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호적상 생일날에 지역영화관인 콜롬버스시네마의 덕을 톡톡히 봤다.
MVP에게 주어지는 생일날 동반 1인까지 무료로 영화볼 수 있는 혜택이 있어도 이용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기필코 ... 날짜를 꼽아가며 기다렸고, 일찍 퇴근한 남편과 단 둘이서 저녁도 먹고 영화도 봤다. 외식이든 영화든 항상 아이들과 같이 했는데, 이번엔 정말 우리만의 시간이었다. 큰애가 세살일 때, 캐빈고스트너의 '늑대와 함께 춤을' 본 이후로 둘이서만 영화를 본 건 15년만이었나~~싶다. 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지만... ^^

보고 싶은 영화는 대부분 봤기에 '세븐데이즈'를 선택했고, 무료로 주는 팝콘과 음료까지 받아들고 입장했다. ㅎㅎ 장어구이에 소주를 두병이나 마신 남편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 열심히 팝콘을 먹었다. "배 안 불러?" 물어보니, 그냥 자기도 애들처럼 이렇게 해보고 싶었단다! ㅎㅎㅎ

영화는 장면을 눈에 담을새도 없이, 상당히 빠르게 휙휙 지나쳤다. 스크린의 빠르기와 긴장감이 맞먹으며 진행되는 동안, 나름대로 범인을 추정하는 내 머릿속도 바빴다. 김윤진의 연기가 좋다고 찬사를 보내는데, 난 이상하게 김윤진의 발음 때문인지 그녀에게 항상 약간의 어눌함을 느낀다. 이 영화는 오히려 그런게 엄마의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것 같아 좋았지만... 아이를 유괴하면서까지 일을 꾸며야 했던가? 모성이 모성에 기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방법밖에 없었을까 안타까웠다. 극적인 반전으로 전모가 드러나는 결말, 음~~ 좋았다. 내가 엄마라도 저렇게 응징하고 싶었을거라 공감하며, 아들이든 딸이든 반듯하게 키워야 부모의 사랑도 제대로 빛을 내는거라 생각됐다. 뒤틀린 부모의 사랑이 자식을 망치는 길이기도 하니까... 잘 짜여진 플롯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했고, 빛나는 조연들의 연기도 한몫 단단히 한 영화다.

아이를 생각하며 정성껏 아침상을 차리는 장면에서 기어코 눈물샘이 출렁였고, 이제는 자글자글한 눈가의 주름과 나이듬을 피할 수 없는 손을 가진 김미숙이 얼굴을 덮고 우는 장면... 아~~~~ 모성을 저렇게도 보여줄 수 있구나! 감독의 연출에 진하게 감동했다.

멋진 반전, 녹음기에 담긴 음성을 증거물로 제시하며 던지는 한 마디,
'사람이 늙어갈수록 추하더라고!'
이 말을 기억하며 추하게 늙어가지 않도록 나를 다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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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2-0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멋진 시간 가지셨군요.^^
15년만에 남편분이랑 단둘이!!
영화도 잘~ 선택하셨어요.^^ 저도 꽤 마음에 드는 영화였어요.^^

음... 이건 제 얘긴데요.^^;;
전 옆지기랑 영화보면 꼭! 열받아요.^^;;
당췌... 의견이 안 맞아서 말이에욧.^^;; 헤헤^^


순오기 2007-12-08 22:52   좋아요 0 | URL
헤헤~ 뽀송이님, 열 받아욧! 의견이 맞기가 쉽지 않지요~~~ㅎㅎ
저는 대부분 월욜 조조에 먼저 보고 나서, 애들이랑 남편을 세트로 묶어 보내거든요.ㅎㅎㅎ 그러다보니 저랑 단둘이 보기는 쉽지 않죠!
오랜만이라 둘이 보는것도 꽤 분위기 나던걸요~ 손도 한번 안 잡았는데도 ^^
 

우리 식구들은 삼겹살 보다는 수육을 좋아합니다. 삼겹살을 구우면 사방에 기름이 튀는 것도 싫고,  한쪽에 붙은 비곗살을 아무도 먹지 않아서 다 잘라내야 합니다. 그래서 수육용 고기도 순 살코기만 접시에 담지요. 어제 점심, 우리 고3딸이 일어난 시간에 맞춰 아침 겸 점심을 채려주며 찍었습니다. 애들은 파김치 안 먹으니까 며칠 전 담근 깍뚜기와 배추김치에 상추와 초장을 곁들였어요.




