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양이를 태우다
김양미 지음 / 문학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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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가 있는 책을 읽었어요.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김양미,문학세상)라는 책이었지요. 책은 일곱편의 단편을 담고 있었고, 당신의 이야기는 <샤넬 No.5>에 있었어요. 고급 브랜드가 있는 제목을 보면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했어요. 명품을 좋아하는 혹은 동경하는 젊은이 이야기일까, 생각했지요. 그러나 이야기는 내 예상과 전혀 다른 쓰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당신은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글을 쓰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죠. 당신이 걸어왔던 길과 전혀 상관없는 길로 들어서며 당신은 화를 냅니다. 지금 당장 먹고 사는 것도 어려운데,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글과의 싸움에 시간을, 삶을 투자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당신은 도전합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저 머너의 누군가가 ‘OK’를 외칠 때까지 읽고 쓰고 또 읽고 쓰죠.

 

당수동의 빌라를 나와 옥탑방을 얻고, 도서관에 다녔다는 당신이 늘어놓은 책 목록을 보며 나는 좀 울컥했어요. 그 대목을 보면서 당신을 만들어낸 김양미 작가가 이렇게 살았겠구나 싶었거든요. 그리고 그 모습은 오래 전의 내 모습이기도 했어요. 그래서일까요. 나는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당신의 이름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삶을 다룬 <비정상에 관하여>에서는 지난날의 나를 만났고,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를 보면서는 참 많이 웃었어요. 가장 강한 존재와 가장 나약한 존재를 엮어 독자를 웃기며 생각할 무언가를 주는 작품이었죠. <내 애인 춘배>를 읽은 날은 어느 길가를 걷다 춘배라는 이름이 붙은 간판을 보고, 저 집 사장님 이름도 봄날의 꽃봉오리일까 생각했어요. 소설 속 춘배도 그 집 사장님도 봄날의 꽃봉오리처럼 예쁨 받는 날을 살아가길 바라기도 했죠.

 

그들을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는 사람이 되려는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가슴에 이야기를 담은 사람은 써야 할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거든요. 저에게도 아직 쓰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고, 어쩌면 평생 다 쓰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당신을 알아봤어요. 당신은 써야 할 운명을 지닌사람이란 걸요. 어쩌면 당신의 엄마도 당신을 알아봤을 거예요. 백일장에서 상 한두 번 받아왔다고 알아본 게 아니라, 당신 마음속에 써야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당신에게는 쓰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봤겠지요. 그래서 편의점과 식당을 돌며 삶을 연명하는 당신에게, 엄마는 쓰는 사람의 삶을 선물하고 싶었을 거예요. 어쩌면 당신도 원했을 삶을요.

 

당신이 쓴 열다섯 번째 소설을 ‘OK’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아요. 당신이 소설을 쓰고 보상금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당신은 지금도 열심히 쓰고 있을 거란 걸요. 신춘문예에 당선되거나, 책을 낸다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은 아니지만, 내가 쓰는 이야기에 고개 끄덕여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게 또 다른 글을 쓰게 한다는 걸 당신은 알테니까요. 류진주, 당신의 글에는 제가 끄덕여주는 사람이 될 게요. 당신의 삶에서 내 삶의 조각들이 보여 나는 당신을 응원하기로 했어요. 그러니 오늘도 열심히 당신의 이야기를 써주세요. 당신의 다음 작품들을 기다릴게요. 그럼 안녕.


- 당신의 글을 오래 오래 읽고 싶은 독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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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너 없는 동안
이은정 지음 / 이정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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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지니! 나는 편지요정이라고 해. 인간계에서는 나를 그렇게 부르곤 하는데, 요정계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너는 나의 존재를 잘 모를 거야. 요정 신입인 내가 요정계에 입문한지 천년이 넘은 너에게 반말을 하는 걸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너도 알지? ‘선배신입이니 하는 말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말이란 걸. 그러니 우리는 그런 걸 따지지 않기로 하자. (책을 보니 동안이도 너에게 처음부터 반말하더라 뭐.)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너의 존재를 알았어. 어릴 때 네 이름을 들었지. 알라딘 램프 속에 살면서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이라고. 어른이 된 후에는 너보다 램프 이름을 더 많이 듣고 불렀어. ‘알라딘이라는 내가 라딘이라고 부르는 인터넷 서점이 있거든. 맞아. 네가 등장하는 지니, 너 없는 동안(이은정,이정서재)도 그곳에서 구입을 했어. 책이 도착한 건 좀 됐는데 내가 책을 읽은 건 지난주였어.

