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만약 중력의 크기가 조금이라도 달랐다면, 우주의 역사는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나자마자 순식간에 강한 중력으로 인해 무너져 버리든지, 반대로 앗 하는 사이에 팽창해서 완전히 식어 버려서 생명은커녕 별조차 만들어지지 못하고 어두운 허무의 세계가 영원히 지속되는 우주가 되었을 것이다. 우주가 긴 시간을 들여 별이나 은하를 만들고 생명체가 태어날 수 있게 된 것은 중력이 딱 적당했기때문이다.

(59)

물론 광속이 일정하다는 것은 이미 맥스웰 이론에서 보여준 바 있지만, 그렇다면 이와 모순되는 뉴턴의 이론은 어떻게 될까. 그쪽은 그쪽대로 광속 이외의 분야는 정확히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틀렸다고 팽개쳐 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뉴턴의 이론을 수정하기 시작하였다.

(108-9)

관측 결과 별빛이 휘어지는 각도는 아인슈타인 이론에서 예측한 것과 거의 일치하였다. 여기서도 아인슈타인 이론이 승리한 것이다. 이 획기적인 발견은 대서특필되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지쳐 있던 유럽인들에게 오랜만에 밝은 소식을 안겨 주었다. 독일과 영국은 서로 전쟁중인 적대국 관계였다. 하지만 독일인 아인슈타인이 만든 이론을 영국인 에딩턴이 증명한 것이다. 이 관측은 차갑게 식었던 독일과 영국의 관계를 회복시켰다는 의미로도 사회적 큰 영향을 미쳤다.

(114)

그렇다면 무엇이 쌍성의 에너지를 가져가는 것일까. 범인으로 여겨지는 것이 중력파다. 휴대전화가 전자의 진동에 의해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 것처럼 쌍성이 빙글빙글 회전하면 중력장이 진동하여 파동이 전해지게 된다. 파동이 전해지기 위해선 에너지와 필요하기 때문에 어디서든 그 에너지를 조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문에 쌍성의 공전운동의 에너지가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치가 맞다.

(117-8)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인공위성은 움직이기 때문에 지상에서 보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광속에 비하면 인공위성의 비행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얼마 안 되는 차이지만, 인공위성에 탑재된 시계는 지상의 시계보다 매일 7마이크로씩 늦어진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해질수록 시간이 천천히 흐르게 된다. ‘원주율=3.14……가 성립하지 않는 세계인 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정거장이 빠르게 회전할수록, 즉 그 안의 인공중력이 강해질수록 시간이 더욱 천천히 흐른다. 때문에 지구의 지표에서 보면 지구의 중력이 약한 인공위성에 탑재된 시계는 더 빠르게 보인다. 그래서 하루에 46마이크로초씩 빨라진다. 여기에 특수상대성이론 효과에 의해 생겨난 인공위성 시간의 늦어짐(7마이크로초)을 빼면 하루 39마이크로초 만큼 인공위성의 시계는 빨라진다.

(121)

18세가 끝날 무렵 영국의 존 미셸(납 구슬 사이의 중력을 측정한 캐번디시의 실험을 고안했음)과 프랑스의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라플라스의 악마 이야기로 유명) 두 명과 과학자가 블랙홀을 예견하였다. 질량이 클수록 중력은 강해진다. 그렇다면 굉장히 질량이 큰 별이 있다면 그 별에서는 빛의 속도로도 탈출하지 못할 것이다. 즉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 별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127)

그 후 계속된 연구로 퀘이사가 은하의 중심에 있는 초거대 블랙홀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빛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밝게 빛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만, 그건 블랙홀 자체의 빛이 아니다. 블랙홀이 강혼 중력으로 주위의 가스를 빨아들이면 그 가스들이 맹렬한 기세로 블랙홀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게 된다. 그 가스가 마찰열에 의해 강하게 빛을 방출하는 것이다. 블랙홀에 삼켜지기 전에 지르는 비명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133)

그런데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가 거리에 비례한다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거리가 멀수록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면, 특정 정도 이상으로 떨어져 있는 은하가 지구에서부터 멀어지는 속도는 광속을 넘게 된다. 광속을 우주의 제한속도라고 한 아인슈타인 이론에 반대되는 생각이지만, 그 이론은 우주 안에서 이동속도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우주 그 자체가 광속 이상으로 팽창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150)

그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단순히 말하면 매크로 세계를 다루는 상대성이론이 있다면, 양자역학은 마이크로 세계를 다루는 물리학이다. 우주의 시초에는 공간이 극한으로 압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중력이론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세계의 이론 또한 필요하다. 우주 시초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아인슈타인 이론의 한계를 넘어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두 이론을 결합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다음에, 모든 자연계 현상의 기초가 되는 궁극의 통일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87-8)

그 기본 법칙은 우리 경험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더욱 깊어지게 된다. 처음에는 뉴턴 이론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거대한 세계와 만나게 되자 아인슈타인 이론이 필요하게 되었고, 아주 작은 마이크로 세계에서는 양자역학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 물리학의 세계에서는 새로운 영역이 열릴 때마다 기존 이론을 통합하는 새로운 이론을 구축해 왔다. 예를 들어 맥스웰은 전기현상과 자기현상을 통합하여 전자기학을 확립하였고, 그 맥스웰 이론과 뉴턴 이론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구축했다. 그리고 특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융합시키는 장의 양자론이 제기되는 방식이다.

