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정말 수작이다. 처음 봤을 때도 좋았지만 가끔 TV로 재방을 봐도 눈을 떼기 힘들다. 영국의 한 탄광 마을 소년이 마초적 분위기 속에서도 하라는 권투는 안하고 춤에 눈을 떠 마침내 런던으로 진출해 프로 발레리노가 되는 자전적 이야기다. 명화들이 그렇듯 이 영화는 영국 현대사의 갈등 국면도 놓치지 않는데 바로 빌리가 사는 마을이 탄광촌 더럼이라는 사실이다. 아버지와 형은 광부고 빌리가 사는 마을 집들은 하나같이 비슷하게 생겼다. 막 집권한 대처 정권은 탄광을 정리하고 있었고 경찰력을 동원해 파업을 무력 진압했다. 강성하게 파업하던 빌리의 아버지는 빌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정권에 굴복하여 일을 하러 나서고 그걸 본 큰 형은 오열한다. 

 이 모든 사단의 배후엔 신자유주의의 대두와 그것을 영국에서 실행한 마거릿 대처가 있었다. 그래서 2013년 대처가 죽었을 때 영국의 노동자나 평민들은 '마녀가 드디어 죽었다'라는 표현을 알 정도였다. 대처는 영국의 제조업과 노동조합을 파괴했으며 가장 강성했던 것이 광부였기에 이들 집단을 확실히 무너뜨렸다. 

 책 차브는 이런 무너진 영국의 노동 계층에 관한 책이다. 차브는 생소한 용어인데 아이를 의미하는 집시 언어인 차비(chavi)에서 유래한 용어다. 안 그래도 유럽에서 무시하는 집시의 언어 인데다 아이를 의미하는 용어이기에 차브는 오늘날 본래의 뜻을 넘어서 영국내의 급증하는 무식쟁이 하급쟁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확대되었고 급기야 2005년 처음 사전에 등재까지 되었다. 

 세계 2차대전이 끝나고 서구 사회와 산업화를 이룬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는 처음으로 상당히 균질한 집단인 소위 중산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는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데 우선 정치적으로 마침내 성별 빈부 신부를 넘어선 대중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게 되어 사회 지도층이 하층민의 눈치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는 지금과 달리 서구 사회도 상당수 노동자들이 서비스 업이 아닌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제조업은 고용이 숙련공을 요구하기에 고용이 안정적이고 대우가 좋았다. 또한 균질한 노동조건을 갖추고 있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상대적으로 연대하기도 좋았다. 세 번째는 당시 경제가 케인즈 주의였다는 것이다. 세계대전마저 일으킨 대공황 이후 각국 정부와 경영층들은 노동자의 고용과 적정한 소득의 중요성이 가져오는 수요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고 때문에 상당히 오랜 기간 임금이 상승하고 정부정책은 사회복지에 힘을 실었다. 게다가 당시는 공산주의와 냉전기간이었기에 체제의 우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사회복지는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이 모든 것이 무너진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불러온 스태그 플레이션으로 케인즈식 정부주도의 경제정책을 힘을 잃게 된다. 그 자리를 차지한 신 자유주의는 기업을 위한 자유를 중시하는 정책이었다. 임금이 높았던 서구의 제조업은 동아시아와 개도국으로 옮겨가게 되었고 그 덕분에 서구 사회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여기에 냉전도 사실상 끝나게 되어 마땅한 정치적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래도 사회민주주의 정부를 갖고 있던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이런 충격이 조금 덜했지만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영국과 미국은 그 변화가 컸다. 빈부격차는 크게 확대되었고 생산성 향상에 따라 같이 상승하던 노동계층의 임금 상승은 멈춰버렸다. 

 신자유주의는 사실 이전에도 있었지만 아직은 모든 걸 집어삼키지 않았던 능력주의도 크게 강화시킨다. 능력주의는 신자유주의와 딱 걸맞는데 상류층의 타고난 지위와 사회문화적 자산과 생산수단으로 자신의 지위를 대물림하고 더욱 강화하는 것을 능력으로 정당화해주고, 이들의 이익을 위해 일자리를 잃게된 다수 노동자의 딱한 처지 역시 능력 부족으로 정당화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을 비롯해, 미국, 다른 서구사회, 한국의 노동자들은 안정적이던 제조업 자리를 잃고 불안정한 자영업이나 서비스업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달리 작업장이 균질적이지 않고 모두 파편화되어 있어 연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최근에 등장한 플랫폼 노동은 이를 더욱 힘들게 한다. 이들의 힘든 상황 역시 능력주의로 정당화 된다. 세계화로 인해 서구선진사회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기 된다. 이들은 해당국가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상대적으로 저임금으로 자국인은 기피하는 어렵고 힘든 노동을 한다. 하지만 일자리가 흔들리는 저소득 노동계층에게 이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받아들여지며 또한 그런 측면도 실제 있다. 때문에 개도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와 서구선진사회의 하층노동계급은 서로 갈등관계가 된다. 

 그리고 노동은 이분화한다. 소수의 상대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그리고 운이 좋았던 이들은 정규직으로 자리하며 여전히 상대적 고소득과 안정성을 유지하지만 다른 이들은 매우 불안정하고 급여도 적은 비정규직이 된다. 그리고 이런 정규직들은 비정규직과 연대하기 보다는 능력주의의 관점에서 이들을 오히려 폄훼한다. 또한 이런 관리직 위주의 정규직들은 자신들을 비정규직과 같은 노동자로 보기보다는 한층 더 위의 계층은 중간계층으로 인식한다. 

