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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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자가 주역을 만난 것은 50세에 이르러서였다. 그동안 공자는 세상의 수많은 것을 이미 터득했지만 천지의 이치를 찾으며 그 근원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알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삶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


삶의 목적이 오로지 깨달음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주역은 만물의 근원을 밝힘으로써 깨달음에 이르게 하고, 또한 깨달음을 응용해 인생에 적용함으로써 깨달음 이후에 살아가는 방법까지 밝히고 있다. 공자가 그토록 주역을 좋아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첫걸음

 

세계적인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좋아할 정도로 주역은 오랫동안 최고의 경전으로 칭송되며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해왔다. 보통 사람들에게 주역은 운세를 보는 책이라거나 읽기 어려운 한문으로 가득한 경전이라고 생각될 뿐이지만 공자는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지도록' 주역을 읽었으며, 노자 역시 주요한 사상을 주역에서 빌려왔다.

 

또한 다산 정약용은 힘든 유배 생활 중에도 수년에 걸쳐 주역에 대한 저서를 남겼다. 서양의 아인슈타인은 주역이 에센스 중의 에센스라고 극찬했으며 정신분석학의 대가 칼 융도 주역을 통해 세상의 거대한 섭리를 찾고자 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공자와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주역을 공부하기 시작해 50년 동안 연구에 매진하며 '주역과학'이라는 새로운 체계를 정립했다.

 

저자 김승호에 따르면 주역은 세상과 변화와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를 알려주는 지혜의 보고寶庫이므로 우리는 이를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한자와 괘상으로 가득한 주역의 공부는 결코 쉽지 않다. 이에 저자는 보통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주역을 풀어낸다. 이 책은 가장 쉽고 명확하게 주역의 기본을 소개하고, 주역 속에 담긴 세상 만물의 변화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

 

 


 

지혜란 온 세상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서 비롯되는데, 온 세상의 구조가 이미 범주 속에 포함되어 있다면 멀리에서 찾지 않아도 천지의 운행을 알 수 있다. 대자연은 우연히 마구잡이로 운행하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섭리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범주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류의 선각자들은 최고의 범주를 발견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완벽한 범주가 있다면 그것은 지혜의 황금을 만드는 연금술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주역을 공부해야 하는가? 만물의 


공자는 만물의 뜻을 알고자 오랜 세월을 노력했다. 그러다가 주역을 발견하여 크게 기뻐했다. 주역에 바로 만물의 뜻을 규명하는 원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하여 공자는 평생을 주역에 매달리며 수명이 짧음을 한탄하면서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하늘이 내게 몇 년 더 수명을 빌려준다면 주역을 다 배워 큰 허물을 면할 텐데"

 

인간이 주역을 공부하면 크게 발전하게 된다. 만물의 뜻을 알아가는 것이 주역 공부이니 당연히 발전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만물의 뜻을 공부해 커다란 뜻을 갖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주역을 공부하려면 주역 64괘 괘상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그 이름이 붙은 연유를 아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주역 괘상의 이름은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고 많은 성인(聖人)이 관여해 붙였지만, 그 이름에는 반드시 그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64괘는 만물을 표상한 것으로 이를 다 알면 만물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우리들의 마음은 바로 그릇과 같다. 즉 경험과 느낌을 담아놓는 그릇인 것이다. 이 그릇을 좀 더 파고 들어가 보자. 덤벙대는 사람과 침착한 사람이 있다면 이중 어떤 사람이 연못과 닮아 있을까? 연못은 물을 담아놓고 이 물이 밖으로 넘쳐나지 않게 한다. 침착한 사람도 이와 같다. 비록 혼란한 상태에 처하더라도 정신이 무너지지 않고 평정을 유지한다. 침착, 평정은 오랜 수련을 통해 얻어질수 있는 위대한 덕목이다.

 

국민 여동생으로 불렸던 김연아 선수를 떠올려보자. 캐나다에서 열렸던 동계올림픽에서 그녀 앞에서 먼저 연기를 펼친 일본의 마오 선수는 시즌 최고의 경기력에다 최고 점수를 얻었다. 이후 등장한 연아 선수는 놀라울 정도로 흔들림 없이 자신의 최고 기술을 보이며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녀의 스케이팅 기술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는 단순히 기술 수련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이를 익히더라도 시합에서 흔들림 없이 펼쳐내야만 한다. 더구나 수많은 시선들이 자신에게로 모아지는 가운데서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담겨 있다는 것'의 작용은 매우 놀랍다. 어린아이는 엄마의 품속에 담겨 있을 때 그 마음도 평안해진다. 무술의 달인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능력은 기술이 아니라 바로 평정이다. 그들은 많은 기술을 연마하지만 가장 갖기 힘든 게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도인들이 벽을 바라보며 명상을 하는 이유도 바로 평정을 기르기 위해서인데, 평정이 없다면 생각도 얕아지는 법이다. 도인은 평정을 수련함으로써 세상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갖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은 들떠서 살고 있는데, 이것이 심하면 병을 초래하고 나쁜 운명을 끌어들이게 된다. 넘치지 않는 법,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고양이의 태평한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고양이는 유연하고 침착하다. 고양이는 당황하는 법이 없고, 언제나 태평하고 행동을 하는 데는 정밀하고 침착하다. 고양이는 한마디로 침착한 동물인 것이다. 호랑이도 마찬가지다. 옛 사람이 호랑이에 대해 연못의 성질을 가졌다고 말한 것은 정밀하고 탁월한 분석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어떤가? 나 자신부터 침착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곤란한 일을 당했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침착한 자세를 유지하는가? 참 어려운 일이다. 뛰어난 싸움꾼이었던 김두한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한 싸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침착하지 못한 사람은 적을 마주했을 때 마음이 흔들려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한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라는 뜻이다.

