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린이용) 생각하는 숲 1
셸 실버스타인 지음, 이재명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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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통 책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이라고 해두자. 그래서 이럴 때에 치트키로 보통 쓰는 게 그래픽 노블이다. 뭐 동화도 좋다. 아니 내가 이럴 때마다 읽는 크리스 아이셔우드의 <싱글맨>도 좋을 것 같다. 아니 인생책이라 할 만한 윌라 캐더의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도 좋지 않을까.

 

오늘은 카페꼼마에 들렀다가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만났다. 50쪽 정도 되던가. 무려 천 만이나 되는 사람이 읽었다고(?) 혹은 팔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 나중에 알게 됐다. 그림책으로 글보다 여백이 더 많은 책이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어느 소년과 나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소년은 나무에게 무언가를 끊임 없이 요구한다. 그 모습에서 아이 시절에 부모님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려서는 현미경을 사달라고 졸랐더랬지. 그렇게 얻어낸 현미경으로 많은 관찰들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그 다음에는 전축을 그리고 그 다음에는 30권 짜리 동아대백과사전을 사달라고 졸랐었다. 뭐 대충 그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정말 원했던 건.

 

소년은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그리고 나무 타기를 즐기면서 성장해간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대략 다섯 번 정도의 만남 정도였나. 두 번째부터 소년의 구체적 요청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 같다. 돈이 필요한 소년에게 나무는 사과를 내주었다. 나무에게 얻은 사과를 가지고 소년은 대처에 나가 사과를 팔아 돈을 벌었나. 그 다음에 장년이 된 소년은 집이 필요하다고, 이것 봐라 점점 더 스케일이 커진다. 우리 어머니는 그걸 큰 도적이라고 표현하셨던가.

 

뭐든 말만 하면 아낌없이 내주는 나무는 무리한 요구에도 절대 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네 번째 노년이 된 소년은 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거 정말 선 넘는게 아닌가? 결국 나무는 통째로 자신을 내준다. 노인이 된 소년은 베어낸 나무로 배를 타고 떠난다. 순간, 나는 이 이야기에는 돌아옴과 떠남의 서사가 있음을 파악한다. 그리고 더불어 성경에도 등장하는 탕자 아들에 대한 서사도 동시에 연상됐다.

 

아직 끝나지 않았나? 뭐가 더 남았나 싶은 순간에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된 소년이 등장한다. 아주 바닥까지 긁어갈 셈인가.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 밑둥에 앉아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소년. 이거야말로 우리네 모습과 판박이가 아닌가 말이다. 배은망덕한 소년에 나를 대입하면, 그대로 해답이 된다. 나는 그걸 인정하지 않을텐가.

 

~’하는 짧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막을 새도 없이. 그게 바로 나의 모습이었구나.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부모에게 무언가 받아내는 걸 당연스럽게 여기는 소년이 바로 나였구나. 부모가 되어 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절절히 옳은 말씀이다. 지난 주말에 여주 곤충박물관을 오가느라 고생을 했다. 집에 돌아와서 넉다운이 되어 누워 있는데, 평소에 그런 말을 하지 않던 꼬맹이가 운전하느라 수고했고 비싼 사마귀 곤충표본을 사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좀 찡했다. 나도 그동안 아낌없이 나눠 주는 나무들에게 충분히 받아먹었으니, 이제는 또 나눠줄 차례가 되었구나 싶었다.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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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9-05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맹이가 기특한 말을 했네요^^

저 오늘 읽던 소설에 자꾸만
돈 요구하는 딸 때문에 아버지가
‘그애는 돈먹는 하마‘라고 하더군요.ㅋㅋㅋ

이 책 어린이가 아닐때 읽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레삭매냐 2023-09-06 10:34   좋아요 1 | URL
낭중에 보니깐,
어른이들을 위한 동화라고 하더군요.

아해들이 보면 이해가 될까 싶기도
하더라구요.

꼬맹이가 초큼 기특했답니다 냐하.
 
보테
위베르 지음, 케라스코에트 그림, 윤진 옮김 / 인벤션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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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주 일요일마다 도서관에서 간다. 나에게는 주간행사가 되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이렇게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은 도서관이 유일하지 않은가. 우리 같은 책쟁이들에게 도서관은 축복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좋은 책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특정하게 읽어야 하는 책(?)이 없다면 나는 도서관에서 주로 금방 읽을 수 있는 그래픽노블들을 선호한다. 오늘은 위베르의 <보테>라는 특이한 그래픽노블을 만났다. 다 읽고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절판된 책이라고 한다. 오호 그것 참. 책쟁이 눈에는 그렇게 절판된 책들만 보이는가.

