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하는 인물 드로잉 - 누구나 30분이면 완성하는 사공영활의 인물화 특강
사공영활 지음 / 비타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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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인물 드로잉/사공영활/비타북스]이젠 인물화, 나도 드로잉 할 수 있다!^^

 

학교 미술 시간에 인물화를 그려 본 적이 없다. 인물화를 그리는 일은 전문 화가나 초상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달인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림에 문외한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누구나 30분이면 인물 드로잉이 가능하다는 책을 만났다. 처음 시작하는 인물 드로잉.

그림에 소질은 없지만 늘 그림이나 미술에 관심을 두고 있기에 반가운 책이었다. 부모님 얼굴, 가족 친지들 얼굴, 친구들 얼굴, 내 얼굴 등……. 내가 그리고 싶은 인물 드로잉이 가능하다는 책이니까.

책에서는 8단계로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그리기 도구에 대한 설명들, 정면, 측면, 옆면에 대한 팁들이 먼저 설명되어 있다.

얼굴 골격과 근육을 꼼꼼히 관찰하라는 말, 따라 그리면서 저절로 명심하게 된다. 감정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고 근육의 형태가 달라지는 인물화 그려볼수록 신기하다. 세포하나하나를 그리는 느낌, 세포에 가려진 근육들을 마주하는 기분도 든다.

두개골의 형태를 잡고 정면, 측면, 옆면에 따라 눈, 코, 입, 입, 귀를 그리다 보면 연필을 갖다 댈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연필 터치 한 번에 이리도 달라질 수 있다니.

여자 아이 그림을 시도해봤다. 어수룩한 시도이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모습에 대만족이다.

눈, 코, 입은 정확하게 잡은 것 같은데 갈수록 아이 얼굴이 어른스럽게 변해가고 있었다. 화장을 한 듯 한 모습에 혼자서 웃으며 그렸다. ㅋㅋㅋ ㅎㅎㅎ

 

보통 초보가 인물화를 그릴 때는 얼굴 위주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위 그림처럼 모자와 옷의 무늬가 인물의 얼굴과 어우러지며

개성을 돋보이게 할 경우 모자와 옷의 디테일도 꼼꼼하게 그려 주세요.

마지막으로 연필 결을 살려 전체적인 윤곽을

다시 선명하게 스케치해 주세요.(책에서)

남자 아이, 여자1, 여자2, 남자1, 남자2, 할머니, 할아버지 등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화를 8단계를 거치며 완성할 수 있도록 꼼꼼한 조언을 곁들이고 있다. 부록으로 인물화 그리기 연습장이 있어서 연습해 볼 수 있다.

 

손에 익숙해지려면 매일 30분 투자하기다. 부모님 얼굴을 얼른 그려보고 싶다. 이젠 인물화, 나도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네이버 인기카페 <연필스케치>운영자인 사공영활님이다.

 중앙대 예술대 공예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디자인 팀에서 근무하면서 국제기능올림픽 미술도장 1위, 인도국제미술공모 1위, 대한민국 산미전상공미술전 입상, 미국 시카고 국제 POP전 DOT상, 이론 POPAI Show 금상…….

다양한 이력과 화려한 수상 경력, 인물화 가르친 경력들이 정말 대단한 분이다.

 

 연필스케치 cafe.naver.com/4008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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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보다 강렬한 색의 나라 멕시코 - 알고 보면 소심한 여성 도예가의 삶, 예술, 여행
유화열 지음 / 미술문화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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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보다 강렬한 색의 나라 멕시코/유화열/미술문화]강렬한 원색, 원초적인 토우, 태양의 나라 멕시코!

 

한때 미술에 빠진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미술책에 빠졌다고 할까. 더 솔직히 말하면 <미술문화>출판사에 빠졌다고 할까. 미술에 관심이 가면서 도서관에 들렀고 미술문화출판사책들이 색다르게 와 닿았다. 미술전문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편집, 다양한 내용들이 문외한인 나에게도 편하게 읽혔다. 오늘 오랜만에 <미술문화>출판사의 책을 만났다.

