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자를 한 네 번 정도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재미있다. 여기서 재미는 경험이 생각나게 하는 재미다. 그 재미 속에는 추억과 기억이 있다.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추억도 있지만 칼로 도려내는 듯한 기억을 떠올리는 재미.

한 여름의 땡볕 아래 땀 흘리며 구보하던 모습, 막내 때 잠들었다가 툭 건드리면 벌떡 일어나서 고참 따라 나가 뽀글이 후후 불어 먹던 모습, 군기가 바짝 들어 구타를 당해도 아프지 않아서 꾹 참고 맞다가 안경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 쫄다구 때 여자 후배들이 면회를 자주 왔는데 그럴 때마다 군복 다리고 군화 불광 내야 한다고 끌려가서 맞던 모습.

어리바리 두드려 맞던 모습에서 시간을 견디면 주먹을 휘둘러야 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도저히 적응하지 못할 것 같고 너무 친한 전우 사이인데 계급으로 나뉘어 따돌리고 눈치 주고 괴롭힌다.

군생활 힘들어?

아닙니다.

할만해?

예.

뭐? 군 생활이 할만해? 이 새끼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지. 그리고 괴롭힌다. 나머지는 방관한다. 방관자 중에는 나도 속해있다.

난 말이야 다른 고참들처럼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하는 고참도 결국엔 모두가 다 똑같은 존재다. 내가 완고가 되면 다 바꿀거야, 라고 하지만 완고가 되어갈수록 시스템에 누구나 먹혀 버린다.

고참 따라 외박이나 휴가 나와서 술 마시고 새벽에 거리를 걷는 그 기묘한 기분. 집으로 가고 싶지만 갈 수도 없고 잠도 잘 수 없고. 새벽의 어스름 안개를 마시며 술이 깨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어쩌면 곧 사라질 아침 안개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이 세상 어디에도 편견과 부당함, 차별이 늘려 있다가 틈만 보이면 득달처럼 달려든다. 군대? 군대라고 그러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군대여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한 모순이 필요하다. 이 전쟁통 같은 군대에서 빨리 제대하고 싶은 군인들, 그러나 막상 제대를 하고 사회에 나오면 전쟁터보다 더 한 지옥이라는 걸 알게 된다. 더 심한 모순의 바다라는걸.

윤종빈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500만원까지 빌려 이천만 원으로 군대에게 홍보 영화를 찍는다며 군대에서 허락을 받아내 군대 비리와 아픈 단면을 영화로 만들어 버려 국방부가 발칵 뒤집어졌었다. 윤종빈 감독을 고소하니 마니, 하는 가운데 영화제 출품이 확정되어서 윤종빈이 사과를 하고 고소를 접고 하며 어수선할 때 이 영화가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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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 시즌 3

시즌 3은 잔인하고 자꾸 잔인하고 잔혹한 어른들의 동화다. 역시 재미있다. 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또 누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지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코엔 형제의 영화를 시작으로 시즌 1, 2 그리고 시즌 3까지 비슷한 플롯으로 끌고 가는데 사건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고 살벌해진다.

안 좋은 일을 부탁하고, 부탁받은 사람이 엉뚱한 사람을 죽이면서 보안관이 등장하여 마지막까지 기묘하고 얽히고설킨 사건을 풀어간다.

파고 시리즈에는 이런 사람이 등장한다. 뭔가 불만 많고 운전하면서 혼잣말로 계속 지껄이고 담배를 피우는데 담배가 차 바닥에 떨어지고 그걸 주우려고 고개를 숙인 채 운전을 하다가 어딘가에 차가 박혀 사고가 나는 사람. 그 사고가 난 곳에는 또 다른 희생자가 있고 그 희생자는 이미 수배가 내려진 사람인데 그런 사람들이 자꾸 죽어 나간다.

또, 대사가 엄청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말로 사람을 거의 흘리다시피 하는 사람. 논리 같은데 논리에서 벗어나서 이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안 가는데 자꾸 듣다 보면 아, 네 알겠네요.라고 느끼게 하는 사람.

아무튼 파고 시리즈에는 이런 사람들이 등장한다. 파고 시즌 3은 2010년의 미네소타 겨울이 배경인데 마치 1980년대 같은 분위기다. 아이폰 4가 등장하지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적고,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늘 그렇듯이 꼭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나 차에 두고 내린다.

시즌 3에는 이완 맥그리거가 쌍둥이로 나온다. 형은 유전자를 제대로 물려받았고 동생은 안 제대로 물려받았다. 동생은 형사인데 모든 걸 다 가진 형의 집에서 우표 하나를 훔쳐 오라고 자신이 잡은 범인을 풀어서 심부름을 보낸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라서 이름만 같은 사람의 집에서 우표를 찾다가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그 사람의 딸이 지역 보안관 서장이다. 그런데 심부름을 하던 범인이 동생 이완 맥그리거 집에 와서 니가 시키는 일은 다 했으니 나에게 돈 달라고 협박을 하다가 동생과 동생의 애인에게 머리가 박살 나서 죽고 만다.

