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인스타에서 짤을 보면, 대개가 너튜브 컨텐츠다. 인스타로 유입되어 본 프로를 찾아 나서는 거지. 오늘 본 영상은 미스터 비스트(그렇다 전 세계 최고의 너튜버라고 한다, 구독자수가 무려 2억명)의 마트에서 살아남기 컨텐츠를 시청했다.

 

꼴랑 하나의 영상을 봤지만, 대충 그의 컨텐츠들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그동안의 행적이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너튜브는 14살 때부터 시작했고,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아프리카 오지에 우물도 파주는 그야말로 대단한 사업을 하고 있더라. 그의 나이가 올해 25세라는 건 안 비밀이다.

 

마트에서 살아남기는 매일 매일 마트에서 버티면 하루에 10,000달러 씩 현금으로 주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알렉스라는 남성이 선발됐다. 그의 백그라운드로는 아내와 아이 둘이 있다는 것 정도다. 무슨 일을 하는지 그런 개인 인포는 아예 배제되어 있는 상태로 프로젝트 고고씽.

 

첫날을 무사하게 버티고 나자, 미스터 비스트에 쇼핑 카트에 1달러짜리 만 장을 싣고 등장한다. 비스트는 알렉스에게 만 달러가 맞는지 세어 보라는 플렉스를 했던가. 마트에는 생활에 필요한 오만 물건들이 가득하고, 알렉스가 생활하기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보니 전화나 인터넷 같은 필요가 구비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비스트는 조건을 하나 제시한다. 마트에 진열된 제품 중에서 매일 만달러씩 체킹을 해서 마트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 비스트는 그렇게 선별된 제품들을 모두 기부한다고 한다. 처음에 제낀 건 바로 전자제품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멍멍이 사료 같이 현재의 알렉스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물건들이다.

 

프런티어 정신이 빛나는 미쿡인 답게 우리의 알렉스는 직접 비닐 등을 이용해서 샤워장을 만드는 기지도 보여준다. 그렇지, 바로 씻는게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였지. , 그전에 알렉스가 자신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금액으로 대충 책정한 게 50만 달러 정도였던가. 패기 넘치는 알렉스는 챌린지 초반에 100일도 너끈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마트 뒤편에 있던 지게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알렉스는 챌린지를 좀 더 용이하게 해내기 시작한다. 마트에서 탈 수 있는 카트 차 같은 것도 찾아내서 마트를 질주하기도 한다. , 우리의 비스트 씨는 계속해서 컨텐츠를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같이 알렉스를 찾아 오지는 못하고 무인도에도 가고 또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러 가기도 한다.

 

데이 30일 정도에 가족과 함께 만나는 상봉도 추진한다. 그런데, 이게 과연 알렉스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알렉스의 챌린지를 방해하기 위한 음모(?)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 암튼 결의를 다시 다진 알렉스는 계속해서 하루 만달러씩 벌어 나간다.

 

비스트는 사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컨텐츠 내 캉가쿨러 같은 PPL도 하고, 또 세이프웨이 슈퍼마켓(?)의 후원도 받았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아마 이 프로젝트를 통해 벌어 들이는 돈이 우리의 알렉스에게 주는 돈보다 더 많지 않을까. 게다가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의 공간 마트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관찰 예능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의 비스트가 마냥 그렇게 알렉스에게 호의를 베풀 수는 없었다. 순조롭게 이어지던 마트 생존 챌린지에 위기가 닥친다. 그건 바로 비스트의 셋업이라고 해야 할까. 마트 부지만 샀지, 전기세 내는 일을 까먹어 버렸다는 것이다. 마트에 전기가 나가자 바로 알렉스는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전까지만 해도 6만 달러 어치 팔 물건들을 정해 두었지만, 마트 내 단전으로 냉장고들이 작동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냉동식품들부터 팔아야 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비스트의 스탭들이 도움을 줘서 그것도 해결했다.

 

햇볕이 들지 않는 마트에서 생존 챌린지는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마트 뒤편을 공간에서 문을 열고 광합성을 하는 알렉스. 참 수영장을 만들었다가 사단이 나는 건 그전의 일이었던가. 그냥 눈요기로 컨텐츠를 시청하다 보니, 발생 사건들의 순서가 어땠는지 모르겠다. 암튼 마트에 만들었던 간이 수영장을 알렉스가 지게차로 터뜨려 버리는 대형사고 덕분에 한 차례 위기가 닥쳤다.

