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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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이던가,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라는 산문집을 읽다가 그녀처럼 엎드려 울었다. 울다 보니 내 설움인지 통곡이 되었고, 놀란 우리 아이들이 "엄마, 왜 그래? 책이 그렇게 슬퍼?"라고 물었다. "아니, 너무 아름다워서, 자운영 꽃밭에서 울 수 있는 감성이 아름다워서..."라고 궁색한 변명을 했었다. 그 후 뒤늦게 그녀의 등단작부터 찾아 읽었고 새 작품이 나오는 족족 읽으며, 공선옥 그녀에게 전염되어 갔다. 사랑도 병이런가! 그녀에게 애정이 깊어가면서 내 삶도 신산해졌고, 그녀의 작품에서 만나는 여자들의 삶이 지지리 궁상스러워 신물이 났다. 내 삶이나 그녀들의 삶이 왜 다 그 모양인지...... 굳이 책을 찾아 읽으며 스트레스 받을 이유가 없기에 '붉은 포대기' 이후 손을 딱 끊었다.

그리고 5년이 흘러 다시 만난 공선옥, 그녀는 여전히 상처뿐인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무책임하고 뻔뻔하고 이기적인 남자도 여전하고, 더 이상 숨길 것도 없고 물러설 곳도 없는 여자들을 아주 가까이서 냉정하게 그려내고 있다. 마치 내 얘기를, 내 치부를 들춰내듯 속삭이는 그녀에게 빨려들었다. 바로 이것이 공선옥의 매력 아닐까? 한 발 물러나서 편안하게 관찰하는 독자가 아니라, 내 얘기를 주절주절 털어내는 주인공 같은 느낌으로 맞딱뜨리게 된다. 결코 편안치 않은 독서이면서 손에서 내려놓을 수도 없는 '명랑한 밤길'이었다. 12편을 하루에 한 편씩 내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듯 야금야금 씹어 먹었다.

맹랑한 통증으로 같이 한 숨 쉬며 체념하고 싶은 인생들, 무엇 하나 만족스럽거나 윤택과는 거리가 먼 그녀들의 삶에서 건져올리는 명랑함이라니? 작가의 사진을 보니, 예전보다 볼 살이 올라 좀 여유롭고 윤택해 보이기는 하는데, 그렇다면 작품 속 여자들의 삶도 좀 나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살짝 내 눈꼬리가 흘겨지려 한다. 그러나 12편의 단편을 다 읽고나선, 공선옥 그녀도 나이 먹었고 두어 살 더 먹은 나도 나이 먹었음을 발견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삶을 대하는 자세나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불에 덴 혀로 왕소금을 씹어 삼키는 것 같은 나날들'이지만, 꿈에서나 상상속에서라도 행복이 다글다글 굴러다닐 것 같은 희망과 용기가 있다면 사는 거다. 남편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울지 않는다고 구박 받으면서도 울 수 없던 영희가, 장례를 치르고 살기 위해 목놓아 통곡하는 것처럼.(영희는 언제 우는가) 아무리 힘든 파출부 일을 다녀도 쓰레기가 될 뿐인 온갖 도구에 흙을 채워 꽃과 채소를 가꾸고 있으면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즐거움이 있기에.(도넛과 토마토) 스물한살 처녀를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격렬하게 떨면서도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기에.(명랑한 밤길) 처녀가 애를 낳는 게 죄가 되는 세상에, 낳아서 버린 아이를 대신해 입양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79년의 아이)

12편 모두가 웃을 일 하나 없는 신산한 그녀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신산한 삶에서도 왜 명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삶이 신산할수록 웃어야 살 수 있다. 나도 근 1년을 웃지 않고 이를 북북 갈듯이 산 세월이 있었다. 그 결과 내 삶이 달라지는 건 없었고, 머리가 듬성듬성 빠지는 원형탈모만 겪었다. 지금도 숭덩숭덩 빠지고 나고를 반복하지만 이젠 탈모 자체에 신경쓰지 않는다. 웃지 않는 신산한 삶은 자기를 소모시킬 뿐, 결코 상황이나 현실을 바꿀 수 없었다. 그 상황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고 내 삶을 다른 시각으로 직시했을 때,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그래서 삶이 신산할수록 명랑해야만 살 수 있다. 명랑할 이유를 찾아 자기의 인생을 가꿔가야 한다고, 공선옥 그녀는 12편의 그녀들을 통해 독자에게 소곤소곤 풀어낸다.