 때문에 책 차브에 등장하는 것처럼 이런 중간계층들은 노동계층을 차브라 부르며 멸시하고 이들과 같이 어울리지 않으려한다. 또한 이들의 실패를 거시 정책의 따른 흐름으로 보기보다는 능력의 부족함 혹은 성실함의 부족 혹은 자기 관리의 부족으로 치부하게 된다. 때문에 혐오가 생겨나며 이들에게 자리하는 복지정책에 대한 강한 의구심도 갖게 된다. 하지만 책 차브에 등장하는 것처럼 이들의 어려움의 상당수는 영국의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다. 잘못된 복지로 인한 세수 손실도 크지만 부유층의 탈세로 인한 재정적 피해는 무려 5배나 더 크나 언론은 이를 주목하지 않는다.

 또한 정치인과 언론인도 달라졌다. 과거엔 주요 선진국에서 노동자 출신의 정치인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학력과 신분은 무척 상향되어 최근엔 언론인, 법조인, 기업인, 교수 정도 출신들이 정치인의 상당수를 차지하게 된다. 과거 노동조합이 강할 땐 지역과 그 지역의 노동자를 대변하는 지역지가 활성화되어 있었지만 지역의 경제기반이 무너지고 언론 역시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지금은 거의 중앙지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중앙지의 기자와 언론인들은 대부분 상류층 출신이다. 이런 사람들이 소위 차브로 불리는 노동계층에 대한 이해가 있을지는 상당히 의문이다. 

 해결책은 무척 요원하다. 4차 산업 혁명의 흐름은 제조업 노동자에게 유리하지 않다. 많은 것들이 자동화되고 인공지능과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며 그나마 남아 있는 정규직 관리직들도 그런 시대엔 자리를 보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기업과 자본가 사회 상류층의 힘은 쏠림 현상으로 인해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연대나 중산층의 형성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혹여 수요를 보존하기 위해 정치권과 기업계가 다시 기본 소득같은 것을 실행하여 많은 여가를 누리고 정치에 관심이 많으며 서로 연대를 하는 새로운 중산층 시민계층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매우 긍정적인 시나리오다. 과연 기본 소득을 할지 의문이며, 기본 소득을 한다해도 그들이 건강한 시민계층으로 자리 잡을지도 의문이고 모든 것이 개인화하며 매우 파편화한 지금의 시대에 동질적 문화란게 생겨날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는 미중 패권 갈등에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티인 전쟁, 그리고 이로 촉발된 고물가로 인해 경제가 무척 어려워진 상황이다. 십수년간 이뤄진 양적완화로 인한 돈파티로 부풀려진 자산가격과 많은 빚을 지고 있어 이것을 이자부담과 상환부담에 시달리는 얼마 남지 않은 중산층들이 이 파국을 어찌 헤쳐나갈지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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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금리수업 - 경제와 금융이 손에 잡히는
조경엽.노영우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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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한국은 고속 성장 시기에 금리가 10%가 넘어가던 시대가 있었다. 그걸 잘 모르는 지금 세대들은 당시 분들은 편했겠다. 안정적인 일자리에 벌어 놓은 돈 은행에 맡기기만 하면 돈이 따박따박 쌓일테니 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당시는 직장은 안정적이고 취업도 쉬웠지만 저급여였고 높은 금리만큼 물가상승률도 높아 생각보다 돈 모으기가 쉽지 만은 않았다. 

 하여튼 한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양적완화 기조가 세계적으로 퍼지며 거의 20여년 간 저금리로 살아왔다. 이렇게 저금리가 오래되다 보니 그것을 마치 영구적인 기조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과도한 양적완화와 코로나 쇼크가 불러온 공급 능력의 쇠퇴, 미중 전쟁으로 인한 국제분업의 와해, 러시아 우크라 전쟁으로 공급측 문제가 커지며 잠재적 문제가 컸던 수요부분도 건드려 상당한 인플레이션 사태를 불러왔다. 미 연준은 이를 막기 위해 1년 정도 뒤늦게 고금리로 기조를 돌렸고, 당시만 해도 일시적일 것 같던 고금리 추세는 2년여를 넘어 구조적으로 상당기간 고착화 될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게 되었다.  