 

마트에 둘러쳐진 레드 라인을 넘어서면 바로 프로젝트는 종료되기 때문에 후문에서 광합성을 하면서 많은 생각에 빠지기도 한 알렉스. 결국 다수의 강력한 랜턴 세트를 발견하면서 다시 위기탈출에 성공한다. 마트 생존 챌린지의 기본은 역시 위기와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도전이라는 기본적인 컨셉에서 벗어나지 않는구나 싶었다.

 

챌린지 막판에 비스트 씨는 다시 알렉스의 아내를 투입하는데, 그건 결국 알렉스의 챌린지 의지를 꺾기 위한 설정이 아니었을까? 아이의 생일이 다가온다고 하는데, 이미 목표했던 금액 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돈을 벌었고 더 이상 홀로 지내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알렉스는 45일차에 포기 선언을 하고 돈을 챙겨 사랑하는 아내와 마트를 떠난다.

 

개인적으로 알렉스가 마트에서 지내는 동안 외부인과 대면하지 못하고 단전 때문에 폭력성이 살짝 비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점들이 극단적으로 부각되었다면 이런 유쾌한(?) 챌린지의 지속이 어렵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우리 인간들은 그저 보통의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야 한다는 그런 간단한 진리를 보여 주는 프로젝트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구상할 수 있는 기획력과 인원, 자금 그리고 후원 마지막으로 어마어마한 구독자수를 가진 메가 너튜버의 파워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다음에는 아프리카 우물 파기 프로젝트를 볼까나.


[뱀다리] 놀라운 점 중의 하나는 한국어 더빙까지 서비스한다는 점이다. 역시 자금력이 대단하다 싶었다. 그런데 몇 가지 언어로 더빙을 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참 그리고 알렉스는 비스트 씨에게 받은 상금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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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08 23: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내용 인터넷 블로그에서 봤어요. 45일이나 있었다니 놀라웠어요.
전에도 특이한 기획을 많이 하는 것 같았는데, 유튜브에서 가장 구독자 많은 사람이라서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삭매냐님, 주말 잘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12-10 16:13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너튜브보다 보니 너무 극단으로
몰고 가지는 않고 선을 지키는
게 보이더라구요.

특이한 기획이 또 뭐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네,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12-10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징어게임 컨텐츠 만들었다는 그 유투버인가봐요.
저는 아직 본 적은 없는데 25살에 몸이 열개인 양 바삐 창의적으로 활동하네요

아이디어가 참신하네요.
마트가 얼마나 크면 그 안에서 생활이 다 가능한지^^

레삭매냐 2023-12-10 16:14   좋아요 2 | URL
역시 글로벌 원탑 너튜버답게
한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그 와중에 두 서너개는 기본이지
싶습니다.

기획과 자본의 힘, 무시무시하더군요.

미국의 마트는 우리의 그것과는 스케
일이 다르지요. 땅덩이가 넓으니 2층
3층 올리지 않고 단층으로 쇼부칩니다.
 


 

고대하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나폴레옹>을 무려 개봉일에 관람했다. 오래전, 시사회족 생활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 시절에는 개봉날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아예 개봉도 하기 전에 시사회로 만나곤 했었더랬지.

 

이미 <나폴레옹>은 본 사람들의 평가에 따르면 호오가 갈린다고 했으나 역사덕후라고 할 수 있는 나로서는 호였다. 물론, 몇몇 아쉬운 점들이 있긴 하지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그리고 알렉산더와 시저에 버금가는 영웅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그 정도는 봐줄 수 있지 않을까.

 

1789년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 프랑스에서 대혁명의 불길이 솟아올랐다. 왕권신수설에 의해 국왕이 전권을 행사하던 국가 프랑스의 사회 시스템을 통째로 뒤엎어 버린 그런 인류사적 사건이었다. 국왕 루이 16세는 이미 9개월 전에 처형이 되었고, 17931016일 마리 앙투아네트는 국가재산 탕진과 반역죄 등 세 가지 죄목으로 기소되어 기요틴으로 처형되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기요틴은 프랑스혁명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하나의 장치가 아니었을까.

 

그 다음에는 공화국이 들어서고,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가 실시되었다. 왕당파 일당은 국가의 적으로 규정되어 숱한 처형이 기요틴에서 이루어졌다. 훗날 나폴레옹의 유일한 사랑이 되는 조세핀 드 보아르네의 전 남편 역시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예나 지금이나 난세는 영웅을 위한 무대였다. 프랑스혁명에 질겁한 유럽 각국의 왕가들은 대불동맹을 결성해서 프랑스 혁명정부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프랑스 해군기지가 있던 툴롱항을 왕당파와 결탁한 영국군과 스페인이군이 점령했다. 이때 24세의 나이로 포병 대위였던 나폴레옹에게 국민의회 실력자였던 폴 바라스는 툴롱항 탈환을 명령한다. 나폴레옹과 그의 뤼시앵은 간신히 규합한 오합지졸의 프랑스 부대를 이끌고 강력한 요새에 주둔한 영국군을 기습해서 툴롱항 주변에 집결해 있던 영국 함대까지 격멸하는데 성공한다. 당시 나폴레옹과 뤼시앵을 파리의 인사들은 코르시카 깡패(thugs)”라고 불렀던 모양이다.