태양보다 강렬한 색의 나라 멕시코.

멕시코는 태양의 나라, 마야의 나라, 판초와 타코의 나라 정도로 인식될 뿐 나와는 먼 나라다. 멕시코를 소개하는 책을 읽은 적도 없기에 마냥 낯선 곳에 불시착한 여행자 심정, 예술 감상자의 마음으로 읽은 책이다. 결론은 역시 멕시코다.

저자는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논문심사를 채 끝내지도 못하고 남편을 따라 멕시코로 떠났다. 그곳에서 멕시코 미술, 라틴 아메리카 미술을 공부하게 된다. 초반부엔 멕시코 유학생 부부로 살아가는 모습, 새로운 예술세계와 만나는 설렘 등이 그려져 있다.

지진에도 괜찮다는 멕시코 서민 아파트에서 얼마나 불안했을까. 멕시코도 환태평양 조산대니까 지진은 활발한 나라인데…….

와우~~산카를로스 미술학교는 민족자치대학이라서 거의 무료였다니, 등록금 고지서에 자신이 내고 싶은 금액을 직접 써서 납부하는 걸로 끝나는 학교다. 게다가 산카를로스 출신들 중에는 거장들이 무척 많다고 한다.

 

프란시스코 고이티아의 <교수형에 처한 병사가 있는 사카테카스 풍경Ⅱ>은 충격이다.

나무에 목이 매달린 채 뼈대만 앙상한 해골의 무표정한 동공. 그 위를 바삐 나는 까마귀들. 낮게 깔린 잡목이나 풀은 누런 갈색으로 퇴색해 있다. 허무한 죽음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전쟁은 피 끓는 청춘의 죽음만 앗아갈 뿐이다. 여류화가 마리아 이스키에르도. 그녀의 그림에선 강렬한 원색에서 원시적인 느낌이 난다. 고갱의 그림을 보는 느낌도 난다. 이외에도 고대 토우 박물관을 만들다가 죽은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그림 등 대가들의 작품, 미술관이 소개되어 있다.

고대미술과 원주민 문화에 대한 멕시코인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 그림문자를 사랑하고 그림을 그려 넣기를 즐기는 일상, 아르테 뽀뿔라르, 벽화운동, 무화과나무에서 원료를 뽑아 만든 아마테 종이와 아마테 그림,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주인공이 신혼여행을 갔다는 칸쿤, 마야 루트, 피라미드, 중국의 것과 혼동될 정도로 비슷한 타일과 도자기, 제삿날에 차려지는 해골 사탕, 축제 피에스타, 타코 등의 이야기에서 멕시코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도자기를 만들 때 한국 점토는 고화도용이라 큰 작품 만들기가 어렵고 멕시코 점토는 남부와 북부의 흙을 섞으면 큰 작품하기에 알맞게 된다니, 처음 알았다. 각 나라의 점토가 각각 다른 특징들이 있었군.

멕시코인에겐 아즈텍과 마야 문명의 유전자가 흐르는 걸까. 그들의 그림, 옷차림에서 강렬한 태양과 짙푸른 바다를 느낄 수 있다. 빨강과 인디고 블루의 조화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나라다. 토우에 대한 자부심, 고대문화에 대한 자존감이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 막연히 생각하며 펼 친 책에서 자부심 강한 멕시코 문화, 특히 고대부터 내려온 그들만의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태양이 선물하는 원시적 색을 잘 살리고 있는 나라, 멕시코로의 예술기행이다. 칙칙하지 않고 밝고 건강한 빛깔이 넘치는  멕시코 에서의 소소한 예술가의 일상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대 이상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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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잔혹사 - 도난과 추적, 회수, 그리고 끝내 사라진 그림들
샌디 네언 지음, 최규은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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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잔혹사]도난, 추적, 회수, 지금도 사라지는 그림들…….

