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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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의 중요성은 숱하게 들어왔다. 텔레비젼을 켜면 온갖 건강과 운동 찬양에 대한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시중에는 운동으로 인생 역전한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이 출간된다. 

하지만 성공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읽을수록 몇 년 째 운동에 실패한 나의 모습으로 인한 무력감이 나를 더 압도하곤 한다. 


이진송 작가의 운동 에세이『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운동에 대한 찬양이 아닌 자신의 실패담을 솔직하게 적어나간 에세이다. 

스스로 운동 유목민이라 말하며 헬스클럽은 기본, 복싱, 아쿠아로빅, PT, 필라테스, 요가,스쿼시 등 각종 운동을 경험한 자신의 실패담을 더 이야기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기 힘들어하며 다이어트 위주의 운동만을 전전하는 하찮은 체력의 저자의 모습은 그동안 내가 많은 책과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운동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여성의 모습이라서 더욱 반갑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저자가 운동하며 겪은 일들에 대해 많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게... 여닫을 수 있는 건가요?"


갈비뼈를 닫으라는 강사의 말에 반문하는 저자의 글은 내가 헬스클러에서 근육 운동을 할 때 트레이너가 내게 해 준 교육과 나의 반응을 떠올리게 해 준다. 



  "더, 더,더"를 요구하는 야속한 트레이너를 향한 원망과 매번 헬스장 기부천사로 등극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어쩜 나와 이리 똑같을까 감탄하며 웃게 된다. 


많은 운동이 남자의 몸은 '키우고' 

여자의 몸은 '줄이는' 데 치중한다는 사실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 성별의 격차다. 


여러 운동을 섭렵하면서 저자가 느끼게 되는 운동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문제들 또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어려서부터 여자에게 허용되지 않던 구기종목의 배움, 그리고 남자의 운동이 주로 근육량 및 전반적인 건강에 비해 여성의 운동은 예쁜 몸매 가꾸기에 치중한 다이어트에만 집중된 이 사회에 대한 일침을 날린다. 저자 또한 다이어트에 집중된 운동으로 실패를 겪은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다이어트보다 몸의 기능에 집중하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선택한 후에야 비로소 운동의 기쁨을 알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여성의 예쁜 몸매에 대한 사회의 압박이 여성에게 운동의 기쁨은 커녕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운동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울리는 투자보다 

꾸준히 기르고 돌보아서 수확하는 농사에 가깝다. 


곰이 인간이 되는 극적인 변신은 없어도, 아침에 일어나기 쉽다거나 

발목 통증이 줄었다는 사소한 변화에 쉽게 감동하며 지낸다. 


온갖 운동 중에서 무엇 하나 쉬운 운동이 없다. 저자는 자신이 여전히 운동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제목 그대로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라며 침대에서 더 눕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반강제적으로 일어나 운동하는 하루 하루가 만들어나가는 변화를 이야기한다.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인생역전 스토리는 아니지만 못 하던 동작들을 하나씩 해 나가는 사소한 기쁨부터 중도포기한 복싱이지만 우기의 순간에 복싱 때 배운 기술로 인해 큰 위험을 피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를 통해 억지로 하는 운동이라도 결국 자신에게 든든한 자산이 되어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출산 후 몇 년째 유산소 운동에만 집중하고 있어서일까 저자의 많은 글들이 공감이 되며 웃픈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무조건적인 식단 조절로 인해 하찮은 체력이 바닥을 향함에도 저자가 말했듯 체중이 줄어야 한다는 사실에만 매달려 왔다. 그리고 실패할 때마다 좌절감에 상처받곤 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다시 도전하고 시도해보는 저자의 좌충우돌 운동 유목기는 내게 어떤 시도든 중요하다고 격려해준다. 나에게 맞는 운동을 조금씩 찾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위로해 준다. 

저자의 유목기를 통해 운동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소화할 수 있으며 체력을 키워나가는 진짜 운동을 도전할 수 있도록 응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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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사회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0
심너울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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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수많은 직종이 사라질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진단을 받곤 한다. 이제 10년 후인 2030년에만 몇 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인공지능에 뒤쳐지지 않고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깊은 고뇌에 잠긴다. 


