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분실물센터
브룩 데이비스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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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분실물센터/문학수첩]엄마, 나 여기 있어!

 

 

삶은 무한대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 같다. 모든 생명은 찰나의 순간에 태어나서 찰나의 순간에 죽어가니까. ‘하다가 죽을 수도 있는 게 자연의 이치다. 그러니 언제나 남겨진 가족들은 죽은 가족에 대한 충분한 애도를 보내며 슬픔을 극복하게 된다. 만약 세상을 알지 못하는 아주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된다면, 이별이 뭔지도 모르는 나이에 엄마에게서 버림을 받는다면 어떻게 애도를 해야 할까? 어떻게 슬픔을 극복해야 할까? 삶과 죽음이라는 버거운 주제를 독특하게 푼 책을 만났다.

 

 

밀리의 분실물센터!

7세 여자 아이 밀리는 죽은 것들의 기록장을 적는 아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죽음을 통해 모든 생명체와 사물들이 언젠가는 죽음의 순간을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밀리의 죽은 것들의 기록장엔 거미, 개미, , 고양이, 할머니가 있다. 최근엔 아빠까지 기록장에 남겼다. 문제는 아빠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엄마가 밀리를 백화점에 버리고 떠난 것이다.

 

죽으면 이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살아서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던 탓일까? 밀리는 그대로 기다리라는 엄마의 말대로 백화점에서 숨어 지내며 엄마를 기다린다. 밀리는 백화점의 마네킹 덕분에 며칠을 숨어지내다가 결국 들키게 된다. 마침 요양원을 탈출하고 백화점에 숨어든 87세 할아버지 칸의 도움으로 무사히 백화점을 탈출하게 된다. 자신을 구해준 마네킹과 함께 말이다.

 

집으로 온 밀리는 건너편에 사는 82세 애거서 할머니의 도움을 받던 중 엄마가 멜버른에 간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을 여의고 홀로 사는 애거서는 노화 기록장에 자신의 주름살 수, 세 털이 난 곳 등 노화과정을 적는 은둔형 외톨이다. 밀리는 애거서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엄마를 찾아 멜버른으로 떠나게 된다.

 

가는 곳마다 엄마, 나 여기 있어요.’라며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밀리. 칼은 그 흔적을 따라가다 밀리와 합류하게 된다. 엄마를 찾아가는 밀리의 여정에 동행하게 된 칸과 애거서는 버스를 탈취하기도 하고, 기차를 타고 엉뚱한 경험도 하면서 밀리의 엄마가 있다는 멜버른으로 무작정 긴 여정을 함께 한다. 칼과 애거서는 티격태격하다가 노년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살아있는 동안 친구자 되자고 하는데…….

 

 

아빠의 죽음과 엄마에게 버려짐은 7세의 아이에겐 너무 버거운 문제다. 아빠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채 끝나기도 전에 엄마에게 버려져 고아가 되다니.

세상엔 잃게 되는 것과 남겨지는 것, 찾아야 할 것이 투성이인 거대한 분실물센터 같다.

찾아나서는 일에 동행한다는 건 소중한 존재를 잃은 사람들의 대처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소중한 존재를 잃은 남겨진 이들의 고군분투가 좌충우돌 여행이지만 의미심장한 여행 같다.

 

광대한 오스트레일리아를 배경으로 벌어진 분실물 찾기라는 소재가 다소 황당한 설정이지만 어디에선가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일 것 같다. 이 작품은 작가가 어머니의 죽음에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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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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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밝은세상]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이토록 웃길 줄이야!

 

엄숙한 스타일의 인도 고행자와 북유럽 스타일 이케아 가구의 조합이 이뤄내는 유머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이토록 웃길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여행길이 참된 고행길이 될 줄이야. 약간의 재미를 던질 거라는 생각으로 펼쳤다가, 웃기는 상황과 엉뚱한 이야기에 포복절도 하며 읽은 책이다. 재미있게 호호 거리다가 이내 묵직해지는 이야기에 전율도 이는 책이다. 이케아 옷장에 갇혀서 전 세계를 방랑하게 되면서 전혀 새로운 곳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삶을 만나는 이야기다. 프랑스 작가인 로맹 퓌에르톨라의 데뷔작이 이 정도라니. 프랑스 문학 수업이 궁금해질 정도다.

