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사형은 대법원 판결 열여덟 시간 만에 집행되었다.

사형이 이미 집행된 줄도 모르고, 사형 판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길을 가던 가족들은 그 소식을 듣고 주저앉았다. 내 남편, 내 아빠, 내 아들의 얼굴 한번 만져보지 못하고, 안녕, 잘 가, 한마디도 해보지 못하고, 걱정 말라고,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해보지도 못하고, 눈이라도 한번 마음껏 맞춰보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잃었다. 나라에서는 유족들의 허락도 받지 않고 사형수들의 시신을 강제로 화장해서 가족에게 보냈다. 죽은 몸이라도 만져보고 싶었어요. 기진한 사형수의 부인이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엄마는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144)

한지가 내가 사는 곳은 어떤 곳이냐고 물어볼 때라든지, 왜 그렇게 풍요로운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볼 때 그랬다. 나는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대답 대신 나의 할머니, 엄마, 옆집 아주머니가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차라리 그쪽이 한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더 적합한 것 같아서였다.

 

(164)

불교 신자였던 할머니는 사람이 현생에 대한 기억 때문에 윤회한다고 했다. 마음이 기억에 붙어버리면 떼어낼 방법이 없어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떠나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애도는 충분히 하되 그 슬픔에 잡아먹혀 버리지 말라고 했다. 안 그러면 자꾸만 다시 세상에 태어나게 될 거라고 했다. 나는 마지막 그 말이 무서웠다.

 

(221)

딸이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 볼 수 있던 때도 있었다. 일을 끝내고 집에 가면 엄마!”라고 기쁘게 부르며 달려오던 딸이었다. 딸을 품에 안으면 모든 통증이 누그러졌고 다음날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났다. 세상의 누가 그만큼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을까. 그렇게 밝고 예쁜 얼굴로 한달음에 달려와 품에 안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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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나는 인간에 대한 기대가 엄청 낮은 편이라, ‘실망하고 좌절할 일은 적고 감탄하고 기뻐할 일은 참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걱정보다 행동을 먼저 하는 사람이었고, ‘Just do it!’ 인생인 터라 세상에서 엄마표 영어가 제일 쉬었어요!”라고 소리칠 뻔도 했다.

 

(9)

엄마표 영어가 힘들고 육아가 힘들다면 그건 아이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때문에 힘든 것이다. 나 자신이 못마땅하고, 내가 처한 상황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육아고 엄마표 영어고 뭐고 다 지겹다. 나와 친정 엄마 사이에서 무의식 중에 쌓인 상처가 만든 어떤 강박, 트라우마가 불행의 이유로 작용할 때도 있다.  

 

(39)

이게 정답이다. 육아 문제는 자기 아이에게 물어보면 된다. 옆집 아줌마 말고 아이와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와 엄마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하려면 평소 아이가 엄마한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관계가 좋아야 할 것이다. 아이와 평소에 이야기를 자주 나눠서 적어도 대화가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 대화가 어색하면 엄마가 먼저 물꼬를 터야 한다. 엄마가 먼저 엄마의 힘든 점, 걱정거리들을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대화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이에게 실수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엄마라면, 즉 대화가 통하는 엄마라면 아이는 솔직하게 속마음을 툭 털어놓을 수 있다. “엄마, 나 이거 안 하면 안 돼? 정말 못하겠어.” 그래도 대화가 시작된다. 엄마와 정말 툭 까놓고이야기 나누는 것이 익숙한 아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엄마 밑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라면 이게 쉽다. ‘이게 뭐지? 왜 짜증이 나지? 이 억울한 느낌은 뭐지? 이 무기력은 뭐지?’하며 자신의 감정, 상황을 객관화해서 바라보고 말로 표현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 내 아이를 이런 아이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대화가 되는 아들과 엄마의 관계라면 엄마표는 저절로 올바르게 굴러갈 것이다.

 

(269)

두 아들의 엄마표 영어 17년 후에 알았다. 아이와 엄마를 성장하게 하는 건 대화였고, 대화가 어렵고 어설펐던 나를 키워준 것은 이었다. 대화의 소재가 꼭 책일 필요는 없다. 어떤 엄마에게는 그것이 TV 드라마일 수도 있고, 코미디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 혹은 여행, 게임, 웹툰, 요리, 운동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나는 손을 뻗으면 잡히는 그림책과 소설책, 아침마다 배달되는 신문이 아이와의 대화 소재였다. 아이랑 대화 하는 거 쉽지 않다. 내가 무슨 토크쇼 진행자도 아니고, 이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늘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눴던 부부는 밤마다 마주 앉아도 또 이야기가 많다. 어제 이야기한 에피소드 후속편이 날마다 이어지기 때문에 보충설명을 해줘야 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그렇다. 대화를 많이 하는 집은 언제나 대화가 넘친다. 반면, 대화가 없는 부부, 대화가 없는 부모와 자식은 도대체 무슨 얘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감당이 안 되어 입을 닫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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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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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언제인지 몰랐는데, 이번에 읽은 책의 출간일을 보니, 그때쯤이었던 것 같구나. 뜻밖의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상 콩쿠르 상을 피에르 르메트르가 받았다고? 아빠가 알고 있는 그 피에르 르메트르? 뒤늦은 나이에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를 해서, 무섭디 무서운 추리소설을 쓰던 그 피에르 르메트르? 아빠가 그렇다고 그를 싫어하거나 그에 대한 평가절하를 하는 것은 아니고, 콩쿠르 상이라는 것을 정통 스릴러 추리 작가에게도 주는 것인가 싶었어. 그래서 당시 기사를 자세히 읽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콩쿠르 상을 받은 작품은 <오르부아르>라는 책이었고, 그 책은 추리소설은 아니었어. 아빠가 읽었던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들은 모두 무서운 추리소설이었기 때문에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봐. 그는 여러 장르를 고루 다룰 수 있는, 아빠가 생각한 것보다 더 유능한 작가였나 보구나. 아빠가 알고 있는 작가가 콩쿠르 상을 받았다고 하니, 왠지 더 반갑기도 하고, 그 수상작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읽어야 할 책들은 많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에서야 읽었단다. 그 기사를 본 것이 얼마 전인 것 같았는데,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다니.. 세월이란 넘은 뭐 급한 일이 있다고 정신 없이 달려가는지 모르겠구나.

