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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02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새해에도 행복한 독서생활 기대할게요.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 일본에서 찾은 소비 비즈니스 트렌드 5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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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 멈추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 소비자들의 행동과 심리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우리 옆에 있다. 바로 지난 30년간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일본이다. 지금 일본의 20대와 30대는 성장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40~50대 또한 1980년대 일본이 세계 경제를 선도했다든가, 세계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 중 33개가 일본 기업이었다는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책의 저자 정희선은 거의 10년 동안 일본 도쿄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생활하면서 소비 트렌드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소비 및 산업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달하는 일을 하는데 동시에 동아비즈니스리뷰, 패션포스트, 퍼블리 등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쓴다.


책은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선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란 질문에 대한 힌트를 찾아보며, 2장에선 일본의 Z세대는 어떠한 특징을 보이는지 살펴본다. 이어서 3장에선 고령화 사회와 관련된 트렌드를 살펴보고, 4장에선 기술의 발달이 제품 생산과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 5장에선 친환경 관련 비즈니스의 사례들에 주목한다.


저성장 시대


저성장, 고물가, 고환율 등은 2022년 하반기부터 경제신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들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었던 시간이 겨우 끝나나 싶더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재료값 상승,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고환율 등 다양한 경제적 요인이 서민들의 생활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의 경제 전망 또한 밝지만은 않다.


이미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며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동시에 출산율은 감소하고 고령화는 진행되고 있다. 구조적인 면에서도 앞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간의 가성비


공간의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집 안 용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기 오토바이를 제조하는 스타트업 아이코마ICOMA가 개발한 타타메루 바이크(타타메루는 ‘접다’라는 의미)는 이름이 의미하는 그대로 ‘접는 바이크’다.


(사진, 아이코마 오토바이)


도쿄에서는 자동차 및 오토바이를 주차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 자기 소유의 아파트에 거주해도 월 1만~3만 엔(약 10만~30만 원) 정도의 주차비를 따로 지불해야 할 정도로 바이크나 자동차를 보유하는 것은 비용적인 면에서 부담이 된다.

타타메루 바이크는 주차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이동수단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을 겨냥한 제품으로, 접으면 책상 밑에 들어갈 수 있는 여행용 가방 정도의 크기로 실내에 보관할 수 있다.


롤모델이 없는 세대


SNS로 연결되고 일상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Z세대는 자신의 캐릭터에 관해 항상 의식하는 세대다. 그 때문에 물건을 구매할 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상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D2C 브랜드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개성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행동을 통해 Z세대는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의 하나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자신이 이야기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가’를 의식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D2C :제조업체가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판매


단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 그 영역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지식 혹은 스토리의 인풋을 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제품이 사용감이나 기능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제품의 철학, 문화 등에 대해 소비자들이 학습할 수 있는 체험을 디자인하는 것 또한 중요해질 것이다.


인지기능을 서포트하는 식품


치매는 발병하기 2~3년 전부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경도인지기능장애’라고 불리는 건망증과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 경도인지기능장애는 조기 발견하면 정상으로 되돌리거나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진, 인지기능 서포트 식품)


치매 및 치매 관련 치료제,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이 방송에서 자주 보도되면서 인지기능 향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기능성 식품과 마찬가지로 따로 시간을 내거나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일상에서 섭취하는 제품으로 인지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DX로 팔릴 만한 상품을 만든다


이 외에도 최근 많은 일본의 소비재 업체들이 빅데이터, AI 기술을 활용하며 상품개발과 생산현장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치약, 음료, 식품과 같은 생활용품은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 일본의 소비자들은 1엔의 가격 인상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이에 따라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취한다. 소비 수준이 높아져만 가는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기업은 지속적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있어 디지털 기술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남은 음식을 구출하다


온라인 몰 쿠라다시는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식품 중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수비자들에게 판매한다. 쿠라다시가 등장하기 전에도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인수해 판매하는 업체는 다수 존재했다.