 

남쪽나라라는 곳에 모뤼(morue:불어 대구)라는 이름의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이 아가씨는 스스로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도 생선 벗기는 일만 해서 몸에서 대구 비린내가 나서 이름까지도 모뤼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녀는 어머니와 대모 밑에서 하녀처럼 허드렛일을 하면서 살았다. 약간 신데렐라 필이라고나 할까. 영주님의 행차 구경도 하고 싶은데 악랄한 대모는 그럴 시간에 일이나 하라고 핀잔을 주었던가.

 

자신의 이런 신세를 한탄하고 살던 어느날, 모뤼는 맙이라는 요정을 만나 자신의 신세를 말한다. 아 그 때 요정이 개구리 모양새를 하고 있었던가. 암튼, 맘씨 좋은(?) 요정은 모뤼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모뤼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그런데 요정의 축복을 살펴 보면, 그것은 상대적인 아름다움이라고 했던가. 다른 이들과 있을 때, 더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이었을까.

 

모뤼는 이 아름다움을 밑천으로 신분상승의 꿈마저 이루게 된다. 대모의 남편을 비롯해서 동네 모든 남자들이 모뤼에게 들이대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그래. 대모를 비롯한 여자들은 작당해서 모뤼를 해치려고 한다. 심지어 모뤼 모녀가 도망친 나무에 불지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무섭지 않은가. 못생겼을 때도 당하던 핍박의 강도는 아름다워 진 후에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결국 모뤼의 어머니는 나무에서 떨어져 돌아가시고, 모뤼마저 죽을 위기에 등장한 지역 영주 외드. 외드가 모뤼를 보고 사랑에 빠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 아니던가.

 

부엌데기에서 어느 순간 지역 영주의 부인이 된 모뤼는 이름마저 보테(Beaute: 불어 아름다움)으로 바꾸고 꿈에 그리던 신분상승을 성취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보테가 마냥 행복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맙 요정이 등장해서, ‘아름다움을 자극한다. 외드는 보잘 것 없는 영주이니 보다 나은 사람을 고르라는 유혹이었다. 징징대는 보테의 성화에 외드는 돈을 벌고, 영예를 얻기 위해 고난을 마다하지 않고 성을 떠난다.

 

보테의 초상화 제작을 맡은 화가마저, 화폭에 그녀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가 없다고 좌절하고 스스로 목을 매고 만다. 이거야말로 아름다움의 축복이 아니라, 비극의 제조기가 아닌가 말이다. 그렇게 제작된 보테의 초상화가 남쪽나라 막상스 왕의 손에 들어가고, 예외 없이 막상스 왕마저 아름다움의 포로가 되고 만다. 아니 누구든 보테를 보는 순간, 그녀의 아름다운 매력에 노예 같은 포로가 되어 버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 클리셰이 같이 들린다. 기존의 북쪽나라에서 온 왕비를 내친 막상스의 새로운 왕비 보테는 자신의 남쪽나라 백성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문제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재원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나 자신의 여동생이 부정하다는 이유로 남쪽나라 궁정에서 내쳐져서 고국으로 돌아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자, 뿔이 난 북쪽나라 임금인 상글리에(sanglier: 불어 멧돼지) 왕은 남쪽나라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미남자에 남부러울 것 없었던 막상스 왕은 그저 새로운 왕비 보테의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나라가 망하던 말던 상관없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연출한다. 게다가 질투에 눈먼 막상스 왕은 자신을 따르는 기사들은 물론이고, 대신들도 질투해서 어처구니 없는 패착을 저지른다. 그나마 자신의 누이 클로딘 공주(그녀는 보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름답지 못하다)의 조언으로 왕국이 유지되지만, 결국 전쟁에 패해 상글리에에게 죽고 만다.

 

아니 아름다움이 이렇게 비극의 씨앗이 된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전쟁이 시작된 이유 중의 하나가 보테를 보게 된 상글리에의 억누를 수 없는 그런 욕망이 아니었던가. 전쟁 포로가 되어 자신의 딸 마린과 함께 북쪽나라로 끌려간 보테. 그리고 그런 보테를 잊지 못해, 남쪽나라에 남아서 클로딘 공주와 연합해서 북쪽나라에 대한 반란을 획책하는 외드 영주의 모습이 그저 애처로울 따름이다. 모든 걸 다 쥐고 흔들던 상글리에 역시 보테의 아름다운 저주에 걸려 패가망신하게 된다.