오르부아르.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이지? 프랑스 소설이니 프랑스어겠지. 찾아보니, au revoir라고 쓰고, 뜻은잘 가요~, 안녕이라는 뜻이라고 하는구나. 인사말이니까 프랑스를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은 다 아는 말이겠다 싶었어. 소설 하나 읽고 프랑스어 인사말 하나 배우고, 나쁘지 않네.

 

1.

이 소설이 왜 콩쿠르 상을 받았을까? 읽고 나니, 이유를 알겠더구나. 시대를 이야기하는 산소라는 소설가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볼 수 있어. 프랑스 또한 지난 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었어. 그리고 그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했어. 전쟁이 끝나고 그 희생을 추모하고, 마음 속에 깊이 기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그것을 이용하여 사기를 치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들도 있어. 그리고 상처받은 젊은 영혼들.. 그들이 원해서 참가한 전쟁도 아니고, 몇몇 욕심 많은 권력자들로 이해 만들어진 전쟁에 어쩔 수 없이 끌려온 젊은이들.. 그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낸 것 같았어. 이 책이 600페이지가 넘어. 그 줄거리를 주절주절 이야기하다 보면, 지루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구나. 오늘 편지도 일단, 최대한 줄여서 이야기하겠다고 다짐을 하고 시작해볼게.

때는 1918 11.. 이때가 언제냐 하면 1차 세계대전 막바지였어... 곧 휴전을 할 거라는 소문이 쫙 퍼져 있었어. 독일과 프랑스가 대치하고 있는 113고지에도 그 소문은 쫙 퍼져 있었지. 다들 전투는 안하고, 조금만 참으면 몸 성히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몸들을 사렸어. 113고지의 병사 알베르 마야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다들 그렇게 몸을 사리고 있는데, 전쟁이 끝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성과 욕심을 내는 도네프라델 중위가 있어. 사람들을 그를 그냥 프라델이라고 불렀어. 아빠도 그냥 프라델이라고 부를게. 그 프라델 중위가 정찰병 두 명을 보냈는데, 그들이 전사하는 사건이 벌어졌어... 그리고 독일군들의 공격... 다들 프라델 중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어. 어쩔 수 없이 다들 전투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 알베르는 전투 중에 앞서 나갔다 죽은 정찰병 2명의 시신을 발견했는데, 등에 총상을 입었어. 이상하다 싶었어.. 적이 총을 쏘았다면... 앞쪽에 맞아야 하는데.. 등이라면 마치 누군가 뒤에서... 그렇다면 프라델 중위가?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프라델 중위가 나타나서 알베르를 구덩이로 빠뜨렸어. 그 구덩이는 포탄으로 생긴 엄청 깊은 구덩이... 혼자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어. 프라델은 위에서 알베르를 쳐다보다가 그곳을 떠났고, 엎친 데 덮친 데 옆에서 폭탄이 터져 알베르는 흙무덤에 깔리고 말았어. .. 이대로 죽어야 하는가.

....

사실 프라델 중위는 알베르가 자신이 한 짓을 알게 되어 그를 구덩이로 밀어 넣은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또 알아채지 못하게 수류탄으로 정찰병 시신들을 산산조각으로 날려버리고, 마지막 남은 수류탄으로 알베르 마저 처치하려고 했으나, 독일군 폭탄이 날아와서 그는 그냥 떠나버렸지.

....

에두아르 페리구르라는 또다른 주인공 등장.. 그는 다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어. 그런데, 저쪽에 프라델 중위가 이상한 포즈로 땅바닥을 응시하다가 사라졌어. 전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에 호기심이 발동한 에두아르는 자신의 다친 다리를 이끌고서라도 그 호기심을 풀어야 했지. 흙무덤에 총검이 살짝 보였어. 사람이 묻혔다는 소리지... 에두아르는 호기심 하나로 열심히 땅을 팠고, 사람을 발견했어. 이미 죽었나? 숨을 안 쉬는 것 같다. 가슴을 내리쳤어.. 그러자 숨을 쉬기 시작했어. 같은 소대 알베르였어. 친하게 지낸 이는 아니고, 얼굴만 아는 정도. 그때 폭탄이 날아와 정신을 잃어버렸어.

 

2.

정신을 차려보니 알베르는 병원이었어. 늑골이 부러지기는 했지만, 다른 곳은 멀쩡했어. 그리고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났다니.. 에두아르가 자신을 살려준 것을 알고 있었어. 자신을 살려준 에두아르는 중상을 입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어. 알베르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인 에두아르를 간호해주었어.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해주기로 마음먹었어. 우연히 에두아르의 가방에서 그의 수첩을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병사들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는데 그 그림들이 수준급이었어. 에두아르는 부잣집 아들로 미술학교에 다녔었거든.

...

어느날 장군이 알베르를 불러서 갔어. , 그런데 그곳에 프라델 중위.. 이 원수 같은 게, 하지만 겁이 무척 나게 만드는 인간이었어. 이런 병원에서 그를 또 봐야 하다니... 프라델 중위에 의해서 알베르의 도망죄를 물으려고 했지만, 다행히 정상참작이 되어 벌을 받지 않아도 되었어.

