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중이 쓰고 이문열 작가가 번역한『삼국지』10권이 우리 집에도 있었다. 솔직히 완독하지는
못하고 3권까지인가 읽다가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비슷한 이름에 그 복잡한 관계도에 분명 재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둔 기억이 난다. 결국
아직까지도 완독하지 못한 경우라 삼국지의 자세한 부분부분까지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처음 『호접몽전』을 접했을 때 망설인게 사실이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SF&판타지이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책을 본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어본 바에 의하면
굳이 삼국지를 다 몰라도 읽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중간중간 삼국지에 등장했던 사건이나 인물들간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에 대한 부분은 주인공인
진용운이 간략하게나마 설명을 해주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호접몽전』은 먼저 네이버 오늘의 웹소설에 연재되었던 이야기를 독자들의 요청으로 인해 이렇게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이미 네이버 N스토어 SF&판타지 부분 평점 전체 1위에 달할 정도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생김새나 옷차림, 말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그 시대와 어울리지 않은
진용운이라는 소년이 군사(군대를 지위하는 직책)가 되어 유비에게 동탁 중영을 치기 위해 천하제일험관이라 불리는 함곡관에 매복하고 있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정체가 의심스러우나 마치 미래의 일을 모두 아는것 같은 능력을 가진 용운이기에 그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유비는 용운을 지키는 호위무사격인 네 명의 여무사 '사천신녀'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조가창법이란 창술을 사용하는 무공과
성품, 외모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무사 조운 자룡과 함께 이 군사작전을 수행한다.
한국말을 하는 용운과 삼국시대의 중국말을 하는 유비가 서로의 말을 하지만 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는 지금의 현실은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이야기는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2월 14일 용운이 종업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날 같은 고등학생이지만 체격등 모든 것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는 병화를 만나 구타를 당하고 상황이 심각할 때쯤 역시나 자신을 감시하던
요원이 나타나 구해준다.
여자같은 여리여리한 외모에 공부를 좀 잘하는 것 말고는 평범해 보이는 용운에겐 사실 엄청난
능력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아버지 진한성처럼 '순간기억능력자'인 동시에 '과잉기억증후군' 환자였다. 한 번 본 것은 사물이든 사람이든 모두
기억하고 한번 기억한 것은 죽기 전까지 모두 사라지지 않는 능력은 그에게 저주나 다름없다.
어느 날 중국에 입국한 기록만 남기고 아버지가 사라져 행방불명이 되자 경찰이 집으로 와 단서를
찾던 중 놀라운 것을 집안에서 발견하고 결국 국가정보원에까지 이관되는데 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이자 유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해체를 시킬 수도 없었던 정부는 용운의 집을 통제구역으로 지정해 관리에 들어가고 그
역시도 관리를 빙자한 감시를 받게 된다. 병화에게 맞고 돌아온 그날 평소 기억하는 소리와는 다른 하나의 소리를 감지해낸 용운 앞에 자신을
구해줬던 요원이 끔찍한 상처를 입은 채 나타나고 뒤이어 손목에 별 모양의 문신을 새긴 남자가 나타나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며 그를 데려가려
한다. 이상한 칼을 든채...
위급한 상황에서 아버지가 사준 옥으로 만든 나비인 벽옥접상으로 그의 칼을 막는 순간 그의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렇게 다시 눈을 뜬 그는 어리둥절한 가운데 한 무리의 남자들을 만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그들에겐 무력, 지력, 매력, 통솔력, 정치력, 호감이라는 평가가 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치 자신이 평소 즐겨하던 게임
<삼국지>에서 자신이 각 캐릭터마다 설정해놓은 다섯 개의 힘처럼 말이다.
위험에 처한 순간 이들 앞에 조운 자룡(유명해지기 전)이 나타나 구해주고 용운은 안전을
위해서라도 조운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직감한다. 스스로 산에서 공부했다며 조운을 안심시키고 미래를 예건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둘은 조운이 찾아가는 공손찬의 성으로 향한다.
그 사이 어느 마을에서 위협을 당하고 이때 자신이 게임에서 만든 사천신녀이자 의자매인 네 명의
여무사 검후, 청몽, 성월, 사린으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또한 자신들을 공격한 것이 용운과 같이 미래에서 온 천기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들
위원회가 최소 열명 이상은 된다는 것, 사람들을 현혹시켜 세상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바꾸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삼국지와 컴퓨터 게임을 결합시켜 게임 속에서 용운이 자신은 물론 탄생시킨 여러 캐릭터와
삼국지에 나오는 각종 인물들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현실인듯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면서 점차 용운은 자신이 중국 삼국시대로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힘이 지배하는 사회 속으로 자신의 이상형인 네 명의 여무사와 자신이
만들어낸 자신의 모습으로 온 용운은 평소 자신이 저주라 생각했던 '순간기억능력자'이자 동시에 '과잉기억증후군' 환자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해
과거에 적응해가면서 아버지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삼국지를 읽었기에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는 그가 과거를 조금씩이나마 바꾼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결국 자신처럼 이 시대로 온 위원회 사람들과의 만남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그 능력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
흥미롭게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