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들과 노는 근린공원 산자락에 핀 참꽃이라 부르는 진달래다. 우리 조상들은 풀꽃이나 나물을 먹을 수있느냐 없느냐로 나누었는데 진달래는 먹을 수 있으니 참꽃이고 철쭉은 독성 때문에 먹을 수 없으니 가짜꽃 혹은 개꽃이라고 한다.

 

 

  진달래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낙엽성 관목이다. 봄이면 잎보다 먼저 가지 가득 진분홍빛 꽃이 핀다. 다섯 장의 꽃잎이 한껏 벌어져 있지만 아래는 한데 붙은 통꽃으로 가지 끝에서 3-6개의 꽃송이가 모여 달린다. 잎은 철쭉과는 달리 뾰족한 타원형이 광택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진달래와는 피를 나눈 변종과 품종이 몇 가지 자라는데 아주 귀한 것으로 힌 꽃이 피는 흰진달래, 잎과 자루에 털이 있는 털진달래, 잎이 넓은 왕진달래. 잎 표면에 돌기가 있고 윤이 나는 반들진달래, 열매가 가늘고 길며 한라산에 자라는 한라산진달래가 그것이다.(328쪽)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가지, 이유미, 현암사)

 



차례로 첫 사진은 한 달 전, 잎이 나기 전에 찍은 진달래고. 다음은 어제 찍은 연두잎이 난 진달래다. 그 다음 둘은 사무실 앞에 어우러진 철쭉과 영산홍이고, 마지막 둘은 우리집 마당에서 반기는 철쭉꽃!!

 

 

 

 

내가 어릴 땐 산에 진달래가 많았는데 요즘은 산에서 진달래 보기 어렵다. 왜 그런지 아시나요?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숲은 분명 아름답지만 생태학적인 관점에서는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이 나무는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며 특별히 산성 토양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울창한 낙엽 활엽수림이 파괴되면 소나무가 등장하고 그 깨진 숲속에 진달래가 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이 땅에 진달래가 유난히 많았던 이유는 산이 그만큼 헐벗고 척박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의 숲은 제법 울창하게 우거져 가지만 한편으로는 대기 오염이나 산성비 등으로 피해를 받아 진달래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대개 가을에 익은 종자를 따서 그대로 공기 중에 보관하다가 봄에 이끼 위에 파종한다. 삽목은 뿌리가 잘 내리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진달래는 수분이 너무 많거나 한여름 볕이 너무 강한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 꽃이 잘 피게 하려면 꽃이 지려는 즈음에 꽃을 모두 따 주면 이듬해 더욱 풍성하게 꽃을 피우며, 꽃이 지고 순이 나올 때 일부만 남겨 놓고 따 주면 역시 실하게 나무가 커 간다. 또 실내에서 겨울을 춥지 않게 지내면 꽃이 피지 않는다. (330~331쪽)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가지, 이유미,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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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4-24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달래란 이름의 ˝진˝이, 참꽃이라는 의미로 붙은 ˝진(眞)˝ 인걸까요? 이건 그냥 저의 상상입니다.
마지막 문제 정답 궁금해요. 왜 그럴까요?

순오기님 댁 마당 사진속 벽돌색과 철쭉색과 초록색이 정겹고 사랑스럽습니다.

순오기 2015-05-14 03:59   좋아요 0 | URL
참꽃이라 부르던 꽃이 진달래로 불린 건 그럴지도 모르지요~ ^^

2층에 사는 할아버지 덕분에 사철 꽃잔치에 호사를 누립니다~^^

라로 2015-04-2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산림이 회복되어 진달래 들어설 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들었는데요?? 소나무가 많아져서 그렇다고 그랬나?? 암튼 이 머리로 기억하는 거 믿을만하진 않지만요~~~~ㅋ 예전 해든이 유치원 가는 길에 언니가 올리신 사진처럼 철쭉이 저렇게 폈는데 여기선 그런 풍경 보기 힘드네요!!! 그리운 풍경~~ 그리운 진달래 맛!!