(256)

다만 우주의 심지인 마이크로 세계를 취급하는 초끈이론에서는 양자역학이 어떤 의미로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모순을 해소한 결과 양자역학은 그대로 사용되었고, 상대성이론은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뉴턴역학과 맥스웰 전자기학의 모순을 해소하려 했던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에 있어서 맥스웰 이론을 그대로 사용하고, 뉴턴의 속도 합성법칙을 변경했던 것과 같은 경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초끈이론에 있어서 커다란 성공이었다. 블랙홀의 증발에 있어서 인과율이 무너져 버린다는 주장은 철저하게 논파되었다. 게다가 다음 장에서 나오듯이, 생각하지 못했던 덤도 함께 나왔다.

(262)

초전도란 금속의 등의 물질을 냉각시켰을 때 전기저항이 급격하게 0으로 되는 현상을 말한다. 가령 알루미늄은 절대온도 1(섭씨 -272)에서 초전도상태가 된다. 그런데 25년 전, 그때까지보다 훨씬 고온(현재는 절대온도 100도 이상)에서 초전도현상을 보여주는 물질이 발견되어 물리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발견 직후 열린 미국 물리학회에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몰려와, ‘물리학의 우드수탁이라고 불릴 정도였다.(우드스탁:뉴욕의 베델에서 사흘 동안 열린 록 음악 축제-역주). 하지만 이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초전도를 이론으로 해명하기까지는 최초의 실험으로부터 47년이 걸렸기 때문에, 지금부터 20년이 더 걸린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홀로그래피 원리에 의한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좀 더 빨리 고온 초전도의 구조를 밝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272)

다행스럽게 초끈이론은 소립자의 표준모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80년 넘게 해결되지 못했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융합이라는 곤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된 것이다. 두꺼운 암반의 틈에서 새어나온 한줄기의 빛과 같은 이론인 것이다. 물론 실험으로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 이 분야는 이론이 앞선 만큼 그것을 검증하는 작업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끈이론을 검증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물리학에서는 이론을 검증하는 실험이 이루어지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경우가 적지 않다. 뉴턴역학도 이론으로서의 유효성은 곧바로 확립되었지만, 그 중력이 만물에 존재한다는 것이 캐번디시의 실험으로 검증되기까지는 1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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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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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아빠가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어하던 책이야. 그러던 중 작년 하반기에 <알쓸신잡>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유시민님이 추천을 하고 나서 더욱 읽어보고 싶은 책이 되었단다. 유시민님의 영향력으로 인해 베스트셀러에도 오랫동안 상위랭크 되었었어.

랩 걸. 왜 제목이 랩 걸일까 싶었었단다. 보통 Lab이라고 하면 실험실이라는 뜻이거든.. 이 책을 읽은 지 얼마 안되어 왜 제목이 랩 걸인지 바로 알겠더구나. 지은이가 평생을 실험실에 살았던 여자 과학자였기 때문이야. 호프 자런이라고 하는 과학자란다. 당연히 아빠는 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지만,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과학자인가 봐. 2016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도 선정이 되었대. 1969년생이니까 아직도 현역으로 열심히 연구하고 있겠구나.

1.

호프 자런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실험실에서 살았어. 그의 아버지는 미네소타 대학교의 물리학, 천문학 교수였거든. 호프 자런에게 실험실은 놀이터였어.

호프 자런에게 실험실이라 어떤 곳이었냐 하면

불이 항상 켜져 있는 곳.

내가 하지 않을 일에 대한 죄책감이 내가 해내고 있는 일들로 대체되는 곳.

교회와 같은 곳. 내가 믿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곤 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곳. 글에는 내가 써야 하는 이야기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어.

이 책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고 보면 돼. 그냥 누군가에게는 실험실은 그저 실험만 하는 곳인데, 그에게 있어 실험실은 이런 다양한 모습으로 보였던 것 같구나.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 그것은 과학자로서 좋은 능력인 것 같아. 그리고 과학에 관련된 글을 쓰면서도 인문적인 시선과 감성적인 문체도 들어 있었어. 예전에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 진짜 유명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글도 잘 써야 한다고 말이야. 아무리 연구 실적이 좋아도 글을 잘 못쓰면 좁은 범위에 국한될 수 밖에 없지만 글을 잘 써서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잘 포장까지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영역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말이야. 현대에 와서 유명한 과학자로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하나같이 글들도 작가만큼 잘 쓴단다.