 

툴롱 전투를 승리로 이끈 나폴레옹은 단박에 공화국을 수호하는 군사 영웅이 되었다. 이 때 맺어진 조세핀과의 사랑과 우정은 나폴레옹의 평생 동안 지속된 애증의 관계의 시작이었다. 전쟁물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어쩌면 영화 <나폴레옹>은 로맨스물로 비쳐질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영화에서 조세핀 역을 맡은 바네사 커비의 연기는 대단했다.

 

1795105, 파리에서 2만에 달하는 왕당파들의 반란이 일어나자 폴 바라스로부터 전권을 부여 받은 나폴레옹이 무자비한 진압에 나서 간단하게 그들을 진압해 버렸다. 그 다음은 청년기 나폴레옹의 일대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탈리아 원정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아쉽게 아예 빠져 버렸다.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생각한 한겨울에 알프스를 넘는 기동으로 결국 부르봉 왕가 이래 유럽에서 숙적이었던 오스트리아를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영화에서는 비교적 짧게 다루어졌지만, 나폴레옹은 영국을 제압하기 위해 나선 이집트 원정에 나섰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이집트 호족부대원들 앞에서 자신의 장기인 대포로 피라미드 꼭대기를 포격해서 무너뜨리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영화에 필요했던 볼거리는 거의 완벽했다. 하지만, 자신의 부관이 파리에 남아 있던 조세핀이 정부 이폴리트 샤를과 애정행각을 벌인다는 뉴스에 전선을 이탈해서 파리로 돌아와 한바탕 18세기판 사랑과 전쟁을 찍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역사에 근거한 서사를 추구하다 보면 리뷰가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질 판이다. 권력욕에 불타는 남자 나폴레옹은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의 통령의 자리에 오르고 그 다음에는 결국 황제가 되었다. 공화국의 구세주로 칭송받던 영웅이 독재자로 변신해서 왕의 권위를 능가하는 황제가 돼 버린 역사적 아이러니라니.

 

격변하던 시대를 장식하던 특징적 인물이었던 조제프 푸셰의 활약(?)을 볼 수가 없어 역시 아쉬웠다. 잠시 등장하고 사라져 버렸던가. 탈레랑을 내세워, 숙적 영국을 포위하겠다는 대전략은 러시아의 애송이 짜르 알렉산드르와의 악연으로 결국 실패해 버렸다. 훗날 러시아 원정으로 나폴레옹이 몰락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 그런 인물이 바로 이 청년 짜르였다.

 

역시 영화의 압권은 누가 뭐래도 나폴레옹의 빛나는 승리였던 아우스터리츠 전투였다. 당시 유럽 대륙 최강의 대국이었던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연합군을 체코 모라바 근처의 아우스터리츠 근처에서 나폴레옹의 빛나는 전략전술로 대파해 버렸다. 영화에서는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로 유인된 러시아-오스트리아 연합군이 나폴레옹이 숨겨 두었던 대포 포격으로 수장되는 시퀀스에서는 대가 리들리 스콧의 연출이 빛났다. 후방을 향해 빙판에서 전력질주하던 오스트리아군 기수가 프랑스군의 대포에 맞아 깃발, 기수 그리고 군마가 그대로 수장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런 나폴레옹의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의 애정전선 역시 조세핀이 후계자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제국의 위기로까지 비화됐다. 아이를 갖기 위한 각종 비방이 동원되고, 이럴 바에는 차라리 빨리 이혼해 달라는 조세핀의 요구가 이어졌다. 영화는 화려하고 장엄한 전투씬만큼이나 인간 나폴레옹과 그의 연인 조세핀이 이런 갈등에도 상당한 러닝타임을 할애한다. 아마 그런 점이 호만큼이나 오가 득세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결국 자신의 생산 능력을 확인한 나폴레옹이 법원 서기(?) 앞에서 황후 조세핀과 공식 이혼을 선언한다. 이 장면도 역시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런 장면이었다. 조세핀과 15년에 걸친 결혼생활을 청산한 나폴레옹은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2세의 장녀 마리 루이즈와 결혼해서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후계자를 얻었다. 소중한 아들을 안고 옛 부인이자 애인인 조세핀을 찾아가는 나폴레옹.

