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수면 위의 일본 영화는 과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다.
예전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조제, 호랑이,,,,’ ‘철도원’ 같이 손을 뻗어 아무거나 휙 건져도 영화의 세계에 압도당하고 이야기에 몰입하곤 했던 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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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스완은 원작 만화를 재미있게 봤기에 영화가 나왔을 때 팬들은 당연하게도 우려반 기대반으로 보게 된다. 원작 만화가 있는 영화가 성공할 확률은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하는 것에 비해 확연하게 떨어진다. 그건 프래쉬함이 낮기 때문이다. 프래쉬함이란 오직 한 번이기에. 원작 만화의 신선함을 영화가 넘어서기란 기적에 가깝다. 그러니 성공에서는 멀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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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일본의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나온다. 주인공인 아야노 고, 야마다 타카유키, 이세야 유스케, 키네코 노부야시, 사와지리 에리카, 그 외 선이 굵은 중견배우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그렇지만 만화를 영화로 옮겨놓다 보니 과하다. 입을 다물지 않고 우루사이!를 소리치는 것과 같은 발성이 과하게 영화를 가득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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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도 과하고 미장센은 좋으나 역시 과하다. 과함에 과함으로 덮고 과함을 튀겨낸 영화가 신주쿠 스완이다. 거기에 소설적 대사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젤리처럼 만든다. 일본의 신주쿠 가부키쵸는, 캡처한 화면에서처럼 향락의 도시다. 소비가 매일 이루어지는 도시. 생산은 요만큼인데 소비는 이만큼인 도시. 바로 꿈의 도시다. 이는 곧 욕망을 드러내는 도시이며 현실 속 꿈같은 세계이다. 전체는 있지만 일부가 없는, 모호하고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 도시이다. 누구 하나 말없이 사라져도 그 자리는 또 다른 인형이 들어서는 세계이다. 젊은 사람들은 욕망이 강하다. 좋은 가방, 좋은 차, 좋은 옷, 맛있는 음식,으로 향한 욕망은 인간의 밑바닥 본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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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향락과 물욕,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도시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내가 있는 바닷가의 여기 도시에도 자정을 기점으로 향락으로 변모하는 도시가 있다. 지나가면 삐끼들이 따라다니며 말을 걸며 그들의 세계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겉이 화려할수록 속은 미궁 같은 곳은 대도시일수록 한없이 추악하고 가학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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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안타깝게 죽어버린 엔서니 보뎅(안소니 부르뎅)도 미국을 움직이는 화려한 뉴욕 사람들의 더러운 뒷이야기 ‘키친 컨피덴셜’을 적었다. 그 속에는 뉴욕을 움직이는 거대한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 마약, 음식 저장고 속에서의 섹스, 과음, 있을 수 없는 식재료, 그리고 업계의 폭로 등을 그대로 써냈고 그 이야기는 브래들리 쿠퍼 주연의 폭스 티브이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는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화려함, 커튼 뒤의 모습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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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풍속점, 패션헬스, 카바죠나 호스트가 산업이다. 섹스를 산업으로 두고 있고 길거리 스카웃은 합법적이다. 그러다 보니 야쿠자와는 다른 이쪽 업계의 종사자들은 경찰들과도 이런저런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일본과 한국의 다른 점은 한국은 잡아끄는 경우도 있지만 일본은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된다. 바로 경범죄에 속하기 때문에 그저 말로만 가와이, 우와 초 가와이! 같은 말로 스카우트 제의가 온다. 일본의 걸그룹은 섹시한 콘셉트가 거의 없다. 대체로 귀여움으로 무장을 하고 자주 바뀌게 되는 반면 한국은 걸그룹이 섹시한 콘셉트가 많다. 일본에서는 풍속점을 비롯해서 AV 업계가 온통 섹시함으로 줄줄 흐르고 있기에 걸그룹은 그 사이를 뚫을 수 없는 구조다. 성인여배우, 이들은 회사를 통해 팬들을 만나는 것도 꺼려 하지 않는다. 할아버지들과도 거침없다. 무엇보다 짧은 기간에 거액의 돈을 거머쥘 수있다. 명과 암이 도사리고 있고 선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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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의 립반윙클의 신부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마지막 장례식 장면에는 키자키 제시카를 비롯해 현역 AV 배우들이 실제로 영화에 출연을 했다. 좀 웃긴 이야기지만 일본의 섹스산업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오프라인의 대형 섹스샵에 가면 70퍼센트가 한국인, 25퍼센트가 외국인 나머지가 그 외에 사람들이 그 곳에서 입을 벌리고 구경을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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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스완은 그런 향락의 도시의 뒷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만화 속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에피소드를 꺼내 영화로 만들었고 2년 뒤에 또 다른 에피소드로 2편을 만들었다. 두 편다 과함의 연속이고 감독의 세계관을 볼 수 있다. 만화와 비슷한 것은 역시 타츠히코의 머리 스타일이려나. 오히려 원작의 타츠히코의 얼굴은 분명 이세야 유스케가 하면 싱크로가 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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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적인 장면, 과한 피 터짐, 향락 뒤 지저분한 뒷모습의 대도시 신주쿠를 보고 싶다면 봐도 좋을 듯하다. 영화는 인간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한다. 인간이 인간을 만나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대도시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그것을 평범하지 않은 향락의 세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