동감이다~~~ 공선옥, 그녀의 삶이 누구보다도 신산했기에, 이렇게 분신같은 그녀들의 애정어린 삶을 얘기할 수 있는 거다. 나도 이를 갈며 웃지 않고 산 세월이 있었기에, 구질구질하다 여겨졌던 그녀들의 삶에 동감할 수 있는 거다. 내가 신산한 삶을 살았기에, 비로소 남들의 신산한 삶이 눈에 들어오는 인생의 이치를 발견한 독서였다. 오늘 내 삶이 어이없이 황당하고 억울해도, 웃을 수 있는 이유를 찾아내어 명랑하게 웃으며 살자. 그것이 신산하기만 한 우리네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고, 세상을 따뜻하게 살 수 있는 길이기에......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멜기님께 마구 고마움이 일어나는 독서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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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순오기님을...
    from 나비의 오래된 감각 2008-02-10 10:14 
    알라딘의 친선대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른사람들의 댓글(내것도 포함해서)에 다신 글을 읽으며 들었다. 알라딘에서의 생활에 활기를 넣어주시는 순오기님 화이팅!!
 
 
세실 2008-02-0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게 거짓말 같을때>,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랑 이름이 같아서 더 와닿았던 작가. '삶이 산산할수록 웃어야 살 수 있다'는 님의 말씀에 공감 갑니다.

순오기 2008-02-10 08:34   좋아요 0 | URL
<사는게 거짓말 같을 때>는 내가 손을 끊었을 때 나온 책이라, 아직 못봤어요.^^
작가 또래의 연배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겠죠? 신산함을 겪어야 비로소 남들의 신산한 삶이 눈에 들어오는 인생의 이치를 발견한 독서였어요.

2008-02-09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2-09 15:51   좋아요 0 | URL
작가의 삶이 그만큼 신산했음을 알기에 더 공감하지요.
올려놓고 수정하는 사이에 기다렸다는 듯 댓글이 달려 있어 깜짝 놀랐어요. 부족한 리뷰를 보고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니 감사해요.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야 명랑하고 따뜻하게 살 수 있는 듯해요.^^

라로 2008-02-0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랑한 밤길...꼭 읽고 싶어졌어요.
명랑하게 웃는게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고, 세상을 따뜻하게 살 수 있는 길이란 말씀 깊이 담아갑니다.

순오기 2008-02-09 15:51   좋아요 0 | URL
어머~ 나비님 안녕! 명절 잘 지냈죠?
이젠 희망이도 나이가 두 살이군요. 겨우 백일 막 지났는데 두살이라니?ㅎㅎ
명랑하게 웃는 게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라, 우리가 날마다 알라딘에서 웃잖아요! ^^

bookJourney 2008-02-0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신산한 소설을 감히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당이 안되더라구요. 그런데, 순오기님의 리뷰를 읽으니 ... 다시 시작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순오기 2008-02-10 08:35   좋아요 0 | URL
살다보면 그런 소설이 싫어지는 때가 있더군요.^^
역시~ 공선옥이다! 싶을만큼 괜찮았어요. 꼭꼭 씹어가며 먹을 책이에요!

프레이야 2008-02-09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랑한 순오기 님, 목포 잘 다녀오셨지요? ^^

순오기 2008-02-10 08:36   좋아요 0 | URL
옙, 혜경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셨나요?
알라딘의 즐거움이 명랑한 삶을 살 수 있게 하지요!!^^

마노아 2008-02-1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랑 가족 한 권 읽었을 뿐인데 참 오래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신산함... 공선옥 작가를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 중 하나일 거예요. 신산함을 넘어선 명랑함을 만날래요^^

순오기 2008-02-11 04:10   좋아요 0 | URL
그래서 공선옥의 작품을 읽기가 버거울때가 있죠~~~
우리 다같이 신산함을 넘어 명랑함을 만나요! ^^
 
한강 - 전10권 세트 - 반양장본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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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해에 중2 아들녀석에게 '한강'을 읽으랬더니 이제 3권을 읽었고, 6학년인 막내는 열흘만에 10권을 다 읽었다. 아이가 남겨 놓은 일기를 보다가 오래 전 내 홈페이지에 올렸던 걸 뒤적여 봤다. 2003년 8월 9일, '한강' 10권을 읽고 내가 남겼던 감상이다.

