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지성 시인선 275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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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시단에 1952년 용띠 시인들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황량했을까. 특히 모더니즘 쪽에서. 전남 해남 출신 황지우, 충남 연기 출신 최승자, 그리고 경북 상주 출신 이성복.
  이성복. 이이의 시집을 읽어보면 참 감각적인 시어로 인해 책마다 감탄하고는 했다. 지금 전문을 외우지는 못하고 부분만 기억해 간혹 독후감 쓸 때도 써먹는 구절이 있다. 《그 여름의 끝》에 실린 <눈물>. “수만 광년 먼 먼 별에서 흐르는 눈물 수만 광년 먼 먼 별에서 이제 막 너의 눈에 닿는 눈물……” 이것뿐인가. 《호랑가시나무의 기억》에서도 아스라한 시구詩句가 얼마나 독자의 염통과 허파 사이에 있는 거, 마음을 후비는지. 그런데 이 시집을 내고는 그만 이성복의 새 시집에 관한 얘기가 없었다. 그 사이에 십 년의 세월이 흘렀고, 우리 시인들이 가끔 젊은 나이에 시를 접는 일이 잦아, 계명대 교수를 하는 이성복이 이제 시업을 접은 것으로 알고 여태까지 살았는데, 천만의 말씀을.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이후에 십 년의 세월을 던져 오늘 독후감을 쓰는 《아, 입이 없는 것들》을 냈으며, 이후에 한 권을 더 냈다고 해서, 그건 일단 알라딘 보관함에 넣어놓았다.
  이 시집은 모두 3부, 125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들 역시 제각각이라기보다 작은 단위의 ‘소집합’들로 엮어 있다. 이성복의 나이 51세에 출간한 시집으로 이제 시인은 더할 나위 없이 완숙한 경지에 이르러, 나이든 시인이 가끔 그렇듯 그저 자신이 본 것, 경험한 일 같은 걸 그냥 이야기하는 듯이 쓴 시도 보이고, 자신의 가정사인 것처럼 읽히는 주변의 일도 시의 소재로 삼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성복인데, 이게 말이 “여전히”이지 세월이 흐름에도 불구하고 울울창창했던 시절의 감상을 지니고 있기가 쉽지 않은 법. 첫 번째 실린 시 <1 여기가 어디냐고>를 읽어보자.



  붉은 해가 산꼭대기에 찔려
  피 흘려 하늘 적시고,
  톱날 같은 암석 능선에
  뱃바닥을 그으며 꿰맬 생각도 않고
  여기가 어디냐고?
  맨날 와서 피 흘려도 좋으냐고?  (전문)



  척 봐도 저녁노을이다. 붉게 물든 하늘을 본 시인은 그걸 해가 산꼭대기에 찔려 흘린 피라고 노래를 하니 참, 이성복이 여전히 이성복인 게 맞지 않은가. 또 10년 전의 시집 《호랑가시나무의 기억》을 기억하는 독자한테 조금은 뻔뻔하게 자신은 호랑가시나무를 본 적이 없다고 고백을 하면서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아직도 꽃을, 꽃 속에 숨은 가시를 노래한다. <56 푸른 치마 벗어 깔고>.



  이제 곧 창검처럼 솟은 가시들
  사이로 사뿐사뿐 흰 꽃들
  술래잡기하다가
  지쳐 다리 뻗고 쉬려고 할 거야
  잎새들 그 밑에다
  푸른 치마 벗어 깔고
  꽃들이 떨어질까 애태울 거야
  하지만 쉽게 당하지만
  않을 거야, 너무 가벼워
  가시에 찔리지 않을 흰 꽃들  (전문)



  그리고는 곧바로 이어지는 <57 날마다 상여도 없이>에서 “나는 죽는 꼴 보기 싫어 / 개도 금붕어도 안 키우는데, / 나는 활짝 핀 저 꽃들 싫어 / 저 꽃들 지는 꼴 정말 못 보겠네 / 날마다 부고도 없이 떠나는 꽃들, / 날마다 상여도 없이 떠나가는 꽃들”이라 노래하면서 앞의 시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시들이 개별적이지 않고 소집합을 이룬다고 한 것.
  이런 단정은 26번째부터 시작하는 일련의 시들에 이르러 모더니즘적 절정을 만들어낸다. 좀 길더라도 인용해보자. <26 어떻게 꽃은 잎과 섞여>



  어떻게 꽃은 잎과 섞여
  잎을 핏물 들게 하는가
  마라, 생각해보라
  비린내 나는 네 살과
  단내 나는 네 숨결 속에서
  내숭 떠는 초록의 눈길을
  어떻게 받아내야 할지
  초록 잎새들이
  배반하는 황톳길에서
  생각해보라, 마라, 어떻게
  네 붉은 댕기가 처음 나타났는지
  그냥 침 한번 삼키듯이
  헛기침 한번 하듯이 네겐
  쉬운 일이었던가 마라,
  내게 어렵지 않은 시절은 없었다
  배반 아닌 사랑은 없었다
  솟구치는 것은 토하는 것이었다
  마라, 나를 사랑하지 마라  (전문)



  처음 이 시를 읽을 때, 3행 “마라, 생각해보라”에서 콱 막혔다. ‘마라’가 뭘까? 시인이 프랑스 언어를 전공했다고 설마 프랑스 혁명 당시 목욕하다가 칼 맞아 죽은 장 폴 마라를 가져다 쓰지는 않았겠지만 혹시 또 몰라. 이런 생각까지 했다. 일단 모르는 것으로 하고 시를 다 읽으니 마지막에 가서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마라, 말아라. 금지의 명령어였다. 이성복은 이 금지의 명령을 “생각해보라, 마라”로 두 번, “쉬운 일이었던가 마라,”로 한 번 쓰고 나서 “마라, 나를 사랑하지 마라”고 마무리한다. 근데 이게 이 시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 시 <27 네가 왜 여기에, 어떻게>에서 시인은 훨씬 더 문제적 “마라”를 다시 등장시킨다.