 

수백억대의 미술품이 첨단감시망을 뚫고 사라져 버렸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 두 점은 400억 대를 호가하는 거였다. 1994년 7월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미술관에 대여전시 중에 도난당했고,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찾을 수 있었다. 10년간의 추적 끝에 찾아오긴 했지만 비싼 대가를 지불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 책은 터너의 작품을 범죄자들에게서 구출해내는 과정을 담았다. 동시에 미술품 절도의 역사와 문제점들도 담았다.

윌리엄 터의 두 작품, <빛과 색채(괴테의 이론): 대홍수 후의 아침, 창세기를 쓰고 있는 모세>, <그늘과 어둠: 대홍수 날 저녁>과 함께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짙은 안개>까지 도난당했다.

 

터너는 생전에 이 작품들을 매우 의미 깊은 창작물로 여겨 팔지 않고 보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두 작품이 항상 한 쌍으로 남기를 원했습니다. (47쪽)

 

풍경화라는 영역을 새로 쓴 인물로 평가받는 윌리엄 터너는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였기에 더욱 충격이었을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를 주제로 하면서 시인 괴테의 색체이론에 대한 화가 터너의 화답이기도 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었으니까. 더구나 평생 미혼으로 살았던 터너가 생전에 영국에 기증했던 두 작품이었으니까.

 

고가의 미술품을 찾는 과정은 범죄 영화 같다. 거짓 제보에 따른 헛소동, 범죄조직에 넘어갔다는 정보, 수사관들의 끈질긴 추적, 정부기관, 국제 경찰의 협조, 보험회사의 엄청난 포상금까지 걸린 미술품 찾기는 범죄영화 이상이다. 저자도 사기와 협잡이 난무한 삼류 드라마 같았다는데.......

렘브란트의 <자화상>, 르누아르의 <대화>, <젊은 파리지앵>, 폴 세잔의 <붉은 조끼를 입은 소년>,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이하며>, 토머스 케인즈버러의 <조지아나 스펜서, 데본셔 공작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뭉크의 <절규> 등 많은 작품들이 도난당했다가 찾게 된 작품들이다.

이 책에는 때로는 범죄조직과 전쟁을 벌이기도 하고, 때로는 중개상인과 거래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제국주의 시절에 약탈당했던 작품들을 되돌리려는 애국자들에게서 찾아낸 도난당한 미술품 잔혹사가 쓰여 있다.

 

미술품이나 문화재 도난과 불법 거래가 난무하자 급기야 2002년 12월, 유럽과 미국에 있는 18개 미술관 관장들은 '세계 박물관의 중요성과 가치 선언: 박물관은 모든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를 선언했다. 문화재의 불법 거래를 엄격히 금하는 선언이었지만 일부 제국주의 시절의 국가를 위한 옹호론일 뿐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는데......

 

세계적인 유산 운운 하면서 도난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이기적으로 보인다. 불법 반출된 소장품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원래대로 되돌려주는 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제국주의 시절에 약탈한 문화재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터너의 유작을 찾는 일을 하면서 분명 미술품 절도범을 저지하고 공공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의 도난 사고를 막을 개선 방안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도 미술품 도난 사건은 꾸준히 증가 추세라고 한다. 미술품 도난 액수가 매년 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미술품 절도가 하나의 거대사업이 되고 있고, 마약, 돈세탁 등에 이용되기도 한다는데…….

 

대부분 조직범죄의 전형들이니, 섬뜩해진다. 사회공동의 가치를 무시한 뻔뻔함, 범행의 폭력성, 보안시설이 안된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욕심과 이기심, 무심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미술품이 약탈당하거나 도난당한 뒤 다른 미술관에서 구입한 사례도 있었다니, 미술품에 눈 먼 부끄러운 사례다. 지금도 미술관은 방범체제를 강화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미술품은 도난당하고 있다니 충격이다.