 

사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나는 하이디가 부른 진이라는 노래를 떠올렸어. 진이 너 없는 동안에 난 한 번도 널 잊은 적 없고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말이야. 그 후,  띠지에 ‘21세기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났다라는 카피를 보고는 네가 AI 쯤 되는 줄 알았어. ‘시리같은 그런 애 말이야. 그런데 넌, 진짜 램프의 요정’ ‘지니였더라! ‘엄지손가락만하고, 팬티 한 장을 입고, 요란한 털모자를 쓴 분홍색 생명체 지니!

 

네가 주전자에서 나와 동안이와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동안이는 무슨 소원이든 다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했지. 그런데 뭐라고? 불행만 들어줄 수 있다고? 동안이가 아닌 타인이 불행해지는 소원만? 그런데 말이야, 나는 궁금했어. 동안이가 누구의 불행을 빌게 될지. 불행한 소원이 이루어지고 나면 동안이는 어떻게 될지 말이야. 그래서 쉬지 않고 책을 읽었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거든.

 

책은 진짜 재밌었어. 지니 네가 불행한 소원을 들어주는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나는 네 명의 친구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보는 게 좋았어. 동안이는 동안이 나름대로, 설아는 또 설아 나름대로, 고은과 부단도 그들 나름대로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 ‘강요속박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깊이 고민하고 더 나은 것을 위해 한 발씩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깊이 깊이 감동하기도 했지.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르겠어. ‘! 이런 청소년이 어딨어? 이런 애들은 소설에나 있는 거야!’라고. 그런데 말이야 지니야. 나는 그런 아이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도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해. 세상이 뭐라해도 자신만의 철학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아이들 말이야. 나도 그런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고 (내가 인간계에서 활동한 일들을 조사 해본다면, 내가 그런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나는 이 글을 쓴 이은정 작가도 동안과 설아, 부단과 고은 같은 아이들을 현실에서 만났을 거라고 생각해. 작가는 아마도 그 아이들을 통해서 어떤 희망을 보았고, 소설 속에 그들을 등장시켜서 세상에 밝은 빛의 가루를 뿌리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은 이은정 작가가 그동안 써온 책들과 다른 결을 갖는다고 하는데, 한 사람이 하나의 결만 갖고 사는 건 아니니까. 이 또한 이은정 작가의 또 다른 결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은정 작가가 다음에도 평생 소설책 한 권도 완독한 적 없는 사람이 완독할 만한 소설을 또 써주었으면 좋겠어. 너는 불행한 소원만 들어주는 요정이 되었지만, 요정계에 민원접수라도 해서 내가 바라는 이 소원은 들어주기 바라


잠깐, 너 아직 거기’(에필로그 참고) 있어서 민원접수도 못하는 건 아니지? 너도 요정이니까 아무리 거기에 있더라도 이런 일은 처리할 수 있다고 믿어 볼게. 그럼 오늘은 이만 줄일게. 우린 다음에 또 만나자. 안녕.

 

20234월의 어느 날, 지상에 있는 편지요정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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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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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님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건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덕분이었다.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게다가 서간체 소설이라는 소개 글이 나를 사로잡았다. 책을 구입해 키득키득 웃으며 읽다가, 엉엉 울어버렸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면서.

 

그 후, 죽이고 싶은 아이의 출간 소식을 접했다. 바로 구입해 책을 읽었다. ‘오호! 구성이 좋은데~’ 감탄하며 책의 뒷이야기를 상상했다. 이런 얘기겠구나, 이런 결말이겠구나... 그러나 책장 끝에는 완전 다른 결말이 있었다. 몸에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죽이고 싶은 아이를 딸에게 추천했다. 내가 추천하는 책은 끝이 다 아름답게!’ 끝난다고, 그런 결말은 자기 스타일 아니라고 말하던 딸이 이 책을 순식간에 읽었다. 아이는 책을 덮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밌는 책!‘이라고 말했다. 세상의 모든 책이 이렇다면 끊임없이 읽고 또 읽겠다고.

