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북로드 세계문학 컬렉션
마크 트웨인 지음, 북트랜스 옮김 / 북로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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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마크 트웨인/북로드]마크 트웨인의 위트와 풍자, 시대묘사가 돋보이는 동화!

 

예전에 읽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동화가 몇 편 있다. 그 중에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도 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미국 미시시피 강을 따라 펼쳐지는 십대 소년 허클베리의 모험담이다. 미국 남부 사회의 도덕과 관습, 세태와 생활상까지 보여주는 시대고발 동화랄까. 읽으면서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가 생각나기도 했다. 허클베리의 미시시피 강에서 살아남기, 생존 게임, 서바이벌 대모험이었으니까. <톰 소여의 모험>의 속편 형식을 띠고 있기에 간간히 반가운 톰 소여도 등장한다.

 

초반에 나오는 '톰 소여의 갱단' 조직은 서글픈 그 시대의 민낯이어서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기묘한 심정이었다. 폭력을 통해 자란 아이들, 종교적 속박과 모순된 어른들의 생활을 보며 자란 소년들이 생각할 수 있을 놀이 같아서 말이다. 병정놀이가 갱단놀이로 바뀌었을 뿐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그 사회를 보고 자라니까.

허클베리는 폭력과 폭언을 행사하는 친아버지를 피해 과부 더글라스 아주머니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 거지같은 생활에서 벗어나 먹거리 걱정 없는 생활이지만 허클베리는 답답함을 느낀다. 지나치게 엄격한 가정교육, 종교교육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더구나 더글러스 아주머니의 여동생인 노처녀 왓슨의 잔소리는 갈수록 정도가 심해진다.

 

어느 날 아들이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온 친아버지에게 헉(허클베리)은 강제로 끌려가게 된다.

섬의 외진 곳에서 갇혀 살며 폭력을 견뎌야 했던 헉은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탈출하게 된다. 카누를 타고 잭슨 섬에 숨어 있다가 왓슨의 노예인 짐을 만나게 된다.

 

짐도 올리언스 지방으로 팔려 갈 위기를 피해 도망을 오게 되었다고 한다. 자유로운 신세가 되어 돈을 모아 가족을 되찾고 싶다는 짐.

백인 소년과 흑인 노예 아저씨의 동행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어른이었던 짐의 지혜와 소년의 용기가 더해져 두 사람의 도망은 흥미진진한 서바이벌 게임처럼 흘러간다.

 

강을 따라 뗏목을 타고, 난파선을 만나기도 한다. 물고기를 잡고 동물을 잡고 모닥불에 구워 먹는 캠핑에서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들에게는 미시시피 강에서 살아내기 위한 생존투쟁이었다. 무엇보다도 겁 없이 물살을 가르며 뗏목을 타고 카누를 타고, 난파선을 뒤지는 모습이 유쾌, 상쾌, 통쾌하다.

 

짐이 말하는 미신과 징조를 따르는 모습에서 그 시절의 관습을 보기도 한다. 사기꾼인 왕과 공작을 만나 짐은 펠프스 농장에 팔리는 위기를 당하면서 법률에 따를 것이냐, 양심에 따를 것이냐를 고민하는 헉의 모습은 트웨인이 말하고 싶었던 주제이리라.

 

노예제도로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했던 흑인 짐, 아이는 어른의 소유라고 생각했던 시절의 소년 헉을 통해 참된 우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도망자 신세지만 집보다 뗏목이 더 좋고 편하다며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두 사람의 영혼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끼게 된다.

 

피부색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도망자 신세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걸까. 묘하게 형성된 우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그려져 있다. 가정폭력을 피해 달아나는 백인 소년, 노예제라는 사회적인 폭력을 피해 달아나는 어른 노예가 힘을 합해 자유를 찾아가는 모험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백인 소년과 흑인 아저씨의 눈에 비친 남북전쟁 직전의 미국사회의 세태를 고발한 동화답다. 갱단, 강도와 살인, 거짓말, 욕설, 상스런 말이 있어 한 때 금서로 정했다는 동화다. 청소년이나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풍자와 위트가 있는 동화다.

