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 일상처럼 생생하고, 소설처럼 흥미로운 500일 세계체류기!
정태현 지음, 양은혜 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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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소설 같은 500일 간의 세계여행!

 

 

신선한 여행기, 인스턴트 용기를 낸 세계 방랑기라는 책을 만났다. 여행기면 다 비슷한 거지. 뭐가 다르다는 걸까. 여행기란 자고로, 여행을 하면서 먹고 보고 잔 것을 주재료로 여정 한 스푼을 풀어 넣은 된장국 같은 것 아닌가. 어느 집에나 있는 음식처럼. 사진과 지도 몇 개가 화려하게 눈을 즐겁게 하고 작가의 글맛이 좋으면, 아! 나도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뭐 그런 감탄사가 여러 번 나오게 하는 게 여행기 아닌가. 뭐가 새롭고 신선하다는 걸까.

저자는 유명한 금융회사의 직함을 내려놓고 자전거로 여행을 떠났다. 거창하게 말하면 생의 의미를 찾아서, 소박하게 말하면 재미있는 이야기, 괜찮은 이야깃거리를 찾아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자전거로 내달리게 된다. 도중에 만난 사이클러들은 서울에서 부산가지 자전거 여행을 하는 은퇴자가 대부분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다친 동료를 내버려두고 목표를 향해 달리다니! 책으로 접하는 나에게도 상당히 충격이다. 은퇴자들에게 남은 목표는 뭐였을까. 생존을 위해 직장에서 경쟁 하던 모습이 은퇴 후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니! 왜 느긋한 걸음, 여유로운 웃음이 되지 못하는 걸까.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조급한 은퇴세대의 모습이 나의 자화상은 아니길 빌 뿐이다.

 

-다리가 움직이질 않아. 이젠 너무 늙었어. 더 이상 올라가는 건 무리야. 방금 짐꾼과 이만 내려가기로 결정했네.(20쪽)

-위험을 피하려고만 하며 살지 말게. 그 인생이 가장 위험한 인생이 되어버린다네. (22쪽)

 

얼마 전에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읽은 터라 히말라야에서 만난 할아버지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30년 전부터 안나푸르나에 오고 싶었다는 할아버지는 몹시 슬픈 표정이다. 오래되고 약한 다리로는 등반이 무리임을 알고 하산 결심을 했다는데……. 평생의 소원인 안나푸르나를 눈앞에 두고 포기할 때의 심정이 어떠할까. 따뜻하고 편안한 휴양지를 좋아하는 아내에 맞추느라, 자식의 행복에 맞추느라 정작 자신이 소원하던 일은 챙길 수 없었던 할아버지의 일생을 읽으며 생각한다. 나의 안나푸르나는 포기한 적은 없는지, 미루고 살지는 않는지…….

 

직장을 나와 집과 짐들을 정리하고 배낭만 챙겨 툴툴 털고 떠나는 부부의 용기는 분명 부러움이다. 버릴 수 있는 자의 당당함, 떠날 수 있는 자의 용기,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는 호기심은 나의 로망이기도 하니까.

처음 저자가 아내의 고향인 캐나다 입국 심사에서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심받던 일이 안타깝다. 여전히 인종차별은 존재하고 여전히 불공평한 대우가 존재함을 느꼈던 대목이다. 언제쯤 이런 차별이 지구에서 사라질까. 차별과 무시는 이제 지구를 떠났으면 좋겠어. 오로라를 보러 나섰다가 북극곰 위험지역에 들어 간 일도 흥미롭다. 그런 경험은 극지방에 가까운 캐나다이기에 가능한일 일 것이다.

 

미국을 거쳐, 쿠바에 도착한 여행자들.

쿠바의 하바나는 낭만적이고 매력적인 곳이지만 게으른 곳이라는데……. 쿠바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기에 공감하는 내용이 많다. 쿠바에는 미국과의 좋지 않은 관계로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 아이들이 없어서 경찰이 되었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씁쓸하다. 배우지 않아도 먹고 사는 것이 지장이 없기에 학교에 가는 것보다 바다에서 멱을 감는 것을 즐긴다는 아이들, 어떻게 봐야 할까. 쿠바는 열정적으로 살려는 사람, 무언가를 배우려는 사람이 살기가 힘든 곳이라는 경찰관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오랜 공산국가의 잔재가 국민들의 의욕상실, 나태로 나타난 듯해서 말이다. 열심히 살려는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운 나라일까.