 때문에 지금은 주식이나 부동산 보다는 채권이나 금리가 경제 뉴스의 윗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금리는 현재와 미래 시점 사이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여기서 수요는 소비와 투자이고 공급은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미래의 소비를 늘리려는 성향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금리가 투자수익률보다 높다면 대출을 하지 않는다. 그 돈으로 공장설비를 확충하거나 기술개발을 하느니 돈을 은행에 묶는게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자도 금리가 높으면 소비를 줄인다. 당장 돈을 쓰니나 은행에 묶어 놓아 더 커진 수익으로 미래에 소비하는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금리의 역사엔 아무래도 그것을 탄생시킨 화폐가 있다. 화폐의 통용에는 항상 그것을 강제하는 권력집단이 있다. 한국의 원화는 한국정부가, 중국의 위안화 뒤에는 중국정부가 그것을 강제하는 강한 권력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기에 달러는 국제적으로 강제 통용되는 화폐가 되었다. 과거 정부, 특히 미국정부는 자신들이 중앙은행에 보유한 금만큼만 화폐를 발행한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으로 막대한 재정 지출에 시달리던 미 정부는 일방적으로 이를 거부하고 화폐를 일방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 때 달러는 폭락했어야 했으나 미국엔 금을 대신할 한가지가 남아있었다. 바로 석유였다.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석유 결제에 무조건 달러를 통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며 세계 각국은 필수품인 석유를 사기위해 무조건 대량의 달러를 보유해야만 했고 이런 페트로 달러 정책으로 미 달러는 종이 조각임에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은 경제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권을 보장한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것처럼 실제는 그렇지 않다. 중앙은행은 법률적으로만 독립적이지 정치권의 의사를 거의 따라간다. 중앙은행은 각국의 경제를 통화량으로 적절히 통제했는데 과거 경제규모가 작을 때는 직접 화폐량을 조절하였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져서 이런 직접적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금리를 조절하여 통화량을 간접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채권은 빛에 대한 보증서로 발행 금액과 만기, 이자율이 표기되어 있다. 채권은 3종류가 있다. 할인채는 만기 때 채권 발행 금액을 받고 인수할 때 이자율 만큼 할인해서 사는 채권이다. 이표채는 주기마다 이자를 받고 만기 때 마지막 이자와 원금을 받는다. 국고채가 이표채다. 복리채는 이자가 지급 주기별로 재투자 되어 만기 때 복리이자를 받는다. 국민주택채권이 복리채다. 이런 채권은 가격은 의외로 금리와 역의 관계다. 높은 이자를 받게 되면 당연히 그 이자를 받는 채권의 가격도 비싸져야 이치에 맞겠지만 이런 묘한 관계가 정립된 것은 금리는 시시각각 변하지만 채권은 기간을 정해놓는 보증서이기에 그 금리가 고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금리로 구입한 채권이 금리가 5%로 올라갈 경우 그대로 보유하면 손해를 입기에 가격이 할인된다.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그리고 3% 금리로 구입한 채권이 시중 금리가 1%내려가면 그것을 보유하면 더 큰 이득을 상대적으로 보기에 수요자들이 많아져 가격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채권 중 일반적으로 가장 만기가 짧은 채권 금리는 금융회사들 간 하루 동안 돈을 주고 받을 때 쓰는 콜금리가 있다. 그 다음으로 만기가 짧은 채권은 한은이 시중에 돈을 풀고 회수할 때 활용하는 만기 7일짜리 환매조건부 채권(RP)이 있고, 3개월 만기 채권은 양도성 예금증서(CD)와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단기 채권인 기업어음(CP)가 있다. 기업 회사채는 보통 3년, 정부국고채는 1,3,5,10년으로 만기가 다양하다. 

 한국의 금리는 일반적으로 한은이 발행하는 7일만기 RP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금리가 상승하면 한은은 전보다 RP를 가격을 할인하여 시중에 내놓는다, 그러면 채권 수요가 커지고 파는 사람은 줄어 채권이 잘 팔리게 된다. 즉, 시중자금이 한은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반면 금리가 내려가면 한은은 RP가격을 올려서 내놓는다. 그러면 채권이 잘 팔리지 않으니 시중자금은 시장으로 풀리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한은은 채권을 이용하여 금리를 조정해 통화량을 조절한다. 