 

 


 

우리 인간을 살펴보면 어린 시절은 힘이 넘친다. 그것은 하늘로부터 받은 원초적인 힘인데, 나이가 들면서 그 기운이 점점 빠져나간다. 그래서 노인이 되면 의기소침해지고 생명력이 빠져 처져 있게 된다. 이 현상은 이상한 것이 아닌가? 우리 영혼은 늙었다고 변하는 존재가 아닌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몸이 늙으니 영혼이 그것에 속아서 마음마저 늙게 된 결과다. 우리는 젊을 때조차 병이 나면 의욕이 떨어지는 등 생명력이 감소한다. 주변에서 나쁜 일이 생겨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서 주변에 일어나는 현상에 따라 생명력의 부침浮沈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어리석고 부덕不德하다 아니할 수 없다. 어두움을 보면 어두워지고 밝음을 보면 밝아져야 하지 않겠는가. 본연의 마음은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으니 외부 일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이것을 깨우쳐주는 것이 바로 주역의 하늘을 상징하는 괘상이다. 우리는 인생의 모든 일에 연연하지 말고 항상 하늘의 무한한 생명력을 깊게 확인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군자는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 君子以自强不息"

- 공자


주역 공부를 통해 천지의 뜻을 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하늘로부터 받은 기운을 스스로 크게 일으키는 것이다. 공자는 주역의 이 괘상을 설명하면서 군자의 길을 가르쳤다. 이는 스스로 보강하면서 영원히 끝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생명력이 넘치는 사람은 반드시 크게 성취할 것이며 남도 사랑할 수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스스로 일으키면 크게 통하고 크게 성취할 수 있다.

 

 


 

 

공자가 주역을 처음 접하고 크게 좋아했던 이유는 주역이 만물의 유형類型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이는 만물의 존재형식이 유한하고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뜻인데, 이로써 공자는 만물의 뜻에 통달할 수 있었다. 공자는 아직 오지 않은 세상조차도 미리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주역은 영원하나 사람의 삶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택풍대과澤風大過를 살펴보자. 이 괘상은 지나친 행위를 뜻한다. 과도한 욕심, 지나친 행동, 과도한 소유 등을 나타낸다. 옛말에 "오르지도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는데 같은 뜻이다. 공무원이 뇌물을 받거나, 당치도 않은 여자를 탐내거나, 술을 많이 마셔 위장에 탈이 나는 것이 바로 이 괘상이다.    

사람은 해서 안 될 일이 분명히 있다. 아무리 궁색해도 남의 재산을 빼앗거나 훔쳐서는 안 된다. 수많은 사람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살펴보면 그 모두 분수를 모르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처럼 욕심이 너무 적으면 의지박약, 너무 많으면 과욕이다.


진시황은 영원히 살고자 했는데, 이는 분명 과욕이다. 어떤 대통령은 법을 고쳐서라도 그 직위에 더 있고자 했는데, 이것도 과욕이었다. 인생은 열심히 목표에 도전해야 하는 것이지만, 어떤 일에 대해 과감히 체념하는 것도 도전 못지않게 필요하다. 체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어린아이들은 자기가 한번 하고 싶으면 누가 말려도 고집을 꺾지 못하고 무리한 행동을 한다. 과감한 체념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충심으로 타일러 선한 길로 이끌되 하다가 안 되면 그만두어 스스로를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毋自辱焉)"

 

즉 하다가 안 되면 그만둔다는 것이다. 불굴의 신념이란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고 덤비라는 것이지 무작정 마음만 앞서면 이는 시작부터가 옹졸한 것이다. 공자는 맨몸으로 호랑이에게 달려드는 것, 맨몸으로 바다를 건너겠다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체념을 잘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과욕은 반드시 후회를 낳는 법이다.

 

 

분수에 맞는 삶을 살자

 

우리 모두는 보편적이고 끝없는 저 하늘로부터 각자 태어났다. 그러고는 주어진 숙명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인생이란 하늘이 만들어낸 세계에 참여하는 행위일 뿐이다. 우리는 여기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저 아무렇게나 본능을 따라 즐거운 대로 살면 이는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으므로 인생이 너무 아깝다. 우리는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났으므로 그에 걸맞은 삶을 영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에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우선 하늘의 섭리와 함께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은? 세상에 이로운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다음은? 열심히 행복하게 살면 된다. 큰 도리와 합치고, 세상에 참여하여 남을 돕고, 그러고 나서라면 마음껏 살아도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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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나에게 - Q&A a day
포터 스타일 지음, 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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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막상 펼치고 나면 뭘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닫고 마는 평범한 다이어리가 아니다. 지금부터 5년 동안 우리 삶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힌트와 단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제공하는 365개의 질문에 대해 하루에 하나씩, 직접 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안내한다. 즉 같은 질문에 대해 5년간 5개의 답을 기록할 수 있다.

 

 

5년 동안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다

 

2010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영국, 유럽, 전 세계 다이어리북 시장을 석권한 <Q&A a day>가 마침내 한국에 찾아왔다. 기존에 출시된 다이어리북과는 차원이 다른 이 책에는 하루에 하나씩, 1년 동안 그 답을 기록할 수 있는 지혜롭고 영감에 찬 365개의 질문이 담겨 있다. 이 365개의 질문이 곧 전 세계 수백만 독자들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다.

 

'나는 오늘 실존주의자인가, 초현실주의자인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부터 '머리를 감지 않고 며칠까지 버틸 수 있는가?'와 같은 유쾌한 감정을 불러오는 질문까지, 우리 삶에 가치와 유익, 웃음과 긍정을 불어넣는 물음에 차곡차곡 답을 기록해나가다 보면, 무심코 흘려보낼 뻔했던 우리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마음에 새겨 넣는 놀라운 기회를 만나게 된다.

 



"나를 위해 한 권 사고,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해 한 권 선물했다"는 아마존 독자들의 호평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이 책은 2010년 출간 이래 현재까지 250주 연속 영국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를 기록 중이고, 지난 5년간 영미권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다이어리북으로 폭발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해가 바뀌면서 같은 질문에 대해 자신의 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즉 5년 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성장과 변화를 거쳐왔는지, 어떤 순간에 가장 빛나고 행복했는지를 기록함으로써 스스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간편하게 알려준다.

 

굳이 1월 1일에 시작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1년 중 어느 날에 시작해도 괜찮다. 그저 하루에 하나씩 주어진 지혜로운 질문에 답함으로써, 이 다이어리는 5년 후 자신의 삶에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마치 손때 묻은 추억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선물처럼 말이다. 