 

그 다음 나는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을 읽었다. 죽이고 싶은 아이보다 먼저 출간되었지만, 나는 그때야 그 책의 존재를 알았다.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이꽃님은 구성의 신이구나. 어쩜 이런 구성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할까... 싶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책이 너무 좋아 구입했다. 앞으로 이 작가의 책은 소장하게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최근에 이꽃님 작가의 새 작품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알라딘에 접속해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을 주문했다. 어제 책이 도착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몇 페이지만 읽고 자려고 책을 펼쳤다가 끝까지 다 읽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이꽃님 책은 한 번 손에 쥐면 끝을 볼 때까지 내려놓을 수가 없다. 결말이 궁금해서 도저히 덮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책도 그랬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에는 김해주와 정해록이 등장한다. 일명 해해커플’. 어느 날 이 두 명이 저수지를 방문하는데, 한 명은 실종되고 한 명은 돌아온다. 실종된 사람은 남자아이인데, 저수지 앞에는 여자아이의 운동화 한 켤레가 놓여있다. 마치 물속에 들어간 사람이 여자아이인 것처럼. 해주와 해록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꽃님 작가는 지난 작품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진실은 무엇인가?’를 이야기 한다. 그러나 전작인 죽이고 싶은 아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진실은 무엇인가?’ 옆에 사랑은 무엇인가?’가 붙어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의 실종에 관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해주의 말처럼 이 이야기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진실사랑을 나란히 놓고 생각해야 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사랑인지를 찾아야하니까.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 청소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밑줄을 긋고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해주의 세상과 해록이의 세상은 어떠했는지, 그들과 관계를 맺은 해주의 부모님, 해록이의 친구들, 해주의 친구들, 경찰과 낚시꾼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을 톺아보고, 그들의 세상도 살펴봐야겠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나를, 우리를,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의 눈, ‘진실이라고 믿어 싶어 하는 마음을 찾아낼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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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것부터 - 산골 청소년과 놀며 배우는 배추쌤
이재명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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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것부터》를 쓴 이재명 선생님은 전라도 장수에 있는 YMCA에서 청소년을 만나고 있는 분이다. 아이들에게는 ‘배추쌤’이라고 불리고, 어릴 때는 ‘주의가 산만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저자소개에서 이 문장을 읽으면서 쌤이 이런 ‘호기심 천국’이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배추쌤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공감했던 부분은 ‘사나운 개, 윌리’의 이야기였다. 윌리는 지인이 키우는 개 이름이다. 지인의 집에 가면 늘 마주치게 되는데, 들어갈 때는 아는 척도 안하던 윌리가, 그 집에서 사람이 나오기만 하면 사납게 짖었다고 한다. 얼마 동안 윌리를 맡아 데리고 있어야 했던 쌤은 윌리가 너무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관계맺기’에 대해 생각하고 어떤 방법을 시도해 본다. (어떤 방법인지는 책에서 확인하시라!) 시도는 성공이었다. 쌤은 윌리와 관계 맺기를 하면서 사람과의 관계맺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크게 공감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하기>라는 꼭지였다. 이 책에는 이런 질문이 나온다.
“이 소리는 무게가 몇 그램이나 나갈까?”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리에도 무게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리는 무게를 잴 수 없지만, 무게감이 있다. 또 작은 소리, 큰 소리, 찢어지는 소리, 울려 퍼지는 소리 등 모양과 형태도 다양하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도 일종의 소리다. 하루 동안 나에게 어떤 소리가 들렸는지 떠올려보면 정말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다.’(P69)

이 문장을 읽고 아이들이 느끼는 ‘하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게 됐다. 새털처럼 가벼운 하루는 아닐지라도, 온 몸에 쇠사슬을 달고 있는 것처럼 무거운 하루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의 ‘하루 무게’를 때때로 내가 좌지우지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내가 밖에서 만나는 아이들이든, 집에서 만나는 아이들이든 그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소리를 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소리의 무게를 글쓰기 수업에 어떻게 접목해 볼 수 있을까 고민도 해봤다.)