아빠가 에두아르의 부상이 심하고 했잖아. 그런데 그 정도가 엄청 심해. 얼굴 아래쪽이 다 날아가버려서 목구멍이 바로 보이고, 윗입술도 없어서 위쪽 이빨은 그대로 보였어. 회복이 되더라도 앞으로 말은 할 수가 없을 거야. 의식이 돌아와 자신의 얼굴 상태를 알게 된 에두아르는 좌절하고, 자살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하지 못했어. 이제 그는 후송절차를 거쳐 집으로 돌아가야 했어. 에두아르는 이런 모습으로 집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어. 가족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했어. 알베르는 에두아르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하겠다고 다짐을 했기 때문에 방법을 찾아보았어. 알베르는 몰래 공문서를 위조해서, 에두아르를 죽은 걸로 했고, 그대신 전사자 외젠이라는 이름을 에두아르 문서와 바꿔치기를 했어. 그 외젠이라는 사람은 부모가 없는 사람으로 후송할 곳도, 연락할 곳도 없었기 때문에 에두아르를 대신하는데 딱이었지. 알베르가 극심하게 소심한 사람인데 그 문서를 몰래 빼오느라 진땀 좀 뺐단다. 에두아르는 다른 병원으로 후송되고 나서도 알베르와 에두아르는 자주 편지를 주고받았어.

알베르는 에두아르에게 뿐만 아니라 에두아르의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어. 에두아르의 전사 소식과 함께 그를 칭찬하고, 그의 그림이 담긴 수첩도 같이 보냈어. 소문대로 전쟁은 곧 끝이 났고, 이제 파리로 돌아가야 했어. 제대 군인들이 모여 있는 동원해제센터란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프라델 중위가 나타나서 알베르를 보자는 거야. 그런데 알베르에게 어떤 젊은 여자를 소개해 주었어. 그 여자는 다름아닌 에두아르의 누나 마들렌이었어. 편지보고 찾아온 거야. 그리고 에두아르의 묘지에서 기도하고 싶다고 했어. 말은 기도하고 싶다고 한 것이지만, 몰래 시신을 파가려는 했던 거야. 당시에 유가족들이 시신을 몰래 파가는 일이 불법으로 행해지고 있었대. 그런데, 그게 왜 불법인지는 잘 모르겠구나. 아무튼, 마들렌도 자신의 동생의 시신을 가져가고 싶었던 거야. 알베르는 속으로 무척 당황을 했어. 거짓말은 또 다른 더 큰 거짓말을 만드는 법.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기지? 에두아르는 약속한 하루 전에 전쟁터에 마구 묻힌 전쟁터에 아무 무덤의 간이 비석에 에두아르의 인식표를 미리 걸어놓았어. 그러면서도 그 땅속에 있는 시신의 모양이 에두아르와 너무 달라서 눈치채면 어쩌지? 하면서 조바심을 냈어. 마들렌은 트럭 운전사, 프라델 중위, 알베르와 함게 시신이 묻힌 곳으로 갔어. 그리고 마들렌은 눈치채지 못하고 그곳의 시신을 파서, 아주 화려한 관에 싣고 그곳을 떠났단다.

 

3.

때는 1919 11. 1년이 흘렀어. 프라델 중위도 이제 제대하고, 군수품을 불법으로 팔아먹는 사업을 하고 있었어. 이를 위해 온갖 뇌물과 불법을 일삼았지. 1년 사이에 마들렌과 결혼도 했어. 장인어른인 페리쿠르 씨, 그러니까 에두아르의 아버지.. 엄청 부자라고 했잖아. 페리쿠르 씨는 사위인 프라델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아들이 없으니, 저 놈이 후계자가 될 텐데.. 속도 쓰렸겠지.

알베르와 에두아르는 단칸방에 같이 살았어. 에두아르는 절대로 외출을 하지 않았어. 그 몰골로 할 수가 없었지. 그리고 고통 또한 여전했어. 그의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은 모르핀뿐이었어. 알베르는 에두마르의 모르핀을 대느라 제대할 때 받은 돈도 다 떨어졌어. 일자리가 있긴 하지만, 모르핀을 구할 수 있는 돈은 없었어. 모르핀은 불법 마약 성분이기 때문이라 아주 비싸게 밀거래 되고 있었거든. 어쩔 수 없이 친구를 위해 알베르는 모르핀 거래상인 그리스 인을 때려 눕히고, 모르핀을 훔쳐왔어. 그렇게 힘들게 에두아르를 보살피고 있지만, 알베르는 그것을 힘들어하지 않고, 자신이 헤쳐나가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했어.

페리쿠르 씨가 실신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깨어나고 나서 몹시 불안해 했어. 왜 갑자기 그런 불안함을 느꼈을까 생각해봤는데, 자기보다 먼저 죽은 아들 때문이라고 결론지었어. 사실 아들과는 깊은 골이 있었고, 끝내 그걸 풀지 못했어. 그렇게 원했던 아들인데, 자신의 뜻과 달리 그림이나 그리고 있으니, 그것도 요상한 그림들을 그려 문제를 일으켰으니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그런데 그런 아들의 죽음 소식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어. 못미더워도 자기 아들인데 말이야. 죽고 나서 아들이 그린 그림을 보니 정말 뛰어난 솜씨를 가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아내도 일찍 죽어 혼자 지낸 페리쿠르 씨에는 이제 딸 마들렌 뿐이었어. 마들렌과 함께 가족묘에 갔는데, 강한 남자의 상징이었던 그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거야. 아들 에두아르의 시신을 몰래 훔쳐왔기 때문에 가족묘에 아들 이름도 새기지 못했어. 그리고 아들이 군대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궁금해졌어. 편지를 전달해준 에두아르의 친구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고, 마들렌에게 한번 찾아보라고 했어. 그리고 당시 프랑스에서는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그리는 추모행사를 곳곳에서 했는데, 페리쿠르 씨는 구청장을 만나서 추모기념비의 비용을 자신이 다 내겠다고 했어. 그리고 그 기념비에 전사자의 이름을 모두 새겨 달라고 했어. 그렇게 나마 가족묘에 새기지 못한 아들의 이름을 그곳에 새기려고 했던 거지. 이런 페리쿠르 씨의 진심이 에두아르에게 전해졌으면 좋을 텐데

알베르와 에두아르의 삶은 희망이 없었어. 에두아르는 이름도 바뀌어 있어서 연금도 받지 못했어. 에두아르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지. 죽지 못해 사는 거지.. 그것도 아주 괴롭게

 

4.