 

 

 

인도 고행자의 여정을 따라가는 길엔 우연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꼬였다가 풀리는 숙명 같은 일의 연속이다.

인도에서 직업적 고행자인 파텔은 트릭을 이용해 밥벌이를 해온 가난한 고행자다. 그에겐 약간의 속임수를 사용하는 남다른 재주 덕분에 주술적 능력이 있는 것처럼 구경꾼들을 홀리기도 한다. 그런 그가 생애 최초로 유럽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스테인레스 못으로 만든 이케아 침대를 자신의 트릭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빌린 실크 양복을 입은 그를 멍청한 부자로 오해한 택시 기사 귀스타브의 차에 오르면서 인연과 악연은 시작된다. 파텔은 위조지폐인 100유로를 들고 귀스타브가 모는 택시를 탄다. 그리고 100유로라는 요금을 줬다가 다시 교묘히 뺏게 된다. 인도 고행자가 무임승차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택시 기사 귀스타브의 끈질긴 추격이 끝까지 이어지면서 맺는 인연이 인상적이다.

 

어쨌든 프랑스에 있는 이케아 매장을 무사히 찾은 마텔은 자신이 찾는 스웨덴산 소나무로 만든 인도 고행자들을 위한 침대가 자신이 가진 100유로보다 비싼 것을 알고 부르주아적 프랑스 여성과 의도적인 접촉 사고를 유발해 배상을 받게 된다. 매력적인 그녀의 구애를 뒤로한 파텔은 이케아 매장에서 하룻밤을 지내려다가 니케아 관리자의 눈을 피해 숨는다는 것이 파란 철제 옷장에 갇히게 되면서 영국으로 가게 된다.

 

영국으로 가던 트럭에서 밀입국자들을 만나 그들의 호의에 감동하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보다 힘겨운 환경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도 알게 된다. 영국에 도착해서는 밀입국자로 취급되어 스페인으로 추방되고,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만난 택시기사 귀스타브를 피하려다 소피 모로소의 루이뷔동 트렁크에 숨게 된다. 덕분에 로마로 가게 된 파텔은 트렁크 속에서 셔츠에 소설을 쓰게 되면서 고행자가 아닌 작가로 살고 싶어한다. 로마에 도착한 파텔은 소피 모로소를 만나 그녀의 호의를 받게 된다. 최고의 호텔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의 옆방에서 자는 행운도 누리게 되고, 소피의 주선으로 출판사와 계약을 하면서 고액의 선인세를 받게 된다. 하지만 돈이 든 트렁크로 인해 열기구까지 타게 되고, 바다에 추락하면서 구조된 이후엔 리비아까지 가게 되고....

 

고행자에서 밀입국자, 밀입국자에서 박해받는 천재적 작가로, 가난한 고행자에서 남을 돕는 자선가로, 토박이 인도인에서 세계 여행자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이토록 웃길 줄이야. 예상치 못하는 만남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고, 우연한 세계 여행으로 자신의 틀을 깬 남자의 이야기다. 인연을 숙명으로 만드는 탁월한 재주를 지닌 남자의 이야기다. 얽히고설키는 인연들을 통해 다양한 삶에 대한 깨달음도 얻게 된다는 엉뚱하지만 묘하게 공감하게 되는 책이다. 목적도 불순하고 방법도 나쁘지만 인도를 떠나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리비아를 거치는 여행길에서 진정한 고행자의 삶을 보게 된다.

 

 

밀입국자들에게서 얻은 음식, 이케아 매장에서 첫눈에 반하게 된 사랑, 소피 모로소의 친절한 우정, 남을 돕는 기쁨까지 누린다는 설정이 다소 황당하지만 어디선가 누군가에겐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다. 갈수록 예측불허의 상황이 닥치기에 다음 상황이 기대될 정도다. 2편이 나와도 좋을 이야기이기에 기대되는 책이다. 기상천외한데다 포복절도하는 이야기,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여행기다. 허풍 같은 이야기이지만 이상한 나라의 토끼 굴을 들어간 엘리스의 이야기 같은 기이함도 준다.

다양한 직업을 체험한 작가가 실제 국경 담당 경찰로 근무하며 만나 밀입국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신형 못 달린 침대를 구하러 온 인도 고행자라는 설정도 코미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끌려 호호 거리며 웃다가 어두운 사회의 일면을 보며 암울해지다가 묵직한 깨달음도 얻는 이야기다. 인도 고행자와 이케아 가구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이토록 웃길 줄이야.

