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사유철학강의
김유정 지음 / 자유정신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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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유 철학강의/김유정]3차원으로 바라 본 철학의 세계

 

철학은 어려우면서도 묘한 끌림을 주는 학문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생각의 과정들을 닮기에 막연해서 어렵고 용어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어렵다. 반면에 철학자들에 대한 이야기, 철학 사조의 흐름, 철학이 다른 학문과 만났을 때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그래도 먼 그대 같은 철학, 언제쯤 친하게 될까.

 

통합사유 철학강의, 김유정, 자유정신사

철학과 친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읽게 된 책이다. '삶의 사유 공간과 그 해석' 부제도 만만치 않지만 목차는 더욱 만만치 않다. 선형적 삶의 세계, 평면적 삶의 세계, 공간적 삶의 세계…….

유사 이래로 위대한 철학자들은 선과 악, 옳음과 그름, 진실과 거짓,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를 해왔다. 그런 사유는 애초 인간을 주체로, 세상을 객체로 한 생각이었다.

저자는 우리의 생각이 존재와 의지, 인식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생각을 위해서는 대상의 존재가 있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필요하고, 생각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존재의 반대에는 반존재, 의지의 반대편에는 반의지, 인식의 반대편에는 반인식이 있다고 한다.

인간의 사유 공간을 3차원으로 나누고 x, y, z 축을 세워 입체화한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x축에는 반존재와 존재를 나타내고, y축에는 반의지와 의지를 나타냈으며, z축에는 반인식과 인식을 나타냈다.

예를 들면 3차원의 공간좌표 (-1, -1, 1-)에는 베르그송이 있고 (1, -1, -2)에는 프로이드와 융의 방이 있다.

그렇게 그 공간의 어디쯤엔가 뉴턴과 루소의 방이 있고 원효와 의상 및 지눌의 방도 있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방이 있고 공자와 순자 및 한비자의 방도 있다.

 

(1,2,1)사유 좌표는 인간의지가 진리를 가리키고 있음을 주장하는 사유 작용의 결과물이다. 진리에 도달하는 길에 대하여 대립을 통한 역동을 주장하는 헤라클레이토스, 인과 예를 주장하는 공자, 목적을 강조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자유 의지를 주장하는 에피쿠로스가 있다.

 

(1,2,2)사유 좌표는 진리가 존재보다는 의지와 인식에 있음을 알려주는 사유 작용의 결과물이다. 그릇을 비워야 그 역할을 하듯이, 자신만의 것을 비워야 절대적 원리를 득행할 수 잇다는 노자가 있다. 소크라테스, 맹자, 아우렐리우스, 데카르트도 있다.

 

(2,2,2)사유좌표는 인간이 기존 철학 체계에서 확립한 최고의 정신 작용이다. 싯다르타, 장자, 원효, 의상, 지눌, 니체, 사르트르, 푸코가 자리하고 있다.

 

동일한 대상이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른 이유는 과거 존재 그리고 의지에 의해 서로 다르게 형성된 반인식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 현재의 모든 존재, 의지 경험은 미래의 자신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책에서)

 

'미래 자신의 모습은 지금 현재에 의해 결정된다.' 는 당연한 명제가 이런 사유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어렵지만 공간좌표에서 만나는 철학자 그룹이 색다르고 흥미 있다. 좌표를 만든 데카르트라면 이런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문득 존재와 의지, 인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나는 자유의지대로 살고 있는가. 나는 옳은 길을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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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철학 - 생각하는 10대로 길러주는 철학 이야기 10대를 위한 문답수업 1
왕팡 지음, 곽선미 옮김, 강성률 감수 / 글담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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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철학/글담출판/왕팡-교실로 들어온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선생님....

 

최근에 윤지산 작가가 쓴 철학소설 <한비자, 스파이가 되다>를 읽었어요. 한비자, 순자, 이사, 법가 사상, 진시황에 얽힌 이야기를 소설로 풀었기에 흥미진진하게 읽은 추억이 있습니다.

요즘 철학소설이 대세인가 봐요. 오늘도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18명의 철학자를 소설로 만났거든요. 색다른 소설, 쉬운 소설, 흥미진진한 소설이랄까요. .

 

저자는 중국 장쑤성 리양시 스옌중학교 국어교사인 왕팡입니다. 인류의 스승인 철학자 선생님들이 교실 수업에 들어오는 상황을 그렸어요.