 

자신을 배신한 애송이 짜르 알렉산드르의 볼기짝을 쳐주기 위해 무려 60만 대군을 동원해서 모스크바 원정에 나선 보로디노 회전에서 많은 사상자(28,000)를 내긴 했지만 승리하고 마침내 모스크바까지 점령하는데 성공했지만, 애송이 짜르의 수도 모스크바까지 홀랑 태워 버리는 비이성적 청야전술로 대군의 보급이 끊기고 러시아의 무시무시한 동장군의 공격까지 겹치면서 결국 4만 명만 귀환하는 참혹한 패배를 맞이한다. 기아와 추위에 허덕이는 프랑스 병사들 사이에서 아우스터리츠의 용사들을 외치는 그의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개인적으로 러시아 침공 초기, 러시아 게릴라부대원들이 프랑스 정예병을 상대로 유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침공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잔악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장면에서는 충격을 받기도 했다. 황제 퇴위, 엘바섬 유배, 탈출, 조세핀의 죽음, 95일간의 천하 그리고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워털루 전투가 이어진다.

 

자신의 운명을 가른 마지막 전투였던 워털루 회전에서 영국의 웰링턴 공작과는 초반에 비교적 대등한 전투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프랑스 기병대가 영국군의 방진대형을 뚫지 못하고 병력이 계속해서 소모되고, 12만 프로이센을 이끈 블뤼허 원수가 등장하면서 전세가 기울자 꼴사납게 나폴레옹은 자신의 상징처럼 되버린 바이콘(이각모자)에 총구멍이 난 채 도주해 버렸다.

 

나폴레옹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역시나 출중했다. 사십대 배우가 이십대 청년 연기를 한 게 좀 걸리긴 하지만 그 정도야 뭐. 호아킨과 극중에서 합을 맞춘 바네사 커비의 연기도 좋았다. 영화에서는 나폴레옹 평생의 연인이라는 점에 치중했지만, 역사에서 조세핀은 나폴레옹이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는데 있어 정치적 동지이기도 했다고 한다. 황후의 자리에 오른 뒤에는 마리 앙투아네트 버금가는 사치의 극한을 보여 주기도 했다. 나폴레옹을 몰아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애송이 짜르가 나폴레옹의 옛 애인을 찾아가 마리오네트와 춤을 추듯 댄스홀을 누비는 장면도 씁쓸하게 다가왔다.

 

유럽대륙을 제패하고 호령한 영웅 나폴레옹의 이면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엄마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보니 그 다음에는 조세핀의 포로가 되어 버렸다. 외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내면적으로는 마마보이 같은 인물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허풍일지는 몰라도 알렉산드르와 대면하면서 평화 타령을 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 결국 무력을 동원하는 전쟁광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영화가 스케일 큰 전쟁 시퀀스와 조세핀과의 로맨스에 집중하다 보니 나폴레옹 법전이나 내치 같은 역사적 부분들을 거의 다루지 않은 면도 있다.

 

영화의 엔딩 시퀀스에서 나폴레옹 전쟁으로 자그마치 3백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야망을 위해 이렇게 많은 인원의 희생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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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2-07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폴레옹 영화, 개봉했군요.
전혀 몰랐던 사실입니다.
가족들과 보러 가야겠어요.
호아킨 피닉스라~~
나폴레옹과 매치가 잘 되지 않는데 영화 보고 나서 판단해야 할 듯요^^
300만명의 죽음!
뭐라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ㅠㅠ

레삭매냐 2023-12-07 14:31   좋아요 1 | URL
넵, 어제 막 개봉한 따끈따끈한
영화랍니다.

호아킨 피닉스, 연기는 쵝오였습니다.
바이콘 쓰고, 전장에서 돌격하는 장면
이 멋지더군요.

나폴레옹 전쟁으로 너무 많은 인원
이 사망했는데, 정작 자신은 평화타령
을 하고 있다는 점이 역설적이었습니
다.

얄라알라 2023-12-10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샥매냐님께서는 평소 역사공부 역사소설을 깊게 하시니 같은 영화를 보셔도 찾아내시는 것도 다르시네요
저는 만약 보러 간다면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궁금한 딱 그 수준의 물음표를 가지고 극장 갈텐데^^;;

나폴레옹의 평화타령이라!
어제 밤에 보고 온 [서울의 봄]에서 ˝추워추워˝를 연발하며 귀막이를 챙기는 국방장관 캐릭터가 생각나네요.

레삭매냐 2023-12-10 16:12   좋아요 1 | URL
12-12 사건의 가장 큰 책임자 중의
하나가 바로 그 추워추워 국방장관
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명분도
없는 반란군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지만, 자신의 안위
타령만 하다가 결국 비극이 시작되
었지요.