(사진, 쿠라다시 쇼핑몰)


하지만 대부분은 매장이나 인터넷 할인점에서 팔아 치우고 그래도 남으면 결국 식품을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쿠라다시는 판매 가격의 일부를 기부한다는 점, 그리고 정확한 가격 책정을 통해 상품을 남기지 않아 폐기물을 제로로 만든다는 점에서 제조자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경영 #비즈니스인사이트 #도쿄트렌드인사이트 #정희선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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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상고사 - 대한민국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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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천 년간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역사가는 신채호였다. ‘1천 년간’이란 표현을 사용해도 조금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은 지난 1천 년간 역사학계가 숨기고 감춘 진실을 그가 소리 높여 외쳤기 때문이다. 평생 역사 연구와 독립운동을 하며 지독한 가난에 찌들어 살다가 여순형무소(뤼순형무소)에서 뇌출혈로 초라하게 사망했지만, 그의 외침은 지난 1천 년간 이 땅에서 나온 가장 인상적인 외침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 <조선상고사>는 민족주의 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 선생(1880~1936년)이 10년 실형을 받고 감옥에 투옥된 지 3년째인 1931년 6월부터 <조선일보>에 <조선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엮은 것이다.


총 10편으로 구성된 책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는 그의 역사관을 시작으로 대단군조선, 삼조선, 부여의 시대를 설명한다. 이는 단군, 기자, 위만, 삼국이라는 기존의 역사인식 체계를 대신하는 역사인식인 셈이다. 또 김부식의 <삼국사기>와는 달리 한민족韓民族 전체 관점에서 고구려·백제·가야·신라의 역사를 서술한다.


역사의 정의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적으로 전개되고 공간적으로 펼쳐지는 정신적(心的) 활동 상태에 관한 기록이다. 세계사는 세계 인류가 그렇게 되어온 상태에 관한 기록이고, 조선사는 조선 민족이 그렇게 되어온 상태에 관한 기록이다.


무엇을 ‘아’라 하고 무엇을 ‘비아’라 하는가? 깊이 파고들 것 없이 쉽게 말하면, 주관적 입장에 선 쪽이 ‘아’이고 그 이외는 ‘비아’다. 조선사람은 조선을 ‘아’라고 하고, 영국·러시아·프랑스·미국을 ‘비아’라고 한다. 반대로 영국 등은 자신들을 ‘아’, 조선을 ‘비아’라고 할 것이다.


조선 민족의 구별


고대 동아시아 종족은 우랄 어족중국 어족의 두 파派로 나뉘었다. 한족 · 묘족 · 요족 등은 후자에, 조선 민족 · 흉노족 등은 전자에 속한다. 조선 민족이 분화하여 조선 · 선비 · 여진 · 몽골 · 퉁구스 등이 되고, 흉노족이 분화하여 돌궐(신강족) · 헝가리 · 터키 · 핀란드 등이 되었다.


오늘날 몽골 · 만주 · 터키 · 조선 4개 민족 간에는 유사한 어휘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는 몽골제국 시대에 상호 작용이 많았던 탓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고대사를 보면, 조선과 흉노의 인명 · 지명 · 관직명이 동일한 경우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이들이 상고 시대에 동일한 어족이었음을 증명하는 셈이다.


조선 민족의 동진東進


인류의 발상지를 두고 파미르고원이라는 설몽골초원이라는 설이 있지만, 아직까지 이 문제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조선 민족이 어딘가에서 동진을 해왔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우리 고어에선 왕의 성씨를 해解라고도 하고 왕의 칭호를 ‘불구래弗矩內’라고도 했다.


해解는 태양이란 뜻에서 나온 것이고, ‘불구래’란 칭호는 태양의 빛이 붉다는 데서 나온 것이다. 천국을 환국桓國이라 한 것은 광명처럼 환하다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처음에 조선 민족은 서쪽 파미르고원이나 몽골 등지에서 광명의 본원지를 찾아 동진東進을 해왔다. 이들은 불함산(백두산)을 광명신이 거처하는 곳으로 생각하고 이 부근을 ‘조선’이라고 불렀다. 조선이란 말은 광명을 의미하는 고어古語에서 나왔는데, 이를 후대에 조선朝鮮이라 표기하게 되었다.


