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
김용원 지음 / 세이코리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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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 모바일, 신사업 등 여러 영역에서 다수의 라이벌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자연히 대응 여력이 한계에 부딪히거나 리스크를 안게 될 가능성도 크다. 지금 같은 구조라면, 냉정히 말해 앞으로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미래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넘어야 할 상대는 모두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대 기업이다. 매출 규모와 자금 여력, 기술력 등이 대부분 삼성전자를 앞선다. 그리고 이들의 목표는 분명하다. 삼성전자를 물리치거나, 삼성전자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 ‘여는글’ 중에서




‘2030년,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도전 완패로 끝나다’라는 매우 자극적인 제목의 칼럼으로 책은 시작한다. 2031년 2월 1일 기자가 된 저자가 칼럼 형식으로 기고한 기사는 삼성이 2020년대에 여러 라이벌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 부족해서 글로벌 경쟁력의 약화로 반도체 등 기존의 캐시카우 사업이 일제히 부진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는 상상력을 발동한 최악의 가정 시나라오이다.


이 칼럼을 읽는 주식투자자들에겐 많은 감정을 유발하게 한다. 정말?, 아니지? 등등. 사실 현재의 주식투자자들에게 삼성전자는 아픈 손가락이다. 대한민국 대표주식이니 왠만하면 이 종목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동학개미들의 활약으로 ‘10만 전자’ 고지를 앞두기도 했는데, 이후 내리막길을 거듭하며 겨우 ‘7만 전자’에 턱걸이하고 있어도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미래 시나리오인 2031년 초엔 ‘5만 전자’에 복귀했다니 말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삼성전자 스텟은 어떤지 살펴보자. 2023년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400억 원대로 1년 전 실적 대비 95% 감소했다. 한 마디로 ‘어닝 쇼크’였다. 이런 페이스라면 연간 적자 전환까지도 우려될 정도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손자병법>에 유명한 말이 나온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즉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인데, 저자가 이 책에서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마치 충격요법으로 삼성전자를 치유해보겠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저자는 총 6개 장에 걸쳐 현재의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TSMC, 애플, 인텔, 중국 반도체 업계, 국내 3사社(LG, SK, 현대자동차) 등과의 비교를 통해 마지막으로 2030 이재용의 삼성을 살펴보고 있다. 본 리뷰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 간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대만의 TSMC는 처음부터 삼성전자와 가는 길이 달랐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워낙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앞서 가고 있었기에 국가적 지원을 받는 TSMC는 비메모리반도체를 주문받아 위탁생산을 하는 시스템반도체에 올인했었다. 현재로선 이 방향이 잘 맞아떨어졌기에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린치핀”이라는 평가(2021년, 파이낸셜타임스)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고성능 시스템반도체의 위탁생산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뛰어들면서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갈수록 소형화되는 고사양을 충족시키려면 미세공정에서 결판이 나는 싸움이 되었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28나노 공정이 가장 앞선 기술이었지만 현재는 3나노 공정까지 발전했다. 이에 TSMC는 2025년부터 2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분히 삼성전자의 도전을 의식해서다.


한편,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30일 세계 최초로 3나노 미세공정 기반 반도체 양산을 발표했다. 사실 TSMC보다 반년 정도 앞선 성공이었다. 이제 두 회사는 3나노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고객사들이 어느 회사를 선택하는냐에 달린 문제이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을 위해서도 더욱 그러하다. 고객사가 없는 위탁생산은 최악의 경우 공장만 덩그러니 남는 꼴이 되고 만다.


애플은 TSMC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객사이다. 2022년 기준으로 약 26%의 매출액 비중을 차지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에 적용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TSMC가 생산하고 있다. 애플의 제품이 안정적으로 판매되기에 둘과의 관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특허 분쟁까지 있었던 애플이니까 당분간 삼성의 고객사가 되긴 쉽지 않을 듯 싶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합을 하는 것과 같다. 고객관계란 통상 오랜 기간을 통해 형성된 것이기에 이를 깨뜨린다는 것이 미세 공정 기술력의 치명적 결함이 없는 한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너무 늦은 진출은 만시지탄이라 할 수 있다.