이 책의 지은이 호프 자런이 평생에 걸쳐 한 연구는 나무에 관련된 내용이란다. 나무에 관한 연구를 한 사람들이 뭐, 한두 명이겠니. 하지만 이렇게 일반 대중에게까지 알려진 과학자들은 그리 많을 거야. 호프 자런도 이 책을 쓰지 않았다면 그렇게 유명해지지 않았겠지?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연구를 했는지도 알지 못했을 거야. 물론 그의 글쓰기가 자신의 업적과 노력을 알리는데 목적만 있었던 것은 아닐 거야. 그는 이 책을 통해 일반 대중들이 나무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져주길 바랬을 거야. 그리고 신비한 나무의 삶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싶을 것이고또 누군가는 그의 연구하는 자세를 보고, 자신도 그런 과학자가 되어야겠다고 꿈을 심는 사람도 있겠지과학에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이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은 좋은 습관인 것 같아. 너희들도 그런 습관을 가지면 좋겠지만, 기대는 안 할래^^

아빠는 이 책을 통해서 나무의 신비한 삶을 많이 알게 되어 먼저 좋았단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빠가 발췌한 부분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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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씨앗은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 안다. 대부분의 씨앗은 자라기 시작하기 전 적어도 1년은 기다린다. 체리 씨앗은 아무 문제없이 100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각각의 씨앗이 정확히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그 씨앗만이 안다. 씨앗이 성정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 그 기회를 타고 깊은 물속으로 뛰어들 듯 싹을 틔우려면 그 씨앗이 기다리고 있던 온도와 수분, 빛의 적절한 조합과 다른 많은 조건이 맞아떨어졌다는 신호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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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첫 뿌리가 감수하는 위험만큼 더 두려운 것은 없다. 운이 좋은 뿌리는 결국 물을 찾겠지만 첫 뿌리의 첫 임무는 닻을 내리는 것이다. 닻을 내려 떡잎을 한곳에 고정시키는 순간부터 그때까지 누리던 수동적인 이동 생활에 영원히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일단 첫 뿌리를 뻗고 나면 그 식물은 덜 추운 곳으로, 덜 건조한 곳으로, 덜 위험한 곳으로 옮길 희망(그 희망이 아무리 미약한 것이었다 할지라도)을 포기해야 한다. 서리와 가뭄과 굶주린 입이 찾아와도 그로부터 도망갈 가능성 없이 모든 것을 직면해야 한다. 그 작은 뿌리는 자기가 앉아 있는 그 장소에 몇 년,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의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를 점칠 기회를 딱 한 번 가진다. 뿌리는 그 순간의 빛과 습도를 감지하고 자기 속에 내재된 프로그램으로 정보를 점검한 다음 글자 그대로 몸을 던져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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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배아 안에는 떡잎이 들어 있다. 이미 만들어진 두 개의 적은 이파리인 떡잎은 구명용 보트처럼 비상시 부풀려서 임시로 사용할 수 있는 생명 유지 장치다. 가장 가까운 자동차 수리점 정도까지만 갈 수 있게 만들어진 스페어 타이어와 마찬가지로 떡잎도 작고 빈약하다. 수액이 들어가 팽창이 되면 겨우 초록빛 물이 조금 든 이 떡잎들은 겨울날 고물차에 시동을 걸 듯 광합성을 시작한다. 조잡한 구조의 떡잎은 절뚝거리면서도 진짜 이파리를 만들어낼 준비가 될 때까지 식물 전체를 지탱하다가 시들어서 떨어진다. 식물이 만들어낼 이파리 모양과도 전혀 다른 모양을 띤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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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목재는 강하고, 가볍고, 유연하고, 무독성이며, 날씨의 변화에 강하다. 수천 년 동안 발전한 인류 문명에도 우리는 이보다 더 나은 다목적 건축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같은 면적이라면 목재 기둥은 강철만큼 강하고, 신축성은 열 배이면서도 무게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 고도의 기술을 적용한 인공 물질이 많이 나왔음에도 주택을 지을 때 가장 인기 있는 자재는 목재다. 미국에서만 지난 20년 사이에 사용된 나무 판자를 나열하면 지구에서 화성까지 다리를 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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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살지 않아야 할 곳에서 사는 식물은 골칫덩어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살지 않아야 할 곳에서 번창하는 식물이 잡초다. 우리는 잡초의 대담성에 화를 내지는 않는다. 모든 씨앗은 대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화를 내는 것은 잡초들의 눈부신 성공이다. 인간들은 잡초밖에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놓고 잡초가 많이 자란 것을 보면 충격을 받은 척, 화가 나는 척한다. 우리가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 아무 상관이 없다. 식물의 세계에서는 이미 혁명이 일어나서 인간이 개입한 모든 공간에서는 침입자들이 쉽게 원주민들을 내쫓고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가 아무 힘도 없이 그저 입으로만 잡초를 욕해봤자 이 혁명을 멈추지는 못한다. 지금 목격하고 있는 혁명은 우리가 원한 것이 아니라 촉발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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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눈 속에서 사는 식물들에게 겨울은 여행이다. 식물은 우리처럼 공간을 이동하면서 여행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장소를 이동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사건을 하나하나 경험하고 견뎌내면서 시간을 통한 여행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은 특히 긴 여행이다. 나무들은 오지를 긴 시간 여행하는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조언과 똑 같은 조언을 따른다. 짐을 단단히 싸라는 조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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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8)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을 올림픽 규격 수영장에 비유한다면, 흙속에서 식물들이 취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청량음료 병 하나를 채우지도 못하는 양이다. 나무들은 너무도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이파리 한 줌 만들어내는 데에도 1 갤런 이상이 필요하다) 뿌리가 능동적으로 흙을 빨아대는 상상을 하고 싶어질 정도다. 그러나 현실은 상당히 다르다. 나무의 뿐리는 전적으로 수동적이다. 물은 낮 동안 수동적으로 뿌리 안으로 흘러들어가고, 밤 동안 수동적으로 뿌리 밖으로 흘러나온다. 달의 영향을 받아 벌어지는 바다의 조수간만만큼이나 정확하다. 뿌리 조직은 스펀지처럼 작동한다. 엎지른 우유에 마른 스펀지를 대면 자동적으로 부피가 커지면서 액체를 빨아들인다. 그 축축한 스펀지를 건조한 시멘트에 올려놓으면 얼마 가지 않아 액체가 흘러나와 시멘트 위에 얼룩이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디서 땅을 파더라도 기반암에 가까워질수록 흙은 더 축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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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호프 자런은 과학자라고 했잖아. 그렇게 과학자라고 하면 끝인데, 우리 세상은 여자인 경우에는 앞에 여성을 붙여서 여성 과학자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단다. 과학계에서는 아직 여성에 대한 편견이 많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 호프 자런이 1969년이면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과학자인데, 자신이 오늘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받은 차별 등이 많이 있었대. 지난 세기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업적을 가로채기 당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비밀도 아닌 것 같구나.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그런 것이 존재하다니.. 그것도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이야기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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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7)