존경하는 조정래 선생님!
순수한 마음으로 감동 받고 드리는 찬사랍니다.

1996년 큰딸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기념으로 님의 장편 읽기에 돌입했고, 대하소설 '아리랑' 12권을 두 달에 걸쳐 읽고 가슴에 차 오르는 격정, 일본에 대한 분노~ 우리 민족의 아픔을 이리도 절절하게 그려 낸 당신이 참으로 큰 산처럼 다가왔었죠.

  '그래 우리 삼 남매를 자랑스런 호남인으로 키워야지!'  한 아름 차 오르던 감동은 오랫동안 물결 쳤지요.  94년 대선 때 '호남인의 정서'라는 말의 의미와 깊이를 눈물겹게 이해하며, '아~ 나도 이제 속까지 광주 사람 다 되었구나!' 생각했었죠.

  2000년 이었던가~ '광주시민의 날' 백일장에 5학년이던 큰딸을 데리고 나갔다가 이러한 생각을 토대로  '나의 핏줄, 나의 분신'이란 제목의 산문으로 일반부 우수상을 받았지요. 삼 남매를 키우다 보니 일기나 편지 한 장 제대로 쓰지 않아, 글쓰기와 거리가 멀게 살다가 받은 상이라 '이제 한 번 글이라는 걸 써 볼까?' 하는 마음도 잠시 들었죠.  

  그 후 '태백산맥' 읽기를 시도했는데 전라도 말이 영 입에 붙지 않아 자꾸 자꾸 다시 읽다가 결국 덮어 버리고 말았네요.  여기 저기서 귀동냥으로 주워 듣긴 했지만, '태백산맥' 읽기에 재도전 해야겠다 생각도 합니다.

  한국전쟁 6.25를 건너 뛰고,  5.16쿠데타 이후의 현대사를 펼쳐놓은 '한강' 읽기에 들어갔지요. 2003년 2월 14일부터 읽기 시작해 2~3일에 한 권씩 읽어 3월 27일까지 8권 절반쯤 읽었는데... 그만 다른 일에 시간을 많이 허비해 덮은 채 4개월이 지나 버렸네요. 8월 1일부터 시작된 휴가에 두문불출 방콕하고 드디어 10권까지 다 읽었답니다. 

  현대사의 굴곡을 유일민 유일표 형제를 축으로, 수많은 가공의 인물들을 창조해 그려 낸 굴절된 우리의 역사... 너무나 가난했기에 오직 '잘 살기 운동'을 하며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했던 장기집권의 독재, 나의 성장기에 듣고 겪었던 사건들이기에 더 가슴 아프게 이해되었지요. 산업화와 근대화를 겪으면서 아직은 분배할 때가 아니라는 미명하에 근로자들이 겪는 인간 이하의 삶, 생존을 위한 치열한 고통을 보면서 지금은 너무나 쉽고 편케 사는 우리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의 횡포에 무방비로 당하기만 하는 없는 자의 비애... 분단의 아픔을 인생 포기하고 싶을 고통으로 감당하는 유일민 가족의 아픔, 분노, 좌절, 체념... 젊은이의 인생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날개가 꺾여 너무나 가슴이 막혀버리던 안타까움.

  끝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체념속에 자기 앞의 삶을 담담하게 받아들여 자족하며 사는 그들 형제~ 안타까운 여인 임채옥과의 사랑의 완성...그것으로 그의 고통이 보상되지는 않겠지만 그나마 해피엔딩하는 그들 형제에게 맘껏 박수를 보냅니다. 

  광주 5.18 아픔의 현장으로 들어가는 유일표 일행이 기차에 오르면서, 오늘도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의 증인으로 '한강'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죠. 그 다음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면서...


  나는 '한강'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대하소설 세 편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을 쓰느라 마흔에서 예순까지 20년 세월을 바쳤다는 작가 후기를 읽으며 눈물이 나더군요. 초등 4학년이던 아들이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갔다 와 결혼해 그 아들이 태어난 세월을 헤아려보며 뼈를 깎는 고통으로 잉태하여 출산하기까지의 작가정신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지요.