 

콜롬비아를 거쳐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를 지나 유럽으로 날아오고, 다시 아시아로 날아오는 500일의 여행기에 사진 한 점 없다. 그 대신 예쁘고 멋진 그림들이 지역 풍경을 담아 마음대로 상상하라고 한다. 늘 보던 사진보다, 톡톡 튀는 그림이 외려 신선하고 감각적이기까지 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본다.

자전거에 거대한 벌룬을 달고 달리는 모습, 벌룬에서 튕겨져 나오는 시계, 거대한 나무, 컴퓨터, 노트, 책, 커피, 넥타이, 운동화...... 도시탈출, 일상탈출을 느끼게 된다.

버린 만큼 채워지는 여행, 간만큼 얻게 되는 여행, 본 만큼 느끼게 되는 여행 이야기가 마치 소설처럼 읽힌다. 500일 간의 세계여행…….그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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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로그컴퍼니 2014-06-18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북로그컴퍼니 출판사입니다.
다음주 토욜일인 6월 28일 오후 5시에 영풍문고 종로점에서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의 정태현 작가의 강연회가 있습니다. 무료 강연회이고 선착순 입장이니 관심 있으시면 덧글 남겨주세요. 자리 맡아 드릴게요. ^^

봄덕 2014-06-18 18:3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만, 지방이고 일을 하고 있답니다. 강연회에 가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서머힐에서 진짜 세상을 배우다 - 세계적인 대안학교 서머힐에서 9년, 채은이의 생생한 성장일기
채은 글.그림 / 해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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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힐에서 진짜 세상을 배우다]한국인 서머힐리언, 서머힐에서 배운 건....

 

세계적인 대안학교 서머힐. 1921년 A. S 니일에 의해 창설된 자유로운 학교다.

대학교 때 교양서적을 통해 알게 된 서머힐은 내가 알던 학교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아이들이 의논해서 일을 추진하고 자유에 따르는 책임감은 있지만, 수업에 대한 강제 규정도 없고, 나체 수영까지 가능한 곳이었으니까. 어쨌든 자유를 원하는 아이들의 천국 같았다. 아이들은 즐겁겠지만 학교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스스로 수업을 선택하고 책임진다는 것을 체험하지 못했기에 그저 막연히 부러울 뿐이었다. 학교생활에 큰 불만이 없는 나였지만 서머힐은 별천지 같았다. 아이들만의 에덴동산, 아이들의 유토피아, 학생들의 무릉도원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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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힐 체험기는 처음 읽어본다.

직접 체험해 본 학생의 입장은 어떨까. 장점만 있을까. 단점은 없을까.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9세에 오빠, 남동생과 함께 서머힐에 입학한다. 그리고 9년을 다닌다. 18세에 졸업. 10대 시절의 거의 대부분을 서머힐에서 보낸 셈이다. 스스로를 서머힐리언이라 부를 정도다.

런던에서 2년간 칼리지를 다니고 파리에서 패션을 공부를 잠깐 하다가 지금은 런던의 연극대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배움의 연속선에 있지만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에 익숙해서인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즐기는 모습이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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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서포크 주의 레이스톤 타운. 한적한 시골구석에 있는 서머힐. 학생은 70~80명, 선생님은 10~13명, 학교는 거대한 놀이터다.

넓은 잔디밭, 미스터리한 놀이기구, 다양한 모양의 건물들, 트램펄린, 스파이더 웹,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하프 파이프까지 있다. 미술실과 목공실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고 피아노와 탁구테이블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축구장, 농구장, 누드 수영이 가능한 수영장, 넓은 숲을 가진 학교다. 꽃이나 채소를 재배할 수도 있고 토끼나 족제비도 키울 수 있다.

매주 두세 번 저녁시간에 열리는 그램(댄스파티)은 춤추는 클럽이 된다. 도서실의 다양한 책들, 교실의 다양한 퍼즐과 보드게임들......