대大단군왕검의 건국


조선 민족이 여러 아리라(강江 유역)에 분포하면서 이들 사이에 공통적인 신앙이 유행했다. 이른바 단군 신앙이다. 조선 민족은 우주의 광명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고, 태백산 수림樹林을 광명신의 근거지로 생각했다. 이후 번성한 인구가 각지로 퍼져나가자, 각 집단은 자신들의 거주지 부근에 태백산 수림을 모방한 수림을 조성하고 이를 ‘수두’라 불렀다. 수두는 신단神檀이란 뜻이다. 해마다 5월과 10월에 수두에서 제사를 지냈다. 이때 한 명을 뽑아 제주祭主로 삼았다.


제주를 수두의 중앙에 앉히고 ‘하느님’, ‘천신’이라 부르며 제사를 올렸다. 소를 잡아 수두에서 제사하고 소의 발굽으로 길흉을 점쳤다. 발굽이 갈라져 있으면 흉하고, 붙어 있으면 길하다고 생각했다. 중국의 팔괘에 나오는 음획과 양획의 기원이 바로 이것이다.


수두를 받는 부락들은 연합하여 외세의 침입에 항거했으며, 이때 가장 큰 공을 세운 부락의 수두를 최고의 수두로 숭배했다. 이를 신수두라 불렀으며, 다른 수두들은 그 휘하에 속했다. 삼한 역사에 나오는 소도가 바로 수두이다. 단군은 ‘수두 하느님’의 의역이다.


(사진, 은나라와 한민족)


평양의 옛 이름은 왕검성이다. 신라 <선사仙史>(화랑의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에선 “평양은 신선인 왕검의 땅”이라 했고, 북위 역사서인 <위서魏書>에선 “2천 년 전에 단군왕검이 있었는데 아사달에 나라를 세우고 국호를 조선이라 했다”고 했다. 왕검은 ‘임금’이란 뜻이며, 고대 조선에선 단군왕검을 종교적 교주로 신봉했다는 말이다.


기원전 10세기경부터 대략 오륙백 년간은 대단군 조선의 전성시대였다. 기원전 5,6세기경에는 불리지弗離支란 인물이 조선 군대를 통솔하고 오늘날의 하북 · 산서 · 산동성 등을 정복했다. 그는 산서성 대현 부근에 국가를 세우고 불리지국이라 명명했다. <주서>의 불령지弗令支와 <사기>의 리지離支는 바로 이 불리지국을 가리킨다. 상고 시대엔 산동반도와 요동반도가 육지로 연결되어 있어서 발해는 큰 호수였다. 불리지는 산동을 정복한 뒤 발해를 중심으로 상업을 진흥시켰다.


기원전 7세기 말에 조선은 고죽국을 통해 불리지국과 연합하여 연나라와 진晉나라를 정벌했다. 그러자 연과 진은 제나라에 도움을 요청했다. 제나라 군주 환공은 명재상 관중과 명장 성보의 보좌를 받아 당시 중국을 제패하고 있었기에 조나라 · 위나라 · 허나라 · 노나라 등의 10여 국가를 이끌고 연나라를 구출했다. 이리하여 조선은 군대를 철수하고 불리지 땅을 잃었다. 그래서 공자는 “관중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피발披髮을 하고 좌임左袵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피발은 조선에서 머리를 뒤로 묶어 길게 땋는 것을 말하고, 좌임은 조선에서 왼쪽으로 옷을 여미는 것을 말한다. 비록 과장이 심하긴 하지만 이 전쟁의 결과는 <관자>에 기록되어 있다. 아무튼 조선은 서북 지방을 잃고 장기간 침체에 빠진 것은 사실이다.


기존의 학교 역사는 단군의 역사를 거의 신화 수준으로 가르쳤다. 하지만 중국 <위서>에 기록된 것처럼 , 고구려 건국 이전 2천년이 단군왕검의 원년이다. 아사달은 어디일까? 신채호 선생은 현재 하얼빈의 완달산을 가리키며, 이곳은 북부여의 고토古土로 단군왕검의 상경上京이었다고 말한다. 안시성 유적인 아리티가 중경, 지금의 평양은 남경이었다.


