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고딘의 시작하는 습관 - 머뭇거리는 순간, 기회는 지나간다
세스 고딘 지음, 유영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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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세상이 참 어렵습니다.
2012년 삼성경제연구소의 2012년 국내 트렌드 전망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었죠.
경제 3중고, 내수부진 지속, 기후변화와 자원 리스크의 일상화, 남북관계 불안정 등, 지속적인 어려움을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걸 떠나서 '살기 힘든' 이슈들이 워낙 많았던 작년, 그리고 올해(물가만 해도 한숨이 쉬어지죠)인 것 같습니다. 
제 주위의 수많은 사업하시는 분들은 "이런 경기에는 뭘 해도 안 된다.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라고 말씀하시고, 직장인들은 "못된 상사가 있어도 버텨라"라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수성'을 이야기합니다. 뭐, 악순환이죠.

하지만, 이 상황의 극복이야말로 '시작'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면 지탄받을 일일까요? 혹은 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모두가 '시작'하는 역동성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자기 일 아니라고 책임지지 못할 소리 하는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최근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고, 그래서 작다면 작을지 모르겠지만, 두 개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물론 성공 가능성은 잘 모르겠습니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심란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더 이 책이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또 참 많이 유명한 마케팅 그루, '세스 고딘'의 시작하는 습관(원제 : Poke the Box)이라는 책입니다.
 



굉장히 적은 분량의 이 책은, 책 전체가 단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Poke the Box", 상자를 쿡쿡 찌르는 습관을 갖고 그를 통해 뭔가를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왜 수많은 회사에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직업은 없느냐? 라고 강하게 물을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며,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그를 통해 시작해야만 좀 더 훌륭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시작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들의 편견을 하나씩 하나씩 제거해갑니다. '실패하면 어쩔건데?' 라든가 '삽질했다가 받을 엄청난 비난은?'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시작'에 대한 개념입니다. 바로 '완성을 전제로 한 시작'이라는 부분이죠. 물론 일단 시작했으면 그 결과는 보고 그만 둬도 그만 둬야지라는 생각을 당연히 갖고 있습니다만, 왠지 모를 두려움도 인지상정 아니겠어요. "나는 할 만큼 했어"라는 욕 먹을 소리도 쉽게 나오구요.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창업이 중도에 멈추는 것일 테구요. 개인적으로 저를 가장 정신 차리게 했던 대목입니다.


사실 이 책은 도미노 프로젝트(
http://www.TheDominoProject.com) 라는 세스 고딘의 프로젝트의 발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2010년 중순 "더 이상 전통적 출판을 하지 않겠다"라는 선언을 했고, 그에 이어진 일종의 대안 출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좋은 컨텐츠가 또 다른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그런 도미노 현상적인 화학반응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하는 것이었구요.

그래서 이 책과 함께,  
 "What would our world look like if more people started projects, made a ruckus, and took risks?"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리스크를 짊어진다면 우리 세상은 어떻게 될까?)라는 시작을 선언한 셈이겠지요.
개인적으로도 참 많이 기대됩니다. 대한민국의 더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더 고민하고, 또 그 고민의 결과를 시작으로 옮긴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그런 변화의 모습이 말입니다.

이 책, 어쩌면 '당장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그냥 받아들일 수 있다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될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당연할 수 있는 메시지의 강렬한 전달을 바란다면, 혹은 시작에 대한 망설임을 날려버리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와 함께, 무료 배포중인 아래 Poke The Box의 워크북도 함께 참고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마지막으로 책에 대해 쓴소리 한 마디 하자면, 이 책은 사실 분량도 적고, 그래서 미국 내에서도 원래 저렴하게 나온 책으로 보입니다. 20불 내외인 그의 다른 책들을 생각했을 때, 이미 판매가도 13불이었고(미국은 한국에 비해 책이 많이 비싼 편입니다), 지금은 6.29불이면 살 수 있으니까요(아마존 기준). 
그런 책이 국내에서는 종이책 11500원, 전자책 9200원에 팔리는 것은 좀 그렇더군요. 개인적으로 전자책으로 읽었습니다만, 서점에서 사실 살려다 워낙 얇고 분량이 적어서 만지작거리다 사지 않았던 경험입니다. 그러다 전자첵을 구매했지요. 이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물론 분량이 책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본토보다 더 비싸게 산다는 것은 조금 기분이 그렇지 않으세요?
뭐, 그렇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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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로 살아보기 -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오프라인으로 지낸 40일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김정민 옮김 / 율리시즈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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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날로그로 살아보자! 라는 운동이 최근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개인적으로도 얼마 전, IPTV를 뒤적이다가,  달콤한 로그아웃, 아날로그 날다 라는 SBS의 방송을 관심 있게 본 적 있습니다. 너무도 깊숙하게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버린 인터넷. 특히 최근 엄청난 속도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그 혁명적인 편리함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들이지만, 그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몇몇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아날로그로 살아보기'를 실험하는 그런 방송인데요, 구미가 당기는 분들은 한 번쯤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운동은 비단 국내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비슷하기 마련이니까요.
이 책, '아날로그로 살아보기'는 멀리, 독일에서 유력 일간지와 잡지사 등에 인기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토프 코흐 라는 작가가 쓴 또 한 번의 '아날로그로 살아보기' 실험에 대한 체험기인 셈입니다. 
그것도 꽤 잘 쓴.