나는 남의 말을 듣는 데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과학을 잘 한다. 나는 똑똑하다는 말을 들었고, 단순하다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일을 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고, 내가 해낸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도 들었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고,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내가 한 일을 할 수 있었다는 말도 들었다. 나는 영생을 얻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일찍 죽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너무 여성적이라는 꾸지람을 들었는가 하면 너무 남성적이어서 못 믿겠다는 말도 들었다. 내가 너무 예민하다는 경고를 받은 적도 있고, 비정하고 무감각하다는 비난도 들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은 모두 나만큼이나 현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래를 보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그런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내가 여성 과학자이기 때문에 누구도 도대체 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따라서 상황이 닥치면 그때그때 내가 무엇인지를 만들어나가면 되는 값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동료들의 충고를 듣지 않고, 나도 그들에게 충고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음 두 문장을 되뇐다. 이 일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야만 할 때를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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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책의 또 다른 큰 줄기는 호프 자런의 지금까지의 살아온 이야기란다.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그의 삶의 전반전까지 정리한 자서전이라고 할까. 그리고 자신의 성장을 식물의 성장에 빗대어 설명한 것 같았어. 그래서 책을 시작하면서 사람은 식물과 같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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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준 것이 과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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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프 자런의 업적에 지대한 업적은 파트너 과학자가 있으니 빌이라는 사람이란다. 호프가 대학원 조교를 하던 시절에 만난 사람인데, 그에게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었어. 과학자가 갖추어야 할 끈기와 열정이 있었단다. 이후 그들은 줄곧 같이 연구를 하였단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졌어. 그리고 많은 업적도 냈단다. 아빠는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그들이 과학자의 동료뿐만 아니라 인생의 반려자로 사랑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들의 성격도 잘 맞았고, 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도 가장 먼저 찾곤 했거든. 아빠의 편견이었나?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친구가 될 수가 없다는…. 그런 것 치고는 너무나 오랫동안, 그리고 너무 가까이 지냈는데…. 호프 자런이 클린트라는 다른 과학자와 사랑에 빠졌을 때 아빠는 지은이에게 좀 실망을 했단다.

