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광고인 박웅현 강연~ 10월 25일 수욜 밤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났다. 그동안 수많은 이들의 강연을 들었지만, 그의 모습처럼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기승전결 딱 맞는 강연은 드물었다!

박웅현샘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체력은 떨어진다. 일찍 내려와 해남에 들러왔더니 힘들다. 다행히 강연 전 클래식 연주를 들으며 회복했다고 운을 떼었다. 사실은 강연자가 객석에서 음악을 듣고 싶어한다고, 담당자가 자리 양보를 부탁했었다. 내가 받은 자리는 1층 나열 99번이었는데, 기꺼이 박웅현샘을 위해 나열 69번으로 옮겼었다.^^

오늘을 위해 결성한 프로젝트그룹 박트리오 (피아노 박수영. 바이올린 박승원. 첼로 박효은)의 브람스 헝가리안 댄스 No1,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 엘가의 사랑의 인사 등 가을밤을 수놓은 클래식 연주는 멋스러웠다.

박웅현샘은 <찔레꽃에 대한 예의>라는 제목으로, 먼저 ‘망치‘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연을 들으며 내가 이해한대로 기승전결로 풀어본다.

기: 돈벌이가 아니고, 광고회사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게 뭐지? 잘하는 게 뭘까? 광고로 세상에 의미를 잘 전달하자.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망치‘ 프로젝트다. 망치면 어떡하지? 그래서 ‘망치‘란다. 세상을 두드리는 ‘망치‘이기도 하고.^^

평범한 대학생 15명을 뽑아 6개월간 집중 마크로 생각을 뽑아내 500명 앞에서 7분씩 자기 얘기를 하게 한다. 보통은 20여년 인생의 빛나는 시간을 말하고 싶지, 누가 쪽팔리는 얘기를 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6개월 멘토와 동고동락하면서 그들의 눈빛이 변하고 영혼이 바뀌는 걸 본다. 자신의 상처와 실패를 진솔하게 말하므로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는 감동을 이끌어냈다.

올해 7회 ‘망치‘를 진행했는데, 1회 망치를 하고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를, 4회까지의 녹취를 풀어 펴낸 책이 <망치>라고. 이 책에 젊음이들의 어떤 이야기가 실렸는지 궁금하다.

승: 창의성이란? 새로운 것,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각자 알고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전: <찔레꽃에 대한 예의>라는 제목에 맞게 장사익 선생을 인터뷰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선린상고 졸업 후 45세까지 15개의 직업을 전전하다 마지막엔 처남 카센터에서 세차를 했지만, 끝까지 자기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단다. 그는 어느 날 장미향보다 진한 찔레꽃을 발견하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찔레꽃이 그냥 슬펐다고 노래하는 장사익이 되었다. 인생과 혼을 담은 노래로 진한 감동과 울림을 주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장사익!♥

우리 삼남매가 어렸을 때, 아빠차 카니발을 타고 나들이 가면서 목놓아 불렀던 노래가 ‘찔레꽃‘이다. 처음엔 아빠가 찔레꽃을 크게 틀면 시끄럽다고 귀를 막고 난리쳤는데, 어느새 모두 따라 부르는 가족노래가 되었다. 그래서 장사익공연을 보러갔고, 어디선가 ‘찔레꽃‘ 노래가 들리면 추억이 떠올라 뭉클하다.

결: 단점까지 다 찾아쓰라. 이순신처럼, 강판권처럼... 단점보다 장점을 찾아라. 단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박웅현은 쓰러지지 않았다!^^

이후 8명의 질문에 설득과 이해와 소통으로 ‘많이 읽고, 듣고, 보고, 울고...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되라. 자기 감동이 큰 사람이 남도 감동시킬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기억하고 싶은 말~
-젊은 나이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들을 만한 이야기가 없겠는가!
-우리 사회는 엄친아 사회로 폭력적이고 불합리하다. 엄친아의 비루한 면을 비추자.
- 상자 속에 점을 찍어두고 거기 맞추려하지 말자. 상자 밖에 점을 두고 내 얘기를 하자.
-암흑을 걷고 있는 젊은 날의 장사익에게 ˝사익아, 그냥 하루하루 살아 봐!˝
-젊은날의 박웅현은 ‘망치‘를 꿈꾸지 못했을 것, 무대공포증이 엄청났다.
-딸에게 좋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아는 괜찮은 사람들(긍정적이고 이기적이지 않은, 올바른 판단을 하는)

그동안 진행한 프로젝트와 인생경험을 녹여 출간한 책을 담아둔다.