《할 수 있는 것부터》에는 청소년과 함께 수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코로나 때 아이들을 만날 수 없어 여러 가지 재료를 집으로 보냈던 ‘질문 꾸러미’는 나도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였고,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같은 학급에서 만나야 하는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도 알 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을, 관계를 회복시키는데는 꾸준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 깊이깊이 공감한다고 전해드리고 싶었다. (관계 회복을 하루 만에 하라는 공공기관들아, 그러지 말자. 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곳곳에 청소년들을 위해 마음을 다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 맘이 좀 벅찼다고나 할까. 그리고 배추쌤처럼 아이들의 ‘내면을 지지와 격려로 채워’주고, 아이들이 ‘자기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안내’하는 분들과 만나 함께 노는 날이 오기를 꿈꾸게 됐다. 우리가 노는 게 그냥 노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린 또 너무 잘 아니까! 이걸 아는 사람이라면 자, 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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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 뜨겁게 사랑하고 단단하게 쓰는 삶 일러스트 레터 3
줄리엣 가드너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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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나에게 편지를 읽는다는 행위는 한 사람의 삶을 읽어내는 일이다. 그가 왜 어떤 상황에서 편지를 썼는지, 편지를 받는 사람은 누구인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편지를 한 편의 수필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편지를 공부하며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나에게 편지는 쓴 사람의 이다.

 

그래서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를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녀들의 작품을 온전하게 다 읽은 것도 아니고, 샬럿, , 에밀리의 삶을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 채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척 궁금했다.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편지를 남겼는지.

 

 

외출하러 나가는 길에 책을 받았다. 택배함에 놓여있는 봉투를 열어 책을 꺼냈는데, 와우! 책을 포장한 종이와 묶은 끈이 우아했다. 마치 브론테 자매가 살았던 그 시절에 보낸 소포 같았다고나 할까. 나는 책이 궁금해 길거리에 포장을 뜯고 책을 펼쳤다. (허밍버드에서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재빠르게 신청했다. 허밍버드에서 출간한 일러스트 레터시리즈를 애정하기 때문이다. ‘빈센트 반 고흐제인 오스틴의 편지는 출간 된 후에 소식을 접해서 뒤늦게 구입했지만, ‘브론테 자매의 편지는 남들보다 빨리 읽고 싶었다. )

 

허밍버드일러스트 레터시리즈의 장점은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일러스트들이 함께 실려있다는 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편지나 글을 이해하기 쉽도록 관련있는 그림을 배치해 두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편지와 관련 글을 시대순으로 편집해 삶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 이는 한 사람의 삶을 조망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는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접했다. 브론테 자매의 삶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 그들이 어떻게 삶을 마감했는지까지! 일단, 부모님에 관해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한 부분은 무척 흥미로웠다. 부모님이 어떻게 만났으며, 어떻게 결혼을 했고, 어떻게 살다가 자녀를 출산하고, 어떻게 키웠는지. 비교적 세세히 알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브론테 자매들의 편지 책에 주목한 사람은 그녀들의 아버지였다. 자매들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며 자녀들을 보살폈는지 (혹은 자녀를 보살필 여성을 어떻게 구하려고 했는지)가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 시대에 남성이 여성을 생각하는 관점을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론테 자매들이 어떤 삶의 배경 속에서 작가의 꿈을 키우며 살아갔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브론테 자매는 자신들의 삶에 들어찬 황무지를 나름의 푸름으로 만든 사람이라는 것도.

 

브론테 자매는 절망을 절망 속에 가두지 않고, ‘희망으로 끌어내려고 애썼던 사람들이다. 비록 오랜 삶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사랑하고 단단하게 쓰는 삶을 살았다.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아그네스 그레이를 읽은 독자라면, ‘브론테 자매들의 삶을 생생하게 만나고  싶다면,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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