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과거와 달리 캘린더를 제작하는 기업들이 많이 줄었다.

거래하는 은행에 들러 캘린더를 얻으려 했더니 워낙 소량 생산이라 이미 다 출고되어 재고가 없다고 했다.

이제 남은 곳은 우체국인데, 집에서 가까운 우체국을 검색해보니

화전동우체국으로 지도상엔 5.6킬로미터 거리라고 나온다.

그래서 작년에 구입했던 허영만 식객 달력을 올해에도 인터넷서점에 주문했다.





식객食客 캘린더 겉표지






1월은 육회 3종 세트를 실었다. 허영만 화백의 그림과 함께 추천 레시피도 설명하고 있다.


2월 ~대구 내장젓

3월 ~ 된장찌개

4월 ~ 비빔국수

5월 ~ 갑오징어

6월 ~보리밥

7월 ~비단멍게

8월 ~오이소박이

9월 ~전어회무침

10월 ~한방차 황기맥문동차

11월 ~흙돼지구이

12월 ~어묵과 오뎅


♥휴가 때 이용하라고 이런 페이지도 있다.




#캘린더 #2024캘린더 #탁상용 #식객캘린더 #허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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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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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부딪고 깨어지는 누군가의 희생이나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남의 아픔을 보고 펑펑 울어도 보는 삶, 머리로 대충 아는 것이 아니라 몸 깊숙한 어딘가에서부터 뻗어 나오는 절실함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은 주인공인 임승남의 삶을 소개하는 에세이다. 그는 전쟁고아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과 나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남대문 지하도에서 앵벌이, 절도 등으로 사회의 어두움 속에서 지내면서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거린 전과 7범이었다.


임승남이라는 이름은 삐뚤빼뚤한 선과 도형으로 시작되었다.(59쪽)


어느 날 공부를 한번 해볼까란 생각이 들어 연필을 깎아 ‘임승남’ 석 자를 제대로 써보고 싶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어려움에 봉착했다. 연필을 깎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깎은 연필로 ‘임’자를 쓰려 하자 연필심이 부러졌다. 재차 연필을 깎아 쓰면 또 부러지고 이러길 여러 차례 반복하자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꾹꾹 참아냈다. 교도소에서 아래와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손에 힘을 주자 말자.

종이와 친해지자.

연필과도 친해지자.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담장 모서리에 피어 있는 국화꽃 한 송이가 보였다.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음지에서 꽃망울 하나라도 피워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교도소에 있는 자신의 처지와 같다고 느껴졌다. 어쩌면 꽃 한 송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애만 쓰다가 끝날지도 모르는 처지이기에.


1976년 8월 8일 대전교도소를 출소한 후, 사회에서 제일 처음 한 일이 바로 막노동이었다. 당시 친구들이 살고 있는 성북동 산동네의 방에 얹혀 지내면서 그들과 함께 신길동 개천 콘크리트 치는 현장에 작업나갔다. 벽돌과 시멘트, 모래의 무게에 종일 짓눌린 탓에 녹초가 되어 밤새 끙끙대며 잠을 잤다.


“넌 노가다 체질은 아니지. 어떻게 된 놈이 잡일 좀 했다고 밤새 끙끙거리며 앓니? 우리가 너를 잡는 줄 알았다.”(118쪽)


주머니에 돈이 좀 생기자 저자는 교도소에서 알게 되었던 정 형을 만나 오랫만에 회포를 풀었는데, 그는 퇴계로 인근에 위치한 태극출판사를 다니고 있었다. 이후 연락도 하지 않은 채 돼지고기 두 근을 사들고 성남의 형 집에 직접 방문했더니 좀 놀라워 하는 눈치였다. 알고보니 중앙정보부의 감시하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그의 소개로 저자는 1976년 11월 초에 신당동에 위치한 태두출판사에 월급 3만 원의 영업 배본사원이 되었다.


