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3.75마일 1시간 14분 410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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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바쁜 와중에 오후는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점심약속이 집 근처였기 때문에 식사 후 잠깐 만난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다시 운전하고 사무실로 갔다가 돌아오기엔 시간이 조금 애매해진 것이다. 운동을 갔다가 집으로 가면 진짜 일 할 시간이 남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냥 돌아와서 메일 몇 개를 쓰고 나니 막상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천상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뤄버리는 것으로 결론이 나버렸고 덕분에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면서 책을 보고 있다. 


수많은 명작을 낸 Patricia Highsmith의 유명한 시리즈 첫 권. 구판절판 후 작년에 새롭게 나온 것을 구했다. 영문판으로는 3부작으로 나온 책을 갖고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어디엔가 깊이 파묻혀 있어 당장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다섯 권으로 이우러진 시리즈의 첫 작품은 The Talented Mr. Ripley로 영화화된 바 있고 이 외에도 Replay's Game, 그리고 태양의 가득히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바 있는데 Ripley's Game은 두 번째 아니면 세 번째 이야기 같고 태양은 가득히는 첫 번째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뉴욕에서 형편없는 삶을 살고 있는 리플리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선박제조업의 그린리프씨의 아들을 미국으로 다시 데려오라는 부탁을 받고 이탈리아로 가게 된다. 리플리 인생역전의 시작은 그렇게 아주 작게 시작되나 아마 무척 창대할 것으로 보이는 바 남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너무 궁금하다. 당시 맷 데이먼과 쥬드 로, 귀네스 펠트로, 필립 시모어 호프만, 거기에 젊은 시절의 케이트 블랜쳇, 잭 데번포트까지 지금보면 엄청 호화로운 출연진을 자랑하는 영화도 다시 보고 싶어진다. 이럴땐 역시 physical media를 많이 가진 사람이 유리한 것이 넷플릭스 등등 OTT마다 라이센싱이 나뉜 탓에 이젠 한 곳에서 모든 영화를 스트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영화를 몇 편 집중해서 보니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어 영화에 미쳐 매일 극장에 가던 대학생시절이 떠오른다. 


필력과 썰이 대단하다. 천편일률적으로 뻔한 소리만 늘어놓을 수도 있었을 테마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미있고 쉽게 포인트를 잡아 중세 유럽의 상징적인 사건과 인물에 대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좋다. 저자는 원래 유명하고 책도 여러 권이 있는데 이번에 시험삼에 구해보니 다른 책들과 그가 번역한 책들도 모두 구하고 싶어졌다. 예전에 암흑시대로 잘못 알려진 중세는 기실 그렇게 단적으로 구분지을 수 없다는 건 나중에 이런 저런 경로로 지식을 얻어 알게 되었다. 중세에도 오랜 평화와 발전된 생산력으로 안정적인 인구증가가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중세의 르네상스라고 부르는 시기가 먼저 왔으며 이후 다시 지구가 소빙하기에 들어가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중세유럽의 '암흑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 부분을 분명히 하는바 다채로운 모습으로 중세의 굵직한 이야기를 보고 나면 진짜 역사책을 보고 싶어질 것이 분명하다.


첫 권과 마찬가지로 이야기가 많이 장황한 탓에 두 번째는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몇 번인가를 내려놨다가 다시 잡고 지난 주말에 끝낼 수 있었다. 가스등시대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커플(?) 홈즈와 왓슨의 이야기는 언제 봐도 즐겁기 때문에 팬이 많고 코넌 도일의 원작 외에도 엄청 많은 노작과 파생작이 있기 때문에 평생 읽어도 다 못 볼 것이다. 원작의 작품과 연대기를 보충하거나 그 사이사이의 이야기를 파고드는 경우도 있고 아예 새로운 이야기도 있으며 심지어 SF와 호러까지 영역이 확장되어 있는 그야말로 셜록 홈즈는 하나의 장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Denis O Smith의 작품은 부연설명이 너무 많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또다른 홈즈세계관의 모습을 그려낸 의미가 있다.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맥주나 위스키는 잘 안 마시고 있고 소주는 한국사람들과 어울릴 때만 마시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세계관이 무척 일본스러우면서도 깊고 웅장한 니혼슈의 세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문제는 이곳에서 좋은 니혼슈를 구하는 것이 꽤 어렵다는 점. 이제 갓 시작하고 있고 자주 마실 여건은 아니라서 구보타 만쥬, 다사이의 준마이 다이긴조 니혼슈를 몇 번 마신 것이 전부인데 맛이 깊고 양조장마다 차이가 느껴져서 무척 신선하다. 이 부분도 책을 더 구해서 볼 생각이다만 선택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책의 반은 같은 책 일본어버전으로 꾸민 어학목적이 더 강하게 보이는 책은 피할 생각이다. 입문서로 나쁘지 않고 subtle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를 잘 전달하는 책이지만 분량과 구성은 좀 불만이 있다. 사케로 보통 알고 마시는 발효주와 일본에서도 쇼추로 불리는 증류된 독한 술까지 쭉 돌아보고 싶다.


어떤 시인이 무슨 시를 썼는지 모르겠으니 내가 책을 산 이유는 오래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반 정도는 오래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는 바 달리 흥미가 가지 않았기에 건성으로 읽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좀 나았지만 전혀 모르는 저자의 이야기에는 딱히 흥미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연한 첫 만남은 좀 그랬으니 언젠가 두 번쨰 만날 때의 다른 느낌과 다른 모습을 기대해본다.



열심히 책을 사고 영화를 구하고 음반을 구하는 건 내 자신의 만족과 미래를 위함이면서 내가 사랑하는 industry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당장 아마존에서 사면 훨씬 더 싸게 구할 책도 종종 서점에서 구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온라인커머스에 잡혀먹힌 끝에 Best Buy에서도 이젠 매장에 영화와 게임을 전시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일이 서점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책 없는 서점은 얼마나 삭막한 곳일까.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미래가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면 가까이 다가와 있을까 두려운 아저씨의 넋두리다. 


한 주를 잘 보냈으니 내일까지 마무리를 잘하고 늘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열심히 살다보면 그 하루하루의 삶이 compound되어 좋은 날을 맞을 것이라 믿고 있다. 결국 인생이나 주식이나 모두 compounding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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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03-15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덕분에 리플리 시작합니다.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영문판인가 했더니 한글판이네요.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transient-guest 2024-03-15 10:23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리플리 시리즈는 소장가치도 있고 일단 재밌습니다 님께서도 즐겁게 보시면 좋겠습니다

blanca 2024-03-18 09:04   좋아요 1 | URL
덕분에 정말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곧 2권 들어갑니다.
 

걷기 4.09마일 1시간 22분 433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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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st/triceps 1시간 515칼로리

여전히 다치기 전의 수준에 가지 못하고 있으며 수행 후 2-3일 간은 계속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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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리와 시미코 애장판 2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김동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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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의 세계관으로 들어가도 좋을 듯한 괴기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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