 

그렇다면 왜 이렇게 '아날로그'로 돌아가보려는 실험을 자꾸 하는 것일까요?
사실 앞서 언급했던 SBS의 다큐나 이 책의 소재가 된 이 '아날로그'에 대한 실험은 그리 독특한 주제는 아닙니다. 상당히 빈번히 많은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도 최근의 기술 혁신은 굉장히 좋아합니다. 또 잘 활용하고 있구요.
무언가 알고 싶을 때, 그저 스마트폰의 '검색'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편리한 사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가볍게 통화 버튼이나 SNS 혹은 카카오톡같은 메시지 어플로 약속을 잡을 수 있는 그런 편리함 말입니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그런 기술 혁신을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만끽하고 계시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동전에는 앞면과 뒷면이 있습니다.
책의 저자는 '인터넷이 우리에게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처럼 느끼지만, 절약을 해주는 시간만큼을 다시 빼앗아간다'라고 충고합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참 맞는 말입니다. 
1~2분의 통화로 해결될 문제를 수십번의 메시지로 해결한다거나, '송파구 맛집'을 찾으러 들어갔다가 관심조차 없었던 한 연예인의 결혼 소식까지 보고 나오는 경우, 원치 않게 쌓여가는 엄청난 스팸 메일을 정리하느라 보내는 시간....  생각해보면 끝이 없습니다.

저자는 이사를 하면서 끊어진 인터넷 서비스의 이전이 예상치 않게 늦어지면서 패닉 상태에 빠져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디지털'에 대한 욕구(라고 쓰고 중독이라고 읽던가요?)'에 놀라며, 40일간의 아날로그 라이프를 꿈꿔봅니다. 그리고 과감히 여자친구에게 선언하고 시작하게 되지요. 스마트폰에 인터넷까지.

그렇게 시작된 체험기는 처절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보낸 메일은 물론이고 스마트폰까지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주위 사람들과의 연락이나 일에 큰 고통을 겪게 되지요. 당연히도 그럴 것이, 이미 메일과 스마트폰이 사회적인 도구로 일반화된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그로 인한 불편함을 이해해주기란 쉽지 않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좌충우돌, 참 힘들게 아날로그의 삶을 지켜나가면서 과거에 갖고 있던, 하지만 잊어버리고 살던 것들을 새삼스럽게 얻게 됩니다. 연락 없이 찾아간 친구의 집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라든지 또는 '마음까지 편안한 주말의 휴식' 같은 것 말입니다.

에필로그 부분에 담겨있는 저자의 체험이 담긴 '조언'.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디지털'의 삶 속에서 한 번 생각해볼 거리가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40일간의 아날로그 라이프를 '견뎌낸 뒤' 다시 저자는 '디지털' 삶 속으로 복귀합니다. 분명 40일간의 아날로그 속에서는 우리가 잃어버린,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겠지만, 사실상 그렇게만 산다면 '고립'일 테니까요(물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아미시 사람들 같은 분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선택의 문제겠지요).
그리고 다시 '컴백'을 하긴 했지만, 아날로그를 겪었기에 달라진 자신만의 몇 가지 원칙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저금 더 충실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반적인 책은 꽤 재미있습니다. 황당한 도전답게 여러 문제들도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들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을 뿐 아니라, 기자답게 마크 주커버그나 클레이 셔키와 같은 IT 관련 지성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해서 책 전반에 이런 디지털 인터넷 문화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을 채워나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흠, 과연 나라면 이런 '아날로그 체험'을 하고 싶을까... 라고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런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
우선 사회적 합의라는 부분에서 이미 아날로그로 살아가기에는 '업무'나 '사회'라는 면에서 너무 큰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니까요. 특히 국내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저자의 생각에는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디지털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론은 심플합니다.
'휘둘리느냐' '활용하느냐'의 사이지요.
과연 나는 저 둘 중 어느 쪽인지를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드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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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맏아들 - 대한민국 경제정의를 말하다
유진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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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셋 둔 가난한 부모가 있었다.
장남이 성공하면 두 동생들을 보살펴줄 것으로 믿고, 논 팔고 소 팔아 장남을 의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장남은 자기 먹고살기도 힘들다며 부모 형제를 외면한다."