<나폴레옹>에 제가 아쉬운 점은
너무 방대한 이야기라, 여러 포인트
들을 생략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
니다. 알프스 원정이 제일로 아쉽습
니다. 영화에 담았다면 정말 스케일
이 대단했을 텐데 말이죠.

얄라알라 2023-12-10 16:27   좋아요 1 | URL
영화보고 새벽에 관련 영상 뒤져보니 참으로 그 ˝쫌˝스러운 귀막이
실제 청문회 모습에서도 영화와 다를 바 없이 비열하고 입만 살았더군요....분노수치 급상승해서 숨돌리느라 밤중에 야식이 필요했습니다
 


 

스트레이트에서 다룬 까까오 제국에 대한 콘텐츠를 봤다.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깨톡으로 천하통일을 이룬 까까오가 문어발식 확장을 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사실 주식의 세계로 입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까까오가 얼마나 대단한 기업인 지 미처 몰랐다.

 

2020년 까까오게임즈를 필두로 해서 까뱅 그리고 까페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숨가쁘게 공모 흥행과 상장을 해오면서 한 때 시총 기준으로 국내 3위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동시에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장 일정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나치게 높게 잡힌 공모가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까페이의 스톡 옵션(44만주)8명의 까까오 임원들이 주식 시장에서 실행하면서 자그마치 877억원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연속 상장의 어두운 그림자가 끼기 시작했다.

 

까페이에 이어 상장 계획 중이었던 까까오 모빌리티의 상장에 당장 제동이 걸렸다. 2021년과 2022년 잇달아 상장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누구나 사용하는 깨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해서 성장한 까까오 택시 호출과 까까오 대리는 그야말로 천하통일을 이루어냈다. 해외투자로 8,000억원의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빠른 상장으로 투자금 회수를 원했던 사모펀드 혹은 해외투자자들의 상황이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다.

 

더 큰 문제는 의장까지 연루된 에셈(SM) 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주가 조작 정황이 밝혀지면서 검찰 수사를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면서 기세등등하던 까까오의 성장 전략이 멈추게 되었다. 아마 에셈 인수전은 10조원 규모라던 까까오 엔터테인먼트 상장을 위한 초석이 아니었을까. 아직은 검찰 수사 중이라 잘 모르겠지만, 만약 유죄로 판정이 난다면 까까오 그룹의 핵심인 까뱅의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슷한 소프트파워 테크기업인 네이버와 비교해 볼 때, 각각 해외매출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네이버는 매출의 40% 정도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메신저 라인으로 그리고 북미에서는 웹툰이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모양이다. 반면, 까까오는 해외 매출이 20% 정도라고 한다. 네이버가 실적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추구하는 반면, 까까오는 대규모 해외투자를 받아 진행하는 공격적 영업전략을 구사한다. 에셈 인수전에서도 실탄 마련을 위해 싱가폴 투자청과 사우디 국부펀드(?)의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는 뉴스를 들었다.

 

까페이까지는 쪼개기 상장 전략이 승승장구했지만, 20211210일 까페이 스톡옵션 먹튀 사태를 기점으로 해서 브레이크가 걸려 버렸다. 모기업이 까까오도 한 때 17층까지 달리면서 엄청난 기세를 보여주었지만, 지금은 5층에 턱걸이한 상태다. 까까오 모빌리티와 까까오 엔터테인먼트도 과연 언제 상장에 나서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떨어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까까오는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내부인사의 폭로로 사측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방만한 경영 같은 이슈들이 외부로 드러나게 되었다. 까까오가 망한다면 그건 골프 탓이라고 말할 정도라고도 하고,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아레나 같이 메가 프로젝트를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면서 현재 내부감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까까오가 구축한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과시해온 까까오가 과연 작금에 당면한 위기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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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05 1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카오가 아닌 까까오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네이버도 naver나 nhn과는 다른 것 같고요. 레삭매냐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레삭매냐 2023-12-06 10:59   좋아요 1 | URL
네이버에서 책 리뷰를 통해 세습하는
교회 실명으로 깠다가 블라인드 처리
되는 트라우마 덕분에, 혹시 하는 마
음에 까까오루다가.

이래서 스크리닝이 무서운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12-05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12-06 10:59   좋아요 1 | URL
아이구 감사합니다 써니데이님.

그레이스 2023-12-06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원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쇄신하고 도약하는 기회가 되길 바래봅니다.