심너울 작가의 장르소설 《소멸사회》는 지금으로부터 24년 후인 2043년, 그리고 2043년으로부터 12년 후인 2055년의 미래, 인공지능이 깊숙이 침투해 인간의 모든 노동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미래를 그린 SF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인공지능 기술에 재능이 있지만 가난한 환경으로 인해 밑바닥 생활을 하며 일을 하지만 매일 쪼달리며 근근히 생활하는 민수, 뛰어난 글솜씨로 매일헤럴드에 수석으로 입사해 기자로 생활하는 수영, 부유층이지만 요양보호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뜻깊은 일을 꿈꾸는 노랑. 이 세명의 친구들이 각자의 환경에 따라 미래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소멸사회》는 제목 그대로 모든 것이 소멸된 사회를 이야기한다. 인간의 노동은 거의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사람들은 더욱 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된다. 수영 또한 언론사에 수석으로 입사했지만 기사는 인공지능이 대신 써주는 무력감을 느낄 분이다. 즉 희망도 소멸하고, 오프라인에서의 만남도 소멸되고 인공지능이 모든 걸 대신함에 따라 인간의 자유의지 및 인간의 소중함까지 소멸된 사회를 이야기한다. 그 소멸된 사회 속에서 공황장애, 우울증, 또는 조력자살 등 정신질환 환자가 급증한다. 


조력자살을 신청한 할아버지가 노랑에게 말하는 마지막 말은 제목 그대로 꿈도 미래도 모두 소멸된 사회에 대한 깊은 절망을 나타낸다. 

20대부터 할 게 없어진 사회. 대다수의 인간이 정부에서 제공하는 쥐꼬리만한 기본소득에 의존해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미래의 모습은 정말 암울하다. 


심너울 작가는 이 암울한 미래,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이 미래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노랑의 변화를 통해 이야기해준다. 상위 1%의 집안으로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노랑은 민수의 고통도 수연의 무력감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철부지 노랑이 서서히 맞서고 부딪치는 모습을 통해 주변의 또 다른 변화가 이루어진다.현실에 대한 절망만으로는 결코 변화할 수 없음을 이야기해주며 결국 사람만이, 서로의 존재와 연대만이 희망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인공지능 기술을 지배하는 소수만이 살아남는 사회, 우리는 그 미래를 피할 수 없다. 이미 소설 속에 나오는 일들이 실현되고 있고 변화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매우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세대차와 빈부격차가 더 극대화 되는 현실 속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인간의 희망이 사라져가는 사실에 대한 경고등을 밝힌다. 그리고 그 경고등 앞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를 궁극적인 해결책은 제시해 주지 못하지만 결코 무너져선 안 된다고 말한다. 


소설 속, 미래를 살아가는 세 명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나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바라보게 된다. 

결코 밝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는 입장에서 읽다 보니 지금의 미래세대들에게 깊은 죄책감과 안쓰러움이 마음을 압도하곤 한다. 


"여기 사람들이 행복해질 때가 올까요?"


집이 없어 시에서 제공해 주는 배 위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수영은 질문한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 질문은 바로 읽는 독자들에게도 똑같이 반복된다. 행복해질 때가 올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끝까지 살아있는 한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해질 때까지. 끝까지.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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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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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0년을 훌쩍 넘었다. 

비록 조그만 소기업이지만 이 회사라는 배 안에서 내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8년째 버티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 내가 사장님의 친인척이 아닌 한, 언젠가는 이 배에서 내려야 한다는 걸. 

특히 쌓이는 연차만큼 곧 내려야 할 때 또한 가까워져오는 나의 두려움 또한 쌓여간다. 

한 회사에 8년째 일하다 보니 나보다 나이가 어린 직원이 자신의 기술을 닦아 창업하여 사장님이 된 경우도 보게 되고 때로는 전혀 다른 옵션을 선택하는 직원도 있다. 

한 자리에 머물러 있으며 이 배에서 내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나를 보며 나는 대체 뭘 해야 할까라는 공허함이 물밀 듯이 밀려오곤 한다. 


《딱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우리가 이 회사라는 배에서 영원히 타 있을 수는 없음을 기본 전제하에 글을 시작한다. 누구나 다 알지만 피하고 싶은 진실을 저자는 명확하게 짚어준다. 


회사는 그야말로 나의 '배'일 뿐임을, 

따라서 언젠가 이 배에서 내려야 함을 잊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 뿐이다.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서핑 보드를 집거나 

자기만의 작은 배를 만들어야 한다느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배의 선장이 되지 못한다면 좋은 서퍼가 되어야 한다. 서퍼는 바다의 온갖 변화에서도 능숙하게 대처한다. 파도를 타고 그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훌륭한 서퍼일수록 파도의 흐름을 잘 포착한다. 

이 책은 바로 서퍼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해준다. 변화하는 만큼 자신을 변화에 능동적이고 유연성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준다. 


회사만 바라보다 정년퇴직 또는 명예퇴직 후, 평생 일해 받은 퇴직금을 몽땅 털어 치킨집을 하거나 자기 사업을 시작하지만 노하우가 없이 섣부른 도전으로 돈을 잃게 되는 기사를 자주 접하곤 한다. 

한 우물만 파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고 독려하던 시대는 지나갔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저자는 바로 독자에게 다양한 우물을 파도록 제안한다.