 

'미팅'이라는 학교 회의.

일주일에 두 번 있는 단체 '미팅'에서는 교장선생님이나 5살 아이나 똑같이 동등하게 발언권과 투표권이 주어진다. 학교의 규율을 정하거나, 변경하거나, 일상의 소소한 문제들까지 도 미팅에서 다룬다. '미팅'에서 정해진 규율은 꼭 지켜야 할 것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들은 자유다. 원 없이 놀아도 되고 최선을 다해 쉬어도 되는 학교다. 물론 수업도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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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생활을 하며 베드타임을 책임지는 빅 키드의 역할이 흥미롭다. 어린 아이들의 방에 들러 베드타임 키스를 하고 잠을 재우는 일이다. 집을 떠나온 어린 아이들의 보호자 같은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까. 기숙사 사감과 같은, 엄마와 같은 의무와 책임감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저자는 서머힐에서 3년은 뛰어놀았던 시기라고 한다. 세계명물을 주제로 하는 EOT파티, 1년에 3학기마다 끝나면 파티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그렇게 놀이와 만나게 되고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숲 속 나무 위에 집을 짓고. 밤에는 침낭 안에 들어가 별을 보며 자고, 선생님과 아이들과 함께 하이킹을 하고, 한국 라면 등으로 가게를 열어 장사의 신이 되어 가고...... 그렇게 자연을 배우고 경영을 배우고 세상을 배워간다.

 

아이들은 때가 되고 동기가 생기면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걸까. 자신의 길을 찾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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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클래스1에서 클래스2로 올라간 후 별 흥미를 못 느끼다가 클래스2가 달라지고 있다는 말에 다시 수업에 참석하게 된다.

더 넓은 공간으로 옮긴 클래스2를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과 함께 꾸미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습이 정말 낯설다. 하지만 흥미를 가지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하게 전해진다. 진하게.

클래스2를 교실, 도서관, 활동 룸으로 구분해놓고 테니스, 글쓰기, 요리, 연극, 마술 활동도 하고...... 책자와 보드게임, 퍼즐, 포스트로 꾸미고 포스터로 흰 벽을 장식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한 교실꾸미기가 얼마나 즐거웠을까. 읽으면서도 그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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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 하던 저자는 수업이 아닐 때는 팔찌를 만들고, 책도 읽고, 친구들과 보드 게임을 하고, <오렌지 필>에 글을 쓴다. 일주일에 한 번 씩 있는 '무비 나이트'를 위해 영화를 고르고 팝콘을 준비한다. 다양한 활동들이 무슨 클럽 활동이나 무슨 이벤트 같다. 한국에서는 평생해보지도 못할 이벤트들......

 

저자는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 온 후 패션에 관심이 생기자 교사에게 패션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제일 감동적인 부분이다.

패션을 모르는 교사는 어떻게 가르칠까.

일단 패션 디자이너 훈련과정을 엮은 교과서를 포함한 다양한 책들을 구입한다. 그리고 책을 참고하며 패션 드로잉 연습, 과제들을 수행한다. 그리고 박물관이나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전시회에 데려가 다양한 컬렉션들을 접하게 한다. 이후에는 학생들 스스로 패션 잡지를 구입하고 개인 프로젝트를 만들고 인터넷으로 정보 검색하고 선생님의 책까지 탐독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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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가 생기면 선생님에게 달려간다. 일단 도움으로 시작하지만 조금씩 주도적으로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다.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이 서머힐을 유지하는 힘인 것 같다. 학생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하려면 개인적인 시간, 돈까지 써야하니까.

 

본인들이 관심 있는 것을 가르쳐달라면 되는 학교가 이젠 이상적으로 보인다. 자신이 배우고 싶으면 거액을 투자해서 따로 과외를 해야 하는 우리와 너무도 다른 풍경이다. 배우고 싶어도, 알고 싶어도 질문조차 못하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대조된다.

 

심심한 덕분에 나는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103쪽)

 

지독히 심심한 열 두 살의 여자아이가 서머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식사 시간 줄을 일찍 가서 서 보는 것이다. 남의 수업에 기웃하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연달아 책을 읽기도 하고 영어 선생님의 권유로 글을 써서 <오렌지 필>에 실리기도 하는 쾌감을 경험한다. 식당에 놓인 피아노를 혼자서 터득하기도 하고, 테니스를 치다가 친구들을 모아 연극을 기획하는 묘미를 즐기게도 된다. 