 

이 기이하면서도 오묘한 매력을 품고 있는 그래픽 노블 <보테>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아름다움이 어쩌면 축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런 말일까. 아름다움으로 모든 걸 이룬 보테의 신세를 보면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거두어 달라는 보테의 요청에, 맙 요정인 비꼬는 말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지적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희망하지만, 그 희망이 이루어지면 또 그것으로 족하거나 넘친다고 불평을 하는 게 우리네 인간의 모습이라고 요정은 말한다. 어쩌면 이게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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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9-04 16: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도서관가면 엄마는 책 읽고 그 옆에 아이들은 문제지 풀고 있어요 ㅎㅎ
같이 책 읽으면 좋을 텐데요.
이 책도 관심 가네요.

레삭매냐 2023-09-04 18:53   좋아요 2 | URL
우연히 얻어 걸린 책인데
아주 재밌게 읽었답니다 :>

저희 동네에 새로운 그림책박물관
이라는 곳이 생겼다고 하던데
주말에 한 번 가볼까 합니다.

미미 2023-09-04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쾌적하고 시원한데다 자리도 많은데 뉴스 기사 보면
카공족들이 민폐라고 하더군요. 도서관이 부족한 지역인지...

레삭매냐님 리뷰 읽으면서
얼마전에 본 <마스크걸>이 생각났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되씹게 하는 스토리네요.^^

레삭매냐 2023-09-04 18:54   좋아요 1 | URL
저희 동네가 책으로 유명한(?)
동네인데 몇 년 전에 도서관 리모델링
으로 홍역을 치렀답니다.

기존처럼 칸막이 열람실 유지를 해달
라며, 소송전까지 갔었죠.
도서관이 언제부터 독서실이 되었는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미미님의 말씀을 다시 곱씹어 보니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가 떠올랐
습니다...
 



2년 전, 멀리 카자흐스탄에 유명을 달리 하신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해방된 조국으로 모셔 오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보았던가.

 

장군의 유해가 고국의 영공으로 들어오는 순간, 대한민국 공군을 대표하는 전투기에 탑승한 어느 소령님이 장군을 모시겠다는 무전을 들었다. 78년이란 시간이 흘러, 장군이 조국에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육사 교정에 모신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문제로 나라가 다 떠들썩하다. 21세기도 23년이나 지나서 해묵은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 모습에 그저 아연할 따름이다.

 

이웃 초란공님께서 민족의 장군 홍범도 읽기를 제안해 주셨다.

다른 건 몰라도, 책 사는 거 하나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나는 아침 출근길에 송은일 작가의 <나는 홍범도>를 사들었다. 그 책을 들고 출근하는 길이 왜 이렇께 뿌듯하던지.

 

책 읽기에 앞서 너튜브로 워밍업을 했다.

우선 황현필 선생이 2년 전에 올린 1921년 자유시참변을 다룬 영상을 봤다.

방송에 나와 앵무새처럼 홍범도 장군이 마치 자유시참변을 진두에 서서 지휘한 것처럼 역사를 날조 왜곡하는 무리들이 꼭 봐야할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bGMY_rIzAfs&pp=ygUT7ZmN67KU64-EIO2Zqe2YhO2VhA%3D%3D

 

봉오동전투와 6개월 뒤의 청산리전투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압도적 병력을 동원해서 간도 일대의 한인마을들을 초토화시키는 일제를 피해 러시아령 자유시로 독립군 부대들은 이동을 해야했다. 이 과정에서 무장한 독립군들과 러시아 농민들 사이에서 갈등과 충돌이 발생했고 당시 극동 러시아 지방정부는 독립군의 무장해제를 요청했다. 당시 자유시에서는 무장해제에 찬성하는 이르쿠츠크파와 반대하는 상해파 고려의용군이 대립 중이었는데, 1921628일 무장해제를 반대하는 고려의용군을 러시아 적군이 공격해서 다수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일부 극우 너튜버들이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을 문제 삼기 위해, 자유시참변에 홍범도 장군이 책임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전개했다. 일부 패널들은 방송에서 학계에서도 정설로 인정된 사건의 장군의 무관함에 대해서는 알아볼 생각도 없이 앵무새처럼 짖어대는 꼴을 보려니 속이 뒤집어질 판이다. 무식하면 용감무쌍하다는 말이 여기에 적용되지 싶다. 우리는 이런 무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무식이들은 항상 팩트 타령을 해대지만, 진짜 팩트에 대해서는 1도 관심이 없다. 팩트를 눈 앞에 들이대도 그들은 믿지 않는다.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당밀이 발라진 탕후루 같이 달달한 조작되고 왜곡된 팩트만을 원할 뿐이다. 그들의 선별적 믿음은 거의 신앙 수준이기 때문이다.

