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 글쓰기 습관 -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드는 최적의 처방전
모니카 레오넬 지음, 홍주현 옮김 / 사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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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글은 엉덩이로 쓰는 거라는 숱한 조언에 처음부터 너무 오랜 시간을 들여 쓰려고 하다보니 지쳐서 쉽게 포기하곤 했다. 운동 할 때는 준비운동부터 시작해서 단계를 밟아나가건만, 어째서 글은 그렇게 처음부터 무리하게 시작했을까?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작가가 별로 없거나 늘 되기 힘든직업이라고 치부해 버려서 그렇다고 한다. 마음은 있지만 내가 되겠어?’라는 기분으로 도전을 하다 보니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충동적인 시도와 빠른 포기가 반복된다. <8분 글쓰기 습관>의 저자는 보다 구체적인 접근 시도하도록 유도한다. 왜 글을 쓰고 싶은지, 글이 왜 안 써지는지 등 글을 쓰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를 침착하게 살펴서 불안요소를 제거하고 홀가분하게 시작하라는 말로 1장을 연다. 2장에서는 어떤 상황이 와도 글 쓰는 습관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살다 보면 계획에 많은 차질이 생기지만 당장 퇴사를 하지 않는 것처럼 글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매일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의뢰를 받고 쓰는 것처럼 마감을 정해놓고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하다. 3장에서는 그 전략들을 토대로 직접 실천하도록 이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어도 결국 실행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일단 무조건 써보자. 8분이라는 시간은 일상 어디에도 타격을 주지 않으니 아침에 조금만 일찍 일어나거나 남는 여가시간을 활용하면 충분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막상 쓰려면 써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대작을 쓰고 싶다 거나 허황 된 꿈을 꾸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어릴 때만 못해졌다. 어릴 때는 겁도 없이 이런 저런 글들을 술술 쓰고, 그림을 그려 댔는데 말이다. 개인적인 진단으로는 자신감 하락이라고 생각한다. 알면 알 수록 스스로의 능력에 한계를 느끼는 것 같다. 배울수록 부족함을 느끼니 한 줄 쓰기가 점점 어려워 진다. 작가들에게 건네는 조언이 담긴 책을 보긴 해도 내 마음이 닫혔으니 쓸 수 있을 리 만무한데 <8분 글쓰기 습관>에서는 그냥 아무 말이나 8분간 끄적여 보라고 조언한다. 8분으로 뭘 얼마나 쓸 것인가 싶었는데 오히려 시간을 짧게 두어 집중력이 높아지더라. 쉬는 동안 하루에 A4용지로 1장 정도 습작을 하려 했는데 이것 조차 어려웠는데, 차라리 시간에 비중을 두니까 긴장감이 더 산다. 긴장이 생기면 두뇌도 뭔가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조금이라도 쥐어짜지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8분의 힘은 대단하다. 오히려 짧아서 늘어지지 않고, 받아들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을 쓰라는 조언은 몇 년 전에도 책을 통해 받아들였었다. 그런데 발전은커녕 너무 진전이 없어서 그만 뒀었는데, 딱히 시간제한이 없으니 한 없이 늘어졌던 거 같다. 글을 쓰려면 작법 책을 한 두 권 봐서 될 일은 아니다. 부단히 여러 작가들의 견해를 발판 삼아 다양한 시도 끝에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 이번엔 <8분 글쓰기 습관>을 읽었으니 단기간이라도 이 조언을 실천 해보련다. 8분이라니! 내 생활 어디에도 끼워 넣기 부담 없는 시간이다. 바쁜 현대인을 위한 시간 설정인 만큼 직장인, 학생 할 거 없이 딱 8일만 실천해 보길 바란다. 나도 오늘 아침에 시작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8일째 결산에서는 첫 날과는 차이를 보이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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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한 세계 명작의 첫 문장
김규회 엮음 / 끌리는책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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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읽으면 인상깊은 문장들을 적어 놓곤 한다. 그 중 첫 문장은 그 작품을 기억하는데 탁월하다. 단지 책의 첫 머리에 쓰인 것 이상의 의미를 품기 때문이다. 첫 문장만으로 그 작품에 대한 성격을 짐작할 수도 있는 만큼 작품의 시작과 끝을 아우른다. 특히 <오만과 편견>이 명작대열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작품성 자체 만으로도 상당하겠지만, 그 첫 문장이 주는 울림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떠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곱씹어 볼 때마다 신기한 문장이다. 첫 문장만으로 작품의 성격과 시사점, 전개 방향을 보여준다. 첫 문장의 존재감에 대해 얘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그 외에도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의 첫 문장과 작가가 소개 된다. 나쓰메 소세키나 하루키처럼 한국인인 나 조차 헤어날 수 없게 만드는 작가들을 새삼 여기서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작법 연구가 필요하다. 그 중에 첫 문장을 다듬는 작업은 오랜 시간과 퇴고를 요한다. 그만큼 괴롭기도 하고 각별할 수 밖에 없다. 그저 독자의 마음으로만 책을 읽었을 때 첫 문장이 이렇게까지 심오하게 다가 오진 않았다. 글을 쓰려고 노력하다 보니 첫 문장 하나 마무리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알게 된 지금은 내로라하는 작품들의 시작이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을 거쳐 나왔을 지 짐작도 안된다. 여러 작법 책을 보는 것도 습작에 도움이 되지만, 이렇게 명작들의 첫 문장을 죽 모아 놓은 <한국인이 사랑한 세계 명작의 첫 문장>을 보니 한결 정리가 된다. 작품 마다 명작이 괜히 명작이 된 게 아니라는 것을 첫 머리에 보여준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첫인상, 첫 문장. <한국인이 사랑한 세계 명작의 첫 문장>에 소개 된 작품들의 첫 문장들은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마력과 함께 다시 읽고 싶게 하는 마력이 가득하다.