 

-심심함은 아주 중요해.

-충분히 빈둥거려도 돼. 괜찮아. 잘하고 있는 거야.

 

잘하고 있다는 엄마의 격려는 적중했고 심심타파를 외치며 여기저기 기웃했던 소녀를 별 걸 다하게 만들었고 하나씩 시도하게 만들었다. 

심심한 시간이 창의력을 위한 시간, 새로운 시도를 위한 시간, 호기심을 끌어내는 시간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잘 자극하고 잘 끌어주는 선생님, 늘 격려해주는 부모가 있어야 할 텐데......

 

 스스로 끌어가는 삶, 마음이 소통하는 자유로운 학교, 호기심을 채우고 놀이로 배워가는 서머힐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세상의 모든 삶이 그러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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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서머힐은 설립자 니일의 생각을 이어받아 그의 딸과 손자들이 선생님으로 있기도 하다. 학생들을 오랜 시간동안 너무 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충분히 심심하면 인간은 뭔가를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작가는 정신과 의사 정혜신, 심리기획자 이명수의 딸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부모, 자유로운 학교 서머힐의 가르침, 자유롭게 훨훨 비상하게 될 저자의 삶은 우리의 교육계에도 던지는 메시지가 많지 않을까.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을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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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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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그리운 히말라야로 날아간 감성충전 에세이!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읽었다. 치밀한 조사, 간호사라는 이력이 글 속에서 살아나 속도감 있으면서도 읽는 맛이 새로웠다. 그리고 <내 심장을 쏴라>는 정신병동이라는 낯선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읽다가 말았다. 그리고 이번에 접한 <히말라야 환상방황>.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승민이 마지막까지 그리워했던 곳이 히말라야였다는 설명을 보며 <내 심장을 쏴라>를 마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승민보다 작가가 히말라야를 더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소설가 정유정의 안나푸르나 종주기라기에 그녀가 대단한 산악 마니아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저 보통의 사람이었다. 방전된 감성을 충전하기 위해서 떠난 히말라야 종주에서 육체의 고달픔만큼이나 영혼의 자유를 누렸을 그녀의 이야기가 읽는 나에게도 감성이 충전되는 기분이다.
남편의 동의를 얻기까지의 험난한 과정, 동행자를 찾고 도움 줄 가이드를 찾는 지난한 과정들, 첫 출국하기까지의 과정들, 네팔에서의 여정들이 잘 살아나 꿈틀댄다. 난 책을 읽으면서 '오 대단해!'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곤 이내 부러워졌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산행을 잘 하지 않기에 히말라야는 나에게 언감생심 꿈도 못 꿀 곳이다. 모르지, 언젠가 몸서리치게 가보고 싶을지도……. 여행이란 나서면 가게 되는 거잖아.
베시사하르를 시작으로 불불레, 나디, 바훈단다....... 이름도 낯선 지명들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편다. 마치 내가 그곳에 간 것처럼……. 내 여행기든 남이 여행기든 낯설고 물 선 곳은 그래서 설렘이고 긴장이니까.
여행사를 따라가는 여행만 안전하게 다녀온 나로서는 이런 여행이 굉장히 도전적인데…….
여행을 하든, 여행기를 읽든 새롭게 깨치는 묘미가 있다.
콩을 뜻하는 달, 밥을 뜻하는 바트가 합쳐진 '달바트'는 콩밥이 아니라 백반정식 같은 것이라는데…….
인사말인 나마스테는 힌두어인데, 네팔에서도 쓰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 <겐샤이>라는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나마스테는 '당신 안의 신에게 절합니다. 신이 당신에게 준 재능에 경의를 표합니다.' 라는 뜻이다. 당신이 가장 잘하는 일에 존경을 표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나 자신을 향한 인사이기도 하다.
히말라야는 '눈의 거처(히마+알라야)'라는 뜻은 어렴풋이 들었는데, 히말이 6000미터 이상 봉우리에만 붙는 단어라는 말은 처음 알았다.
사진마다 먼 산이 눈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 구름에 가려 빠끔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코발트빛 하늘과 대조적이다. 무척 아름답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늘 현실이 발목 잡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슬슬 발동을 걸어보고 싶다. 나답게 살기 위해, 충전은 필요한 법!
잠시 쉬었다 와도 일상은 늘 제자리일 텐데…….
소설을 읽는 맛이 있는 작가, 에세이 읽는 맛까지 선물하는 작가다. 글맛이 있다. 민트향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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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사로잡는 매혹의 땅 쿠바 In the Blue 16
김영구 글.사진 / 쉼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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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사로잡는 매혹의 땅, 쿠바]헤밍웨이와 체 게바라를 만나러~~

