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 - 한순간도 인생을 낭비한 적 없는 그녀의 이야기
김진향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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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예쁜 구두는 예쁜 곳으로 데려다 준다.

 

 

스물여덟 살 나이에 자그마치 스물여덟 개의 직업을 가져 보았다니! 헐~~

'진짜야?' 라는 의문과 '도대체 언제부터 일을 한 거지?' 라는 궁금증이 생겨나는데…….

 

저자는 수제화 브랜드 '브이너스'의 대표 겸 디자이너인 이십대 대표 김진향이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굴곡 많은 삶을 살았다고 한다.

다단계, 사기, 사채 등 누군가는 평생 겪을 일 없는 일들을 어린 나이에 겪으며 지금까지 버텨왔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할 정도다.

대단한 건지, 겁이 없는 건지......

호기심 많고 다소 과격하고 명랑한 성격 탓일까.

천성이 겁 없고 무모하고 용감한 절대 긍정이기 때문일까.

 

시련과 배반에 굴복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난 그녀는 지금도 구두 디자이너, 모델, 봉사활동, 라디오 CJ, 자기계발 강사 등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한 가지에 몰입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녀의 일들이 산만하게만 보이는데…….

이 모든 것을 잘하고 있는 걸까.

 

여자에게 구두는 어떤 의미일까.

패션의 완성일까. 자존심의 척도일까.

하이힐의 높이는 콧대의 높이와 정비례한다는 말도 있는데…….

 

저자는 자전거를 타더라도 하이힐을 신고 탄다고 한다. 안정지향적인 나로서는 이해불가다.

운전을 할 때도 하이힐은 금물인데......

그녀의 하이힐 사랑이 구두 디자이너로 키운 것일까.

 

저자는 늘 병원에 누워있는 아빠, 생계를 위해 노점을 해야 했던 엄마를 보면서 자랐기에 당연히 그런 엄마를 도우려고 용돈벌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중학교 때부터 전단지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었고, 고등학교 때는 분식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 나이 들면서 회 접시 서빙, 당구장 아르바이트, 보험회사 재무 설계사, 피팅 모델, 카페 운영 등을 경험한다.

 

한때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친구들보다 빠른 승진을 해서 많은 월급을 받기도 하지만 그녀는 과감하게 사표를 낸다. 인생에서 돈과 안정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힐 사랑, 피팅 모델로서의 경험을 살려 구두에 대한 공부 시작을 시작한다.

구두 만드는 회사에서 일해보기도 하고 혼자서 주문을 받아 구두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주문을 받아 단 한 사람을 위한 구두,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구두를 만들기도 한다.

아기 낳는 누나를 위해 힘이 되고 싶다는 남동생의 구두제작 의뢰를 받기도 하고, 아내와 딸의 커플 구두를 선물하고 싶다는 남편의 주문도 받게 되고, 엄마와 딸의 커플 구두 제작도 하게 된다.

 

그녀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아슬아슬, 조마조마,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3종 세트로 따라 온다.

과감하고 거침없고 대범하게 저지른다.

분명 자신만의 브랜드를 키우고 그런 에너지를 주위에 확산시키는 사람, 맞다.

긍정적이긴 하나 겁이 많은 나와 겁이 없는 그녀의 차이를 생각한다.

한계 안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가능성을 넓혀가는 광개토 정신을 보게 된다.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를 기억한다.

예쁜 구두는 예쁜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이야기다.

신데렐라가 여성들에게 예쁜 구두에 대한 로망을 심어준 걸까.

멋진 구두를 신고 문을 나서는 순간의 상쾌함과 설렘, 흥분을 알고 있다.

내일은 예쁜 구두를 신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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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 삶이 때로 쓸쓸하더라도
이애경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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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그냥 느끼고 싶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엉엉 울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너무 슬퍼서 혹은 너무 억울해서.

겉으로 드러내서 울 수도 있고, 속으로 울 수도 있을 것이다.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이 뭐지?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이 왜 필요한 거지?

그냥 울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는 게 좋지 않을까?

 

울다 지쳐 쓰러져 잠든 아이처럼,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일까?

아니면 살아오는 동안 마음의 근육들이 생겨서 단단해 진다는 말일까?