 

구한말 머슴에서 출발해서, 승려와 포수 그리고 의병을 거쳐 독립군으로 거듭나는 장군의 일대기들을 9월에 읽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우리 책쟁이들은 고저 책으로 말할 뿐이다. 再造山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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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9-01 11: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단 읽고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식한 자가 더 용감하다는 말이 지금보다 더 맞아 떨어질까요.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니 정말 기가 찹니다 ㅠㅠ

레삭매냐 2023-09-01 14:05   좋아요 1 | URL
너무 무식해서 상대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위 아래˝가 뒤집어진 역주행의
시대입니다.

초란공 2023-09-01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유투브 정보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3-09-01 14:06   좋아요 1 | URL
오늘부터 시작하기 위해 어제
공부를 좀 했습니다.

어려서 일케 공부를 했다면 국사
만점을 받았을 수도... 그게 다
필요(?)에 의한 공부가 아닌 무조건
외워라식의 폐해가 아니었는지.

미미 2023-09-01 1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현필 쌤 이 강연 올릴까말까 했었는데 레삭매냐님이 올려주셨네요!
멋진 글 고맙습니다.^^

레삭매냐 2023-09-01 14:08   좋아요 2 | URL
세 가지 정도 키포인트로 정리해 주시는데
아주 깔끔했습니다.

일제에 맞선 항일 무장투쟁의 역사를
애써 외면하고 폄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애처롭게 느껴졌습니다.

초란공 2023-09-01 1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황현필 샘 왈, ‘제발 방정식의 기본도 모르면서 미적분 이야기하지 마세요!’라고 답답해하시네요^^

레삭매냐 2023-09-01 14:10   좋아요 2 | URL
고장난 녹음기도 아니고...

장 뭐시기 평론가는 사실 확인은
고사하고 뉴라이트들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외워되는데 잘 모르는
이들은 까빡 넘어가겠더라구요.
하도 신념에 차서 외워대서요...

무식하지 않으면 그렇게 용감하지
않을 텐데 말이죠. 무식이 죕니다.

그레이스 2023-09-04 1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욱하는 마음을 누르고, 책 읽기로!

레삭매냐 2023-09-04 15:53   좋아요 2 | URL
결국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결정이 났다고 하더군요. 정말
노답입니다.

그레이스 2023-09-04 16:10   좋아요 1 | URL
지금 동영상 봤습니다.
설명을 잘하시네요
 
베를린 함락 1945 걸작 논픽션 26
앤터니 비버 지음, 이두영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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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열흘 동안, 아돌프 히틀러가 세운 제3제국의 마지막 순간들을 읽었다. 2차 세계대전사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지고 있는 앤터니 비버는 전후 숱하게 풀린 수많은 자료들은 물론이고 개인의 서신, 일기 등의 기록을 바탕으로 주로 소련군이 주인공이 되어 파시스트 정권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책을 읽는 내내, CNN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해 주는 전쟁 실황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전사를 좋아하는 취향 탓도 있겠지만, 올해 최고의 책 가운데 꼽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670쪽을 넘는 책이라 완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사실 1943130, 청색작전으로 시작된 독일군의 코카서스에 대한 대공세는 스탈린그라드 포위전에서 독일 최강이라는 제6군이 통째로 괴멸되면서 동부전선에서 독일의 승리 가능성은 날아가 버렸다. 전쟁의 변곡점이라고 해야 할까. 이후 쿠르스크 전투(1943)와 소련의 바그라티온 공세(1944)로 전세는 완전히 연합군 측으로 기울어져 버렸다. 소련은 대소전을 대조국전쟁이라고 부르는데, 조국을 침탈하고 산산조각낸 파시스트 짐승의 소굴로의 진격만이 남아 있었다.

 

히틀러는 마지막 전력을 짜내어 1944년말 아르덴 공세를 준비했다가 예비군마저 다 박살이 나면서 제국의 운명을 앞당겨 버렸다. 이 시점에서 한 때 윌리엄 로런스 샤이러가 천재가 아닐까라고 썼던 총통의 총기는 다 사라져 버렸고, 이후 거의 도박에 가까운 시도들이 이어졌다. 동서 양쪽에서 연합군의 전력은 독일의 그것을 능가했다. 결국 스탈린은 1월 겨울공세에 어마무시한 병력을 동원해서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를 해방시키고, 오데르-나이세 강을 향한 진격을 이어갔다.