위와 같은 이야기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맏아들을 욕할 수도 있고, 반대로 맏아들을 옹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책, '가난한 집 맏아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실질적인 도덕 법칙과 경제학에 의거하여 맏아들이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분배해야할 적정한 수준의 금액을 산정합니다.

'아니, 그런 경우가 얼마나 된다고 그런 걸 갖고 책을 내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이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대기업 or 재벌'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맏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학과 정의론으로 알아본 이 책 속의 '맏아들'이 '당연히' 분배해야 할 몫은 굉장히 많다는 것에 생각보다 많이 놀랐습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 비용은 "맏아들이 받았던 대학등록금보다는 훨씬 많고 동생들이 입은 암묵적 손해의 합계보다는 적은 수준"입니다. 즉 이 내용을 국가와 재벌에 적용시켜본다면 "직접적으로 대한민국에 지원받은 금액보다는 훨씬 많고, 재벌들의 발전에 의해 전 국민들이 입은 암묵적 손해의 합계보다는 적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재미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기업들이 이와 같이 많은 금액을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면 누가 열심히 일을 할 것이며, 사회주의적인 발상이 아니냐...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기업들이 보상해야 하는 금액은 일정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금액 이상만 된다면 기업들은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를 잃지 않습니다. 예컨데 1조 원의 수익을 올린 기업이 2천억 원을 사회에 환원한다 해도, 여기서부터 추가적으로 버는 비용들은 모두 기업의 몫이 되는 것이니까요.

당시 돈으로 가볍게 3억 2천만원의 이득, 그리고 이것이 당시 대기업 예비회사(?)들에게 주어진 특혜의 일부일 뿐이었다는 것.그 당시 "이런 특혜를 주는 대신 앞으로 30년간 수익의 30%를 국가에 낸다면 특혜를 주겠네"라는 조건만 걸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더 달라졌을까요?황당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당시의 파격적인 특혜를 생각하면 그래도 누구나 달려들만한 매력적인 조건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굉장히 무심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려웠던 대한민국이 지금의 상황까지 발전한 데에는 물론 뛰어난 대기업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엄청난 국가의 특혜가 따랐던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엄청난 특혜였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가난한 집 맏아들"이라는 표현이 절묘하게 어울릴 만큼이나 전폭적인 지지를 대한민국 정부는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혜택을 받지 못 한 동생들, 즉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입은 암묵적인 손해도 그만큼이나 엄청난 것이었겠지요.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신들의 피와 땀을 통해 대기업 못지 않은 노력들을 해왔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분배의 정의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책의 내용도 분명 '노블리스 오블리주'까지를 바라기 전에 기본적인 분배의 정의를 말하고 있구요.




최근 특히 정말 수많은 매체를 통해서 '재벌'이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를 논하고 있습니다.
나는 꼽사리다, 저공비행, 희뉴스 등의 진보 팟캐스트들 뿐만 아니라, MBC의 100분 토론, KBS의 취재파일 4321 등의 보수적 성향을 띄고 있는 공중파 방송사에까지도 떠들썩할 정도니까요.

