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9.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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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오는 월간 샘터 7월호에는 역시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포문을 여는 것은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씨가 전하는 나무를 통해 삶의 지혜를 얻는 <나무에게 길을 묻다>이다.

 

버틴다는 의미가 자칫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모진 풍파에도 자신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내는 나무의 모습을 보면서 그 신비로운 생명력에 대한 주목(朱木)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해인 수녀님이 전하는 故 장영희 교수님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가치가 높에 평가되는 교수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또 <이 남자가 사는 법>에서는 얼마 전 <도시어부>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배우 지창욱 씨가 소개된다.

 

지창욱 씨의 연기를 많이 본 적은 없기에 이 코너를 통해서 지창욱 배우의 필모그라피와 함께 인생 이야기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월간 샘터에서 좋아하는 것이 바로 <할머니의 부엌수업>인데 이번 호에서는 김정순 씨가 전하는 간재미를 이용한 찌개와 초무침이다. 사실 간재미는 익숙한 식재료가 아니기에 먹어 본 기억이 있나 싶은데 이 책을 보니 초무침이 먹어보고 싶어진다.

 

잡지에서는 김정순 씨의 이야기와 함께 레시피도 소개되니 만약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참고해 만들어봐도 좋을것 같다.

 

 

 

쪽방촌 골목에서 만난 다큐멘터리 사직가 조문호 작가의 이야기도 나온다. 인상적인 것은 이분의 얼굴 표정. 매번 피사체를 찍는 것에 익숙해서일까. 샘터의 카메라르 보고 웃고 계신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외에도 마을 이름이 너무 귀엽다고 생각되었던 광주 양림동의 펭귄마을이 궁금했다. 시인 김현승이 사랑한 곳이라고도 하는데 동네의 정경의 풍경과 함께 마치 가이드가 동네를 소개해주는듯한 글들을 보면 가보고 싶어진다. 펭귄빵도 있고 골동품 가게도 있는 골목골목의 풍경이 보고 싶어진다.

 

작은 잡지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는 풍성하다. 코너도 다양하고 특집 기사와 행복일기의 경우에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기에 좋다. 또 교양지답게 문화예술계의 이야기도 담겨져 있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볼거리가 가득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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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보리 만화밥 9
이종철 지음 / 보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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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을 보기 전까진 '까대기'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아마도 택배를 보내고 받아만 봤지 그 택배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에게 오는가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택배기사분들의 노고가 크다는 것과 함께 혹시라도 택배가 늦더라도 재촉하지는 말자는 생각은 했었다.

 

그건 아마도 예전에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멤버들이 달력 배달을 직접하고 그 하나당 몇 백원씩 받아 그 안에서 점심도 해결해야 했던 에피소드와 극한 알바편에서 하하씨가 택배 상하차를 하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뉴스를 통해서 물류센터에서 택배 상차차를 하던 아르바이트생의 사고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까대기를 보니 바로 그 뉴스가 생각이 났다.(실제 이 만화 속에서도 그 이야기가 언급된다)

 

이 책은 저자인 이종철 작가님이 만화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고향에서 서울로 상경한 후 생활비를 벌 목적으로 시작했던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인 '까대기'의 경험을 동명의 작품으로 그려낸 것인데 이 책은 까대기를 비롯해 이 업계 사람들이 아니라면 쉽사리 알기 어려운 택배 업계의 생생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 읽으면서 마음이 조금은 무거워지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쉽게 표현하면 우리가 인터넷에서 물건을 하나 구매했을때 업체에서 택배기사님은 그 물건을 받아 고객인 우리에게 배송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다.

 

처음 물건을 업체에서 받아와 물류센터에 실고 있는 과정도 간단하지 않고 거기에서 각지점 또 각지점, 거기에서 대리점 또 거기에서 각 동으로의 분류까지. 우리가 쉽게 운송장 조회를 하면 나오는 그 배송 과정을 이 책을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시급은 높으나 그만큼 고된 일.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육체적 힘듦만큼이나 인격적인 모독, 그리고 정신적인 힘듦과 지침까지... 너무 적나라해서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택배기사분께 왜 빨리 안가져주냐는 말은 못할것 같다.

 

정말 물건을 함부로 다루고 불친절한 분들도 있지만 모든 분들이 다 그렇지는 않은 것처럼 조금은 서로가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비교적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 까대기 업무에 대한 사실적인 전달과 그 과정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이야기 등도 담담히 그려내는데 앞으로도 솔직한 이야기의 만화를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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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잘될 거야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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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글은 여러 면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자아낸다는 점이 아마도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특히 2030세대, 또 그 이상의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이야기를 만화로 잘 표현하는데 이번에 만나 본 걱정 마, 잘될 거야』는 세 명의 마리코가 들려주는 직장 내에서의 고충을 풀어낸다.