아빠가 빌과 호프 사이가 어떤 사이인지 모르겠지만, 책에서 이야기한 것으로만 보면 빌은 호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했던 빌이 아니라 클린트라니그러면서 클린트와 사랑은 금방 깨지고 결국은 빌과 함께 할 거라는 예측을 하면서 책을 읽어나갔지만 결국은…. 클린트와 결혼을 하고 아기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게 된단다. 그리고 빌과는 여전히 절친 동료로써 같이 연구를 했어. 더욱이 빌은 결혼도 안하고 연구에만 몰두를 하는데…. 이 책이 출간된 이후라도 빌도 진정한 사랑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드는구나. 혹시 빌은 과학과 결혼한 것일까?^^

이런아빠가 과학 교양 서적을 읽으면서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구나.^^ 호프 자런이 생각하는 과학 이야기를 해볼까. 호프에게 과학이란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고 했어. 그래서 그렇게 평생 과학과 함께 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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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시간은, , 내 나무에 대한 나의 눈, 그리고 내 나무가 자신을 보는 눈에 대한 나의 눈을 변화시켰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 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과학은 또 한때 벌어졌거나 존재했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모든 중요한 것을 주의 깊게 적어두는 것이야말로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라도 것도 가르쳐줬다. 나보다 더 오래 살았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내 나무도 그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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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연구하는 과학자. 아무래도 지구의 환경도 연관 지어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지구의 녹색은 점점 줄어들고우리 자손들에게 황폐한 폐허만 남기고 떠날 것에 대한 두려움그런 것은 호프 자런도 느끼고 있어. 녹색…. 녹색이라는 단어는자란다라는 동사와 어원을 같이 한다고 하는구나. 원문은 영어로 썼을 테니, 녹색은 green, ‘자란다 grow…. 일 것 같구나. 녹색이라고 하면 편안함과 평화, 자연 등 좋은 것들만 연상이 되잖아. 그런 녹색이 지구에서 줄어들고 있으니많은 사람들이 그 걱정을 같이 하고 어떻게 하면 녹색을 늘릴 수 있을 수 같이 고민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구나. 이제 6월만 되어도 찌는 더위가 시작되곤 하는구나. 정말 지구는 점점 불타오르는 기분이야. 이런 문제점에 대해 세계 모든 나라의 정부에서 심각하게 걱정을 했으면 좋겠는데아직도 성장과 경쟁만 찾고 있으니안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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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전 세계 어디를 가나녹색이라는 단어는자란다라는 동사와 어원을 같이한다. 자유 연상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녹색이라는 단어와 자연, 휴식, 평화, 긍정이라는 개념을 연관 지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녹색을 잠시 스쳐 지나가는 식으로라도 접하면 단순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서도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해마다 조금씩 녹색이 줄어가고 있다. 컨디션이 나쁜 날이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 전 지구적인 문제들이 악화되고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늘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 즉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자손들을 황폐한 폐허에 남겨두고 떠날 것이라는 두려움, 지금까지 어느 때보다 더 병들고, 굶주리고, 전쟁에 시달리고, 심지어 녹색이 주는 소박한 위안마저도 박탈당한 채 사는 세상을 남기고 떠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이 문제에 대해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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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

(39)

그는 특별하고자 한 적이 없었다. 다만 나약했고 공격에 무방비 상태였고 혼란에 빠져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한 평범한 인간으로서, 인생의 반을 발광 상태에서 살지 않으려다보니 죄 없는 자식들에게 큰 박탈감을 안겨주었을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자신도 사면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확신했다.

(63)

다이아몬드란 건 그 아름다움과 품위와 가치를 넘어서서 무엇보다도 불멸이거든. 불멸의 흙 한 조각, 죽을 수밖에 없는 초라한 인간이 그걸 자기 손가락에 끼고 있다니!

(76)

그는 세 번 결혼을 했고, 애인들과 자식들과 성공을 안겨준 흥미로운 일자리를 가졌지만, 이제 죽음을 피하는 것이 그의 삶에서 중심적인 일이 되었고 육체의 쇠퇴가 그의 이야기의 전부가 되었다.

(81)

사실 그는 한 번도 딸 걱정을 안 한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이런 아이가 운 좋게 자기 자식이 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이런 자식을 얻을 만한 일을 했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피비라면 몰라도. 어쨌든 그런 사람들이 있다. 눈부시게 착한 사람들-정말이지 기적처럼 착한 사람들. 이런 기적 가운데 하나가 그 자신의 딸, 부패라고는 모르는 딸이라는 것이 그의 큰 행운이었다.

(112)

묘했다. 그는 낸시의 말에서 그렇게 큰 위로를 얻으면서도 낸시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고는 잠시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위로를 얻고자 하는 소망은 하찮은 것이 아님을 그는 깨달았다. 더군다나 기적적으로 아직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에게서.

