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담아낸 인문학 - 상식의 지평을 넓혀 주는 맛있는 이야기
남기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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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식도락의 기원을 가족의 탄생에서 찾았다. 그에 따르면 수렵시절, 가족이 한데 모여 사냥으로 잡은 짐승을 나눠 먹었던 것이 식도락의 시작이다. "당신이 먹은 것이 무언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음식이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을 넘어 한 사람, 한 가족의 역사와 문화, 개성을 함축하고 있음을 강조한 말이다. - '머리말' 중에서

 

 

음식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

 

책의 저자 남기현은 매일경제신문 기자이다. 그는 삼성 그룹의 사업 구조 개편 등 다수의 특종 기사를 쓰면서 주요 산업 현장을 누볐으며, 증권부 시절엔 일부 대기업의 부당 기업어음의 발행 사실을 특종 보도하기도 했다. 또 그는 유통부에서 1년간 식품팀장을 맡아 관련 산업과 시장, 다양한 음식 문화를 취재했다. 이 책이 당시의 취재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것이다.

 

청나라의 서태후는 저녁 식탁에 메인 요리가 50개가 넘었고 하루 500근의 고기와 100여 종에 달하는 산해진미가 총동원될 정도로 호사스런 음식을 줄겼다고 한다. 먹는 음식만 봐도 그녀의 성품을 알 수 있다. 사치스럽고 과시욕이 강하며, 식탐이 강해서 자기 절제력이 떨어지는 그런 여자였다.

 

그렇다. 음식을 이해하면 한 개인과 가족은 물론 그들이 속한 사회나 나라를 이해할 수도 있다. 이에 저자는 음식을 인문학적으로 취급해 볼 가치가 충분한 소재라고 판단해 책의 집필에 나섰다. 사실 먹는 음식의 기원이나 그 속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서 먹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햄버거 하나를 먹더라도 그 음식을 알고 먹는다면 훨씬 재미있는 식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치아가 부실해 순두부를 즐겨 먹는 편이다. 단지 식감이 부드러워 잘 씹지 않아도 먹기에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자주 먹는 음식일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강릉 초당순두부가 바닷물을 간수로 이용한다길래 뭔가 친자연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이 식품에 그동안 후한 점수를 주었었는데, 허난설헌과 허균의 부친 허엽 옹이 당시 삼척부사로 재직시 기근에 시달리던 강원도 백성들에게 나눠 주었다는 역사적 기원을 알게 되었기에 앞으론 먹을 때마다 나눔과 베품을 떠올릴 것 같다.

 

 

 

잡 나간 며느리가 다시 찾아온다

 

가을 한 철은 제철 음식인 전어가 대접을 받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사실 대학 시절 즐겨 찾던 포장마차에선 전어구이를 서비스로 주었던 생선이다. 그 정도로 푸대접받던 생선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 놈은 몸에 가시가 많아 먹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던 요즘은 매스컴의 효과로 이 생선이 대접받으면서 지방에선 전어 축제까지 열린다.

 

그런데, 책에 실린 일본의 옛 일화를 읽노라면 앞으론 먹기에 좀 찝질할 것 같다. 그 연유를 말해 보겠다. 일본의 한 영주영주가 동네의 한 처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이 여자를 취하기로 맘 먹었다. 그런데, 그는 이미 처자가 딸린 유부남이었다. 하긴 과거엔 가난이 죄라고 먹고살 길이 막막해 첩이 되는 게 가족들에게 약간의 지참금을 베풀 수 있기에 효도의 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이 딸의 아버지는 꽃같은 딸을 첩으로 줄 수 없다고 생각해 잔꾀를 내었다. 관 속에 딸 대신 '고노시로'라는 생선을 잔뜩 집어넣고 화장을 했던 것이다. 비명 횡사해서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거짓 눈물과 곡까지 하면서 영주가 포기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영주와 딸의 혼사 문제는 취소되었다고 한다.

 

이런 일화 때문에 일본인들은 고노시로를 '자식을 대신한다'는 의미로 여겼다. 그래서 여간해선 이를 구워 먹지 않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대신에 이들은 초밥용 생선으로 즐겨 먹는 모양이다. 고노시로는 바로 우리말로 '전어'다. 물론 우리도 초장에 찍어 회로 먹거나 잘게 썰어 회무침으로도 먹는다. 가시가 많긴 하지만 비교적 연하기 때문에 날 것으로 먹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구운 전어의 맛은 고소해서 정말 일품이다. 오죽하면 '집 나간 며느리가 이 냄새를 맡고 돌아온다'는 속담이 생겼을까 말이다. 

 

 

크루아상, 이슬람에서 싫어하는 빵

 

아침에 밥 대신 빵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다. 빵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루아상은 어느 나라 빵일까? 지금껏 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빵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 빵의 공향은 오스트리아라는 게 정설이란다. 평범한 듯 보여도 이 빵엔 '십자군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갖고 있었다.

 

프랑스어 '크루아상croissant'은 '초승달'을 의미한다. 그런데, 초승달은 이슬람 국가의 상징이다. 십자가 문양이 기독교임을 나타내 주는 것처럼 이슬람 국가인 터키, 말레이지아, 알제리, 파키스탄, 튀니지, 싱가폴 등의 국기엔 초승달이 그려져 있다. 그러니 초승달을 씹어 먹을 수 있겠는가?