  마라, 네가 왜 여기에, 어떻게
  가로등 불빛에 떠는 희부연 길 위에,
  기우는 수평선, 기우뚱거리는 하늘 위에
  마라, 네가 어떻게, 왜 여기에,
  대낮처럼 환한 갈치잡이 배 불빛, 불빛에
  아, 내게 남은 사랑이 있다면
  한밤에 네게로 몰려드는 갈치떼,
  갈치떼 은빛 지느러미,
  마라, 네가 왜, 어떻게 여기에  (전문)



  이후 <28 내 몸 전체가 독이라면>에서 다시 “마라, 네 눈 속에 내가 뛴다 / 내 다리를 묶어다오 / … (중략)… / 넌 믿겠니, 나를 믿지 마라”라고 하며 다시 <29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에서도 “(전략) / 마라, 나는 너의 허리를 감는다 / … (중략)… / 지상에서 가장 / 낮은 하늘 네 눈동자 속으로 / 빨려드는 것이다 마라, (후략)”를 거쳐 30, 31번째 시까지 등장한다. “마라”가 내가 이 시집을 읽으면서 가장 주목했던 것. 시집을 다 읽으면 마지막으로 시인 강정의 해설이 나온다. 근데 해설의 제목 자체가 “오, ‘마라’가 없었으면 없었을……”이다. 시인이 쓴 다른 시인의 시집 해설이란 것이 워낙 멋 부리기와 잘난 척의 만찬이라 읽기를 포기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속으로 은근히 기분이 좋다. 근데 뭐 ‘마라’ 하면 ‘말아라’ 라고 하는 뜻이며, 무엇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는 시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렇게 좀 쉽게 쓰면 안 될까? 안될 턱이 없다. 시를 읽는 것도, 해석하는 것도 다 독자 마음이니까.
  이성복. 이제 이이도 어느덧 일흔 살을 눈앞에 두었구나. 이젠 어떤 노래를 할까, 궁금하다. 언제나처럼 참 세월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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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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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북아일랜드의 특정시점. 주인공 화자 ‘나’는 열여덟 살의 어린 숙녀. ‘어린 숙녀’라고 하는 건 2010년대의 시각이고 당시 북아일랜드에서는 소위 ‘노처녀’ 단계로 접어들기 바로 전, 즉 결혼적령기의 여성이었다. 보통 아이를 열 명 정도 출산하던 북아일랜드에서 열 명을 출산하기 위해서는 스무 살 전부터 끊임없이 임신, 출산, 수유의 사이클을 돌아야 했을 터. ‘나’의 엄마 역시 ‘나’에게 가능한 빠른 결혼과 출산을 독려하며 끊임없이 ‘아무개의 아들 아무개’를 좋은 남편으로 거론해 ‘나’를 귀찮게 한다.
  ‘나’는 길을 걸으며 20세기 이전에 쓰인 문학작품을 읽는 것하고 조깅이 아니라 러닝 수준의 달리기를 좋아하고, 주 3회 정도 관계를 갖지만 아직은 정식 애인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아쉬운 듯한 ‘어쩌면-남자친구’를 어쩌면-사랑하고 있다. 물론 북아일랜드에서 뿐만 이겠느냐만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영혼의 파트너와 맺어지지 않거나 못하면서 삶에 관해 ‘망했고’, 대신 허겁지겁 대용품 또는 대리 인간과 결혼해버리는 것으로 길고, 길고, 긴 판단착오 속에서 열 남매를 임신, 출산, 수유, 육아의 사이클에 파묻혔다. 오래 사귄 남자를 여전히 사랑하는 ‘나’의 큰언니가 딱 이 케이스인줄 알았는데 책의 진도를 더해 가면 ‘나’의 곳곳에서 이런 사람을 발굴해 낼 수 있다.
  여기에 1970년대 북아일랜드라는 정치문제가 개입한다. 1969년부터 1991년까지 북아일랜드에서는 약 2천 명의 시민을 포함해 경찰, 군인 2,911 명이 사망하는 국제적 테러리즘의 중심지로 떠오른다. 일찍이 민주주의를 발아시킨 영국령에서, 놀랍게도, 종교 때문에, 그것도 알고 보면 교회에서 면죄부를 팔아먹는 행위에 빡친 마르틴 루터가 등장하기 전인 16세기까지 같은 종교였던 두 분파의 싸움 때문에 테러를 해 구조물이 파괴되고, 사람이 다치고 죽는 일이 벌어진 것.