 

 

먼저 세 명의 마리코 중 가장 어린 이제 직장 2년차 오카자키 마리코, 셋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연차가 높은 20년차 직장인 나가사와 마리코, 끝으로 신입사원과 이제는 일해 온 해보다 정년이 더 짧게 남은 베테랑 사이에 낀 12년차 직장인 야베 마리코다.

 

사실 어느 자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얻는게 있으면 또 고생스러운 면이 있기 마련이다. 특이하게도 세 명의 동명이인인 마리코는 어떤 면에서 보자면 각자의 과거의 모습이자 또 한편으로는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다.

 

오카자키 마리코는 신입 딱지를 떼고 조금씩 조직에 적응해가고 있긴 하지만 젊은 세대 특유의 개인적인 모습도 보이긴 한다. 그러나 조직에 어울리고자 노력하기도 하는데 이는 괜시리 젊은 사람이 나선다고 하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에 행동을 주춤하게 만든다.

 

미혼의, 딱히 출세에 관심없이 묵묵하게 그 자리를 지켜 온 나가사와 마리코는 그런 오카자키의 모습에서 신입다운 당돌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당시 자신 역시 어색한 면도 있었고 또 모든 면에서 조심스러웠고 힘들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야 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멘토라든가...) 마음이 있지만 괜히 오지랖을 부린다고 할지도 모르고 또 나이든 이의 간섭처럼 비춰지기도 할까봐 역시나 섣불리 그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 있는 야베의 경우 더이상 신입도 베테랑도 아닌 애매한 위치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 마냥 끼기도 그렇고 아직은 나가사와씨처럼 다소 아줌마 같은 직장내 외교(?)를 펼치기도 뭣한 포지션이다.

 

일종의 과도기 같은 인물. 그러나 동시에 야베는 오카자키가 겪었던 마음을 비교적 최근 겪었고 또 그녀의 미래는 나가사와일거란 생각을 한다. 이들은 하나의 일에 대해 각자가 느끼는 모습을 마음 속 독백처럼 그려내는데 기본적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 그리고 괜히 다섰다가 오해를 사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편을 들지도 그렇다고 따뜻한 조언도 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한 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묘하게 세 명은 독백은 그 흐름이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자 직원만 차 당번이 있다는 점도 참 이상하고(그래도 이를 당당히 거부하긴 사실 힘들 것이다.) 사내 결혼에 대한 생각과 함께 결혼 후 육아 휴직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출산마저 유치원을 들어가기 쉬운 때에 맞춰서 해야 이후 복직을 하기도 쉽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직장맘의 고충을 결혼도 전에 생각해야 하는 여성의 삶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도 이런 부분은 디테일한 부분에선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체적으로 유사한 경우가 많아서 국내의 많은 여성팬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마지막에서는 서로가 조금은 벽을 허물고 지나치게 서로의 사생활에 개입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은 앞으로의 관계가 조금은 덜 어색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해서 마지막까지 현실감을 놓치지 않는 이야기라 더욱 좋았던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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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05-0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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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시리즈는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놀(다산북스)에서 출간된 도서들을 통해서 처음으로 제대로 읽었는데 일단 캐릭터가 참 귀엽다. 단순한 선들의 연결 같아서 단조로움도 느껴지지만 그래서 뭔가 복잡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면 이상한 말일까.

 

화려한 색감과도 거리가 멀어 왠지 모르게 스토리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던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도 않는다. 보노보노의 오리지널 시리즈나 아니라 보노보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정도가 되어야 제법 글들이 많이 나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여러모로 부담이 없었던것 같아 은근한 매력으로 빠져들었던 캐릭터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에는 얘가 어떤 종류의 동물인가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덧 행복이라는 것은 결국 멀리 있는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보노보노의 이야기의 귀기울이게 되는것 같다.

 

그런 가운데 만나게 된 책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는 여전히 무심한듯, 그러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보노보노와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특히나 이 책이 의미있는 것은 처음 보노보노 시리즈가 세상에 선을 보였던 1986년(상당히 오래되었다. 생각보다 더 오래...)에 고단샤 만화상을 수상한 이래로 무려 30년이라는 시간이 넘도록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데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는 소위 ‘결정판’이기 때문이다.

 

뭔가 더 의미있게 다가오지 않는가. 무려 ‘결정판’이다. 그동안 연재되었던 수백 편의 보노보노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만을 따로 모아 놓은 그야말로 best of best인 셈이다.