작가가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정보를 종합해서 정리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발휘한다. 소설을 쓰며 퇴고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명작들의 첫 문장들로 정리정돈을 해 줄 수 있다.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읽은 작품들을 새삼 환기할 수 있는 반가움을 느낄 수 있고, 아직 읽지 않은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책의 구성도 깔끔하지만 표지와 속지의 일관 된 연관성이 보여주는 수채화 같은 느낌의 표현이 명작들의 오랜 감동을 아슴하게 전해준다. 내용의 정리도 깔끔하고 표지 및 속 디자인까지 말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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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맛있고 멋진 채식이라면 2 - 다이어트가 내 안으로 이렇게 맛있고 멋진 채식이라면 2
생강 지음 / 동아일보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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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그 힘든 걸 어떻게!” 고통스럽겠다는 반응이다. 정작 나는 전보다 더 편하게 잘 먹고 있는데 말이다. “억지로 하려니까 힘들지!” 라고 말 해주고 싶다. 작가처럼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요리를 즐기면서 채식을 시작했다면 결코 힘들리 없다. 책 보다 블로그로 더 익숙했던 작가는 이번에 채식요리에 대한 책을 2번째로 냈다. <이렇게 맛있고 멋진 채식이라면 1>에서는 채식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요리법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맛있고 멋진 채식이라면 2>는 그 보다 한발 더 앞서 채식을 하는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모든 것이 과잉인 이 시대에 ‘다이어트’몸살을 앓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다이어트의 의미를 환기시킨다.


왜 다이어트를 하는가? 살 빼려고?

살은 왜 빼는가? 보기 좋으려고?

물론 그 이유가 대부분이겠지만 우선 건강 하기 위한 게 가장 이상적인 목표가 아닐까 한다. 보기만 좋다고 무작정 살을 빼다가는 건강을 해치기 쉽다. 작가의 경우는 다이어트의 목적이 아니었다. 채식에 쓰이는 재료 자체와 그 조합에 대해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요리에 빠져들면서 식습관이 바뀌었고, 식습관이 바뀌면서 생활이, 생활이 바뀌면서 몸과 마음이 변화했다.