 금리는 보통 상식적으로는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마땅히 높아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단기적으론 실제로도 그렇게 통용된다. 하지만 기간이 일정 부분 길어지면 오히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향후 경기변화에 대한 사람의 심리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금리는 당연히 경기 변동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경기가 저점에 가까워지면 향후 경기 회복 기대 심리로 투자가 늘고 자금수요가 늘어나며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반면 경기가 하강하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자금 수요가 줄어 금리는 하강한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금리를 조정한다. 정부가 국채를 대량 발행하면 국채 공급이 늘어 국채 가격이 하락한다. 그러면 채권 가격과 반비례하는 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더불어 회사의 회사채도 금리가 올라가 회사의 대출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재정 적자가 많아지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 그러면 정부의 국채를 한은이 인수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시중에 돈이 풀리게 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각국의 중앙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제 목표로 잠재적 성장률만큼 성장하는 것을 삼는다. 잠재적 성장률은 그 나라의 경제지표를 분석해 성장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잠재적 성장을 웃돌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며 밑돌기도 한다. 웃돌게 되면 좋은 것 같지만 경기가 과열된 것으로 높은 물가상승률과 과다한 투자로 향후 부작용을 만들게 된다. GDP 갭률은 실제 GDP성장에서 잠재적 GDP성장을 빼고 이를 잠재적 성장GDP성장로 나눈후 100을 곱한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 19당시 과다한 양적완화로 2021년 GDP갭률이 1.4666%였다. 이는 과다 성장 상태이므로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2023년에도 이 갭률이 0.872%였으므로 미국은 2024년 이후에도 구조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은 갭률이 2018 -0.316, 2019년 -0.701, 2021년 -0.528, 2022년 -0.1로 경기가 침체되어 있다. 즉,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형국에 빠져있다.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더욱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경제가 위험해지면 은행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은행의 자산은 보통 현금과 대출, 채권, 기타로 구성된다. 이중 경기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급변하는 것은 보통 채권이다. 금리에 따라 채권가격이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채권을 보유하는 것은 채권은 투자의 성격과 더불어 쉽게 환매가 가능해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위험해지는 경우는 두 가지로 우선 대출이 부실해지는 경우다. 2008미국의 은행들은 바로 이 대출이 위험해져서 경제가 붕괴했다. 다음으로 위험해지는 경우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다. 금리 인상만으로도 자신들의 채권자산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제에는 트릴레마가 있다. 이는 세 가지 중요한 경기 목표를 모두 잡을 수 없다는 뜻인데 그 세 가지는 경기활성화와 물가, 환율이다. 물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으려 한다. 하지만 금리가 올라가면 경기가 침체되고 환율이 내려가고 통화가치가 상승해 수출도 잘 안되다. 그리고 그로 인해 경기가 더욱 침체된다. 반대로 경기가 침체되어 금리를 인하하면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활성화한다. 환율이 상승하여 통화가치가 내려가 수출이 잘된다. 중앙은행이 대처를 못하면 정부는 국채를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가격이 내려가고 금리가 올라가 위의 현상이 반복된다. 거꾸로 국채발행을 줄이면 채권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내려가 역시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 즉, 모두를 잡을 순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세계 중앙은행은 경제 목표로 물가안정을 잡는다. 환율은 대외 변수가 너무 크고 미국이 아니면 주체적 대응도 어렵다. 그리고 경기활성화는 중앙은행이니 정부의 단기적 노력으로 달성하기도 어렵고 지표도 뚜렷치 않다. 때문에 가장 손쉬우면서 효과도 좋은 물가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치는 대개 2%다. 0이 아니고 2인 이유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디플레가 일어나 소비가 감소하고 투자도 줄어 다시 물가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지난 일본의 30년이 딱 그러했다. 반면 미국의 연준은 물가안정과 더불어 완전고용도 목표로 잡는다. 미국발 경제소식에 항상 고용문제가 언급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장과 미국의 연준은 금리를 놓고 서로 줄다리기 한다. 시장은 단기적이고 뭔가 기대하나 연준은 문제를 길게 보고 구조적인 변화가 확실시 되야 변화를 줄정도로 장기적이다. 그래서 연준의 금리인상후 시장은 항상 금리 인하를 기대하나 연준이 보기에 아직 구조적 여건이 안정되지 않았기에 늘 그런 기대는 언감생심이 되고 만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당시 2008-2011년간 미국에선 700만채 이상의 주택이 압류될 정도로 충격이 컸다. 2011년 실업률도 8.8%였다. 미는 양적완화로 이에 대응했는데 1차인 2008-2010년간 장기국채 3천억 달러와 주택저당채권 1조 2500억 달러를 매수하여 돈을 시중에 풀었다. 2차는 2010년으로 6천억 달러의 장기국채를 매입했고 3차때는 장기국채 7900억달러 MBS 8230억 달러를 매입했다. 저금리 유지로 소비를 촉진했고 환율을 상승시켜 미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양적완화는 새로운 경제조절책으로 정책금리의 한계를 돌파한 방법이다. 연준이 국채를 매입하고 이에 자금 여유가 생긴 은행은 대출을 늘리며 저금리를 바탕으로 기업을 손쉽게 대출해 투자를 실시한다. 이렇게 경기가 활성화되는 것인데 부작용으로 시중에 너무 자금이 많이 풀려 자산시장에 거품이 생기고 실물경기는 사실 안좋은 편이므로 시장이 왜곡되며 통화량이 많아져 물가상승 압력이 생겨난다. 

 2022년부터 시작한 미국의 금리인상은 중국에 타격을 줬다. 중국은 미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국채가격을 하락시켜 중국의 자산을 감소시켰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1845억 달러나 되고 이중 미 국채가 8574억 달러다. 그래서 중국은 이에 대응해 미국채를 줄이고 금 보유 비중을 늘렸다. 그리고 미 국채는 우리 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들도 보유하기에 역시 손실을 입었다. 

 미국은 자신들만의 이유로 금리를 조정해 이렇게 다른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두 가지 무기가 더 있다. 하나는 신용평가다. 미국은 다양한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신용평가기구를 갖고 있는데 이들은 한 나라의 신용을 공격하여 평가절하하면 그 나라는 국제적 자금 통용에 신용도 하락으로 더 값비싼 대가를 치뤄야 한다. 또 다른 무기는 국제 금융에 대한 전반적 영향력이다. 미국은 다양한 국제 금융기구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비자카드나 마스터 카드는 전 세계 지급 결제망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고금리 정책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미중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만 붕괴로 이전 보다 모든 산업이 고비용구조가 되었다. 때문에 이것은 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자리한다. 그로 인해 미국은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또한 불안정한 국제정세도 문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했다. 미중 갈등과 세계 경제 블록화, 여기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까지 터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보다 금리가 낮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과거엔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면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 환율이 상승해 통화가치가 하락했고 무역수지가 흑자가 되며 경기가 회복되어 외화가 다시 들어와 외환시장이 안정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지금의 금리역전은 역시 환율을 올렸지만 수출이 잘 되지 않아 적자를 보고 있고 이는 경기침체를 가져와 자금이탈을 가속화한다. 상당히 불안정한 상황인 것이다. 

 미국의 국채는 그들의 달러와 동전의 양면 관계다. 미연준은 국채를 시장에 내다팔고 사면서 달러의 양을 조절한다. 미국채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른다. 그러면 연준이 국채를 매입한다. 그리고 자금이 필요하기에 달러를 찍어낸다. 그러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오르게 된다. 그러면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국채를 매도하고 달러를 흡수해 달러 가치가 올라간다. 

