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고 있잖아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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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당신은 내가 보이나요?"

나는 조금만 건드려도 금방 눈물흘리는 사람이다
누군가 눈가가 촉촉해지면 이내 나는 눈물이 주루룩 흘려내리는
나는 울보였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를 읽는 동안, 나의 어릴 적이 많이 생각났다.
누가 와서 톡 건들기만 해도 "으앙~"울어벼려서 키우기 힘들었다고
화끈한 경상도 아버지의 단호박 멘트에 뭐가 그리 서워웠던지 눈물이 주루룩,
드라마를 보면서도 눈물 뚝뚝....
그랬던 나도 이제는 많이 단련? 되었는지 나름 눈물이 자제 되고 있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완득이, 아몬드​
청소년이 주인공인 아몬드, 완득이, 내가 말하고 있잖아 이 셋이 중간 중간 떠올랐다.
아몬드처럼 나 역시 하마터면 소중한 우리 아들 딸을 잃어버릴 뻔해서 소설이 소설처럼 다가오지 않았던 기억도 떠올랐고
아몬드는 결말에서 갑자기 장르가 바뀌는 분위기와 다소 비현실적인 결말과
청소년 주인공인데 폭력성은 거의 홍콩 영화 첩혈쌍웅수준으로 다가와서 조금 아쉬웠다. (5점 만점에 평점 3.9)
재미는 완득이. 예전에 읽을 때 빵빵 터졌던 기억이 났다. (재미 5점, 평점 4점)
"내가 말하고 있잖아" 는 14살 소년이 언어 교정원에 다니며 언어적,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우리 사회의 폭력을 폭력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폭력을 고발하고, 복수하고(?) 용서하며
중간중간 재미를 토핑 추가 해서 읽는동안 미소와 함께 잔잔하면서도 위로를 주었다.(평점 4점)

#보이지 않는 사람들, 당신은 보이나요?
말을 더듬으면 생각도 없을꺼라 단정하고 나무처럼 소품처럼 여기고 마구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용준 작가님은 그들이 보이지 않냐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몇 달 전 중 3아들과 횡단보도를 지나다가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바퀴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노점에서 일을 마치고 어디론가 가든 듯한 모습에 삶의 고단함이 묻어났다. 아들은 저 힘들어 보이는 할머니 같은 분들이 정부에서, 이 코로나 시대에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데 말하는 모습에, 내가 보는 것을 아들도 보고 함께 아파하는 것에 그나마 마음이 덜 불편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볼 수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폭력은 어디에나 있다.. 폭력의 보편성
단순히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는 것만이 폭력은 아니다.
누구나 생각이 있는데 말을 더듬는다고 생각조차 없을 것으로 간주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도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는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에서도 다양한 폭력이 나온다.
가정폭력 (여성, 아동학대)
학교폭력 (은따, 교사 주도 왕따- 국어샘 부분은 정말 읽는동안 너무 화가났다)
사회폭력 (사회적 약자를 보이지 않는 자로 간주하고 자체 묵음처리) 등
우리 주변에 폭력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오늘 뉴스에서도 택배기사님들이 과로사로 12명 사망 소식을 접했다. 중요한 것은 카운팅 된 것만 이 수치이고 대다수 특수고용 형태의 택배기사님들의 과로사는 정확한 통계도 없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의 사회적 폭력, 사회적 죽음이 없기를 바란다.

#스프링 언어교정원 학원생들, 알고보니 그들은 어벤져스
특히나 경찰서에서 할머니의 액션씬은 아...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통쾌했다!! (블랙 위도우급)
만약 원장이 쓰레기에게 주먹질이라도 했다면 전치 몇주가 나올 수도 있었을텐데
한편으로는 할머니가 치매라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할머니도 나름 어릴적 당신의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그런 생각도 들었다. 마치 7년의 밤 주인공이 아들을 어떻게 지킬수 있을까 고뇌한 것처럼
어쩌면 할머니도 과거의 시간을 복기하고 복기해서 그런 과감한 행동이 나왔으리라

#언어 교정, 해답은 영업?!!
언어 교정의 마지막 단계, 역시 영업 만한 게 없다.
나역시 초등 저학년 때, 눈물 많고 부끄럼 많은 내가 언니와 함께 시장에서 엄마가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
"옥수수 사세요~" 외쳤던 기억이 났다. 어쩔 수 없었다. 빨리 팔아야 집에 간다.
우리 둘의 합창이 너무 컸던지, 근처 상인 아주머니가 너무 시끄럽다고 핀잔 주셨는데
인생에서 허투루 보낸 시간은 없나보다. 그런 영업 활동이 나를 외향적으로 이끈 것 같다.​

#비판 노노?
읽을 때 의사 선생님이 스프링 언어 교정원을 다니면서 등장인물들의 정신적 지주역할과 돈까스 사주는 설정이 좀 비현실적이지 않나... 했는데
작가님이 비판적으로 읽지 말아달라고 실제 돈까스 사주신 그런 어른이 있었다해서 패스합니다.^^
혹시나 의사샘하고 원장샘이 어떤 관계가 있지는 않을까 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 (드라마를 더 줄여야겠다^^*)

#하마, 그 위대한 동물
위대한 동물이야. 겉보기에는 돼지나 소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순하고 멍청할 것 같지만 아니야. 강하고 누구에게도 당하지 않아.
아프리카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사자나 코끼리가 아닌 바로 하마란다. 하마 갘은 사람이 되렴. 약해 보여도 강할 수 있어.
맘만 먹으면 누구든 이길 수 있도 있고 (p.26)
아들아. 딸아...
엄마는 눈물 많은 하마가 될 터이니, 너희도 하마같은 사람이 되렴

#학교, 이대로 괜찮을까?,
소설에서도 경찰서로 지원사격 나간 것이 스프링이었듯이​
현실에서도 학교의 역할이 많이 미미한 것 같아서 씁씁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
어릴 적 나머지 공부 시키는 선생님을 보면 애들이 챙피해서 힘들겠다는 생각만 했지
헌신하는 선생님의 노고는 생각도 못했다. 지금은 너무나도 그 때 선생님들이 대단함을 느낀다.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을 접하게 되니 정말 열심으로 교육진행하는 선생님도 있고
줌으로 출첵만 하고 펭수 EBS로 토스하는 선생님도 본다.
아이들은 말한다. 줌으로 출첵은 왜함?
자판이 느려서 채팅말고 마이크로 질문하라는 선생님... OTL..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 학교인데
선생님이 배우고 가르치는 것 게을리한다​
학교가 학교 붕괴를 가속화 시킨다
오프라인 학습이 힘든 상황에서 손편지라도 한명 한명 아이들에게 써서
정서적 지원을 해주면 정말 좋겠다.

#연대의 보편성, 위로와 연대는 어디에나 가능하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연대 가능하다고
위로 받을 수 있다고
"내가 말하고 있잖아"가 말한다.
내 목소리를 들어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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