  가톨릭 쪽의 테러리스트 단체의 수뇌로, 해당지역에서 가히 대단한 위세를 떨쳤던 ‘밀크맨’이라 불린 마흔한 살 중년의 남자가 첫 페이지부터 등장해 이 책을 큰 범위에서 정치소설로 분류하게 만든다. 41세가 중년? 그렇다. 다시 말 하건데 시대가 1970년대다. 당시 벨파스트 지역은 거의 전쟁에 준하는 국제적 위험지역으로 꼽혔다.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하는 테러리즘이 일상이 되면 남자들은 언제 어디서 생명을 차압당하게 될지 모르고, 여성들은 성폭력의 실제적 위협에 맞닥뜨리게 된다.
  책 <밀크맨>의 설정 자체가 책 속에서 자주 언급이 되는 상도常道 또는 상궤常軌에서 벗어난다. 여태까지 경험한 일반적 시각에서는 주로 피해자나 약자의 입장이, 비록 애초부터 정의와는 거리가 먼 테러리즘 조직이기는 하지만 조금이나마 정의와 비슷한 자리를 즐기는데, 로마 가톨릭 입장에서 물 건너 세력에 반대하는 대항군의 수뇌인 밀크맨이 열여덟 살 주인공 ‘나’에게 접근하는 것. 마흔한 살 유부남이 열여덟 살 아가씨한테, 그것도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독립군 대장이 말이지. 여기에 심지어 수하들을 완전히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해 ‘나’를 스토킹하는 수준에 이르니 말 다했다.
  어차피 사람들에겐 비겁한 속성이 있으니까, 밀크맨의 위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전형적으로 완고한 주민들은 ‘나’의 상도에서 벗어난 행위, 길을 걸어가며 <아이반호>를 읽는 행위를 속으로는 용서하지 못하면서도 밀크맨 때문에 내놓고 비난하지 못한다. 전반적으로 사회를 내리 덮는 밀크맨의 보이지 않는 그늘. 그러다가 정부군 암살자가 쏜 총탄을 맞고 밀크맨이 죽어버리자마자, 바로 그날 밤, 동네에서 가장 좋은 술집의 여자 화장실에 불쑥 처 들어온 누군지 뻔히 아는 복면의 아무개의 아들이 권총의 총구로 ‘나’의 젖가슴을 푹 쑤시면서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저항하는 ‘나’의 눈 주변을 권총으로 후려갈기고, 개별 화장실에서 나온 여자들한테 죽도록 얻어터진다.
  모든, 아니면 적어도 ‘많은’ 상식적 배려의 기준이 한 가족 가운데 얼마나 많은 가족 구성원이 테러리즘에 희생당했는가 하는 것으로 정해지는 시대. 노년, 그러니까 50세 이상으로 접어든 여인들의 새 사랑을 결정하는 것도 어느 여자가 더 많은 가족을 희생시켰는지, 라는 집단적 기준으로 정해질 정도의 정치적 군사적, 혹은 공포시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삶이라니.
  1970년대에서 바라본 북아일랜드의 앞날은 어떨까. 많은 문학적 컨텐츠에서 미래를 대변하는 것은 아이들. 소수의 남자 아이들과 대다수의 여자 아이들에게 선풍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것이 있다. 일찍이 ‘나’의 어쩌면-남자친구를 비롯해 여러 어린 자식들을 그냥 그대로 방치한 채, 큰 아이들아 아직 덜 자란 동생들은 너희들이 대신 키워주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부모. 이들은 평생 스팽글이 달린 화려한 의상을 입고 리우데자네이루로 날아가 세계적인 댄서가 된 부부. 아이들은 너도 나도 언니의 옷 가운데 가장 화려한 드레스를 훔쳐 입고, 턱없이 큰 하이힐을 신어 자꾸 넘어지면서도 다시 돌아온 이들을 흉내내 흥겹게 왈츠를 추러 거리로 나선다.
  1970년대의 어느 날, 공포는 사라진다. 밀크맨이 죽고 잘생긴 진짜 밀크맨, 우유 배달부가 몇 십 년 만에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로 결심하면서 북아일랜드의 흔하디 흔한 과부들이 사랑 전쟁에 참여함으로써. 애나 번스는 이렇게 선언한다. 결국 해결은 사랑, 특히 여성의 사랑이며, 아이들의 즐거움이라고. 여성의 사랑이 땅 속에서 세상 밖으로 고개를 디밀자 정치와 폭력이 사라지는 거였다. 그래, 결국은 권력이 문제고 사랑이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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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5-26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거를 수 없는 ‘창피‘ 책이네요! ㅎㅎㅎㅎ