적절한 타이밍에 눈물을 뚝 그치게 누군가 나타나주면 좋다는 뜻일까?

때로는 눈물이 빛나는 흔적이 되기도 하고 빛나는 삶의 한 요소이기도 할 텐데…….

 

 

 

배가 부를 때는 식사를 멈추고

졸릴 때는 자면 되는데

눈물이 흐를 때는 어느 타이밍에 멈춰야 하는 걸까.

 

누군가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 줄 때까지일까.

온몸의 수분이 말라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가지 일까.

울다가 갑자기 다른 생각이 날 때까지일까.

내가 왜 울고 있는지 잊어버릴 때까지일까.

 

눈물을 그쳐야 하는 타이밍이 분명히 있는데

혼자 있다가 눈물이 터질 경우에는

그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어떤 동기나 게기 없이 눈물이 멈추기에는

울고 있던 나 스스로에게 무안해지기 때문이다.

…….

(책에서)

 

눈물이 메말라서인지 잘 울 일이 없는데…….

얼마 전 영화 <소원>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나영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인데, 성폭행범으로 인해 한 가족이 무너지고 회복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영화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그치지가 않은 눈물을 그냥 계속 흘렸던 것 같다.

 

만약에 나에게 눈물을 흘려야 할 순간이 온다면 난 그냥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그냥 실컷 울게…….

그래야 뭔가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에 개운해 질 테니까.

묵은 체증은 씻겨 내야하고 켜켜이 쌓인 먼지도 털어내야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그게 건강에도 더 좋다는 생각도 들고…….

울다가 누군가의 전화를 받으면 민망할까, 반가울까. 아니면 하소연할 구석이 있어 든든할까.

 

 

최근 노자에 관한 책들을 읽은 탓일까.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고 싶다.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

느껴지는 대로. 끌리는 대로.

 

 

 

 

 

이 책의 저자는 이애경이다.

글을 쓰기 좋아하고, 글 쓰는 시간을 즐기는 여자,

언제나 글을 쓰는 자리에 머물러 있기를 꿈꾸는 여자,

글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생각을 변화 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는 작자다,

연예, 음악 담당 기자를 거쳐, 조용필의 '기다리는 아픔', '작은 천국', 윤하 '오디션', 'My Song and…….' 등의 가사를 지었다고 한다.

 

 

이 책은 이애경의 시 같은 에세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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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라디오 키드 -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유쾌한 빈혈토크
김훈종 외 지음, 이크종 그림 / 더난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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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세기 라디오 키드] 라디오 피디들의 '응답하라, 1994'버전

 

 

 

디지털 시대가 오기 전에 아날로그 시절이 있었다.

TV시절이 있기 전 라디오 시대가 있었다.

지나간 세월은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되고 긴긴 겨울밤의 수다로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 책은 SBS 세 라디오 PD들이 들려주는 재미와 욕망, 추억의 공감수다라고 한다.

시네마 키드가 있기 전에 살던 라디오 키드들의 '응답하라, 1994' 버전이다.

 

이재익

그의 소설 <복수의 탄생>을 읽은 적이 있기에 그의 글을 읽는 재미가 있다.

시골 울진에서 서울로 온 아이에게 서울내기들의 텃세는 심했나보다.

놀림과 텃세의 숨 막히는 어린 서울시절 중에 힘이 된 건 라디오였다고 한다.

황인용, 김광환, 김기덕이 진행하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들......

새롭게 접한 팝음악의 세계는 통쾌한 세계였다.

신나는 사운드에 몸을 맡기면 움츠렸던 마음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났겠지.

그리고 헤비메탈의 현란한 음악을 접하며 고압 전류에 감전된 듯 강렬한 매력에 빨려들게 된다. 특히 데프 레이퍼드에 빠져들고......

팝음악을 친구삼아 공부에 빠져든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의 PD된 지금의 감회는 '응답하라, 1994'같은 거겠지.

 

내 유년의 하교 길에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는 <싱글벙글쇼>였다.

토요일마다 그 가게를 스치면 뽕짝노래가 흘러나왔다는 기억이 난다.

그땐 트로트라는 우아한 말보다 뽕짝이라고 했던 것 같다.

밤에는 무슨 극화를 들었던 기억도 있고, 낮 시간에는 건국에 얽힌 위인들의 이야기를 실록이라며 극화를 들었던 기억도 있다.