 미국은 이처럼 툭하면 달러를 마구 잡이로 찍어내는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다른 나라들이 과다 발행된 달러를 흡수해주기 때문이다. 39개국의 외환보유고가 2007년 4조 9619억 달러였지만 2013년엔 9조 490억 달러로 두 배 올라갔다. 아마 코로나 시국엔 더욱 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달러에 대한 불신이 각국에 커지면서 최근 외환보유고의 증가세는 멈추는 편이다. 

 유로존의 통화정책은 대체로 미국과 동조화다. 유럽은 각국의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에서 주도하고 금리 환율이 외부에서 정해지는 독특한 구조다. 회원국은 유럽중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재정정책과 물가관리 경상수지등 거시 정책을 실시한다. 유로존은 1999년 통합 후 물가상승이 2%대로 매우 안정적이었다. 이는 동일 화폐를 사용하며 각국과 지역간 비교가 용이해 경쟁이 이뤄져 물가가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기 인플레이션 심리가 낮아지고 금리도 낮아 자금조달이 용이했다. 이 자금이 유럽의 저소득 국가로 흘러들어갔다. 환리스크가 사라졌고 국경간 거래비용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리스가 위기에 노출되었고 그 위기가 전체로 퍼졌다. 나라별로 금리 환율정책을 쓸 수 없기에 제대로 된 대응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로존은 이 위기를 이겨내고 여전히 이전과 같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단일 금리가 아닌 복수 금리를 사용한다. 은행의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와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가 그 두 가지다. 중국은 이런 금리 조정과 은행의 지급준비율로 경제를 조정한다. 중국의 통화정책은 특정한 분야에 선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선별적 지급준비율로 중대은행들이 취약 부분 대출을 실행하면 지급 준비율을 우대하여 혜택을 준다. 선별적 중기유동성 지원 창구는 민간 중소기업에 대출추가 한도를 늘리는 것이다. 담보보완 대출제도는 정책은행들이 인민은행에 대출채권담보를 제공하고 농업, 중소기업, 저개발 지역에 자금을 대출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장점은 장기 독재로 인한 정책의 일관성이다. 토지를 국유화하였기에 부동산 개발등을 통한 경기부양정책도 정부 마음대로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유연하지 못한 경직성이 발목을 잡는 것 같은 모양새다. 그리고 2023년 금리를 인하하였는데 세계와 동떨어진 금리정책으로 독특하다. 중국은 현재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어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은 금리 압박속에도 아직 제로 금리다.일본은 기준금리는 -0.1%를 유지하면서도 국채금리는 0.25%를 유지하는데 이는 단기와 장기금리 역전차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대출이 적극적으로 일어나 경기가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이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일본은 국채가격이 내려가며 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을 겪는다. 일본은행은 전체 국채의 50%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국채 수익률이 0.25%만 올라가도 GDP의 1.4%가 손실된다. 하지만 일본 기업과 국민은 장기가 해외투자를 하여 외화표시 채권과 주식 부동산을 다량 갖고 있다. 일본의 대외 순자산은 2021년 3조 7480억 달러로 세계 1위다. 그래서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엔화가 약세여도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는 증가해 상쇄효과가 있다. 그래서 엔저에도 버틸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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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18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간 띄어쓰기가 좀 아쉽네요. 가독성이 훨씬 높아졌을 것 같아요,

닷슈 2023-10-19 07:39   좋아요 0 | URL
쓰는데 급급해서 그렇습니다.
 
실직 도시 - 기업과 공장이 사라진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
방준호 지음 / 부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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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추석엔 군산여행을 갔었다. 군산을 선택한 이유는 서해금빛열차 때문이었다. 아이들도 나도 기차를 좋아하고  좁지만 기차 방안에서 가족들이 이야기와 다과를 즐기며 풍경을 바라보고 편히 갈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다. 서울에서 출발한 그 기차의 행선지가 군산이었기에 자연히 그곳이 여행지가 되었다. 가면서 살피니 군산은 일제 강점기 주요 항구였고 그래서 일제 잔재 문화재가 남아있고, 짜장면으로 유명하며, 이성당 빵집이 유명하다는걸 알게 되었다. 은파호수공원도 있었고, 새만금에 고군산군도, 철길마을도 관광지였다. 

 4-5시간이 걸려 군산역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자가용으로 이동했겠지만 기차여행이었기에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 기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도시의 쇠퇴를 이야기하며 걱정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엔 인구가 줄어드는 모든 지방 도시 쇠퇴의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군산은 커다른 두 변화가 있었다. GM대우와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2000년대 군산에 자리 잡은 두 기업은 고작 10년 정도를 머물렀다.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는 2017년에 문을 닫았고 지엠 군산 공장은 2018년 문들 닫았다. 이 두 대공장에는 무려 군산 사람 1/4가 생계를 걸고 있었다. 