1.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2. 책은 도끼다
3. 여덟 단어
4.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
5. 망치
6. 다시, 책은 도끼다
7. 생각수업
8. 나는 뉴욕을 질투한다
9. 아트와 카피의 행복한 결혼
~ 아, 박웅현 딸이 출간한 책도 있나 봐...@@

강연 전 사인회를 가졌지만 미처 사인받지 못한 나 같은 이들을 위해, 돌아갈 KTX 시간까지 추가 사인도 해준 친절한 박웅현 샘!^^

광산구 문화가 있는 날 특별기획인 광산인문학콘서트는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만족도 높은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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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11-02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치˝ 프로젝트 당장 찾으러 가볼게요 고맙습니다

2017-11-02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웅현 강연에 함께 하실 분...
10월 25일 수욜밤 7시 30분
광산구 문화예술회관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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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에버트재단, 올해의 인권상에 촛불시민 선정 ~

http://v.media.daum.net/v/20171015113524170?f=m&rcmd=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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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인을 위한 진짜 조선 역사
김갑수 지음 / 네잎클로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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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토욜 밤 7시, 야호센터에서 역사 강의를 한 김갑수 선생은, 3개의 조선에 대한 개념정리를 하고 ˝역사왜곡은 명칭부터 시작되고 역사는 문화라고 해야 맞다.˝며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고 역사왜곡이 시작됐다며 여러 예를 들어 말씀하셨다.

˝식민사관의 핵심은 조선시대에 대한 왜곡과 폄하에 있다. 조선역사를 부정적으로 만들어야 제국주의 침략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조선의 주류를 부도덕한 가해자로 만들고 조선의 비주류를 도덕적인 피해자로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우리가 혐오해 마지 않는 식민사관의 요체다.˝

조선역사에서 삼봉 정도전의 민봉혁명, 세종 이도의 민본정신, 동학 정봉준의 자주정신만 뽑아 사관을 만들어도 조선사관을 만들 수 있다고 설파하셨다.

식민사관으로 교육받은 지식인들이 잘못된 역사교과서를 만들었고, 그렇게 교육받은 진보 지식인들도 우리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자주사관‘을 세워 후세를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조선에서 세종과 이순신 등 몇 몇만 좋은 사람이고, 다른 사람은 안 좋은 사람처럼 가르치면 안 된다. 박근혜.최순실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촛불을 든 시민이 대한민국이라는 말씀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께 김갑수 역사 에세이「자주인을 위한 진짜 조선 역사」일독을 권합니다. 차례만 봐도 흥미를 끌고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솟아나지 않으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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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10-15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근혜최순실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촛불을 든 시민이 대한민국이라는 말씀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됩니다

순오기 2017-12-07 06:08   좋아요 0 | URL
제가 여태 답글을 안 썼네요.ㅠ
촛불을 든 우리 모두 어제 상받았어요~♥
 
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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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의 <인간시장>이 엄청난 베스트셀러로 유명했어도 읽어보진 못했다. 주인공 이름이 ‘권총찬‘이었는데,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때문에 ‘장총찬‘으로 바꿔 출판했다는 후일담을 기억하는 정도다.

김홍신 작가와의 인연은 2008년 10월 동서식품 문학기행 기차에서 짝꿍이었다는 것! 당시 동서식품은 300명(일반인 250명과 문화계 인사 50명)을 기차 11량에 태우고 충북 옥천으로 문학기행을 갔는데, 기차에서 김홍신 작가의 특강을 준비했었다. 작가님은 특강을 준비하느라 동행한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야 해서 내 자리와 바꿔주긴 했지만, 사인해주고 사진도 같이 찍어서 내겐 즐거운 추억이다.

<바람으로 그린 그림>은 작가가 ‘평범하지 않은, 운명적인 남녀의 인연과 해독제가 없는 사랑 얘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밝힌 작품이다.

성당에서 성가대 반주자인 일곱 살 연상의 모니카와 성가대에 합류한 고2 리노와의 순수한 사랑 혹은 첫사랑 수기 같은 느낌에 썩 끌리진 않았다. 리노와 모니카 시점에서 교차 진술하는 형식이 참신하진 않아도 두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기엔 좋았다.

그러나 초반엔 누구나 경험했을 듯한 익숙한 설정과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없어 지루하게 읽혔다. 결혼 전에 읽고 감동받은 작품도 결혼 후 나이 들어 읽었을 때의 감상이 확연히 달랐던 것처럼, 사랑의 순수함이나 플라토닉 러브를 꿈꾸기엔 내가 너무 나이 먹었기 때문일지도...

그래도 두 사람의 안타까운 상황과 애달픈 사랑에 눈물이 났고, 되짚어 읽으며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으니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진행될수록 복선이 보이고 예상대로 흘러가는 막장 드라마처럼 출생의 비밀과 2세들의 사랑으로 연결돼 실망스러웠다. 작가의 경험과 상상의 한계인지, 시대적인 경험이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없는 건지 안타까운 결말이다.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커플도 사랑이 식고 마음이 변하기도 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이렇게 이어갈 수도 있을까? 영혼으로 사랑한다는 건 고통이고 상대 배우자에겐 죄를 짓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해와 용서는 더 큰 사랑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


▶‘그대의 하늘이 언제나 청명하기를, 그대의 사랑스런 미소가 언제나 밝고 행복하기를, 그대에게 언제나 축복이 함께 하기를..... 한순간 동안이나마 지속되었던 내 삶의 지극한 행복이여! 한 사람의 일생 중에 그런 순간을 잠시라도 가졌다면 충분하지 않겠는가?‘(259~260)

나라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야>에서 주인공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 떠날 때 주인공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위 말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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