우리가 먹는 것들은 곧 우리를 형성한다. 아무거나 잘 먹는 걸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실 그냥 분별력이 없는 것이다. 자기 몸에 뭐가 맞고 안 맞는지 살피는 건 둘째치고, 가급적 지양하라고 알려진 식품까지도 절제하지 못 한다. 아파야지 그때서야 건강에 관심을 보이며 식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가뜩이나 채식하면 영양이 부족할 것 같다는 인상이 강한데, 아프고 채식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파서든 다른 목적이 있어서든 이유막론하고 채식을 맛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파서 시작한 사람은 그저 약처럼 밥을 먹을 뿐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먹고 즐겨야 몸에도 좋으련만! 고기면 최고가 돼버린 세상에서 육식위주의 요리가 발달 했으니 채소에 대한 요리연구가 희박할 수 밖에 없었다.


환경에 대한 걱정과 비인도적 가축 사육 및 도축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 등으로 채식 캠페인이 늘어서 그런지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자연히 채식요리책도 늘어났다. 그 중에서도 생강님의 <이렇게 맛있고 멋진 채식이라면 2>가 돋보이는 이유는 레시피가 어렵지 않고 구성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도예 전공자라 그런지 미적 의식이 살아있어서 사진감각이 남다르다.

간편한 조리임에도 손질부터 자세하게 순서를 사진으로 보여준다.

정갈한 채소찜.

가장 지향하는 식사.

책을 보고 있노라면 요리책인지 화보집인지 헷갈릴 정도다. 곳곳에 작가의 생각이 글로 녹아있어 한 편의 에세이를 보는 듯 하다. 따뜻한 분위기의 사진과 다정한 문체의 글이 어우러져 읽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뒷부분에는 식재료에 대한 소개가 들어있다. 접하기 힘든 재료들도 있지만 대개는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한 재료들이다. 재료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채식요리를 더욱 살아움직이게 한다.


외양부터 연필이 씌어질 정도로 까슬함이 느껴지는 재질이 인공적인 느낌을 감하여 온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책의 두께가 상당한데 다행히 부피에 비해 무겁지 않다.


살림을 하는 처지에 채식요리만 할 수는 없다. 가족을 위해 육식위주의 요리를 내놓긴 하지만 채식이 맛있다는 생각을 주지 못하는 건 내 부족이다. 가뜩이나 요새 몸이 무거워져 고생하는 신랑에게 <이렇게 맛있고 멋진 채식이라면 2>을 좀 활용해본다면 인식이 달라질까 기대 중이다. 임신 중이라 몸이 무거워 복잡한 요리는 하지도 못한다. 다행히 이 책은 몸의 다이어트 뿐만 아니라 일상의 비움을 담고 있어서 요리법도 간단명료 하다. 요리를 처음 하거나 바쁜 사람들에게 요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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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해야 사랑이다 - 심리학자의 부모공부
이민규 지음 / 끌리는책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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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다짐한다. 실제로 무엇이든 한다. 문제는 그 방법이 아이의 바램과는 상관없이 부모의 입장에서만 흐르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어느 순간 소통의 부재가 너무 당연하게 돼버린 사회가 됐다. 부모들은 문제가 뭐냐고 다그치고, 아이는 입을 다무는 무한 반복의 상황이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기 보다 소유물로 대하는 자세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표현해야 사랑이다>는 부모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강조하던 기존의 시각을 바꿀 것을 당부한다. 특히 사랑을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엄격한 교육만이 미덕인 줄 알던 우리 나라의 정서부터 환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아이의 버릇없음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를까 봐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아이를 존중하는 것과 무작정 받아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존중한다는 것이 어렵기도 하다. 어려워서 그저 좀 더 편한 방법인 엄한 방법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옛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경제활동으로 바빠서 놀아주지 못하다가 은퇴시기에 외로워지면 자녀들에게 서운함을 토로한다. 부모의 손길이 절실했던 아이들의 외로웠던 시간은 망각해버리고 말이다. 거기에 더해 자신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시간들을 학습기관에 의탁하기까지 한다. 성적에 대한 기대와 질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성장한 자녀에게 존경을 바랄 수 있을까? 이건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다. 사회적 시스템이 가정생활에 할애 할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요즘은 육아에 관련한 복지 등이 늘어나서 예전보다는 환경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법적 규정만 생겼을 뿐이지 회사 분위기는 여전히 눈칫밥을 먹는 부모들이 제대로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형편이다.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정부가 도래했기에 많은 부모들이 희망을 걸고 있다. <표현해야 사랑이다>가 보다 적극적인 육아방법에 쓰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과 그 보완책을 잘 마련하길 바란다.