 

카리브해에 있는 쿠바.

쿠바하면 아마추어 야구, 노인과 바다의 헤밍웨이가 노년을 보내던 곳, 체 게바라의 조국 이 떠오를 정도다.

쿠바식 사회주의와 태양의 밝은 기운을 닮은 유전자의 만남일까.

따듯하고 강렬한 태양 아래 밝고 명랑한 얼굴을 지닌 사람들의 모습, 게으름 혹은 여유 같은 느긋한 사람들의 태도는 어느 책에서나 접하는 이야기다.

 

아바나의 말레콘(해안 방파제)을 따라 가다보면 베다도에 있는 혁명광장을 만나게 된다는데……. 혁명광장에는 쿠바의 국민 영웅 호세 마르티의 기념탑이 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구도 편안하게 잠을 잘 권리가 없다. - 호세 마르티(책에서)

쿠바의 혁명가이자 독립운동가, 소설가이자 시인인 호세 마르티. 그를 전혀 몰랐지만 그의 말에 큰 울림이 온다. 당연히 호세 마르티가 쿠바의 자랑이자 자부심일 수밖에.

그의 시를 노래로 만든 '관타나메라'

쿠바의 대표 민속노래라고 한다. 마치 우리의 아리랑처럼.

얼핏 들은 듯 익숙한 노랫말인데…….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관타나모의 농사짓는 아낙네여

나는 종려나무 고장에서 자라난

순박하고 성실한 사내랍니다.

내가 죽기 전에 내 영혼의 시를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내 시 구절들은 연둣빛이자만

늘 정열에 활활 타고 있는 진홍색이랍니다.(책에서)

(이하 생략)

하바나에 가면 헤밍웨이 흔적이 정말 많은 줄 처음 알았다. 간간이 책에서 보기는 했지만 이리도 많은 줄은 처음 알았다.

헤밍웨이가 들러서 마신 칵테일 모히토. 헤밍웨이의 흔적을 사진이나 청동조각상으로 만들어 둔 카페…….

헤밍웨이의 숨결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곳은 아바나 동쪽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코히마르 어촌이다.

노인과 바다의 배경 마을이라고 한다. 주인공인 산티아고의 흔적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헤밍웨이가 살았던 별장은 지금 추모 박물관으로 변신했고…….

헤밍웨이는 어떻게 해서 쿠바로 가게 되었을까.

미국 일리노이주 오크파크에서 태어난 헤밍웨이. 14세 때부터 문학적 소질을 보이며 교내지에 단편을 선보였다고 한다.

결혼 후 세계대전의 현장에서 적십자 요원으로, 종군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 미국 최남단 플로리다주 키웨스트 별장에서 <무기여 잘 있거라>, <아프리카의 푸른 언덕>,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했다.

 

1940년에는 쿠바로 옮겨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싸우는 사람들>, <강을 건너 숲 속으로>, <노인과 바다>, < 두 어둠 이야기> 등을 집필했다. 쿠바에 있을 때, 퓰리처 상, 노벨상을 받게 된 그는 쿠바 혁명으로 정든 곳을 떠나게 된다.

쿠바의 따듯하고 낭만적인 기운이 그의 문학에 도움이 되었나 보다. 쿠바 사람들이 풍기는 느긋함과 낙천성이 그에게 영감을 주었나 보다.

 

혁명가 체 게바라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그들의 자존심, 자부심이 되고 있다.