 그 이전 군산은 버림받은 도시나 다름 없었다. 인구가 26-7만으로 전라북도 제2의 도시이지만 수도권에 가져다 놓으면 신경도 쓰지 않을 중소도시 규모에 불과하다. 한국의 산업개발은 수도권과 영남 중심으로 이뤄졌기에 호남 지역은 산업발전이 미미했고 이렇다할 기업체도 없었다. 그러다 90년대가 되었고 중공이 중국이 되면서 서해안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한국 굴지의 기업 대우가 있었고 그 대우가 군산에 자동차 공장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군산에겐 불행하게도 그 대우가 외환위기에 무너지게 된다. 결국 2002년 지엠이 대우차의 승용차 부분만을 인수하였고 상용차 부분은 1년 후인 2003년 인도의 타타 자동차가 인수한다. 이후 자동차 산업이 자리 잡고 조선업이 활황을 타며 군산의 전성기가 오게 된다. 한국의 조선 산업은 2003년 일본은 제친 후 상당한 호황을 누렸고 2008년엔 급기야 최초로 반도체와 자동차를 넘어서 한국 수출 비중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조선업은 자동차와 다른 점이 있는데 자동화가 어려워 인간의 숙련도에 상당히 의존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업은 비정규직 위주로 꾸려진다. 

 반면 자동차는 숙련도에 대한 의존도가 덜하지만 정규직 위주로 산업이 꾸려진다. 그리고 많은 협력업체를 요구한다. 그리고 자동차 같은 제조업은 상당히 비슷한 생활 수준과 문화를 영위하는 표준적 연대가 가능한 노동자 집단을 형성한다. 그래서 군산 지엠의 노동자들은 매우 힘들고 어렵게 일했지만 괜찮은 급여를 받고 집 한채 정도는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살아가게 된다. 2008경제 위기가 닥치자 모기업엔 지엠은 세계 각지의 공장을 정리한다. 하지만 군산 공장은 무사했다. 당시 고유가로 마티즈, 라셰티 등의 자동차가 유럽에서 잘 팔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엠은 결국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고 그 파장은 군산 공장으로도 밀어닥치게 된다.  

 결국 군산에서는 조선소와 자동차가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군산을 떠났다. 28만에 가깝던 인구는 26만대로 주저않았다. 지엠 공장 폐쇄로 종업원 2044명과 164개 협력업체 직원 1028명이 실직했다. 조선소 가동중단으로 종업원 760명과 협력업체 직원 4099명이 실직했다. 제조업이 일자리가 사라지자 지방 상권도 주저 않았다. 또한 조선소 인근의 원룸들도 자리를 잃었다. 조선소는 비정규직 위주로 일꾼이 꾸려지기에 원룸이 잘 되는 편이기에 군산에도 많이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군산은 정부에 의해 고용위기 지역으로 선포되었다. 위기 지역은 구직 급여 수급기간이 길어지고 훈련 연장 급여도 제공되며 생활 안정자금 대출도 크다. 하지만 재취업은 쉽지 않다. 한국에서 긴 기간 길러진 노동자의 숙련도와 그에 따른 나이와 경력은 오히려 걸림돌에 가깝다. 한국은 이들의 경력과 기술을 후대로 이을만한 사회적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이들은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퇴직금을 털어 자영업에 뛰어들게 된다. 그게 아니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경비나, 사회복지 직업 등이다. 오랜 기간 제조업 직장에서 나름 높은 자리를 차지했던 이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한겨레 기자가 어려움에 처한 군산에 6주간 머물며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에서 일했던 사라들의 이야기를 엮어 만든 책이다. 그래서 제조업 노동자로서 그들이 갖고 있던 정체성과 그것의 무너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애환등을 잘 느낄 수 있다. 한국에 제조업에 다시 살아나길 어려울 것이다. 너무 많은 제3세계의 저렴한 노동력, 그리고 4차산업혁명의 엄청난 자동화는 20세기 존재하던 두터운 제조업 노동자들의 형성을 구조적으로 막을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나 서비스업 노동자로 전락한 사람들은 경험이 다르고 연대하기 어렵다. 다시 노동의 시대가 오기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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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드, 수집의 세계에서 투자의 세계로 - 구매부터 보관, 그레이딩, 경매까지 스포츠카드 투자에 대한 모든 것
센트리우스(구자경) 지음 / 위너스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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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아마 kbs에서 방영해줬던 어메이징 스토리를 본 기억이 있다. 한국이 지금처럼 문화강국이 아닌 시절로 각 방송사들은 외화나 외국 드라마를 자주 방영해줬는데 무척 재밌게 본 기억이 있고 어메이진 스토리는 그 중 하나였다.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평생을 무척 가난하게 살던 노인이 있었다. 미국의 노숙자들은 마트의 카트를 잘 끌고 다니는데 딱 그렇게 사는 사람이었다. 그 노인은 어린 시절부터 여러 카드나 아이템을 모으고 다녔는데 언젠가 만난 누군가가 이거 널 큰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했다. 그 노인은 평생을 그렇게 모았는데도 가난하자 그를 원망한다. 그리고 늘 그렇듯 구걸을 다니다 한 고급 승용차를 타고 가던 부자가 노인의 카트에서 한 아이템을 발견하곤 흥분해서 그것을 고가에 사간다. 노인은 그제서야 자신이 갖고 있던 것들의 희소성을 알게되고 이들을 고가에 처분하여 단숨에 부자가 된다. 부유층의 연회에 참석한 노인은 신수가 훤해졌다. 그러다 어릴적 자신에게 그 이야기를 해준 그를 다시 만나고 다시 만난고 싶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는데 그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리고 그의 뒷편에는 한 아름답고 젊은 여인이 있었다. 그렇다 노인이 반색한 건 그 여인이었고 여인은 노인에 호감을 갖게 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일화가 생각난 것은 이번에 읽은 책이 스포츠 카드 투자책이기 때문이다. 투자에는 부동산투자, 주식투자가 있지만 여러 가지 물품을 수집하는 것도 투자가 된다. 미술품이나 고가의 와인이나 위스키, 비트코인, 운동화, 유명운동선수나 연예인의 물건 등이 그렇다. 후자는 평소에 월세나 배당 같은 현금흐름은 전혀 없지만 그 희소성으로 매도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스포츠 카드도 그러한 대상이다. 한국에서 스포츠카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선 오랜 문화다. 그리고 미국의 스포츠카드는 야구, 풋볼, 농구, 아이스 하키 등의 종목에서 발행된다.