 

요 김장김치는 친정에서 일찍 김장했다면 앞집 2층에서 가져온 김치, 저녁에 돼지고기 보쌈과 먹으니 기가 막혔다지요. 우리 남편은 냄새 쥑이며 톡~ 쏘는 홍어와 곁들여 먹었답니다. ^^

 

음, 홍어는 전날 먹다가 남겨둔 거라 많지 않아서 사진 찍기가 좀 그랬어요. ^^ 우린 식객을 우선 10권까지만 구입했는데, 10권까지는 돼지고기가 안 나온다는데, 그 후에 나오는지는 모르겠어요.

애들이 식객 9권에 나온 홍어라며 한점씩 거들어 먹으니~

"야, 아빠 안주 다 먹냐?"

우리 남편이 즐겨 쓰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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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11-2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삼겹살을 즐겨 먹어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인지 수육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야 당연히 수육이 더 좋죠~~~ 참 먹음직 스럽습니다.
저녁엔 저희도 어머니가 김장후 겉절이용으로 굴 많이 넣고 버무려 주신 김치로 해결했습니다.

순오기 2007-11-26 08:30   좋아요 0 | URL
수육을 졸이듯이 삶았더니 살짝 눌었어요. ^^
배추김치에 싸서 먹으면 맛이 그만이죠?
친정엄마 김치는 세상 어떤 맛과도 바꿀수 없는...

bookJourney 2007-11-26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었겠어요 ... 꿀꺽 ^^
오는 주말에는 저도 수육 해먹을까 봐요.

순오기 2007-11-26 10:39   좋아요 0 | URL
사진을 올리고 보니, 접시 방향을 돌려 놓을 걸 그랬어요ㅠㅠ
버논이 여행가는 주말이 우리집 돼지고기 먹는 날 ^^

여울 2007-11-26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도 김장했네요. 온가족의 사역?이라 허리 팔도 아프지만 ㅎㅎ.
순오기님 이벤트기간이 연장되었습니다.ㅇ 부담없이!!? 참가해주셔요. ㅎㅎ

순오기 2007-11-26 10:40   좋아요 0 | URL
온 가족의 사역이라니 화목한 가정분위기가 그려집니다.
님의 이벤트..그냥 구경만 할래요!! ^^

라로 2007-11-2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겠어요~~~.
여전히 참깨가 솔솔 뿌려져 있네요~~.^^
제가 주말엔 서재에 들어오지 않았어서
지금 책 주문했어요~.^^;;;
다행이 내일 받으신다네요~~~.^^
고맙습니다.

뽀송이 2007-11-2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엊그제 엄마에게 가서 수육 맛나게 먹고 왔어요.^^
홍시도 가득 얻어 오구요.^^
저 김치 죽죽~~ 찢어서 갓 지은 쌀밥에 얹어서 먹고 싶어요.^^;;
아! 침이 꼴깍!!

행복희망꿈 2007-11-2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보쌈 너무 맛나보여요.
거기다가 맛있는 김치까지 있으면 다른 반찬 필요없지요.
와~ 저도 먹고 싶어용~

알맹이 2007-11-26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김치, 때깔이 정말 좋네요. 저도 먹고 싶어요~ ^^

순오기 2008-02-14 0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 뽀송이, 행복희망꿈, 양아줌마~~~~~~ 님들의 댓글에 감사^^
전라도 김치는 양념을 엄청 많이 하지요~~~ 그래서 더 맛있는 김치!
 

영화 식객을 보고 나서 소장 가치가 인정돼 만화 식객을 구입했다. 아들의 아이디 '푸른학'으로 구입해서 순오기는 구매자로 뜨진 않는다. 게으른 엄마는 천천히 이 책을 읽으며 찔리는 구석이 많아 자꾸만 주절주절 페이퍼를 쓴다. 이름하여 엄마로서의 양심선언이다!