앞으로 가난한 집에서는 첫째 아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 전 '사전 계약서'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상의 특혜를 일정 기업들에게 엄청나게 지원해준 대한민국, 하지만 그들이 성공하고 전례 없는 이익을 이끌어낸 2011년의 국내 경제, 특히 서민 경제는 특히 찬바람이 불 뿐이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역풍으로(물론 올해 있을 총선과 내년의 대선 때문도 큰 이유일 것입니다만) 이런 재벌의 개혁을 논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역풍이 부는 이유는 '분배의 정의'보다 먼저 그간 재벌이 행해온 탈법, 절세라는 이름의 탈세, 순환 출자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과 총수 일가의 지배력 상승 등이 이유가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아직 대한민국의 '분배의 정의'는 꽤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어제 KBS의 취재파일 4321의 재벌 관련 내용들을 보면서 새삼 놀랐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내수 시장에 30대 대기업들이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 그리고 그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들. 그리고 그 안에서 죽어가는 중소기업과 상인들. 대한민국의 전체 파이를 거의 독식하려 하는 대기업들의 확장이 국가의 전체 시장을 죽여가고 있는 모습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짧게 생각하면 '열심히 가장 일 잘 하는 사람들이 돈 버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면 '그 사람들만 독점하는 사회'에서 나머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벌어 재화를 소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나라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독과점이 너무나 당연시되어가는 현 대한민국을 자신의 하루에 대기업의 물건과 대기업의 먹거리, 대기업의 재화가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를 한 번 생각해보면 누구나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래서 변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최근의 경제학을 보면 "분배가 잘 되는 나라가 더 큰 생산성을 갖는다"라는 경향까지 발견되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성실함'만을 강요받아온 대한민국의 국민들, 그래서 대기업에 대해, '우리 아들도 저기서 일했으면', '저 회사들을 제한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해가 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분배의 정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얼마전 MBC에서 방송된 재벌 관련 100분 토론에서 3:1이 되어가면서까지 재벌의 입장을 대변해준 모 논설위원이 몸담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에서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이 왠지 재미있습니다. 뭐, 같은 회사라 하여 다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 그렇지만 왠지 저는 재미있네요.


MBC 100분 토론 2012년 2월 7일분 왜, 재벌 개혁인가 - http://goo.gl/YfI9C
KBS 취재파일 4321 2012년 2월 26일분 재벌 - http://goo.gl/krESF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 5편 재벌 마피아편 - http://soundcloud.com/lowflying/5-1
나는 꼽사리다 12회 - 대한민국 재벌개혁을 논하다! - http://goo.gl/wGiyL
이정희의 희소식 11화 재벌해체, 맞춤식 재벌개혁 로드맵으로! - http://soundcloud.com/heenews/heenew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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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경영의 원칙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안철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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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안철수 현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분입니다.
아주 어렸을때, '컴퓨터학습'이라는 잡지가 꽤 팔리던 시절(이거 나이가 드러나는 발언이긴 하지만서도) 인터뷰를 읽었을 때부터 어떻게 자신이 즐겁다고 저렇게나 열정적으로 하루 세시간씩 자면서 '무료' 백신을 만들어 뿌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라면서요. 그 이후로도 의대 교수를 사임하고 안연구소를 열었을 때나, 안연구소를 퇴직하고 다시 공부를 하러 갔을 때, 그리고 서울대 교수로 돌아왔을때 등, 지속적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가장 좋았달까요.

이 책, 안철수 경영의 원칙은 지금은 대한민국 정치의 핵이 되어버린(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철수 교수의 201년 3월 강연을 정리한 책입니다.
전반적인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부제가 '경영의 원칙' 답게 10년간의 안연구소 경영, 그리고 지금의 노리타운 스튜디오와 포스코 이사회 의장 등을 통해서 얻어온 경영자로서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특히 이 경영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최근에 와서 경영자로서의 역량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은 더욱 한번쯤 읽어보시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그의 경영의 원칙을 간단히 요약하면, 끝없는 질문과 그에 대한 성찰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을 시작할 때부터, 중요한 세 가지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찾으면서 기업가로서의 물꼬를 텄고, 그 이후에도 사회의 변화가 던지는 다양한 경영에 대한 질문에 와튼 스쿨의 MBA 과정이나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나름대로의 답변을 던져온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그의 답변은 계속 되고 있구요.