레삭매냐 2023-12-06 11:00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한국 최고의 소프트파워 테크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데, 최근 하
는 걸 보면 기존의 재벌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구독 서비스는 이제 수익 모델의 기본이 되었나 보다. 예전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한 번 사면 평생 사용할 수가 있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런 서비스는 없어지고 대신 연간 구독을 하라고 권한다. 어도비 포토샵이 대표적인 경우다. 아니 왜 해마다 돈을 내야 한다는 거지?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대단한 기능들이 새로 탑재된 것도 아니고 기본적인 서비스만 필요한데 사용하지도 않는 기능들을 탑재하고 1년에 오십만원씩 내라니...

 

그런데 이제는 SNS도 돈내고 할 판이라는 기사를 보게 됐다. 놀랍군 그래. 사실 그동안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서비스들은 알게 모르게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된 광고들을 보는 것으로 소비자들은 SNS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기업들이 어떤 집단인가? SNS에 노출되는 광고로 더 이상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회사들은 바로 광고비 집행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를 진작에 알아챈 뉴욕타임즈 같은 회사들은 아예 소비자들에게 광고비를 직접 받는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바꾸어 버렸다. 나도 가끔 NYT 홈피를 방문해서 현지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고는 했었지. 처음에는 무료였다가 언제부터인가 한달에 기사 5개만 보게 해주고, 지금은 전면 유료화를 시켜 버렸다. 물론 돈을 1원도 낼 생각이 없는 나는 더 이상 NYT를 찾지 않게 되었다. 내가 없어도 NYT는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라고 하니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북플이나 네이버 블록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애용하던 인스타마저도 유료 구독서비스에 돌입할 기세라고 하니 기가 막히는구나 그래. 소비자들이 만드는 컨텐츠들로 거저 먹던 인스타가 광고 매출이 현격하게 줄어드니 아예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과금하겠다는 게 아닌가 말이다. 이것 참, 이런 식이라면 더 이상 인스타로 할 필요가 없겠는 걸 그래.

 

그전에 정말 잘 이용하지 않던 트위터도 일전에 개인신상 누출 파동으로 단박에 탈퇴해 버리지 않았던가. SNS까지도 돈을 내야 하면서 이용해야 하는지, 구독 서비스라면 일절 이용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형적인 아날로그형 인간이라 그런가.

 

아니 그렇지 않아도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과다한 광고에 대한 피로도로 SNS 하기가 꺼려지는 마당에 그런 광고를 보고 싶지 않다면 돈까지 내라고? 이건 아니지 그래.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사람들이 질려 버려서 SNS 자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걸 소위 마케팅의 귀재라는 잘난 분들이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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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12-04 1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그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 같아요. (이렇게 말하지만 저도 하나 유료로 보는 중...ㅠㅠ)터무니 없는 유료화에 제동을 걸 수 있는건 소비자들의 반응인데 달라는대로 내는 사람들이 꽤 있기에 이렇게 한다고 봅니다. 손해가 날 정도로 구독자가 줄어들면 다시 무료가 되겠죠. 안타깝게도 SNS중독자가 많아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현대판 노예제의 탄생 같아요.

레삭매냐 2023-12-04 22:16   좋아요 1 | URL
이래서 습관이 무섭지 싶습니다.

아마 구독의 세상에 입문하게 되면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저도 SNS 중독이 아닌가... 그러면서
도 또 돈내라 하면 바로 끊어 버리겠
다고 이 연사 외쳐 봅니다!!! 카오

건수하 2023-12-04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스타그램이 무료라…. 비지니스 계정부터 유료화할 모양이군요. 그것도 아니라면 이
기회에 끊어야겠어요;; (북플이 유료가 되진 않겠죠?)

독서괭 2023-12-04 20:58   좋아요 2 | URL
설마요..! 북플은 마지막 보루..!

레삭매냐 2023-12-04 22:17   좋아요 1 | URL
저도 위의 끄적 거리면서 바로
아니 이러다 북플도 유료로?
하고 호곡했답니다. 부디 젭알
그러지 않기만을. 키펀고잉 북플~

독서괭 2023-12-04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도비 1년에 50만원을 내라 한다고요? 너무 하네요 와;;;

건수하 2023-12-04 21:14   좋아요 2 | URL
포토샵 1년 50만원 세네요… 이제 일반인은 웬만하면 안쓰게 될듯;

레삭매냐 2023-12-04 22:19   좋아요 0 | URL
일단 대략적으로 질러 보고 다시
검색해 보니 월 62,000원 정도
하나 봅니다 세상에나...

그리고 취소 수수료가 사악하게
도 24만원이라고요.