 

라디오를 그리 많이 듣지는 않았지만 한 번 들으면 빨려들 듯 한 성우들의 목소리가 인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멋진 목소리는 타고나는 걸까. 목소리도 갈고 닦으면 좋아진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살아온 날들을 추억한다는 건 살아갈 날을 위한 에너지 보충제다.

 

이 책은 이재익, 이승훈. 김훈종 라디오 PD들의 걸쭉한 입담이 글로 표현된 것이라서 읽는 재미가 있다.

유쾌하고 통쾌하고 상쾌한 피디들의 수다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잦아들게 하는 추억일기다.

나의 어린 시절도 돌아보게 하는 감성토크다.

라디오 PD들의 '응답하라, 1994'버전이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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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 - 동갑내기 부부의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
이성종.손지현 지음 / 엘빅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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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 두 바퀴로 유라시아를 횡단하다!

 

 

여행이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여정이다. (책에서)

 

방황을 제대로 해보지 않았기에 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방황이다.

거침없는 방황이란 무엇일까?

하고 싶은 대로 청춘을 보내겠다는 말이 아닐까?

미련 없을 정도로 끌리는 대로 살아보겠다는 것이 아닐까?

 

오늘, 제목이 무척이나 끌리는 책을 만났다.

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

제목만 들어도 펄떡이는 청춘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거침없는 방황까지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저자는 동갑내기 부부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이성종, 손지현 부부다.

24 살 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일까.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리라, 가슴 뛰는 행복감을 느껴 보리라고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그리고 유라시아 여정까지 긴 여행을 6년 째 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부부 모험가의 꿈을 이뤄 보고자 거침없는 방랑의 자전거 여행을 즐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왜 하필 자전거 여행일까.

얼마나 거침없이 방황하고픈 걸까.

이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방황하고 여행한다는데.

여행중독자가 되어 두 바퀴를 굴려 유라시아 횡단을 하다니, 대단한 부부다.

 

처음에 두 사람은 배낭을 메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넘어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50년 장인이 만든 수제 자전거를 받아 다시 유라시아 횡단을 하려는 계획까지 야심차게 세운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테러로 인해 유럽의 가장 높은 산 엘부르즈 등반이 금지라는 통보를 받으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미 지불된 기차표는 러시아에 직접 가야만 환불이 된다니!

인생이 늘 계획대로 되진 않은가 보다.

어쩔 수 없이 날짜에 맞춰 동해항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 내려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갈아타게 된다.

 

저렴한 6인실에서 칸막이도 없이, 사생활 보호도 없이 며칠을 보내며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식사는 열차 안에 준비된 뜨거운 물을 부어주기만 해도 뚝딱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한국의 도시락 라면.

 

4일이나 걸려 도착한 곳은 바이칼 호숫가의 도시인 이르쿠츠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깊은 호수인 바이칼은 자연을 뜻하는 몽골어 바이갈에서 이름이 연유했다고 하는데…….

 

그리고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카우치서핑을 하게 된다.

카우치서핑이 뭔 줄도 모르고 시작해서 카우치서핑의 맛을 제대로 보고 즐기게 된 두 사람.

 

카우치서핑은 남녀노소, 국적, 나이를 떠나 호스트를 자칭한 사람들이 여행자들을 위해 자신의 집을 오픈한다고 카우치서핑 사이트에 올리면 여행자와 집주인을 연결해주는 여행 도구다.

무료로 집을 오픈하지만 적절한 선물이나 요리 대접을 하기도 하고 친구로서의 기본 예의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라고 한다.

 

에스토니아에서 카우치서핑을 하게 된 집은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다는 벤처기업가 란도씨의 집이다.

그 이후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와 이탈리아 등에서도 카우치 서핑을 하게 된다.

따뜻한 인심,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과의 만남이 더욱 여행의 재미를 주게 되는데.....

 

라오스에서 자전거 여행 중에 만났던 부부를 다시 이탈리아에서 만나게 되고 이들의 집에 머물면서 즐거운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하지만 밀라노에서 받기로 한 자전거는 아직도 미완성 상태고 이탈리아는 휴가철이어서 언제 받을지 기약도 없다고 한다.