 

1636년, 오스만튀르크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통치하고 있던 오스트리아를 공격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제빵 기술자였던 페터 벤더가 밀가루를 가지러 창고에 갔다가 오스만튀르크 군인들이 성벽 아래 터널을 뚫고 폭발물을 설치해 성벽을 무너뜨린다는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된다. 오스트리아 사람인 그는 이 사실을 곧바로 오스트리아 군대에 알렸고, 오스트리아는 선수를 쳐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페터 벤더의 공로를 인정해 그가 만드는 빵과 가게에 당시 명문가로 이름이 높았던 페데스부르크 가문 심벌을 이용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했다. 그는 이에 대한 고마움과 군대의 사기를 높일 목적으로 오스만튀르크 국기에 새겨져 있던 초승달 모양의 빵을 만들어 병사들에게 나눠 줬는데 이것이 크루아상의 시작이다. 전쟁에서 진 것도 분한 일인데, 초승달 모양의 빵을 신나게 뜯어 먹는 모습에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말이다.

 

 

꿩 대신 딹

 

이 말의 유래는 떡국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 후기 풍속을 정리한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떡국의 국물은 주로 꿩고기를 우려서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야생동물인 꿩을 잡기가 힘들므로 꿩 대산 닭으로 국물을 내는 경우도 많다고 부연 설명을 하고 있다. 꼭 맞는 게 없을 경우 이와 비슷한 것으로 대신할 때 우리는 이를 '꿩 대신 닭'이란 말로 비유한다.

 

떡국은 가래떡을 썰어서 끓여 만든다. 예로부터 가래떡은 양陽의 기운을 상징했다. 흰쌀로 만든 가래떡은 높은 열량 때문에 양의 음식으로 분류된 것 같다. 아무튼 우리 조상들은 새해 첫날 떡국을 먹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가늘고 길게 생긴 가래떡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길 기원한다'는 무병장수의 의미가 담겨 있고, 가래떡을 엽전 모양으로 썰었다는 것은 떡국에 재물 복, 즉 풍요를 바라는 마음을 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흰 떡을 조금씩 떼어 손으로 비벼 둥글고 문어발 같이 늘리는데 이를 권모拳模라 한다. 제석除夕에 권모를 엽전 모양으로 잘게 썰어 넣은 뒤 한 그릇씩 먹으니 이것을 떡국이라 한다" - 조선 시대 한양의 풍속을 담은 <열양세시기> 중에서 

 

섣달그믐날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음력설은 양력 기준으로 보통 1월 말 또는 2월 초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음陰의 기운이 가득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양의 기운, 즉 따뜻한 봄을 준비하는 때이다. 그러하니 양을 상징하는 가래떡으로 떡국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자연스레 생긴 듯하다. 이처럼 음식에는 음양의 조화도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광엔 굴비가 없다(?)

 

명절이나 제사상에 꼭 올리는 음식 중의 하나가 굴비다. 생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건어물이 굴비인데, 조기를 짚으로 엮어 매달면 등이 굽어지는 모양새가 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등이 굽은 조기라 해서 '구비仇非 조기'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구비란 구부러진 모양을 일컫는 순우리말 '굽이'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구비가 시간이 흐르면서 굴비로 변했다는 게 정설이다.

 

호남 향토음식점에 가면 가끔 보리굴비를 만날 수 있다. 이는 굴비를 보리 뒤주나 보릿자루에 보관해서 숙성시킨 것이다. 뒤주 안 온도는 서늘하고 보리의 겉겨가 굴비의 기름기를 흡수함으로써 비린내가 적고 장기간 보관도 용이한 음식으로 재탄생되는 셈이다.

 

굴비의 본고장은 전남 영광으로 알려져 있다. 나 어릴 적엔 시험 문제로도 출제되곤 했다. 아무튼 영광 앞 바다(칠산 바다)에서 과거부터 조기가 많이 잡혔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무래도 바닷물의 흐름이 바뀐 것 같다. 지금은 영광 법성포로 몰려 들었던 조기들이 제주도 인근 추자도에 머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잡힌 조기를 법성포로 들여와 작업해서 영광 법성포 굴비로 만든다고 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봄과 여름 사이 어선들이 칠산 바다에 모여 그물을 치고 조기를 잡는다는 기록이 나온다. 얼마나 조기가 많이 잡혓는지 강아지조차 조기를 물고 다닌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법성포 굴비만 그렇게 유명할까? 영광 주민들은 "굴비의 맛은 조기가 어디서 잡혔는지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조기를 말리는 지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른 지역의 굴비는 조기를 소금물에 담갔다 말리는데 비래 법성포는 영광에서 나는 천일염으로 일일이 조기를 절이고(크기에 따라 절이는 시간까지 조절한다고 함), 법성포의 습도와 일조량, 바람의 강도로 말려서 맛 좋은 굴비를 만든다는 주장이다. 즉 정성이 맛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음식에는 역사가 숨쉬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흔히 먹는 평범한 음식에 담긴 흥미로운 사연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 음식이 달라 보인다. 우리가 먹는 것들 자체가 인류 문명사의 중요한 증거 자료인 셈이다. 음식에 담긴 일화나 사연을 통해 지금의 우리들은 과거와 지금, 그리고 미래의 우리 모습까지 통찰하게 한다.