Falstaff 2020-05-26 09:40   좋아요 0 | URL
아 그렇다니까요. 그래 더 밉지요. ㅋㅋㅋ
 
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
제스민 워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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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작가인 모양인데 처음 읽었다. 1977년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태어나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시시피 주 더리즐DeLisle로 이주해 공립학교 흑인 반에 다니다가 똑똑한 ‘흑인 여자’ 아이들이 대개 그렇다고 하는 것처럼 반에서 따돌림을 당해 사립학교를 거쳐 스탠포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라고 Wikipedia에 씌어 있다. 워드의 부모가 미친 모양이다. 그나마 미국에서 흑백 갈등이 다른 곳보다는 덜 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지랄맞은 주 가운데 하나인 미시시피로 이사해 가다니 말이지. 놀랍게도 이이가 사립학교로 전학할 수 있었던 건 백인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한다.

  그래도 워드의 정체성은 여지없이 흑인이라 이 책 <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에서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는 백인은 늙은 여인 메기, 딱 한 명만 등장한다. 나머지는 주인공 조조의 생부이며 범죄자인 마이클, 태생적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전직 보안관인 빅조지프, 메기의 친구이지만 현재는 싸구려 술집 ‘콜드 드링크’의 여주인 글로리아, 콜드 드링크의 마약중독 상태인 여급 미스티, 미스티의 남자친구이며 지금은 악명 높은 미시시피의 파치먼 교도소에 마이클과 함께 복역 중인 비숍, 이들의 변호사이자 미스티와 사이좋게 마약을 복용하는 알, 사냥 실력이 자기보다 좋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열 받아 흑인 청년 기븐의 목과 가슴에 사냥총을 쏴 죽이는 마이클의 사촌 등등.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도 소설이 펼쳐지는 장소가 미시시피 주인 것과 함께 흑인 소설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근데 제스민 워드가 쓴 이 소설책이 ‘전미도서상 National Book Award'를 받았으며, 무려 하버드를 나온 전 미국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2017에 자신이 읽은 가장 훌륭한 책으로 꼽았다고 한다. 그냥 전미도서상, 하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미국의 작가-출판사 시스템이 만들어낸 숱한 책 가운데 딱 한 권을 골라 주는 상으로, 영화로 말하자면 아카데미상처럼 다분히 로컬적이기는 하나 꽤 권위가 있다. 요샌 미국 밖의 작품에도 상을 주는 모양이다. 적어도 이 상을 타려면 위에서 나열한 등장인물이 흑인 차별이란 주제를 향해 평면적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제스민 워드는 그리하여 미시시피 주에서 가끔 엮어졌던 커플인 백인 남자와 흑인 여자 부부를 등장시킨다.
  완고한 인종주의자 빅조지프는 아내 메기와의 사이에 마이클을 낳고, 흑인들이 많이 사는 실제 지명인 부아 소바주에서 필로멘과 리버 레드 부부는 리버가 쉰 살에 아들 기븐, 삼 년 후 딸 레오니를 낳는다. 리버에게는 스태그라는 이름의 형이 있는데 너무 잘생긴 흑인이라 하루는 술집에서 백인과 시비가 붙어 먼저 백인이 스태그의 두개골을 이용해 위스키 병을 깨부쉈고, 두개골과 두개골을 감싼 피부에 격한 통증을 느낀 스태그는 문제의 백인 옆구리를 칼로 찌르고 리버한테 도망치는 바람에, 스태그는 폭행죄로 길게, 당시 열다섯 살 먹은 리버는 범인은닉죄로 5년 형을 받아 파치먼에 입소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리버는 동물의 말을 알아들어 탈주범 체포 목적으로 키우는 개를 사육하는 일을 하면서, 천성이 착해 절도죄로 3년형을 받고 살벌한 파치먼에 들어온 열두 살짜리 리치라는 소년범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 했으며, 세상이라는 것이 참, 몇 십 년이 흘러 소년이었던 리치가 우여곡절 끝에 리버를 찾아오기는 하지만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출소 후 결혼을 하고 무려 쉰 살에 아들을 낳았으니 얼마나 귀한 자식이었는지, 마치 신에게서 받은 듯하다고 이름마저 ‘기븐Given'이라고 지어준 잘 생기고, 몸 튼튼하고 특별히 미식축구를 잘해서 대학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는 청년은, 위에서 말한 사냥 사건 때 보안관 빅조지프의 조카에 의하여 총에 맞아 세상을 뜨는 불운을 당한다. 보안관은 단순 사고로 처리하여 법원은 범인을 파치먼 3년 형에 처하는데 단, 형의 집행을 2년간 유예하는 판결을 얻어내 이를 창피하게 생각하는 범인의 사촌 마이클이, 처음에는 우연히 나중엔 진짜로 사랑해서 레오니와 연애관계에 들어가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직 고등학교 졸업도 하지 않은 레오니로부터 아들 조조를 만든다. 그리고 한 십 년 후, 딸을 하나 더 보태 이름을 미카엘라라고 짓는다.
  그러나 온 몸에 문신투성이인 마이클과 레오니는 기본적으로 부성, 모성을 상실한 성격으로 태어났다. 이들이 꼭 나빠서가 아니라 생겨먹기를 사랑은 하지만 자신들의 욕구, 이기심이라고 하기엔 좀 야박스런 면이 있는 그런 성향으로 인해 새끼들을 외조부모에게 맡겨놓고 거의 나 몰라라 하고 살았다. 그래 조조와 ‘케일라’라고 부르는 미카엘라는 외조부모를 아빠, 엄마라고 부르고 친부모에게는 마이클, 레오니라 그냥 이름으로 부르니 족보 하나는 가히 바둑이 족보다. 친가는 한 술 더 떠서 철저한 인종주의자 빅조지프는 애를 둘이나 낳은 며느리가 자기 집 근처에 오는 걸 보고 엽총부터 챙겨서 득달같이 달려오는 모양이 너무 공포스러워 며느리로 하여금 꽁무니를 빼게 만들 정로라 더 할 말이 없다.
  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더 없이 개차반이 두 가정을 보고 있다. 빅조지프가 이끄는 백인 가족과 리버의 흑인 가족. 이 가족들이 화합, 아니면 화해, 그것도 아니면 적어도 서로 이해는 하겠지? 그래야 소설이니까. 그러나 아니다. 이 책은 흑인과 백인의 상호 이해나 화해 또는 화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혼혈의 배치부터 그렇다. 남부 골통 미국인들이 그나마 인정해주는 커플이 흑인여자-백인남자 부부. 반대일 경우를 미시시피 백인 촌놈들은 눈뜨고 그 꼴을 못 본다. 책의 주제가 인종 간 이해, 화해, 화합이라면 극단적으로 백인여자-흑인남자 커플을 등장시키고 갖은 고생 끝에 이웃, 지역사회의 인정을 얻어내는 해피엔드로 만들었기 십상이다. 워드는 책을 통해 과거에 행해졌던 흑인을 향한 가혹함이 현재에도 유효함을 설명함과 동시에 흑인들이 겪었던 슬픔과 겪고 있는 아픔의 해원을 위해 책을 썼다고 봐야 하겠다. 물론 어떤 식으로 해원의 한 판 굿을 벌였는지는 얘기하지 않겠다. 독자의 취향에 따라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독후감은 이쯤에서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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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아셨나요?

 

 

  옛날 옛적에 창비라는 출판사가 있었는데, 이 회사가 업계에서 많이 늦게 세계문학전집을 발간하기 시작했답니다. 여태까지 다 해서 여든 권을 만들었으니 그래도 나름대로 열라 만든 편입니다. 별난 외국어 표기는 창비적 창의성이라고 치고, 그래도 작품은 나름대로 신중하게 선택해 출간하니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 품질이,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뭐 출판사라는 곳이 비슷하기는 한데, 특히 이 창비란 회사는 자신들이 우리나라의 최고급, 아주 최상의 지식인들이 모인 곳이라는 자만심이 대단해서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일반 시민이 질문을 해도 답변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앞으로 365일 안에 여의도 만한 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하고 비슷합지요.