 


 

시간이 빠르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그리고 직접 경험해서 더 잘 안다. 평소에 미리미리 공부해 두지 않다가 시험 공부를 새벽 시간에 초읽기 하듯 준비했더니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난 시험 성적표를 받아들고 울상을 지었던 그런 추억을 우리들 모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모두 깨우친 이 다이어리는 마치 선각자답게 우리들이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질문을 한다. 미리 준비하라고 말이다. '내 삶의 목적은 무언인가?', '내일 무엇을 할 계획인가?', '누구와 함께 사는가?', '자서전을 쓴다면 첫 문장을 어떻게 쓰고 싶은가?',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등등

 


 

 

수없이 많이 읽었던 자기계발 책에서 한결같이 강조하는 내용이 있었다. 가치관을 정립하라, 삶의 방향을 설정하라, 비전을 가져라, 열정이 성공을 좌우한다, 꿈을 가져라 등등은 결국 자신이 살고자하는 목적에 결부된다. 어쩌면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이를 찾고자 마치 숨바꼭질하듯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늦게 찾아도 괜찮다. 남보다 좀 늦게 가면 되니까.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때,

비로소 행복은 시작된다.

 

사소한 행복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하루 한 시간의 행복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중에서   

 




 

인간은 기록의 동물이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금부터 5년 동안 같은 질문에 대해 5개의 답을 기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해가 거듭되면서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성장과 변화를 거쳐왔는지, 어떤 순간에 가장 빛나고 행복했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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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충돌 - 독일의 부상, 중국의 도전, 그리고 미국의 대응
장미셸 카트르푸앵 지음, 김수진 옮김 / 미래의창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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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하더라도 G2가 대세였다. 그래서 권력의 중심추가 태평양으로 기울었다고들 했다. 그러나 차이나메리카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이 이인자에 머문다는 조건에서 G2 체제를 수용할 입장이었으나 중국은 일인자가 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 '서론' 중에서

 

 

독일과 중국의 부상, 그리고 미국의 대응

 

인류사에 의하면 지구상엔 수많은 제국들이 명멸해왔다. 강국들은 자신들의 게임 규칙을 약소국에게 강요할 때 항상 무기만 휘두른 게 아니다. 이들은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면서 사상의 힘을 앞세우고 부를 창출했다. 팍스 로마나를 이룩한 로마제국도 그들만의 특출한 경제, 사회 조직이나 창의성과 도전이 없었다면 그토록 오랫동안 세계를 지배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양에 로마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중국이 있었다. 제국의 존속기간은 오히려 로마보다 더 길었다. 하지만 중국의 제후들은 팽창주의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비록 중국 선원들이 무역을 위해 중국 바다를 건너 먼 곳으로 진출했지만 미지의 땅들을 정복하는 것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중국은 자기 나라가 세계의 중심이자 세계 그 자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이 몰락한 후, 서양에선 12세기가 되어서야 신성로마제국이 등장해 수세기 동안 유럽을 지배했다. 당시 이 제국은 무기보다는 오늘날의 연방聯邦제와 유사한 조직을 통해 관장했다. 같은 시기의 오스만제국은 이스탄불에서 세비야, 카이로에서 트빌리시(현, 조지아의 수도)에 이르기까지 큰 번영을 구가했다. 심지어 빈과 모스크바도 점령할 뻔했다.

 

이후 유럽은 프랑스가 지배했다. 막강한 인구와 농업을 바탕으로 루이 14세가 장수하며 유럽을 호령할 수 있었다. 루이 14세 이후에는 영웅 나폴레옹이 프랑스 패권의 대미를 장식했다. 19세기엔 영국이 세계를 지배했다. 1차 산업혁명을 탄생시킨 영국은 다른 모든 나라에 자유무역주의를 요구했다. 말을 듣지 않을 경우 해군 함대를 동원해 굴복시켰다. 아편전쟁으로 거함 중국의 붕괴도 가속시켰다. 이처럼 19세기는 대영제국의 전성기였다. 1870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는 더 이상 영국과 주도권 싸움을 벌일 상대가 되지 못했다.

 

프로이센을 주축으로 새로이 등장한 신생 독일제국은 보호주의와 중상주의를 혼합하여 번영을 이룩했다. 당시 독일의 비스마르크 총리는 독일 경제를 대표하는 질서자유주의의 초석을 놓았다. 이후 제국주의를 표방하는 열강들 간에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이 급부상했다. 종전 후 미국, 소련, 영국 3국은 얄타회담을 통해 세계를 분할했다. 들러리인 영국을 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세계는 양극화되었다. 그후 40년간 미소는 이념,군사적으로 대치하다가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소련의 불안정한 경제 상황으로 이제 세상은 단 하나 미국제국만 존재하게 되었다.

 

 

   

 

저자 장미셸 카트르푸앵은 23세에 프랑스 최고의 언론인 학교 CFJ를 졸업한 후, 1996년에 서 1999년까지 이곳에서 교편을 잡았다. <레제코>와 <르몽드> 기자를 거쳐 <라 트리뷘 드 레코노미>, <라게피>,<라 트리뷘 드 렉스팡시옹>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또한 라디오에서 경제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했으며, <라 레트르 아>와 프랑스 경제지 <르 누벨 에코노미스트>의 편집장을 맡았다. 저서로는 <글로벌 위기>(2008)와 <마지막 버블 경제>(2009), <위안화를 위해 죽다?>(2011)가 있다.

 

 

애플과 중국

 

애플은 2004년부터 자사의 컴퓨터 생산을 폭스콘으로 대량 이전했다. 이는 서방의 다른 컴퓨터 업체들과 동일한 행보였다. 델, 시스코, 휴렛 패커드, 노키아 역시 폭스콘의 고객이었다. 그런데,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출시를 몇 주 앞둔 시점에 시제품의 스크린에 스크래치가 많이 나 있는 것을 보고 유일한 해결책인 특수 처리 유리로 만든 스크린을 원했다.