 

<톰 소여의 모험>의 속편 형식을 띠지만 그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마크 트웨인이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책을 통해 스스로 지식을 쌓았기에 동화 속 그만의 표현법은 정말 신선하고 독특하다. 마크 트웨인은 문학작품을 통해 미국인의 정신을 깨운 작가, 19세기 말~20세기 초까지 미국 사회의 변화를 상징한 작가, 가장 미국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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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는 인생의 교훈
조디 카마이클 지음, 새라 애컬리 그림, 박진희 옮김 / 생각의집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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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는 인생의 교훈/조디 카마이클/생각의집]아스퍼거 증후군 소년!

 

표지 그림을 보면 케찹이 뿌려진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장난치는 소년이 나옵니다. 손에도, 입에도, 팔에도 스파게티가 줄줄 흘러내립니다. 으악~ 머리 위에 스파게티가 떨어질 직전입니다. 하지만 소년은 웃고 있어요. 오히려 즐기는 표정입니다. 개구쟁이 소년을 어떻게 야단쳐야 할까요?

 

저자인 조디 카마이클은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단체인 아스퍼거 매니토바의 든든한 지지자입니다. 그는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소년의 일상, 생각, 어려움, 극복과정들을 절묘하게 그리는 작가랍니다. 더구나 아스퍼거증후군에 대한 이해, 대응 방법에 대한 교훈을 주면서도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 책은 맘스 초이스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어요.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소년의 하루 동안의 학교생활은 어떨까요.

주인공 코너 캠벨은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코너는 개와 공룡, 수학 이외의 것에는 무관심합니다. 관심거리가 한정적인 게 문제일까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관심, 대화와 배려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을 터득하게 됩니다.

 

담임인 윈터스 선생님은 코너가 학교에서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코너의 엄마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코너는 윈터스 선생님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코너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부분에서는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도마뱀을 공룡의 후손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은 새가 공룡의 후손이라는 사실 말이에요. 그리고 티렉스 같은 표범 도마뱀이 인도처럼 더운 나라에서 주로 산다는 것도 아셨어요? 그래서 티렉스는 따뜻한 걸 좋아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좀 춥잖아요. 그러니까 티렉스가 난방기에 몸을 감고 있었던 것도 추워서 그랬던 거예요. 자연의 목소리에 따랐던 거죠!(본문에서)

 

매끄러운 물건을 보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코너는 편집증이 있기도 하네요. 로빈슨 선생님의 손톱이 거칠어 보여 왠지 불편한 가 봅니다. 코너는 로빈슨 선생님이 매니큐어를 발라 매끄럽게 하는 게 좋겠다고 교장선생님께 말하네요. 그러자 교장선생님은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며 너한테 거슬린다면 선생님 손톱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보자는 군요. 남들은 신경 쓰지 않는 부분까지 촉각을 세우는 코너에게 교장 선생님의 이런 말투는 편안함을 줍니다. 고함치지도 않고 차분히 상담에 응해주니까요.

 

점심시간에 메뉴가 스파게티가 나왔어요. 코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죠. 자기가 좋아하는 자리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일은 누구에게나 즐거움이겠죠.

출입구 옆자리에 앉은 코너는 스파게티를 먹다가 포크로 면발을 왕창 찍어 입에 넣어요. 스파게티 소스가 손가락 사이를 타고 흐르고, 따뜻한 소스가 팔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왠지 기분이 좋다고 느끼는 순간 친구들도 그 모습을 보고 웃고 있어요. 친구들을 즐겁게 하기위해 원시인 흉내도 내는 코너.

 

-나 원시인. 우가우가! 나 스파게티 좋아한다.

-코너 지임스 캠벨, 스파게티는 손으로 먹는 게 아니야, 절대로!

 

독서 수업시간의 일입니다. 도서관에서 <반려견 대 백과사전2>를 꺼내려면 발판 의자가 필요한데요. 하필이면 제인이 앉아 있군요. 제인에게 소파에 앉으라는데도 제인은 그러기 싫다고 합니다. 그런 제인을 밀치고 발판 의자를 빼내는군요. 사정을 이야기했으면 발판의자를 고이 내줬을 텐데 말이죠. 말주변이 서툰 소년이군요.

 

발판 의자는 밟고 올라가라고 있는 것이고 일반의자는 앉으라고 있는 것이다.