 

모든 계획을 바꾸어야 할까.

안 좋은 상황이 계속되자 부부사이에도 불화가 생기기 시작하고…….

장기여행은 금슬 좋은 부부, 오랜 친구에게 나쁜 걸까.

어렵게 화해하고, 어렵게 자전거를 받게 되면서 다시 신나는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백발의 노신사가 만들어준 수제 프레임으로 된 자전거, 50년 장인의 손길은 바티칸 교황의 자전거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알프스를 거쳐 슬로베니아의 고성들, 크로아티아의 아드리아 해안길, 몬테니그로에서의 인생 최고의 캠핑, 알바니아, 터키에 이르게 된다.

터키에서 '목화의 성'으로 불리는 멋진 파묵칼레를 지나 안탈랴를 거쳐 카파도키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텐트를 치기도 한다. 잊을 수 없는 캠핑 장소들....

조지아에서의 교통사고, 아르메니아의 오르막길,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의 숨은 명소들,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파미르 고원지대를 지나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 이르게 된다. 아버지의 위독으로 급하게 한국으로 오기까지의 여정들…….

 

 

 

 

음식 값, 숙박지, 환율 정보, 여행거리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깨달음이 더 소중하기에 여정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저자들.

큰 길과 평지 길을 좋아하는 아내와 거친 길과 오르막을 좋아하는 남편의 취향만큼이나 서로 다른 점들이 여행 중에 얼마나 많은 대립을 세웠을까.

하지만 느리고 긴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이나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게 되었다는 두 사람이다.

 

13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한 권으로 담기에는 부족하지 않았을까.

시베리아 횡단 철도, 영하 20도의 터키의 겨울 추위, 평균 해발고도 4000m 인 히말라야 기슭, 파미르 고원까지, 예견하지 못한 다양한 상황들에 그대로 마주하며 맛을 봤다고 할까,

쓴 맛, 매운 맛, 달콤한 맛, 짠맛까지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날 것 그대로 세상의 맛을 본 거침없는 방황의 기록들이다.

 

설렘과 두려움을 갖고 출발선을 떠나 성취감과 안도감으로 도착점으로 돌아 다는 건 여행의 묘미다.

만남, 헤어짐, 다침, 치료, 다툼, 화해가 여행 중에서도 일상처럼 일어난다.

세상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여행이 주는 선물 맞다.

 

지금 가지 않으면 내 길이 아닐 것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닐 것이다.

지금 잡지 않으면 내 행복이 아닐 것이다.

 

자전거 여행은 어떨까.

아침에 쏟아지는 햇살을 온 몸으로 맞는 기분, 얼굴을 스치는 산뜻한 가을 바람, 길가며 스치듯 하는 사람들과 자연, 페달을 시루며 앞으로 굴러가는 인생길이 그대로 행복을 느끼게 해 줄까.

차를 타고 가는 빠른 여행에서 놓칠 수 있는 장면들을 보다 자세히 보고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자전거 여행.

타지 않고 세워둔 자전거가 오늘따라 짐이 아니라 새롭게 보인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도 다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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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끌림 - 복음의사의 행복한 동행
이건오 지음 / 갓블레스유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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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끌림]장기려 박사의 마지막 제자, 복음의사 이건호

 

 

장기려 박사의 애제자라는 말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장기려 박사.

그를 모르는 한국인은 드물지 않을까.

교과서에도 나오는 위인이고 전문의들이 역대 명의 1위로 뽑은 분인데…….

작은 예수, 한국의 슈바이처, 현대판 허준, 바보 의사인 장기려 박사.

 

저자는 어떻게 해서 그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을까.

저자가 본 장기려 박사의 평소 모습은 어떨까.

 

저자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거치며 살았던 세대다.

아버지가 사기를 당하면서 어려워진 사춘기 시절...

교과서도 없이 빈 가방만 달랑 메고 학교에 간 중학교 1,2학년 시절을 보낸다. 친구들의 교과서를 곁눈질하며 공부하다니.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는 가난해도 착하고 옳고 좋은 편에 속해 있다는 자부심으로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들과 시장 통에서 물건을 훔친 뒤에 팔아서 극장을 다니다가 선생님에게 들키기도 한다. 함께 한 친구들은 모두 퇴학당하고 성적이 좋았던 저자는 어렵게 구제를 받는다. 그리고 어려운 형편을 감안해 선생님이 월사금을 대신 내어주기까지 한다.