 

실제로 이 책에 담겨져 있는 에피소드들은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에피소드들을 위주로 이 책의 원작자이기도 한 이가라시 미키오와 다케쇼보 편집부가 함께 엮은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보노보노는 어딘가 모르게 철학자 같은 말을 한다. 간혹 아이들이 뜻하지 않은 말로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현자 같은 말을 할 때가 있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까 싶을 때가 있는데 보노보노는 비록 동물의 모습을 한, 그리고 아직 아이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왠만한 나이만 먹은(?) 어른들은 뛰어넘는 지혜와 철학을 보여준다.

 

아마도 그런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에는 더욱 많이 담겨져 있지 않나 싶고 그래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더욱 많이 받은 에피소드들일거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보노보노의 이야기를 만나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 ‘결정판’ 만큼은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고 이미 보노보노의 매력에 빠져 있다면 이 책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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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미숙 창비만화도서관 2
정원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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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말이 떠오르는 책이다. 창비에서 출간된 창비만화도서관의 두 번째 작품인 『올해의 미숙』은 장미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래서 학창시절 미숙이가 아닌 미숙아라는 이름을 불리며 은근히 아이들의 괴롭힘을 당하는 장미숙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미숙이 언니 정숙과 함께 병원을 찾은 후 간단한 검사를 끝내고 헤어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우울증에 대한 진단을 받은것 같았던 언니 정숙은 미숙에게 정신력을 버티면 된다고 했지만 실상 더 심각한 언니의 병은 정신력으로만 버티기엔 힘든 상태였다. 유전병이기도 한 다발성 골수종. 쉽게 말해 뼈가 녹는 병이다.

 

괜찮다는 언니의 말에도 불구하고 언니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결국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게 된다. 여행이 가고 싶다던 언니는, 아이를 낳고 싶다던 언니는 결국 병세가 더욱 악화되어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보이기까지 하는데...

 

프롤로그부터 심상치 않은 이야기는 이후 3부에 걸쳐서 진행된다. 1부는 미숙의 초등학생 시절부터 중학교 시절까지다. 한 권의 시집을 내고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쫓는 아버지는 경제력이 없다.

 

결국 어머니가 각종 부엌과 식당 일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고 특히나 딸만 둘인 집안에서 아버지는 은근히 아들을 바라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부모님의 관계는 곧 악화되어 싸우는 일이 잦아지고 언니는 미숙에게 있어서 또다른 보호자가 된다.

 

부모로부터 제대로된 사랑을 받지 못하는 두 사람, 그런 아버지의 재능을 정숙은 닮고자 하지만 오히려 둘째인 미숙이 더 재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언니가 아버지처럼 시를 쓰고자 하는 마음에 보였던 글이 일기라는 혹평을 받은 뒤 미숙은 그 꿈을 생각지도 않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마음을 붙일곳이 없었던 미숙은 어느 날 전학 온 재이라는 아이를 통해 점차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어딘가 모르게 세상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미숙에게 재이는 딱 그런 존재 같다.

 

하지만 그런 재이가 어느 날 다른 학생에게 폭력을 가해 학교에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되는데...

 

2부에서는 미숙의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재이와 재회하는 미숙은 재이와 더 어울려 다니고 서스럼없이 자신의 집안 얘기도 하게 된다. 그 사이 언니는 점차 반항적으로 변해가고 집안 분위기는 점점 더 험악해진다.

 

그러다 재이가 자신이 들려 준 자기 집안의 이야기로 청소년 문학상에서 소설 분야의 금상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되는데...

 

 

3부는 재이와의 사건 이후 결국 학교를 그만 두고 검정고시로 졸업한 뒤 취직을 하고 집안에서 독립해 나온 미숙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공부하는 동안 만난 겸재와 연인 사이가 된 미숙은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 아버지가 아픈 사실을 알게 되고 그토록 아버지와 싸웠던 어머니는 미숙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아버지를 간호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결국 삼년을 살고 죽고 이후 언니가 아버지의 병과 같은 병을 앓아 죽게 된다. 미숙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언니가 힘들어하던 그때 언니에게 무엇이 힘드냐고 물었다면 지금 이 결과가 달라졌을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쩌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본가는 허물어지고 보상으로 나온 돈을 어머니는 옛날 아버지가 던진 책에 맞아 얼굴에 생긴 흉터를 치료하라며 미숙에게 건낸다. 이젠 아버지도, 언니도 떠난 일상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게 된 미숙.

 

과거 잊고 살았던 재이가 안부를 묻더라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지만 딱히 특별한 감흥은 없다. 마치 세상에 통달해버린듯, 아니면 딱히 인생의 희노애락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무감한 표정이 미숙을 감돌아 뭔가 안쓰럽기도 하고 오히려 그녀의 마음 속 스산함을 보여주는것 같아 절제된 고통을 고스란히 드러내는것 같기도 한 묘하게 여운을 남기는 그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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