처음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선생님, 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요?

 

소크라테스 선생님은 질문을 자주 던지는 군요.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즐거움과 행복은 달라요. 다시 물을게요. 행복한가요?

-도대체 철학이란 무엇일까요?

-'지혜를 사랑하는 행위'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렇다면 철학은 이론적인가요, 아니면 과학적 방법인가요?

 

소크라테스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술술 대답합니다. 소크라테스의 질문은 민수의 생각을 끌어내고 민수 스스로 결론을 짓게 돕네요.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직접 접한 아이들은 그 방법과 결과에 놀라며 경이로워 합니다. 산파술이란 게 이런 거군요.

 

-지혜를 사랑하려면 지식, 학문, 과학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철학은 이론과 실천, 두 가지의 결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책에서)

 

학생들이 지혜를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산파일 뿐이라는 소크라테스.

그는 100년 전의 철학들을 소개합니다.

최초의 철학자는 탈레스입니다. 그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했죠. 그는 피라미드의 높이를 구하기 위해 막대의 길이와 그림자의 길이를 이용해 비율을 산정했고, 그렇게 피라미드의 전체 높이를 계산했지요. 지금도 수학책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높이 문제죠.

 

소크라테스는 다른 철학자도 소개합니다. 공기를 만물의 근원이라고 했던 아낙시만드로스, 대자연은 '흙, 공기, 물, 불'로 되어 있다던 엠페도클레스, 세계의 근원을 '불'이라고 했던 헤라클레이토스, '원자론'을 펼친 데모크레이토스도 소개해 주시네요.

 

저는 나는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가장 똑똑한 사람은

자신의 무지함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교실로 들어온 소크라테스를 철학 선생님으로 만나다니. 저도 소크라테스의 수업을 받고 싶은 마음 절절해 집니다. 문답과 대화법, 산파술을 통한 깨달음의 세계가 신기하네요.

 

철학 선생님으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임마누엘 칸트, 게오르크 헤겔, 아리스토텔레스, 마르틴 하이데거,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장 폴 샤르트르, 한나 아렌트, 프리드리히 니체, 존 로크, 르네 데카르트, 존 롤스, 에마뉘엘 레비나스, 에드문트 후설, 앙리 베르그송, 쇠렌 키르케고르, 루트비히 포이어바흐........

동양 철학자들은 없어서 많이 아쉽네요.

철학 수업을 통해 인생의 의미, 행복, 연인 간 집착, 사랑과 결혼, 연애와 결혼, 양심과 이성, 존재의 목적, 일과 무력감, 자유에 대한 갈망, 정의 추구, 소통, 삶과 죽음, 신과 인생, 경험과 능력, 의심과 존재, 타인과 자아, 현상과 본질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답니다.

철학수업은 역시 지혜의 길, 오묘한 철학의 세계로 이끌어 주네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철학자를 멘토로 만나기도 합니다. 삶에 대한 물음은 일상에서도 늘 필요한 것들이죠.

 

이 책은 어려운 철학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생각하는 10대로 길러주는 철학 이야기입니다. 소크라테스 선생님, 플라톤 선생님, 칸트 선생님 등 18 명의 철학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영광스런 수업이기도 하죠. 수능, 논술, 구술시험의 핵심 주제가 담겨 있답니다. 수능연계가 아니라도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해요. 철학은 삶의 의미, 내 존재의 가치를 깨치게 하니까요.

 

글담출판사의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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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사라진 세상 - 인간과 종교의 한계와 가능성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
로널드 드워킨 지음, 김성훈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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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사라진 세상] 인간과 종교의 한계와 가능성, 그 철학적 질문들

 

신은 누구인가. 종교란 무엇인가. 영원불멸이란 무엇인가.

신이 없는 종교, 신이 있는 종교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러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법철학적 담론이다. 철학, 과학, 종교학, 법학을 넘나드는 심오하고 논리적인 지적탐험이다.

저자는 로널드 드워킨(Ronald Dworkin)이다. 그는 '평등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 사상'을 주창한 미국 법철학계의 최고 석학인 존 롤스 (John Rawls, 1921~2002) 의 뒤를 이어 영미권을 대표하는 자유주의 법학학자로 꼽힌다고 한다.