(149)

다들 몸에서 가장 먼저 닳아버리는 지점이 있잖아요. 그이는 그 지점에 피로가 쌓였던 거죠. 이틀 전 밤에 나한테 그러더군요. ‘너무 피곤해그이는 살고 싶어했지만, 누가 무슨 일을 해도 그이를 더 살아 있게 할 수는 없었어요. 노년은 전투예요. 이런 게 아니라도, 또다른 걸로 말이에요. 가차 없는 전투죠. 하필이면 가장 약하고, 예전처럼 투지를 불태우는 게 가장 어려울 때 말이에요.

(164)

자신이 없애버린 모든 것, 이렇다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스스로 없애버린 모든 것, 더 심각한 일이지만, 자신의 모든 의도와는 반대로,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없애버린 모든 것을 깨닫자, 자신에게 한 번도 가혹하지 않았던, 늘 그를 위로해주고 도와주었던 형에게 가혹했던 것을 깨닫자, 자신이 이제 단지 신체적으로만 전에 원치 않았던 모습으로 쪼그라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깨닫자, 그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171)

성공하지 못한 아버지, 질투심에 찬 동생, 한 입으로 두말하는 남편, 무력한 아들, 그의 가족의 보석상으로부터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몇 명 되지도 않는 친족, 아무리 열심히 쫓아가도 도저히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친족을 소리쳐 부르는 자신의 모습. “엄마, 아빠, 하위, 피비, 낸시, 랜디, 로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만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내 말 안 들려? 나 떠나고 있다고! 다 끝났고, 나는 이제 당신들을 모두 다 떠나고 있어!” 그가 그들에게서 사리지는 것과 똑 같은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서 사라지고 있는 그 사람들이 고개만 돌려, 너무나 의미심장하게 소리쳤다. “너무 늦었어!”

떠남. 그가 공포에 질려 숨을 헐떡이며 깨어나게 했던 바로 그 말, 주검의 포옹에서 살아 돌아오도록 구해준 말.

(175)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강렬한 일이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정말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일단 삶을 맛보고 나면 죽음은 전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삶이 끝없이 계속된다고 생각해왔지요. 내심 그렇게 확신했습니다. “아니, 댁이 틀렸소.” 남자는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저 여자는 늘 저랬소. 오십 년 동안이나 저랬단 말이오.” 그는 절대 용서 못 할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며 덧붙였다. “저 여자는 자기가 이제 열여덟 살이 아니기 때문에 저러는 거요.”

(188)

그는 생각했다. 여름의 매일매일 살아 있는 바다에서 타오르던 그 빛이여. 그것은 눈에 담을 수 있는, 엄청나게 크고 귀중한 보물이었다. 마친 아버지의 이름 머리글자가 새겨진 보석상 루페로 귀중하고 완벽한 행성 전체를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고향을, 십억, , 천조 캐럿짜리 행성 지구를! 그는 쓰러지는 것과는 거리가 먼, 불길한 운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느낌으로, 다시 충만해지기를 갈망하며 밑으로 내려갔지만, 결국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심장마비. 그는 이제 없었다. 있음에서 풀려나,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처음부터 두려워하던 바로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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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시오리코 씨와 끝없는 무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7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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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마지막 이야기를 읽었단다. 아빠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작년 가을이었잖아. 그 때 후다닥 읽어도 상관없었겠지만, 쉬엄쉬엄 읽어도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읽었고 이번에 마지막 7권을 읽었단다. 책 이야기와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즐거움을 주었던 이 시리즈는 예상했던 대로 해피엔딩이었어. 그리고 책을 주제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에, 작가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구나. 작가 후기에 보니 영화로도 제작이 된다고 하니 기대되는구나. 이번 7권에서 다룬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책에 관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어. , 그럼 7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1.

이번에 일곱번째 이야기니까,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는 따로 안 할게. 주인공 시오리코와 다이스케는 잘 알지? 이번 7권은 6권의 끝부분의 이야기와 이어진단다. 6권의 이야기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 초판본의 행방을 결국 찾았잖아. 구가야마 쇼다이의 부인인 구가야마 마리가 가지고 있었잖아. 그리고 시오리코에게 넘겨 주기로 약속했어. 그래서 찾아갔어. 하지만 구가야마 마리는 이미 그 책을 다른 사람에서 넘겼다고 하는구나. 오래 전에 구가야마 쇼다이 밑에서 일했던 요시와라 기이치한테... 구마야마 쇼다이가 누구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의 독서편지를 읽어보렴~^^ 요시와라는 지금은 마이스나 도구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도구점에서는 고서적도 거래를 한다고 해. 그 사람이 잽싸게 <만년>이라는 책을 가지고 간 거야.

..