 

짝수를 좋아하고 수학을 좋아하는 코너. 수학문제를 푸는 동안은 절대 사고를 치지 않아요. 정신을 다른 데 빼앗기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로세티 선생님의 평가에는 '체육 시간에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독서 시간에 친구가 앉아 있는 발판 의자를 빼앗았다. 점심시간에 스파게티로 장난쳤다.' 등 코너에 대한 학생품행 보고서가 교장 선생님에게 전달됩니다. 코너는 교장 선생님의 상담을 또 받아야 할까요? 교장선생님이 아이들 상담을 맡다니, 부러운 제도군요.

오후엔 큰 사건이 빵~ 터집니다.

학교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더럽고 누런 개가 등장해서 학교에는 황색경보가 내렸어요. 하지만 코너는 자신이 예전에 알던 골든 리트러버 종인 챨리임를 알아보고 학교를 위기에서 구하게 됩니다. 먼 길을 달려 코너를 보러 온 챨리.

 

코너는 선생님들의 배려로 학생들 앞에서 챨리를 소개하는 기회를 가진답니다. 골든 리트러버 종의 특징을 설명 합니다. 여러 가지 묘기도 선보이네요. 인사하기, 바닥 구르기, 앉기, 앞발 흔들기, 함께 춤추기......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코너를 대하는 선생님들의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상담을 맡은 교장 선생님은 늘 코너의 생각을 잘 들어 주면서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라고 하네요. 로세티 선생님은 코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코너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합니다. 눈높이 대화인거죠. 그런 선생님, 그런 부모, 그런 어른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의 현실을 돌아봅니다.

 

코너는 공룡과 개, 수학을 엄청 좋아하는 소년입니다. 다른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답니다. 얼핏 보기엔 이상하게 보이는 행동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관심, 배려가 코너의 행동변화를 이끌겠지요.

 

만 명 당 4명 정도가 아스퍼거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신체는 느리고, 말은 서툴고, 대인관계도 약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에서는 고집스럽고 집착이 강하답니다. 의학적인 치료도 해야겠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가 없거나 겨우 의사소통 정도가 가능하기도 하고 주변 어른들의 시선마저 곱지 못하기에 아이의 부모는 정신적인 공황을 겪을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점차 유사 자폐증 아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병 때문에 사회성도 떨어지고 공감능력이 적어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아이들, 조금만 배려하면 함께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책이군요.

 

코너의 생각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 순간 공감을 하며 박수를 치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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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괴물로 가득 찬 날 거꾸로 생각하는 어린이 3
강경수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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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괴물로 가득 찬 날/강경수/스콜라]학교 폭력은 나빠요~~

 

왕따와 학교 폭력, 군대 폭력은 요즘 화두입니다.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은 재미로, 스트레스 해소로 남을 괴롭힌다니, 무척 슬퍼집니다.

모든 폭력의 바탕에는 어렸을 때부터 폭력문화에 익숙해 진 탓이 아닐까요. 가정에서, 유치원에서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엄격하게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요.

 

싸움대장 유식이도 폭력을 쓰는 아이네요. 친구들에게 빵을 사오라고 합니다. 힘이 센 유식이가 힘이 없는 아이들만 골라 빵 셔틀, 빵 심부름을 시키고 있어요. 당하는 아이의 심정이 고통일 텐 데요. 하지만 유식이는 매일매일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재미에 친구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여름 방학을 마치고 학교에 가니 학교가 이전했다는 쪽지가 교문에 걸려 있네요. 허걱~ 이럴 수가 있나요. 약도대로 찾아간 곳은 음침하고 오싹한 학교였어요.

앞서 가던 솔의 뒤통수를 살짝 밀었더니 솔이 뒤돌아봅니다. 어머나, 놀라라!!

되돌아보는 솔의 눈이 1개입니다. 잘못 본 것일까요?

순이의 어깨에 손을 대 봅니다. 뒤돌아보는 순이 눈은 3개입니다. 어머나, 세상에!!

약한 친구를 골려주려다가 오히려 유식이가 무서움에 떨게 됩니다.

 

교실에 들어서자 모든 아이들이 괴물이었어요.

보건실에 누워서 깨어났더니 모든 게 꿈만 같았어요. 이 모든 게 꿈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보건 선생님의 발이 8개입니다. 꿈이 아니라 생시인거죠.