알베르와 에두아르의 주인집에 11살 딸이 하나 있었어. 루이즈. 루이즈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에두아르를 처음 봤을 때는 놀랬지만, 처음만 그랬고, 두 번째부터 스스럼없이 에두아르를 만났어. 둘 사이는 친구가 되었어. 그러면서 에두아르도 다시 세상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어. 에두아르는 미술솜씨가 좋았잖아. 그 실력으로 멋진 마스크를 만들어 얼굴아래를 가렸어. 그리고 지방 신문을 읽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에도 관심을 가졌어. 무엇보다 희망적인 것은 에두아르 자신도 변해가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았어. 마스크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그림도 그리기 시작했어. 그리고는 잘 하면 이 그림으로 돈도 벌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

한편, 프라델은 정부가 하는 전사자 공동묘지 사업을 뇌물로 따냈어. 그리고 돈을 악착같이 벌기 위해서 온갖 불법을 저지르기 시작했어. 심지어 관의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서 길이 130cm짜리 관을 만들기도 했어. 그렇다고 그가 아내 마들렌에게 잘 하느냐, 그것도 아니었어. 바람둥이도 그런 바람둥이가 없었단다. 이런 프라델은 페리쿠르 씨와 마들렌의 골칫거리였어.

...

아까 페리쿠르 씨가 알베르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잖아. 마들렌이 자신을 찾아온 것을 보고 알베르는 무척 당황했어. 그 제안을 받고 무척 망설였어. 무척 떨리기도 했어. 결국 에두아르에게는 이야기하지 않고 페리쿠리 씨의 초대를 받아들였지. 양복을 빌려 입었는데, 자신과 사이즈가 맞지 않아 오히려 우스운 꼴이었어. 그리고 페리쿠르 씨의 대저택에 도착했어. 탄성이 절로 나왔고, 도대체 왜 에두아르가 집에 안 오려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어. 페리쿠르 씨를 거실에서 기다리면서, 사진 속에서 프라델을 봤어. 아니, 이 자식이.. 마들렌과 결혼을 한 거야. 프라델, 이 자식 때문에 페리쿠르 씨의 아들은 얼굴 반쪽이 날라갔는데, 이 놈은 여기서 이렇게 호위호식을 하는 거야?

, 페리쿠르 씨와 만남처음에는 알베르가 긴장을 해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말이 풀리기 시작하니 거짓말이 술술 나왔어. 에두아르를 거의 영웅으로 만들어 놓았지. 헤어질 때 알베르는 페리쿠르 씨로부터 자신의 회계사 자리를 제안했지만, 알베르는 정중히 거절했어. 그곳에서 매일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

알베르는 집에 왔어. 에두아르는 말 모양의 그럴싸한 마스크를 만들어 뒤집어 쓰고 있었어. 에두아르는 좋은 생각이 있다면서 이야기했어. 기념비를 만드는 기사를 보았대. 전사자 한 명 한 명을 위한 추모기념비를 만들자고 했어. 아니 만들어주겠다고 사기를 치자고 했어. 아니, 이 자식이 유가족의 아픔을 가지고 사기를 쳐? 알베르는 반대했어. 하지만, 에두아르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알베르를 설득하려 했고, 그들이 사기 쳐서 번 돈을 가지고 프랑스의 식민지로 가서 살자고 했어. 그러면 평생 먹고 놀고 살수 있다고.. 그래도 알베르는 용납할 수 없었어. 이 일로 두 사이는 심하게 다툼을 했어. 알베르는 자신도 모르게 비어있는 에두아르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어. 그대로 그 주먹이 에두아르의 목을 강타했지.. 알베르는 자신이 순간 욱하는 마음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후회했지만 늦었어. 다음날 에두아르는 짐을 싸고 집을 나갔어.

..

이때쯤 메를렝이라는 사람이 등장해. 공무원으로 감사를 일하는 사람이야.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일했고, 이젠 퇴직을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야. 그의 겉모습을 보자면 꾀죄죄하고, 덩치는 산만해서, 공무원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걸인이라고 해도 믿을 거야. 그가 프라델이 하는 공동묘지 사업을 감사하는 일을 맡았어. 그가 일하는 스타일은.. 깐깐함과 원칙주의자. 뇌물이 통하지 않는 그런 사람. 없는 먼지를 털어서라도 찾아내는 사람인데, 프라델의 공동묘지 사업은 그야말로 온통 불법과 편법이 판을 쳤으니, 메를렝의 눈에 걸리지 않는 게 없었지. 그를 상대하는 것은 프라델의 밑에서 일하는 뒤프레라는 관리인인데, 관의 숫자가 받지 않다고 다그치고, 다른 편법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는데, 꼼짝을 할 수 있나.

..

한편, 에두아르가 나간 빈 집에 알베르는 에두아르가 만든 말머리 마스크를 써보기도 하고, 그를 그리워했어. 그러다가 모르핀 앰풀이 사라진 것을 보고, 에두아르는 멀리 가지 않았음을 알았어. 바로 주인집.. 루이스그의 예상대로 에두아르는 루이스의 방에 있었고, 그들은 곧 화해를 했어. 결국 알베르가 에두아르가 하자고 했던 사업을 하기로 한 거야. 그런데 돈이 부족했어. 사기를 쳐도 자금이 필요했던 거지알베르는 돈을 구하기 위해, 페리쿠르 씨에게 편지를 썼어. 예전에 제안했던 은행의 회계사 자리가 아직 비어있냐고 말이야.