지금은 '음식의 시대'라 불릴 만하다.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현대인들에게 음식은 더 이상 허기를 채우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 이젠 음식을 입으로, 눈으로, 냄새로 즐기게 됨으로써 즐거움과 문화를 배운다. 어떻게 초당 순두부가 탄생되었는지, 왜 무슬림은 크루아상 빵을 싫어하는지, 일본인은 왜 전어구이를 잘 먹지 않는지, 영광굴비의 고향이 사실은 영광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음식에 우리의 삶과 문화, 애환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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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의 빅픽처 - 저성장 시대의 생존 경제학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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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저성장 시대이지만 경제의 큰 그림을 읽을 수만 있다면 기회는 분명히 있다. 다만 그 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 이 책에서 나는 경제적으로 험난한 이 시대에 일반인들이 무엇을 알아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려 한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노력으로 얼마든지 이를 실행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여러 경제적 상황에서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가정 경제를 건전하게 꾸리면서 노후를 준비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 '프롤로그' 증에서

 

 

선대인, 생존경제학을 말하다

 

저자 선대인재벌, 정부, 정치권 등의 이해관계에 오염되지 않은 정직한 정보, 일반가계의 경제적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 경제의 리스크 요인을 앞서 분석하고 경고하는 정확한 정보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소장이다.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석사(MPP) 학위를 마치고 2007년 귀국해 서울시 정책전문관으로 일했다. 현재 그는 인기 경제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의 패널로 활동 중이며 <위험한 경제학1,2>, <문제는 경제다>, <

 

 

 

 

 

 

 

"저는 재테크 요령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는 재테크 투자종목 내지는 비법을 알려달라는 사람에게 저자가 하는 말이다. 어찌보면 매우 퉁명스럽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첫째, 지금의 경제 상황하에서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손해보기 십상이고 둘째, 모든 이에게 통하는 투자의 만병통치약은 없으며 셋째, 자신의 전공은 공공정책이지 재테크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에 독자 중 누구라도 기존의 재테크 서적처럼 유망 투자 종목이나 대상, 나아가 '대박 정보'나 '족집게 정보'를 기대하고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지금 바로 이 책을 덮으라고 저자는 종용한다. 이 책은 그런 유형이 아니라 대신에 세상이 움직이는 큰 그림을 읽어내는 법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초저금리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희망이 없다는 말일까? 그렇지는 않다. 저자의 논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와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경제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저금리와 저성장 시대일수록 경제의 큰 그림을 읽어내는 게 필수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지금 우리들은 이전에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즉 저금리, 저성장, 그리고 노령화 및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들은 이런 시대적 상황이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저금리 시대가 우리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금리란 이자를 말한다. 이 효과를 이해하려면 '72법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자신의 돈이 2배로 늘어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또는 필요한 이자율을 알려준다. 예컨대 이자율이 15%일 때 원금이 두 배가 되는 기간은 '72/15=4.8년'이다. 그런데, 현재 금리인 3%를 적용한다면 그 기간은 '72/3=24년'이 된다. 즉 과거의 금리 수준으론 5천만 원을 1억 원으로 불리는 데 약 5년 걸렸다면 지금은 24년이 걸린다는 걸 의미한다. 

 

     

돈을 빌리는 사람 입장에선 저금리가 좋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좁은 시야로 바라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국가의 경제 전체를 조망해볼 때 이는 결코 그렇게 좋은 현상만은 아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재산의 형성이 더뎌지기 때문에 국가, 기업, 가계라는 각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말 그대로 불경기이자 경제 침체기인 것이다.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불경기엔 누구나 투자를 꺼려하고 개인들의 지갑은 쉽사리 열리지 않는 법이다.

 

과거의 고금리 시대엔 누구나 주식이든 땅이든 집이든 사 두기만 하면 대체로 큰 위험 부담 없이 충분히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 무조건 오른다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 경제의 환경이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한번 생각해보자. 과거엔 아파트의 분양가를 정부에서 규제함에 따라 거의 원가에 준하는 개념이었으므로 분양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돈을 버는 수단이었을 정도이다. 즉 분양가가 시세보다 훨씬 낮았다.

 

그런 반면 지금은 분양가의 자율화 조치로 거의 시세에 근접한 가격으로 분양가를 정하고 있다. 또한 가격의 형성은 일반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이루어지기 마련인데, 그동안 누적된 낮은 출산율로 인해 아파트의 수요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불리한 요소가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과거의 주수요층이었던 베이비부머들은 은퇴와 맞물려 노후 준비를 위해 소유하는 중대형 아파트를 팔아 소형으로 갈아타거나 아예 임대 또는 월세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어떤 트렌드가 만들어지겠는가? 생각해보면 누구나 다 그 해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낮은 경제성장율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제가 '부동산 버블'의 거품이 꺼지자 소위 '잃어버린 20년'을 겪을 정도로 저성장과 장기침체에 빠져들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한국 경제도 그동안 일본의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누누히 경계령을 발동했지만 원치 않는 일본의 어두운 그림자를 따라 밟고 있다. '한강의 기적'이라면서 외국에서 찬사를 보냇던 한국 경제의 동력은 이미 꺼져가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가 된 후에야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다니, 언뜻 보면 굉장히 역설적인 상황 같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 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임을 이해하고 보면, 사실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지금까지 별다른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갑자기 투자에 나서게 됐다는 점이다. 그러니 겁이 나서 머뭇거리거나 아니면 조급하게 굴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태반이다.

 

저자는 '자전거 타기'를 인용해 설면한다. 고성장 시대에 손쉬운 재테크를 했던 사람들은 평평하고 반듯한 아스팔트 위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이지만, 지금처럼 '지구촌의 세계화' 이후로 국내외 경기가 요동치는 저금리 저성장 시대는 울퉁불퉁하거나 험난한 산길를 자전거로 달리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들은 길을 가야 하므로 헬멧이나 무릎보호대 등 장비를 갖추고 험로에서도 잘 탈 수 있는 숙련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 가장 합당한 투자의 기본은 바로 '리스크 관리'이다.