그 요시와라 기이치가 어느날 비블리아 고서당을 찾아왔어. 그러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시오리코의 엄마 지에코의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았어. 6권의 마지막에서 다이스케가 추리한 것처럼 지에코의 친부는 구가야마 쇼다이라고 이야기했어. 시오리코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던 모양인데, 시오리코의 반응은 무덤덤.. 알고 보니 시오리코도 예상을 하고 있었던 거야. 몰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오리코의 동생 아야카만 깜짝 놀랬지. 이 정도면 요시와라 기이치라는 사람이 약간 재수없는 캐릭터라는 것은 감 잡았지? 오시와라가 비블리아 고서당을 찾아온 이유는 <만년>을 팔려고 했던 거야. 그것도 시세보다 8배나 많은 무려 팔백만 엔에 팔겠다는 거야. 요시와라는 이미 시오리코가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매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 약점을 가지고 가격을 크게 부풀린 것이었단다. 시오리코는 고심 끝에 사겠다고 했어. 비싼 가격에 팔아서 기분이 좋았던지 요시와라는 고맙다면서 <인육담보재판>이라는 책도 같이 주었어.

인육담보재판? 책 제목이 좀 무섭기까지 한데,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소설 중에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의 번안본이라고 하는구나. 아빠는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자세히는 몰라. 시오리코는 요시와라가 건네준 <인육담보재판>이라는 책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그 사람 성격으로 공짜로 책을 사람이 아닌데왜 주었을까?

2.

익숙지 않은 일본 사람의 이름들이 앞으로 연이어 나올 테니 좀 혼란스럽더라도 잘 읽어줘. 어느날 미즈키 로쿠로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미즈키 로쿠로가 어떤 사람이냐고? 미즈키 코쿠로의 부인은 미즈키 에이코라는 사람이야., 미즈키 에이코는 시오리코의 외할머니 되는 사람이야. 그렇다고 미즈크 코쿠로가 시오리코의 외할아버지는 아니야. 앞서 이야기했지만, 시오리코의 엄마 지에코의 친부가 구가야마 쇼다이이니까, 시오리코의 외할아버지는 구가야마 쇼다이가 되는 거지.

다시 정리하면 구가야마 쇼다이가 몰래 바람을 핀 상대가 바로 미즈키 에이코가 되는 거야. 미즈키 로쿠로와 미즈키 에이코는 나중에 재혼한 사이이고미즈키 에이코는 근처에 살면서도 손녀들을 한번도 보러 오지 않았어. 딸 지에코와 인연을 끊고 살았기 때문이야. 시오리코의 엄마 지에코는 참 냉정한 사람인 것 같아. 딸과도 인연을 끊고, 엄마와도 인연은 끊고

그런데, 미즈키 로쿠로가 비블리아 고서당에 찾아온 이유는요시와라가 구가야마 마리로부터 고서들을 매입하면서 어떤 책의 차용증도 같이 받았다는 거야. 그 고서가 미즈키 에이코가 가지고 있으니 차용증을 가져가서 받으면 된다고그러면서 요시와라가 와서 책을 돌려달라고 했다는 거야. 에이코는 그 책은 쇼다이로부터 받은 것이지 빌린 것이 아닌데 말이야. 이 난제를 풀어달라고 부탁하러 온 것이었어. 시오리코와 다이스케는 미즈키 에이코의 집에 찾아갔어. 그리고 초면인줄 알고 인사하려고 했더니 이미 비블리아 고서당을 여러 번 들렀던 단골이었어. 에이코는 딸과 절연을 했지만 손녀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고서당에 여러 번 찾아왔던 거야.

에이코와 시오리코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잘 통한다는 것을 알았어. 에이코 처지에서는 오랜 시절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을 것 같아. 에이코가 이야기를 하기를 요시와와가 차용증에 적혀 있는 책은 그냥 넘겼대. 시오리코는 왜 순순히 넘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이유를 추리해냈어. 에이코에게는 말 못한 비밀이 하나 있었어. 치과의사로 일하는 의붓아들 류지가 동성애자였는데, 그것은 류지의 친아버지인 로쿠로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야. 에이코는 오래 전에 그 사실을 알고 류지의 비밀을 지켜주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요시와라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협박을 한 거야. 그 책을 넘겨주지 않으면 류지의 비밀을 말하겠다고…. 그래서 류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 책을 넘겨주었단다. 시오리코가 에이코의 이런 마음을 류지에게 이야기하자, 류지는 용기 있게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하고 용서를 구했어. 이제 더 이상 약점이 없으니, 에이코는 요시와라가 넘긴 책을 다시 찾아달라고 부탁했어. 그런 와중에 요시와라가 경매에 그 책을 내놓는다고 이야기했어.