다음 날에도 눈을 떠 보니 괴물이 가득한 교실에 앉아 있어요.

교실에서는 유식이가 신입이라며 빵 심부름을 시키네요. 반전인 거죠.

 

빵 심부름을 다녀오니 눈이 다섯 개인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있군요. 수업 시간에 어딜 갔다 오냐고 벌을 받게 됩니다.

유식이는 괴물들에게 물건을 뺏기고, 점점 약골이 되어 갑니다.

체육시간에도 괴물들에게 시달립니다.

 

한참을 울면서 랩을 했더니 예전의 교실에서 아이들이 바라보고 있어요.

이젠 장난치지 않고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겠다지만 다시 친구들을 괴롭히게 되죠. 하지만 집에 돌아왔을 땐 반기는 것은.......

친구들을 때리거나, 모욕하거나, 강제 심부름을 시키는 건 나쁜 일임을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려야 하겠죠. 성폭력과 사이비 따돌림, 감금, 유인 등도 나쁘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겠죠. 학교 폭력이 사회폭력으로 나아갈 수도 있기에 아이들을 바로잡아 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입니다.

 

유식이도 자신의 잘못을 알았으면 좋겠네요.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함께 도와야 할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학교 폭력에 대한 동화, 아이들과 함께 읽고 대화하기 좋은 책이네요.

 

스콜라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북카페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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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 아저씨 - 걸어다니는 이야기 보따리
김선아 글, 정문주 그림, 안대회 바탕글.해설 / 장영(황제펭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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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 아저씨/김선아/정문주/장영] 저잣거리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

 

 

책 읽어주는 사람, 傳奇叟.

전기수는 조선 후기에 나타난 직업적으로 책 읽어주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대부분의 서민들이 글을 배우지 못한 시절이기도 했지만 책도 귀했기에 전기수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단지 책을 읽어주는 정도에 그쳤다면 인기가 그리 오래가지 않았겠죠. 전기수는 소설 속의 인물이 되어 말투와 행동까지 실감나게 흉내를 내며 재미를 배가 시켰다고 해요. 더구나 중요한 대목에서는 일부러 책읽기를 중단해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고, 청중들이 돈을 던져주면 그제야 이야기를 이어가는 재치도 있었답니다. 일부 전기수는 이야기를 꾸미거나 자르며 새로운 재창작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전기수에 대한 동화책입니다. 조선후기의 문화와 풍습을 알 수 있어요.

엄마 따라 장터에 나온 영복이가 전기수의 심청전 이야기에 푹~ 빠져드는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요.

 

심청이 바다에 뛰어들기 직전 전기수 아저씨의 이야기가 멈춰 버립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아저씨 앞으로 엽전, 생선꾸러미, 비녀, 빗, 짚신 등을 던집니다. 얼마쯤 이야기 하던 아저씨는 또 입을 다물죠. 내일은 종루로 나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인기 드라마들이 한창 재미있는 부분에서 이야기를 자르고 다음 회에 하는 거랑 똑같은 수법을 쓰는 거죠.

 

책이 귀했던 시절, 문맹이 많았던 시절이기에 전기수 아저씨의 이야기가 얼마나 달콤했을까요. 전기수는 지금으로 치면 동화구연가, 직업 예능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기수의 등장으로 청계천 일대는 새로운 문화의 장을 열었고, 새로운 저자거리 문화를 꽃 피웠다고 볼 수 있겠죠.

 

책 뒤에는 조수삼의 전기수 이야기도 나와 있어요.

 

조수삼(1762-1847)은 전기수에 대한 기록을 남겼는데요. 동대문 밖에 사는 노인이 종로를 6일 간격으로 오르내리며 매일 청중들을 모아 놓고 고전소설들을 구연동화처럼 읽어주었다고 합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도 책 읽어주는 강독사가 잠깐 언급되어 있어요. 공중을 모아놓고 책을 읽어 주거나 가정집을 돌며 소설책을 읽어주거나 했다고 하니 중국에도 책 읽어주는 남자가 있었나 봅니다.