만 3년이 지난 일인데, 남편의 사업 부진으로 부부간에도 위기가 있었다. 뭐 살면서 이혼 생각 안 해본 부부가 없겠지만, 나도 홧김에 이혼하려고 했던 건 두번이다. 이번에 수능 본 딸 세살 때는 솔직히 남편을 어떻게 해볼까 하는 깜냥으로 그래본 거였지만, 그 딸이 중3이던 3년 전엔 정말 이혼하려고 했다. 아무 것도 없이 빚이 1억이나 되던 남편에게 위자료나 가사노동비는 기대할 게 못 되었으니 자의든 타의든 '합의이혼' 하기로 했고, 모든 서류를 준비했었다. 지금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이혼하려는 건 아니다. ^^

그때 공과금부터 아이들 학교에 나가는 것까지 모두 남편 통장으로 바꾸고 가정경제에서 손을 뗐다. 사실 내 한 몸 살기 위해선 남편의 돈 10원도 필요치 않았고, 충분히 자급자족할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거리낄 게 없었다. 부족한 가계를 꾸리느라 나는 나대로 부채가 생겼던 상황이라 친정엄마께 빌려다 정리하고, 엄마의 돈은 만 3년에 걸쳐 지난달까지 다 갚았다. (울 엄니 보내지 말라해도 끝까지 갚았더니 지독하다고 혀를 찼지만, 이게 나를 버티는 자존심이고 순오기다) 당시에 중3 딸, 초등5 아들, 초등3 딸, 이렇게 셋이나 두고 갈라선다는 게 미친짓이지만 그땐 정말 그랬다. 지금 이혼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 이쯤으로 접어두자. 하여간 그때부터 남편이 장봐오는 대로 음식을 만들었고, 식단이 부실하여 먹을 게 마땅치 않아도 미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은 뭐해서 밥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한편으론 편했다.

그 전까진 진수성찬은 아니어도 열심히 음식을 만들었고, 외식이나 매식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 때문에 친구들도 잘 불러들였었다. 비빔국수 하나를 하던 반지락 된장국을 끓이든, 소박한 밥상에도 누가 오는 것 자체를 꺼리지 않는 내 성격도 작용했다. 아이들 간식도 다 해 먹여 자타가 공인하는 '좋은 엄마'였다나~~ㅎㅎ 이랬던 내가 나이 먹으며 귀찮기도 했지만, 여유가 없던 경제를 핑계로 그해부터 김장을 하지 않았다. 이웃들이 한통씩 담아다 줘서 묵은지를 한여름까지 먹었으니 그도 내 복이지만, 4년째 김장하지 않고 버티는 우리를 먹여 살린 이웃들도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지금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사먹어야 되는 우리를 생각하고, 자기들은 안 먹어도 시댁이나 친정에서 무엇을 주면 사양치 않고 다 가져오단다. 내가 빛고을 광주에 둥지를 튼지 19년이지만, 이렇게 정이 넘치는 전라도 사람들 덕에 잘 먹고 잘 살았으니 내 인생도 성공한 인생이다!

"어, 우리도 김치를 담그네!"

6학년인 막내가  어젯밤, 깍뚜기와 파김치를 담그는 나를 보고 던진 이 말이 우리의 현주소다. ㅎㅎ 그렇다고 3년간 김치 한 번 안 담근 건 아닌데도......  요즘 식객을 보면서 그동안 대충 먹고 살았던 게 미안해져서 반찬도 만들고 김치도 담그게 된다. 자~ 맛은 어떨지 모르지만, 어제 담근 김치 사진으로 구경 좀 하실래요? ㅎㅎ


 맛은 어떨지 익어야 알겠지만, 요렇게 사진발을 위해 통깨도 솔솔 뿌렸다. 먹음직스럽나요? 이번 주말엔 배추김치도 담글 예정이지만, 요 파김치도 남편이 공판장에서 감자와 양파를 사오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파김치가 먹고 싶었는지 파를 두단 사와서 담갔다.

 식객 6권에 '마지막 김장'이란 부제가 붙었는데, 염치없어도 올해까지는 이웃들한데 얻어 먹고 내년엔 '마지막 김장'이 아닌 앞으로도 주욱~이어질 김장을 해야겠다. 내가 또 한다면 하는 순오기인지라 맛도 제법 전라도스럽게 한답니다.(믿거나 말거나 ^^) 친척 형제들이 모여 김장하는 집도 있지만, 요즘엔 이웃 사촌이라고 가까운 이웃들과 어울려 김장 담그는 풍경도 참 보기 좋은 모습이죠!