이후 정 형이 근무하는 태극출판사 모임에 참석한 일이 계기가 되어 세종문화회관 뒤쪽에 위치한 평민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있어 이직하게 되었다. 건국대학교 출신들이 주축인 회사였는데, 민청학련 사건(1974년)으로 구속 후 출감한 이해찬이 회사의 편집부 차장이었다. 나중에 이해찬의 소개로 출판사 과학과인간사의 영업부장으로 옮겼다(1977년 말).


‘서당개 삼년이면 농풍월弄風月’이란 말이 있듯이, 저자도 출판계에 종사하다 보니 최인호의 <광장>,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 등과 같은 좋은 책들이 눈에 들어오자, 이를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는 그에게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제 그는 전태일을 만나게 된다. 물론 그날 그 현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유인물 배포로 10개월 징역을 살고 나온 서울대 철학과 출신 ‘창호’라는 하숙집 메이트를 통해 알게되었다. 전태일은 평화시장 내의 한 다락방에서 재단사 일을 하고 있었는데 열악한 작업 환경을 개선해 보려고 청와대에 탄원서를 보내기까지 했지만 도무지 개선의 여지가 없자 1970년 11월 13일 온몸에 기름을 붓고 화염에 쌓인 채 노동법을 끌어안고 분실자살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에 의해 사망한 지 몇 개월 지난 시점임에도 사회는 격변의 혼란기에 빠져 있었다. 1980년 1월 말, 몸 담았던 출판사 과학과인간사를 퇴직한 처지인 저자는 공장에 취업하려고 돌베개 출판사로 이해찬(하숙집에서 10개월 간 같은방에서 생활했음)을 찾아갔다. 그랬더니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양 공장은 나중에 가고, 우선 출판사가 위기라며 자기부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저자는 돌베개 출판사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독재자의 사망으로 서울의 봄이 찾아오나 했더니 김대중 내란죄가 불거지면서 이와 가까이 한 이해찬(서울대 복학생협의회 회장)은 대학생들의 데모를 주동한 우두머리로 신문에 대서특필되어 있었다. 이튿날 저자(당시 돌베개 부장으로 재직중)는 치안본부로부터 호출되었다. 이해찬 체포를 위해 은신처를 캘 목적이었다.


이후 재정난에 빠진 돌베개를 1981년 가을에 매각하려할 때 저자는 사무실 보증금 100만 원과 백색전화를 넘기는 조건으로 출판사를 인수했다. 어렵게 출판사를 꾸려가던 중 전태일과 관련된 원고를 읽고서 1983년 6월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부제, 전태일 평전)을 출간해 전국 서점에 배포했다.


그러나, 운동권의 시위주도와 친북 행적 작가와 종교인들로 인해 출판사엔 가히 폭탄급 조사들이 들이 닥쳤다. 이들 인사들과 가까이 지냈던 저자에게도 어두운 그림지가 드리웠던 것이다. 결국 그도 체포를 벗어날 길이 없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법정에 섰다. 1989년 8월3일에 진행되었던 법정에서의 최후진술의 한 부분을 소개하면서 서평을 마치려 한다.


‘저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깨닫고, 어둠 속에서 잠깐 빛났다가 사라지는 반딧불처럼 사회에 작은 보탬이나마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최후진술을 마치겠습니다.’


책에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사진, 뒷표지)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에세이 #이토록평범한이름이라도 #임승남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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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용돈으로 부자 될래요 : 용돈 관리 편 - 경제 체력이 쑥쑥 자라는 어린이 돈 공부 나도 용돈으로 부자 될래요
민선(에코마마) 지음, 김이주 그림, 박정호 감수 / 온더페이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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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만약 보물이 가득 숨어 있는 보물섬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 보물섬에 찾아가서 보물을 캐고 싶지 않나요? 여기서 잠깐! 여러분에게만 알려 주는 비밀이 있어요. 사실 이 책에는 9개의 보물이 숨어 있답니다. -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의 저자 민선(에코마마)는 LG전자에서의 11년간 직장생활을 거치는 과정에서 돈 관리를 잘 못해서 돈을 별로 모으지 못함에 따라 경제 공부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이후 다섯살 아들에게 경제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이런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교육 방법 노하우를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쉽게 배우는 어린이 경제교과서이다.