 

하인츠 구데리안을 필두로 한 독일 정통 장군들은 쿠를란드와 동프로이센 그리고 브레슬라우 같은 거점 도시들에 포진해 있던 독일군 수비대를 철수시켜 독일 본토 방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탈린그라드에서 그랬던 것처럼 히틀러는 이번에도 현지사수만을 부르짖을 뿐이었다. 노도와 같이 밀려드는 압도적인 소련군의 보병은 물론이고 포병, 항공전력 앞에 동부전선에 투입된 독일 베테랑 전사들은 전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의미 없는 수비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적도 베를린의 진격과 붉은 깃발을 제국의회 의사당에 걸겠다는 신념으로 뭉친 소련군부 내의 갈등도 극에 달했다. 소련군의 수장 주코프를 필두로 해서, 로코솝스키와 코네프 원수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폴란드 혼혈이라는 이유로 로코솝스키는 일단 제외되어 북부전선을 맡았다. 독일군의 침공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소련군은 독일 민간인들에 대한 잔혹한 복수극을 벌였다. 이를 통제해야 하는 소련 군부는 이렇다할 제재를 하지 않았다. 전쟁 말기, 소련군의 심각한 기강 해이는 파시스트 짐승의 소굴을 격멸한다는 소비에트군의 대의를 실종시켜 버렸다.

 

저자는 신성한 소비에트 군대가 미국의 렌드리스 법안으로 자국에 지원된 미국산 스튜드베이커 트럭(15만 대)과 보급품의 위력에 대해서도 애써 축소하려고 했다는 점도 냉철하게 지적한다. 사실 나치 독일군을 추격하고 패퇴시키는 과정에서, 소비에트군 보급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독일 영토로 진격할수록 자국으로부터 보급선이 길어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보급차량의 수요는 절대적이었다. 서방의 이런 막대한 군수품과 차량 지원이 없었다면, 최전방 150만에 달하는 대병력에 병참지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전장에서 자신들의 공적은 부풀리되, 서방의 조력에 대해서는 깎아내리라는 게 스탈린과 소련지도부의 일관된 방침이었다.

 

앤터니 비버는 이 책을 처음 발표할 때, 카라신 소련 대사가 심각하게 역사적 사실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쓰고 있다. 대조국전쟁은 소련 역사에서 신성이 되어야 하는데, 동프로이센과 슐레지엔 각처에서 벌어진 집단 강간 같은 전쟁범죄를 눈감아 달라는 표현이었을까. 앤터니 비버는 소련의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사료를 바탕으로 해서 전쟁 막바지에 벌어진 다양한 형태의 비극적인 드라마들을 <베를린 함락 1945>에 기록했다.

 

나는 오래 전,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통해 당시 동프로이센에서 벌어진 비극에 대해 간략하게 만난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 앤터니 비버는 보다 방대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동부전선의 최후는 물론이고, 시시각각 베를린 포위를 좁혀 오는 소련군의 전략 전술에 대해 입체감 있게 그려냈다. 역설적이게도, 연합군의 독일군에 대한 유화정책 때문인지 동부전선에서는 소련군을 상대로 악착 같이 싸웠던 반면, 서부전선의 독일군은 상대적으로 그런 전투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미 독일군이 전투력과 의지를 상실했다고 섣부르게 판단한 소련 군부는 마지막 대공세에서 포즈난 포위전과 젤로 고지 그리고 슈프레강 전투 등지에서 의외의 손실을 당했다. 사실 소련 장군들은 베를린 함락이라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전쟁 막판에 무리한 병력 운용을 했다가 많은 병사들이 베를린 시가전을 포함한 전투에서 전사하고 부상당했다. 연합군 사령관인 아이젠하워가 거의 전쟁이 끝난 마당에 미군 병사들의 생명을 보존하는데 주력한 것과는 천양지차가 나지 않는가.

 

동프로이센과 슐레지엔의 나치 대관구 지도자들은 국방군은 물론이고, 현지에서 급조된 국민돌격대들에게 압도적인 전력의 소련군에게 고작 판처파우스트 같은 소화기로 무장하고 끝까지 제국과 총통을 위해 싸우라고 하고선 자신들은 후방으로 도주해 버렸다. 지도자가 나서서 방위전에 나서도 간신히 버틸까 말까한 마당에, 자신들만의 안위를 걱정하는 황금 꿩들의 이런 작태야말로 히틀러 종말극을 장식하는 희비극이 아니었나 싶다.

 

19447월의 불발된 쿠데타 시도로 독일국방군을 믿을 수 없게 된 히틀러는 SS제국지도자 하인리히 힘러에게 힘을 몰아 주지만, 게슈타포나 운용하고 마르틴 보어만과 총통의 후계자 자리만 경쟁할 줄 알았던 음모가 힘러에게 구데리안 같은 전략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 엉터리 지도자들 때문에 독일의 수많은 민간인들이 고스란히 전쟁의 피해를 입어야했다.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하고 무장도 하지 못한 히틀러 유겐트 소속 분견대 소년들이 동부전선에서 독일 정규군을 상대로 단련된 소련 정예병사들에게 상대가 되었겠는가. 앤터니 비버는 이런 애송이 병사들을 전선으로 내몰아 죽게 만든 나치 지도부들의 광기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훗날 독일 국가의 재건을 위해서라도 이런 소년들과 청년들의 무고한 희생은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었다.