또 공급 능력을 갖추려면 거액의 생산 투자를 투입해야 하는데, 확실한 고객사의 확보 없이 공격적으로 선투자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 원을 투입해서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에서 확실한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삼성전자가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기술력에서 장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첨단 미세 공정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나선 듯 보인다. 전세계 반도체 고객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중국의 대만침공설) 등으로 TSMC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삼성에게 큰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한때 TSMC의 미국 이전설도 있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에도 중국 리스크가 있다. 중국에 설립된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생산 공장이 문제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고립시키는 조치를 연달아 취하고 있는데 여기엔 삼성전자의 중국 생산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도 포함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중국에서의 사업이 어려워지므로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될 수 있다. 또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높아질수록 미국 정부는 TSMC에게 행했던 것처럼 간섭이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이밖에도 저자는 스마트폰 이후의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사업(AR/VR 기기)과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성공 여부, 그리고 중국 시진핑 주석의 완전한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등을 언급하면서 향후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파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제경영 #삼성전자 #2030삼성전자시나리오 #김용원 #세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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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인물지 - 유소 『인물지』 완역 해설
이한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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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지>는 중용中庸을 갖춘 사람을 최고로 평가하고 불벌不伐을 결론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공자적인 사고를 수용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일부 도가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책의 골격을 흔드는 차원이 아니라 유가적 틀을 일부 보완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주된 주제는 ‘뛰어난 신하를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 공자의 평생 관심사인 ‘군군신신君君臣臣’, 결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 ‘뛰어난 임금, 뛰어난 신하가 만나야 한다’ 등이다.


공자의 <논어> ‘위정’ 편엔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 기술되어 있는데, 이는 ‘하는 행동을 보고, 왜 그렇게 했는지를 살피고, 그가 무엇을 편안해하는지를 꿰뚫어 보라’는 것이다. 즉, ‘보고, 살피고, 꿰똫어 본다’는 3단계의 시관찰視觀察을 언급한 것이다.


이처럼 예로부터 인물을 알아보는 일이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었다. 요堯임금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신분은 미천할지라도 뛰어난 인물이라는 우순을 천거받아 두 딸을 한꺼번에 시집보내어 됨됨이를 직접 시험해 보았다. 즉 평민인 순舜이 과연 두 딸을 자신의 부인으로 대하는지와 두 딸을 아내로 삼아 무탈하게 잘 지내는지를 살펴보았던 것이다. 이같은 시험을 통과한 순은 나중에 임금이 된다.


<인물지>의 의미


이 고전은 위나라의 명신名臣 유소劉邵가 저술한 인사 교과서이다. 중국의 패권을 다투던 삼국시대(위, 촉, 오)에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위한 인사 교과서로 만들어진 책이다. 유소는 이 책에서 사람은 타고난 성정과 재질이 다르고 배움 또한 제각각이므로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 것의 어려움과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참고로, 삼국시대의 천재 전략가 제갈량(181~234년)도 <지인성知人性>이라는 글에서 사람을 알아보는 일곱 가지 도리를 제시했다. 이는 아래의 내용인데 대부분 현대사회에서도 유효한 것들이라고 보여진다.


어떤 일을 물어 대답의 옳고 그름을 통해 속마음을 살핀다.

말로 궁지에 몰아 대처하는 임기응변을 살핀다.

계책을 말하게 한 후 식견의 깊이를 살핀다.

재난이 났다고 말해 그 용기를 살핀다.

술에 취하게 만들어 밑바닥 성품을 살핀다.

재물로 유혹해서 청렴함을 살핀다.

어떤 일을 하기로 약속해 신뢰성을 살핀다.


아홉 가지 징후


우리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나름대로 이 사람을 평가하면서 살아간다. 흔히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외모가 80% 좌우한다고 말하지만, 사람마다 그 기준이 제각각이므로 이는 다분히 주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물지의 첫 장은 구징九徵이다. 이는 외부로 드러난 아홉 가지 징후를 말하는데 사람들의 타고난 성정과 재질은 아홉 가지 형태로 표출되므로 이를 잘 관찰하면 그 사람을 대체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태神態~ 균형과 치우침

정기精氣(눈빛)~ 총명과 우매

근육~ 용감과 겁약

골격~ 강인함과 유약함

혈기~ 성격의 조급함과 안정감

안색~ 근심과 기쁨

의표儀表~ 흐트러짐과 단정함

얼굴~ 간사함과 정직함

말투~ 느긋함과 조급함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겉모습만 보고 사람 됨됨이를 판단하라는 게 아니라 타고난 바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내면의 ‘정신’이라는 개념인데, 자연스럽게 외부로 드러나므로 감별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전제인 셈이다.