책은 총 2장으로 구성,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돈을 똑똑하게 쓰는 방법’을 큰 주제로 다루고 있다. 책의 특징으로는 자녀들의 경제 교육을 위한 ‘부모님 가이드’를 각 장 후반부에 포함하고 있으며, 자녀들을 위한 ‘보물찾기 활동’도 수록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경제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카툰(만화)을 삽입하고 있다.


(사진, 은행)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전수하라”


자녀들을 위한 교육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탈무드’를 머리에 떠올리게 된다. 이는 유대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온 율법, 전통적인 습관, 축제, 민간전승 등을 유대인 율법학자들이 책으로 집대성했는데, 책 속엔 지혜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이스라엘인들은 대대로 이를 통해 자녀들을 교육시킨 탓에 세계 경제계를 주름잡는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다. 우리도 이젠 자녀들에게 어릴 적부터 경제 교육을 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기에 이 도서가 주목을 끈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준다


책의 핵심 메세지는 ‘용돈관리’, 즉 용돈을 전부 다 쓰지 말고 모아야함을 강조하는 셈이다. 흔히 부모들은 자녀들의 저축 생활을 일깨우기 위해 돼지저금통을 마련해준다. 어린이들은 쓰다 남은 용돈과 동전 등을 저금통에 투입한다. 그런데, 쉽게 빼서 쓸수 있으므로 저축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들은 분실의 위험도 있고 해서 남는 돈을 대체로 은행에 맡긴다.


은행은 예금한 돈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기관이다. 공짜로 빌려주진 않는다. 빌려준 돈과 이자를 빌려준 사람에게서 함께 상환받는데, 그 이자 중 일부를 돈을 맡긴 사람에게 이자로 지급한다. 은행은 이런 사업을 통해 돈을 번다. 돈을 맡긴 사람에게 주는 이자보다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더 많은 이자를 받기 때문이다.


♥돈을 불리는 방법

저축으로 돈 불리기(정기예금, 정기적금, 보통예금 등)

투자로 돈 불리기(주식, 부동산, 귀금속, 미술 작품 등)


경제를 꾸준히 공부하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은행에 돈을 저축하면 이자가 안정적으로 생긴다. 더 큰 수익을 얻으려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를 하지만 이는 수익이 더 많은 대신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에 이같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평소에 꾸준히 경제 공부를 해야 한다.


경제동화 읽기

경제신문 읽기

텔레비전 뉴스 보기


(사진, 만화)


돈 관리


돈 관리의 시작은 숫자부터 친해져야 한다. 또 돈을 관리하려면 덧셈, 곱셈, 뺄셈, 나눗셈 등과 같은 계산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돈을 버는 것 이상으로 돈 관리가 중요하다. 아무리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많이 받아도 이를 함부로 쉽게 쓰다 보면 꼭 필요한 장난감을 살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산을 미리 계획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


예산을 짤 때 들어오는 돈뿐만 아니라 나갈 돈도 미리 계획해야 한다. 용돈을 받았으면 이번 주에는 어디에 사용할지 미리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요한 학용품이 있는지, 이번 주에 친구 생일이 있는지 등이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고, 필요한 물건과 금액을 예산에 적어 둬야 한다.


돈 관리 3단계

예산 짜기

나가는 돈 관리하기

내 돈 지키기(용돈 기입장)


용돈이 부족한 이유


왜 매번 용돈이 부족할까? 어린이들도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그렇다. 들어오는 돈보다 더 많이 지출하기 때문이다. 앞서 예산 짜기의 필요성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계획적으로 똑똑하게 용돈을 쓰지 않으면 당연히 부족한 일이 생긴다. 대표적인 유형은 아래와 같다.