삼조선의 명칭 유래


기존 역사서에서는 삼조선 분립 사실을 빠뜨렸을 뿐 아니라 삼조선이란 용어를 단군 · 기자 · 위만의 세 왕조로 잘못 해석했다. 삼조선은 신 · 불 · 말, 세 한韓이 분립한 것으로, 신한은 대왕大王이고 불한과 말한은 부왕副王이었다. 삼한이 삼경에 각각 주재하며 조선을 통치했다. 신한 · 말한 · 불한은 이두로 진한 · 마한 · 변한이라 표기됐고, 신조선 · 말조선 · 불조선은 이두로 진조선 · 막조선 ·번조선으로 표기됐다.


신조선왕 모갑은 오늘날의 동몽골 지역을 공격, 선비족을 정벌하고 연나라를 공격해 현재의 하북성 친황다오시, 북경 부근, 산서성 대동부 등지를 모두 차지함으로써 불리지 때의 고토를 회복했다. 이에 두려운 연나라왕은 신조선에 매년 조공을 바쳤다. 하지만 후계왕 모을은 연나라 진개 장군의 공격을 받아 많은 영토를 빼앗겼다. 이후 신조선의 모정왕은상곡, 어양 등자를 회복하고 동몽골 일대의 선비족을 복속시켜 국위를 회복했지만 흉노족 연제모돈의 난을 만나 국력이 쇠약해지고 말았다.


불조선은 신조선과 연합했다가 연나라에 패해 요동, 요서, 우북평 일대를 잃었다. 기원전 200년에 왕위에 오른 기준은 투항했던 위만의 배신으로 인해 도성인 왕검성을 버리고 잔여병력으로 바다 건너 월지국을 습격해 왕위를 찬탈했지만 마한 여러 나라 연합군에게 멸망당하고 말았다.


말조선의 초기 도읍지는 평양이었다. 말조선은 이후 국호를 말한(마한)으로 변경하고 월지국(현재의 공주 인근으로 추정)으로 천도했다가 불조선왕 기준에게 멸망당했다.


고구려의 발흥


고구려 시조는 주몽이다. 추모왕으로 불린 그는 타고난 용력과 탁월한 활쏘기 솜씨를 지녔으며, 과부 소서노의 재산을 발판으로 호걸들을 불러 모았다. 왕검 이래의 신화를 교묘히 이용하여 난생 신화를 만들어 고구려를 건국했을 뿐 아니라, 안으로는 열국의 신뢰를 받아 조선을 정신적으로 통일하고 밖으로는 자신의 영웅담을 중국 각지에 전파하여 중국 제왕과 인민들이 자신을 교주로 숭배하도록 만들었다.


전성시대의 고구려는 요동을 차지한 뒤, 지금의 개평현 동북쪽 약 70리에 환도성丸都城(제1환도성)을 수축하고 서쪽 경영의 거점으로 삼는 한편, 국내성 · 졸본성과 함께 삼경三京으로 삼았다. 환도성의 위치에 대해 후세인들의 논쟁이 많았는데, 신채호 선생은 환도성이 3개나 있었는데 이를 구별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고구려 광개토태왕


광개토태왕은 지금의 개평 부근에 있었던 제5도읍인 안시성으로 천도한 뒤, 선비족 모용씨와 10여 년간 전쟁하면서 항상 상대의 허점을 이용해 선비족 군대를 기습적으로 격파했다. 요동 땅에서부터 지금의 영평부인 요서까지 차지하니, 불패의 명장으로 불리던 후연왕 모용수도 패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를 이은 후연왕 성盛과 희熙 같은 중국 역사상의 대大 영웅들도 다들 꺾이고 말았다. 그래서 그들은 수천 리의 영토를 고구려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광개토경평안호태왕은 그 존호처럼 광대한 영토를 개척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의 사관들은 외부와의 전쟁에서 패한 사실을 숨기는 습성이 있어서 항상 후연이 승리한 것처럼 기록했다고 한다.