 

이미 애플의 기술자들은 2년 전부터 미국의 코닝사와 이 문제를 놓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기에 6주 안에 수백만 개의 스크린 제작 납품을 요청했다. 하지만 코닝은 현실적으로 이 작업이 불가능했다. 이때 중국의 한 공장으로부터 견적서가 날아들었다. 이 업체는 애플과의 계약을 염두에 두고 미리 새 공장 건물을 신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장에는 직원들이 24시간 대기할 수 있도록 이미 기숙사도 지어둔 상태였다. 결국 이들은 계약을 따냈다.  

 

중국의 전략은 분명하다.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 유연성 있는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주도의 재정 시스템 덕분에 현지 협력업체는 현대식 공장에 투자할 자본을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었다. 애플의 유리 공급업체 사례는 중국에서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똑같은 시나리오가 반복되었다. 중국은 펄프 산업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여 무상으로 자본을 지원해서 공장을 지었다. 이를 바탕으로 가격 파괴를 이루어 결국에는 막강한 세계적 경쟁업체들을 하나둘씩 제거했다.

 

 

중국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하려는 중국 기업의 시나리오

 

1단계, 외국 업체들이 발명, 디자인한 재화를 단순히 생산한다

2단계, 기술 습득 후 중국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을 생산한다

3단계, 제품 수출, 생산기지 해외 이전, 기업 인수 등을 통해 해외시장으로 진출

4단계, 순수 중국 브랜드가 세계시장을 장악한다

 

중국의 레노버는 2005년 IBM의 PC사업권을 인수한 후 세계 1위의 컴퓨터 제조회사가 되었다. 레노버 그룹은 현재 35%의 중국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신흥국 시장을 우선 공략했다. 이젠 전 세계시장을 호령하며 휴렛패커드를 따돌렸다. 나아가 레노버는 PC 시장의 침체를 예상하고 스마트폰과 IT 서버 사업 진출을 위해 2014년 초 IBM으로부터 관련 사업권 일부를 인수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통신장비 시장은 에릭슨, 알카텔-루슨트, 노키아가 지배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중국의 화웨이가 이 분야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세계 제1의 4G 통신망 장비 계약자가 되었으며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해 7억 5천만 명의 가입자가 있는 역동적인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삼성을 추월하고 세계1위의 등극을 꿈꾸고 있다.

 

중국은 초기에 다른 나라 업체들이 발명하고 디자인한 재화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두 번째 단계에 들어갔다. 기술을 습득한 중국 업체들이 중국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을 생산한 것이다. 이때 중국은 서방의 다국적기업들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여 수출한다는 조건으로 이들에게 시장 문을 열어주었다. 이어서 세 번째 단계가 이미 진행 중이다. 이제 중국 기업들은 제품을 수출하거나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기업을 인수하는 등 해외 시장 정복에 나섰다. 그렇다면 그다음에 올 네 번째 단계의 윤곽도 그려진다. 순수 중국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한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그 대상은 중국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이다.

 

 

에어포칼립스

 

에어포칼립스: 공기(air) + 종말(apocalypse)


베이징에서는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대기의 질이 나쁜 날이 며칠이나 되는지 세어보는 일이 무의미해졌다. 이곳에서 사는 앵글로색슨계 사람들이 '에어포칼립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니 말이다.

 

수십 년간 중국은 환경문제에 전혀 무관심했다. 오로지 경제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데, 경제성장을 하려면 결과적으로 오염을 유발하는 에너지가 필요했다. 중국은 연간 30억 톤 이상의 석탄을 생산하는 세계 제1의 석탄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오늘날에는 공장에서 전기를 사용하므로 공장의 굴뚝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대부분 석탄을 사용한다.

 

화력발전소 때문에 중국의 모든 대도시는 오염 문제를 앓고 있다. 이것만이 유일한 주범이 아니다. 자동차와 교통량으로 인해 대기오염이 더 증가했다. 공장들은 환경 규제를 무시하고 온갖 오염원을 분출하고 있다. 2010년 중국은 최대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 되었음을 인정했다.

 

 

일본의 심상찮은 행보

 

중국과 일본 사이의 센카쿠-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이 다시 일어난 배후에 미국이 있는지 여부는 아마도 훗날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2012년 4월, 이론 도쿄 도지사가 폭탄선언을 했다. 방미중에 그는 작은 섬 5개로 이루어진 센카쿠 열도를 5억 달러에 매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소설가 출신인 신타로 이시하라 도지사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로 유명하다.

 

2012년 여름, 중일 관계는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중국 소비자들은 일시에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벌였다. 양국 간의 여행 산업은 붕괴되었다. 결국 중국과 일본의 화해는 실패햇고, 이에 가장 만족한 결과를 얻은 쪽은 미국이었다. 2013년 5월 12일, 아베 총리가 '731'이라는 번호를 달고 있는 일본 전투기 조종석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웃는 모습이 일본 신문에 실리자 중국과 한국은 동시에 일본에 항의했다.

 

만주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시험했던 일본 황군 소속 731부대를 연상시켰다   

 

일본은 다시 한 번 미국의 혈맹이 되어 오바마 대통령이 수립한 중국 견제 전략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견제 전략에는 군사적인 측면도 포함된다. 일본 자위대와 미 해군은 '불특정 적으로부터의 원거리 도서 탈환'이라는 주제로 합동군사훈련을 확대 시행했고, 중국은 당연히 이 합동 군사훈련이 자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 같은 일본의 조치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일본이 후쿠시마 사태 수습과 에너지 수급 증가 상황에서 숨통을 틀 수 있도록 환시장에 엔을 푸는 조치를 수용해주고 있다.

 

 

7대 위험

 

중국 신구 정권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추진하면서 사회주의 색채를 줄여나가되, 외국인들이 시장을 장악하거나 공산당이 권력을 잃게 해선 안 된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미국이 공세를 퍼붓고 일본이 민족주의로 전향함에 따라 중국은 지정학적 전략 선택을 변경했다. 중국이 서구 민주주의 모델을 채택하도록 국제사회가 캠페인을 벌일수록, 자유무역과 인권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에 교훈을 줄수록 중국은 문을 더 꼭꼭 걸어 잠갔다. 대외적으로나 내부적으로도 폐쇄적이 되어갔다.