크게 3부로 나뉘어 감성소통이 왜 중요한지, 소통이 가능한 부모는 무엇이 다른지, 사랑의 표현을 어떻게 할 지 등을 열거한다. 1부에서 3부로 넘어가는 목소리가 일관적이라 내용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저자가 상담한 사례 뿐만 아니라 본인의 자녀를 적극적으로 사례로 들어가며 설명한 덕분에 공감의 폭을 크게 이끌어낸다. 에필로그로 마무리 하면서 사과 속의 씨앗은 셀 수 있지만 씨앗 속의 사과는 셀 수 없다.’는 묵직한 말로 마무리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사례를 다 기억할 수 없어도 이 한마디로 부모로서 우리가 하는 노력은 결코 헛될 수 없다는 자신이 생긴다. 무지한 초보부모인 탓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부딪힘도 많겠지만 그래도 노력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크다. 적어도 자녀를 책망하기 보다 자신의 내부에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통은 듣는 것이요,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단 하나의 사례만 실천 해봐도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오랜 시간 자녀와 서먹해진 부모라면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나씩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다 보면 결국 나만의 길을 찾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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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한국 소설의 첫 문장
김규회 지음 / 끌리는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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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한국소설 첫 문장>의 서문을 거치면 첫 문장과 이미지가 시화처럼 자리잡고 있다. 첫 문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각 작품에 어울리는 문을 만들려고 소설가들이 얼마나 고심했을지 생생히 느껴진다. 간혹 어떤 문장들은 시적 표현이 풍부하여 시화처럼 꾸며놓은 구성이 조화롭다. 문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미지 자체는 되도록 심플하게 채택한 것이 적절해 보인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여겨지는 작품의 첫 문장을 시작으로 작가에 대한 짧은 프로필과 그 작가의 다른 작품 2~3권 정도의 문장도 함께 볼 수 있다. 시인과 소설가는 엄연히 장르의 구분은 있지만 표현을 함에 있어서는 역시 무 자르듯 선을 그을 수 없을 것 같다. 문장만 발췌하면 이렇게 하나의 시로써 기능을 하니 말이다.

 

첫 문장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아무리 시간적 여유가 많은 독자라도 한 페이지를 넘겨야 그 뒤를 읽어 내려가려 하기 때문이다. 출판물이 넘쳐나는 요즘은 첫 문장뿐만 아니라 띠지부터 공격적 마케팅에 이용된다. 책을 대상으로 마케팅이라는 말을 하면 속물적이라 잘 쓰고 싶지는 않은데 사실이 그렇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주옥 같은 문장들을 그냥 흘려 보내기가 너무나 아쉬울 때가 많다. 가끔은 엑셀에 인상 깊은 구절들을 잔뜩 입력해 가며 읽기도 하는데 그러면 흐름에 방해가 돼서 곧 포기했다. 읽고 쓰려고 하면 내용이 새롭게 다가와 그것도 방해가 된다. 결국 나중에 쓰기로 하고 계속 손 대지 않는 작품이 수두룩한데 이렇게 따로 인상 깊은 첫 문장을 모아 둔 책이 출판된 걸 보니 반갑다.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가 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좋아하는 문장을 잔뜩 모아두었을 텐데 책의 형태로든, 댓글의 형태로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라도 생성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고, 남들의 시선은 과연 어디에 닿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책들과 작가들의 작품이라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살 것 같다. 글을 쓰기 위해 첫 문장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습작을 하는 분들이 참고를 위해 보기 좋을 듯싶다. 책의 말미에 국내 3대 문학상 수상작의 첫 문장들이 있다. 색다른 방식이 신선하다. 아무래도 일반 독자보다 매의 눈으로 살피는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끈 문장들이니 남다를 수 밖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감회가 새롭겠다.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문장 그 자체의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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