 

미술품 도난에 깔린 인간 욕망의 잔혹사를 담은 책이다. 미술품의 천문학적인 가격도 문제가 아닐까. 미술품 가격에 상한 규정을 둔다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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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티스트가 있다 - 세상의 안부를 묻는 거장 8인과의 대화
안희경 지음 / 아트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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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티스트가 있다]세상의 안부를 묻는 거장 8인과의 대화

 

예술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행위예술이나 전위예술에 대한 무지 탓에 행위예술을 보고 있으면 아직은 낯설고 물설고 민망하기까지 하다.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행위예술이나 전위예술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이다.

세계 유명 미술관, 여러 비엔날레와 카셀 도쿠멘타에서 만날 수 있는 현대미술계의 거장 8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대단한 작가달이라는 생각이 든다.  허물과 겉치레를 벗은 진솔한 이야기, 권위와 관습을 깨고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10년 5월호부터 2011년 6월호까지 < 월간미술>에 연재된 현대미술계의 거장들과의 만남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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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실험정신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그녀는 몸으로 관객을 깨우는 행위예술가다. 자신의 예술은 에너지이고, 자신의 관객은 세상을 변화시킬 한 명의 개인들이라고 했다는데...... 2010년 뉴욕 모마에서 <예술가가 여기 있다>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850만 명을 끌여 들였기에 한 도시를 뒤흔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접 미술관의 문을 열고, 문을 닫는 순간까지 관객과 소통한 것이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의자에 앉아 예술가와 마주한 관객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상대의 눈을 통해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주잡은 손끝으로 상대의 고통과 기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때로는 거울을 보며 나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거울 속의 나, 거울 밖의 나, 그렇게 서로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던 순간이었는데…….

 

<예측 불가>. 좁은 통로에 벌거벗은 남녀 예술가가 25cm정도 떨어져 마주 보고 있다. 관객은 그 사이를 지나는 행위를 하는 작품이다. 예술가와 관객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순간, 전혀 예측 불가의 예술이 되는 것이다. 두 남녀를 스쳐 지나치는 순간의 묘한 느낌이 예술일까, 아니면 그 찰나의 화면이 예술인 걸까. 궁금해진다. 가장 민망한 작품이다.

 

나는 오브제입니다. 전시 기간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제가 집니다. (책에서)

 

<리듬 0>에서는 자신을 오브제로 관객들이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다.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관객에게 온갖 재료와 도구를 주면 관객들은 예술가를 오브제로 삼아 마음대로 벗기고, 칠하고 찢기고 하는 것이다. 가시가 박힌 장미 줄기, 붉은 페인트, 사진, 목걸이, 폴라로이드 카메라, 채찍, 총, 칼 등이 주어졌다는데……. 눈물을 머금고 있는 반라의 예술가는 그대로 작품이 되는 순간이다. <리듬 0>대신 <안쓰러움>이라고 붙이고 싶은 작품이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누드가 많고 관객과 마주하는 것이 많다. 옷이 주는 사회적 의미, 그 기호들이 주는 편견과 선입관을 벗기고, 원초적인 모습으로, 민낯으로 느낌을 통하고 싶었나 보다. 직접 작품을 대했다면 상당히 민망할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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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가 집중하는 것은 교감이었다. 완전한 소통, 현재에 집중하는 능력을 강화하여 시간을 늦춰내는 과정에서 상대와 환경과 일치하는 교감이 완성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느리고 또 느리게 과정에 집중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품을 넓혀야 한다. (책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그는 미술관보다 대중의 생활공간에서 미술의 경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차역이나 버려진 공간에서 전시를 열기도 한다.