 

 

정조 시대엔 어떤 전기수가 <임경업전>을 읽어주다가 임경업이 역적 김자점의 무고로 목숨을 잃게 되는 대목에 이르자 흥분한 관중이 담배 써는 작두로 전기수를 무참히 찔러 죽였다는 책을 읽은 적도 있어요.

양반이나 권세가는 패관잡기나 소설을 불온하게 여겼기에 전기수를 나쁘게 보기도 했다는 군요. 하지만 서민들에겐 손짓발짓을 섞어 맛깔난 음성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기수가 얼마나 멋있게 보였을까요.

 

 

전기수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저잣거리, 지방 장날, 부녀자들의 모임에까지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후 전기수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점점 사라지지만 무성영화의 변사로도 활약하기도 했다는 군요.

서울역사박물관에 가면 전기수에 대한 미니어처도 볼 수 있답니다.

 

 

일정한 장소, 일정한 시간대에 정기적으로 한양 종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전기수 이야기, 극적인 요소를 잘 아는 전기수에 대한 동화입니다. 책이 귀했던 시절의 이야기이기에 가슴 먹먹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동화입니다. 어른이 읽어도 좋을 동화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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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이 전하는 조선 통신사 이야기 - 배가 들어오는 날 담푸스 그림책 12
고바야시 유타카 글.그림, 김난주 옮김 / 담푸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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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이 전하는 조선 통신사 이야기/고바야시 유타카/김난주/담푸스] 조선 통신사 배가 들어오던 날!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과 단절된 국교를 회복하고자 일본 막부가 요청한 공식 사절단이다. 조선 동래에서 출발해 대마도를 거쳐 에도(도쿄)까지 이르는 긴 여정이었다. 1607년에서 1811년까지 약 200년 동안 12차례의 조선통신사를 파견했다고 한다.

 

통신은 신의를 나눈다는 의미다. 그래서 주로 조선국왕의 국서를 전달하고 도쿠가와 쇼군의 답서를 받아오는 게 주 임무였다. 그 과정에서 춤, 조선 가마, 시문을 전파하기도 했고 고구마, 고추 등을 가지고 오기도 했다. 임진왜란 이후 잡혀간 조선인들을 데려오기도 하고 일본의 정치, 사회, 경제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일본 작가의 눈으로 본 조선통신사 배가 들어오는 날의 풍경이다. 오사카 만에서 요도 강을 따라가는 여정을 그린 그림책이다. 오사카 성을 거쳐 히라카타를 지나 에도에 이르는 뱃길 여정이다.

책에 나오는 300년 전 조선통신사를 맞는 일본은 축제분위기다. 대규모 사절단을 보러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새까맣게 몰려든다. 어떤 이는 조선 사절단의 방문에 고마워하며 진심으로 환영해준다. 그리고 임진왜란 때 볼모로 잡혀온 후손도 구경나온다.

사절단은 오사카에서 마련한 거룻배에 옮겨 타고 기예단의 춤과 악기 연주를 보이며 흥을 돋우기도 한다. 일행 중에서는 주민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선물을 교환하기도 한다.

그 당시 일본은 조선통신사에 대한 접대가 풍성했다고 한다. 모든 비용을 일본이 댈 정도였으며 명나라와 청나라보다 후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력이 점점 쇠퇴하던 조선을 알아 본 것일까. 1811년 대마도방문을 끝으로 조선통신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작가의 눈으로 본 조선통신사 이야기를 보면서 착잡해진다.

당쟁으로 국력이 점점 약화되던 조선이었기에 일본인들의 환대가 그리 반갑지 않다. 아마도 눈치 빠른 일본의 막부에서도 조선의 약세를 눈치 채지 않았을까. 조선은 자신들의 실속은 챙기지 못하고 일본의 환대에 붕 떠있지는 않았을까. 무엇이라도 배우려던 일본에 비해 왜라고 무시하다가 결국 발목이 잡히는 일제 강점기를 맞았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왕 일본에 갔다면 많이 배워왔어야 하는 건데, 아쉽다.

 

그 시절을 상상하니, 책을 보는 내내 그리 편치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시진핑 중국주석의 방문에 붕 떠 있지는 않은지, 지금은 중국을 공부할 때인데......

 

참고로, 부산광역시 동구 자성로 99에는 조선통신사 역사관이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월요일은 휴관이라고 한다.

 

 

담푸스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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