 

투자의 제1원칙. 돈을 절대 잃지 말라.

투자의 제2원칙. 제1원칙을 절대 잊지 말라.

 

- 워렌 버핏

 

주식 호황기에 특급 대우를 받았던 증권계의 애널리스트들이 수난시대라는 신문 기사를 최근 접했다. 증권사의 영업환경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또한, 파리 날리는 은행 점포는 통폐합 조치로 줄이겟다는 은행업계의 소식도 잇달아 들려왔다. 이처럼 금융업계에서도 저성장 저금리 시대를 맞는 대책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애널리스트에 관한 얘기를 좀 더 해보자. 사실 과거부터 애널리스트 또는 증권사 리포트 무용론이 있어 왔다. 다들 인식하다시피 증권사의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발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반대로 매수 의견 일색이다. 2015년 9월에 발표한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은 총 49,580건 중 불과 23건이었다. 굳이 비율로 표현하자면 0.04%이다. 이 리포트라는 게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토대로 한 것이다. 증권업계에는 삼권분립이 없다. 증권회사는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려고 주식매수를 부추기는 영업전략을 취하게 되고 이는 애널리스트에게 떨어지는 불호령 같은 것이다.

 

        

 

주식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추천하면서 유명해진 책이 있다. 프레드 쉐드 주니어<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는 바로 금융업계를 풍자하고 있다. 각종 증권사, 보험사, 은행, 부동산업체 등은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우기에 급하지 고객들의 호주머니는 뒷 전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고객은 봉이다'를 이렇게 시니컬하게 표현하고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오래전 어느 날, 다른 도시에서 온 한 방문객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경이로운 뉴욕 금융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들이 맨해튼 남쪽 배터리공원에 도착했을 때, 가이드가 정박 중인 멋진 보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버세요. 저 배들이 바로 은행가와 주식중개인들의 요트랍니다" 그러자 순진한 방문객이 물었다.

 

"그러면 고객들의 요트는 어디에 있나요?"

 

 

빅픽처로 한국 경제 다시보기

 

이에 저자는 한국 경제의 큰 그림에 주목할 것을 우리들에게 요구한다. 현재 읽고 있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빅픽처BIG PICTURE'는 10가지를 상징하는 용어의 이니셜에서 따 왔다. 얼마 전 이미 예되고 있었던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시작됐다. 향후에도 계속 금리를 인상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

 

한국 상품의 최대수입국이었던 중국도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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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발견 - 인문학, '시민 교과서' 헌법을 발견하다!
박홍순 지음 / 비아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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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소수 전문가의 독점물일 수 없고, 그렇게 방치되어서도 안 된다. 모든 법규범의 기준인 헌법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헌법이 사회계약 원리를 담고 잇는 이상, 주권을 가진 계약 당사자로서 각 개인이 누구보다도 계약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현실의 법률과 정책의 계약 위반 여부는 물론이고, 과거의 계약이 갖는 한계와 새로운 계약의 필요 여부에 대해서도 주권자로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하겠다. - '저자의 말' 중에서

 

 

"니들이 헌법을 알아?"

 

국민이라면 누구나 헌법의 중요성쯤은 이미 안다. 헌법이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담고 있으며, 법률을 비롯해 모든 법적 규범의 기준이 되는 가장 중요한 원리라는 점도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법을 전공하거나 법을 직업으로 삼지 않은 이상, 이처럼 중요한 헌법 전문을 꼼꼼하게 읽어본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가장 중요한 법이 헌법인데, 왜 이렇게 이를 등한시할까? 이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대상이라는 강박감이 작용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우리들은 대개 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때 뭔가 따분한 느낌이 드는 법에 대해 이해보다는 시험보기용 외우기에 주력해왔다. 이런 교육의 일환으로 우리들의 머리에는 '꼭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관념만이 가득 들어차있는 것이다.

 

법을 단지 구속이라는 굴레로 받아들인다면 사실 자유를 원하는 우리들에게 이는 필요하지 않는 존재일 것이다. 우리들의 이런 심각한 무관심과 이해 부족은 결국 우리들에게 피해를 입히기 된다. 즉 특정 정부나 권력이 헌법 해석을 독점하면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으로 나라의 정체성과 국민의 권리를 훼손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법치주의자 몽테스키외의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백성이 계몽되었는가, 되지 못했는가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위정자가 갖는 편견은 국민이 갖는 편견에서 비롯된다. 무지몽매한 시대에는 가장 큰 악을 행할 때도 사람들이 아무런 의혹을 품지 않았다"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중에서

 

책의 저자 박홍순청년 시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헌법의 현실을 목격하고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하였다. 6년여 수형 생활 중에 만난 [장자]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동서양 고전을 공부하여 세상의 통념을 뒤집는 생각의 힘, 지식을 넘어서는

 

 

저자 박홍순

 

 

헌법 조항 속에 담겨 있는 인문학적 뿌리를 탐색하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됐는데,  1장(대한민국의 기본 정신을 밝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헌법 제1조 1항과 2항

 

민주주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 직접민주주의에서 시작됐다. 로마시대에 이르면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구분되기 시작하고, 사적 영역인 종교와 공적 영역인 국가 통치가 하나로 들러붙어 있던 중세를 지나 정교분리를 선언한 근대에는 이 두 영역의 공존이 통치의 화두가 된다. 대한민국은 다수에 의한 공적 결정에 의존하는 나라(공화국), 그 결정 방식이 국민이 선출한 의원에 의해 이뤄지는 정치체제(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많은 관중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에서 변호사로 열연한 배우 송강호는 "국가란 국민입니다!" 라고 외친다. 이는 한 변호사의 거창한 주장이 아니라 엄연히 헌법에 실려있는 객관적인 팩트이다. 헌법은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담고 있다. 헌법 1조에 따르면 당연히 '국가=국민'이 된다.

