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아트'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앤디 워홀. 이 사람 고 백남준과도 친분이 있는 것 같고 가끔 영화 제작에 출연까지도 했으며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에 괴짜처럼 돌출행동을 한다는 것 정도 외에는, 사실 잘 모른다. 이 사람 작품 중에 울긋불긋한 '마릴린 몬로', '마이클 잭슨', '마오쩌뚱' 등이 있다는 정도는 안다. 그런데 지금(2015.6.6~9.27)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대형 기획전 '앤디 워홀 라이브'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이 참에 앤디 워홀 뿐만 아니라 '팝 아트' 공부좀 해볼까.
'팝 아트'에 대하여 Daum 백과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950년대 초 영국에서 그 전조를 보였으나 195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추상표현주의의 주관적 엄숙성에 반대하고 매스 미디어와 광고 등 대중문화적 시각이미지를 미술의 영역 속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했던 구상미술의 한 경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미술평론가 L.앨러웨이가 1954년에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팝 아트가 비평용어로 채택되기 이전에 팝 아트적 징후를 상기시키는 작품이 영국에서 나타났다. 즉 1949년부터 F.베이컨이 작품에 사진을 활용함으로써 팝 아트의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으나 베이컨은 팝 아트와 실질적인 관련이 없으며, 1954~1955년 겨울에 영국의 젊은 작가들의 공동작품 및 그것과 관련된 토론 가운데 팝 아트란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대중소비문화에 대한 관심 아래 조직된 전시가 1956년에 열린 ‘이것이 내일이다’이며, 이 전시에 R.해밀턴이 출품한 《오늘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작품은 영국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팝 아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팝 아트는 사회비판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으며 기존의 규범이나 관습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점에서 다다이즘과의 근친성을 보여준다. 영국 작가로 해밀턴을 비롯 P.블레이크, D.호크니, R.B.키타이, E.파올로치 등이 있으며, 특히 해밀턴이 바람직한 예술의 성질로 열거하고 있는 것들, 예컨대 순간적, 대중적, 대량생산적, 청년문화적, 성적(性的), 매혹적, 거대기업적인 것 등은 현대 대중문화의 속성을 그대로 압축해놓은 것이다.
그러나 팝 아트의 성격은 미국적 사회환경 속에서 형성된 미술에서 더 구체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미국 팝 아트의 선배세대인 R.라우션버그와 J.존스는 이미 1950년대 중반부터 각종 대중문화적 이미지를 활용하였는데, 이들의 작업이 다다이즘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준다고 해서 네오 다다(Neo dada)로 불려졌고, 그 외에 신사실주의, 신통속주의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지기도 했다. 미국 팝 아트의 대표적 작가는 A.워홀, R.리히텐슈타인, T.웨셀만, C.올덴버그, J.로젠퀴스트 등과 서부지역의 R.인디애너, M.라모스, E.에드워드 키엔홀츠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중 가장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킨 작가가 워홀이다. 그는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등 대중문화의 스타나 저명인사들을 캔버스에 반복적으로 묘사하거나 임의적인 색채를 가미함으로써 순수고급예술의 엘리티시즘을 공격하고 예술의 의미를 애매모호하게 만드는 일련의 작품을 발표했다.
팝 아트는 텔레비전이나 매스 미디어, 상품광고, 쇼윈도, 고속도로변의 빌보드와 거리의 교통표지판 등의 다중적이고 일상적인 것들 뿐만 아니라 코카 콜라, 만화 속의 주인공 등 범상하고 흔한 소재들을 미술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라는 이분법적, 위계적 구조를 불식시키고, 산업사회의 현실을 미술 속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한 긍정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다이즘에서 발원하는 반(反)예술의 정신을 미학화시키고 상품미학에 대한 진정한 비판적 대안의 제시보다 소비문화에 굴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 대중 예술(Popular Art)하면 영화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고, 은막의 배우들만큼 영향력 있는 대중스타도 흔치 않은데, 그러면 영화 포스터는 모두가 '팝 아트'로 볼 수 있는것 아닌가? 또 뒤져보니 팝 아트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 것이 발견된다.
팝 아트의 3가지 특징
1. 대중스타 얼굴, 대중 생산품을 실크스크린이라는 판화기법을 이용해 찍어서 표현한다.
2. 사람들이 많이 보는 만화의 한 장면, 또는 한 면을 크게 확대해서 그린다.
3. 공산품 등을 크게 확대하여 공원이나 거리에 설치한다.
그래서 팝 아트의 특징을 기준으로 '팝 아트 스타일(pop-art style)'로 분류될 수 있는 영화 포스터를 찾아 보았다. 20세기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미술사조가 영화 포스터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음을 알 수 있었다. 앤디 워홀로 시작했으니 그의 실크스크린 스타일의 포스터부터 보자.