자신의 이론을 실제 재판이나 구체적인 사회문제에 적용하는 데 적극적인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홀베르 상을 수상했다. 2013년 2월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이 책은 2011년 스위스 베른 대학교에서 '아인슈타인의 숭배', '믿음과 물리학', '신 없는 종교'라는 세 가지 주제로 발표한 드워킨의 강연을 정리한 것이다.

 

종교적 무신론자는 무엇을 믿는가.

드워킨은 종교란 심오하고 독특하고 포괄적인 세계관이며 세상만물의 본질적이고 객관적인 가치를 믿는 것이라고 보았고 신은 인간적인 목적을 충족시켜주고 내세를 약속해왔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보았다. 즉, 종교가 이 세상에 가치와 목적을 부여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무신론자마저도 '인격적인 신'은 믿지 않지만 인간보다 더 위대한 어떤 힘을 가진 존재에 대한 믿음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학자나 과학자들은 자연이나 우주에서 발견하는 어떤 질서 속에서 무언가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작용하지 않는 그 이상의 힘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니 종교적 유신론자든 무신론자든 모두 삶을 가치 있게 살아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일치를 보인다는 것이다.

 

어쩌면 종교적 무신론자, 종교적 유신론자의 명백한 구분이 불가능한 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스스로를 무신론자지만 대단히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엇, 최고의 지혜와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스스로를 드러내지만 우리의 둔한 머리로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만 이해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실제로 존재함을 아는 것, 이 지식, 이 느낌이야말로 진정한 종교의 핵심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고 오직 이런 의미에서만 나는 독실한 종교인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책에서)

 

종교라는 말이 폭넓은 의미로 깊은 헌신을 의미한다면 스포츠도 종교라고 한다. 야구장을 거룩한 장소로 삼은 광적인 야구신도의 열광적인 응원을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니 종교적 무신론이라는 말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신을 믿지 않아도 종교적이라는 말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앞으로 종교의 본질은 특정한 종교적 경험을 떠나 종교에 대한 포괄적 해석을 해야 할까.

 

인류가 해온 종교 전쟁,과 종교적 다툼, 종교적 갈등들은 세계사에 점철되어 있다.

드워킨은 종교로부터 신을 분리해낼 수 있다면, 그래서 진정한 종교적 관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제 종교전쟁은 문화전쟁이라는 것이다.

흔히들 유신론자들이 아름다움을 신이 만들었다고 믿으며, 무신론자들은 과학과 물리학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실제로 무신론자들은 상대성 이론, 빅뱅이론, 끈 이론 등으로 증거를 보였다.

하지만 유신론자에게도 무신론자에게도 우주만물은 신비롭고 대단한 힘을 지닌 존재다.

단순한 신의 싸움이나 과학적 싸움이 아닌 인생의 의미를 논하고 잘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드워킨은 법적인 범위에서 종교의 자유는 있어야 한다고 했다. 종교의 자유는 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 문제라는 것이다.

 

드워킨은 죽음이후의 논쟁에 대해서도 주앙들을 정리해준다. 유신론자처럼 신의 영역에서 영생을 누리느냐, 무신론자처럼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느냐는 논쟁은 있지만 유신론자도 무신론자도 모두 사후의 인간이 유의미한 존재라는 데 일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신이 있는 종교, 신이 없는 종교의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신이 없다는 이들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점이 있으니까. 심지어 무신론자라는 아인슈타인조차도 신에 대한 언급을 즐기는 모순을 보인다.

 

신은 우주로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책에서)

이 책은 종교와 신에 대한 논리적, 철학적, 법학적 담론을 담았다.

신을 벗어나 종교, 가치, 인생목적, 우주질서 등에 대한 태도와 신념까지 담았다. 종교에 대한 논리적, 철학적인 분석이다.

유신론자, 무신론자들의 종교전쟁은 쉽게 말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을 믿든, 신을 믿지 않든 어떤 불가항력적인 존재의 가능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신의 존재, 종교의 참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어려운 책이지만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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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처럼 생각하기 - 엉뚱하고 유쾌한 발상으로 생각의 틀을 깨주는 흥미로운 사고실험!
마틴 코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문화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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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처럼 생각하기]스스로 생각하는 습관 길들이기, 재밌어!

 

철학자의 시선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는 책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사색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프랑스 퀼튀르'로부터 철학을 새로운 관점으로 시도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책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의 이 말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는 인간의 존재를 잘 말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스스로 생각에 빠져드는 인간의 모습을 잘 나타낸 말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사색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저자는 사색한다는 것의 의미, 방법을 제시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에는 31일 간의 사색의 소재와 주제를 제시하며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한다.