순오기 2015-05-14 04:01   좋아요 0 | URL
글 내용에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 가지>에 나온 내용을 추가했어요.
그걸 보면 답이 되겠죠~
진달래나 철쭉은 미국에선 보기 어렵나...ㅠㅠ

서니데이 2015-04-30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저는 진달래를 본 적이 없는지 철쭉이랑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저희집 근처에도 조금씩 철쭉이 피기 시작했어요. 이 사진만큼 예쁘진 않은데, 그래도 봄 기분도 나고 좋긴 해요.
순오기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순오기 2015-05-14 04:02   좋아요 1 | URL
인천 수봉산에도 예전엔 진달래가 있었는데... 이젠 산보다 도시공원이 됐겠죠.ㅜ

수퍼남매맘 2015-05-08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정답 말씀해 주세요.
마당에 있는 철쭉은 보기 드문 색깔이네요. 예뻐요.

순오기 2015-05-14 04:02   좋아요 0 | URL
정답은 책을 인용해 추가로 넣었어요.^^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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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이 너무 아파요 안쓰러워요


전국을 다녀보니까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안산이 더 심한 거 같더라고요. `안산`하면 공단, 외국인 노동자, 사건 사고가 많은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제 거기다 세월호까지 얹어진 거에요. 여기 사는 사람들은 그게 싫은 거야.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 중략......

나부터가 아직은 힘들어서 동네 사람들하고 안 마주치게 멀리 돌아다녀요. 20년을 살았으니싸 이 분들은 나의 모든 걸 알잖아요. 나를 안쓰러워하시죠. 나는 또 그런 시선이 싫어서 못 본 척하고, 전화도 안 왔는데 전화 받는척하고. 마트를 두번인가 갔더니 주인이 갈때마다 힘내라고 박카스를 줘요. 나는 그것도 싫은 거야. 그래서 멀리 돌아서 다른 마트에 가요.
호성이는 학교 갔다가 밤늦게 돌아와도 ˝엄마, 시장 볼 거 없어? 나 있을 때 가.˝해서 마트에 같이 다녔어요. 그랬던 걸 뻔히 아는 분들이니까. 내가 우리 빌라 반장이라서 밤에 집집마다 관리비를 걷으러 돌아다녔는데 애가 뒤에서 손전등을 비춰주면서 졸졸 쫒아다녔어요. ˝엄마, 엄마, 조심, 조심˝ 그러면서. 사고 난 뒤에 동네 사람들이 나를 보면 ˝뒤에서 불 비춰주든 걔야?˝ 그러면서 손 붙잡고 엉엉 울어요. 대화 자체가 안 돼요. (129~130쪽)
......

나무 -신호성-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곳
식물들이 모여서 살 수 있는 곳
이 작은 나무에서 누군가는 울고 웃었을 나무
이 나무를 베어 넘기려는 나무꾼은 누구인가
그것을 말리지 않는 우리는 무엇인가
밑동만 남은 나무는
물을 주어도 햇빛을 주어도 소용이 없다
추억을 지키고 싶다면
나무를 끌어안고 봐보아라


------
* 글이 다 마무리되었을 즈음 어머니께서 연락을 해 오셨다. ˝선생님, 우리 호성이가 쓴 시가 있는데 실어주시면 안 돼요?˝ 책을 좋아했던 아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졌다. 청을 하는 그는 씩씩한데 듣고 있던 나는 철철 울었다. `밑동만 남은 나무`가 어머니 같고, 호성이가 그 나무를 끌어안고 있는 듯했다. (136쪽)

 

세월호 1주기 아침에, 나는 호성이 엄마 얘기를 읽으며 울었다.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은 다정다감한 아들 호성이를, 그 엄마와 같이 기억하고 잊지 않겠노라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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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6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4-19 23:57   좋아요 0 | URL
정말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게 부끄럽고 슬프지요.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행동하고... 다짐해봅니다.

blanca 2015-04-1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도 아이들을 추모하는 것 같아요. 얼마나 그리울까요.