체별體別


이는 인재의 내면 관찰에 해당한다. 즉 사람마다 제각각인 성정의 유형을 열두 가지로 분류한다. 각각의 특성엔 장단점이 있다. 이는 다음과 같다.


남의 잘못을 들춰내고 헐뜯는 것은 굳세고 엄격함에서 생겨난다.

의심이 많은 것은 남을 지나치게 품어주거나 마음이 나약함에서 생겨난다.

법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호걸스럽고 사나운 데서 생겨난다.

매사 의심하며 어려워하는 것은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데서 생겨난다.

매사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것은 굳건하고 끈질긴 데서 생겨난다.

남을 깔보며 말로만 떠들어대는 것은 말재주를 잘 부리는 데서 생겨난다.

어지럽고 흐리게 행동하는 것은 두루 주선해주는 데서 생겨난다.

좀스럽고 작은 일에 갇히는 것은 깐깐하고 정결한 데서 생겨난다.

엉성하고 덤벙거리는 것은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않은 데서 생겨난다.

굼떠서 일을 지체시키는 것은 침착하고 고요한 데서 생겨난다.

속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순진한 데서 생겨난다.

우물쭈물하며 뭔가를 숨기거나 원칙을 어기는 것은 속내를 잘 숨기는 데서 생겨난다.


<인물지>가 말하려는 핵심은 성정에 양면성이 있는 것처럼, 그 사람이 하는 일에도 항상 득과 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득실을 잘 이해하는 것이 바로 용인술用人術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가지 재질에만 두드러진 편재偏材에 해당된다. 배움을 통해서도 편재의 성정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타고난 성정의 단점을 인정하고 스스로 극복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이런 때 코칭과 멘토가 필요한 것이다.




재리材理


무릇 이치에는 네 가지 부문이 있다. 즉 도리의 이치(道), 마땅함의 이치(義), 일의 이치(事), 정감의 이치(情) 등 네 가지를 가리킨다. 이는 바로 세상을 이해하는 네 가지 이치인 것이다.


사람은 말 속에서 자신의 특성을 드러낸다. 즉 사람의 타고난 성정의 차이는 사물의 이치를 이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며 또한, 말이나 글로 자신을 표현할 때도 그대로 드러난다. 책은 아홉 가지의 특성을 언급한다.


굳세지만 대충대충 하는 사람은 미세한 일을 처리할 줄 모른다.

엄정함이 지나친 사람은 자신을 굽힐 줄 모른다.

고집스럽고 강경한 사람은 사실을 따지지를 좋아한다.

말재주가 좋은 사람은 말만 거창하지 주도면밀하지 못하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은 제대로 깊게 생각하지 못한다.

이해력이 낮은 사람은 어려운 일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다.

너그러운 사람은 민첩하지 못하다.

온유한 사람은 함을 써야 할 때 제대로 강함을 발휘 못한다.

기발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제멋대로 기발한 것만 찾아다닌다.


사이비 인재 유형


나오는 대로 떠드는 사람

알고 있는 이치는 적으면서 말이 많은 사람

왜곡된 말로 상대의 뜻에 영합하는 사람

남의 얘기를 다 듣고 판단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사람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고응답하지 않는 사람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말로만 이해했다는 사람

이기려는 마음 탓에 묘한 말로 핑계를 대는 사람


마음은 평안하고 뜻은 평탄해 무조건 이리로 가야 한다는 것도 없고 무조건 저리로 가면 안 된다는 것도 없으니[無敵無莫] (옳고 그름이란 도리에 달렸으니 이기기를 탐함으로써 유명세를 구해서는 안 된다.) 도리를 얻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과는 세상 경영[經世]과 백성 다스림[理物=治人]에 관해 더불어 논할 수 있다[與論=與議]


접식接識(사람을 알아보는 법)


인재를 처음 접했을 때 그 사람의 재질과 능력을 식별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특히, 흔히 범하는 실수(잘못)과 그 원인을 제시한다. 무릇 사람이란 처음엔 알아보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누구나 실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기와 같은 재질을 가진 사람의 좋은 점은 능히 알아차리지만{본성상 모책을 생각하는 데 장점이 있는 사람은 책략을 잘 꾸미는 사람을 좋게 여긴다.} 간혹 자기와 도량이 다른 사람의 아름다운 점을 놓치곤 한다.