 

중2때 진해에서 잘살고 세력 있는 집안의 친구들과 어울려 짓궂은 장난질을 치거나

경찰서와 이발소의 푯말을 바꾸거나 통행금지를 무시하고 밤거리를 다니기도 했다.

닭을 훔쳐서 중국집에 준 대가로 술을 얻어먹기도 한다.

그러다가 고1때 선생님에게 들켜서 모두 무기정학을 받았으나 어렵게 구제되기도 한다.

 

고1때 친구에 이끌려 교회를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왠지 모를 감동을 받게 된다.

유교집안 이었기에 어른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하나님을 만나면서 용기를 내고 생각도 바뀌게 된다.

그동안 만나던 친구들을 정리하게 된다.

 

고3때는 고등부 회장 겸 주일학교 부장이 되어 설교자로 나서기도 한다.

신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가 워낙 심했고 자신이 한 설교인 '누가 이 의사처럼 될 것인가'에서 스스로 감동을 받고 부산대 의대를 진학하게 된다.

 

졸업 후 부산 침례병원에서의 1년 인턴과정을 마친다.

선교활동을 위해 외과를 지원하려다 친구에게 외과를 양보하면서 군 입대를 결정하게 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장기려 박사님이 근무하는 부산복음병원에서 외과 레지던트를 밟게 된다. 친구에게 양보한 자리 대신 더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장기려 박사는 그 당시에도 유명한 분이었다.

가장 예수님 닮은 삶을 살다간 장기려 박사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다.

같은 분야, 같은 신앙이 두 사람을 끈끈한 사제지간으로 묶었나 보다. 석사, 박사 과정을 장기려 박사에게서 배우게 되고 논문지도를 받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장기려 박사는 ......

어려운 의학 지식을 쉽게 가르치고 자세히 가르치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가르치고자 하신 분이다.

딱히 의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의료 사고에도 책임을 지셨다고 한다.

'하나님! 의사를 시켜주시면 평생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겠습니다!' 라는 청년시절의 서약대로 살다간 선생님.

자신의 월급으로 피를 사서 수술대에 오르게 하고 입원비 낼 여력이 없는 환자들을 몰래 도망치도록 도와주고, 겨울에는 가난한 환자들의 내복까지 챙겨 주셨다고 한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환우를 위한 처방전은 "이 환우에게 닭 두 마리 값을 주시오."였다니 가슴이 뭉클하다.

장기려 박사는 한국 최초의 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의료협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한다.

건강할 때 서로 돕고, 아플 때 도움받자라는 취지에서 담배 한 값 정도의 돈으로 의료보험을 시작한 것이다.

북에 두고 온 다섯 아이들과 아내를 잊지 못하고 평생 독신으로 집 한 채 없이 병원 사택에서 지내셨다고 한다.

 

자신의 것을 다 내어주면서도 언제나 너무 많이 가지셨다는 장기려 박사, 진정한 무소유의 삶이다.

저자는 장기려 박사의 마지막 논문지도를 받는 제자로서의 감회가 남다른 걸까.

장기려 박사를 멘토로 삼고 평생 봉사와 헌신으로 몸을 아끼지 않고 스승을 닮고자, 예수를 닮고자 한 저자의 열정과 노력도 감동적이다. 두 분 다 진정한 크리스찬 같다.

앞선 세대들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참 열심히 살았음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로 살고자 했던 분의 이야기에 감동이 가득하다.

 

사람이 살면서 만나는 3가지 인복은 부모, 스승, 배우자라고 하던데,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인생을 좌우하기도 하던데, 저자의 인복은 하늘이 맺어준 걸까.

 

저자의 열정적인 봉사와 헌신에피소드에다 장기려 박사의 에피소드, 김준곤 목사님의 일화까지 곁들여 있어서 더욱 감동적인 책이다.

예수를 닮고자 했던 스승의 소망, 스승을 닮고자 했던 저자의 열망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열정적으로 산 사람들의 이야기. 스승과 제자의 만남의 본보기, 신앙생활을 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하는지에 대한 표본을 보여준 분들의 이야기다.

 

1020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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