 

의도치 않게 세상을 떠돌며 좌충우돌하는 여행기가 최신 유행인가보다. 창문 넘어 도망친 백세 노인에서 시작해 셈법에 천재적인 까막눈이 여자, 이젠 인도 고행자라니.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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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를 타면 바람이 분다
석우주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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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를 타면 바람이 분다/석우주/파란]우연이 반복되면그건 운명~

 

 

표지를 보면 청바지를 입고 선머슴 같은 짧은 머리의 여자가 헬멧을 쓰고 연분홍 스쿠터를 타고 도시를 달리고 있다. 이탈리아핏이 나는 밝은 핑크의 베스파라니. 스쿠터 중에서 가장 끌렸던 베스파, 오드리 헵븐도 탔던 스쿠터가 베스파 아닌가?

 

연분홍은 소년처럼 짧은 머리에 까만 곱슬머리 이십대 여자 사람이다. 분홍은 학교 통학용으로 작은 중고 스쿠터를 몰지만 치킨 가게를 하는 엄마를 도울 때도 낡은 자신의 스쿠터를 몬다.

 

 

 

 

우연히 겹쳐지면 필연처럼 느껴지는 법이다.

분홍이 엄마를 도와 치킨 배달을 가다가 폐지 줍는 할머니를 돕게 되고 이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길을 묻는 태신묵에게 길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불길한 인연이었을까? 분홍의 스쿠터는 택시와 접촉사고를 당하게 된다. 선의를 행하다가 당한 일이지만 누굴 탓하랴. 분홍은 그 사고로 낡은 스쿠터를 폐차시키고 그녀의 왼손에도 흔적처럼 상처가 남게 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치킨 배달을 갔다가 신묵을 다시 만나게 된다. 분홍이 과외를 했던 제자 민준의 외삼촌님이라는 그 남자의 집으로 배달을 간 것이다. 두 번의 우연이면 운명처럼 느껴지는 걸까?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다 사고를 당한 걸 안 남자는 사과의 의미로 연분홍에게 이탈리아산 베스파를 선물하게 된다. 하지만 분홍이 신묵과 커피 마시는 시간에 치킨 가게에서는 가스 폭발 사고가 나고 엄마는 중환자실로 가게 된다. 얼마 뒤 오빠도 심장 수술을 받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연이어 가족을 잃고 천애 고아가 된 분홍은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이름을 바꾸게 된다. 유약해 보이는 분홍 대신에 좀 더 강하게 살자며 연강희란 이름으로 바꾼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우연한 기회에 신묵을 만나게 된다. 신묵과 함께 있을 때마다 소중한 것을 하나씩 잃은 분홍은 신묵과의 만남을 꺼리게 되고, 우연이 인연이라지만 나쁜 인연인 신묵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신묵을 만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쁜 일만 터지는 것은 우연이겠지만 나쁜 우연이라면 피하는 게 상책이니까.

 

 

 

 

신묵 역시 어릴 적의 상처로 여자와의 사랑이 두려운 남자다. 하지만 분홍을 볼 때마다 끌리게 된다. 분홍의 슬픔이 모두 자신으로 인해 일어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털털한 분홍의 매력에 자꾸만 빨려들게 되고...... 분홍도 그런 신묵에게 자꾸만 끌리게 되고......

 

제목을 보면 약간 슬픈 여운을 남기는 밝고 경쾌한 소설 같았다. 읽을수록 로맨스 소설이 주는 설렘과 속도감으로 훈훈하게 읽은 책이다.

로맨스 소설이라면 믿고 읽게 되는 출판사가 파란미디어 출판사다. 이 소설도 역시 쫄깃하면서도 술술 읽히는 로맨스다. 약간 달달하고 약간 아슬아슬한 이야기여서 밀당의 설렘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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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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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알베르 까뮈/열린책들] 메르스와 페스트, 역병에 대처하는 자세가…….

 

 

이방인페스트로 널리 알려진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알베르 까뮈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여고 시절 처음 접한 그의 소설들은 기고만장한 인간에게 역병 앞에 무력한 존재임을 일깨웠던 작품이다. 오늘 다시 까뮈의 페스트를 읽으며 까뮈의 매력적인 문장과 입체적인 인물들의 서사에 새삼 빨려들게 된다. 작금의 메르스 사태가 자꾸만 겹쳐져서 더욱 실감나게 읽었다고 할까?