 

1945416일부터 시작된 소련군의 마지막 공세 앞에 독일 수비대는 속절 없이 무너져 버렸다. 복수심에 불타는 소련군은 끝까지 저항하는 무장친위대와 블라소프가 이끄는 히위들에게 일절의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전쟁 말기에 가서는 순혈주의를 자랑하는 나치의 무장친위대의 절반가량이 외국 의용군이었다는 사실이 참 놀라울 뿐이다. 히틀러의 최측근들마저 등을 돌리는 마당에 단마르크, 노르게 연대에 소속된 볼셰비즘에 대항하는 나치 이데올로기의 세례를 받은 타국의 젊은이들이 소련군을 상대로 끝까지 싸웠다는 사실은 역설 그 자체였다. 어쩌면, 이런 점들이 이데올로기 전쟁의 처절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인지도 모르겠다.

 

전쟁 말기의 연합군 레이스에 대한 기술도 흥미로웠다. 소련군은 얄타에서 미영연합군과의 약속과 달리 폴란드에서 자유민주국가를 세울 의도가 전혀 없었다. 스메르시와 NKVD의 수장 베리야가 선제적으로 지목한 자유 폴란드군들은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빈과 프라하는 적군의 수중에 들어갔고, 덴마크는 가까스로 영국군이 진주하는데 성공했다.

 

스탈린의 소련은 어떤 방식으로든 전쟁으로 폐허가 조국의 재건을 위해 포로가 된 독일병사들을 이용하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소련군이 아닌 서방의 연합군에 대거 독일군이 투항하는 걸 사전에 막고자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동프로이센과 슐레지엔 각지에서 소련군이 저지른 만행 때문에 무장친위대들은 소련군에게 투항해서 처형당할 바에야 죽을 때까지 싸우는 선택을 했다. 아무리 소련의 제7국이 독일군을 상대로 선전전을 했어도, 동부 전선에서 소련군이 행한 일들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전후, 독일 일반 국민들의 반소감정이 치솟은 이유를 그들만 몰랐단 말인가.

 

저자는 서두에서 소련군이 미군보다 앞서 달렘에 있는 카이저 빌헬름 물리학 연구소 접수에 전력을 다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스탈린은 서방에 파견한 스파이를 통해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전후 동맹국에서 냉전 경쟁국으로 바뀌게 될 것을 예상했던 걸까? 뒤쳐진 핵개발을 위해서라도 독일의 최신 핵기술이 필요했던 스탈린은 독일의 과학자들과 실험실 시설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연합군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와 오토 한 같은 인물들을 먼저 체포해서 영국의 팜 홀로 이송했다. 앤터니 비버는 소련군이 독일에서 뜯어간 시설과 설비들이 정작 소련에서 활용되지 못했다는 사실도 기술한다.

 

그동안 1945430일 자살한 히틀러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소련 정보부에서 휘발유에 타고 남은 총통의 시신을 수습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스탈린이 그 사실을 다른 사람도 아닌 주코프 원수에게까지 20년 동안 비밀로 했다는 점도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히틀러 제3제국의 마지막 순간을 다룬 670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대서사를 짧은 리뷰에 담기란 역부족이라는 생각이다. 앤터니 비버의 전작인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아르덴 대공세 1944>를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이 최고였다. 미처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전달해 주었고, 7년 대전쟁의 마지막과 그 후과로 벌어진 비극을 다룬 대가의 조명은 그저 탁월했다. 5년 전에 나온 마켓가든 작전을 다룬 <아른헴>의 출간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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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8-28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벽돌책을 완독하셨다니 수고하셨습니다.
게다가 앤터니 비버라니 더 부럽습니다.

외부로 드러난 전생사도 흥미롭지만
거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스파이전 양상도
전쟁의 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 같아요.


레삭매냐 2023-08-28 14:47   좋아요 1 | URL
<스탈린그라드>와 <아르덴>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현대전에서 정보와 선전전의 중요성
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2023-08-28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28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8-28 1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침 제가 어제 영화 <오펜하이머>를 봤어요. 미국은 독일이 핵실험을 했다는 것을 감지 하거든요 근데 하이젠베르크가 먼저 성공하지는 못했나봐요.
이 책이 그당시 독일의 상황을 알 수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레삭매냐 2023-08-28 15:29   좋아요 2 | URL
제가 여기저기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핵분열 현상을 독일-오스트리아 과학자
들이 먼저 발견해서 핵무기 연구를 선도
했지만...