30여 가지의 실험으로 온전히 스스로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야말로 온전히 독립적인 인간이 아닐까.

 

처음 눈길을 끄는 주제는  '파충류의 뇌'가 지닌 무한 잠재력이다.

의식, 상징, 잠재의식 등 핵심 개념 이해하기가 목표다.

우리는 왜 엉뚱한 결정을 내리는 걸까?

 

프랑스 심리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는 인간 행동의 결정은 '파충류의 뇌'라고 부르는 뇌간에서 우리가 채 의식하기 전에 우리를 뒤에서 조종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결정이 합리적이지도 않고, 철학적이지도 않으며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시간을 두고 3층 구조로 발달하는데, 1단계인 파충류의 뇌는 뇌의 가장 안쪽에 자리한 뇌간이다. 가장 원초적이며 생존과 직결된 숨 쉬고 몸을 움직이고 먹는 것을 관장한다.

두 번째 단계는 뇌간을 둘러싸고 있는 대변연계의 발달로 이루어지는 '포유류의 뇌'이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의 감정과 의식적인 선호도가 발달하고 싫고 좋고의 표현이 적극적이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우리 뇌의 바깥 부분인 '인간의 뇌'의 단계이다. 7세 전후로 발달하며 언어와 숫자, 개념 등을 다루는 곳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첫 경험에서 오는 기억들이 고유하게 각인되어 있기에 평생 무의식적인 코드로 연결되어 있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는 힘들지만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마케팅은 효과가 있고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펴생 무의식 코드로 잠재된 것만 알면 끝나는 게 마케팅이라고 한다.

 

'커피'하면 떠오르는 것은?

'자동차'하면 떠오르는 것은?

'담배'하면 떠오르는 것은?

각자 빈칸을 채우고 감탄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더 생각해보기'를 펼쳐 답을 확인한다.

 

떠오르는 것을 적으라고 하면 대부분 지적인 능력을 사용해서 설명하는 오류가 있다. 그저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만 적으면 된다. 내 마음 속에 각인된 것들은 무엇일까.

 

커피의 코드는 어린 시절과 집이다.

일본에서 인스턴트커피 판매에 어려움을 겪던 네슬레는 라파이유 박사의 도움으로 커피시장을 개척했다.

네슬러는 처음에 어린이용 디저트에 커피 향을 첨가했고 아이들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단맛 나는 간식거리에 커피 향을 첨가해서 시장에 내놓았다. 그 아이들이 십대가 되었을 때 네슬러는 일본 커피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동차의 코드는 '나를 좀 봐주세요!'이다.

담배의 코드는 '금지, 어른들의 세계, 위험'이다.

 

'파충류의 뇌는 언제나 승리한다. 나는 상대가 뇌를 동원해 지적, 논리적으로 하는 말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파충류의 뇌'다. 왜냐면 파충류의 뇌가 전하는 메시지가 늘 정답이기 때문이다.(책에서)

 

인간이 각인된 습관의 동물, 결혼식, 장례식 등 반복적인 의식을 즐기는 동물이라니, 공감이 간다. 마케팅에서 회사의 광고들은 습관적인 부분들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게 아닐까. 늘 습관처럼 하는 의식들의 의미와 역할을 생각하게 된다.

자동차, 커피, 담배를 의식으로 해석하라니!

특정한 요소를 반복하는 의식으로 생각한다면 비즈니스의 길이 보일 것 같은데…….

이 책에는 아이처럼 생각해보기, 잠재의식을 끌어내보기, 생활 속의 사고 실험하기, 유명한 사고실험과 철학적 사색들이 들어 있다.

질문부분과 생각하기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직접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마인드 게임 등을 제시하고 있다.

독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있어야 가능한 책이다.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하루 한 가지씩 사색하면서 생각의 길을 열어준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싶다면 진정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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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 태어남의 불행에 대해
에밀 시오랑 지음, 전성자 옮김 / 챕터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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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존재에 대한 통찰, 그래서 더욱 슬프다.

 

 

에밀 시오랑은 1911년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에서 태어난 허무주의 철학자요, 수필가이다. 그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라틴어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조국의 헝가리 화에 저항감을 가졌다.

192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철학과에 입학한 그는 니체와 쇼펜하우어에 심취하게 된다.