 저자는 스포츠카드의 높은 수익률과 보관의 편리성으로 인해 이를 추천한다. 미국의 스포츠카드는 1860년대가 그 시작으로 역사가 유구하다. 최초의 스포츠카드는 물품에 든 아이템이 그렇듯 조악했고 판촉을 위함이었다. 특히, 담배회사가 스포츠카드에 주목했는데 흡연자가 대부분 남성이고 그들이 대개 야구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시는 담배포장이 조악해 담배를 보호하기 위해 카드는 덮었던 이유도 있었다. 

스포츠 카드는 양차대전을 거치며 쇠퇴했다가 1948년 발매된 바우만 카드와 1951년 Tops카드가 발매되며 궤도에 오른다. 1956년 탑스가 바우만을 인수하여 1980년대까지는 탑스카드의 시대였다. 하지만 1980년대 플리어, 돈스 같은 라이벌 스포츠카드 회사가 탑스에 독점 소송을 걸어 승소하며 2010년까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가 된다. 하지만 2010년들어 조악한 축구카드를 만들던 유럽의 파니니가 돈스를 인수하여 미국시장에 진출하고 농구, 야구의 라이센스를 취득하며 그들의 시대를 열었다. 파니니는 UFC와 영국프리미어 리그까지 섭렵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스포츠카드의 인기는 아무래도 선수의 실력에 달렸다. 그리고 카드의 희소성이 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 둘을 모두 만족시키는 경우는 최정상에 오른 선수의 루키카드다. 루키카드는 아직 선수가 인기와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시절이라 크게 수집되지 않고 데뷔 첫해만 발매되기에 희소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실제 인기선수라도 평범한 시즌의 카드는 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 

 예를 들어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은 1984년 데뷔했다. 하지만 루키카드는 1986년 발매되었는데 거의 루키카드는 2010년 6173달러에서 2021년엔 60만 달러로 가치가 급상승했다. 물론 양적완화로 인한 뻥튀기 효과가 큰 시절이긴 하다. 하지만 거품이 다소 거친 지금도 10만 달러이상을 호가한다. 루키카드는 그것을 뜻하는 RC마크가 있다. 루키카드의 조건은 RC마크와 소속팀 유니폼 착용사진, 그리고 소속팀 로고가 들어가야 한다. 

 메이져 리그는 선수층이 매우 두텁다. 때문에 지명을 받아도 트리플 에이나 마이너로 데뷔하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많아 메이저로 호출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무조건 메이저 데뷔당시 카드가 루키카드가 된다. 즉, 한국의 류현진은 한국에서 거의 10년을 프로생활을 했지만 메이저에 데뷔한 해 루키카드가 발급된다. 메이져리그를 루키표시르 1st Bowman이 기입되어 있다. 또한 역시 RC마크가 있는데 둘 다 루키카드로 인정된다.

 카드사는 한정수량 카드도 제작한다. 동일한 사진에 표면에 반짝이나 광택을 입히는 패러랠 카드가 그것인데 희소성으로 호가가 높다. 한정카드는 99, 199, 299, 499등 99단위로 발행하며 한정 수량은 1 of 1 처럼 카드에 표시되어 가치를 높인다. 오토카드는 카드회사가 선수와의 계약을 통해 친필사인을 한 카드이며 저지카드는 선수의 유니폼인 저지를 일부 잘라 붙인 카드이고, 패치카드는 선수의 이름 및 구단로고가 들어간 패치를 붙인 카드다. 이들 역시 회소성이 있다.

 카드는 카드 세트나 박스를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트나 박스에는 그해 발해된 모든 선수가 드어가 있다. 가령 1986년 농구카드팩은 당시 40센트 가격이고 36팩이나 있었다. 이 안에 조던 루키카드는 3-4장 평균 들어있다. 즉, 1팩에 조던 카드가 있을 확률이 10%정도 되는 것이다. 때문에 밀봉한 카드 팩이나 상자는 역시 고가에 거래된다.

 투자가치가 높은 카드팩은 1986년 플리어 농구박스 카드로 마이클 조던의 루키카드가 포함된 가능성이 있다. 1989어패댁 MLB야구박스는 켄 그리피 주니어의 루키시즌이다. 1996탑스 크롬농구 박스는 크롬 재질 디자인으로 희소성이 있고 이미 사망한 코비 브라이언트의 루키시즌이다. 2011 탑스 업데이터 야구박스에는 지금도 활약하는 마이크 트라웃의 루키시즌이 있고 2017 파니니 프리즘 풋볼박스에는 미국 풋볼 최고 쿼터백인 패트릭 마홈스의 카드가 있다. 