(사진, 중국 사관들의 습성)


고구려 vs 수나라


통상 세력과 세력이 만나면 충돌하기 마련이다. 고대 동아시아의 패권은 고구려와 중국의 수나라 간에서 전쟁으로 나타났다. 서기 597년(고구려 영양왕 8년), 수나라의 문제는 중국을 통일한 지 9년이었다. 계속된 풍년과 풍족한 군비軍備로 자만심이 가득했던 수나라는 모욕적인 서한을 고구려에 보냈다.


(사진, 을지문덕전)


을지문덕 장군은 수나라 군대의 약점을 탐지하고자 항복 사신이 되어 수나라 진영에 들어가 내부를 살피고 돌아왔다. 이때 우문술 등의 부대에서 굶주린 기색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후 수나라 군대를 유인할 목적으로 접전을 벌이다가 거짓으로 도망가는 척했다. 이에 우문술 등은 매우 기뻐했다. 이러는 사이 수나라군은 살수(현재의 청천강)를 건너 평양성까지 당도했다.


성 안은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 이후 우문술은 정예병을 이끌고 공격을 개시했다가 화살과 돌멩이가 비오듯 쏟아지자 철군을 시작했다. 살수에 도착하니 배가 한 척도 없자 얕은 강물임을 확인하고 건너기 시작했다. 수나라 군대가 강의 중간에 도착하기 전에 상류에서 모래주머니를 무너뜨렸다. 그러자 물이 거세게 밀고 내려왔다.


이런 상태에서 을지문덕 부대가 후미를 습격했다. 수나라 군인들은 칼과 활에 맞아 죽거나 물에 빠져 죽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하루 낮과 하룻밤 동안 450리를 달려 압록강에 도착한 후에 강을 건너 달아났다. 30만이 넘었던 우문술의 군대는 겨우 2700명만 생존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살수대첩’이다.


고구려 vs 당나라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에게 대패한 수나라는 국력의 쇠퇴로 결국 패망하고 만다. 이후 새로운 왕조 당나라가 들어서고, 당은 약 20년 간 전쟁 준비를 한 후 당나라 대군들은 고구려 땅으로 침입했다. 당시 양만춘이 이끄는 안시성을 빼앗은 다음 곧바로 평양을 습격한다는 전쟁 계획을 수립했지만 수성전을 펼치는 안시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양만춘의 결사대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었다. 당시 안시성 전투는 고대 동아시아의 역사적인 전쟁이었다.


양만춘이 쏜 독화살이 당태종의 눈에 명중되어 결국 당나라는 철군을 결정한다. 당태종은 ‘요동 전쟁을 그만 두라’는 유훈을 남기고 죽는다.


(사진, 김부식)


연개소문은 봉건 세습적인 호족 공화제를 타파하고 정권을 한 곳에 집중함으로써 분권적인 국면을 통일적인 상태로 바꾸었다. 또 반대파는 군주든 호족이든 불문하고 죄다 소탕했다. 그는 영류왕을 비롯해서 수백 명의 관료들을 주살했다. 또한 침략한 당태종을 격파했을 뿐 아니라, 이를 추격하여 중국 전역을 진동시켰다. 그는 혁명가의 기백을 가지는 데 그치지 않고, 혁명의 능력과 지략까지 갖추었다고 봐야 한다.


#신채호 #조선상고사 #한국사 #고대사 #역사 #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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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이 쓴 불후의 명저 는 소위 ‘전설의 시대’부터 기원 전 2세기(한나라 무제武帝)까지 2천 년이 넘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총 130권에 달하는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아래와 같이 나뉜다.


본기本紀~ 오제五帝부터 시작해 한漢나라 무제까지 제왕의 계보와 사적을 수록


표表~ 본기에 나오는 여러 제왕과 제후들의 흥망을 기록한 연표


서書~ 역법曆法·천문天文·법제法制·예법禮法·경제經濟·치수공사 등을 기록


세가世家~ 나라별로 제후의 계보와 사적을 기록, 특별히 공자도 포함하고 있다.