  나의 가슴을 물결치게 했던 감동은 작가 조정래 선생님을 큰 사람으로, 내 가슴에 모신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를 만들었음을 고백합니다. 내내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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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1-16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아리랑,태백산맥,한강이 있습니다.
올해는 그것들을 읽으려 생각중이에요.
쉽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님의 말씀대로 쓴 사람의 정성을 생각한다면 하나도 어렵지 않은 일이지요.
절절하게 배어나오는 작가에 대한 님의 마음도 잘 느끼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순오기 2008-01-16 16:02   좋아요 0 | URL
다시 보니 너무 길~~~~~군요. 예전에 올린 걸 복사했더니만...
제가 쓰고도 다시 읽으면 눈물납니다. 그래서 어디를 뺄 수가 없지만(^^) 뒷부분은 페이퍼로 작성하려고 잘라냈어요.
작가와 작품에 대한 감동이 쉬 사라지지는 않더군요.

잎싹 2008-01-1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선배님 글..좀 되시나봐요?
엄청 리뷰많이 쓰네요.^^

순오기 2008-01-16 14:59   좋아요 0 | URL
요즘은 오전에 학교 갔다오면 오후는 한가하거든요. ^^
이제 나이가 먹었는지 귀찮아서 집으로 오는 애들을 다 떼었더니, 이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ㅎㅎ
이 글은 2003년에 썼던 걸 옮겨놓았어요. ㅠㅠ

2008-01-16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7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1-1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한강 참 좋아한답니다
예전에 쓴 날림 리뷰를 찾아보니 전 김선오의 이야기를 써놨었네요
가물가물, 다시 읽어도 새로울거야 분명 ㅋㅋ

순오기 2008-01-17 03:21   좋아요 0 | URL
아~ 김선오... 모델이 되는 실존 인물이 있다더군요.^^
저도 이젠 오래되어서 가물거려요. 애들이 얘기하면 아하~ 이러죠! ^^
그래서 또 책을 다시 보게 되는 필요성을 느끼지만...
 
[스스로 도전하는 아이의 인생에는 막힘이 없다] 서평단 알림
스스로 도전하는 아이의 인생에는 막힘이 없다
EBS기획다큐멘터리-동기 지음 / 거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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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가 없는 아이는 없다. 다만, 동기를 떨어뜨리는 환경이 있을 뿐이다"
"아이에게 동기를 가르치는 것이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물이다"

EBS기획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프로그램을 책으로 낸 이 책의 결론이다. 156쪽 밖에 안되는 얇은 책이지만, 알아보기 쉽도록 자료를 표로 넣거나 색깔을 달리해서 밑줄을 그어 정리한 내용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결론부터 썼지만 초,중,고 삼남매를 둔 엄마로 상당 부분 공감하고 반성도 하면서 읽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내용들이라 일독을 권한다.

제1부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라 에서는 순간순간 일어나는 충동을 통제할 수 있어야 노력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양육환경으로 아이의 자기통제틍력을 키워줄 수 있고, 보상물에 집중하지 않고 과제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의를 돌리라고 조언한다. 바로 부모의 양육태도에 따라 아이가 달라질 수 있기에 깊이 성찰할 부분이다.

제2부 실패하면 좌절하는 아이와 더욱 힘을 내는 아이로 나누어 설명한다. 실패의 원인을 능력부족이라고 여기면 좌절하고, 노력부족으로 생각하여 달라진 경우를 실험한 예를 들어 제시한다. 평가목표를 가진 사람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학습목표를 가진 사람은 발전에 목표를 두기 때문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무엇이 나아졌는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떻게 능력을 발전시켰는지 이야기 나누며 학습목표를 심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3부 아이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 동기 향상 프로젝트에서는 보상이 동기에 미치는 영향의 실험사례를 제시하며 적절한 목표와 절대적인 평가로 비교하지 않도록 조언한다. 자신감과 자율성을 가진 아이가 내적동기를 만들어낸다. 능력보다는 노력중심의 칭찬을 하면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자녀를 지켜보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며, 먼저 부모가 변해야 한다고 마무리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문제나 방법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한 것들이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이들이 어릴 때만 해도 우아하고 교양있게 배운대로 키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엄마의 교양과 우아는 여지없이 바닥이 드러났다. 자기의 일이나 숙제는 스스로 알아서 해주기를 바랐는데, 딸들은 그래도 제 할 일 알아서 하지만 아들녀석은 달랐다. 엄마의 간섭도 싫어하면서 내버려두면 숙제도 하지 않았다. 이런 아들에게 엄마가 교양있게 대한다는 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의 역할이 잘못되어 아들에게 동기를 떨어뜨리는 환경을 준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너무 높은 목표를 주어 아이가 좌절한 것도 같고, 학습목표보다는 평가목표에 더 치중하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했다. 현재 중2인데 무엇이 되고 싶다거나 어떤 일을 하고 싶은 목표가 없는 아들을 보면 좀 안타깝다. 공부 해야겠단 생각은 하면서도 그다지 열심을 내지도 않고, 특히 교과선생님이 맘에 안들면 그 과목은 아예 공부를 안하는 성향이다.