자, 엄마의 양심 선언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지만, 부끄러운 치부여도 이렇게 끼적이고 나면 속이 편해진다는 거 다 공감하시죠? 그렇게 읽어주시고 이해해주신다면 감사~~~~^^

오늘도 난, 내 마음을 음식 만드는 엄마의 자리로 되돌려 준 허영만의 식객을 예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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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2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만화를 보면 그들의 음식을 예찬하는 "맛의 달인"이라는 만화는 예전에 100권이 넘어가 버렸습니다. 우리나라 먹거리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 허영만 선생의 "식객"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만화라고 생각됩니다. 옥의 티라면 입맛은 다분히 주관적인 것인지라 식객의 에피소드 말미에 나오는 식당의 전화번호나 상호를 보고 찾아간 사람들이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큰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더군요.(예를 들면 하동관이라는 곰탕집) 아울러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불만은. 하고많은 신문 중에 하필이면 동아일보에서 연재를 하는가...가 가장 큰 불만 중에 하나입니다.^^

순오기 2007-11-22 11:39   좋아요 0 | URL
ㅎㅎ 동아일보~~ 저는 결혼전에만 아버지가 보시니까 보았고요. 지금은 문제의 중앙일보를 보고 있다지요.ㅠㅠ 최근엔 신문도 안 들여다 보니까, 남편과 울 애들만 보고 있지만...
그리고 여수사람인 허영만 씨의 입맛에 따른 것이라 그럴 수도 있다 생각돼요. 전라도 맛에 길들여지는데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
전라도, 정말 특유한 맛의 고장... 내 입맛도 이제는 전라도!

라로 2007-11-2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객은 저도 열독했던 만화~.^^;;;
깨소금이 뿌려져 더 맛나 보여요~.^^
근데 전 아직두 김치도 못담근답니다~.(쉿)
내년엔 기필코 배워보려구요~.(오기만땅)
근데,,,,
순오기님의 닉네임의 뜻이 '순오기'일 줄은 알았는데요,,,
존경스러워요...

뽀송이 2007-11-2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진솔한 님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전 이런 님이 좋아요.^^
저도 파김치 무척 좋아합니다. 손맛이 느겨지는 것이 맛있어 보여요.^^
위가 민감한 편이라 많이 먹으면 안되는데도 어찌나 많이 먹어대는지...
친정엄마는 제가 간다면 얼른 파김치부터 감춘다니까요.^^;;


마노아 2007-11-2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이야기들을 들여다보았어요. 저도 어제 식객 8권 조금 읽었는데, 이미 읽은 부분도 다시 소장하려고 해요. 2권이랑 8권만 있는데 차차 채워가야죠.^^
빛고을 광주 이야기도 너무 아름다워요. 좋은 이웃을 둔 순오기님의 내공과 인덕도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

miony 2007-11-22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닉네임에 그렇게 깊은 뜻이!^^

순오기 2007-11-24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 뽀송이님, 마노아님, miony님의 댓글에 감사^^
글 올려놓고 너무 사적인 얘기를 끼적거렸나 후회도 했다는...
 

1937년 12월 13일부터 1938년 1월까지 일본군에 의해 30만이라는 중국인들이 학살을 당했으니, 이른바 남경대학살이다. 그 잔혹함에 세계는 혀를 내둘렀고, 당시 같은 짓거리를 했던 독일까지도 '야수와 같다'고 했으니 똥 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지만... 일본군의 만행은 위안부 문제와 더불어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역사에 희생된 개인이 어디 중국뿐이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우리 선조들이 있으니 영화의 배경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 감정이입이 쉬웠다.

영화는 이런 역사적 사건 후인 1942년의 상해를 배경으로 4년 전을 회상하며 보여준다. 살아남기 위해 홍콩으로 떠났던 젊은이들... 홍콩대 학생들이 항일구국 연극을 하며 '중국을 지키자'고 애국심을 자극한다.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 고무된 젊은이들은 일본에 빌붙어 사는 관리를 죽이기로 모의한다. 첫번째로 지목된 자는 장관 이(양조위 분), 그를 죽이기 위해 막부인으로 위장한 왕 치아즈(탕웨이 분)를 접근시킨다.

붉은 립스틱 자국이 선명한 왕 치아즈의 찻잔, 인간 본성인 色을 색깔로 보여준다. 와인 잔에 남아 있던 립스틱 자국도... 인간의 욕망이 戒를 뛰어 넘는다? 미인계로 투입된 왕 치아즈가 죽여야 할 대상인 이를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을 갖게 하는 이의 눈빛, 배우 양조위의 그 서늘한 눈빛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색으로 계를 이루고자 했던 왕치아즈... 색의 경험을 얻기 위해 그녀가 치뤄야 했던 일은 인간 자존의 문제를 생각케 된다. 이를 죽이기 직전, 상해로 떠나버린 이... 허망하게 무너져야 했던 그녀의 삶은 다시 3년이 흘러 계를 완성하기 위해 이를 찾아 상해로 간다.