 

이 영화는 80년대 초 부산에서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그리고 회사원 등 22명을 불법 감금하고 기소했던 부산의 학림사건(부림사건)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당시 이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알려지면서 관중몰이를 했다. 영화이기에 실화에다 허구를 포함하고 있다.

 

공화국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공共'을 살펴봐야 한다. 이는 개인이나 가족의 생계를 위한 활동과 국가의 활동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플라톤도 "공적인 것은 국가를 함께 묶지만, 사적인 것은 국가를 분열"시킨다고 말했다. 공화제의 핵심 원리인 공公과 사私의 영역 구분은 주권자의 권리 차원 문제이다. 근대 헌법은 국가권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와 국가 권력에 의한 횡포나 기본권 침해를 어떻게 제한하느냐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즉 국가 운영에 사적 영역이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주권자의 권한 행사를 왜곡하거나 무력화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집회, 결사의 자유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경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 헌법 제21조 1항과 2항

 

먼저 집회와 시위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조문에 따르면 집회는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로 해석 가능하다. 많은 국가의 헌법에서도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신고'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허가제'다. 허가 여부의 결정권을 정부가 쥐고 있다. 이에 권한을 위임받은 행정 내지 경찰공무원은 자신들의 편의 때문에 가급적 거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의 경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통해 옥외 집회 때는 사전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사전에 신고 내용을 검토해 법적으로 금지되는 요건에 해당하면 사전에 금지하거나 해산을 명령하는 시스템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위헌 시비가 있었는데, 1991년 대법원은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신고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문을 던진다.

 

"그러나 신고제가 금지 통고제를 통하여 허가제처럼 운영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 또한 집회를 하는 데 필요한 도로, 공원 등 공물의 사용 허가는 사실상 집회를 허가제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 김철수, <한국헌법> 중에서

 

이에 저자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허가제가 민주화를 거치며 헌법 개정과 함께 신고제로 변화했지만, 한국은 시위의 규모나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옥외 집회를 같이 취급하며 소수가 모이는 집회나 간단한 성명 발표 정도의 작은 시위조차 경찰의 구미에 따라 언제든 금지될 여지가 있다는 견해를 보인다.

 

또한 한국의 '집시법'에 따르면 법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않거나 금지 통고된 집회의 자진 해산에 불응할 때는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신고 의무는 구체적 위험의 회피를 위한 것이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신고 의무 위반이 곧바로 해산 사유가 되지 않는다. 즉 신고 없는 집회라도 공중의 안전 혹은 질서에 대해 직접적인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해산이 정당화된다. 지난 1차 민중총궐기대회는 폭력으로 얼룩졌고, 대회를 주관했던 한상균은 조계사로 숨어들었다. 과연 이런 궐기대회는 '공公인가, 사私인가?'

 

3차 민중궐기대회(12월 19일, 광화문) 

 

 

영국의 권리장전(1689년)에 의하면 의회에서의 토의와 함께 언론의 자유는 "어떤 법정이나 장소에서도 탄핵하거나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프랑스의 인권선언에서도 "모든 시민은 자유롭게 말하고 쓰고 출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양심의 자유와 긴밀한 관계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에선 언론, 출판의 자유가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에서도 제한 기준을 두고 있다.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피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은 작년 8월 3일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 게재한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7시간가량 박 대통령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박 대통령이 정윤회(60)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사에서 두 사람이 긴밀한 남녀 관계인 것처럼 표현했다. 이에 그는 명예훼손으로 고발되었고 재판이 진행되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는 12월 17일 1심에서 "해당 기사가 허위 사실을 적시하고 있고, 사인私人으로서의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면서도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상황을 일본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사를 쓴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소수 의견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대사회에 들어서 언론의 자유를 둘러싼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현대는 미디어 홍수 시대다. 미디어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처럼 문자에 기초한 매체는 전문화된 성격이 강하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의견의 다양성을 전제로 하지만 현실에선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경쟁하긴 어렵다.

 

한국에서는 명예훼손과 관련된 처벌이 매우 많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다니엘 튜더는 자신의 책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그는 수년 동안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으로 활동했었다. 

 

 

 

헌법대로 살자

 

헌법에는 역사와 철학을 비롯해 인류의 정신과 삶이 모두 응축되어 있는 인문학 종합선물상자와도 같다. 이에 대한 이해가 먼저 수반되어야만 제대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헌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주요한 저서들을 소개하고 있다. 플라톤의 <법률>,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루소의 <사회계약론>, 구스타브 라드브루흐의 <법철학>, 존 롤스의 <만민법>, 미셸린 이샤이의 <세계인권사상사>, 김철수의 <한국헌법> 등이 그것이다. 