아마도 보상물에 집중하게 했거나 후천적인 양육환경을 조절하여 자기통제 능력을 키워주지 못한 엄마의 잘못이 아닐까 싶어 내심 편치 않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인생은 약간의 성공과 대부분의 실패로 가득 차 있다는 말씀에 힘입어, 내적동기를 부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 책을 읽고 깨닫고 인식했다면 남은 건 실천 뿐이지 않겠는가!

<서평단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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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11-04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기부여가 엄마의 역할이군요....
2학년 아들내미 책가방 아직도 제가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막내라 느긋해서 더 그런듯 합니다. 큰애때는 스스로 하도록 했었는데....엄마의 양육방법이 큰 영향을 끼치는것 확실하네요.

순오기 2007-11-04 15:22   좋아요 0 | URL
ㅎㅎ 작은아이에겐 엄마가 훨씬 너그러워지죠.
양육방법도 영향을 미치지만 타고난 성품은 어쩌지 못하는 것 같아요.ㅠㅠ

bookJourney 2007-11-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리뷰를 볼 때마다, 책을 읽고 정성껏 글을 쓰시는 게 느껴져 감탄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도 한 번 읽어보아야겠네요.

순오기 2007-11-04 15:24   좋아요 0 | URL
님의 서재 구경하고 왔어요.
서평단도서는 책값은 해야할 것 같아서 성실하게 쓰려고 노력하지요!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치원이나 초등 학부모가 보시면 많이 도움 받을 책이에요.

행복희망꿈 2007-11-04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이 책을 읽고나서 참 많이 반성을 하게 되더라구요.

순오기 2007-11-05 23:56   좋아요 0 | URL
늘 책을 읽을 땐 반성하는데, 돌아서면 실천이 잘 안되는게 문제예요 저도!
 
천사 같은 우리 애들 왜 이렇게 싸울까? - 부모들이 잘 모르는 자녀들이 싸우는 이유와 대처법
일레인 마즐리시.아델 페이버 지음, 서진영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빨간 표지의 '천사 같은 우리 애들~' 이란 글씨 옆에서 정답게 시소 타는 남매와,~' 왜 이렇게 싸울까?'라는 글자 아래는 곰돌이 인형을 서로 잡아당기는 아이들이 그려져 있다. 표지의 이 그림이 이 책의 내용을 짐작케 한다.

책이 오자마자 엄마를 제치고 낼름 집어간 6학년 막내가 금방 읽고 나서 하는 말, "뭔 애들이 이렇게 살벌하게 싸워? 엄마, 우리도 이렇게 싸우며 컸어?" 하고 묻더니, "이 책에서는 정말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해."라고 소감을 풀어놓았다. 아이가 금세 읽고 합리적이라 생각했으니 부모인 나는 무엇을 발견할지 기대하며 읽었다.