그런 이유로 해서 어도비도 안녀엉 -
전 아주 기본적인 사진 사이즈 줄이
기 그리고 약간의 보정 정도만 필요
한데 무얼 1년에 오십만원씩이나...
됐다고!

cyrus 2023-12-04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인만 받을 수 있는 인스타그램 인증마크를 일반인도 달 수 있다면서요? 노랫말처럼 이 세상에 짜가가 판을 치겠어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3-12-04 22:20   좋아요 0 | URL
아니 세상에 돈 내고 꼴랑 인증마크?
그게 뭐랍니까 기래.

전 필요 없으니 가비얍게 패스하갔습
니다. 인증마크 따위는 댕댕이에게나
주라고. 아주 웃깁니다 -

초란공 2023-12-04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포토걉, 캐드 같은 거 학생 계정으로 저렴하게 사서 사용했었는데, 어느 순간 더이상 사용을 못하게 하더라고요. 사용 유저가 줄어들면 결국 회사는 언젠간 망할겝니다. 기업용은 살아남겠죠? 회사에서 그럼 교육시켜야겠네요.

레삭매냐 2023-12-04 22:22   좋아요 1 | URL
포토샵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CAD
는 정말 빡시게 단속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도 그렇지만, 회사에서는 정말 조심
하지 않으면 큰 일 난답니다.

페넬로페 2023-12-04 2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스타 하지 않는데,
제 주변에 그럴 자격이 없는데도 사진만 잘 올려서 인스타에서 독서 모임 진행하는 사람을 봤어요.
그 사진을 보고 신청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니까요.
유료화되는 것도 문제지만 sns의 헛점도 많은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3-12-04 22:49   좋아요 1 | URL
우와~ 대단한 능력이시네요.
호기심에 예의 독서 모임에 한 번
가보고 싶더라는 :>

그렇죠 SNS 가 점점 더 자기과시용
에 장삿속에 물들어 가면서 현실계
와 괴리가 되어 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10개월 만에 대학 친구들을 만났다. 올해 처음 본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후배 녀석은 정말 아주 오래 전의 일들을 마치 어제 있었던 일들처럼 그렇게 나에게 말해 주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10개월 전의 일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나의 기억도 그 녀석이 수정해 주었다.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은 여전히 만족스러웠다. 좀 추워서 집에 오는 길에 고생을 하긴 했지만. 뭐 정도는 감수해야지.

 

주말행사인 도서관 방문을 했고, 난 세 권들의 책들을 빌렸다. 그리고 도서관에서만 읽을 수 있는 만화를 좀 읽었다. <앨런의 전쟁>은 분량이 좀 있는 책이라, 다음에 가서 또 읽는 것으로. 그래도 한 60쪽 정도 읽었나 보다. 간만에 마스다 미리의 책이 눈에 띄어 골라 읽었다.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그전에 심심한 그림체의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들을 계속 읽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10년차 서점 직원인 쓰치다 신조가 주인공이다. 나이는 32. 도쿄에 작은 공간에 서식하는 초식남이다. 연애는 6년인가 7년 전이 마지막이라고. 당연히 설정은 성실하고 마음에 따뜻한 친구다. 이 책이 나온 게 9년 전이니 또 지금의 서점 상황과는 다르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의 출판시장과 서점은 동반 몰락하고 있는 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걸 집어 삼켜 버린 너튜브와 각종 OTT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극 중에서 마스다 미리는 쓰치다의 입을 빌려 왠지 흔들리는 전철에서 문고본을 읽는 어른들의 모습이 참 멋졌다는 말을 무심코 내던진다. 어제 약속 장소로 가는 전철 안에서(만원 전철이라 무엇을 할 수도 없을 정도였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나도 유디트 헤르만의 신간 <레티파크>를 가방에 담아 갔지만 정작 읽지는 않고 대신 핸드폰 게임을 했다. 2023년 한국의 전철 풍경은 그랬다.

 

얼마 전, 신문에서 서점에 들러 책을 사는 충동구매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문제는 주변에 그럴 만한 서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서점이 있다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신간 소설 대신 참고서와 문제집만 즐비하다. 왜냐구? 소설책 판매만 해서는 돈을 벌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갔던 경인교대 근처에는 서점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명색이 대학인데 말이다. 이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책과의 연결점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뭐 대충 잡아 2014년의 일본에서는 그래도 월급날이면 주머니가 두둑해진 월급쟁이들이 스스로에게 보상해 주기 위해 서점에 들러 책도 사고 그러던 시절이었나 보다. 왠지 낭만이 느껴지지 않나 싶다. 월급날이면 서점의 매출이 올라갔다는 말이 좀 신기하게 다가왔다. 정말 호랑이가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로구나. 요즘에는 주머니에 돈이 생겨도 책을 사지 않는다구요 마스다 미리 씨. 그리고 보니 나는 소소하게 공모주 청약으로 번 돈을 책 사는데 쓰고 있구나 싶다. 지난 금요일에 번 돈으로는 옆지기에게 타코 플래터를 사주었다. 다음주에 혹여 공모주로 조금 벌게 된다면, 이달에 나올 예정이라는 존 밴빌의 <케플러> 펀드에 응모하고 싶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쓰치다 씨는 자신의 일에 성실하고 마음이 따뜻한 소시민의 전형이다. 보통 혼자 먹는 저녁 메뉴로 할인된 장어 도시락을 기대하기도 한다. 거기에 나마비루까지 한잔 곁들인다면 아마 더 바랄 게 없겠지. 나도 아까 마트에 들렀다가 몰슨 비어가 4캔에 7,000원이라고 해서 잠시 혹했다. 지난주에만 두 번이나 달렸는데 당분간 자제해야지 싶어서.