 

<페르손>에서는 눈이 훼한 아이들의 흑백사진에 알전구를 비춤으로써, 전쟁터나 유대인 수용소를 연상하게 한다. 과거의 흔적 속에서 시간여행을 하며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과거의 고백을 통해 치유의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볼탕스키 역시도 <페르손>을 통해, 부재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과거에 휘둘리지 않고 현재를 살게 하는 치유의 과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아네트 메사제. <여자-남자>에서 보이는 모습은 굉장히 도도하고 용기 있는 예술가다. 여자의 성기 위에 남자의 성기를 그려 넣다니, 화장실 벽에 지어도 지워도 새겨지는 낙서 같은 느낌이다. <나의 소원들>, <나의 트로피들>, <엄마, 그녀의 초록 드레스 이야기>를 보면 인간의 신체 일부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남녀 성기에 조차도……. 아네트 메사제는 인간의 몸 자체가 오브제가 된 원초적인 모습을 보며 관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창조하기를 원할 뿐이라고 한다. 관객의 느낌이 이야기가 되는 작품들이다.

 

윌리엄 켄트리지……. 조국인 남아공의 부조리,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 불평등을 고발하고 인간착취를 일깨운다. 동시에 물질 사회, 테크놀로지 사회에서 인간의 손맛에 길들여진 감성을 깨우고 이성을 촉구한다. 백인으로서 아프리카인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그가 어색하기도 하다. 하지만 드로잉의 힘으로 세상을 깨치고 치유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도 넓은 의미의 아프리카인이다. 그의 드로잉에는 목탄화와 색연필이 많이 쓰였기에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이 전해진다.

 

키키 스미스……. 그녀는 휴머니스트가 아닌 페미니스트 예술가로 불리길 원한다. 이농과 빈부의 차이를 넘어 여성의 마음으로 세상을 해방시키려는 예술가다. <소전>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만남, 근원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가 난다. 죽음과 삶의 순환, 머물다 가는 삶을 표현했다는데…….삶은 순환일까. 윤회이고 영속적일까. 또 다른 생이 지속되는 무한의 삶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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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의 미술. 가장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행복한 세상을 보여주고 갈등의 해소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기 때문일까. 어린이 그림 6만 점을 모아 만든 <행복한 세상>, 어린이 직접 참여한 <평화를 위한 소품>, <산과 바람>, <모든 것을 던지고 더해라>, <꿈의 다리>, <동그라미>, <십만의 꿈> 등에서 작은 그림들이 모여 큰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개개인이 모여 세상을 이루고 우주로 나아가는 느낌이다. 그의 철학은 대상을 흔들어 깨워주는 것, 서로를 이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어린이 그림들이 모여 큰 작품으로 완성체를 이룬 모습에서 예술의 힘을 느낀다. 저자의 말대로 작은 물방울이 모이고 모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모습처럼 신기하고 감동적인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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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 윌…….일상에서의 경험을 사진으로 재연하는 작가다. 인종, 빈곤, 소외, 문명, 개발 등의 이슈가 일상에 놓인 그 모습 그대로 포착되어 있기에, 다큐멘터리 정신이 살아 있다는 평을 받는다. 위트와 유머가 있는 일상의 우연성들이 깨알 재미를 준다. 작업의 우연성이라지만 우연으로 만나는 필연도 담았을 것이다. 우연도 반복되면 운명이고 숙명이 되고 인연이 되는 게 세상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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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다카시…….현대를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다. 대중이 즐기는 만화, 음악, 패션 등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다. 만화적 요소가 가득한 판타지<미스 코2>, <<플라워 마탕고>, <가와이-바캉스: 금빛 왕국의 여름휴가>, <폼과 나> 등을 보고 있으면 동심의 세계로 들어온 듯하다.

 

거장 아티스트의 만남을 보면서 선입견, 편견, 몰상식, 사색의 시간, 자신에 대해, 사회에 대해, 인간 본질에 대해, 통념 깨기, 내면으로 가는 여정, 동심의 진화, 농담, 왜곡 등을 생각하게 된다. 흔적과 자취를 따라가는 일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됨도 깨치게 된다.