<앤디 워홀의 다큐멘터리 영화 [수퍼스타]의 포스터>
앤디 워홀의 전형적인 작품 스타일이다. 눈치챗겠지만 앤디 워홀의 뒷 모습을 실크스크린으로 표현했다.

<[나는 앤디 워홀을 쐈다, 1996]의 포스터>
이 영화는 1968년 6월 3일에 있었던 앤디 워홀 실제 저격사건을 다뤘다. 범인은 워홀의 팩토리 스튜디오 직원 발레리 솔라나스였다. 그녀는 스튜디오에 들어와 워홀을 총으로 세 발이나 쏘았는데 두 발은 빗나갔지만 세 번째 총알이 앤디 워홀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의사들의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총격에서 살아남았으나 죽을 때까지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했다.
(앤디 워홀은 1987년에 담낭 수술을 받은 다음 날, 페니실린 알레르기 반응으로 상태가 악화되어 심장 발작으로 사망했다. 그의 나이 58세였다.)
솔라나스는 후에 "그는 내 삶의 너무 많은 부분을 통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는 레즈비언이었고 작가였지만 변변한 수입원도 없이 남의 집 옥상이나 싸구려 호텔에 살았다. 그러던 중 앤디 워홀 공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Up Your ass'라는 자신의 희곡을 그들에게 보여주게 되면서 앤디 워홀과 인연을 맺게 된다. 도대체 앤디 워홀과 솔라니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영화를 찾아 봐야 겠다.

<[자유를 찾아서, 1985]의 포스터>
글렌다 잭슨, 벤 킹슬리가 공연하고 존 어빙이 연출한 이 영화의 거북이 그림 포스터는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판화 작품이다. 포스터 중앙에 앤디 워홀의 서명이 뚜렷하다.

이제 '팝 아트'의 또다른 특징인 만화를 활용한 포스터를 보자.

<[겟 카터, 1971]의 포스터>
전에 '표적 스타일' 편에서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 [겟 카터] 포스터의 다른 버전이다. 누구의 작품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한참 했는데 못 찾았다. 헤매다가 '정답은 문제에 있다'는 격언을 상기하고 포스터를 꼼꼼히 살피자 중앙 왼쪽에서 John Van Hamersveld라는 서명이 눈에 들어온다.

John Van Hamersveld 는 1941년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그래픽 아티스트로 1960년대부터 '키스', '비틀스', '롤링 스톤즈' 등 여러 장의 팝가수 및 사이키 밴드의 앨범 자켓을 디자인 하였다. 그가 작업한 유명한 영화 포스터로는 1964년작 [엔들리스 썸머]가 있다.


<[모던 걸스, 1986]의 포스터>
R.리히텐슈타인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모던 걸스]의 포스턴데, 그의 작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누구 아시는 분 있으시면 댓글 부탁드린다.

<[브렌다 스타, 1992]의 포스터>
만화의 컷들로 꾸민 브룩 쉴즈의 [브렌다 스타] 영화 포스터도 이 범주에 들 수 있겠다.

<[로미오 이즈 블리딩, 1993]의 포스터>
실크스크린 기법과 만화의 말풍선을 뒤섞은 이 포스터도 멋지다. 며칠전에 이 영화를 봤는데 정말 괴기스럽기도 하고 아무튼 좀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하바나]의 레나 올린이 최강 싸이코 킬러로 등장하는데 꿈에 나올까봐 무서운 캐릭터다. 잔인성 못지 않은 섹시함으로 게리 올드만이 분한 무능한 부패 경찰을 난처하게 만든다.
대중 문화, 대중 가요, 팝 아트... 대중 문화가 아닌 것은 도대체 뭘까? 클래식 음악? 판소리? 건축? 오페라? 아니 대중의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은 누굴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같은 정치인? 대기업 총수 같은 경제인? 머리 아픈 글을 많이 쓰는 작가? 그 시대에 더 맞는 문화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