구경하거나 광고를 보다가 물건을 산다(충동구매)

자랑하고 싶어서 물건을 산다(과시욕구)

유행하는 물건을 따라 산다(친구따라 강남가기)


그렇다. 돈을 쓰기 전에 꼭 확인한 후에 돈을 지출해야 용돈 부족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사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첫째로 꼭 필요한 물건인지, 그냥 사고 싶은 건지 생각해 보자. 둘째로 사려는 물건이 혹시 집에 있는지를 찾아본다. 셋째로 이번 주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을 확인해 본다.


기부하기


용돈 관리를 똑똑하게 하면 모인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도 있다. 즉 기부를 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이 돈으로 물품을 구입해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돈으로 기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품으로 기부할 수도 있다. 이같은 선한 행위를 자녀들이 본받게 하려면 부모님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다.


이화영기념관(서울 퇴계로)

김만덕기념관(제주도 제주시)

간송미술관(서울 성북구, 대구 올해 5월 개관 예정)

경주 최부자댁(경주시)


부모님 가이드엔 우리나라의 ‘착한 부자’와 관련해서 방문할 수 있는 기념관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박물관을 방문해서 착한 부자들의 기부 행위를 살펴봄으로써 이들의 존경스러운 행위를 자연스레 마음 속에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뒷표지)


#온더페이지 #나도용돈으로부자될래요 #에코마마 #어린이 #어린이경제 #경제교과서 #어린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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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0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시간되세요.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 - 콘텐츠 폭식의 시대 어떻게 승자가 될 것인가
데이드 헤이스.돈 흐미엘레프스키 지음, 이정민 옮김 / 알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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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넷플릭스와 그 뒤를 추격하는 여러 미디어 업체들 간에 벌어지는 한바탕 싸움을 들여야 본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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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이후의 세계 - 콘텐츠 폭식의 시대 어떻게 승자가 될 것인가
데이드 헤이스.돈 흐미엘레프스키 지음, 이정민 옮김 / 알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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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의 선두 주자인 넷플릭스는 대체 언제 TV라는 “정규” 사업에 뛰어들어 스포츠 생중계나 뉴스를 송출할 것인지 월스트리트와 언론의 오랜 추궁에 시달렸다. 공동 CEO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에서 이런 방송을 스트리밍할 의향이 있는지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일단 시청자들은 우리를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 인식합니다. 물론 당신이 말하는 볼거리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끝내주게 재미있는 건 아니죠.” - ‘서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엔터테인먼트위클리>의 선임기자를 역임했던 데이드 헤이스, 20여 년간 엔터테인먼트와 빅테크 분야를 취재해 왔던 돈 흐미엘레프스키 이 두 사람이 책의 공저자이다. 책은 새로운 기준이 된 넷플릭스, 전쟁의 서막, 쇼타임, 리더의 반격, 대중과의 만남, 회복을 찾아 등 순으로 총 6부에 걸쳐 앞서가는 넷플릭스와 이를 추격하는 후발업체들 간에 펼쳐지는 미디어 기업들의 끝나지 않는 한바탕의 싸움을 소개한다.


새로운 기준이 된 넷플릭스


핵심 사업을 DVD에서 스트리밍으로 전환하면서 넷플릭스의 추천방식 역시 진화했다. DVD 때는 고겍 평가에 기반해 추론했다면 스트리밍으로 넘어와서는 고객들이 어떤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찾아 맛보고 또 몰아보기를 하는지 실시간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었다.


게다가 넷플릭스가 우편 주문 시스템으로 빛을 못 보던 당시 영입한 인재들이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혁신할 기술적 역량을 선사했다. 헤이스팅스는 회사 설립 당시부터 이 순간을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초기 투자자이자 이사회 일원인 리처드 바턴은 2000년 초 헤이스팅스와 저녁 식사 중 넷플릭스의 DVD 대여 모델에 우려를 제기했던 일화를 기억했다.


“저는 ‘DVD라는 형태의 매체는 이제 사라질 게 분명해요. 시간문제란 게 명백해요. 결국 당신 회사도 막다른 골목에 부딪혀 끝장나고 말 거예요’라고 말했어요.”


