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와 나의 여친
블레이크 넬슨 지음, 홍한별 옮김 / 서해문집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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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나의 여친/블레이크 넬슨]지구를 살리고 싶은 소년의 성장 일기~

 

십대이지만 유달리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거나 지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친구의 이야기가 이리도 재미있다니. 자칭 마르크스 숭배자인데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문명 파괴를 꿈꾸거나 소비지상주의를 타파하고 싶은 십대 소년의 열혈 지구사랑 분투기가 사랑스럽고 귀엽다.

 

 

 

 

주인공인 제임스가 또래와 다른 점은 남다른 환경의식이다. 지구를 살리고 싶고 환경을 보존하고 싶어서 과소비 풍토를 개탄한다.

 

예를 들면, 고급 영어 시간에 선생님이 내준 논설문의 주제로 자동차를 모두 없애라를 삼는다.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환경오염의 주범인데다 지나친 온실가스의 증가로 빙하가 녹고 섬들이 잠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구 전체가 위험에 빠지고 생명체의 생존마저 위험수위라는 것이다. 태평양의 섬들이 사라지듯 인간도 사라질 것이기에 아예 자동차를 깡그리 없애는 것이 가장 똑똑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재활용이나 녹색 제품 사용 등으로는 지구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논설문 숙제이기에 제임스는 나름대로 자동차가 미치는 영향, 자동차가 상징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동차가 우릴 파괴하기 전에 먼저 자동차를 없애고 자동차를 뺀 삶을 살자고 주장한다. 그런 제임스의 논설문에 코그와일러 선생님은 C을 주며 남을 모욕하는 태도를 바꾸고 뒷받침이 되는 사실을 들어 상대방을 설득하라며 충고한다. 그리고 4쪽짜리 논설문을 수정한 뒤 B를 받았다. 이번에도 선생님은 극단적인 태도보다 뚜렷한 논증과 설득력 있는 표현이 더 효과적이라고 써 놓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작문숙제다. 주제가 있든, 자유주제든 제임스가 쓴 글에 선생님의 총평을 거치면서 제임스의 생각이 정돈되고 글쓰기 실력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제임스가 학교 작문숙제를 통해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과정들이 부러울 지경이다. 한국에도 이런 교과과정이 있으면 좋을 텐데.....

 

예를 들면, 제임스는 나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에 대한 4쪽짜리 글에 세이디 키넬:체제 안에서 분투하다라며 전 여자 친구 세이디의 체제 안에서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것을 썼다. 그의 글에대해 선생님은 점수도 없이 다른 학생에 대해 쓰지 말라며 무조건 다시 하라고 한다. 다시 대상을 바꿔 엄마들은 중요하다에 대해 썼다가 D를 받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카를 마르크스에 대해 쓰고 B과 결론이 없는 글이지만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잘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떤 장소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자유주제에 대한 4쪽짜리 글에서 제임스는 오슬로에서 얻은 교훈을 써서 A를 받으며 장소를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교 안팎에서 참가했던 활동에 대한 4쪽짜리 글인 습지 보호 서명 운동 때 만난 시민 목록’ B를 받고 재미는 있는데 서두와 결론이 없다는 총평을 듣는다.

소설은 논설문, 작문과제, 개인 에세이, 일기가 연속적으로 이어진 제임스의 글이다. 작문을 통해 글쓰기 방법을 익히는 과정도 있고, 마르크스 추종자인 고교생 제임스의 환경보호와 올바른 소비습관에 대한 생각들이 유머러스하게 들어 있다. 마르크스를 숭배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고 지구를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리려는 제임스의 혁명정신도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전 여자 친구 세이디에 대한 이야기, 일기와 작문을 통해 의식의 지평을 여는 과정이 흥미있게 그려져 있다. 지구를 살리고 싶은 소년의 성장 일기다.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청소년 작가 블레이크 넬슨의 소설이다.