혁명 등의 과도기를 거친 곳이지만 아직도 고색창연하게 세월의 아픔을 간직하며 옛 건물들이 남아 있는 쿠바.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유적지도 넘쳐난다. 비록 지금은 칠이 벗겨져서 퇴색되었지만 여전히 빛바랜 미를 드러낸다고 할까.

가난하지만 모두가 평등한 나라, 부족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나라 쿠바 이야기다. 아직은 우리보다 북한과 절친한 나라 쿠바 이야기다. 선명한 사진과 파스텔톤의 수채화 그림까지 곁들여 있어서 눈이 호강하는 여행 에세이다.

혁명가의 열정, 문학가의 창작력이 대서양의 파도만큼이나 가슴을 절절하게 울리는 이야기다.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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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를 휘날리다 - 청바지를 입은 우리 시대의 장군
강이경 지음 / 아이앤북(I&BOO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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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를 휘날리다] 대한민국 홍보사절 제1호 서경덕 이야기, 감동 또 감동!~

 

대한민국 홍보사절을 자청한 사람, 서경덕.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을 알려온 남자다.

자비를 들인 세계 유명 신문에 독도 광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고구려 광고 등을 실어서 세계를 놀라게 한 남자.

뉴욕 타임스퀘어에 비빔밥, 막걸리, 아리랑, 한글, 한복 등의 광고를 올려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있는 남자.

중국 임시정부의 역사 흔적, 독립운동의 흔적 등을 알리고 있는 남자, 서경덕.

그의 대한민국 홍보의 끝은 어디일까.

그의 어린 시절이 지금의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유난히 장난기가 많았던 그는 똑같으면 재미없다는 생활신조로 살았다고 한다. 재미없으면 살 맛 안 나는 아이였다.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는 체질이 아니었던 그는 축구와 농구 등을 하면서도 사고뭉치의 우등생이었다.

톡톡 튀는 행동을 좋아했고 넘치는 힘과 에너지, 아이디어와 끼는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의 학창시절은 개구쟁이 우등생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밖에서 놀다가 말썽을 피워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믿어주었고 아이는 부모가 믿는 대로 된다는 신념을 가진 분이셨다. 막내로 자라 누나들 틈에서 많은 책을 접하며 자랐고 신문 읽기도 좋아했다는데…….

 

그는 대학을 들어가면서 더욱 활동적이 되는데…….

그는 목표하던 서울대에 떨어지고 성균관대를 들어가면서도 SKY대 친구들이 못하는 걸 마음껏 하며 신나게 즐기기로 목표를 세운다. 즐기면서 스스로 하는 일, 모두에게 유익한 일을 찾게 되는데…….

 

후회하지 않기 위해 동네친구들과 대학연합동아리 '생존경쟁'을 만들었고, 일을 기획하고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의미 있고 사회에 유익한 일을 찾던 중에 첫 번째 야심찬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된다.

그것은 '서울시 정도 6백년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전국 대학생을 상대로 400년 뒤의 서울시민들의 생활양식 변화 상상도를 공모하고 그 결과물이 타임캡슐에 들어가게 되면서 많은 호응을 받기도 한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광복50주년 기념으로 초대형 태극기를 만들어 기네스북에 오르는 것이었다. 대형 태극기에는 안중근 의사처럼 대학생들의 손도장을 찍어서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방직회사의 도움을 받아 수 십 장의 천을 잇대어 1톤 가량의무게인 태극기를 제작하기로 했지만 마땅히 태극기를 펼칠 공간이 없어서 실패로 돌아가고…….

그러다 '네오룩' 이라는 스트리트 매거진의 객원기자 제의가 들어오면서 기자 일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무가지 기자지만 그는 자기 분야의 최고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기도 하고 인맥도 넓혀가게 된다.

월드컵 유치를 위한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해 그의 노력은 열정적이었다.

먼저, 전국대학생 아마추어 축구대회를 개최해서 성공하게 된다.

 

-2002년 월드컵은 한국에서! 4004년 월드컵은 일본에서!

 

아이비리그인 하버드대, 예일대, 스탠포드대 등 미국의 대학과 프랑스의 소르본느, 영국의 옥스퍼드 등 유럽을 대표하는 대학에 영문으로 된 공문을 보내 한국 대학생들의 월드컵 유치 의지와 당위성을 알리게 되고…….