흔히 사람은 유유상종한다고 한다. 즉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좋아한다. 자신의 성정과 생각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호불호를 결정한다. 친구를 사귀는 일이든, 인재를 추천하고 등용하는 일이든 간에 말이다.


그렇다. 상대방을 올바로 알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으로만 상대를 보려하는 편재를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더욱 주의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인간의 마음에 살고 있는 질투심이란 독약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동문수학한 한비자가 진나라왕에게 등용되자 이사는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는다고 느껴 한비자를 참언하여 결국 죽이고 만다.


칠무七繆(일곱 가지 잘못)


명예를 살피면서 편파적이 될 수 있는 잘못

사람을 대하면서 사랑하고 미워함이 뒤바뀌는 잘못

남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도량의 크고 작음을 헷갈리는 잘못

남의 바탕을 품평하면서 빠르고 늦음을 그릇 판단하는 잘못

자기와 같은 유형만 좋아할 수 있는 잘못

신세가 펴지거나 쪼그라드는지를 오판하는 잘못

매우 뛰어난지 허황된지를 판별 못하는 잘못


사람을 잘 알아보는 자는 자기가 직접 본 것을 갖고서 남에게서 들은 것을 바로잡지만{남의 말을 들었더라도 항상 자기 눈으로 그것을 바로잡는다.}, 사람을 잘 볼 줄 모르는 자는 남에게서 들은 것을 갖고서 자기가 직접 본 것을 내팽개친다.


석쟁釋爭(다투는 마음을 내려놓아라)


군자는 스스로 덜어내는 것이 더해줌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공로가 하나여도 두 가지 찬미를 얻게 되고(스스로 덜어내면 일을 행하는 것이 이뤄지고 명성이 세워진다.), 소인은 자기를 더해줌이 덜어냄이 되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한 번 자랑하다가 (공로와 명예) 두 가지를 아울러 잃게 된다. (스스로 자랑하면 일을 행하는 것이 허물어지고 명성이 손상당한다.)


#인문 #고전읽기 #이한우의인물지 #21세기북스 #인재등용 #용인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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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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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권의 줄거리를 요약해 본다. 미래의 르네는 현재의 르네에게 식량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핵전쟁까지 치르고 있는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꿀벌의 예언>이란 책에 쓰여 있다는 걸 알려 주고, 현재의 르네는 인류를 구할 실마리가 될 예언서를 찾아 전생의 자신을 찾아간다. 예언서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던 전생은 무려 1천 년 전,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출정한 십자군 기사였고, 르네는 전생의 자신과 함께 예언서에 얽힌 거대한 모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간다.




2권의 책장은 멜리사가 연다. 그녀는 역사학자 알렉상드르의 딸 인데 르네의 방갈로 문을 두드린다. 안에서 아무런 응답이 없자 그녀는 궁금해서 안으로 들어간다. 침대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르네를 목격한다. 커튼이 내려져 있는 분위기에서 르네는 미동조차 없다.


이에 멜리사는 르네의 귀에다 작은 소리로 점심을 같이 먹으러 가자고 말한다. 아버지 알렉상드로도 자신의 방에서 꼼짝 않고 있는 게 두 사람 모두 같아 보여서 더 이상 강권하지 않고 방을 떠난다. 한편 르네는 자세를 고쳐 잡고 명상에 다시 들어간다. 하지만 한번 흐트러진 마음의 집중이 쉽게 되지 않는다.