순오기 2015-04-20 00:0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슬픔이 커서 그럴까요, 일교차가 커요.ㅠ

마틸다 2015-04-1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이 아파요. 우연히 방문했는데 반가워요.

순오기 2015-04-20 00:04   좋아요 0 | URL
한마음이라 고맙고 반갑습니다~
 
내릴 수 없는 배 - 세월호로 드러난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말하다
우석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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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일본이 타다 넘긴 배를 타게 되었는가    -우석훈-

경제학자들은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작업을 종종 한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우리가 일본보다 못 살았는데 이제 격차가 많이 줄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배, 조선업과 관련해서는 이 관계가 좀 더 드라마틱하다.
......중략......

2009년 이전,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선박시장에서 1시장이었다. 새 배를 만들어서 타는 나라를 1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보다 못 살던 시절에도 일본의 중고배를 사다가 운행해야 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선령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후, 한국의 연안여객은 일본의 2시장이 됐다. 심지어 중국은 선령이 28년이기 때문에, 기계적인 수치만 비교하면 한국은 현재 중국보다도 아래에 있다.
...... 중략......

지난 수년간 한국에는 시장을 신봉하고, 기업을 숭배하는 흐름이 주류였다. 이 흐름은 10년의 민주정권 대신 이명박정부를 국민들이 선택할 때 집단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흐름이 이러니 정부는 기업의 건의를 받아들여서 승객들의 위험을 담보로, 승객들이 그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정부에서 박근혜정부에 이르기까지 이 흐름은 계속되어 왔고, 이제는 그게 원칙인 것처럼 착각까지 하고 있다.

122~127, 우석훈, 내릴 수 없는 배,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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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4-16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조치이긴 하지만 이제 이런 분석도 필요하고 귀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해요. 소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하니까요, 이전보다 더 튼튼하게.
중국보다도 아래인 한국. 부끄러운 한국 입니다.

순오기 2015-04-20 00:08   좋아요 0 | URL
우리가 기억하는 참사만 해도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서해페리호... 등 많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는 게 더 부끄럽고 절망스러워요!ㅠ

단발머리 2015-04-1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호 관련 책들은 읽을 때마다 참, 힘듭니다.
이 책도 끝나지 의문 때문에 힘겨웠던 기억이 납니다.
우석훈 씨가 이 책이 자신의 책 중에 가장 덜 나갔다는 이야기도 생각나구요.
서울은 날이 많이 흐려요.
오후에는 비도 온다고 해서 맘이 좀 그러네요.
화창한 것도 별로지만, 비는 안 왔으면 좋겠어요.
....

순오기 2015-04-20 00:11   좋아요 0 | URL
우석훈씨가 그런 말을 했군요.
사람들이 자기완 상관 없다고 생각할 수도, 혹은 마음이 불편해서 안 읽을수도 있고...
날씨가 흐린 것도 걱정이지만 일상을 살 수 없는 세월호 가족들을 생각하며 참 아프지요.

[그장소] 2015-04-1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중에 조선소에 일하는 이가 있어요.
그이의 자부심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배를 가장 잘만드는 나라중 3번째라는 거였죠.
그많은 항구를 가진 나라중 굴지의 나라들과 나란히 해도 3위. 더..슬플밖에...그래서 분노스러울밖에 없다고.저 가라앉는 배들은 대체 뭔거냐고..왜 우리나라는 무기도 선박도 모두 다 남이 쓰던 헌것을 되사서 쓰느냐고...그 많은 세금은 뭘하기 위한 거냐고.