 

오로지 공공복리에만 봉사하려 하고, 개인 이익에 대해서는 일체의 권리를 부인하려는 질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법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없다. -라드브루흐의 <법 지혜에의 잠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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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 - 혁신으로 세상을 바꾸는 10가지 비밀
피터 피스크 지음, 장진영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게임체인저는 신생기업일 수도 있고, 이미 산업을 지배하는 거대기업알 수도 있다. 이들은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산업의 경계와 국경을 넘나들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창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시장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이루어진 만화경으로 생각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가능성'의 조각들을 맞추어 자신들만의 시장으로 만든다. 한마디로 이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자재로 게임을 한다.

 

 

게임체인저는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들은 디지털 세상과 물리적 세상,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 그리고 아이디어와 네트워크를 융합한다. 규모의 경제나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보다 기발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민첩성, 협업 등으로 경쟁자들을 앞지른다. 그리고 작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서 고객의 심금을 울리는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할 줄 안다. 게임체인저는 궁극적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차세대 기업들은 게임을 바꿔 경쟁에서 승리한다. 조금 더 잘하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 더 큰 생각을 하고 환경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남다른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비전에 맞게 시장을 정의하고 창출한다. 차세대 기업들은 21세기 비즈니스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전략과 전술을 결합해 사람들을 비즈니스에 참여시키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어 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고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든다. 결국 그들은 경쟁에서 승리한다.

 

구글이 비밀리에 추진 중인 '문샷moonshots' 프로젝트는 미래를 겨냥한 것으로 당장은 실현 불가능해 보이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 그래서 구글 엑스에는 '달사냥 공장'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이곳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가드한 혁신가와 이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낙관론자들로 가득하다. 구글 엑스는 지능형 자동차, 증강현실 안경 등 흥미로운 미래를 현실로 바꾸고 있다.

 

세상은 이렇게 진화하고 발전해왔다. 갈릴레오의 망원경, 다빈치의 기계 발명품, 포드의 자동차, 벨의 전화기, 다이슨의 진공청소기 등등 인간의 요구와 기술이 결합하여 탄생한 혁신 기술은 세상을 풍요롭게 그리고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새로운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것을 상상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이 새로운 가능성에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게임체인저는 사업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 피터 피스크는 100개의 게임체인저를 살펴보고 이들이 남다른 혁신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즉 이들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소셜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경쟁에서 앞서나가기도 했다. 게임체인저들의 행동과 연관된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융합~ 관련이 전무한 것들을 융합,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바꾼다

확대~ 브랜드와 네트워크의 영향력을 확대한다

가능~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게 만든다

동원~ 모든 자원을 활용한다

풍요~ 야심찬 아이디어의 실현으로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

 

 

 

 

 

생각~ "비전을 바꾸자"

탐구~ "시장을 바꾸자"

파괴~ "전략을 바꾸자"

영감~ "브랜드를 바꾸자"

디자인~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자"

공명~ "스토리를 바꾸자"

가능성~ "고객 경험을 바꾸자"

동원~ "관계를 바꾸자"

영향~ "결과를 바꾸자"

증폭~ "잠재력을 바꾸자"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지만 그 변화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나 사람을 게임체인저Gamechanger라고 말한다. 이들은 만들어진 세상에서 만들어진 규칙으로 게임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대신에 자신만의 게임룰을 만들어 게임을 하며 세상을 변화시킨다.

아마존, 우리들은 흔히 온라인 서점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이미 아마존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다. 책은 아마존 상품의 한 가지일 뿐이다.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한번 충전으로 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스페이스 엑스는 무인 우주선으로 나사를 대신해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운송하지만, 20년 안에 화성에 8만 명의 인류 정착촌을 건설하려고 한다. 

이들의 게임은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일등이 아니면 게임을 지속할 수조차 없다. 왜냐하면 게임체인저는 만들어진 게임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새로운 세상에서 게임을 한다. 조금 더 잘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같은 게임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게임을 한다. 바로 이들이 이기는 이유다.

게임체인저는 '생각'이 다르다. 이들은 힘의 축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탐구'한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시장을 '파괴'한다. 이들의 브랜드는 '영감'을 주며, 고객 중심의 '디자인'을 제시한다. 이들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삶에 깊은 '공명'을 주는 아이디어와 고객이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도록 돕는 '가능성'을 판다. 이들은 고객과 브랜드, 고객과 고객을 연결해 가치를 제공하고 관계를 바꾸어 고객을 '동원'한다. 또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고, 사람과 조직의 능력을 '증폭'한다.

 

 

 

 

 

세계적인 경영 전략가이자 마케팅 구루인 피터 피스크는 게임을 바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세계의 100개 기업을 분석했다. 아시아에선 타타, 고드레지,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인도와 중국의 게임체인저들이 부상하는 반면, 안타깝지만 한국의 게임체인저는 미레 기술 기업으로 '삼성'만 유일하게 보인다. 그 이유는 책에서 찾을 수 있다. (591 쪽을 참조하라)

 

 

 

과연 누가 게임체인저인가?