이후 알렉상드르와 르네 등 일행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난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예언서에 어떤 내용을 담고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쓸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경쟁심을 가진 두 사람 르네와 알렉상드르를 향해 멜리사가 커플 개념의 변천사史라는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사실 역사의 기술에 대해 지금껏 진행되어 온 논란은 강자들을 위한 기록이란 비판이다. 즉 승자만의 주관적인 기술이기에 과연 100퍼센트 믿을 수 있는 내용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메넬리크도 한 마디 거든다.


“그거 아나? 서기 30년 다니엘이 진흙으로 된 발이 달린 거인의 이미지를 빌려 메시아의 출현을 예고했을 때, 예루살렘에서 메시아를 자처한 사람이 170명이 넘었다는 거? 그들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의 경쟁자였던 셈이야.”


1권으로 잠시 돌아가보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꿀벌의 생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서 벌집의 관찰을 통해 인간 사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즉 벌집을 들여다보면 완벽하고 이상적인 인간도시의 밑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꿀벌들의 희생정신을 관찰한 이후 <목적 지향성>이란 철학이 탄생했다. 그는 이미 우리들이 주지하는 바와 같이 어린 제자 알렉산드로스 왕자에게 철학, 수학, 정치, 전략 등을 가르쳤다.


소설은 다시 전생 시절로 무대를 옮긴다. 작은 솔로몬 성전에서 성전 기사단은 회합을 갖는다. 살뱅(르네의 전생인물)과 가스파르(알렉상드르의 전생인물)도 참석하고 있다. 단장인 위그 드 팽이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무척 중요한 날이오. 우리 모두는 가스파르와 살뱅이 완성한 예언서 두 권을 읽고 이 자리에 모였소. 놀랍기 그지없는 내용들이었소. 먼저, 돌아가면서 감상평부터 들어 봅시다.”


가스파르의 글이 더 길고 생생하게 기록되었다고 평하는 말,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인간이 달에 도착해서 걷는다는 내용, 기독교 문명의 위세가 꺾이고 아직 들어보지도 못한 미국, 중국, 러시아라는 왕국이 영향력을 넓혀간다는 내용, 아직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에 관한 내용 등등. 특히, 살뱅의 예언은 2053년까지 다룬다는 점이었다. 무려 가스파르보다 30년이나 더욱 길다.




결국 기사단장이 표결에 붙인다. 3대 3으로 동수가 되자 의견을 밝히지 않았던 기사단장이 비록 글의 정제성이 떨어지지만 살뱅의 예언서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더 긴 기간을 다룬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리하여 가스파르가 쓴 예언서는 불에 태워진다.


소설의 무대는 다시 현생인 방갈로로 옮겨진다. 이곳은 예루살렘에서 서쪽으로 30킬로미터 떨어진 키부츠이다. 별안간 울려대는 사이랜, 폭발음과 함께 창문이 부서지고 벽까지 흔들거린다. 르네가 방문을 열고 나가자 사람들이 어디론가 황급히 뛰어가고 있다. 마침 메넬리크 학장이 르네에게 손짓을 한다. 이들은 콘크리트구조물로 향했다. 방공호이다. 이미 알렉상드르와 멜리사는 입장해 있었다.


메넬리크는 알아크사 모스크 지하에 무단 출입한 프랑스인들이 이곳 키부츠에 숨어 있다는 걸 헤즈볼라에게 정보를 제공한 탓에 지금 로켓탄들이 날라 들어왔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말하자면 1권 후반부에 르네, 알렉상드르, 멜리사 3인들은 마치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한 장면처럼 지하 성전에서 뭔가 실마리를 찾으려고 무단 침입했다가 스릴 넘치는 탈출극이 벌어졌던 일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후 메넬리크의 아내 오델리아가 이들 일행을 발견하고 찾아와서 여왕 꿀벌이 갇혀있는 오렌지색 반투명 밀랍 조각을 보여주면서 탄소 연대 측정을 통해 이 여왕 꿀벌이 12세기에 살았음이 밝혀졌다는 말과 함께 이 꿀벌은 현재 유리화 상태라는 것이었다. 동면 상태와 유사한 것이다. 어쩌면 여왕 꿀벌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는 믿기지 않는 설명이었다. 르네는 감격에 차 잠시 할 말을 잊는다. 그는 다시 화장실을 찾아 변기 뚜껑에 가부좌를 틀고 과거 여행에 들어간다.