이 말을 들은 헤이스팅스는 ‘나는 이걸 우편 DVD-플릭스라고 하지 않았어요. 넷플릭스라고 했죠.’라고 말했다. 그렇다. 그는 아주 멀리 볼 줄 알고, 상당히 큰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능력의 소유자였다.


넷플릭스는 이후 1년간 DVD 우편 배송 사업을 본 딴 서비스 구축에 매달렸다. 구독자들이 온라인에서 영화를 주문한 뒤 야간 동안 파일을 다운받아 가정 내 디스크에 저장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유튜브의 부상으로 소비자들이 당장 영상을 볼 수 있는 스트리밍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보류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가 2017년 1월 출시한 서비스 왓치나우는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인터넷 성능을 함계가지 밀어붙였기 때문에 화질이 좋을 리 없었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가 설치된 컴퓨터에서만 시청이 가능했다.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이 사업을 중간에 훔쳐갈 수도 있었다.


(사진, 넷플리스의 깃발 130개국에 나부낀다)


AOL 타임워너


2002년부터 2006년까지 AOL 의장 겸 CEO를 지낸 조너선 밀러는 여러 인수안을 제안했던 때를 회상했다. 만약 이 중 상당수가 승인되었다면 회사는 물론이고 미디어와 기술 산업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튜브가 등장한 2005년 말, 그는 샌프란시스코 포시즌스 호텔 바에서 유튜브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채드 헐리를 만났다. 사이트에 업로드된 동영상이 하키스틱 패턴으로 성장한다는 설명을 듣고서 곧장 적절한 금액대를 약 5억 5,000만 달러(7,150억 원)로 설정하고 행동에 돌입, 2006년 1월 타임워너 이사회에 유튜브 매입을 제안했지만 “꺼지라”는 말만 들었다. 당시 유튜브는 불법 동영상의 온상이라는 평판에도 불구하고 이 매입을 성사시키는 데 혈안이 돼 있었기에 몇 달 후 다시 한 번 이사회에 제안서를 가져갔다.


“그때는 모두가 유튜브를 고소할 생각뿐이었어요. 나는 고소하지 말고 매입하자. 우리가 거기서 최고의 콘텐츠를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호소했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안 돼’였다.


(사진, 유튜브 인수 비화)


월트디즈니컴퍼니


월트디즈니컴퍼니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연대기에 따르면 디즈니가 기술 역량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것은 스트리밍이 아직 등장조차 하지 않은 100여 년 전부터였다. 2005년 디즈니 CEO 밥 아이거는 애플과 두 건의 계약 체결을 통해 과감한 혁신의 시작을 알렸다. 첫 번째는 ABC TV 프로그램을 구입, 아이팟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애니메이션 선도기업 픽사를 인수하게 된 것이었다.


2005년 5월, 당시 디즈니-ABC텔레비전그룹의 사장 앤 스위니가 월요일 아침 스태프 회의에서 <위기의 주부들> 최종회를 무려 3천만 명이 시청했다는 희소식을 전하려 했다. 이에 앞서 ABC의 기술책임자 빈스 로버츠가 먼저 발언권을 얻어 5층 회의실의 DVD 플레이어에 조용히 디스크를 삽입한 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이 드라마의 출연진 에바 롱고리아, 테리 해처, 펠리시티 허프먼이 나타났다.


“내가 ‘빈스, 저건 최종회잖아요’라고 말하자 그가 이렇게 답했죠. ‘네, 방송이 나가고 15분 만에 온라인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었어요.’”