 

 

 

 

제임스의 글을 통해 저자는 묻는다. 지금의 사고방식의 과연 옳은지, 지금의 소비지향주의가 과연 맞는지, 환경과 건강을 위하면서도 나쁜 공기를 내뿜는 자동차를 탈 수 있는지를 묻는다. 물건을 사고 그 물건에 종속되는 속물근성의 인간이라는 표현에 뜨끔해진다. 쓸데없는 것을 싸서 금방 쓰레기로 버리는 단순한 소비사회를 향한 제임스의 질타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자동차는 지속할 수 없는 생활 방식일까. 태양열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가 보편화 되었으면 좋겠다. 지구를 살리는 북유럽 스타일의 소박하고 검소한 소비습관도 많이 배우고 싶다. 소비습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기에 공감한 내용이다. 여자애들이 말춤 추는 대목도 재미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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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아시아 문학선 13
류전윈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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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류전윈]중국 문학의 또다른 맛을 알게 한 책~

 

뜻을 전달하는 데 굳이 많은 말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꼭 필요한 말만 명쾌하게 할 수 있어도 의도는 잘 전달된다. 말 한 마디가 말 만 마디를 대신하기도 한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

 

중국 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설을 만났다.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중국 소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본 느낌이다. 말에는 듣고 싶은 말도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있다. 듣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 말이 일치하진 않기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무궁무진 할 것이다.

 

 

주인공 뉴아이궈(牛愛國)는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한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한다. 35살이 된 그는 의지할 친구가 딱 3명 있다. 펑원슈, 두칭하이, 천쿠이이는 언제나 상의할 수 있는 사람,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다.

 

펑원슈와는 초중고 동창이다. 하지만 그들의 아버지 사이는 말을 하지 않는 사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였다가 만터우 하나로 인한 말 한마디 때문에 원수가 된 것이다, 뉴아이궈와 펑원슈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뉴아이궈는 고민이 있을 때마다 펑원슈를 찾아가면 펑원슈는 뉴아이궈의 고민을 한 마디로 정리하게 도와준다. 하지만 뉴아이궈가 군대 갔다 온 이후로 더 이상 펑원슈의 말을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펑원슈는 술병에 걸려버린다.

 

두칭하이는 군대에서 만난 친구다. 운전병이 되어 운전을 배우고 싶었던 뉴아이궈는 운전병 대신에 취사병이 되었고 그런 뉴아이궈에게 운전병 두칭하이는 자신이 몰던 트럭을 몰래 가져와 운전을 가르쳐주었다.

 

천쿠이이는 도로공사를 하면서 알게 된 마음을 터놓는 친구다.

 

어쨌든, 군대를 다녀 온 뉴아이궈는 결혼을 했다. 하지만 서로에게 말을 거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탓일까? 아내 팡리나는 결혼에 싫증을 내고 바람을 피운다. 하지만 뉴아이궈는 그런 아내를 내치지도 못하고 내색도 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가난했던 5세 엄마가 인신매매범에 납치된 이야기, 5세에 인신매매범에 잡혀 팔려가면서도 새아버지 우모세를 그리던 엄마, 새로운 집에서의 학대와 욕설에 이전의 아버지였던 우모세를 그리워하는 엄마, 마지막 죽으면서도 고향에 가고 싶었던 엄마의 말 한마디 때문에 고향 옌진을 찾게되고, 옌진에서 자신의 외할아버지인 70년 전의 우모세처럼 살아가는 뉴아이궈는 하고 싶은 한 마디 때문에 장추홍을 찾아 따나고......

 

  

 

 

 

엄마의 고향을 찾았다가 알게 된 엄마와 외할아버지 우모세 이야기, 주인공 뉴아이궈를 중심으로 뻗어가는 이야기는 모두 말 한마디와 관련되어 있다. 말 한마디로 연결되어지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기에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같다. 하고 싶은 말이든, 듣고 싶은 말이든 필요한 말은 딱 한 마디일 것이다. 사랑해, 네가 필요해, 미안해, 고마워.......