동생의 애인으로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가 나오는데 연기가 멋지다. 시즌 3 내내 잘 나오다가 마지막에 머리에 총구멍이 나면서 죽는다.

시즌 3을 보면 끝에 가서 어떻게 될까, 어떤 식으로 응징을 당할까 싶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니 대부분이 그렇다. 대부분 자기 욕심 때문에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고 그 사건에서 벗어나려고 더 심한 사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야기도 좋고, 잔인한 장면도 많고, 실망하지 않고 재미있는 파고 시리즈. 시즌 1, 2 보다 재미는 좀 떨어지지만 보는 동안은 시즌 1, 2가 생각나지 않는 파고 시즌 3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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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한 전개에 뭔가 있을 것처럼 하더니 그저 용 한 마리 나오는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 보다 보면 용과 우당탕탕 하는 꼴이 어? 혹시 이렇게 진행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이 들고 여지없이 그렇게 진행이 된다.

제물로 바쳐진 일레븐이 동굴에 떨어져서 나올 때는 쉬라 같은 복장이 되어 칼을 휘두른다. 일레븐 나이가 들어가니 뭔가 눈 화장이 레이디 가가를 보는 것 같더니 영화 속에서 달리는 게 너무 무겁다.

뭐야 왜 뒤뚱뒤뚱 달리는 거야. 요즘 본 조비 아들하고 사귀는데 행복한 가 부다. 용 나오는 영화가 아주 많은데 이 영화는 거기에 끼지 못할 듯싶다.

이 영화를 보면 아직도 미국! 하는 분위기로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구나 같은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십 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나라를 구하는 식의 이야기.

칼을 들고 휘두르는 게 어색하게 보이고 야광 벌레에게 혼잣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자신이 처한 상황과 무관한 예쁜 예쁜 말투다.

무엇보다 이렇게 흐르는 거 아니야? 했을 때 이렇게 이야기가 흐른다는 게

일레븐은 기묘한 이야기에서 일레븐일 때 눈물까지 흘리게 만들었는데 고질라 시리즈에 전혀 필요도 없는데 시간 잡아 묵기 식으로 나오고, 그냥 미국미국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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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선수 나이애드가 60살에 조오련처럼 바다를 건너는 평생 꿈을 위해 도전하는 이야기다.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 100마일이 넘는 바다를 종단하는 도전을 하는데

이 영화 자체 이야기는 그다지 크게 흥미로운게없다. 그러나 두 주인공, 아네트 베냉과 조디 포스터,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버린 두 사람의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12살의 조디 포스터의 연기를 봤는데 60세가 넘은 조디 포스터의 연기를 보고 있으니 현실과 영화를 구분할 수 없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영화 속 두 사람은 선수와 매니저, 연인이기도 하다. 도전, 이 도전이라는 말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한 개인의 능력을 끌어올려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개인을 도와주는 팀원을 위험에 들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이는 누구나 든다. 그러나 모두가 늙는 것은 아니다. 늙어버리는 것과 나이 든 것은 다르다. 그걸 보여준다. 무엇보다 아네트 베닝과 조디 포스터 두 사람의 연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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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세 편으로 이루어진 독립영화. 세 편 모두가 살뜰하게 재미있다. 요런 영화들이 한국 영화의 장점 같다.

영화를 통해 사랑을 알아가는 세 편의 영화 첫 영화는 마치 우디 알렌의 초기 작품을 보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주인공은 나이트클럽에서 만나서 영화 보러 가자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일하는 중국집으로 가서 그녀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내용이다. 우디 알렌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두 번째 독립영화는 영화학도, 종사자들이 보면 흠뻑 빠져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찍고자 하는 초짜 감독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그런 대사가 나온다. 영화를 하려는 게 아니다 너는 감독을 하고 싶은 거야. 이 대사는 영화뿐 아니라 작가, 화가에게 전부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프레임 속의 세계, 그게 현실인지 영화인지. 그리고 그 모습을 또 프레임 속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프레임 밖에서 보는 세계와 보이는 세계 속 사람들은 진짜 관계일까 영화 속 관계일까.

세 번째 영화는 구교환과 이옥섭 감독 두 사람의 우당탕탕 알콩달콩의 실제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버린 것 같다. 구교환은 구교환으로 나오고 임성미가 이옥섭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연기를 너무 잘해.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은 주조연들이 전부 연기가 좋다. 박혁권이 나오는데 얼굴이 나오지 않아서 너무 웃겨.

여백이 기분 좋게 틈을 메꿔주는 것 같은 영화다. 서투른 자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멋지고 거짓 없이 사랑에 몸을 던지는지.

영화는 세 편인데 감독은 네 명.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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