 

5.

시간은 널뛰기를 해서 1920 3월이 되었어. 알베르는 은행원으로 일하기 시작했어. 은행의 돈을 빼돌리기 위해 은행원이 되기는 했지만, 그의 소심하고 착한 심성으로 돈을 몰래 빼돌리는 것을 무척 힘들어했어. 그 스트레스로 살도 엄청 빠지고, 동료들은 그가 은행 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는 힘겹게 2만 프랑을 빼돌려 에두아르에게 주었어. 돈을 벌게 되면 가장 먼저 은행에 2만 프랑을 다시 갖다 주기로 약속하고 말이야. 에두아르는 그 돈으로 추모비 카탈로그를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공공기관에 보내기 시작했어.

페리쿠르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죽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졌어. 잠도 제대로 못하는 날이 늘고, 가족에게 소홀히 한 것에 대해 자책했어. 이런 그의 변화는 사업에도 지장을 주었어. 자주 멍한 상태로 있고 했어. 그의 딸 마들렌은 임신을 했어. 하지만 그도 사위 프라델에 대한 소문을 들어 다 알고 있어서. 불법, 편법으로 사업을 하고, 소문난 바람둥이라는 것. 페르쿠르 씨는 최악의 경우 사위는 내치고, 가족만 지키겠다고 다짐했어. 이젠 가족의 소중함을 깊이 깨달았으니 말이야.

..

프라델이 하는 사업들이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메를렝이라는 공무원의 감사에 의해 편법, 불법이 드러나기 시작한 거야. 프라델의 비리는 줄줄이 사탕이었어. 메를렝은 프라델이 관리하고 있는 군사 묘지를 돌아다니면서 비리를 캐냈어. 결국 프라델은 장인 페르쿠르 씨에게 도움을 청하기 이르렀어. 페리쿠르 씨는 지역 유지에 갑부로 정부에도 아는 사람들이 있었거든. 충분이 프라델의 비리를 덮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청탁할 힘이 있었지만, 페리쿠르 씨는 단호하게 거절했어. 마지막 밧줄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라델은 자신이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정면돌파를 해야지. 뇌물을 싫어하는 공무원이 있나. 메를렝에 뇌물을 주었어. 그런데 그 뇌물마저 메를렝의 보고서에 올라와 있었어. 이젠 그를 기다리는 것은 파국뿐인 것 같았어. 죄를 지은 이는 벌을 받는 것은 순리지.

..

그 지역의 군수는 기념비에 쓸 다섯 점의 그림 후보를 선정해서 페리쿠리 씨에게 선택을 부탁했어. 그가 모든 비용을 대는 기념비이니까. 실력들이 떨어져서 실망을 했는데, 한 사람의 그림이 눈에 걸렸어. 쥘 데프르몽이라는 사람의 그림이야. 아주 잘 그린 것은 아닌데, 자신의 아들이 남긴 수첩에 그린 그림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거야.

쥘 데프르몽. 에두아르와 알베르가 사기를 치기 만든 가상의 미술가였던 거야. 그렇게 추모지 제작으로 쥘 데프르몽, 즉 에두아르가 선택이 된 거야. 생각보다 계약금이 무척 작았어. 약속대로 알베르가 빼온 은행 돈은 다시 갖다 놓았더니 돈이 없었어. 에두라르는 은행에 왜 돈을 갖다 주냐고 뭐라고 했지만, 소심한 순둥이 알베르가 약속한 것이라고 하니 많이 우기지도 못했어.

..

처음에는 주문이 안 들어서 걱정을 했는데, 6월이 들어가면서 주문이 물밀듯이 들어왔어. 그만큼 돈도 쌓이기 시작했어. 그의 사업에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어. 알베르가 사랑에 빠진 거야. 페리쿠르씨의 하인 폴린이라는 사람이었어. 데이트를 하는 시간이 잦아지면서, 집에 오는 시간이 늦어지기도 했는데, 어느날 집에 돌아오니 에두아르가 사라졌어. 이번에는 주인집 딸 루이즈와 함께 나갔다고 했어. 알고 보니 시내의 어떤 커다란 호텔 스위트 룸에 가 있었어. 말을 하지 못하니, 호텔 예약 등을 루이즈가 다 해준 거지 알베르와 에두아르는 돈이 조금만 더 모이면 떠나기로 했어. 식민지롤 떠나는 크루즈의 티켓을 3장 샀어. 에두아르에게 아직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폴린의 표도 산 거야. 그런데 떠나기 나흘 전, 루이스가 다급히 찾아와서 에두아르가 죽은 것 같다고 했어. 호텔에 가보니 헤로인에 취해서 만신창이가 된 거야. , 언제부터 마약을 한 거지? 알베르도 몰랐던 것 같아.

 

6.

페리쿠르 씨는 군수로부터 기념비 사업이 사기라는 보고를 받았어. 알베르와 에두아르의 사기가 들통이 난 거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그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쥘 데프르몽의 사기가 드러난 거야. 페리쿠르씨는 프라델에게 기회를 주겠다면서, 범인을 찾아내라고 했어. 나쁜 놈은 더 나쁜 놈이 더 잘 찾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어. 이 사기사건은 신문에 대서특필되었고, 알베르도 그 기사를 보았어. 소심증이 다시 도져서 그는 안절부절 했어. 거기에 에두아르는 점점 마약에 빠져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로 있을 때가 많았어.

..