 

미래 유통 기업~ 아마존, 팹, 포지티브 럭셔리스, 엣시 등

미래 은행~ 지디샤, 모벤, 스퀘어, 움프쿠아은행 등

미래 건강관리 기업~ 23앤미, 에포크레이츠, 오가노보 등

미래 소비재 기업~ 레노바, 메소드, 나이키,애플 등

미래 미디어 기업~ 코세라, 넷플릭스, 알자지라 등

미래 패션 기업~ 탐스, 파타고니아, 길란 등

미래 여행 기업~ 집카, 에어비앤비, 버진 갤럭틱 등

미래 식품 기업~ 후안발데즈 카페, 메이리그, 모아비어 등

미래 기술 기업~ 삼성, 알리바바, 텐셴트, 샤오미 등

미래 제조 기업~ 테슬라, 타타, 스페이스 엑스, 다이슨 등

 



경이로운 세상이 온다

 

 

 

 

 

 

다른 게임을 하라

높이뛰기 선수인 딕 포스버리는 키도 작고 체격도 왜소했다. 이런 불리한 신체 조건에도 불구하고 포스버리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것은 남다른 사고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쟁자들이 디딤대를 딛고 앞으로 장대를 뛰어넘을 때, 포스버리는 도움닫기를 한 후 등으로 장대를 넘었다. 이것이 오늘날의 배면뛰기이고, 포스버리가 배면뛰기를 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배면뛰기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포스버리는 생각을 살짝 바꿨을 뿐이지만, 그 생각의 전환이 금메달을 안겨줬다.

포스버리가 배면뛰기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20년 후에 사고의 전환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꾼 또 다른 인물이 등장했다. 스위스 채권단은 레바논계 스위스 보험계리인 니콜라스 하이에크에게 일본 시계회사 세이코Seiko와의 경쟁에서 밀려 경영난에 시달리는 스위스 시계 회사 두 곳의 청산을 부탁했다. 그러나 하이에크는 이 시계회사의 시계 브랜드를 리포지셔닝하며 구조조정에 착수했고, 최소한의 부품으로 저렴한 플라스틱 시계를 만드는 스와치Swatch를 설립했다.

 

하이에크는 '시계도 패션'이라고 생각했고, 패션 브랜드와 똑같은 방식으로 시계를 시즌별로 나누어 일 년에 두 번씩 새로운 색상과 디자인으로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날 의상에 맞는 다양한 색상의 패셔너블한 시계를 서너 개 구매할 수 있다면 일 년 내내 똑같은 시계를 찰 필요가 없다' 이런 사고방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저렴하고 패셔너블한 스와치는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되었다.

하이에크가 시계 산업의 게임 법칙을 새롭게 쓴 10년 뒤, 쿠바계 미국인 제프 베저스는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의 부사장직을 버리고 아내와 함께 직접 차를 몰고 웨스트 코스트로 향했다. 인터넷이 산업과 소비자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베저스는 웨스트 코스트로 이사하고 1년 뒤, 시애틀 외곽의 벨뷰Bellevue의 한 창고에서 온라인 서점을 열었다.

 

이 온라인 서점은 설립된 지 2개월 만에 일주일에 2만 달러의 책을 팔았다. 베저스는 이 서점에 세계 최초의 온라인 서점이란 의미와 다소 이국적이고 색다르다는 인상을 강조하기 위해 알파벳 A로 시작하는 '아마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베저스에게 혁신이란 1,000개의 작은 아이디어가 모여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그는 이 혁신을 달성했고 세계 최대의 온라인 종합 쇼핑몰을 탄생시켰다.


 

 

 

어떻게 게임을 바꿀 것인가?

기업가들은 타고난 게임체인저들이다. 게임체인저는 야심에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한다. 그들은 정해진 역할이나 위계질서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게임을 한다. 대부분의 경우 게임체인저는 신생기업이다. 그러나 보유하고 있는 자산, 브랜드 그리고 고객층을 새롭고 혁신적으로 활용한다면 대기업도 충분히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면 사업가, 전략가, 혁신가, 마케터, 매장 직원, 콜 센터 직원 그 누구도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게임체인저는 왜(Why), 누구(Who), 무엇(What), 어떻게(How)의 4가지 영역에서 혁신을 시도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전략, 브랜드 구축, 고객 경험 등 모든 프로세스에 접목한다.

 

왜(목적, 적용, 이점)를 바꿔라 목적이 바뀌면 게임이 바뀐다. 비즈니스 목적을 이익추구에서 삶의 수준을 향상하는 것으로, 대기업이 되는 것에서 최고 기업이 되는 것으로,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것에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바꿔라. 코카콜라는 처음에는 고객에게 시원한 탄산음료를 제공하는 데 사업의 목표를 두었다. 그러나 사업 목표를 행복감을 전달하는 것으로 바꾸면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누구(지리, 고객, 맥락)를 바꿔라 목표 고객이나 목표 시장이 바뀌면 게임이 바뀐다. 대중을 대상으로 사업했다면 특정 요구에 초점을 맞춘 틈새시장으로 목표 시장을 바꿔라. 소형차 피아트 500은 유지비용이 적게 드는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층 대신 젊은 층을 공략하면서 낡은 이미지를 벗고 저렴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무엇(시장 카테고리, 제품, 경험)을 바꿔라 고객 경험이 바뀌면 게임이 바뀐다. 제품 결합을 통해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주문에 따라 개인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거나, 고객에게 24시간 서비스나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거나, 고객이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데 도움을 주어라. 사이클리스트들은 세련된 사이클링복보다 소속감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라파(Rapha)는 사이클리스트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카페를 열었고, 라파 카페는 사이클리스트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어떻게(비즈니스 모델, 서비스 스타일, 참여)를 바꿔라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면 게임이 바뀐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 집카(Zipcars)는 다른 자동차 임대 회사처럼 주당 요금을 부과하는 대신 회원 클럽을 만들고 시간과 거리에 따라 훨씬 저렴한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처럼 네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확장된다. 게임을 바꾸기 위해 기업은 하나 이상의 영역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야 한다.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게임의 판도를 바꾸는 씨앗이 된다. 그리고 기업은 이를 실제 비즈니스에 접목할 방법, 시장과 브랜드, 혁신과 마케팅, 고객 경험 등을 바탕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해봐야 한다.