  그런데 어쩐 일로 "리뷰대회"라는 경품을 건 겁니다. 워낙 안 팔려서 그랬을까요? 진짜 괜찮은 책이 많은 데도 말입니다. 솔직히, 창비가 세계문학 시리즈를 너무 늦게 시작해 여러 좋은 책이 다른 출판사하고 중복이 되는데, 그렇다고 다시 책을 사 볼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럼 후발에서 비롯하는 핸디캡은 그냥 떠 안을 수밖에요.

  1등은 세계문학 여든 권 몽땅. 2등은 기억나지 않는데 뭐 문화상품권이었던가 그렇습니다. 3등은 세계문학 가운데 두 권을 준다는 거였습지요. 그래, 두 권이라. 흠.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은 책 가운데 창비 세계문학이 두 권 있었습니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쓴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두 권짜리 장편소설입니다. 그래 잠깐 스톱, 하고 이미 서재에 독후감 써놓은 거 <현혹>하고 <주군의 여인>을 여기다 올렸더니 덜컥 3등으로 뽑혔습니다. 우하하하...

  근데 3등으로 뽑힌 다음에 정신차리고 잘 읽어보니까, 책 두 권 보내준다는 게 "랜덤"이라는 조건이 있더라고요. 원하는 책이 아니고, 출판사가 골라서 아무거나, 아마 판매실적이 거의 없어 창고에 재놓고 있는 거 두 권을 주겠다는 의미 같았습니다. 그래도 혹시 알아요? 그죠? 그래 책이 도착할 때까지 주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첨자 발표가 5월 8일. 어제 라면박스보다 더 큰 박스에 두 권의 책만 달랑 든 채로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5월 21일. 딱 14일 걸린 겁니다.

  제가 지금 빌어먹고 사는 회사가 네 번째 회산데요, 네 군데 다, 5월 8일에 결정이 된 사안을 21일까지 질질 끌었다면 최하가 시말서고요, 보통이 징계에다가, 최고가 사직섭니다. 얄짤 없어요. 이 회사 경품잔치 담당자들은 무사했을지 참 걱정입니다. 아무쪼록 가벼운 시말서 수준에서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예? 창비라는 출판사의 평균 수준이 이 정도라서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고요? 에이, 설마.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최고급 출판산데요.

  그러면 어떤 책을 받았을까요.

  정말 고맙게도, 라면 박스보다 더 큰 포장박스에 아무런 완충장치 없이 달랑 두 권의 책만 들어 있던 건데, 와, 대단한 고전들입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쓴 불멸의 명작 <젊은 베르터의 고뇌>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백작 각하가 쓰신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런, 이런, 이렇게 고마울 수가.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고전 작품 가운데서도 무척 앞 줄에 있는 잡문이고요, <이반 일리치의 죽음> 딱 이 책은 2014년 8월 28일에 알라딘에 주문해 읽은 바로 그 책입니다.

 

 

  좋겠다고요? 좋아 죽겠습니다. 책 좀 읽어서 "리뷰대회"라는 곳에 독후감을 올릴 정도의 인간들에게 아주 어울리는 작품이잖습니까? 물론 제가 속물이라 기껏 선물을 받아놓고 고마운 줄 모르는 후안무치한 발언을 한다는 건 알고 있는데, 아놔, 어제 술김에, 또 술 마셨느냐고요? 그럼요, 일용할 양식인 걸요, 육회 만들어 한 병 깠습지요, 하여간 술김에 박박 찢어버리려다가 째려보는 마누라한테 한 소리 얻어 들었습니다.

  아, 창비는 정말 저하고 궁합이 맞지 않는 거 같아요. 책은 좋은 거 많은데 어찌 하는 짓마다 다 이리도 밉상인지 원. 몇 번을 얘기했다시피, 그렇다고 창비의 책을 읽지 않을 수도 없는 애증의 출판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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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5-2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등 아니고 3등이시라고요? 그럴리가.

Falstaff 2020-05-22 09:37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제 주제에 무슨 말씀을요. ㅋㅋㅋ

다락방 2020-05-22 09: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저 지금 이 페이퍼 읽고 너무 빡쳤어요. 저도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어둔 창비 세계문학전집 책이 있지만, 어떤게 올지 몰라 스톱한 상태거든요. 그런데 만약 저 두 권이 저한테 온다면... 저 진짜 아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저 두 작품 좋아하긴 하지만, 둘다 읽었고 가지고도 있거든요. 그런데 저 두 권이 저한테 왔다면 저도 분노의 페이퍼를 쓰게 됐을것 같아요. 아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저는 아직 못받았어요. 아오. 어떡하죠. 저렇게 두권 오면 어떡하죠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오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이럴까봐 3등하기 싫었어요. 저는 2등 하고 싶었다고요! 그러면 제가 원하는 책을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3등이고, 출판사가 주는 대로 두 권을 가져야 한다니. 너무 자유가 없잖아요. 그래서 3등하기 싫었어요. 2등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3등이 되었고, 주는대로 2권을 받아야 한다니, 이럴거면 1등이 낫지 뭡니까!

아무튼 저 두 권은..아니 그런데 너무하지 않습니까? 창비 세계문학전집 읽고 리뷰 쓰는 사람한테 저 두 권이라니..무슨 ㅠㅠ 아오 빡치네요 진짜 ㅠㅠ