똑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도 거장 아티스트들의 예술을 만드는 눈빛, 손짓, 감각, 영혼은 남다른가 보다. 이들의 예술을 향한 몰입과 집중,  관찰과 통찰이 있기에 독창적인 예술이 존재할 것이다. 거장의 메시지가 너무 거창한 걸까.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작품들도 있다. 아직 이해가 부족한 걸까. 선입견의 틀을 깨지 못하는 걸까. 어쨌든 세상의 안부를 묻는 거장들과의 대화는 신선하고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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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저널리스트 안희경이다. 8년 동안 불교방송 PD로서 시사·교양·음악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2002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서구에 부는 성찰적 기운과 대안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써왔다고 한다. 최근에는 세계화 추세, 자유로운 자본 이동으로 생존 경쟁의 치열함, 삶의 조건들의 불안함을 조명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데…….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도 허울을 벗은 날것 그대로의 여인들, 불안한 삶 그대로의 아이들, 허식을 벗은 민낯 그대로의 남녀 등을 만날 수 있다.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느끼게 하거나 왜곡된 진실을 생각하게 하고, 때로는 작은 것이 모여 큰 힘을 이루는 것도 보여준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도 있지만 모두 빛나는 실험정신의 결과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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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열반 - 김아타 산문
김아타 지음 / 박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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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미의 열반]온에어, 해체, 자연드로잉.... 대단한 아티스트!

 

 

제목에서부터 구도자의 삶이 느껴진다. 장미의 열반. 장미를 태우면서 얻은 깨달음…….

책표지엔 하얀 캔버스가 길쭉하게 늘어서 있고 하얀 캔버스엔 앞에 줄지어선 나무의 줄기와 잔가지들이 채우고 있다. 캔버스엔 그대로 자연이 그려내는 숲속 풍경화다. 자연과 그림이 하나가 된 순간이랄까. 나중에 봤더니 저자는 이것을 <자연드로잉>이라 했다. 표현이 절묘하다. 아마 노자가 이 시대 이 땅에 태어났다면 자연을 가장 잘 따르는 예술가라고 하지 않을까.

 

 

 

 

 

 

세상에는 적극적으로 투쟁하지 않으면 속을 드러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세상사는 이치가 그렇고, 지혜란 놈이 그렇다. 삼십 년 전, 열이레를 말린 장미를 우연히 태우던 날, 장미의 열반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길을 가르쳐주었다. (책에서)

 

 

김아타 작가를 처음 알았다. "철학적 사고가 극히 참신한 아티스트"라며 <뉴욕타임스>의 문화면에 소개되기도 했던 작가라니. 그것도 두 페이지에 걸쳐서 말이다. 헐~ 거제에서 태어나 뉴욕의 신화가 된 아티스트라는 글을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그가 사진에 심취하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모든 작가들이 개성 있는 철학적 사고를 하겠지만 유독 그에게 이런 찬사가 주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위적인 예술가인 그는 한국에서는 늘 이단아, 경계에 선 아티스트였다고 한다.

빨리 움직이는 것은 빨리 사라지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은 천천히 사라진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온에어>, 나신들이 엎드려 있는 <해체>, 자연이 그려내는 <자연드로잉>, <인달라>, <뮤지엄>......

 

겨울 논두렁에서 물에 빠지거나 논두렁에 널브러진 나신들의 사진. 그 속에 한 아이가 서 있다. "엄마 집에 가~"라고 외치며 말이다. 나신이 해체된 겨울 논두렁에서 느꼈을 아이의 감정은 무엇일까. 지금은 성장해서 작가를 뵙고 싶다는데...... 물에 빠져 죽은 듯이 있는 엄마의 모습과 아이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것 같다.