열전列傳~ 정치가·군인·학자 등부터 거리의 인물까지 개인사를 기술




왜 지금도 한참 오래 전에 쓰여진 중국의 역사책을 여전히 한국의 현대인, 특히 직장인들이 많이 읽는지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내가 이 책을 즐겨 읽는 데는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인간 심리와 인간 정신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물정이 각박해지면서 갈수록 의협심이 사라지는 시대를 우린 살고 있는 듯하다. 좋게 생각하면 남의 일에 상관하지 않겠다는 보신保身에 치우진 바 있겠지만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정의라는 개념은 아랑곳않고 그저 권력에 빌붙어 자기 이속만을 챙기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좀팽이들만 늘어나는 것 같다. 특히, 정치판은 이런 현상이 심하디 심하다.


<사기>의 ‘유협 열전’遊俠列傳에는 의협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나온다. 유협이란 말은 사마천이 처음 사용한 말이다. 중국에선 전쟁으로 온통 어지러웠던 전국 시대(기원전 5세기)부터 한漢나라 초기(기원전 1세기)까지 이들 유협의 무리가 당시 사회에 막강한 힘을 떨쳤다.


유협의 무리는 법보다 칼이나 주먹이 앞서는 무뢰배일지라도 ‘의협 정신’만은 그 누구보다 확고했다. 이 정신은 ‘내 몸의 위험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곤경에서 구한다’는 것이다. 2001년 1월,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임에도 몸을 내던져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고 접근하는 열차를 못 피해 죽음에 이른 유학생 이수현(고려대 무역학과 휴학, 당시 26세)의 행동에 대해 일본인들은 ‘의인’義人이라고 칭송했었다. 당시 지하철 역사 안엔 많은 일본인들이 있었음에도 아무도 이에 반응하지 않았기에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그렇다. 법으로 제정한 윤리는 체제의 질서를 중시함에 비해 야野의 윤리는 인간성의 결합을 중시한다. 의협 정신은 권력이나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인간관계에 의한 것이다. ‘이권 카르텔’을 누리고자 파벌로 뭉치는 정치 패거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가朱家는 노나라 사람으로 한나라 고조(유방)와 동시댕에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협객으로 이름을 떨쳤는데, 위험에 빠진 사람을 숨겨주어 목숨을 건진 사람이 수백 명이었다고 알려진다. 그는 신분이 낮은 사람부터 도왔기에 집안엔 남은 재산이 별로 없었다. 유협 열전엔 ‘주가가 패전의 장군 계포를 구했다’고 적혀 있다.


이 내용은 <계포난포 열전>에 상세히 적혀 있다. 의리남으로 유명했던 계포는 항우에 의해 초나라의 장군에 임명되었다. 그는 전투에서 유방을 여러 차례 곤경에 빠뜨렸다. 이에 항우를 물리친 유방은 계포 머리에 현상금을 내걸었다.


계포는 당시 복양의 한 집에 숨어 지내다가 집 주인장의 권유로 노예로 변장하여 다른 노예들과 함께 노나라의 협객 주가朱家에 팔렸다. 주가는 계포임을 알면서도 그를 노예로 사서 농사일을 시켰다. 게다가 자신의 아들에게 “결코 소홀히 대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이후 주가는 낙양으로 가서 하우영을 방문해서 “계포가 항우를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은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 것일 뿐, 이제 천하가 안정되었는데도 아직 사사로운 원한 때문에 한 사람의 목숨을 쫓는 것은 소인배나 할 짓”이라며 한의 고조에게 이를 꼭 전하라고 부탁한다. 마침내 이 말이 전해지고 계포에게 사면령이 내려졌으며, 후에 고조를 만나 용서를 구한 계포는 고조의 시종이 되었다.


(사진, 사마천의 계포 인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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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크린을 넘어 스토리가 되다
허은.이은숙.정영희 지음 / 조윤커뮤니케이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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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여성들에겐 대체로 나이가 차면 결혼하고 아이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전통적인 가족 형태와 기능이 빠르게 해체되어 가면서 가족의 실질적인 본딩 역할을 담당하던 여자들이 변화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미디어 연구자, 드라마 연구자, 그리고 여성지 편집장 등 세 명의 필자가 모여 K드라마, 여성 영화, 예능, 팟캐스트, 웹툰 등 여러 장르에 걸쳐 여성의 모습이 어떠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에 관해 주요 작품의 분석을 통해 살펴본 대중문화 비평서이다.


