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열 받는 이야기! 사위가 바람 피워 이혼하는데 딸에게 이렇게 말하는 부모라니! 이런 부모라면 안보고 살겠다. 우리 엄마는 뭐라고 할까나?!
그와 이혼하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내가 입은 상처보다도 이혼당하고 혼자가 될 사위를 신경썼다. ‘나는 너는 걱정이 안 돼. 그런데 그 약한 애가 나중에 자살이라도하면 네가 책임질 거야?‘ 어떤 말은 듣는 순간 영원히 잊히지 않으리라는 걸 알게 한다. 내게는 엄마의 그 말이 그랬다. 엄마는 내게 전화를 해서 나의 이혼으로 엄마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얼마나 괴롭고 우울한지 호소했다. 심지어 내 전남편에게 연락해서 그의 행복을 빌어주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엄마의 눈에는 나의 고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사람들이 남자에게 쉽게 공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우리의 이혼을 언급하며 나를 욕했듯이, 그가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조차도 그가 바람피우는 계기를 만들었을 나를 상상하며 비난했듯이. 그러나 엄마마저도 자신의 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들에게 공감하고 나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사실에 나는 무너졌다. - P18
‘남자가 바람 한 번 피웠다고 이혼이라니 말도 안 된다. 김서방이 받을 상처를 생각해라. 마음을 넓게 먹어야지. 사람들 다 그러고 살아.‘ 이혼을 결심한 내게 아빠가 한 말이었다. 나보다 사위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는 아빠의 모습은 별로 놀라운 게 아니었다. 아빠가 내 편이 되어주리라는 기대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P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