이 책은 10년 전 미국에서 출간된 베스트셀러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출간 10주년 기념판이 나와 국내에서도 다시 출판하게 되었으니, 오늘도 올바른 부모가 되기 위해 고민하는 독자들에게는 밝은 햇살같은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을 보면 정말 기겁할 정도다. 미국 가정 이야기여서 특별히 거칠거나 막되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우리 한국 가정도 주변을 둘러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갈수록 형제 자매의 우애가 부족하고 경쟁심이 팽배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책을 읽어나가면 형제자매의 살벌한 싸움이나 우애 없는 행위에 대한 명확한 답이 제시된다. 바로 부모가 어떻게 처신하는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 것을 사례별로 제시하고 있다. 공감하고 반성하며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부모들이 이 책을 읽고 적용한다면, 부모 자격증을 받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경쟁의 원인과 아이들의 심리를 자세히 설명하고 부모의 대처방법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의 상담과정에 참가한 부모들이 사례를 얘기하면 경험에 비추어 동감이나 반박, 혹은 올바른 해결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부모의 긍정적인 역할이 아이들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하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만 해도 금세 화를 풀었다.

부모들이 주의하고 새겨둬야 할 내용은 "꼭 기억하세요!"라는 소제목으로 다시 정리하고, 또 만화로 보여주니 머릿속이 환하게 열리는 기분이었다. "비교하면서 칭찬하는 것은 위험해요"라는 제목으로 나온 만화와 밑줄을 죽죽 그으며 읽은 부분이다.



이 책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고민했을 문제를 유형별로 제시하고 명쾌한 해석으로 길잡이가 되기에 충분하다. 단지 읽고 공감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우리 가정에 적용했을 때, 이 책의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다. 난 특별히 200쪽 이후 '과거와 화해하기'를 읽으며 눈물이 났다. 내 과거와도 화해해야 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과거를 주지 않는 부모 돼야겠다고 다짐한다.

형제를 비교하며 칭찬하거나 꾸중하는 것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도 깨달았고, 아이와 단 둘이 시간을 가지며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가치 있는 존재인지 확인시켜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따뜻하고 안정된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우리 아이들이 그런 가정을 꾸미는 미래를 꿈꾸며 부모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서평단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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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 이성복 아포리즘
이성복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성복 시인은 1952년 경북 상주 출생으로 1977년 계간 '문학과 지성'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내로라 하는 김수영 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고 프로필에 나와 있지만, 나는 시인을 잘 알지 못한다. 그냥 그의 시가 좋을 뿐이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건 불과 몇 년 되지 않지만, 정말 콱 박히듯이 내 마음으로 걸어 들어온 시인이었고, 이성부 시인과 혼동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내가 기특했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그 돌 속에서 떠나갔네

로 시작되는 남해금산에 전율을 느끼며 각인된 시인이다. 그 후, 내 삶이 신산할 때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라는 제목에 낚이듯이 빨려 들었다해야 솔직한 고백이리라.  이 책은 1990년에 발간된 '그대에게 가는 먼 길'에 실린 단상들의 일부를 새롭게 간추렸다는 일러두기가 있지만, 제목만으로도 나는 위로 받았다. 특히 시와 시인은 어떤 정서일 때 만나느냐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 치명적이란 말을 글자대로 해석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짧은 줄글로 그의 단상들을 말할 수 없다. 나의 어쭙잖은 표현보다는 그의 한 줄이 당신을 이끌어 줄 것이다. 한두 줄이거나 길어야 너댓 줄의 단상, 햐~~정말 가슴을 울리는 그의 단상들과 이 가을에 만나기 바란다. 어느 것 하나도 그냥 넘길 수 없어 다 밑줄 그어 기억창고에 저장하고 싶다. 아무 곳이나 펼쳐도 그가 툭 내놓는 문장에 빨려 들어가, 이 가을을 그의 단상과 보낸다.

'아마추어인 우리들은 시를 갈구하지만, 시로서는 엄격하게 우리들의 간(肝)을 요구한다. 하여, 사춘기 소녀들이 시의 독가스를 쐬고 유태인들처럼 죽어간다.' 첫페이지에 던져진 글이다.

'시는 순간적인 몸짓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 (137쪽)

'시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도 그렇다. 그로부터 너와 시의 사랑이 시작된다. 시는 떠 있다. 시는 덧없다. 너도 그렇다. '그렇다'라는 말과 함께, 너의 어리석음은 또 한번 축축해진다.'(181쪽)

정말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시인의 고통과 같은 깊이로 이해할 순 없지만, 그 절절함이 내 가슴을 울린다. 그래서 그냥 좋다~~ 철없을 때라면 이런 귀절을 연애편지에 열심히 적어 넣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람이 시 없이 살 수 있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시 없이 살고 있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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