필요한 말은 딱 한 마디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말에 대한 스토리가 이리도 방대할 줄이야.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이 서로 엇갈리는 것도 묘하고 말로 인해 벌어지는 오해와 화해를 보며 말 한마디의 마력을 체감하게 된다. 다양한 중국인들의 생각, 풍습, 언어습관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책이다. 말과 관련해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니, 대단타. 중국 문학의 또다른 맛을 알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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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섀도우
마르크 파스토르 지음, 유혜경 옮김 / 니케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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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섀도우]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한 흡혈귀 사건...

 

인간의 잔혹함은 어디까지인가? 정상궤도를 이탈한 인간성이 되돌아오기는 정녕 힘들까? 만약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있다면 범죄를 벗어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가?

20세기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연쇄 살인마 사건이라니, 읽으면서도 인간의 잔혹성에 몸서리쳐진다. 더구나 아동 유괴, 성범죄, 연쇄살인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무엇이 짐승 같은 흡혈귀를 만들었나 싶어 괴로울 정도다. 악명 높은 여자 연쇄 살인범 엔리케타 마르티의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현직 수사관이 쓴 소설이기에 마치 무시무시한 사건 파일을 보는 느낌이다.

 

 

모이세스 코르보는 동생이 운영하는 인쇄소에서 셜록 홈스와 오귀스트 뒤팽을 탐독하던 추리소설 애독자인데다 바르셀로나 사창가를 즐겨찾는 경위다.

 

어느 날, 매춘부의 아이들만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모이세스는 수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소문을 잠재우고 싶어 한다. 부패한 권력층과 매춘업과의 비밀스런 거래도 있지만 없어도 될 매춘부 아이들의 실종으로 괜스레 시끄럽게 하기 싫다는 상부의 의도가 있음을 안 모이세스는 동료인 후안과 함께 아이들에 대한 도의적 의무를 생각하며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거리엔 흡혈귀가 산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도시는 두려움에 떨고 있고, 세상은 피와 공포로 물들어 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악마 같은 죽음의 그림자가 바르셀로나 거리를 메우게 된다. 그러다 범죄자의 성격이론인 체사레 롬브르소의 이론을 지지하는 의사 이삭을 알게 되고 바르셀로나 흡혈귀의 시체를 해부한다는 조건으로 이삭을 참여시킨다. 하지만 수사를 할수록 미궁에 빠진 모이세스는 중산층의 사내아이까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도대체 누가 왜 어린 아이들을 감쪽같이 유괴하는걸까?

 

비틀린 가치관을 지닌 사십 대 여자 엔리케타 마르티, 그녀의 노예인 사회낙오자들의 삶, 정신이상자의 가짜 의사놀음, 권력층과 매춘업계와의 거래, 탐정소설에 빠진 형사가 서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통해 간담이 서늘해지는 전율을 느낀다.

 

이름 없는 이들의 무덤을 파헤쳐 시체 장사를 하던 애꾸눈의 죽음, 천애 고아이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서툰 풋내기 고아 블랙마우스를 끌어들이는 엔리케타, 엔리케타에 중독된 남편과 동거남, 거리의 기타리스트 늙은 장님 레온 도미니크 등의 관계가 사슬 같은 고리로 이어지며 반전을 준다.

 

 

엔리케타와 관련된 남자들, 아이들에게서 생명과 순결을 얻고 싶은 여자의 기이한 범행, 범죄소설과 공포소설를 애독하는 형사의 정의감, 범죄자들의 골상학을 연구한다며 가짜 의사 행세하는 이삭의 숨은 의도를 파헤치는 건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할 것이다.

 

저자인 마르크 파스토르는 범죄학과 범죄 정책을 공부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과학 형사 수사대 범죄현장 현직 수사관이다. 백 년 전,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한 흡혈귀 사건이라니, 공포와 괴기스러움에 섬뜩하다. 인간의 잔혹함은 어디까지 일까? 연쇄살인마의 기질이 유전적인 기질이거나 환경적인 기질이라면 가정과 사회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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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불타는 반도 1~5 세트 - 전5권
윤규창 지음 / 밥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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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반도]동학농민운동에서 의병활동으로 번져 간 항일운동 이야기~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한 나라의 역사는 지나간 선조들의 흔적이자, 조상들의 자취다. 또한 내 가족의 역사이기도 하다.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은 과거를 통해 잘못을 반성하고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함일 것이다. 지난 날을 돌아보고 현재를 더 잘 살기 위함일 것이다.