Falstaff 2020-05-22 10:08   좋아요 1 | URL
근데 다락방 님께 진지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다락방‘.... 이게 본명이세요? 대답은 비밀글로 하셔도 좋은데 정말 궁금합니다.
30명 명단에 유독 눈이 가는 이름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정말로 이게 랜덤으로 보내준다는 건지 몰랐어요. 나중에 당첨된 다음에 보니까 으하하하하... 완전 뻘짓에다가, 그나마 다행인 건 버리는 데 돈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더군요. 재활용품 내놓을 때 함께 내놓으면 되니까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5-22 09:57   좋아요 1 | URL
아 진짜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명단보고 저만 ‘다락방‘으로 너무 튀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그거 보고 ‘아, 나는 다락방 이란 이름으로 자존감이 겁나 대단하구나‘ 생각했습니다.
아니, 저는 그게 그러니까 온라인에서 열린 리뷰대회니까 ㅋㅋ 다들 작성해서 낼 때 닉네임 으로 적어서 낼 줄 알았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 혼자 다락방 이더라고요. 아 얼마나 뻘쭘하고 웃기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다락방 자아가 너무 비대해서 생긴 일입니다. 본명은 그것이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5-22 11:28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저 정말 다락방 저 이름 보는 순간 뿜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분 정말 재미나다, 나도 잠자냥이라고 할 걸 막 그랬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부터 다락방 님은 성은 다 씨요. 이름은 락방. 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정말 창비세계문학전집 꼼꼼히 챙겨 읽는 사람들이 여태 <젊은 베르테르> 쯤 안 읽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휴 -_-;;;;;

다락방 2020-05-22 11:31   좋아요 0 | URL
전 정말이지 다들 그렇게 실명으로 적어내실 줄은 몰랐다니깐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케이 2020-05-2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짜로 주는 거라고 옛다! 하고 보냈네요. 참 성의없네요. 책표지도 왠지 걸레마냥 너덜너덜해보이고...

Falstaff 2020-05-22 10:06   좋아요 0 | URL
ㅋㅋㅋ 표지 디자인은 저게 ‘빈티지‘ 스타일이라고 하더군요. 저래 계속 내다가 <금색공책>이든가 부터 디자인을 바꾸더라고요. 근데 박스가 책에 비해서 어마어마어마하게 컸어요. 책 말고 다른 소소한 기념품도 들었겠거니, 김치국물 꿀꺽꿀꺽 마셨답니다. ^^

잠자냥 2020-05-22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사실 2등 노리고 도전했다가 3등했는데요.... 랜덤인줄 모르고 <주군의 여인> 골라야지 하고 있었는데 랜덤이라잖아요? 그래도 설마 이상한 거 보내줄까, 이번에 나온 요사 책이 딱 2권짜리라 그걸 보내주지 않을까 그래 괜찮다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저 두 권이라면 정말 실망스럽네요. 폴스타프 님처럼 저도 <베르테르의 고뇌>는 혐오하는 작품이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딱 저 책으로 책꽂이에 꽂혀있지 뭡니까! 진짜 리뷰대회에서 이런 상같지 않는 상 주는 출판사는 처음이네요.

다락방 2020-05-22 10:41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도 아직 받기 전이신거죠?

Falstaff 2020-05-22 10:4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저는 1등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그래도 재수없이 1등 하면 여든 권이 올 텐데 가득이나 좁은 책장을 어떡해야 하나, 걱정은 좀 했다는 거 아닙니까.
심지어 작년도 아니고, 재작년 11월에 올린 독후감으로 응모했으면서도요. ㅋㅋㅋ
랜덤인지 몰라서 2등이나 3등이나 아무 거나 하나 걸렸으면 좋겠다... 했는데, 에그머니.

잠자냥 2020-05-22 10:49   좋아요 2 | URL
다락방 / 네 저 아직 못 받았어요.
폴스타프 / 제 생각에는 저 두 권이 참 얇지 않습니까? 만원 안짝하는 가격, 그러니까 가장 싼 책으로 보낸 거네요. 저도 사실 1등하면 골치아픈데 그런 생각은 했어요.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창비가 참 멍청한 게 <까페드랄> 이 신간을 주욱 나눠줬으면 폴스타프 님 비롯해서 저, 다락방 님 같은 사람들이 리뷰 썼을 테고 그게 또 홍보가 됐을 텐데 참 어리석네요....

Falstaff 2020-05-22 10:51   좋아요 0 | URL
아, 박스 이야기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잠자냥 님, 다락방 님, 두 분 다 박스의 위용을 보시고 큰 기대를 하셨을 것을....

단발머리 2020-05-22 18:08   좋아요 1 | URL
우아~~~ 창비 진짜 성의 없네요. 잠자냥님 말씀이 무조건 옳죠. 좋은 책 선물했으면 좋은 리뷰 쫘악 올라올텐데..... 마케팅 개념이 없는걸까요? 아쉽네요.

잠자냥 2020-05-22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 오면 알라딘 중고에 팔아서 공적마스크나 사야지 했는데.... 마스크 값도 안 나오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0-05-22 10:55   좋아요 0 | URL
표지 넘기면 바로 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창비 드림˝

잠자냥 2020-05-22 11:25   좋아요 0 | URL
윽 이럴 수가........... ㅠㅠ 그런 만행까지.... -_- 누굴 주나... -_-‘‘‘‘‘

coolcat329 2020-05-22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ㅠㅠ 너무 웃기네요😂😂😂 상이라고 하기엔 정말 성의가 없어 보이네요. 완충제도 없이 라면박스보다 큰 데다 넣었다는것도 ㅠㅠ 창비드림! 도 너무 웃기고 ㅋ 그래도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Falstaff 2020-05-22 16:20   좋아요 1 | URL
아니아니... 이건 당선이 아니라 ‘당첨‘이라니까요. ㅋㅋㅋ
근데 박스가 크니까 속에 든 얇고 가벼운 책들이 전혀 손상이 안 가더라고요. 항공모함에 개미 두 마리가 만날 일이 없듯이 말이지요. ^^

coolcat329 2020-05-22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빈티지한 창비표지 좋아하는데 위에 분이 걸레같다고 하셔서 🤣🤣🤣 평이 안좋은건 알지만 그래도 충격받았습니다.😤여기 댓글들이 다 너무 웃기네요ㅋㅋ

Falstaff 2020-05-22 17: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개인˝ 취향입니다. 누구의 취향이나 존중합니다. ^^

잠자냥 2020-05-22 19:38   좋아요 1 | URL
저도 바뀐 표지보다는 예전 걸레같은 표지가 더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5-22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3등 축하드립니다. 축하가 싫으실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일단 축하는 받으시고요^^

5월 8일에 결정이 된 사안을 21일까지 질질 끌었다면 최하가 시말서고요, 보통이 징계에다가, 최고가 사직섭니다. 얄짤 없어요.