 

서점 직원으로 아마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쓰치다 씨는 자기 인생의 의미에 생각하는 멋쟁이다. 우리는 보통 그런 생각을 잘하지 않으면서 살지 않나? 어려서 읽은 SF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빗대 우주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마스다 미리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서사라면, 왠지 작가의 심리 상태에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한다. 쓰치다는 후배 마쓰다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는 일들을 무람하게 해낸다. 서점 고객을 찾아 간다거나, 다른 서점에서 아이들을 위한 좌석 배치 혹은 동화 읽어주는 프로그램들을 자신의 서점에도 도입하는 건 어떻겠냐며 점장을 설득하기도 한다. 책을 팔아 수익을 내야 하는 서점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가 아닐지.

 

요코하마에서 병으로 고생하시는 큰아버지를 찾아가는 장면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원래는 가지 않으려고 했으나, 역기 사람 좋은 쓰치다 씨는 큰아버지를 찾아가 쓸데없는 이야기로 웃기기도 한다. 병이 나으면, 긴자의 맛집을 찾아가자고 했던가. 병상의 큰아버지는 큰어머니에게 조카가 좋아하는 장어덮밥을 사오라고 부탁하신다. 병실에선 먹는 장어덮밥은 맛있지 않았다고 돌아오는 길에 쓰치다는 회상한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모양이다.

 

마쓰다가 주선한 미팅은 완벽한 실패였다. 미팅에 나온사키에게 쓰치다는 호감을 표현하지만, 사키는 결혼할 애인이 있고 대타로 나온 거라고 말했다. 아니 이런! 그런데 정작 마쓰다의 애인이라고 생각했던 야요이가 여자사람친구였고 쓰치다에게 관심을 보여 둘은 영화도 보고 연애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첫날 쓰치다가 야요이에게 대담한 제안(?)을 해서 독자를 놀래키키도 한다. 어라 이 친구, 이런 면이 다 있었네하고 말이다.

 

뭐 이 정도면 내가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에서 읽은 것들에 대한 대강이 되지 않았나 싶다. 오랜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시간에 쫓기며 관내열람 전용 만화를 보고 낮잠을 늘어지게 잔 다음, 일어나 교촌에서 허니콤보 치킨을 주문해서 실컷 먹고 나서 낮에 본 만화에 대한 소소한 감상들을 적는다. 그거면 된 거다. 그런데 설거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손등이 많이 텄다. 핸드크림을 발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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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3-12-03 2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주식으로 돈을 버시는 분이셨군요 레삭매냐님 존경♡ 직장 근처에 큰 서점이 있어서 가끔 점심시간에 책을 사곤 했었는데(현저히 줄었다는 충동구매 일인;) 최근 그 서점이 폐업을 했네요 ㅠㅠ;;

레삭매냐 2023-12-03 22:17   좋아요 2 | URL
아닛 누가 보면 목돈을 버는 줄
알갔습니다.
그런 건 아니고, 아주 소소하게
초큼 책값 정도 모으고 있답니다 ^^

새로 회사가 이사간 곳에 K문고
가 있어서 저도 점심 먹고 나서
가끔 구경간답니다. 새책 구경하
는데 제격이지요.

서점의 폐업, 그저 안타깝습니다.

2023-12-04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4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3-12-06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핸드크림 어디거 쓰시나요?
치킨 먹고픈 마음이 들게 하네요.
잔잔한 이야기인듯 보입니다.

레삭매냐 2023-12-06 10:58   좋아요 1 | URL
저는 아트릭스를 사용한답니다 ^^
집에도 하나, 사무실에도 하나
그리고 차에도 비치해서 며칠
동안 죽어라 쳐발쳐발했더니
손등이 다 나았답니다.

어젯밤에 먹다 나은 허니콤보 치
킨에 샘 애덤스 비루 한 깡 했습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