 

 

페스트14세기 중엽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페스트는 페스트균에 감염된 설치류에 의해 옮겨지는 병이다. 사망률이 높고 전염력이 강해 법정전염병이자 검역전염병이다. 환자의 재채기나 기침, 배설물을 통해 전염되고 구토와 고열, 오한 등의 증상이 있다.

 

소설의 배경은 평화롭고 조용해서 무심할 정도였던 알제리 해안도시 오랑이다.

무던하던 오랑에 형벌 같은 재앙이 닥친다. 도시엔 죽은 쥐 한두 마리가 발견되더니 이내 쥐들로 꽉 차게 된다. 그러다 고열을 동반한 열병에 신음하던 이들이 늘어나면서 도시 전체가 병에 걸리고 만다. 사망자는 순식간에 늘어나고 병상이 모자라면서 급기야 당국은 페스트 발병을 공표하고 도시마저 폐쇄조치를 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서도 의사 리유는 헌신적으로 환자들의 치료에 임하고, 취재를 왔다가 오랑에 갇힌 신문 기자인 랑베르는 도시를 빠져나가려다가 포기하게 된다.

페스트에 걸린 도시 오랑은 아픈 사람들 앞에서 신의 자비를 구하라는 예수회 신부 파늘루, 보건대를 결성하고 저항정신을 보여준 타루와 리유,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이기적이던 판사에서 자원봉사자로 변신한 오통 판사, 악인의 전형을 보여준 밀수꾼에다 언제나 이기적인 코타르 등을 보면서 마치 온갖 인간 군상이 모인 세상의 축소판 같다.

 

비현실적인 악몽 같은 재앙 앞에서 속수무책인 당국,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페스트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해야 했던 관료들, 의사, 지식인,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이 지금의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페스트가 번졌지만 페스트의 고통은 인간을 겸손하게 하고 단합하게 한 이야기다. 도시로 통하는 성문이 폐쇄된 이후의 모습은 마치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같다. 그래도 도시에 격리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보건대를 결성하는 모습 등은 인간성에 대한 희망일 것이다.

 

 

지금의 메르스 사태가 자꾸만 오버랩 되는 까뮈의 페스트를 읽으며 역병 앞에 무너진 무기력한 인간 존재의 허무함과 부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항 정신과 희망을 생각한다.

메르스와 페스트는 정녕 신이 내린 심판일까. 말세의 징조일까. 아니면 인간의 대오각성을 바라는 자연의 섭리일까. 페스트와 메르스라는 두 역병에 대처하는 소설 속 인간과 현실의 인간의 자세가 기묘할 정도로 비슷한 것 같다. 무지몽매, 무사안일, 무책임, 이기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신과 봉사, 사랑이 있다는 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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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 블랙 로맨스 클럽
멜리사 젠슨 지음, 진희경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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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21세기형 오만과 편견버전 같아~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류 작가인 제인 오스틴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활약했던 영국 소설가다. 오만과 편견』『설득을 통해 만났던 제인 오스틴은 맛깔스런 시적인 수다에다 여성의 심리를 깊이 있게 잘 그려낸 멋진 작가였다. 그녀는 소설을 쓰는 셰익스피어라는 칭찬까지 듣는 작가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여성 독자가 가장 많은 작가가 아닐까?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인 조앤 k. 롤링도 제인 오스틴을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했다. 제인 오스틴은 나도 무척 좋아하는 작가다.

 

 

이 책의 저자인 멜리사 젠슨은 14살에 선생님으로부터 오만과 편견을 받은 이후 소설 속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베넷이 되기를 꿈꾸었다고 한다. 10대 시절부터 제인 오스틴에 빠졌던 그녀는 결국 첫 소설로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냈다. 오랫동안의 열망이 강렬해서일까? 소설 속에서는 오만과 편견식의 수다가 가득하다. 만약 제인 오스틴이 21세기에 환생해서 소설을 쓴다면, 21세기형 오만과 편견은 이러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21세기형 오만과 편견은 저자인 멜리사 젠슨이 제인 오스틴에게 바치는 오마주 같다.