살뱅이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보인다. 르네는 전생 체험을 통해 살뱅에게 2053년까지만 구술해주었는데, 다른 장이 또 있는 것이다. 족히 몇 페이지는 돼 보인다. 르네는 살뱅이 수정 중인 양피지를 어깨 너머로 내려다본다. 밤인 데다 방이 어두워 전체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앞머리 몇 글자만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마침내 그 순간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 심장이…….>


현관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자 살뱅이 황급히 예언서를 덮는다. 침입자였다. 어둠 속에서 긴 망토를 입고 나무로 만든 가면을 얼굴에 쓰고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의 검은 격렬하게 맞부딪힌다. 상대방의 검술 실력이 출중하다, 살뱅이 일격을 당해 손에서 그만 검을 놓치고 말았다. 검을 재차 잡으려는 순간 침입자는 검 손잡이로 살뱅의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엎어지자 예언서를 집어 들고 살뱅의 집에 불을 지른다.


연기 냄새를 맡고서 잠들었던 살뱅의 아내 드보라가 잠에서 깨 아래층으로 내려와 쓰러진 살뱅을 일으켜 세운다. 자초지종을 듣고선 단검 하나를 챙겨 즉각 도둑의 뒤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추격을 눈치 못채고 성 다미아노 교회 쪽으로 올라간다. 살뱅과 드보라도 안으로 들어간다. 인기척을 들은 사내는 등을 돌려 살뱅 부부를 향해 활을 겨눈다. 살뱅은 자신의 물건을 돌려달라고 말하면서 예언서로 놓여있는 테이블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사내의 활 시위는 살뱅의 심장 깊숙이 박힌다. 숨이 끊어진다.


다시 현생이다. 방공호 화장실에 앉아 있는 르네는 몸이 석상처럼 굳어 있다. 가슴을 짚고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본 후 심호흡을 한다. 바로 앞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여오자 르네는 정신이 번쩍 든다. 확신에 찬 의심이 생긴다. 살뱅의 살해범은 가스파르야.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간 르네는 명상 중인 알렉상드르의 멱살을 잡고 죽일 기세이다. 남자 3명이 다가와 겨우 뜯어 말렸다.


“당신이 쇠뇌로 나를 쐈어! 그걸로 나를 죽였어!”


알렉상드르가 자신은 그 사건 당시에 그 현장에 없었다며 적극 해명하자 르네는 디소 진정될 기미를 보인다. 이에 재차 멜리사가 아버지에게 이를 확인하고 다음에 세 사람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대화해보자고 말한다.


한편, 르네는 다시 전생을 찾아 들어간다. 이번에 보이는 사람은 17살의 에브라르인데, 식당에서 일하는 요리사이며 기사단에 음식을 배달왔다가 우연한 실수로 인해 기사단장 기욤 드 보죄의 눈에 들어 살뱅 드 비엔이 쓴 예언서를 지켜달라는 당부를 받는다.


나더러 이 예언서를 지키라고? 방금 기사단장한테 들은 얘기가 그의 가슴을 짓누른다.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이자 그가 포기하는 심정으로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단장에게 물어본다.


“이 예언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요?”


“미래에 벌어질 사건들이 아주 상세히 적혀 있다네. 아주 먼 미래, 정확히는…… 2101년의 일까지 말이야.”