순오기 2015-04-20 00:13   좋아요 1 | URL
헌 것을 가져오면 자기 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이 더 많을까요?
돈이 최고인 세상이 되다보니 정말 세상이 미쳐돌아가는 거 같아요.ㅠㅜ

[그장소] 2015-04-20 12:48   좋아요 0 | URL
배를 싸게 사려고 미리 주문해 놓고도 부식 시키려 날짜가 되도 가져가지않는 답니다.그럼 싸게 어디든 팔아야 하는 상황이되고요.대기업이라고 척척 돈다내고 사가는건 바보짓이라니..할말이...ㅠㅠ
 
세월호 이야기 - 동시인.동화작가.그림작가 65명이 모여 쓰고 그린
한뼘작가들 지음 / 별숲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사람은 배가 아니다
-김하늘-

배는 침몰할 수 있다
물건이라서
사람은 침몰할 수 없다
생명이라서

배가 침몰했다고
사람까지 가라앉으면 안 된다

배는 배가 삼켰어도
사람은
사람이 가라앉혔다

배를 삼킨 바다는 가만있어도
사람은 가만 있으면 안된다

배는 천천히 건져도
사람은 늦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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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야 엄마가 초콜릿 줬다.

엄마도 초콜릿 받고 싶다. 화이트데이에....... "

 

지난 3월 1일 안산합동분향소 초콜릿 상자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 메모다.

 ‘아~ *수 엄마는 이제 영원히 아들에게 초콜릿을 받을 수 없구나! '

는 생각에 울컥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누가 *수 엄마의 소박한 소원을 앗아 갔나....

 

2월 19일 설날, 손주에게 세뱃돈을 주고 싶은 할아버지는 또박또박 글자를 박아 '할아버지 세뱃돈' 봉투를 올려놓으셨고, 함께 떡국을 나누지 못한 엄마는 "아들, 떡국은 먹었지?" 소식을 묻는 편지도 있었다. 엄마의 마음, 부모의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지는 것....

 

 

막내와 눈이 벌게지도록 울며 분향소를 돌아보고 나오는 길,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다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갔는데 멀리서 택시 한대가 유턴을 했다. 혹시나 싶어 손을 들었는데 뒤에 탔던 손님이 앞자리로 옮겨 앉고 우리 모녀를 태워줬다. 택시기사님은

"이 손님을 잠간 분향소에 내려드리고 가야 된다."

며 양해를 구하기에, 우리도 분향소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더니

"이 분도 유가족이랍니다." 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어디서 왔느냐?" 고 물었다.

"광주에서 왔어요." 답했더니, 앞에 앉은 분이 돌아보시며

"광주에서 안산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서로 얼굴을 마주하니 낯이 익었다.

지난 2월 9일 광산구청 앞에서 가족들을 맞이하고 송정역까지 함께 했다고 했더니, 그분도 나를 본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때 유독 어떤 어머니가

"광산구민 최고에요!"

엄지를 치켜세우며 고맙다고 인사해서 특별히 기억한 얼굴이 있었는데 바로 그분이었다.

죄송하지만 누구 엄마인지 여쭈었더니

"*혁이 엄마에요."

답하면서 나랑 여러번 눈이 마주쳤던 게 생각나는지 서로 손을 맞잡았다.

광주와 안산에서 이렇게 두번이나 얼굴을 보게 된 우리 인연이 놀라웠고,

막내는 엄마랑 그 아줌마랑 서로 알아보고 악수하는데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내가 *혁이 엄마를 보게 된 건,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일반시민이 1월 26일 오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선체인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19박 20일 동안 걸어서 팽목항까지 이어지는 릴레이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2월 9일 우리 지역을 지나게 되었고, 2월 2일부터 구청에 근무하게 된 나는 직원들과 함께 유족들을 응원하는 글이 적힌 노란 종이를 들고 구청 앞 도로에서 기다렸었다. 가족들은 우리 앞을 지나며 고개 숙여 인사를 전했고, 우리는 눈으로 응원을 건넸다. 광주송정역까지 그들의 뒤를 따라 걸으며, 구호를 외치지는 않았어도 조용히 뒤를 따르는 것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 마음은 하나였다.

광주송정역에 도착하니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식구들이 나와서 뜨거운 차와 음식을 나누고 있었다. 행진한 가족들은 뜨거운 차로 언 몸을 녹이고 화장실도 다녀오는 등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주로 떠나는 길을 배웅하고 돌아왔었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온몸으로 호소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기가 막혔다.

 

 

 

 

잘못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린 정말 아이들을 볼 면목이 없다.