 

이 소설에서는 블로그를 좋아하는 21세기 미국 소녀 16살 캐서린의 블로그와 19세기 캐서린 퍼시벌의 일기장이 교차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21세기와 19세기를 대표하는 감성 충만한 두 캐서린의 블로그와 일기장의 대결에서는 빠른 시대와 느린 시대의 차이를 볼 수 있다.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의 차이, 두 나라의 문화와 관습의 차이, 시대적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200년의 차이가 있지만 멋진 영국 남자에 푹 빠진 두 소녀의 오만과 편견이 가득한 발랄하고 통통 튀는 귀여운 수다는 공통점이다. 10대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사랑, 남자 친구, , 파티, 유명인, 외모 등에 대한 이야기도 200년을 사이에 두고 여전하게 이어진다. 영국 왕실, 박물관, 거리, 사교계, 연예계, 문화 등도 교차하고…….

 

21세기에 살고 있는 16살 미국 소녀 캐서린이 대영 박물관(BM)에 일하게 된 엄마를 따라 영국으로 갈 때는 10대 특유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 몇 주 후에 영국을 떠난다는 사실 앞에서는 미련과 아쉬움을 보인다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엄마가 건네 준 캐서린 퍼시벌 양의 일기에 시큰둥해 하다가 현재의 캐서린은 200년 전의 영국 역사 속 시간 여행을 하면서 과거의 캐서린과 영국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 더구나 엄마는 퍼시벌의 후손인 윌까지 소개시켜주며 캐서린을 돕게 하는 센스까지 있다니. 현재의 캐서린은 월과 함께 캐서린의 일기장에서 언급된 10군데를 현장 답사하면서 윌과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되고…….윌의 방에서 본 캐서린의 초상화는 가장 압권인 장면이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느낌, 평행이론 같은 기분이 고스란히 전해진 순간이었으니까.

 

200년 전의 캐서린이 베이커를 좋아하고 니콜라스와도 사귀고 칠햄 경의 구애를 받았듯, 21세기의 캐서린도 파티를 통해 남자 친구들을 사귀며 설레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다. 더구나 런던을 안내하던 윌에게서 느끼던 설렘과 편안함, 사랑은 캐서린을 행복하게 하는데……. 과거나 현재에도 서로를 향한 사랑의 작대기가 늘 어긋나는 이야기,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 같은 남녀차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되기에 소소한 웃음도 선사한다.

 

현재와 200년 전 과거가 교차되는 시간여행에선 제인 오스틴과 동시대를 산 인물들이 나와서 즐겁다. 영국이 자랑하는 화가인 윌리엄 터너, 시인 바이런,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 낭만파 시인 스코트 등이 나오고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전쟁 등이 나온다. 십대답게 영국을 배경을 한 영화와 영국 연기파 배우들도 나온다. 가장 큰 매력은 아름다운 시, 설레게 하는 연애편지, 영국식 수수께끼 등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어둠이 내리는 하늘에 별들이 빛을 발하듯,

촛불이 빛의 성유를 흘리듯,

루비처럼 붉은 입술과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눈동자

그 아름다움이여, 사랑이여, 바로 당신이야. (31)

 

구름 한 점 없이 별이 빛나는 밤하늘처럼

아름답게 걷는 그녀.

그녀의 모습과 눈 안에서

모든 어둠과 빛의 순수가 만나고......(55)

 

만약 19세기의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자기주장이 강한 독신녀의 인기 작가였기에 많은 이웃 신청을 받을 것이고, 공감과 좋아요를 누르는 이웃들이 엄청나게 많을 텐데……. 어쩌면 오만한 그녀의 글에 편견 가득한 남성들의 댓글이 무수히 달리지 않을까? 재산과 신분이 변변치 않지만 지적이고 당당한 여자와 매력적인 부자 남자의 결혼이라는 신데렐라 구조인 오만과 편견에 거부감을 표했던 19세기 남성 작가들처럼 말이다,

 

 

참신한 발상의 소설, 재치 있고 상큼한 소설이다. 21세기 미국소녀 캐서린의 블로그와 19세기 영국 소녀 캐서린의 일기장이 교차하는 평행 이론 같은 소설이다. 오만하지만 참신한 수다와 편견 가득하지만 통통 튀는 블로그 댓글을 읽는 재미를 선물하는 책이다. 마치 21세기형 오만과 편견버전 같다. 제인 오스틴에 대한 오마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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