장르별로 작품을 분석하거나 페미니즘 이론을 적용한 전문 비평은 아니지만 미디어가 담아내는 여성의 모습을 여성주의 시각에서 살펴봄으로써 이 시대를 관통하는 주체적인 여성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이해하고자 했다. 나아가 미디어에 노출된 여성주의 시선을 확대, 재생산하는 효과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책은 크게 여성의 캐릭터, 몸, 연대, 모성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1장(캐릭터)은 개혁적인 여성 캐릭터 내용을, 2장(몸)은 대중문화 속에서 당당하게 스스로를 표현하는 여성의 몸을, 3장(연대)은 여성 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연대 앃기를, 4장(모성)은 과거와 많이 달라진 능동적이면서 자유 의지를 지닌 모성을 각각 주제로 다룬다.


여성의 캐릭터


가부장제 사회에서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던 기존의 여성들과 달리 스스로 욕망하고 성취하는 여자들이 드라마의 주인공 또는 주역으로 등장했다. 먼저 2022년 12월 초에 종영한 16부작 K드라마 <슈롭>에선 가장 바쁘고 유능한 조선시대 워킹맘 ‘중전’(김혜수가 연기)를 통해 주체적인 여성을 재발견하도록 한다.


(사진, 옷소매 붉은 끝동1)


또 왕과 궁녀의 사랑 스토리를 담은 퓨전 사극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2021년)은 조선 22대 왕 정조와 궁녀 덕임 간의 로맨스도 주요한 내용이지만, 남성 위주의 조선시대에서 비천한 신분의 한 여성이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서사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즉 덕임은 비록 궁녀라는 하찮은 신분임에도 주체적인 삶을 원했기에 열심히 일하고 동료들과 우정을 쌓으며 스스로 자신을 책임지는 인생을 추구했다. 이는 기존의 사극에서 보여주었던, 왕의 승은承恩을 입고 졸지에 신분상승함을 목표로 삼았던 궁녀와는 매우 다른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사진. 옷소매2)


2022년 방송된 드라마 중 단연 돋보였던 수작秀作은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다. 주인공인 우 변호사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녔다. 기존의 드라마에선 미혼모가 온갖 고생을 겪으며 아이를 키우고 반대로 애인을 버린 남자는 성공대열에 합류한다. 세월이 한참 흘러 우연히 마주치는 게 전형적인 스토리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정반대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귀던 애인에게 버림받고 졸지에 미혼부가 된 영우의 아버지는 고시 공부를 포기하고 자폐증세를 보이는 딸의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한다. 반면 갓난아기를 매정하게 버린 생모는 법무부 장관 후보로 물망에 오를 정도로 성공한다.


여성의 몸


대중문화가 여성의 몸을 담아내는 방식은 페미니즘 연구자들의 주요 논제 중 하나였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몸을 생물학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 특성과 의미가 투영된 사회적 산물이라고 보았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몸은 개인의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통제되었다. 여성들의 외모가 실력보다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평생 다이어트와 외모 가꾸기에 시달려야 했다.


여성의 몸은 응시의 대상, 즉 바라보는 사람의 것으로 여겨졌다. 물론 그 주체는 남성이었다. 그래서 대중매체는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었다. 동안과 풍만한 몸매의 ‘베이글녀’까지 등장시켰다. 그러다가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귀엽고 사랑스런 모습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되었다.


(사진, 골때녀)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여자 축구인들이 축구에 몰입하면서 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 예능 프로그램이다. 스스로 운동선수에 걸맞는 몸을 만들어 활동했다. 고대 스파르타 여성들도 그러했듯 강한 몸과 체력이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사진, 스우파)


또 <스트릿 우먼 파이터> 전사들이 무대를 압도하는 모습은 당당하게 섹시한 게 뭔지 알려준다. 섹시함은 보는 이를 위한 게 아니라 춤의 한 표현 방식이다. 노출이 심한 옷도 오직 그 춤을 위한 기능적인 복장일 뿐이다. 여성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내는 불편한 카메라 앵글 대신 파워풀하고 당당한 섹시로 무대를 장악한다. 자유로운 그들에게 여성이 더 환호한다.