 

서구식 모델을 채택해 단번에 자유화된다면 통제불가능 상태가 되어 공산당이 권력을 잃을 뿐만 아니라 중국 전체가 분열되어 혼란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규모 천안문 시위에 대해서 강제로 진압을 결정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즉 외국인들이 시장을 장악해서도 안 되고 공산당이 권력을 잃어서도 안 된다.

 

이것이 바로 중국의 신구 정권이 안고 있는 딜레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추진하면서 사회주의 색채를 점차 줄여나가되, 외국인들이 시장을 장악하거나 공산당이 권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미국이 이념 공격을 가할수록 중국 정부는 더욱 긴장하게 된다.

 

중국 국민들은 상징과 숫자를 좋아한다. 특히 숫자 9를 좋아한다. 지난 봄, 중국공산당은 간부들을 위해 자료 하나를 발간했다. 이 9호 자료에는 '서방의 반중 세력과 중국 내 반체제 인사들이 이념 공세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이란 글이 담겨 있다. 이를 비난하기 위해 서양에서 온 '7대 위험'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서구의 제헌적 민주주의, 인권의 보편적 가치 홍보, 언론의 독립, 신자유주의에 대한 선전, 당의 어두웠던 시절에 대한 '허무주의적' 비판 등이 언급되었다.

 

 

새로운 축, 모스크바-베이징

 

중국과 러시아, 이 두 공산주의 종주국의 관계가 항상 밝은 것만은 아니었다. 차르 시대, 중국이 굴욕의 세기를 보내는 동안 러시아는 서방 강대국의 편에 섰고, 베트남전 때 중국은 소련의 혈맹인 베트남을 충분히 도와주지 않았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부터 양국 간의 기류가 점차 변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점차 공동의 이익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공동의 경쟁자를 공유하는 새로운 파트너가 됐다.

 

시진핑 주석은 첫 해외 순방지로 모스크바를 선택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는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20년 사이 양국 간의 교역 규모가 14배나 증가했다. 러시아는 서방국가들이 팔기를 꺼리던 무기와 우주항공 기술 등을 제공했다. 이에 중국은 러시아에 소비재를 수출했다.

 

무엇보다도 두 나라 사이엔 가장 중요한 쟁점은 에너지 분야다. 태평양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를 대비해서 중국은 에너지 공급을 받는 안전한 루트의 확보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약점이기도 하다. 미국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할 경우 꼭 필요한 파트너가 필요하다. 그래서 중국이 이런 러시아를 충족시켜 줄 파트너인 셈이다.

 

 

게르마니아의 귀환

 

"독일이 통일되면 독일을 유럽에 잡아두는 효과는 불행히도 생기지 않고, 원래의 목적과는 정반대로 유럽이 독일에 종속될 것이다" - 마거릿 대처

 

나치 시대에 대한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서독에게 유럽 통합 계획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국가 간 협력 무대에 복귀할 기회였다. 즉 유럽 통합은 독일에게 허락된 유일한 민족주의였던 셈이다. 그리하여 프랑스와 독일이 이끄는 쌍두마차가 유럽연합의 역사를 만들어갔다. 이후 유럽통화체제가 수립되면서 수십 년간 지속한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배상에 관해 독일은 매우 유리한 조건을 얻었으나 지난 수십 년간 유럽에서 이에 대한 논란은 한 차례도 일지 않았다. 상세한 내용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이 한 가지 이유였고, 베르사유 조약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지배적인 여론이 다른 이유였다. 그 후, 통합 유럽 건설이라는 과업에 가려 이 문제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그런데 유로존에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서 그리스에서 논쟁이 다시 일었다. 독일 정부의 강경한 요구와 그리스 국민의 부정행위와 나태함을 질타하는 독일 언론의 원색적인 공격에 맞서 그리스 정부는 독일의 전후 배상 문제를 다시 도마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거대해진 하나의 독일이 유럽의 중심을 차지한다. '중화제국'을 지향하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독일은 '세계의 중심이 되는 제국'을 꿈꿨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이러한 새로운 지리적 상황을 잘 반영한다. 알랭 그리오트레에 따르면, "베를린을 중심으로 유럽 여러 국가의 수도가 빙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베를린이 거미줄의 정중앙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듯 베를린은 여러 네트워크와 길, 도로, 문화권이 뒤섞여 있는 복잡한 그물망의 교차로에 위치해 있다"


 

"현재 베를린은 지정학적으로 봤을 때 일국의 수도가 아니라 제국의 수도다"

- 피에르 베아르

 

 

유로는 마르크다

 

유로는 곧 마르크다! 2001년 경상수지가 플러스로 돌아오며 독일이 경쟁력을 회복했는데, 특히 유로존 회원국들에 대한 경쟁력이 높아졌다. 단일 화폐를 채택한 이후 다른 유럽 국가들이 평가절하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EU회원국들이 메이드 인 저머니 제품의 주요 고객이 된 것이다.

 

독일의 인구 붕괴 현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인구도 고령화되고 있다. 그래서 인구문제로 강박증을 갖게 된 독일은 중상주의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와 그에 따른 비용 발생에 대처하려면 재정을 비축해야 하고 이를 아무에게나 함부로 빌려줘서도 안 된다. 지금은 100만 명의 인구가 노인 인구 1,600만 명을 부양하지만, 2030년이 되면 2,400만 명을 부양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상품 수출과 노동력 수입, 이것이 바로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 어젠다 2020의 골자가 될 것이다.