잘못을 바로잡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간 그 아이들에게 정말정말 미안해서라도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행동하는 양심, 실천하는 시민의 힘을 보태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어린시절 기억 속에 또렷이 각인된 사진집이 있다.

표지도 떨어져 너덜거렸지만 김주열의 주검이 실린 사진책이었다.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항거한 마산상고 김주열 학생의 참혹한 시신은  4.19 의거의 도화선이 됐고, 민주국가의 근간을 흔든 부정선거와 국가폭력은 어린 나에게도 분노를 갖게 했다. 어쩌면 어릴 때 각인된 그 사진책이 내게 역사의식과 반골기질을 심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88년 결혼하고 제주로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들렀던 망월동 5월묘지에서 본 참혹한 사진들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어린날에 본 4.19 사진집에 이어 국가폭력으로 각인된 두번째 사진이고 사건이었다.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이 가려졌던 시간만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견뎌야했던 세월을 국가는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대체시키고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았다. 지금도 살아서 떵떵거리는 그 인간을 봐야하는 고통을 겪는 건 유족이고 국민들이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는데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이 수중에 있고, 국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진상을 밝히지 않는 저 무능하고 오만한 무리들을 어찌할 것인가.... 

 

왜, 우리는 역사를 바로세우지 못할까?

친일파 청산부터 80년 5월 광주와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잘못을 되풀이하는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89년부터 광주에 와서 살면서 5월 진실을 알기 위해 수많은 5월 문학을 만나고 답사를 다녔다. 이제는 눈감고도 머리 속에 당시의 모습이 그려진다. 또 다시 우리 아이들에게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두 눈 부릅뜨고 책을 읽으며 현실을 직시하고 행동해야 하리라. 일단 참여하는 것부터...

 

 

 

4월 16일 세월호 1주기 우리지역 추모 모임에 유가족 *혁이 엄마가 온다.

*혁이 엄마와는 이제 세번째 만날 인연인가 보다.

 

3월 1일 안산합동분향소로 가는 길에 택시 기사님께 부탁해 단원고 앞으로 돌아서 갔었다.

교문에 걸린 입학을 환영하는 현수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모두 앞가림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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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4-14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물 나네요. 요새는 자꾸 학습된 무력감이 들어 큰일입니다. 정의가 있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는 희망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야겠어요. 페이퍼 감사해요.

순오기 2015-04-14 16:15   좋아요 0 | URL
네~ 우리 절대 포기하지 말고 정의가 살아있는 세상으로 바꾸는 일에 힘을 보태고 함께 해요!!

푸른살이 2015-04-1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등학교 때 5월 광주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우리집에 그 사진첩이 있었지요. 저는 멋모르고 그 사진첩을 학교에 가져가서 아이들과 보았습니다. 그땐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이후로 늘 광주를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4.3 사건을 알고부터는 제주를 생각하면 보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젠 3월이면 과중한 업무와 그 어떤 삶의 무게로 자살한 친구 생각에 가슴이 아프고 4월이면 세월호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하면 인간적인 배려가 있는 공동체로 탈바꿈할 것인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순오기 2015-04-14 16:17   좋아요 1 | URL
그러셨군요, 어릴 때 각인된 사진첩은 저와 같으네요.
어쩌다 우린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지 참담하고 부끄럽고...우리가 할 일이 많아요!

2015-04-14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4-14 16:11   좋아요 0 | URL
이런.... 수정할게요. 고맙습니다~

2015-04-14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4-15 08:13   좋아요 0 | URL
공감과 감사~
통화했으니 문자는 안보내도 제번호는 아시겠지요?^^

나와같다면 2015-06-11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각인된 사진은.. 86년 고 이한열 최루탄맞고 피를흘리며 쓰러지는 사진.. 그를 부축하고 분노에 찬 시선으로 응시하던 동료.. 잊을 수 없는.. 각인 된..

순오기 2015-06-11 10:21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사진 기억합니다~~ 그런데도 지금 그에서 더 나아진 게 없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