끈질진 노크 소리로 인해 르네는 명상으로부터 나와 현실로 복귀했다. 알렉상들릐 코 고는 소리가 요란하다. 멜리사는 조용히 눈만 감고 있다. 르네는 스마트폰을 열어 메모를 시작한다. <에브라르 앙드리외. 아크레. 1291년 4월 14일> 필사본이 보관된 방과 성채 내부 구조까지 상세히 그린다. 갑자기 아크레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앞으로 르네 일행에게 어떤 일들이 닥칠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여왕벌 화석과 <꿀벌의 예언>은 진정 인류에게 무엇을 전하려는 것일까? 제3차 세계대전을 막을 방법이 예언서엔 들어 있는 것일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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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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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지고 인류 멸종의 위기가 닥친 30년 뒤의 지구를 목격한 르네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을 떠난다. 인류를 구할 방법이 적힌 고대의 예언서 <꿀벌의 예언>을 찾아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르네와 그 일행은 과연 예언서를 찾아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꿀벌의 예언>1권은 이렇게 시작된다. 때는 1099년 7월 15일, 장소는 유럽 어딘가에서 현재 공성전이 벌어지고 있다. 온 사방은 화염과 피와 함성, 그리고 군사들의 움직임으로 가득하다. 아마도 십자군 전쟁의 한 장면인 듯하다.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 사이에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8회에 걸쳐 감행한 대원정에 참여한 군사들이 바로 십자군이다. 소위 종교전쟁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실상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광기임에 틀림없다.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공성전攻城戰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전장터에서 유독 한 기사騎士가 안절부절하고 있다. 그의 투구 안으로 꿀벌 한 마리가 들어와 왱왱거리며 헤집고 날라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집을 떠나올 때 그의 어머니가 건네준 장미 향수 탓이었다. 지금 꿀벌은 이 기사를 꽃으로 착각한 것이다. 투구를 벗어 꿀벌을 쫓아내려는 순간, 성벽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면서 일제히 진격하라는 구령이 떨어짐에 따라 벌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던 차에 꿀벌도 위기를 느꼈는지 하나 뿐인 침을 기사의 눈꺼풀에 찔러 넣었던 것이다.




다시 장면이 바뀌어 센江에 떠 있는 유람선(초호화 여객선이 아니라 공연 목적으로 개조한 중고) 안의 450석 규모의 공연장이다. 저녁 공연자는 르네 톨레다노이며 오팔 에체고옌이 하프 연주로 분위기를 돕는다. 오늘밤 공연 테마는 시간 여행이며, 공연 전문 최면사인 르네는 관객들에게 최면을 건다. 참고로 르네는 서른세 살의 전직 역사 교사 출신인데, 지금 <미래의 나>를 시각화하는 중이다.


“지금부터 10분을 드릴 테니 각자의 미래와 대화를 나눠 보세요. 인생에 대한 조언을 구해 보세요. 여러분보다 경험이 아주 많은 사람이나까요...”


르네는 숫자 <30>이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 미래의 나를 만난다. 즉 르네 33이 르네 63을 대면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어떤 지혜가 필요한지 묻자 운동을 해서 복부 근육을 강화하라고 답한다.


“르네 33, 이번 짧은 방문에서 자네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게 있네. 우린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에는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 시간이 얼마 없군.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돌아가야지.”


이렇게 공연이 끝나갈 무렵 한 여성의 돌발적인 요청이 발생한다. 30년 뒤의 실제 세계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관객들을 고려할 때 도저히 이를 거절할 수 없어서 이 여성을 무대 위 빨간 의자로 소환했다. 새로운 볼거리가 생기자 관객들 모두 박수를 보낸다. 오팔은 손키스를 날리고 이에 용기를 얻은 르네는 처음 시도하는 일이지만 해보기로 한다. 이미 여성은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누워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세요. 30년 뒤 실제 세계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세요. 됐어요. 거기 가 있어요. 뭐가 보이죠?”


“파리예요. 샹젤리제 거리. 인파가 넘쳐요. 휴대폰 화면에 11시 30분, 날짜는 2053년 12월 25일이네요. 기온은 43.7도, 습도는 4퍼센트. 계절은 겨울인데 숨이 막힐 듯이 더워요. 신문 가판대 한 잡지 표지에 ‘이미 150억을 돌파한 세계 인구가 여전히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구는 감당해 낼 수 있을까?’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와요.”


이 여성의 이름은 베스파 로슈코프, 그녀가 자꾸 경련을 일으킴에 따라 현재로 복귀하는 카운트다운을 했음에도 이 유도를 거부하고 눈을 번쩍 뜬다. 혼이 나간 얼굴의 모습이다. 순간 몸을 일으키더니 맨발로 허둥지둥 출입구 쪽으로 뛰어간다. 기다리라는 외침도 소용이 없다. 그녀는 신호등도 무시하고 교차로를 뛰어 건너기 시작한다. <1백 퍼센트 수제 아카시아 벌꿀>이라는 광고 문구가 적힌 트럭이 경적과 함께 급정거한다. 비명 소리에 이어 둔탁한 충격음이 들려온다.