 

 

인간문화재인 신딸 김금화의 사진. 정신을 찍고 싶었던 작가는 설득 끝에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결국 찍은 건 김금화의 정신이 아닌 기라고 한다. 정신과 기의 차이는 무엇이기에. 정신을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을까. 저자는 정신이 정중동의 세계일 때, 기는 휴화산처럼 잠자고 있어야 정신이 가장 명징해 진다는데……. 옛날 펑하고 찍던 수제 카메라를 들고 검은 천을 덮고 사진을 찍은 모습이 상상이 간다. 그런 사진 찍어 본 적은 없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봤던 모습인데...... 일반 소형 필름의 53배가 넘는 필름 사이즈라니, 정말 대단한 무게다.

 

절에서의 생불들.

절에서 순수의 색을 보고 싶다며 모델의 머리를 밀고 알몸으로 법당을 채운 사진. 색을 뺀 무색의 법, 붓다의 정신, 해탈의 경지를 담은 생불의 모습들은 그대로 장미 열반과 닮은 듯하다.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태우고 자기를 죽여야 해탈이 되는 경지…….

 

 

길에서 만난 리틀 붓다는 귀엽기까지 하다.

청사포 해변을 배경으로 검은 바위 위에 황금으로 채색된 연꽃 좌대를 놓고 그 위에 파르라니 머리를 깍은 아이가 앉아 있다. 앞에는 유리가 건물처럼 세트되어 있다. 마치 쇼윈도처럼. 청사포에서 스카우트한 아이다. 부모의 허락을 받아 머리를 깎고 앉아있는 모습이 그대로 리틀 붓다다.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연드로잉.

하얀 캔버스를 세워두면 그대로 자연이 몰려와서 그려놓고 간다. 비와 바람, 나무와 새, 꽃과 나비, 해초와 물고기, 태양과 구름. 누구든지 와서 놀다가 흔적을 남기고 가면 그대로 자연 드로잉이다. 시간대에 따라 배경색이 바뀌기도 하고 대상이 바뀌기도 하는 천연의 드로잉이다.

간혹 하늘을 보며 자연이 그려대는 드로잉을 감상한다. 날씨에 따라, 바람의 세기에 따라 하늘 캔버스에는 구름의 양도 다르고 새들의 움직임도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배경색마저 바꿔가며 분위기를 내는 하늘드로잉을 난 자주 감상하는 편이다. 숲에서 가지 사이로 난 하늘을 보면 나뭇가지가 하늘을 조각내는 나뭇가지드로잉도 즐긴다. 거대한 하늘을, 어마어마한 우주를 가느다란 나뭇가지가 조각을 내고 작살을 내고 있는 나뭇가지드로잉은 즐기노라면 통쾌하고 상쾌하다. 하늘과 우주에 대항하는 나뭇가지의 반전 같아서 말이다.

 

작가의 이력이 대단하다.

2004년 세계적인 사진 전문 출판사인 뉴욕의 애피쳐 파운데이션에서 사진집 <뮤지엄 프로젝트>를 발간했다. 그것도 한국인 최초로 말이다.

2002년 런던 파이돈 프레스에서 뽑은 '세계100대 사진가'에 선정됐다. 2010년 프랑스의 로레알 파운데이션에서 인류 10만년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책으로 제작한 <100,000 Years of Beauty>에 작품이 수록되었다. 2010, 2011년 두 권의 미국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되었다. 2008년 조선일보 주최 '100년 후에도 잊히지 않을 미술작가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수상경력도 대단하지만 소장된 곳들도 어마어마한 곳들이다.

 

 

지하 막장을 찾고, 정신병동을 찾고, 소아백혈 병동을 찾고, 절을 찾고 해변을 찾던 모든 과정이 정신을 찍고 자유를 찍고 싶었던 연유라니……. 수행에 대해 잘 모르지만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사진에 잘 담은 듯해서 한참을 보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무엇을 원하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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