그녀는 드디어 이를 사로잡기에 이르는데, "당신이 온 게 내게 선물이야" 누구도 믿지 않던 이가 마음의 빗장을 완전히 풀고 그녀를 사랑하기까지.... 끝없는 긴장과 탐색으로 전투처럼 치뤄졌던 그들의 정사, 저렇게까지 보여줘야 했을까 싶으면서도 정사 장면이 빠졌다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거라 생각되었다. 추하다거나 야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저 처절한 정사씬은 꼭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그들의 처절한 정사와 표정과 눈빛에 주목하도록 보여주는 이안감독의 멧세지가 읽혀졌다. 단지 그 장면을 내세워 홍보하는 얄팍한 상업성이 부끄러울 뿐이다.

"그 사람은 내 반응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그는 뱀처럼 집요하게 내 몸을 파고들며 심장으로 들어왔어요"

처절하도록 소진시키는 정사와 손을 얹으며, 그 서늘한 눈빛에 실어 보냈던 이의 마음이 드디어 붉은색 다이아몬드로 그녀에게 온다. '다이아몬드는 관심 없어, 그것을 낀 당신의 손이 보고 싶을 뿐이야"라는 그의 말과 눈빛... 그녀는 이를 지켜주고 싶다. 자신이 죽어도..... 붉은 다이아몬드를 이에게 돌려보내고 그녀는 총살장에서 사라진다. 그녀의 침대에 걸터앉은 이......그의 눈에서 흐르지 않는 눈물이 보인다~~~~~~

전쟁의 와중에서 오직 소일하기 위해 벌이는 이부인과 여자들의 마작은 바로 이 영화를 푸는 열쇠가 아닐까 싶다. 자기의 속내를 감추고 상대를 속여야 하는 도박은 바로 목숨을 걸고 상대를 속여야 하는 첩자의 운명과 다를 게 없다. 자신이 속지 않으려면 끝없는 탐색과 속임수로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것. 마작을 하면서도 막부인과 이의 관계를 탐색하던 여자가 있었고, 이가 왕차아즈에게 완벽하게 속았던 것처럼, 그녀는 우영감으로 대변되는 구국요원들에게 또 속은 것 아닌가? 암살이 성사되더라도 그녀는 영국으로 갈 수 없고 죽어야 했을 전쟁의 소모품이니까.

왜 자꾸 마작 장면을 보여줄까 의아했는데, 영화가 끝나니 비로소 이해됐다. 속고 속이는 그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와 진실이.......

수능 다음 날, 심야로 보고 오면서 심정이 착잡했지만,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를 살려낸 것이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완벽하게 속았던 이가 그녀를 보내며 흘린 눈물은 바로 그녀의 사랑이 자신의 목숨과 바꾼 진실이란 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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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1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안봤지만 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대만출신임에도 미국적인 영화(브로크백 마운틴)와 영국적인 영화(센스엔센서빌러티)까지 연출하잖아요.^^

순오기 2007-11-18 17:05   좋아요 0 | URL
브로크백 마운틴은 우리 동네서 상영을 안해서 못 봤어요.
와홍장룡, 센스엔센서빌러티는 좋았어요. ^^
다시 한번 봐도 좋을 듯한 영화였어요.

뽀송이 2007-11-18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벽하게 속았던 이가 그녀를 보내며 흘린 눈물은 바로 그녀의 사랑이 자신의 목숨과 바꾼 진실이란 걸 알기에......'
님의 이 말이 영화보다 더 좋네요.^^
따님과 함께 보신 건 아니시죠? 후훗.^^;;



순오기 2007-11-18 17:05   좋아요 0 | URL
ㅎㅎ 이웃 아줌이랑 둘이서 봤어요. 심야로...
우리 딸이 보고 싶다기에 너무 충격이라 말렸어요~ㅎㅎ

마노아 2007-11-1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결말이 그렇군요! 너무 보고 싶었는데 지난 주에 약속이 깨져서 혼자서 원스 보았어요. 이 영화도 꼭 보고 말 거야요^^

순오기 2007-11-20 00:02   좋아요 0 | URL
우리 지역에선 원스를 안했어요ㅠㅠ
이 영화, 한번 더 진지하게 보고 싶어요.
 