 

 

변화를 만들어라. 그리고 그 변화의 주인공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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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이유 - 얼떨결에 서른 두리번거리다 마흔 내 인생을 찾는 뜨거운 질문
도다 도모히로 지음, 서라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대학을 졸업하고 3년이 지난 스물일곱 살의 어느 날, 나는 다니던 비철금속 제조회사를 그만두었다. 이유는 한 가지. 일이 재미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와 맞는 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재미있는 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내가 찾는 답을 주는 책은 없었다. 그리고 마흔다섯 살에 커리어 컨설턴트 자격증을 땄다. 그때 마음속에 들어온 문장이 있었다. - '시작하며' 중에서 

 

 

"일이란 나의 능력과 흥미,

가치관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렇지 않은 일은 지루하고 무의미할 뿐이다"

-도널드 E. 슈퍼, 미국의 직업 심리학자

 

 

나만의 천직을 발견하는 법

 

능력을 펼치지 못할 때, 취미와 동떨어진 일을 할 때, 가치관과 다른 일을 할 때 일은 재미없어진다. 저자는는 출발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 문장을 만나기 전까지 저자는 자신과 맞는 일, 재미있는 일을 발견하기 위한 법칙 따위는 없다고 믿었다. 사람마다 주어진 인생이 다르므로 결국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아마도 그렇게 물어본 어른들의 90% 이상은 이십 대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고민하기보다 상황에 맞춰 적당히 직업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황에 맞춰 적당히 '회사'를 골랐다는 게 맞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할지는 회사 인사부서가 정해준다고 생각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

이것은 진짜일까?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 쫓긴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처럼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힘들다.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데 지름길은 없다. 시행착오를 겪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을 쉽게 발견했다면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빈센트 반 고흐, <신발>(1887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을 정했다면 그 일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조사해보는 것이 좋다. 그것의 핵심은 그 일을 직접 할 경우 경험하게 될 힘든 점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애로사항이 있고, 특정 일에만 따라오는 힘든 점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정했다 해도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하기 싫은 일을 거쳐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의 어릴 적 꿈은 두부가게를 차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부가게를 운영하려면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와 얘기해 보았다. 보좌관으로 일하려면 정치인들에게 끊임없이 머리를 숙여야 한다고 했다. 연말에는 술자리에서 하도 무릎을 꿇고 술을 따르다 보니 바지 무릎이 닳아 해질 정도라고 했다. 이 둘 다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재능이란 무엇일까

 

이삼십 명 중에서 내가 가장 잘 써서 소설가가 되었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 중에 나보다 나은 사람이 대여섯 명은 있었다. 당시에는 분명 나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들 중에서 소설가가 한 명도 나오지 못한 까닭은 일이나 가정문제 등으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는 소설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꿈이 무엇이든 10년만 열정을 유지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10년 동안 무언가에 열정을 쏟는다는 것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쉽지 않다. 바꿔 말하면 10년 동안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대부분 성취할 수 있다. - 다카하시 가쓰히코, <소설가-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가의 소설 입문> 중에서 

 

10년 동안 즐기고, 몰두하고, 열심히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들지만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몰두하다 보면 즐거울 때보다 힘들 때가 더 많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고 싶었던 일이므로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그 일에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에드가 드가, <무대 위의 무희>(1876년)

 

21세기 직업론

 

보람이나 진지함은 일뿐 아니라 놀이에서도 똑같이 요구된다. 그것을 뺀 놀이는 지루하다. 그러므로 일과 놀이는 내용적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나누어야만 한다. - 와시다 기요카즈, <누군가를 위한 일> 중에서

 

진지함과 보람의 관계는 작용 - 반작용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작용 - 반작용의 법칙이란 물체 A가 물체 B에 힘을 주면 반드시 B도 A에게 반대 방향으로 같은 힘을 되돌려준다는 법칙이다. 예를 들어 10의 힘으로 벽을 밀면 벽도 나를 10의 힘으로 민다. 3의 힘으로 벽을 밀면 벽도 3의 힘으로 민다.


벽을 미는 힘을 진지함, 벽이 나를 미는 힘을 보람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진지하게 몰두할수록 그만큼 보람도 크다. 진지하게 몰두하지 않으면 보람을 느낄 수 없다. 보람이야말로 재미의 핵심이다. 진지함 → 보람 →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진지함이 다르면 보람도 다르다. 일을 하다보면 힘든 점도 많지만 힘들게 노력한 만큼 재미가 있다. 이렇게 '일은 재미없고 노는 것은 재미있다'는 상식은 결코 정갑이 아니다.

 

 


미하일 네스테로프, <외과 의사 세르게이 유딘의 초상화>(1933년)

 

 

'감목중의'를 떠올려라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 교수는 일의 가치를 찾는 네 단계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답을 찾아보라고 충고한다. 즉 1단계로 '이 일에서 감사한 점은 무엇일까?(감사)', 2단계로 '이 일의 목적은 무엇일까?(목적)', 3단계로 '이 일은 왜 나에게 중요할까?(중요성)', 4단계로 '이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의미)'이다.

 

첫 직장을 구하려고 재수, 삼수를 하는 취업준비생부터 이미 직장을 구해 일하지만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 퇴직을 앞두고 일에 대한 고민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라잡이가 된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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