 

독일은 EU의 결정이 자국에 크게 불리하다 싶으면 다 반대할 수 있을 만큼 스스로 위상이 높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는 '독일식 유럽에 반대하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짧은 에세이에서 독일의 전술을 메르키아벨이라 부르며 이렇게 기술한다. "독일은 경우에 따라 압력을 행사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압력은 전쟁의 논리가 아닌 경제 붕괴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양한 형태로 '노NO'라고 표현하는 거부 전략(투자하지 않겠다, 대출이나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은 독일 경제력의 원동력이다"


 

프랑스나 다른 국가들은 "독일이 남유럽 국가에 긴축을 강요하는데, 이는 독일 자신도 같이 앉아 있는 벤치를 톱으로 자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독일이 유럽 경제를 부양하고 긴축의 굴레를 풀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못 들은 체했다. 독일 주변 지역에서 독일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었더라도, 이미 세계시장 재편에 착수한 독일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쪽으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미국을 향해 산업을 재편성했기에 독일 지도층은 이웃 유럽 국가들의 경고나 위협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일 이민정책의 목표는 사회 통합에 있지 않고, 독일 경제의 이익 창출에 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독일은 터키 이민자들이 필요했고, 어제는 중유럽 출신 저임금노동자들이 필요했다. 오늘날에는 선별적 이민정책을 통해 남유럽에서 고급 노동력을 지닌 실업자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현재 독일에서 전적으로 수용된 상태다. 2011년, 독일은 외국인 96만 6,000명을 받아들였다. 2012년에는 이 수치가 108만 명으로 늘었다. (매년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나라를 떠나기 때문에) 독일에 출입국한 이민자 수의 차이를 계산하면 총 이민자 수는 2011년에 27만 9,000명, 2012년에는 37만 명이었으며, 2013년에는 50만 명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매년 출생자 수가 20만 명씩 줄어드는 상황을 만회하는 수치다.

 

다임러, BMW, 폭스바겐 같은 독일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에게 미국 시장은 이미 수익의 원천이다. 이 업체들은 미국에 현대식 공장을 이전하기도 했다. 가령, 폭스바겐은 테네시 주에 있는 신규 생산 시설에 40억 달러를 투자했고, BMW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메르세데스는 앨라배마 주에 투자했다. 이 세 업체의 경우, 미국에서의 판매 증가율이 중국에서보다 더 가파르다. 폭스바겐의 경우, 2013년에 60만 대를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특히 파사트 모델이 많이 팔렸다). 미국 내 고급 승용차 시장의 50퍼센트 이상이 독일 대기업 수중에 있다.

 

 

프랑스는?

 

30년 전, 새로운 생산기술 시스템의 출현과 더불어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3차 산업혁명은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를 동력으로 하는 I경제(IT+경제)를 의미한다. 21세기 글로벌 패권 다툼에서 살아남으려면 단도직입적으로 3차 산업혁명에 진입해야 한다. 전방위적으로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공생을 위한 새로운 협정이 필요한 때다.

 

"프랑스가 독일과 더불어 (유럽의) 양대 축이 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위축과 유럽통합을 지지하는 프랑스지도층의 의지 부재로 인해 더 이상 독일에 반대할 수 없게 된 데 있다"


프랑스는 다양성을 믿는 나라이다. 프랑스는 상대방이 자국의 문화, 관습,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 한 이를 모두 존중한다. 프랑스는 입국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에 필요한 규칙을 수용하는 한 얼마든지 이들을 받아들이는 환영의 땅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날 프랑스 사회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열강의 다툼에서 프랑스는 이미 그라운드 밖으로 밀려나 있다.

 

"한 국가를 정복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칼로 정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채(빚)로 정복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두 번째 대통령 존 애덤스가 한 말이다. 오늘날 독일은 후자를 택했다. 군사력 대신 경제력으로 유럽의 맹주가 된 것이다. 프랑스는 어느 길을 선택할지 갈림길에 놓여 있다.

 

 

탈산업화, 나라의 미래를 좀먹다

 

한국은 프랑스의 사례를 전철로 삼아 탈산업화의 길을 걷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산업이 없다면 성장도 일자리도 없다. 유럽의 경우, 독일은 이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프랑스는 망각했다. 한국이 오늘날의 경제 전쟁에서 탈락하지 않고 경제 대국의 자주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자국 산업의 항구적인 혁신과 원화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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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2015년, 세계 모든 지역의 사람들은 놀라운 신기술에 접근할 수단을 가지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우리에게 그것으로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유전공학, 인공지능, 그리고 나노기술을 이용해 천국을 건설할 수도 있고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그 혜택은 무한할 것이다. 이에 비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한다면 인류 자체의 멸종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하느냐의 여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인간이 신을 발명할 때 역사는 시작되었고,

인간이 신이 될 때 역사는 끝날 것이다"

- 유발 하라리

 

 

저자 유발 하라리1976년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나,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중세 전쟁사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루살렘의 헤브루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중세 역사와 전쟁 역사로,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는 무엇인가? 역사에 정의는 존재하는가? 역사가 전개됨에 따라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더 행복해졌는가? 등 거시적인 안목으로 역사를 보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

 

인류학, 사회학, 생물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오랜 연구의 결과물인 이 책 <사피엔스>는 처음 이스라엘에서 출간되어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이어 아메리카, 아시아 등 세계 각국 30개 언어로 출간되어 전 세계적인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특히, 마크 저커버그의 북클럽에서 이 책을 읽기 도서로 선정하면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그는 첫 인류가 등장한 순간부터 인지혁명, 농업 혁명, 과학 혁명을 거치며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자리잡은 과정, 현대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의에 이르는 인류 역사를 종횡무진 써내려갔다. 이는 생물학과 인류학, 고생물학, 경제학 등 학문 분야를 포괄한 책이다.

 

저커버그는 이 책에 대해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가 오늘날과 같은 사회, 경제적 조직 생활을 이루기까지 인간 문명화의 '빅 히스토리'를 다룬 서사"라면서 "앞서 읽은 무카디마(Muqaddimah)가 1300년대 지성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였다면, 사피엔스는 비슷한 질문을 현대인의 관점에서 던진 흥미로운 탐사"라고 평했다.

 

마크 저커버그의 북클럽 

 

"그동안 역사를 통틀어 수많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혁명이 있었지만 그래도 인간성(humanity)만큼은 불변이었다. 하지만 수십년 안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성 자체가 급격한 혁명(radical revolution)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와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신체와 정신도 유전 공학과 나노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에 의해 변형될 것이다. 이것은 엄청나게 새로운 기회와 더불어 경악할 만한 새로운 위험을 낳게 될 것이다.