 

월드컵 홍보를 위해 유럽배낭 여행을 가기도 한다. 유럽배낭족끼리 에펠탑 앞에서 광복절기념행사도 하고…….

애국가 , 아리랑, 고향의 봄,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르기도 한다. 이국의 하늘 아래에서 부르는 노래들 생각만으로도 뭉클해지는데…….

일본 극우 세력들의 독도 망언과 위안부에 대한 태도, 만행 등을 보며 해외광고를 결심하게 된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거짓 역사로 도배되는 것을 보고,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성적으로 사실대로 알리고자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뉴욕타임스> A섹션에 6분의 1 크기의 광고를 2005년 7월 27일에 싣게 된다.

 

독도는 한국에 속합니다.

일본 정부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더불어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지금부터 서로 힘을 합쳐 세계의 중심이 되도록 노력해야만 합니다.

www.koreandokdo.com (책에서)

일본인들과 일본 극우세력들의 방해와 협박이 얼마나 많았을까.

2005년 11월 23일에는 유럽판 <월스트리트저널> A섹션에 동해 광고를 실었다.

하지만 2007년 3월 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위안부 망언은 다시 그를 끓어오르게 한다. 그리고 2007년 4월 17일자 <워싱턴포스트>에 일본군 위안부 광고를 싣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세계인들 앞에서 진심으로 사과해야만 한다. (책에서)

 

자신과 가족이 모아 준 돈,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모아준 돈 등으로 거액의 일본군 위안부 광고를 한 것이다.

그는 광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편물 발송 1천 통 이상을 하기도 한다.

이때의 자료 발송비는 1천만 원 이상 들었다고 한다.

그가 자료를 보낸 곳은…….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부시 부처와 라이스 국무장관, 민주당 대선 후보 오바마와 힐러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일본계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 등 700여명과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뉴스위크> <타임> 의 사장, 편집장, 부서장까지........

유엔대사, 연구소 대표들, 대학교수, 연구위원들에게 메일을 발송하고…….

드디어 일본의 갖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미국하원에서의 <강제 동원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고…….

이후 그의 활동은 범위를 넓혀 가는데…….

역사바로잡기 행사, 고유문화 알리기 , 강익중 화백, 이상봉 디자이너와 한글 알리기, 단아하게 한복을 입은 이영애의 비빔밥 소개, 송일국의 막걸리 광고, 무한도전 팀과의 비빔밥 광고, 아리랑 광고…….

기부천사 김장훈과의 만남은 운명적인 만남을 넘어 필연적인 만남 같다. 김장훈의 후원으로 독도광고를 <뉴욕타임스>에 싣게 되면서 힘을 얻기도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고대사가 슬쩍 바꿔치기 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고구려 광고를 내기도 한다.

 

-고구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대한민국 역사의 일부분이다.

중국 정부는 이 시실을 인정해야 한다. (책에서)

얼마 전에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지고 자결한 의열단이자 독립투사인 김상옥의 이야기를 읽었기에, 서경덕에게서도 독립투사의 분위기가 풍긴다. 21세기 독립군, 21세기 의열단 같아서 말이다.

 

처음 매스컴에서 가수 김장훈과 함께 해외에서 독도 광고를 하고 있다고 했을 때, 1회성 일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니 정말 대단한 정성이요, 열정이다.

그의 대담한 용기와 결정에 가족, 후배, 네티즌, 미국 한인사회의 도움이 더하여 일궈낸 쾌거다. 무심코 들었던 책에서 또 다른 감동으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에게 고마움의 박수를, 감동의 박수를,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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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호 2014-11-15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울시가전의 용장 김상옥의사˝ 가 KBS TV제작국 요청으로
˝1: 1000의 독립전쟁˝으로 제목이 바뀌어 11월17일 순국선열의 날 행사전
오전 10시 방영됨을 알려 드리며. 제블로그에서 예고 동영상을 볼수 있으며
김상옥의사님이 하신 일을 한분이라도 더알려지게 널리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http://blog.naver.com/56dhyoon/220179253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