프라델은 마지막 기회라고 범인을 찾는데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찾아냈어. 그리고 실제로 그 범인을 찾아냈단다. 시내에 있는 호텔에 있다는 것도 알아냈어. 이 소식을 들은 페리쿠르 씨는 직접 운전을 하고 갔어. 그 시간 에두아르는 호텔을 떠날 준비를 했어. 알베르와 만나기로 약속장소로 떠날 준비를 했지. 마약에 취한 채 돈을 뿌리면서 말이야. 그리고 호텔 앞 달려오는 차를 볼 정신이 없었어. 페리쿠르 씨도 갑자기 뛰어는 사람을 피할 수 없었고. 자신의 차에 치어 튀어오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지. 죽은 줄 알고 있었던 자신의 아들. ,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중상이라도 목숨만은 붙어있기를 바랬는데결국 죽고 말았어.

페리쿠르 씨는 목격자들의 의해 죄는 면제되었어. 페리쿠르 씨는 아들의 진짜 시신을 가족묘에 묻고, 비석에 이름도 새겼어. 그리고 에두아르에게 사기를 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모두 돈을 갚아주었어. 알베르와 그의 여친 폴린은 크루즈를 다시 식민지에 가서 행복을 찾았지. 아참, 그 인간 프라델페리쿠르 씨가 그 협잡꾼을 보호해 줄 이유가 뭐가 있겠어. 그의 죄는 유죄가 되어 벌을 받고 전재산을 잃고 나중에 혼자 쓸쓸히 죽었다고 하는구나.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짧게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또 길어졌구나. 주절주절…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알베르와 에두아르이지만, 프라델이 상징하는 바를 좀 생각해야 한단다. 그는 잘못된 과거이자 적폐야.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 그것을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잖아. 지금도 지난 정권의 적폐 청산에 대해 찬반 의견이 있는 것 같은데, 정의로운 미래를 위해서라도 적폐는 무조건 철저하게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고삐를 늦추지 말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래야 밝은 미래가 더 빨리 올 테니 말이야. 이젠 다스의 주인이 누군지 다들 아는데 왜 빨리 처리하지 못하는지 답답하구나.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꾸나.

(103)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쓸데없는 말>은 알베르의 삶을 이루는 한 축이다. 살아오면서 열정에 휩싸여 바보 같은 일에 뛰어든 게 모두 몇 번이나 될까? 그 답은 어렵지 않다. 좀 더 충분히 생각해 볼걸, 뒤늦게 후회할 때마다 그랬다. 보통 알베르는 그의 후한 마음과 순간의 실수 때문에 사서 고생을 하긴 하지만, 그의 성급한 약속은 비교적 사소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것이다.

(287)
어린 루이즈는 마스크들로 에두라르의 시름을 잊게 해주었다. 또 알베르만큼이나 부지런해 개미처럼 지방지들을 모아다가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그의 나아진 기분, 아직은 너무 미약하여 드러내기를 삼가는 이 나아진 기분은 바로 이 신문들, 아니 이 신문들이 떠오르게 한 어떤 생각들 덕분이었다. 하루하루 지남에 따라 아주 깊은 곳에서 흥분이 솟아오르는 게 느껴졌고, 생각하면 할수록 이 흥분이 어린 시절 캐리커처나 변장이나 말썽 같은 못된 짓을 준비할 때 느끼던 그 희열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소년기의 그 환호작약하고도 폭발적인 성격을 가질 수 없었지만, 그의 뱃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돌아오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는 머릿속으로도 감히 이 <기쁨>이라는 단어를 선뜻 발음할 수 없었다. 그것은 순간적이고 신중하고 간헐적인 기쁨이었다. 그가 조각조각 떠오른 생각들을 대략 올바른 순서로 정리하는 데 성공했을 때, 정말 믿을 수 없게도 그는 현재의 에두아르를 잊어버리고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에두아르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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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대부분 인간의 과도한 욕망에 기인한다.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바라는 욕망이 정도(正道)를 벗어나게 만든다. 이런 욕망과 일탈이 갈등을 유발하고 우리 사회를 망가뜨린다. “저 사람이 원래 저랬나?”라는 물음은 바로 이런 괴물의 탄생을 말해준다. 시대를 넘어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요강, 그 욕망에 빌붙어 소소한 욕구를 채우려는 또 다른 욕망덩어리들. 그들이 벌려놓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바로잡아야 한다. 사마천의 천도시비론(天道是非論)을 흘러간 옛이야기로 넘길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다.

 

(10)

사랑스러운 현재와 경재, 너희들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벌써 스무 살 안팎이 되었겠구나. 나는 너희들이 10년 정도 지난 뒤에 이 글을 읽을 것이라 생각하고 쓰고 있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나는 지금 암에 걸려서 언제 이 세상을 떠날지 알 수 없다. 복막 중피종. 현대 의학이 사실상 포기한 병 중 하나다. 워낙 희귀해서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 중 이 병에 걸린 환자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미국이나 유럽의 통계를 찾아봐도 이 암에 걸린 환자 중 생존자가 거의 없다. 대부분 1년을 전후에 사망하고, 길어야 5년을 산다. 나도 병원에서 12~16개월을 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사가 얘기한 예상 기간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상대로 한 경험적 통계이기 때문에 나처럼 병원 치료를 피하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73)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당시 내가 읽은 책들이 대부분 고전이라는 점이다. 정작 내가 살아갈 현대와 관련된 책은 전혀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선생님들도 고전은 권장했지만, 현대를 다룬 작품을 소개해준 적이 없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대학에 가서야 깨달았다.

 

(81)

대학에 들어간 뒤 처음 한두 달은 고민 기간으로 정했다. 재수를 해서 법대를 갈까, 아니면 정치학과를 그대로 다닐까. 한 달 만에 정치학과에 남기로 결정했다. 정치학과 선배들과 어울리면서 보니 이 사람들은 나와 고민의 차원이 달랐다. 나는 어떻게 하면 내가 잘될 것인가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나라가 잘되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내 꼴이 우스웠고, 상대적으로 선배들이 대단해 보였다. 아마 법대에 갔다면 언제부터 고시 준비를 할까 이런 생각만 했을지도 모르는데정치학과에서는 고시를 왜 보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공부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98)

우리는 가끔 나만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람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사람마다 분명히 조금씩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비슷한 점이 더 많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공통점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해주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이 필요하다.