 카드를 거래하는데는 카드의 품질은 그레이딩이 중요하다. 그레이딩은 회사에서 측정하고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등급은 PSA10 PSA9 PSA8 수준으로 점수가 낮을 수록 등급이 낮다. 카드의 품질은 코너, 엣지, 센터링, 서페이스로 판단한다. 코너는 카드의 모서리의 날카로움이고 엣지는 모서리와 모서리 사이의 테두리 부분이 접히거나 구김정도이며, 센터링은 사진이나 로고와 좌우, 상하 뒤바뀜 없이 정중앙에 찍혀있는지, 서페이스는 표면에 변색이나 흠집 정도다ㅏ. 이것이 모두 높아야 10을 받을 수 있고 가치도 높아진다. 

 저자는 축구카드를 추천한다. 카드 문화가 미국 것인 만큼 야구와 농구는 가격이 이미 오를대로 올랐지만 축구는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축구스타 엘링 홀란의 데뷔 2019 카드는 겨우 900장이고 10점 품질 기준 시세가 200달러에 불과하다. 미야구와 농구의 동등급 스타의 가격에 비하면 1/10수준이다. 때문에 축구 카드의 경우 성장세가 높은 것이란게 저자의 판단이다. 

 한국도 카드가 시작되었다. 대원미디어가 국내 프로스포츠 라이센스를 획득하고 한국 프로야구카드는 2017년부터 발매했다. 카드는 구매 후 무엇보다 보관이 중요하다. 습기와 자외선을 피하는게 중요하여 밀폐된 비닐케이스에 밀봉해 플라스틱으로 마무리 해야 보관하는게 좋다. 보관상태가 높아야 가치도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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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기적인 교사 - 각자도생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학교를 위한 동력
이지명 외 지음 / 교육과실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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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8일에 교사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교육계의 학부모갑질 사건은 한국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갑질의 가해자 학부모는 전교원 50만이 모두 일회 이상 당한 적이 있다고 할 만큼 상당 수지만 그래도 전체 학부모에 비하면 5에서 10% 수준으로 적다. 때문에 많은 일반 국민들은 이 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10회 가량 진행되었던 교사들의 추모 및 항의집회는 교원 4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일단 숨을 고루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을 멀며, 공적기관이자, 그 수행자인 교사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존중과 인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 책은 학교에서 협력하지 않는 교사들에 대해 다룬 책이다. 물론 책은 올해 초에 출간한 것으로 서이초 교사 사건 이전에 나온 책이다. 만약 그 이후에 나왔다면 이런 책을 내는 것에 대해 시기상으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초중등교육법엔 교사의 업무를 법령에 따른 수업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교육후진국인 한국은 그렇지 않다. 사회가 발전하고 갖가지 요구사항이 폭증하며 많은 일들이 학교에 들어왔다. 80-90년대 근무한 교사들은 일인당 담당 학생은 지금의 두배가 넘었지만 일은 오히려 많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과정은 매우 단순하고 수직적이라 교과서대로만 수업했고, 성적도 매우 단순하게 기술했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하며, 수업 및 평가도 복잡해졌다. 여기에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교원능력개발평가, 학교폭력, 학교안전, 스쿨버스, 학부모민원대응, 학교급식, 온갖 조례에 의한 안전, 범교과 교육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여기에 업무관리시스템이로 온갖 기관 및 상급기관에 의한 공문시달이 편리해지면서 참으로 학교에 많은 일을 시키기 용이해졌다.

 하지만 이런 교사 본연의 업무와 과다한 잡무의 부과는 학교에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잡무는 그야말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의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한다고 해서 경제적인 보상도 거의 전무하다. 교사의 수당은 담임수당은 13만원, 부장수당은 7만원에 불과하다. 두 보직을 맡아서 업무가 폭증해도 한 달 20만원 정도의 보상에 불과한 것이다. 안하고 많다가 지배적인 분위기일 수 밖애 없다.

 하지만 학교는 이런 할당된 업무를 반드시 수행하려고 하거나 수행해야 한다. 때문에 자기 살길만 여겨 이런 업무를 기피하는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과거 일선 교육청과 교육부는 이런 잡무를 맡는 교사에 승진가사점을 부여했다. 하지만 승진체계가 바뀌고, 승진을 기피하는 문화가 확산하며 이런 당근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 때문에 많은 학교들에서는 부장교사를 담임교사를 찾느라 매년 고생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돌아가면서 부장을 맡은 부장순환제를 제도화하고 있다. 

 책은 중등중심으로 써서 중고등학교의 많은 기피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초등은 90%이상의 교사가 담임을 맡아야 해 사실상 담임기피가 불가능하지만 중등은 절반 정도만 맡아도 되기에 기피기 심하다. 여기에 함께 해야 하는 일은 교과별로 다르고 수업시수도 균등치가 않아 갈등이 많다. 교사는 일에 있어 협력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은데, 언급한 것처럼 경제적, 문화적 동기부여도 거의 없을 뿐더러 그런 것에 협력적인 경우 덤터기를 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난 적어도 교사들이 업무에선 협력적이지 않을 수 있고 그런 당위성도 있다고 보지만 교육과정과 수업 등의 본연의 업무에선 매우 협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교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갈등은 교사 자체가 이기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것은 지극히 내부적인 지적이다. 애초에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환경이 주어진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그리고 적어도 교육당국은 학교에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고 전가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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