일명 '딴짓 프로젝트' 

본업을 계속하되 퇴근 후 딴짓도 열심히 하며 자신의 또 다른 커리어를 즐길 수 있도록 두 가지를 함께 병행해가며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함께 독자들에게 다양한 기회에 자신을 노출시킬 것을 권한다. 


업무 강도와 별개로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거나 

어딘지 모르게 공허하고 피로하다고 털어놓는 친구들이 많다.

 나는 그럴 때면, 삶을 좀 더 촘촘하게 채우는 방법의 일환으로,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새롭게 만들어보라고 추천한다


회사라는 조직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시스템과 달리 내 자신이 온전히 주체적으로 행동하며 실행에 옮기는 저자가 말하는 딴짓은 또 다른 삶의 활력이자 회사일 또한 함께 해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주게 된다. 보통 출퇴근만 반복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1년 내내 바쁘게 살아왔지만 막상 시간이 흘러 아무 것도 이루어놓은 게 없는 자신의 모습에 깊은 절망감을 느끼곤 한다. 회사에서는 과장,부장 등 대우를 받지만 회사라는 배를 나서는 순간 그동안 우리가 이루어놓은 업적들은 무가 되고 만다. 

하지만 내가 주인이 되어 행해졌던 일들은 결코 무가 되지 않는다. 나 개인의 이름으로 행해져왔고 내가 주체가 되었기 때문에 이 세상에 살아있는 한 나의 일은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해준다. 

직장인 유튜버 한시연씨, 글쓰는 엔지니어 신원섭 작가, 퇴근 후 펍을 운영하는 김가영 씨 등등.. 실제로 자신이 주인이 되어 일을 하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이 딴짓들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들 모두 무조건 시작하고 도전해 보라고 강력하게 조언한다. 


다양한 기회에 자신을 허락하며 딴짓을 하는 사람들이 변화하는 이 시대에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회사로부터도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 독립적인 관계로 설 수 있다. 

나를 위한 일은 없지만 나를 위하는 일은 할 수 있음을 저자는 설명해준다. 

딴짓을 하는 사람들 모두 실행에 옮기면서 일과 딴짓을 올바르게 병행하는 방법을 터득해갔고 성과를 만들어갔다. 물론 그 딴짓을 하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잃을 것인지 또한 나라는 한정된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철저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이후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시중에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말하는 책은 많지만 이렇게 딴짓을 권하는 책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조언은 이 글이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가능한 일임을 말해주고 있다. 

어떤 기회든 자신을 오픈하며 그 기회에 자신의 경험을 실어보는 것. 그리고 그 딴짓의 경험은 자신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갈수록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을 외치는 회사 분위기로 위축되어 있는 내게 이 책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큰 그림을 그려준 느낌이다. 내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지 내 안의 공허함과 갈망을 포착하고 우선 두 발을 담그는 것. 그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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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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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수많은 거래가 이루어진다. 물물교환에서부터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거래 등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 치열한 싸움이 전개된다. 

프레드릭 베크만의 신작 《일생일대의 거래》는 죽음을 앞둔 한 남자가 세상에서 무엇보다 가장 큰 거래인 자신의 생명을 내건 거래에 대한 짧은 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암환자이며 옆 병실에는 불치병에 걸린 소녀가 있다. 

소녀는 점점 가까워져 오는 마지막에 대한 두려움을 빨간색으로 색칠한다. 그 의자에 있으면 죽음의 사신으로부터 피할 수 있다는 듯이.   


앞만 보고 살아왔던 나는 가족도 자신의 곁을 떠났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성공을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오고 수많은 재산을 축적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은 건 옆에 아무도 없는 외로움과 아들과 함께 하지 못한 후회뿐이다. 

그 후회를 아들이 바텐더로 일하는 바의 바깥에 서서 창문으로 아들의 모습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이다.  

행복,만족, 충분히 등의 추상적인 개념을 싫어하고 수량과 계산에 능숙했지만 행복에 대해서는 잊고 살았던 나는 암 판정을 받은 후 바닷가에서 뛰어 노는 개 두마리로부터 비로소 자신의 삶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로오 옆의 바닷가를 걷다가 개 두 마리가 바닷 속으로 뛰어 들어가 

파도와 장난을 치며 노는 걸 보았다. 

그리고 나는 궁금해졌다. 

내가 그 개들처럼 행복한 적이 있었는지. 

그 정도로 행복해질 수 있었는지. 

행복해지는게 그럴 말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찾아오는 행복에 대한 질문, 그리고 함께 시간 보내주지 못한 후회 속에서 나는 소중한 것을 찾아나간다. 헤어지기 전 아내가 그에게 그토록 강조했던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아이의 관심은 절대 되찾을 수 없어."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시기, 그 시기가 지나면.