전생 체험이 아닌 미래 체험의 첫 시도는 그 대가가 너무나 컸다. 일주일 뒤 파리 경범 재판소에서 피해자 베스파 로슈코프의 변호인은 르네와 오팔을 사기꾼으로 재단하고 피해자는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못잔다고 피해를 호소한다. 검사 측 논고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판사는 징역 3개월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피해자에게 5만 유로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공연장을 영구 폐쇄하라고 판결내렸다.


이 많은 배상금을 처리하려면 두 사람은 새로운 일자리를 반드시 찾아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르내는 대학생 시절 자신을 무척 아껴주었던 소르본 대학의 논문 지고 교수 알렉상드르 랑주뱅을 찾아가 펜싱 결투로 강사 자리를 하나 꿰 찼고, 인생 동반자 오팔은 금연 최면 치료사에게 취직했다.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밤, 르네는 문듯 베스파 로슈코프가 봤다는 미래의 인구 폭발 시대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이에 그는 마치 요새처럼 안전하게 느껴지는 화장실 변기의 뚜껑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미래 속으로 들어간다. 르네 63을 만난다. 인구는 150억 명 그대로인데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상태였다. 노트북을 켜 생생한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사태의 발단은 꿀벌의 실종에 기인한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인간이 소비하는 식물의 80퍼센트가 꽃식물이네. 그리고 이 꽃식물의 80퍼센트가량의 수분을 담당하는 곤충이 바로 꿀벌이야. 그동안 꿀벌은 서서히 사라지는데 인구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던 거야. 인간이 직접 손으로 하거나 로봇을 이용한 수분이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그 결과가 신통치 않았지. 조그만 원인 하나가 결국 치명적인 결과를 낳아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이 급감했어. 그런 상태에서 기온까지 상승하니 곡물 생산은 더 줄어들었고. 지표면의 사막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물 부족이 심화되다 보니 관개수에 드는 비용이 너무 커져 농민들은 이용을 할 수가 없었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아메리카 국가들에서는 메뚜기 떼가 창궐해 농사를 망쳐 버렸어. 식량은 부족한데 인구가 많아지면 배고픔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건 필연적이고 불가역적이지. 지구상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들은 무자비한 방식으로 진압됐네.”


결국 식량 부족이 전쟁을 초래한 셈인데, 오래전부터 긴장이 팽배했던 서아시아에서 폭발했던 것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정확히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충돌이었다. 세계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한쪽은 러시아, 중국, 북한 등 이란 지지세력이고, 다른 쪽은 미국, 유럽, 이스라엘, 한국 등의 사우디 지지 진영이었는데 마침내 핵전쟁이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세계의 주요 도시는 대부분 파괴되었고 2053년 12월 말인 현재에도 한창 전쟁 중이었다.


르네 63이 속해 있는 한 지식인 그룹에서 이 재앙을 해결할 근본원인을 찾아냈다. 문제의 뿌리는 1960년대에 들어 제초제와 살충제를 대량 살포해서 대량 수확하는 현대식 농법 때문에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의 70퍼센트가 사라졌는데, 여기에 2004년부터 프랑스에 대량 유입된 등검은말벌의 등장으로 꿀벌에 치명상을 입혔던 것이다. 이같은 설명의 뒤에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이 해결책이라는 정보를 제공한다.


“ 아까 내가 한 지식인 그룹 얘기를 했었지. 그들이 사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최근 있었던 모임에서 어떤 책에 관한 얘기를 들었네. 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책이 있다더군. 내가 기억하는 건 제목뿐이야. <꿀벌의 예언>이라는.”


1권의 후반부엔 솔로몬 성전 지하의 탐사 장면이 나온다 역사학자 알렉상드르, 그의 딸 멜리사, 그리고 애제자 격인 르네 등 세 명이 펼치는 스토리는 마치 영화 <인디애니 존스>의 한 장면처럼 연상되기에 긴장감이 대단하다. 베르베르식 소설의 매력에 푹 빠지는 시간이었다.




#장편소설 #꿀벌의예언 #1권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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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셔먼 지음, 박영준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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