현실계에 극히 소량으로 존재하는 우라늄
농축 기술의 부재로 결국 독일이 먼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하이젠베르크 들은 미국이 먼저
핵무기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믿지
못했다고 합니다. 미국 정부 차원의 압도적
지원과 물량 공세로 우라늄 농축에 성공하
고 3기의 핵폭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바로 윌리엄 샤이러의
<제3제국>을 읽기 시작했는데, 오펜하이머-
베를린 함락 1945-제3제국 이렇게 이어지는
서사라고나 할까요.

서니데이 2023-08-28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리뷰를 읽으니 이 책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2차 대전 관련된 내용은 1세기도 되지 않았는데, 가끔 아주 오래전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 시기가 흑백사진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08-29 13:29   좋아요 1 | URL
와우, 놀라운 지적이십니다.
채 100년도 되지 않은 역사가 이렇게
멀게 느껴질 줄이야...

책값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08-29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글을 잘 쓰면 이 두꺼운 역사책이 CNN 생중계처럼 느껴질까요? 레삭매냐님께서 통으로 깊게 이해하고 흐름 보여주시니, 저 역시 CNN 방송 보는 것 같습니다. 끝까지 싸운 ‘독일군‘ 중 타국의 젊은이들이 다수였다니,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이데올로기로 인한 전쟁의 처절함을 알고 싶지 않아도 보여주네요. 잔혹하고 슬프네요...<제3제국> 리뷰도 곧 만나겠네요. 덕분에^^ 호강합니다.

레삭매냐 2023-08-29 13:31   좋아요 1 | URL
제가 개인적으로 전쟁사를 좋아해서
인진 몰라도 아주 술술 읽혔답니다 :>

아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복습을,
그리고 모르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걸 배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무장SS 의용군이 베를린 전투에서
거의 발악적으로 싸우는 모습이 참...

<제3제국>은 과연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분량이 거의 이천쪽에
육박하는지라. 열심히 읽어 보갔습니다.

coolcat329 2023-08-29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레삭매냐님 오랜만이에요.
저도 이 책 샀답니다. 벌써 읽고 리뷰를 남기셨네요. cnn 중계 전쟁 실황을 보는 거 같다니 역시 작가가 실력파군요. 언제 읽어야 하나 그것이 걱정입니다.

레삭매냐 2023-08-29 13:42   좋아요 1 | URL
쿨캇트님 반갑습니다 :>

저의 팔월은 이 책과 함께 한 모양입니다.
다 읽고 나니 진이 빠져서 다른 책들을
멀리 하고 있더라는 ㅋㅋㅋ

다 읽고 나시면 정말 뿌듯하시리라 믿
습니다.

그레이스 2023-09-04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벽돌책 보고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하루 하루 읽어야 할 책들 사이에서 어찌 읽어내나 싶네요

레삭매냐 2023-09-04 18:58   좋아요 1 | URL
저도 다 읽는데 한 열흘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난 달에는 이 책을
읽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만족하지 싶습니다.

읽을 책들이 너무 많아 걱정이지요 고저.

잠자냥 2023-09-26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틀러의 최후를 확인할 수 있어서 더 흥미로웠습니다!
 


 

어제는 퇴근길 라디오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

그리고 영화의 원작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에 대해서도. 재개정판이 나오기도 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던데, 과연 천페이지가 넘는 그 책을 누가 다 읽을까 싶기도 하고.

 

암튼 영화/평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개발 계획이었던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였던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그가 유럽 대륙 출신 망명 과학자로 착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미국에서 태어난 과학자였다. 다만, 그의 아버지가 독일 출신 유대계였다고 한다. 하버드 화학과 출신이고.

 

19455, 유럽 대륙에서 히틀러의 독일 제3제국을 붕괴시킨 연합군의 다음 목표는 태평양에서 여전히 싸우고 있던 일본이었다. 당시 일본은 1억 총옥쇄라는 말도 안되는 구호 아래, 미국의 상륙을 대비한 본토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태평양의 사이판-이오지마 그리고 오키나와에서 죽음을 불사한 일본군을 상대하느라 어마어마한 희생자를 기록한 미국 정부는 단박에 전쟁을 끝낼 이른바 한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막 개발된 핵폭탄을 일본에 투하해서 전쟁을 끝내겠다는 결정이었다. 본토결전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미군 100만 명이 희생된다는 결과에 미국 정부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그래서 미영 연합군은 유럽 전쟁을 끝낸 소련의 스탈린에게 대일전 참전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유럽 대륙에서 제2전선을 신속하게 열어서 독일군의 대소전 역량을 감소시켜 달라는 요청을 미국과 영국이 지연시켰던 것처럼, 소련은 그럴 마음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힘이 다 빠진 다음에 느긋하게 만주로 진공해서 거저 먹겠다는 속셈이 아니었을까.

