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기후재정은 이처럼 기업과 시장의 먹이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정부와 기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투자를 하고 있다 말하지만 그 사업이 실제 어느 정도나 기후위기 대응혹은 남반구 지원에 사용되는지는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얼마 전 옥스팜은 지난 7년간 세계은행의 기후재정 중 40%에 달하는 410억불(약 57조 원)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많은 부분 기후와 무관한 개발사업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높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이나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대응댐‘이 기후위기 대응이나 기후정의와는 무관함에도 ‘기후위기 대응사업‘으로 포장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반구에 대한 지원도 다르지 않다. 남반구에서 큰 기후재앙이 일어나면 북반구의 금융기관들은 얼마를 지원했다며 홍보를 하곤 한다. 하지만 ‘지원‘은 대부분 무상지원이 아니라 대출을 통해 이뤄진다. 당장필요하기 때문에 가난한 남반구 국가들은 대출을 받지만, 재난이 반복되면서 빚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반면 남반구에서 재난이 많아질수록 금융기관들은 돈을 더 번다. 산업혁명을 가능케 했던식민주의적 수탈은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신자유주의 녹색성장 패러다임에서 기후재정이 민간투자와 등치되는 시대에 기후 불평등은 피할수 없는 현실이다. - P87

진은영

낭만적인, 너무나 낭만적인 유튜브

빨간 스툴에 올려놓을 흰 가습기를 살래 - 점점 더 건조해지고 있어요-구호 물품의 잿더미-곧 크리스마스, 칠면조에 꽂힌 은 나이프와 포크-냄새가 좋은 것처럼 보여요- 기쁨은 그 새의 잘린 목에 달린 커다란 리본 같고요-아-칠면조가 새구나-날 수 있나?-당신과 있을 때면 언제나-꿈의 작살들이 일제히 날아가 영혼에서 나온 난폭한 것이 영혼을 향해 - 투명한 고래가 유영하고-멋져요 사랑할 때 사용하는 동사들을 가르쳐 주세요 예전에는 기다립니다-나는 조금씩 늘어났습니다-세간 살림이 늘어나듯 너와의 추억이 늘어났고-그러나 이제는 소유한다-이 X아 죽여버린다 너는 내 거니까-오, 여자를 사랑하듯 땅과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우리는 모든 걸 가질 수 있다 원전은 필수-엄마! 그거 자꾸 보시면 나는 또-블랙리스트 작가가 됩니다-흐른다-죽음(조회수 없어도 최다 업데이트 영상) - 죽음아 너는 무엇을 베고 싶으냐-흔들리는 모든 초록을-나는 갓 베어낸 풀 냄새를 좋아하거든-오라! 연금 강자 미래에 셋 증권- 하나 둘 셋 증식하는 미래-돈 안되는 모든 날에 죽음을-국경없는의사회의 호소-세상에서 가장 긴 것은 슬픔이 아니라 숏폼이지-선악을 넘어서 뱀처럼 날쌔게 미끄러지는-데메테르의 벨벳 허리띠 같은-광고 사이에서 뻣뻣해진 고개를 들면- - P124

가을날 무더운 아침,
창밖으로

아름다움의 구속복 같이 피어오르는 미친 살구꽃의 흰 가지들은
하늘의 침대에 묶여서

빨갛게 꿈틀거리는 뱀장어 같은 뿌리들은
땅의 흑해에 묶여서

물을 찾아
말라가고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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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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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지구에서 9지구까지 계급화된 지구, 1지구 중에서도 최고 학교인 프라임스쿨에 다니는 잡안 좋고 순수하고 착실하고 예의바르고 명철한 다윈 영. 루미 헌터에 의해 그의 알이 깨지며 그의 세계가 폭발한다. 설국열차 같기도 데미안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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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에서 산 한강 작가의 <흰>.
한편 16호 <유머> 및 봉투. 봉투 문구가 바뀌었네. <인생의 베일>에서 <새로운 인생>으로.
그리고 민음사 인생일력이 어플로 나와서 구매했다. 매일 필사 중. 오늘의 문장은 <순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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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는 단호함을 넘어서 냉정함이 느껴지는 다윈의 말에 내심 큰 충격을 받았지만 "아...... 그래, 그럼 그렇게 할래?"라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것으로 놀란 기색을 감추었다. 그러고는 곧 다윈은 느끼지 못하는 은밀한 시선으로 찬찬히 다윈을 살폈다. 머리칼에 그늘진 이마, 야윈 뺨, 이곳에 있으면서도 다른데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눈동자...………. 버즈는 오늘에야 비로소 다큐멘터리 해설자에 맞는 다윈의 특성을 알아본 것이 어쩌면 이런 모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까지만 해도마냥 빛이 난 길로만 걷는 소년인줄 알았던 다윈이 겨울을 눈앞에 둔 지금은 그늘에 잠겨 잘 보이지 않게 된 길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기가 있는 세계를 둘러보는 관찰자가 돼 있었다. 몸은 여위고 눈빛은 아직 흔들렸지만 단호한 목소리에서만큼은기필코 아버지의 성안에서 벗어나겠다는 결연함이 느껴졌다.
버즈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다윈은 지금 애써 어른이 되려 하는 것이다. 아무 씨앗도 날아들지 않는 정체된 하늘과 아직 충분히 영양이 차오르지 않은 마른 토질에서 어떻게 갑자기 그런 변화의 욕구를 싹 틔웠는지는 모르지만, 버즈는 다시 한 번 다윈이 프라임스쿨을 대변할 목소리의 적임자임을 확신했다. 홀로서기 위해 내면에서 조용히 분투를 치르는 소년은 자신이 구현해 내고자 하는 프라임스쿨의 이상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 P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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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 개회식에서 니스는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능은 갑자기 품속으로 날아온 한 마리의 새와도 같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빛깔로 기쁨을 주지만 언제 또 홀연히 품에서 날아가버릴지 모릅니다. 그 새를 진정한 자기 것으로 길들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훈련하고 반복해서 연습해야 합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새는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높은 이상으로 여러분을 이끌어 줄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길들인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게 되어 무척 영광입니다. 승패를 떠나두기숙사는 모두 승리할 것입니다." - P279

"말도 안 되는 얘기야. 버즈 아저씨나 너에게서 할아버지의 흠결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게 이어진다고 할 수 있겠어?"
"하지만 흔히들 그러잖아. 우리들이 지금 여기에서 누리는 것들은 아버지 세대가 이뤄 낸 영광 덕분이니까, 영광과 함께 흠결도 이어받아야하는게 정당한거라고."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영광과 흠결을 같은 방향에 두는 건 인간의 발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퇴보적인 관점이야. 인간이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전 세대의 영광은 이어지고 흠결은 사라진다고 하는 게 문명의 발달에도 부합되는 것 아니겠어? 모든 인간은 과거에서 유래했지만, 그럼에도 모든 인간은 새로운 존재잖아."
이야기를 끝내는 순간 레오가 과장되게 박수를 쳤다.
"내가 프라임스쿨에서 들은 모든 얘기들 중에 제일 감탄이나오는 이야기야. 학생회 애들도 여기서 네 강의를 들었어야 하는건데."
"너무 그러니까 꼭 놀리는 것 같은데?"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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