 

그것에 대해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하는 것은 부질없다. 우리는 현실주의자(realist)가 돼야만 한다. 우리는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그러니까 그것이 공상과학소설(SF)의 차원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의 심각성에 비하면 지금 정부나 시민 개개인이 걱정하는 다른 대부분의 문제들은 하찮게 보일 정도다" - 조선비즈 2015년 5월 인터뷰 중에서

 

 

인간 문명화의 역사를 탐사하는 이 책에 따르면 농업혁명 이후 인간 사회를 지배해온 가부장제 문화 남성에게 지배적 역할(정치 참여)과 권리(투표), 의무(병역)를 부여했다. 반면 여성에겐 육아의 역할, 폭력에서 보호받을 권리와 남편에게 복종할 의무 같은 것들이 주어졌다. 모두 남성과의 관계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들이다. 이런 확고한 위계질서 안에서 우리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성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교육받는다.  가부장제는 거의 모든 농경 및 산업 사회에서 표준이었다. 

저자는 의문을 품는다. 가부장제가 정치, 사회적 격변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살아남았고, 거의 모든 문화에서 남성이 높은 위치에 있다면 보편적, 생물학적 근거가 있지 않을까? 그는 남성과 여성을 순서 짓는 여러 생물학적 이론들(남성이 육체적으로 더 강하고 훨씬 공격적이다, 공격적인 남성 유전자와 복종적인 여성 유전자 등 '가부장적 유전자'가 전해졌다 등)을 역사적으로 검토하며 남성성과 여성성의 생물학적 실재를 찾아보려 한다.

 

그는 어떤 이론도 설득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인간 사회에서 권력의 위계는 육체적 힘이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능력으로 정해진다. 남성은 공격적이지만 전쟁은 조직력과 협력술, 유화책이 필요한 복잡한 일이라 군대를 이끄는 일에는 협력적 여성이 훨씬 적합할 수도 있다. 가부장적 유전자 전달 주장도 협력적 네트워크가 발휘하는 영향력을 보자면 설득력이 약하다.

결국 남성성과 여성성의 실재는 생물학적 근거가 아니라 "우연한 상상의 산물을 잔인한 사회구조로 바꾸어버린 사건과 상황, 권력관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드센 여자, 초식남이 득세하는 세상에 무슨 소리냐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진짜 평등은 남성성, 여성성에 집착하지 않을 때 의미가 있다.

 

 

 

왜 사피엔스 종만이 지구상에 살아남았나? 인간은 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 되었는가? 과학은 모든 종교의 미래인가? 인간의 문명은 왜 발전하였고, 이런 발전은 우리에게 행복을 주었는가? 인간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가. 수렵채집 인류의 시작부터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며 끊임없이 진화해온 인간 역사를 다양하고 생생한 시각으로 조명한 전인미답의 역작. 호모 사피엔스부터 인공지능까지, 역사, 사회, 생물, 종교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류 역사의 시간을 종횡무진 써내려간 문명 항해기. 이제 우리는 무엇을 인간이라고 할 것인가.

 

 

인지혁명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것이 이 책의 주제다.

 

 

 

 

인류는 역사가 시작되기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현대의 인류와 아주 비슷한 동물이 약 250만 년 전에 출현했지만, 수없이 많은 세대 동안 그들은 같은 지역에 서식하는 다른 많은 동물들보다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우리가 2백만 년 전의 동부 아프리카를 하이킹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가 마주칠 인간 군상의 모습은 오늘날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생물을 종種으로 분류한다. 같은 종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서로 교배를 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번식가능한 후손을 낳으면 된다. 예컨대 말과 당나귀는 같은 조상에서 최근 갈라졌다. 신체적 특질에 공통점이 많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성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억지로 교배를 유도할 순 있지만 그 후손인 노새는 불임이다.

 

호모 사피엔스도 하나의 과科에 속한다. 오랫동안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를 다른 동물과 동떨어진 존재로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거대 영장류라는 유달리 시그러운 과의 일원이다. 우리와 가까운 친척으로는 침팬지, 고릴라, 우랑우탄이 있고,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침팬지이다. 불과 6백만 년 전 단 한 마리의 암컷 유인원(꼬리 없는 원숭이)이 딸 둘을 낳았다. 이 중 한 마리는 침팬지의 조상, 다른 한 마리는 우리 종의 할머니가 되었다. 이 엄연한 팩트는 우리 인간의 숨겨진 비밀이었다.

 

이보다 더 불편한 진실을 계속 비밀로 해왔다. 우리는 결코 유일한 인류가 아니다. '인간'이라는 말의 의미는 '호모 속屬에 속하는 동물'이고, 이 속에는 사피엔스 외에도 여타의 많은 종이 존재했다. 더구나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사피엔스가 아닌 인류와 다시 한 번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

 

약 250만 년 전 인류는 동부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진화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우리보다 더 오래된 유인원의 한 속으로서 '남쪽의 유인원'이란 뜻이다. 약 2백만 년 전 이들 원시의 남녀는 고향을 떠나 여행을 시작해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지역으로 정착했다. 이들은 지역에 따라 각기 살기 좋은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여러 종이 생겨났다.

 

유럽과 서부 아시아의 인류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즉 네안데르탈인으로 진화했다. 덩치가 크고 근육이 발달한 덕분에 빙하기의 추운 기후에 잘 적응했다. 아시아의 좀 도 동쪽 지역엔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다. '똑바로 선 사람'은 2백만 년 가까이 살아남아, 가장 오래 지속된 인간 종이되었다.

 

호모 사피엔스라고 불리는 동물은 언제 어디서 처음 진화했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15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에 우리와 똑같이 생긴 사피엔스가 거주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약 7만 년 전 동아프리카의 사피엔스가 아라비아 반도로 퍼져나갔고, 거기서부터 유라시아로 급속히 퍼져나가 번성했다는 데 동의한다.

 

 

 

 

 

농업혁명

 

인간이 250만 년간 먹고살기 위해 사냥했던 동물과 채집했던 식물은 모두 스스로 자라고 번식한 것들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동아프리카에서 중동으로 유럽과 아시아로, 마지막엔 호주와 미 대륙으로 퍼져나갔다. 이들은 가는 곳마다 야생식물을 채취하고 야생동물을 사냥하면서 그 사는 방식을 유지했다.