그 시기가 맨 먼저 지나가 버리거든." 




 《일생일대의 거래》에서 죽음의 사신은 언제나 나의 주위 곁을 맴돈다. 그리고 죽음이 결코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지금 우리 곁에 항상 함께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은 영원히 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바로 지금이 마지막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찾을 수 없기에 그저 물끄러미 아들의 모습을 창문 너머로 살펴보는 아버지. 

그 아버지의 모습을 내 모습에 대입해 나의 가족을 바라본다. 그리고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내 옆의 사람들에게 소중히 대하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우리가 뭘 아쉬워하는데요?"

"시간."


시간.. 과연 우리에게, 나에게 시간이 많이 남아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충분할까? 지금의 시간은 지금일 뿐인 것을 우리는 자주 놓친다. 

내일은 결코 오늘이 될 수 없음을 잊곤 한다. 


마지막에 가서 중요한 걸 찾으며 위대한 선택을 하는 아버지를 통해 사람을 위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아렬준다. 생명보다 더한 걸 요구하는 이 일생일대의 거래를 통해 과연 나는 이 거래에 응할 수 있게 되는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을 위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이 짧은 소설 안의 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기에 천천히 읽게 된다. 천천히 읽어나가며 각 문장마다 진지해진다. 읽으면서 지금에 감사하게 되고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한다. 

읽고 난 후 그 깊은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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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 웨이보 인싸 @하오선생의 마음치유 트윗 32
안정병원 하오선생 지음, 김소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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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를 떠올린다면 흔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정신과 또한 자식도 못 알아보며 미친듯이 절규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공포감을 조성하곤 한다.

사회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지고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는 중국 안정병원의 하오선생이 자신의 정신과를 방문한 환자와 지인들의 이야기들을 엮어 만든 책이다.

하오선생의 병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남편을 잃고 그 그리움에 병원의 인턴을 남편이라고 착각하는 환자, 만날 때마다 새로운 시를 읊어주며 쉽게 놓아주지 않는 환자, 심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은행 여직원 등등 다양한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하오선생은 자신의 역할을 마음을 쓰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네 말이 맞아. 의사는 병을 치료해주는 사람이지.

근데 치료는 약으로만 하는 게 아니야,

마음을 써야지.

베푼 만큼 대가가 돌아오는 법, 초조해하지 마. 익숙해질 거니까.

자신의 마음을 나누는 것. 하오선생의 그 말은 이 책의 시종일관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일관된 태도를 유지한다. 버스에서 자폐아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그 자폐아 가정의 어려움을 나눠주고, 은행에서 강박증을 가진 여직원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하오선생의 마음이 책을 통해 전달되어서일까. 책의 내용은 한결같이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특히 하오선생의 대학 동기인 펑위가 심한 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투신자살을 하고 정신과의사로서 친구를 돕지 못했다며 자책한다. 친구 펑위의 우울증을 통해 주변의 충고와 비판은 환자들을 점점 궁지에 몰아가는 행동임을 말하며 비판이나 충고보다는 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해주며 안아줄 것을 말하는 하오선생의 글은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의 글을 떠올리게 한다.

우울증 환자에게 가장 잔인한 행동은,

죽은 환자를 향해 무책임하다고 손가락질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살아 있는 동안 그의 고통을 무시하는 행위인 것이다.

우리는 흔히 병의 치료는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곤 한다. 이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예외이지 않다.

하지만 과연 질환이 개인이 모든 걸 부담해야 할까? 더구나 어린 아이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말일까?

하오선생은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함을 말해준다. 자폐증과 같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먼저 사회가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대할 때 그 소아는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

하오선생은 소아자폐증을 가진 량량을 통해 강조하지만 이는 모든 질환에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정신질환이든 우리는 모두 마음을 열고 그들이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남편을 잃은 충격에 혼란형 조현병에 걸린 여성을 위해 병원 인턴이 남편 연기를 해 주었던 것처럼 우리 개개인 모두 아픈 사람들을 위해 손을 내밀어주어야 한다.

우리는 신이 한 입 베어 문 사과처럼 누구나 결점을 갖고 있다.

만약 그 결점이 비교적 크다면,

그것은 신이 특히나 그 사람의 향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대머리에다 여자에게 인기 없는 쑥맥이지만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유머까지 장착한 하오선생.

하오선생의 웨이보가 왜 이토록 인기인지, 입소문을 타게 되었는지 이 책을 읽으며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웃음과 안타까움 그리고 감동 코드가 이 한 권의 책에 응축되어 있다.

하오선생과 같은 정신과 의사를 만날 수 있다면 나 또한 진료를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맞다. 이런 따뜻하고 재밌는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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