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암환자 연재의 버킷 리스트가 화제다.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해야할 일들의 목록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동명의 영화가 있기도 하다.
이 책 역시도 얼핏보면 여자로서 해야할 버킷 리스트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는 존재한다. 다른 여타의 버킷 리스트들과는 달리 이 책은 단순은 양적이거나 표면상의 리스트가 아닌 여자의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해주는 어떤 정신적인 리스트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흔히들 어떤 물건을 획득하겠다, 뭔가를 이루겠다는 식의 고정화되고 정형화된 리스트가 아니라 정신적 풍요로움을 위한 사람의 지침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이 바로 기타의 여성을 위한 자기 계발서와는 차별화 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 속에서는 무려 65가지 나온다. 패션 잡지사의 기자 경력을 가진 저자의 감각적인 리스트들이다.
물론 개중에는 공감이 가는 것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것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 리스트들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내 삶이 좀 더 유연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미술잡지를 즐겨 읽는다는 저자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굉장히 감각적인 책임에는 틀림없다.
갤러리를 찾아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고 하면, 왠지 고상한 척하거나 특별히 시간을 내야 하는 보통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는 자신의 직업적이고 개인적 취향을 충분히 살려서 각각의 리스트들에 어울리는 총 33컷의 현대 미술 작품들을 잘 연계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치 갤러리에서 개인 큐레이터를 옆에 대동한채로 작품 감상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책 속의 리스트들과 함께 나오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고 유쾌하다.
표지에 나온 이미지 역시 작가 황나현의 <꿈의 소리>라는 작품이다.
전체적인 내용을 들여다 보면 확실히 여자에 초첨을 맞춘 지극히 여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녀 모두를 떠나 내 인생을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꾸미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만한 책인 것 같다.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My bucket-list를 채워보는 시간을 통해 내 인생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매일 매순간 생각만으로 번민하는 당신에게 조금의 용기와 실행의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에게 그리고 그녀에게 이 책 한권 정도는 선물해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