콜롬버스의 무료 시사회에 당첨되어 가을밤 멋진 샹송에 취했다. 시사회에서 준 CD로 에디트 삐아프의 라비앙 로즈를 밤새 들으며 쓴다. "평생 잊지 못할 2007년 최고의 명작. 올가을... 전세계를 울린 감동의 무대가 오릅니다..." 라는 메인카피로 11월 22일의 개봉을 예고하며 호기심을 한껏 부추기는데, 기대만큼 만족이냐 실망이냐는 개인의 취향과 평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만족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에디트 삐아프의 삶은 결코 라비앙 로즈(장미빛 인생)가 아니었지만, 그녀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노래한다. 노래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무대에서 쓰러지더라도 노래하겠다며 눈물로 애원하는 그녀를 보며 감동이 밀려왔다.

128분의 짧지 않은 시간, 영화 전편에 흐르는 에디트 삐아프의 노래와 젊은 시절부터 죽을때까지의 에디트 삐아프(마리안 코티아르 분)를 연기한 배우에 빠져 길다고 느끼지 못했다. 삐아프는 51세에 죽었지만, 자신을 돌보지 않고 술에 쩔어 소모해버린 세월 때문인지 굉장히 늙어버린 할머니로 보여진다. 실제로도 그랬겠지?

에디트의 파란만장한 생애 과거와 현재를 무시로 넘나들며 보여준다. 거칠고 제멋대로인 그녀를 최고의 가수로 만들고자 했던 루이스 레플리(제라르 드바르디유)는 삐아프(작은참새)란 이름을 주지만 갑작스럽게 죽고, 막셀을 향한 뜨거운 사랑도 죽음이 갈라 놓고... 사랑의 아픔과 추억을 노래하는 그녀의 삶을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절절한 사랑과 열정은 흠뻑 느낄 수 있다.

"내가 노래하지 않는다면 죽은 것이다."
"내 인생은 지혜롭게 살았다."
"사랑하세요. 사랑하렴"
"죽음보다 외로움이 더 두렵다"

그녀의 말과, 엔딩곡 Non,je ne regrette rien(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를 온몸으로 부르던 그녀의 목소리가 밤새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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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08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엔딩곡은 영화 "파니핑크"의 완벽한 주제가이기도 합니다요.^^
전 저 음악 들을때마다 흑인 오르페오가 생일케잌을 들고 입뻥긋 립싱크하는 장면이 생각나요.

Non, Rien De Rien, Non, Je Ne Regrette Rien
Ni Le Bien Qu'on M'a Fait, Ni Le Mal
Tout Ca M'est Bien Egal
Non, Rien De Rien, Non, Je Ne Regrette Rien
C'est Paye, Balaye, Oublie, Je Me Fous Du Passe
Avec Mes Souvenirs J'ai Allume Le Feu
Mes Shagrins, Mes Plaisirs,
Je N'ai Plus Besoin D'eux
Balaye Les Amours Avec Leurs Tremolos
Balaye Pour Toujours
Je Reparas A Zero
Non, Rien De Rien, Non, Je Ne Regrette Rien
Ni Le Bien Qu'on M'a Fait, Ni Le Mal
Tout Ca M'est Bien Egal
Non, Rien De Rien, Non, Je Ne Regrette Rien


순오기 2007-11-08 09:27   좋아요 0 | URL
와~ 친절하게 가사도 적어주셨네요. 감사^^
어제 밤새 듣고도 여운이 남아 아침부터 또 귀에 달아놓았어요.
오늘도 후회없는 삶을 살리라 불끈~~~~~

세실 2007-11-0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불끈^*^ 깊어가는 가을엔 샹송도 좋지요~~
비앙 비앙 따라라라라 라라~~~

순오기 2007-11-09 09:07   좋아요 0 | URL
라비앙 로즈...에디트 삐아프의 노래를 충분히 들을 수 있어 좋았아요.
날마다 후회없이 살자고 불끈~~^*^

프레이야 2007-11-0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디뜨 삐아프! 이 영화 꼭 봐야쥐, 불끈^^

순오기 2007-11-10 03:37   좋아요 0 | URL
혜경님, 11월 22일 ...꼭 보셔요, 후회하지 않을 듯!

실비 2007-11-1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예고편을 보게됐어요..
정말 멋있는영화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오기 2007-11-11 09:56   좋아요 0 | URL
11월 22일 개봉...기대하셔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