이 책의 가치는 그 강연뿐 아니라 뒤이어 이어지는 패널들과의 문답, 청중과의 문답에도 오롯이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도 나름 많은 강연이나 세미나등을 다녀봤지만 참 이렇게 가치있는 질문, 가치있는 답변이 오가는 경우를 찾기가 참 힘든데요, 역시 안철수라는 인물이 참 많은 책을 읽기로도 유명하지만, 자기 자신이 던져온 자기 삶에 대한 질문, 그리고 그 답변을 찾기 위한 혼신의 노력이 빛난다는 생각입니다.
흔히 말하는 '내공'이랄까요? 그런 내공이 '아, 이 사람 참 말 잘 한다'를 넘어서서 '아, 이 사람과 대화해보고 싶다'라는 욕구를 불러일으켜주는 것 같습니다. 현재 나이 51세(이 책의 강연 시점에는 48세였군요)이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더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계신 분이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그가 자기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던지는 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의 과정을 정말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반성과 자기성찰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책 사이즈인 '18분'과의 비교.


참고로 이 책, 참 얇습니다. 웬만한 출퇴근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단점으로 뽑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페이퍼백(Paperback)이 팔리지 않는 국내시장을 한탄하는 사람이기도 하며, 책의 크기나 두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리고 '적은 분량 속의 높은 가치'의 전형적인 예가 이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구요.
다만, 이 책의 가격은 좀 불만입니다. 이 정도 분량에 9,500원이라는 가격(물론 인세 문제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릅니다).
이 정도 가치가 있는 책이라면 훨씬 더 싸게 좀 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게 해 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안 그래도 많이 읽는다구요? 그래도 더 싸면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읽지 않을까요?

그만큼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하는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2010년 3월에 있었던 강연 정리집을 이제 출간한다는 것, 뭐랄까 시류영합적인 냄새가 강하달까요. 좀 더 일찍 내주었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교수님 책은 스테디셀러로 유명(영혼이 있는 승부 같은 경우는 팔쉽쉐~)한데 굳이 이렇게 오해받을 시기에 낼 필요가 있을까요. 게다가 시기적으로 딱 오해받을만 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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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뇌를 훔친 소설가 - 문학이 공감을 주는 과학적 이유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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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문학작품을 읽었을 때 느끼는 감동. 
그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는 왠지 성역을 건드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랑, 행복, 그리고 감동 등을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좀 껄끄럽달까요? 

하지만, '뇌를 훔친 소설가'는 굉장히 재미있는 이력을 가진 책입니다. 
보통 위와 같은 시도를 한다고 한다면, 신경과학자의 도전일 법한데, 이 책의 경우는 문학박사의 도전쪽이니까요. 러시아 문학의 전문가인 석영중 교수가 펴낸 이 책은 그래서 구미가 당겼습니다.
특히 문학박사이기에, 딱딱한 과학적 지식의 나열이 아닌 감성적이고 좀 더 이해하기 쉬운 과학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작용했구요. 예전에 읽고 참 좋았던 '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은행나무)'처럼 말입니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코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흉내, 몰입, 기억, 변화.
 네 개의 두뇌 활동의 핵심적인 코드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함과 동시에 이 책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인 '문학적인 예시'를 가득 들어줍니다.
특히 저자의 전공이 '노어노문'이기 때문인지, 주요 작품들은 러시아 작품들이구요.
물론 러시아 작품이라고 해서 생소한 것은 아니고, 톨스토이, 체호프, 푸쉬킨 등 대부분 정말 유명한 '문호'들의 작품들을 통해 그 예시들은 이루어집니다.


새삼스럽게 놀라웠던 것은, 과학적인 증명이 이루어지기 훨씬 전부터 그들의 문학작품 속에는 '증명되진 않았지만' 광장히 적확한 두뇌활동의 구조가 서술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예시로 골라낸 텍스트들은 참 간만에 읽는 고전(!)들이라 그런지 좀 눈에 안 들어오는 경향이 있었지만, 분명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과의 일맥상통함이 놀라우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아마 저자가 이 책을 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문학은 주로 '사람'의 이야기고,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생각 패턴, 그리고 경험을 투영하는 것이니까, 대문호들인만큼, 그리고 그만큼의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서 그려냈기에 최근 더더욱 각광을 받는 '인문학적' 고찰이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앞으로 더 멀고먼 길을 가야 하는 뇌과학이라는 분야에서 문학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참고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겠구요.

개인적으로도 참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뇌과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보다 쉽게 표현하려는 노력이 책 전반에서 느껴졌고(오히려 고전 작품들이 더 어려울 때가 있었다는...), 그런 가운데 뇌의 작용에 대한 내용을 흥미롭게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적인 지식의 또 다른 접근, 이런 식의 컨버전스는 독특한 즐거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솔깃했던 구절. 죽을 때까지도 전혀 노화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 톨스토이의 뇌!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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