 

게다가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앤터니 비버의 <베를린 함락 1945>에 따르면, 소련군이 미군보다 먼저 베를린 공략에 나선 이유 중에 하나가 히틀러의 비밀 프로젝트였던 핵무기 개발 연구소를 미군보다 먼저 장악하기 위해서였다는 말이 왜 이렇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소련은 미국에 심어 놓은 스파이가 보내준 정보로 맨해튼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어제 들은 라디오 방송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핵무기 개발을 위해 거의 전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을 동원했다. 심지어 농축우라늄을 만들기 위한 원심분리에 도체로 사용되는 구리가 모자라서(이 부분은 운전 중에서 잘 모르겠다) 재무성이 보유하고 있던 은을 14,000톤을 공출했다가 사용했다나 어쨌다나. 이렇게 개발한 핵무기를 1945716일 시험에 성공하고 채 한 달이 못되어 실전에 사용하게 된다.

 

194586일 미국은 히로시마에 리틀보이로 명명된 핵폭탄을 투하했다. 오펜하이머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파괴왕 혹은 죽음의 신이 된 것이다. 이거야말로 역설이 아닌가. 모든 파괴를 멈추기 위해 개발한 가공할 위력을 핵무기가 어쩌면 인류를 공멸시킬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 말이다. 사태는 소련의 대일참전으로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참전으로 미국은 나가사키에 한 번 더 핵무기를 투하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의 원폭투하로 태평양전쟁이 끝났다고 알고 있었지만, 전후에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무조건항복에 결정적 이유는 소련군의 참전이었다. 사실 일본은 원폭을 맞은 뒤에도 군부 위주로 결사항전 기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남방전선으로 주력 관동군이 차출된 만주주둔 일본군의 전력은 사실상 허깨비 수준이었고 소련군은 단 일주일 만에 일본이 전쟁에 돌입한 핵심 이유 중의 하나였던 만주를 휩쓸어 버렸다. 결국 더 버틸 수 없었던 일본은 무조건항복을 선언했다.

 

라디오 방송을 다 듣지 못해, 전후 오펜하이머 박사의 행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스파이로 몰려 씁쓸한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수소폭탄 개발에도 오펜하이머는 반대했다고 알려진다. 영화에서 핵무기 개발을 주도한 사람으로서 도덕과 윤리 문제는 또 어떻게 다루어졌을지 궁금하다. 영화에 19금 설정이 많이 나온다며 가족과 같이 관람하러 갔다가 민망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그 부분도 살짝 궁금하긴 하다. 오펜하이머는 후두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나중에 과연 내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보게 될까? 아마 아니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읽기 시작한 <베를린 함락 1945>나 읽어야지. 책은 무지 재밌다. 지도 첫 페이지부터 오탈자가 등장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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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8-19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로 보시죠. 물론 전 극장간지가 넘 오래되서 가서 볼 거 같지는 않지만 흥미롭긴 하더군요. 얼마전 알쓸별잡과 인물사담회에서도 다루었고요. ㅎ

레삭매냐 2023-08-19 22:26   좋아요 2 | URL
그렇지요.
저도 언급해 주신 프로들 본다고
하고서는 미처 못 보고 있네요.
아마 그 프로들을 보았다면 저의
허접한 포스팅의 퀄이 좀 더...

극장은 얼마 전에 톰형 보러
수년 만에 갔더랬답니다.
돈이 아끕지 않더라구요.
말씀해 두신 대로 책 대신
아마 영화로 보게 될 것 같은
강렬한 느낌적 느낌이~

서니데이 2023-08-26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펜하이머 영화 보러가는 분들 많다고 들었어요.
놀란 감독 신작이라서 개봉전 소식 들었을 떄부터 보고 싶긴 한데,
여름이 너무 더워서 주말에도 영화관을 가는게 잘 안되네요.
책도 페이지가 많다고 하니 쉽게 시작하긴 어렵겠고요.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레삭매냐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08-31 14:42   좋아요 1 | URL
저도 벽돌책 읽을 자신은 없고...
영화로나마 보고 싶다는 생각을
초큼 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3-08-26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이 인기인가 봅니다. 그런데 책값이 비싸네요.
이 책도 벽돌책인가요?

레삭매냐 2023-08-31 14:43   좋아요 0 | URL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급은
아니지만, 준벽돌급이라고 할까요.

얄라알라 2023-08-27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흑. 첫페이지^^;;;

레삭매냐 2023-08-31 14:43   좋아요 1 | URL
퀘니히스베르크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