1934년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로 루마니아 왕립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으며,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는 '생의 가장 비극적인 의미를 조명한, 고뇌의 주옥같은 글들'이라는 <르몽드>의 격찬도 받았다.

어렸을 적, 조국의 우울한 분위기 및 가정의 저항적인 분위기가 에밀 시오랑에게 우울한 기질, 반항적 기질을 물려주었을까. 저명한 문학상도 거부하고 문단과의 교류도 사양하고 철저한 고독을 즐겼던 에밀 시오랑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태어났다는 재앙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그 재앙에서 살아남은 우리는 미친 듯이 날뛰면서 그 사실을 잊으려 안간힘을 쓴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우리가 태어나는 첫 순간에 근원을 둔 어떤 공포가 미래에 투사된 것일 뿐이다.

 

물론 태어남을 재앙으로 취급하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태어남이야말로 최고의 선이고, 최악의 것은 우리 생애의 시초가 아닌 종말에 있다고 배우지 않았던가? 그러나 불행, 진정한 불행은 우리 앞이 아니라 우리 뒤에 있다.(책에서)

 

태어나는 순간 인간은 재앙이 되고 고통 속에 살아간다는 말이 비관적이기는 하지만 공감은 간다. 불교에서도 삶은 번뇌라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아무리 불완전한 인간이라고 해도, 삶이 죽음을 향해가는 고통의 바다라고 해도 , 그렇기에 더욱 태어남은 축복하고 격려해야 하지 않을까.

 

유전에 대해 항의하는 것, 그것은 바로 수백만 년이라는 세월에 대해, 최초의 '세포'에 대해 항의하는 것이다.(책에서)

 

유전에 대한 항의는 사춘기 아이들을 보는 듯하다. '왜 나를 낳으셨나요, 왜 이런 유전자를 주셨나요.'라는 투정은 사춘기 아이들의 투정에 고상한 철학을 입혔을 뿐이다.

최초의 세포에 항의한 들 무슨 뾰족한 해답이 나올까. 최초의 세포이전에 어떤 물질이나 창조자의 섭리가 있었다면 또 어쩌겠는가. 수억만 년 전의 시절에 항의해야 할지도 모를 일인데. 불가항력의 일에 항의해봤자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 답이 없는 질문일 뿐이다.

오히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저 지금 여기 있음에, 더불어 살아감에 감사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살아가다 보면 불가항력이 너무 많음을 절감한다. 부모를 선택하고 조국을 선택하는 길, 태어날 장소를 선택하는 일 등이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것들이다. 점점 자라면서 학교에 가고, 반을 선택하는 것, 선생님을 선택하는 것도 내 힘으로는 할 수 없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만 잘 할 수 있어도 다행인 세상인 걸.

태어남이 우발적 사건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애초에 정자와 난자의 만남은 어려운 확률게임을 이겨낸 수억만 분의 하나인 것을. 태어남의 필연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저자에겐 허무였을까. 나의 존재가 세상의 균형과 발전에 기여하지 않더라도, 모퉁이에 선 작은 돌처럼 보통의 삶이더라도, 난 그저 우연을 필연으로 여기며 살고 싶다.

긍정적인 면보단 부정적인 면이 많은 세상, 평화보단 전쟁이 많은 세상, 이해보단 시기와 질투가 많은 세상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작은 부분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사는 게 살맛을 느끼게 할 텐데.

 

저자는 세상에 대한 혐오감, 태생에 대한 허무를 바탕으로 존재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하고 있다. 우연하게 태어난 인간이 필연처럼 여기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실존에 대한 질문을 하다보면 모두 허무주의자가 되는 걸까. 실존의 실상을 알면 삶이 헛헛하기만 할까.

만약 저자의 유년 시절, 조국의 환경이 달랐다면 어떠했을까. 그래도 유전된 세포에 담긴 고독한 허무주의의 기질을 바꾸지 못했을까. 저자의 존재에 대한 통찰은 너무 허무 쪽으로만 기우는 듯해서, 지금 나는 슬프다. 분명 저자의 유전자에 우울한 기질이 많은 듯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부정보다는 긍정이 행복의 바탕이라고 믿고 있기에, 허무보다는 환희가 하루를 지탱해 준다고 알고 있기에, 이런 허무주의의 글은 공감이 덜 간다. 비록 삶이 동굴의 우상이라고 해도, 삶이 번뇌와 고통이라고 해도 오늘 여기 있음에 나는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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