몇 년 후 스위니가 회상했다. “산통 다 깨졌죠…. 시청자 규모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뒤통수 맞았어요. 훨씬 많은 사람이 우리 작품을 봤지만 그만한 보상을 받지 못했고 그렇다고 광고주들에게 ‘이봐요, 사실우리에겐 1,000만 명의 시청자가 더 있어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한 입 거리 퀵바이트(퀴비)


드림웍스 전 CEO 제프리 캐천버그의 원대한 이상은 앨런앤드컴퍼니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첫 모습을 드러냈다. 이 여름 정기 회의엔 수많은 기술 및 미디어 계약에 관여하는 투자 은행이 주최함에 따라 많은 유력 인사들이 참가해 은밀하게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캐천버그는 스스로 “뉴TV”라고 명명한 휴대폰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자신의 비전을 내보였다. 요지는 헐리우드 스타의 영화 및 TV 프로그램을 7~10분 분량으로 휴대폰에서 감상하는 것이었다. 품질 기준을 높여 구독료가 아깝지 않는 숏폼 동영상을 고급화하려 했다.


3년여 후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 캐천버그는 한창 치열한 경주가 벌어지는 스트리밍 업계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이름은 “빠른quick”과 “한입bites”을 합성한 “퀴비”로서, 애피타이저처럼 금세 먹어치울 수 있는 콘텐츠를 의미했다. 퀴비를 이끌 수장으로 CEO 메그 휘트먼을 직접 영입했다. 캐천버그는 디즈니 스튜디오 의장, 휘트먼은 하버드 MBA 출신으로 디즈니 전략 기획 그룹에서 일할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할리우드 소식통과 퀴비에 가가운 사람들에 따르면 휘트먼은 죄뇌 중심 분석가인 반면 캐천버그는 우뇌 중심 스토리텔러였기에 플랫폼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충돌을 빚었으며, 한 할리우드 변호사는 일부 유명 임원들이 캐천버그의 워커홀릭 성향에 반발해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한 기사는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프로페셔널한 업무 관계가 스트레스로 파열을 일으켰다고 폭로했다. 휘트먼은 캐천버그가 자신을 무시하는데다 CEO는 커녕 부하 직원처럼 대하는 독재자라고 묘사했다. 기사에는 심지어 그녀가 그만두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적혀 있었다. 문화 충돌은 퀴비 초기부터 명백했다. 한 임원은 할리우드 문화에 익숙한 캐천버그가 사무실과 비서 등 보여지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가식 없고 소박한 실리콘밸리 감성의 휘트먼에게 반감을 일으켰다고 회상했다. 아무튼 ‘퀴비’가 미디어 산업에서 넷플릭스 콘텐츠의 대항마가 되기엔 아직 여러모로 부족했다.


(사진, 퀴비)


애플TV플러스


애플의 제품 프레젠테이션은 브로드웨이 연극의 구조와 달리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리듬으로 흘러간다. 오프닝은 언제나 애플 제품과 이 제품들의 우리 삶에서 갖는 의미를 환기하는 따듯한 감성의 짧은 동영상이 장식한다.


애플TV플러스의 콘텐츠는 과연 충분할까? 서비스가 제공하는 작품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을 들며 일각에선 과연 구독자를 어떻게 유치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햇다. ㅁ몇 편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함께 공개되긴 하겠지만 맛있는 걸 먹으며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친숙한 영화나 TV 프로그램은 전혀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이들은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지 않았을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애플의 막대한 내부자금 보유를 감안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배우 커뮤니티에는 애플이 프로젝트에 과도하게 관여하며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대본 지적도 남발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지나친 간섭이 일부 출연자들을 내모는 한이 있어도 세련되고 고도로 선별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했다.


(사진, 뒷표지)


넷플릭스의 적수는 누구일까?


적어도 미국에서 넷플릭스에 적수가 될 만한 기업은 디즈니뿐이었다.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2년 만에 50개가 넘는 국가로 서비스를 확장, 가입자를 1억 2천만 명 이상 확보했다. 이에 애널리스트는 2024년에 넷플릭스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가입자 수가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사용자당 평균 수익은 넷플릭스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으니 말이다. <오징어 게임>, <브리저튼>처럼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킬만한 프로그램들이 디즈니에서 탄생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트리밍 #방송 #미디어산업 #경제경영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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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03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구님들 모두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