 

 

 

 

하지만 약 1만 년 전부터 사피엔스는 몇몇 동물과 식물 종의 삶을 조작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바치기 시작했다. 씨를 뿌리고, 작물에 물을 대고, 잡초를 뽑고, 좋은 목초지로 양을 끌고 갔다. 이렇게 하면 더 많은 과일, 곡물, 그리고 고기를 획득하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농업혁명이다.


인류가 좀 더 편한 생활을 추구한 결과 막강한 변화의 힘이 생겼고 이것이 아무도 예상하거나 희망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일부러 농업혁명을 구상하거나 인간을 곡물 재배에 의존하게 만들려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배를 좀 채우고 약간의 안전을 얻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은 일련의 사소한 결정이 거듭해서 쌓여, 고대 수렵채집인들이 타는 듯한 태양 아래 물이 든 양동이를 운반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농업혁명 이후 수천 년에 이르는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류는 어떻게 자신들을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었는가? 그런 망을 지탱할 생물학적 본능이 결핍된 상태에서 말이다. 간단하게 답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체계를 고안해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두 가지 발명품을 통해서 생물학적으로 물려받은 것에 의해 생겨난 틈을 메웠다. 하지만 이런 협력망들의 출현은 많은 사람에게 의심스럽고 불안한 축복이었다. 그 그물을 지탱하는 상상의 질서는 중립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 그 망은 사람들을 서열로 구분된 가상의 집단으로 나눴다. 상류층이 특권과 권력을 향유하는 동안, 하류층은 차별과 압제로 고통을 받았다.

 

 

인류의 통합

 

역사는 교차로에서 교차로로, 뭔가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처음에는 이 경로를 택했다가 다음에는 저 경로로 진입했다가 하면서 나아간다. 1500년경 역사는 가장 중대한 선택을 했다. 인류의 운명뿐 아니라 아마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의 운명까지도 바꿀 선택이었다. 우리는 이것을 과학혁명이라고 부른다. 그 혁명은 서유럽에서, 아프로아시아의 서쪽 끝에 있는 커다란 반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때까지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던 지역에서 말이다.

 

왜 과학혁명은 하고많은 곳을 놔두고 하필 그곳에서 일어났을까? 어째서 중국이나 인도에서 일어나지 않았을까? 어째서 실제보다 2세기 앞이나 3세기 뒤가 아니라 두 번째 천년의 한중간에 일어났을까? 우리는 모른다. 학자들은 열몇 가지 이론을 내놓았지만, 특별히 그럴싸한 이론은 없다.

 

역사는 무수한 가능성들이 있는 드넓은 지평을 갖고 있으며, 이 중 많은 가능성들은 영영 실현되지 않는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역사가 진행되지만 과학혁명을 비켜가는 흐름도 얼마든지 상상 가능하다. 기독교나 로마 제국, 금화 없는 역사를 상상하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과학혁명

 

불과 500년 전 시작된 과학혁명은 인류는 물론 모든 생명체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저자는 과학기술에 의해 호모사피엔스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대체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히 수송 수단과 무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욕망까지 말이다. 따라서 우리의 후계자들은 신 비슷한 존재일 것이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중이다. 즉 자연선택의 법칙을 깨기 시작하면서, 이를 지적인 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다. 40억 년 가가운 세월 동안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진화했지 지적인 창조자에 의해 설계된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하는 방법은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 그리고 비유기물공학이다.

슈퍼인간은 유전공학의 산물이다. 2020년대가 되면 유전자 치료가 거의 모든 질병을 완치시킬 전망이다. 정자나 난자를 다루는 생식세포 치료의 경우 변화된 유전적 조성이 그 환자의 모든 자손에게 대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질병 치료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생식세포에서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지능, 외모, 건강을 개량하는 유전자를 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맞춤아기가 생산된다. 2030년대에 주문형 아기가 출현하면 유전자가 보강된 슈퍼인간과 그렇지 못한 자연인간으로 사회계층이 양극화된다. 슈퍼인간은 자연인간과의 생존경쟁에서 승리해 그 자손을 퍼뜨려 결국 현생인류와 유전적으로 다른 새로운 종으로 진화될 수 있다.

미래인류의 두 번째 형태는 사이보그다. 사이보그는 기계와 유기체의 합성물을 뜻한다. 과학기술로 몸과 마음의 기능을 개선시킨 사람들, 이를테면 인공장기를 갖거나 신경보철을 한 사람, 예방접종을 하거나 향정신성 약품을 복용한 사람은 모두 사이보그에 해당한다.

 

 

 

 

미국의 전기 기술자인 제시 설리반은 2001년 사고를 당해 두 팔을 잃었다. 오늘날 그는 '시카고 재활연구소'의 도움으로 두 개의 생체공학 팔을 사용한다. 이 팔의 특징은 생각만으로도 작동한다는 점이다. 그의 뇌에서 나온 신경신호는 초소형 컴퓨터에 의해 전기적 명령으로 해석되고 이 명령이 팔을 움직인다. 

특히 신경공학에 의해 뇌 기능이 향상된 사이보그가 출현할 전망이다. 가령 뇌에 이식된 송수신장치로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직접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 과학기술 발달로 머지않아 많은 사람이 사이보그로 변신함에 따라 사람과 기계, 곧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진다. 사람과 기계가 한 몸에 공생하는 사이보그인간은 자연인간을 심신 양면에서 압도적으로 능가할 것이므로 포스트휴먼으로 분류된다.

 

 

신이 된 동물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의 한 구석에서 자기 앞가림에민 신경을 쓰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동물이었다. 이후 몇만 년에 걸쳐 이 종은 지구 전체의 주인이자 지구 생태계의 파괴자가 되었다. 오늘날 이들은 신이 되려고 하는 참이다. 영생불사영생불사의 몸을 얻고 창조와 파괴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신의 능력을 소지할 태세를 갖추었다.

 

인간의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커졌음에도 우리들은 아직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강력한 힘을 얻었지만, 이 힘을 어떻게 활용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선 여전히 무지의 상태이다. 이런 사실들보다 더욱 나쁜 것은 인류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무책임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의 친구들인 동식물과 그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정말 위험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향후 200년 안에 부자는 신과 같은 사이보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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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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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사람이 홀대 받는 시대에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을 지니며 마을의 안전을 지키려는 그 자세가 무척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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