이 펄프를 만들기 위해 많은 물을 써야 하며 종이의 색을 밝게 만들게 하는 화학표백제나 과산화수소와 같은 화학물질 역시 필요하다. 그리하여 종이 1톤을 만드는 데에 대략 98톤의 자원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원리로 나무와 물, 그리고 광물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자원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베어지고, 오염되고, 또 인간성을 훼손하게 만든다.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물 140리터가 소비된다는 것은 아는가? 또,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대부분이 불결한 물을 마시고 찬물로만 목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세계 한편에선 다이아몬드 때문에 내전이 일어나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으며, `콜탄`이라는 광물을 캐기 위해 어린이들에게까지 가혹한 노동을 시키고 그 사이에 지역 여성들이 강간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러나 더운물로 목욕하고, 비교적 깨끗한 식수를 마시며, 광물로 만든 게임기로 게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비극을 개선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그 다음은 `생산`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손길과 환경의 손상을 거치고, 어찌되었던 `추출`된 재료는 이제 그 물건의 쓰임과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공장으로 이동하는데, 여기서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다. 바로 `독성 화학물(그것도 약 10만 가지의, 대부분 인체에 유해한지 검증되지도 않은 화학물들이)`이 제품에 첨가되는 것이다. `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종이를 표백할 때 쓰이는 `염소`라는 화학물질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무기로도 쓰였다고 하니, 얼마나 유독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잉크를 만들고 인쇄기를 청소하는 데 사용되는 `톨루엔`은 공기를 오염시키고 사람의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그리고 우리가 `비닐`이라고 일컫는 `PVC`, 이것은 이 책에서 저자가 수차례 사용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극악무도의 독성 화학물이다. 얼마나 그것을 위협적으로 생각했는지, 부록에서는 PVC의 생산과 유통과 관련된 인물에게 편지까지 썼다.

 

 자, 이리하여 물건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그 물건이 이 구조의 주체인 소비자, 곧 우리에게 전달되려면 '유통'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언뜻 생각하면 이 과정은 다른 과정에 비해 덜 환경친화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실상을 보면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나 트럭이 내뱉는 이산화탄소와 독성 물질은 물론이요, 온라인 유통 분야에서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아마존'과 '언제나 낮은 가격'을 내거는 월마트의 횡포로 동네 서점과 동네 가게는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특히, 매년 엄청난 땅을 잡아먹는 월마트가 언제나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는 이유는 가히 놀랍다. 다른 마트보다 항상 싼 가격을 유지하는 물건 가격의 뒤에는 하루에 5달러도 채 안되는 보수를 받으며 노예처럼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으며, 의료보험조차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월마트 내 직원들이 있다. 그리고 아이티에서 저자가 겪은 일은 독자들에게 큰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아이티 국민들의 농업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그것을 이른바 '개발' 3)이라고 칭하는 'USAID' 4)의 설명을 듣자 나는 얼마 전 강제로 비준처리된 FTA와 함께 우리나라 농민의 미래가 떠올랐다. 어느 나라든, 어느 시대든, '개인'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생산층'이 점점 소외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과연 나뿐일까?

 