여기에서 빵! 터졌습니다. 그러지요. 그래서, 저도 어제 소극적으로 알라딘에 고객상담 문의를 넣었답니다. 이벤트 발표를 5월 8일에 했는데 선물은 누가 주냐. 알라딘이 주냐, 창비가 주냐. 왜 주소도 안 물어보냐. 했더니 알라딘에서 답이 책은 창비에서 보낼거고 6월 1일에 발송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Falstaff님 글을 읽었으니 다시 이건 무슨 일일까 생각한답니다. 하하하!

Falstaff 2020-05-22 17:18   좋아요 1 | URL
윽! 아직 주소도 안 물어봤어요? 어허.... 그럼 틀림없이 담당자 권고사직 아니면 징계해고일 텐데 이거 어쩌지요?
얘네들 단발머리 님에게 보내기 전에 이 페이퍼를 좀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그럼 좀 좋은 책, 신간이나 아니면 읽고 싶은 책 뭡니까, 라고 물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ㅎㅎㅎㅎㅎ
축하 고맙습니다. 단발머리님도 축하합니다!

단발머리 2020-05-22 20:16   좋아요 1 | URL
저 지금 Falstaff님 댓글 보고 혹시나 하고 들어가보았더니 아...... 주소 보내달라고 이메일이 왔었네요. 그럼 저만 늦는걸로 하고요. 레삭매냐님도 Falstaff님과 같은 책이던데요. 하하하.
제꺼도 그럴까요? 하하하.

Falstaff 2020-05-22 20:19   좋아요 0 | URL
정말 아니기를 바랍니다. 참.....참담하....한 수준은 아니고 뭐 창비...라기보다 ‘창피‘스런 일입지요.

레삭매냐 2020-05-22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천도룡기에서 태극권을 연마하던
장무기처럼...
아예 이자 불고 있었네요.

집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과연
같은 책들인지 어쩐지 아주 궁금
하네요.

아예 언박싱 과정과 박스 사이즈
도 공개해야 하나 싶네요 ㅋㅋ

소장 책이라면 단골 카페에 기증
하는 것으로.

Falstaff 2020-05-22 17:18   좋아요 0 | URL
흠.... 쐬주 한 병 깐 다음에 독한 마음으로 포장 여세요. ㅋㅋㅋㅋㅋ

서산_影 2020-05-23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쑤, 축하드려요!