도대체 그 책이 뭐냐고? 구가야마 다쇼이가 생전에 지에코의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셰익스피어의 원본 퍼스트 폴리오를 복제를 했어. 그것을 팩시밀리라고 하는데, 그런 팩시밀리 2개를 만들었단다. 팩시밀리 솜씨가 좋으면 그 팩시밀리도 값을 쳐준대. 그런데 색깔이 다르게 했고, 어떤 것이 진짜 퍼스트 폴리오인지는 알려주지 않고 지에코에게 찾아보라고 했다는 거야. 그 팩시밀리 중에 하나였던 거야. 나머지 팩시밀리와 원본은 외국 시장에 팔았다고 했어. 쇼다이는 지에코에게 그것까지 찾아내라는 것이었어. 셰익스피어는 16세기에서 17세기의 사람그때의 책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니.. 얼마나 비싸겠니. 일본돈으로 수억 엔의 값어치가 있다고 했어. 전세계에 200여권 밖에 없다고 했어.

지에코는 쇼다이가 낸 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했어.  그래서 지에코는 그 책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서 가족들마저 떠났던 거야. 그동안 시오리코의 엄마 지에코가 10년 전에 집을 나간 이유가 애매모호했는데, 그 이유가 7권에서 밝혀졌구나. 그래도 가족을 버리고 집을 떠난 정도치고는 너무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3.

요시와라는 그 책들을 모두 찾아낸 거야. 그리고 그 책들을 모두 경매에 내 놓은 거야. 세 권 모두 모든 페이지의 끝부분을 풀로 붙였기 때문에 책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책의 각 페이지를 떼어낼 수 없었어. 그러다 보니 어떤 것이 진짜인지 알아내는 방법은 정말 어려웠던 거야. 겉만 보고 원본을 밝혀내라고 쇼다이가 지에코에게 내놓은 과제였던 거야. 시오리코는 엄마 지에코와 연락을 했는데, 지에코는 실력을 겨뤄보자고 했어. 그래서 모두 경매에 참석하기로 했어.

시오리코는 다이스케가 무심코 던진 말을 힌트 삼아, 빨간색 표지가 원본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백퍼센트 확신은 아니었지. 그리고 경매가 시작했지. 어떤 책이 진짜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큰 돈을 지불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었어. 결국 이 경매는 시오리코와 지에코의 둘 만의 경쟁이었어. 그리고 세 권 모두 시오리코에게 낙찰이 되었고, 빨간색 표지는 무려 오천만 엔의 낙찰가였어.

그렇게 경매가 끝나자마자 요시와라는 그 책 세 권의 진위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어. 진위 여부를 의뢰했었는데, 이제야 그 결과가 나왔다고그리고 그 결과는 세 권 모두 복제본이라고하지만 경매는 끝났기 때문에 그 돈은 줘야 한다고 했어. 참 야비한 사람이구나. 얼마나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을까. 이미 그 세 권 모두 복사본이라는 그 전에 알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소설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것이 아닌 걸 알기에 아빠는 당황하지 말고 다음 페이지를 읽었단다.^^ 경매가 끝나고 시오리코와 지에코가 쏙닥쏙닥…. 그리고 그들은 빨간색 책의 진짜 정체를 밝혀냈단다. 모든 책 페이지의 끝부분을 붙여서 책을 펼 수 없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것은 책이 아니고 일종의 상자였어. 그 안에 책을 숨겨둔 것이지…. 바로 셰익스피어의 원본 퍼스트 폴리오. 값어치는 수억 엔…. 요시와라는 그 사실을 알고 화를 내지만ㅎㅎ 별 수 있겠니자신이 파놓은 함정이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원본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의 실력을 탓해야지. 아빠가 생각하게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어. 지에코와 시오리코가 이미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경매가를 그렇게까지 높게 부리지 말지원래 값보다는 작았지만 오천만엔도 적은 돈은 아닌데 말이야.. 얄미운 요시와라가 더 손해를 봤어야 했는데 말이야…^^

.

지에코는 시오리코에게 그 진짜 책을 1 5천만 엔에 인수하기로 했단다. 시오리코에는 엄청난 이익을 얻게 되는 거야. 지에코가 시오리코에게 경매 낙찰을 양보했던 것도 모두 일부러 그랬던 것 같아. 시오리코에게 자존심도 지켜주고, 곧 대학을 진학할 아야카의 학비도 우회적으로 지원해주고 말이야. 그렇게 화해를 하는 거겠지.. 지에코의 방식으로시오리코의 방식으로그리고 다이스케와 시오리코의 사이는 어떻게 되었냐고? 다이스케의 청혼에 시오리코는”. 그들의 사랑도 해피엔딩.

.

그동안 재미있었어. 책의 디자인도 예쁘고 말이야. 약간 우연의 일치와 너무 일이 술술 풀리는 감은 있었지만, 이런 책들이 때론 힐링을 더 주기도 한단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는 많은 책들이 소개되었잖아... 그 중에서 몇 권은 읽어볼 생각이란다. 특히 주인공 다이스케의 이름을 따왔다고 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이라는 소설언제가는 읽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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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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