연대(함께 성장)


기존의 대중문화 속에 비춰지는 우정은 대부분 남성의 것이었다. 이젠 여성의 성취가 높아지고 영향력 또한 커지면서 여성들의 우정에 대한 택스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성들 간의 우정과 친구 관계가 극劇의 메인으로 전개된다.



(사진, 서른아홉1,2)


죽마고우라는 사자성어를 우린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말엔 은연중 남성 편향성이 내포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말타기와 전쟁은 남성적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 편향성에 도전한 드라마 <서른 아홉>(JTBC, 2022년 12부작)은 우정이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여성들의 섬세한 우정을 소개한다. 친구의 부모도 내 부모와 마찬가지고, 가족을 부탁할 수 있고, 죽음 이후를 챙길 수 있는 관계는 남성의 독점물이 아니라는 점을 말한다.


‘사소한 고민부터 무거운 고민까지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는 비밀보장 상담소’를 표방하며 개그우먼 송은이와 김숙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예능 방송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은 수많은 전체 팟캐스트 중에서도 10위권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제작을 담당하는 ‘컨텐츠랩 비보’는 송은이가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이다.


성공의 가장 큰 지분은 두 개그우먼의 몫이다. 송은이의 탁월한 기획력과 성실성, 김숙의 독특한 세계관과 진행능력이 만나서 시너지를 발휘한 셈이다. 또 이들의 폭넓은 인맥 네트워크는 고민상담실의 각종 전문가 섭외와 재미를 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비밀보장>의 주된 청취층인 젊은 여성들은 약자의 입장인 확률이 높다. 인생살이에 경험 부족한 이들에게 친구처럼 그들의 고민을 공감해주며 해답을 제시하려 노력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서사가 중심이 된 예능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모성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모성’은 ‘여성이 어머니로서 발현하는 본성’이다. 여성은 ‘모성애’라는 생물학적, 태생적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통념과 연결된다.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에게도 잠재적인 어머니로서 돌봄이 미흡할 경우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모성 관념에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서구의 여성주의자였다. 1960 말~1970 초에 이들은 ‘모성은 여성의 타고난 본능이 아니며 사회적 산물임’을 거론하며 모성신화의 허구를 지적했던 것이다. 심지어 1980년대에 들어선 어머니가 되지 않을 권리로까지 확장시켰다.


tvN 16부작 드라마 <마더>(2018년)는 기존의 모성에 대한 서사 관습을 깨고 모성은 여성의 의무가 아니라 주체적인 선택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버려진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수진(이보영이 연기)은 보육원에 봉사활동 나온 톱배우 차영신(이혜영이 연기)에게 입양된다.


(사진, 모성)


영신의 사랑 속에 훌륭한 조류학자로 성장했지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수진은 아이슬란드 연구소로 떠나기 전 한 초등학교 임시교사로 일하던 중, 학대받은 흔적이 역력한 혜나를 데리고 마을을 떠난다. 혜나의 친모 자영은 납치 신고를 하고, 이 두사람은 도망자 신세가 된다. 결국 수진은 체포되어 실형 선고를 받고 2년 동안 혜나에게 접근 금지를 받는다. 이후 두 사람은 정식 입양을 통해 모녀 사이가 된다.


이 드라마는 출산 여부와 상관없이 한 생명과 나의 관계가 모성애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즉 생물학적 관계와 무관하게 서로가 서로의 삶에 의미가 되는 과정에서 단단해지는 모성을 보여준다. 낳지 않아도 내가 키웠으면 내 친딸이라는 영신은 화려한 배우로 살았지만 자신의 삶을 채우는 건 부, 명예, 인기가 아닌 온전한 사랑을 주고받는 단단한 관계임을 모성이라는 틀에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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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1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