 

사람이 살았다는 구석기 이래로 한반도의 역사는 외세 침입의 역사였다.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험난한 시대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기라고 생각한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민초들의 삶은 나날이 곤궁해지다가 20세기 들어서는 급기야 나라를 나라잃게 되고 일제의 수탈까지 겪었으니 얼마나 비통했을까. 해방의 감격도 채 누리지 못하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맛봤으니 얼마나 처절했을까. 그런 시대에도 억압받던 힘 없는 백성들은 저항했고, 자신과 가족, 나라를 지키려고 스스로 봉기를 일으켰던 역사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으리라.

 

 

 

불타는 반도.

이 책은 임오군란과 동학농민 운동이 의병운동으로 번져 간 항일 투쟁을 다룬 역사소설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한반도의 민초들의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진 자발적인 저항의 기록이다. 이야기는 구식군대와 신식군대의 차별에 분노한 구식군대의 반란 이후 일본의 개입이 점점 노골화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특이한 점은 순종 진돗개 진스칸의 맹활약이다.

 

이장식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활쏘기를 잘 해 병영 근무하게 된 조선군인이다. 신식군대인 별기군이 창설되면서 이전의 조선군인들은 군인 급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13개월 만에 1개월치 급료로 받은 쌀의 절반 이상이 모래임을 안 구식군인들은 분노가 극에 달하게 된다. 일본군이 관리하던 신식군대 별기군과의 차별을 알고 있었던 장어영 소속의 조선군인들은 급기야 배급하던 선혜청에 쳐들어가게 된다. 구식군인들의 폭동에 힘입어 다시 권좌에 오른 대원군은 구식군대와의 약속을 외면하게 된다. 임오군란으로 별기군 훈련도감인 일본인 등 12명이 죽게 되자 일본은 공관 방어를 구실로 군대를 파견하게 된다, 이후 주동자들의 체포와 죽음, 일본의 제물포조약 체결, 피해보상액 청구 등을 보며 이장식도 한양을 떠나 고향 고부에서 정직한 결과를 주는 농사에 몰두하기로 한다.

 

고부에 내려온 이장식은 진도에 사는 친구에게서 진돗개 진스칸을 받게 된다. 진스칸이 글을 알고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식은 남몰래 진스칸을 훈련시킨다. 한편 고부군수인 조병갑의 횡포로 형님을 잃은 장식은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군들과 함께 농민혁명에 참가하게 되고, 진스칸도 여려운 순간마다 대활약을 펼치게 된다.

 

차별과 수탈, 학정에 못이긴 민초들의 울분의 저항인 동학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꽤 자세하게 그려진 소설이다.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구식군인으로서 차별에 항거하는 이야기, 고부에서 군수 조병갑의 횡포에 전봉준을 중심으로 농민들이 일어나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정부군과 일본군의 개입, 진돗개 진스칸의 활약, 농민군과 화약을 맺은 조정의 배신, 명성황후 시해, 농민군에서 의병으로 활동하는 과정, 이화학당 학생이 된 서희의 활약 등 1800년대에 일어났던 이 땅의 저항의 역사가 긴 대하소설로 그려져 있다.

 

힘 없고 무기력한 줄 알았던 민초들의 저항이기에, 무지하다고 생각했던 서민들의 짜임새 있는 봉기에 가슴 뜨겁게 읽은 이야기다. 동학농민운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 공부는 내 할아버지가 살던 시대에 대한 이해이자, 오늘의 우리를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천인에 대한 차별 중단을 외치고 능력에 따른 인재 등용을 외치던 전봉준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히 들려오는 듯하다. 갑질 사회에 대한 경고,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에 대해 전봉준의 외침이 생생히 전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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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음모
존 그리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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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음모/존 그리샴] 역시 존 그리샴! 법정 스릴러란 이런 것이야!