 

(111)

하지만 이때 생긴 꿈은 대학 4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경험한 것들에 대해 철학자들, 역사 속 인물들과 숱한 대화를 나누며 나 스스로 얻은 것이다. 그런 만큼 말 그대로 순순하고 소중한 나의 꿈이다. 그 꿈이 무엇이냐고? 그건 우리 사회를 더욱 자유롭고 평등하게 만드는 것, 그러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 사회를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현재로서는 민주주의이다. 다수 대중의 이해가 반영되면서도 소수를 보호할 수 있는 체제. 종교는 내세에서 그런 약속을 할지 모르지만, 나는 현실에서 그런 사회를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혁명을 논할 것도 없이 그런 사회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129)

입사 시험 경험을 통해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먼저 한 가지는 사기업의 경우 절대로 똑똑하고 원칙에 충실한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올곧으면 회사의 부당한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최규석의 만화 <송곳>에서처럼 노조에 가입해 회사와 대결하거나 회사에 노조가 없다면 본인이 직접 노조를 만들 수 있다. 기업은 적당히 구부러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원칙을 따지기보다 불법이나 부적절한 일도 회사의 지시라면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158)

물론 그 전에 자신에게 인사권이 있다면 적절한 사람을 골라서 쓸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부족한 분야라면 자신보다 잘 아는 사람을 활용하고 그 사람 말을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지도자가 모든 걸 다 알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대통령이 모든 분야를 어떻게 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 내에서 적절한 배치가 필요한 것이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다. 그러자면 리더는 우선적으로 사람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다. 인사를 잘하면 나머지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205)

그렇다면 객관성은 아예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적어도 객관성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다. 바로 사회적 다수와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다. 먼저 소수 권력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정부, 국회, 재벌, 법원 등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그들이 권력을 잘못 사용했을 때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상상을 초월한다. 권력을 쥔 자는 소수지만 그들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은 다수다. 언론의 일차적인 역할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이들 소수 강자에 대한 다수 약자의 견제를 말한다. 언론이 견제해야 하는 소수 강자에는 정부와 여당뿐 아니라 다른 언론도 포함된다. 이들 역시 중요한 권력기관이기 때문이다.

 

(245)

노무현은 내가 현실 정치를 접한 이후 김대중에 이어 열렬히 지지했던 정치인이었다. 물론 노무현 집권 기간에 지지층들이 많이 이탈했다. 노무현은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는 그의 말대로 구시대의 막내였다. 정치개혁이라는 관점에서는 그 누구보다 선명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권위주의는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경제와 노동, 사회 개혁이라는 관점에서는 노무현 역시 시대의 한계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결과 그는 새로운 시대의 맏형이 되지는 못했다. 그 과제를 후대에 남겨졌고, 우리는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노무현은 우리 현대 정치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했고, 그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수 있었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밑그림을 깔아놓은 인물이다.

 

(284)

구본홍 보도본부장 체제에서 MBC 뉴스는 조선일보를 베껴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 엽기적인 행태를 보였다. 당시 우리 뉴스는 노무현 정부를 비판해야 언론으로서 정도를 가는 것인 양 보여주기식 보도가 많았다. 그동안 대통령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조직이 대통령 개인을 과도하게 비판했다. 보수적인 선배들이 이긍희 사장, 구본홍 본부장 체제를 맞아 마치 소신을 지키는 언론인인 것처럼 돌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302)

소수파 정권으로서 적을 제압하려면 지혜로워야 한다. 허허실실이 가장 좋은 방책이다. 행정권력 하나 장악하고서 대놓고 선전포고를 해봐야 소용없다. 보수세력은 입법부와 사법부, 언론이라는 강력한 기반을 갖고 있다. 행정부 내에서도 보수적인 관료들이 사실상 이들의 우군 노릇을 한다. 게다가 재벌이라는 가장 강력한 물적 기반이 이들의 편이다. 이들이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잃게 되자 사법부와 언론 등에 호소하며 노무현 정부를 강력히 저지한 바가 있지 않던가.

 

(347)

언론이 바로 서는 것은 단순히 정치권력의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검찰이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면, 언론은 사회적 의제 설정을 통해 미래를 여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언론이 자유로워야 사람들이 현재 생각하는 것,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중요시하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의제가 형성되고, 하나씩 해결되어 나간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전형적인 발전 모델이다.

 

(366~367)

<삼국지>에서 눈여겨본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주유(周瑜). 주유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제갈공명의 비범한 재능이 신적인 경지라면 주유의 탁월한 재능은 인간적이었다. 그런 이류로 그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못내 그를 잊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 주유가 다시 살아나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모습을 혼자서 상상한 적이 많다. 생과 사의 갈림길을 지나는 이 순간 주유를 떠올리는 건 나 혼자만의 연민의 감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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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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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아빠가 좋아하는 류시화의 책이란다. 류시화 본인도 그렇게 이야기하듯, 이름과 긴 머리 때문에 자신을 여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대. 얼마 전에 아빠의 회사 선배 한 분이, 류시화가 지금까지 여자인줄 알았다고 하니, 그런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구나. 더욱이 류시화의 감성 가득한 글들만 접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사실, 아빠도 맨 처음 류시화를 알게 되었을 때는 그랬어. 류시화에 대해서 찾아보고 나서야, 남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아빠가 류시화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인도 여행기였어. 그 책에 나왔던 글들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고, 그 이후 류시화의 여러 산문집, 여러 시집들, 여러 번역서들을 읽었는데도 가장 첫 번째로 뽑는 것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었어. 그런데,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란 책을 읽고 어쩌면 이제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 정도로 이번에 읽은 책이 너무 좋았단다. 아빠는 책을 읽을 때 책에 낙서를 하거나, 접거나, 줄을 긋는 행위를 절대 하지 않는데, 딱 한가지 하는 것이 있어. 인상 깊은 구절의 페이지를 책 앞면지에 적어물론 아주 약하게 연필로…. 그런데, 이번에 읽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의 책 앞면지에는 무려 38개의 페이지를 적었단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지인을 얼마 전에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 분 역시 이 책의 내용이 너무 좋다면서 천천히 아껴 읽고 있다고 하는구나.