 마침내 물건이 나에게 왔다. 소비자인, 곧 주체인 우리는 지금까지 거쳐온 추출, 생산, 유통의 과정을 통해 탄생된 물건을 '소비'하면 된다. 소비를 하려면 먼저 돈을 벌어야 한다(소비자는 곧 돈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골라야 한다. 아, 이 과정은 필요 없다. TV를 키면 나오는 광고가 당신이 지금 무엇이 부족하며 어떤 물건을, 왜 사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니까. 자, 그렇게 해서 우린 돈을 지불하고 그 물건을 샀다. 이로써 우린 우리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행복하지 않다. 심지어 만족감조차 없다. 과거, 적은 양의 그리고 작은 물건으로도 만족하고, 즐거워하고,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왜 생활 여건이 그 때보다 더 개선되고 원하는 물건을 더 질 좋게, 더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지금이 그때보다 불행하단 말인가? 이것은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의 이야기이다. '물건'이 만들어지는 이 구조가 존재하는 까닭은, 결국 소비자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왜 정착 주체인 우리는 행복하지 못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 시스템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계속 되는가? 사람들은 새로운 물건을 사면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그 물건을 사면 또 다른 새로운 물건이 우리를 불만족스럽게 만든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오면, 어제까지만 해도 미친듯이 붙들고 있었던 스마트폰을 버리고, 새 것을 산다. 그러나 여전히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 휴대전화가 나오면 또 다시 그것을 버린다. 이런 식으로 계속 새로 사고, 또 버리는데 이 구조가 어떻게 바뀌며, 또 지구는 어떻게 버틴단 말인가? 당장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버리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한 사람당 매년 1톤 이상의 쓰레기를 버리는 오늘날, 지구는 쓰레기장이 되버리지 않을까? 이 물음 때문에 우린 '물건 이야기'의 마지막 단계, '폐기'에까지 이르렀다.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다 쓰고 버린 물건을 태우거나, 땅에 묻어버리는 것이다. 때로는 다른 나라에 멀리 보내져서 폐기된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는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 매립을 하든 소각을 하든 독성 물질은 쓰레기 사이에서 스며나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법이니까. 게다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매립과 소각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지 않은가. 매립을 하면 땅이 오염되고, 물이 오염되고, 또 대기가 오염된다. 소각을 하면 PVC를 비롯한 온갖 화학물질이 대기 속으로 퍼져나가 사람들의 몸 속으로, 또는 자연 속으로 파고들어가, 그 생명체를 부패시킨다. 결국 이 모든 '물건 이야기'는 인간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해치는 것이었다. 인간의 편리함과 생활의 영위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 도리어 인간의 생존, 나아가 지구의 환경까지 위협하고 있다니, 얼마나 비극적인가! 마침내 저자는 부르짖는다.

 

 "이 책에서 설명한 물건의 라이프사이클을 생각해보라. 모든 쓰레기는 각각 광산에서의 추출, 삼림이나 농장에서의 수확, 공장에서의 생산, 공급망을 따라 이동하는 기나긴 여정 등을 아우르는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추출과 생산과 유통에 그렇게 많은 노력을 들여놓고는 그 자원들을 땅에 파묻다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이 지구상에 있는 자원의 양은 유한하다. 우리는 그것을 다 써가고 있다. 땅속에 자원을 파묻어버리는 것은 아주 멍청한 짓이다." - 물건 이야기, 367쪽.

 

 그렇다면 모든 것의 해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법인 '재활용'인가? 맞는 말이다. 그것은 이 문제의 훌륭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재활용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은 되지 못한다. 재활용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많고, 재활용 자체도 단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이 바로 '쓰레기 제로'다. 이 제도는 한 마디로 말해 추출 → 생산 → 유통 → 소비 → 폐기의 과정을 관찰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제도이다.

 

 답은 다섯 가지 과정의 일직선적인 경로를 순환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등 국민의 대표자들이 앞장 서서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환경을 생각하는 정책을 세우고 기업은 돈을 더 투자해서 좀 더 친환경적이고 인권적인 추출·생산·유통 단계를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비자, 곧 주체인 우리 개인이 작은 일부터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부록'에도 제시되어 있듯이, 소비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참으로 많다. 집에서는 독성 물질(특히 PVC)가 들어간 물건의 사용을 자제하고 1회용품을 최대한 사용하지 말고,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또, 유기농 음식과 비료를 사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며 TV 코드를 끄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떨까(이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딱딱하게 방법을 제시하는 다른 책과는 달리 조금 더 인간적인 방법으로 다가간다)? 마찬가지로, 학교나 직장에서도 실천해 보자. 비록 어렵겠지만 이러한 작은 실천 하나가 조금 더 밝고 희망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애니 레너드는 미국의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을 썼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물건 이야기』는 비단 미국의 독자들에게만 국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곧 우리나라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보여준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이다. 한편, 이 책에서 제시된 해결책 역시 우리나라에서도 발휘될 것이다. 그러니 결코 낙담하지 마시길! 이 세상은 작은 노력 하나로 바뀔 수 있는 법이니까.

 

 

 

 1) 물건: 이 책에서 물건은 제조된 상품, 또는 대량 생산된 제품을 뜻한다. 곧, 우리가 구매하고, 소유하고, 잃어버리고, 망가뜨리고, 새것으로 다시 사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개인적인 자아존중감을 그것과 헛갈리는 그런 물건들이다.

 

 2) 소비: 원래 '소비하다'를 뜻하는 'consume'에는 '파괴하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뜻으로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사용하는 것'으로만 제한했다.

 

 3) 개발: 불행히도 개발은 흔히 화석연료 집약적이고 독성 물질이 가득하고 소비 주도적인 경제 시스템을 이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4) USAID: 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미국국제개발처)의 약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