 

 

존 그리샴.

그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남다른 작가다. 의뢰인』 『펠리칸브리프로 만났던 그의 2015 최신작을 읽으면서 거장의 연륜은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한다는 생각이 든다.

 

 

 

 

잿빛 음모!

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로펌의 변호사인 서맨사는 성공가도를 달릴 줄 알았던 미래가 갑자기 불투명해진다. 리먼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가 월스트리트를 강타하면서 그녀 역시 졸지에 실업자가 된 것이다. 법대를 나온 부모 밑에서 부잣집 외동딸로 자라며 승승장구하던 그녀는 한순간에 비영리단체에서 무급인턴으로 일한다면 1년 후 복직될 수 있다는 임시 해고 합의서에 서명하는 처지가 된다. 전문직 차도녀로 살던 그녀는 인턴 자리조차 여의치 않자, 오지인 버지니아 산골 마을 브래디의 마운틴 법률구조 클리닉에서 일하게 된다. 삶의 터전이 화려한 도시에서 첩첩 산중의 시골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애팔래치아 산맥에 위치한 브래디는 원래는 작고 평화로운 산촌이었다. 하지만 지금 브래디는 거대 석탄 회사의 광산개발과 그들의 음모로 인해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날리게 되고 가족 붕괴, 심지어 공동체 해체 위기까지 야기된 쇠락한 마을이다.

 

법률구조 클리닉의 매티 밑에서 일하게 된 서맨사는 인턴으로 일하면서 법정이나 분쟁 등 자신이 꺼렸던 소송과 마주하게 된다. 석탄 회사의 욕심으로 석탄채굴을 노천채굴로 바꾸면서 온갖 환경문제와 수질오염, 주민 생활까지 위협하는 상황을 알게 되면서 그토록 꺼렸던 소송에 끼어들게 된다. 서맨사는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서서 가족 문제, 부채 탕감, 주거 문제, 보건 문제, 교육 문제, 흑폐증(탄광부 진폐증) 문제 등을 변호하게 된다.

 

매력적인 유부남 변호사인 매티의 조카 도너반을 통해 야비한 석탄회사의 조직적인 비리와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깡패 동원도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약자들을 위해 재벌의 횡포에 맞설 결심을 하게 된다. 한 번도 소송을 맡은 적이 없는 서맨사는 소송을 맡을수록 미행, 살인 위협, 협박을 받게 되지만, 광산에서 일어난 노천 채굴, 흑폐증, 환경파괴를 고발하게 된다.

 

하지만 대형 석탄 재벌을 상대로 많은 소송을 벌이던 도너번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서맨사는 도너번의 동생 제프로부터 형이 남긴 소송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고..... 소송 울렁증인 변호사였던 서맨사는 이젠 소송의 짜릿한 맛까지 알게 되고......

 

 

강자에 시달리는 약자들을 위해 뛰는 법률구조단, 거대 석탄 산업의 비리와 환경 파괴, 법망을 뚫는 야비한 법조인들, 약자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보면 거대 석탄산업의 비리, 법조계의 욕망, 사회적 모순을 고발하는 소설이다. 대형 로펌회사의 비인간적인 행태, 석탄 재벌에 매수된 법조계, 정의는 없고 욕망과 이기심과 가득한 기업들, 마구잡이 광산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광산 마을의 위기를 폭로하는 소설이다.

존재감이 남다른 존 그리샴의 문체와 만나고 긴박감과 반전이 짜릿한 전율을 선물받은 소설이다. 그가 왜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법정 스릴러의 대가로 존경을 받아왔는 지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작품 속에서는 법대 졸업, 법률사무소 근무, 주 의회 하원의원 등 자신의 이력과 경험을 최대치로 녹였기에 현실감과 짜릿한 긴박감, 반전이 공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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