 

1.

그럼 이 책을 아빠가 왜 그렇게 좋게 읽었을까. 책을 덮고 생각해 봤어. 책의 내용이 무적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아빠 개인적인 것도 더 더해진 것 같았어. 요즘 아빠가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았어. 이 광활한 우주에, 길고 긴 우주의 역사 속에서 한낱 인간이 찰나를 살다 가는데, 뭘 그리 고민하고 힘들어하느냐는 것, 아빠도 잘 알아. 아빠도 늘 머릿속에 그런 것을 새기면서 살아. 하지만, 어떤 신경 쓰이는 일이나 생각이 생기면, 머릿속 한 구석에 자리잡는데, 그것 참 떼어내기 힘든 것 같구나. 아빠가 요즘 좀 그런 시기였거든. 그때 이 책을 읽어서 많은 위로가 되었어. 지은이 류시화가 지금 아빠의 심정을 알고, 옆에서 위로해주는 기분이었단다. 특히 나 자신에 대해 화살을 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밖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기도 벅찬데, 왜 화살은 자기 자신에게 쏘냐고.. 그래서 더욱 힘들게 하냐고.. 그러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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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정신에 가장 해로운 일이되새김이다. 마음속에 되새김은 독화살과 같다. ‘문제를 느끼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문제 때문에 쓰러지지는 말라.’라는 말이 있다. 첫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은 사실 큰일이 아니다. 그 화살은 우리의 선택에 달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화살 때문에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쏘는 것이 더 큰일이다. 이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것은 마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외부의 일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이다. 자신이 원치 않는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나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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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것이 혼자는 살 수 없는 법이잖아. 그러다 보면 서로 언쟁이 붙기도 하고, 서로 상처가 되는 말도 하고, 그러다 보면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그러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제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그것은 회사 생활이나 가정 생활이나 마찬가지야. 그런 상황에 대해서 류시화는 이렇게 이야기하더구나.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생각한다고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크게 한다고그래서 논쟁을 할 때나 화가 날 때, 서로 가슴이 멀어지지 않게,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고 말이야. 그러면서 화가 반대의 경우, 즉 둘이 사랑에 빠지는 경우와 빗대어 이야기해주었어. 둘이 사랑에 빠지면 가슴이 가까워져서 속삭인다고, 어떨 때는 바라만 본다고 말이야. 아빠가 깊이 공감하면서도 반성하게 되는 구절이었단다. 앞으로 누군가 논쟁을 하는 일이 있어도 절대로 목소리를 높이지 말아야지아참, 너희들도 싸울 때 목소리가 높아지더라

===========================

(24)

마침내 스승이 설명했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소리를 질러야만 멀어진 상대방에게 자기 말이 가닿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날수록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리를 지를수록 상대방은 더 화가 나고, 그럴수록 둘의 가슴은 더 멀어진다. 그래서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25)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랑을 가면 부드럽게 속삭인다. 두 가슴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큰소리로 외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지면 두 가슴의 거리가 사라져서 아무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두 영혼이 완전히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말 없이도 이해하는 것이 이것이 사람들이 화를 낼 때와 사랑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스승은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논쟁을 할 때 서로의 가슴이 멀어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질러 서로의 가슴을 밀어내서는 안 된다. 계속 소리를 지르면 그 거리를 회복할 수 없게 되고, 마침내는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하게 된다.”

===========================

..

몇 구절을 인용하면서 말 하기에는 너무 좋은 구절들이 많구나. 앞서 이야기했던 책면지에 적혀 있는 페이지를 찾아서 다시 한번 읽어보았어. 그리고 천천히 컴퓨터 자판을 따라 치면서 발췌해 보았어. 나중에 커서 너희들도 힘이 들거나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 너희들에게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돼. 아빠도 가끔씩 이 책을 펼쳐봐야겠다고 생각했어.

가까운 시일에 혹시 책 선물을 할 기회가 있다면 꼭 이 책을 해 줄 것 같구나.

 

2.

이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명언과 책들이 인용해 주었어. 아빠가 읽은 책들도 있어, 그런 책들이 나오면 반갑더구나. 이 책을 중간쯤 읽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리스트로 정리해서 나중에 기회 될 때 읽어보겠다는 생각. 다 읽고, 앞 페이지부터 다시 들쳐보면서 리스트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책 뒤편에참고서적이라면서 인용한 책들 제목을 적어주었어. 이 책들을 아빠가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 추가해야겠구나. 이 책들은 또 언제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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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오후의 죽음>

조애나 메이시 <내가 사랑한 세상>

짐 코벳 <정글 이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미셸 투르니에 <예찬>

에드먼드 화이트 <마르셀 프루스트의 생애>

페마 초드론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질 때>

이청준 <소문의 벽>

아잔 브라흐마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앤드류 하비 <숨은 여행>

파트룰 린포체 <완벽한 스승의 가르침>

소걀 린포체 <깨달음 뒤의 깨달음>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 수업>

레이첼 나오미 레멘 <할아버지의 축복>

어니스트 커츠, 캐서린 케첨 공저 <불완전함의 영성>

안드레아 조이 코헨 <가면을 쓴 축복>

J.R.R. 톨킨 <니글의 잎새>

파블로 네루다 <추억>

마르틴 부버 <나와 너>

콘스탄틴 카바피 <카파피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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