Falstaff 2020-05-23 07:26   좋아요 0 | URL
에휴... 고맙습니다. ㅎㅎㅎ
 
지복의 성자
아룬다티 로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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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룬다티 로이는 1997년에 첫 번째 장편소설 <작은 것들의 신>을 써서 단 한 번 만에 부커 상을 받는다. 10년 후인 2007년에 언론에 <지복의 성자>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는 뜸만 들이다가 다시 10년이 지난 2017년에 드디어 두 번째 작품 <지복의 성자>를 출간해 두 번째로 맨-부커 상의 1차 심사(Long list)에까지 오르지만 이번에는 조지 선더스의 <바도의 링컨>에 자리를 양보한다.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의 북동부 인구 20만 가량의 작은 도시 실롱에서 태어나, 불과 두 살 때 부모가 이혼해 엄마와 남자형제와, 이렇게 셋이서 외할머니 댁에 함께 성장하는데, 남자형제를 뺀다면 이 책의 두 번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틸로’와 유사한 점이 있다. 작품의 등장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작 <작은 것들의 신>에서 로이는 남부 인도 아예메넴의 피부가 검정에 가까운 힌두 귀족 집안이 격변기를 맞아 불행을 당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낸 반면에, 20년의 세월을 보내고 나서 로이는 이제 시선을 북쪽으로 돌려 1950년대 델리에서 남자와 여자의 성징을 모두 갖고 태어난 양성자와, 저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인도-파키스탄 전쟁의 비극을 연계시키려 하고 있다.
  ‘지복의 성자’는 누구일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사랑의 화신이다. 하즈라트 사르마드 사히드. 17세기에 활동하던 아르메니아의 유대인 상인으로 ‘신드’에서 만난 ‘아브헤이 찬드’라는 힌두교인 소년을 사랑하게 되어 인도로 왔던 모양이다. 인도는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믿으니 사르마드는 일단 유대교를 버리고 이슬람으로 귀의했고, 다시 몇 년 동안 맨몸으로 거리를 방랑했다는 것으로 미루어 힌두교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려면 먼저 이슬람을 버려야 했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알몸활보의 죄가 아니라 배교의 죄로 훗날 공개처형을 당하고 마는 인물이다. 1960년대 초의 어느 날, 자하나르 베굼은 자신의 네 번째 아들,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를 모두 가진 아기를 출산했으나 언젠가 여자의 생식기가 저절로 메워지게, 또는 아물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남편에게까지 비밀로 한 채 아들로 기른 ‘아프다브’를 데리고 하즈라트 사르마드 사히드의 영묘에 와서 간절히 기도한다.
  “제게 이 아이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소서.”
  이 시기 쯤 태어난 다른 한 명의 주인공 틸로는 훗날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여가로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주로 세트와 조명 디자인을 담당한다.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며 남학생 세 명과 우정 이상의 관계를 맺는다. 같은 건축학부를 다니며 필생의 사랑이 되는 카슈미르 이슬람 해방전선의 지도자인 무사, 법적으로 유일한 남편의 자리를 갖게 될 유명 신문기자 나가, 진심으로 틸로를 사랑하지만 카스트 때문에 벌어질 가족의 반대에 애초에 순응해 그저 후원하는 선에 그치는 인도 정보국 카슈미르 부지부장 비플랍 다스굽타. 이들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네 명의 갈등관계가 여러 모양으로 그려질 것인데, 그리 쉬운 그림이면 아룬다티 로이가 아니라는 점만 일러두고 상세 내용은 여기서 멈춘다.
  다시 아프다브. 아래로 다섯째 아이이자 진짜 남자애인 사키브가 생겼고, 다섯 살 때 우르두-힌디어 남학교에 입학해 불과 몇 달 만에 아랍어 쿠란의 대부분을 암송하는 총명한 재능을 뽐낸다. 여기에 부모는 머리보다 더 뛰어난 재주를 발견했으니 바로 음악. 그리하여 힌두스탄 고전음악의 걸출한 젊은 음악가 우스타드 하미드를 사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아서 아홉 살쯤 되니까 “쟤는 여자야, 쟤는 남자나 여자가 아냐. 쟤는 남자고 여자야. 여자-남자, 남자-여자”라는 놀림을 받기 시작했으며, 남동생 사키브가 할례를 할 때가 되니 더는 숨기지 못하고 엄마 자하나라 베굼은 남편에게 아이의 특징을 고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후 학교를 그만둔 아프다브는 하루 시장에 갔다가 여자가 아니니 차도르를 할 필요가 없는 우아한 여성-남성 봄베이실크를 발견하고 하도 아름다워 이이를 따라가, 결국 자신도 열다섯 살이 됐을 때 이들이 사는 집, 콰브가에 합류한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을 세속에서는 ‘하즈라’라고 부른다는 것도 배웠으며, 결혼식 등의 잔치에 불려가 노래와 춤을 팔기도 하고 더 자주는 남자 고객을 상대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생활을 꾸려간다.
  “신이 왜 하즈라를 만들었는지 알아? 일종의 실험이었어. 신은 행복할 수 없는 생물체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한 거야. 그래서 우리를 만들었지.”
  정식으로 콰브가의 일원이 된 후 집안의 어른인 ‘우스타드’ 쿨숨비는 아프다브에게 새로이 ‘안줌’이란 여성의 이름을 부여하고 이후 안줌과 안줌의 생모 자하나라 베굼은 오직 한 군데, 하즈라트 사르마드 샤히드의 영묘에서만 드물게 만난다. 사랑의 성인, 지복의 성인을 기념하는 곳에서만.
  안줌은 삼십 년이 넘게 콰브가에 살다가 마흔여섯 살이 되었을 때 자기가 길러온 딸 자이나브가 자기 대신 새로운 하즈라인 사이다와 더 가까이 지내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콰브가를 나와 국립병원과 시체 안치소에 면한 공동묘지에 터를 잡고 몇 년을 비탄에 잠겨 떠돌이 망령의 삶을 산다. 그러다가 천천히 상실에서 회복되어 공동묘지 터에 판잣집을 짓더니, 조금씩 확장해서 침대가 들어가는 오두막을 거쳐 작은 부엌이 달린 집의 순서로 여러 채의 건물을 짓고 빈털터리 여행객에게 방 두어 개를 세놓기 시작해, 또다시 몇 년이 흐르고는 ‘잔나트’ 게스트하우스를 완성시켜간다.
  이 게스트하우스, 카스트라면 가장 아래쪽의 몇몇 계급들과 위에 있다고 해도 계급에 신경 쓰지 않는 몰락한 인사들을 비롯한 ‘작은 것들’이 옹기종기 모인 이곳에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 사무소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기도 했던 틸로가 입주함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살인적 매연의 도시 델리, 그곳에서도 가장 추레한 곳으로 인도의 모든 지역, 계급, 종교의 차이를 위한 아주 작으나마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벌어지려고 한다.
  전작을 발표하고 20년이 지나 나온 두 번째 소설. 20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로이는 인도 남부의 한 가정에서 격변하는 시기에 발생하는 계급간 불통의 비극에서 시각을 넓혀 전 계층과 이질적 종교, 정치와 생활 속의 폭력과 다툼의 비참함, 부정과 부패 등 거의 모든 인도병印度病을 거시적으로 다룬다. 카슈미르 분쟁을 중요한 소재로 채택한 살만 루슈디의 <광대 살리마르>가 떠오르는데 그만큼의 스케일은 아닐지언정 인도와 카슈미르 내부에서 발생한 리얼리티는 독자가 카슈미르와 인도-파키스탄 분쟁을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왕 카슈미르 이야기를 하려면, 카슈미르, 더 근본적으로 원래 한 국가였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가 왜 세 나라로 분리가 되었는지 근원부터 깐깐하게 따졌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1947년 영국이 물러가면서 인도 독립을 위해 파견한 마지막 인도 총독 루이스 마운트베른 남작 새끼는(얼마나 후진 인간이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판국에 작위爵位가 다 뭐냐, 작위가) 인도에 관한 문화나 전통, 종교, 이런 거에 관해서는 아무 이해도 관심도 없어서, 복잡한 종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이슬람을 믿는 사람은 동, 서 파키스탄으로, 힌두교 및 기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양 파키스탄 아래로 임의로 국경을 만들어버리고 거의 강제로 이주시키면서, 초장부터 두 종교 그룹 간에 지역 이동을 할 때 부터 종교적 싸움을 벌이게 만든다. 그러다 아름다운 카슈미르 지방이 애매한 형국에 떨어져 두고두고 동족간에 서로 죽이는 난리를 치게 하고. 이렇게 카슈미르의 분할과 투쟁의 근본부터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뻔 했을 거 같다. 하긴 인도 사람이 기본적으로 인도인에게 읽히려 쓴 책이니 다 알고 있으리라 전제를 했겠지만 하여튼 그렇다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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