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십인분이냐?"
"네."
"진짜 이름은 뭐냐?"
"은찬, 고은찬인데요."
"음, 이름 한번 좋구나. 고은찬, 나 좀 들어 봐라."
"네?"
다짜고짜 자기를 들어 보라고? 뭔가 잘못 들었나 싶어 나는 다시 물었다.
"짐을 들 때처럼 날 한번 번쩍 들어 보라니까."
갑작스러운 주문이 당황스러웠지만 딱 잘라 싫다고 말하기도 어색했다. 엉거주춤 무릎을 굽히고 몸을 낮춰, 공을 받을 때처럼 팔을 동그랗게 말아 들어 올릴 자세를 취히기가 무섭게 코치님이 내 목을 휘감고 팔 위로 사뿐히 올라탔다. 키가 작고 땅딸막한 코치님은 보기와 다르게 꽤 무거웠다. 나는 숨을 크게 몰아쉰 뒤 코치님을 단숨에 안아 올렸다.

"이제 앉았다 일어났다 세 번 해 봐."
드는 것도 모자라 앉았다 일어나기까지 하라니 말문이 막혔디만 분위기상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내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음, 순발력도 좋고, 힘도 좋고, 유연성도 이만하면 됐고 합격!" (으랏차차 뚱보 클럽, 32~33쪽) 

 

십인분이라 불리는 초등학교 5학년 고은찬, 몸무게 79킬로그램, 햄버거는 큰 걸로 세 개는 기본, 피자는 라지 한 판, 치킨은 한 마리, 몇 끼 굶었다 싶은 땐 삼겹살 십인분쯤은 한 번에 먹어 줘야 '배가 좀 파는구나.' 싶은 아이. 먹는 거 뿐 아니라 힘도 좋아서 1대 10의 줄다리기에서도 단숨에 이겨버린 아이다.

요걸 보면서 '진짜 사나이'에 나오는 샘이 생각났다. 유격훈련 중 도하를 하는데 줄에 매달렸다 바로 몰 속으로 풍덩~ 교관에게 자기는 도하하기엔 너무 무겁다며, 105킬로그램이 나간다고 말했다. 뚱뚱하면 다 물 속으로 떨어져야 하냐고, 가족은 어떻게 지키겠나고 호되게 얻어 듣고 다시 도전하지만 역시나 풍덩~~ 

우리아들은 너무 말라서 군대가기 전 일부러 살을 찌웠지만, 울 남편은 뚱보 클럽에 들어갈 자격이 된다.
그래서 우리 딸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빠나 용감한 남자가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걸 보면
 "우리는 아빠가 구해주지 못하니까 스스로 지켜야 돼!'라고 말했었다.ㅋㅋ



우리아들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공군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훈련을 받고 있다. 
어제 시아님이 쓴 '언니 편지가 점점 교훈적이 된다'는 댓글을 보며
알라디너들이 한 줄 편지를 써 주면 어떨까? , 두 줄도 좋고 한 문단도 좋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는 말도 좋고, 좋은 말도 좋고~ 
훈련중인 우리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한 줄 편지'를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넷 편지는 하루에 900자까지만 쓸 수 있으니, 
엄마가 하고픈 말을 쓰고 알라디너의 한줄 편지를 붙여도 재밌을 거 같아요.

우리 아들에게 보내는 위문 편지 한두 줄, 혹은 한 문단~ 써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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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9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6-21 08:15   좋아요 0 | URL
어제 편지에 붙여넣기 했어요~ 고맙습니다!^^

2013-06-19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6-21 08:16   좋아요 1 | URL
하하~ 지금은 살이 빠져서 최효종을 찾을 수 없겠지요.^^
벌써 4주차, 시간이 금세 가버리네요.^^

2013-06-19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6-21 08:18   좋아요 1 | URL
이 얘기는 저한테도 있는 경험이라 편지 얘깃거리를 삼아 붙여넣기 하려고 아직 안썼어요.
아마도 오늘 편지에 쓰게 될 듯...^^

글샘 2013-06-19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설, 제설, 넉가래를 밀어~ ㅋ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

순오기 2013-06-21 08:19   좋아요 1 | URL
역시 공군에게 '재설~'
대한민국 군인에겐 '국방부 시계~'가 최고인 듯합니다.ㅋㅋ

2013-06-20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6-21 08:2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대부분의 여자에겐 경험하지 못한 군대~~ 공감합니다. ㅋㅋ

순오기 2013-06-20 0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 남겨주신 님들 고맙습니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붙여넣기 할게요.^^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은 편지를 등록하면서 관계란에 '어머니'가 아니고 '애인'이라고 적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어머니'라 적었지만 '애인'이라 읽는다.

어제는 훈련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중대 훈련사진을 확대해 보면서 어딘가에 네가 있을까 꼼꼼하게 살폈지만 못 찾았다.

그렇지만 여름 운동복을 입고 찍은 소대사진으로도 만족해. 다들 '귀요미' 포즈로 되게 귀엽게 나와서 안구정화의 기쁨을 느꼈거든!^^

엄마 서재 이미지로  올려두고, 날마다 알라딘 접속하면 소대원들과 함께 한 아들을 볼 수 있으니 좋구나!

 

일욜밤 **이한테 가느라고 '진짜 사나이'를 다 못봐서, 아빠랑 월욜밤 다시 보면서 너의 훈련 일정표도 확인했다.
우리아들은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참 좋은 곳입니다'라고 적은 멘트를 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구나.


아빠한테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라 했더니, '훈련 잘 받으라고  해!'라는 한마디로 끝이다.ㅋ 하지만 과뮥한 아빠의 한 마디가 천근처럼 무거운 사랑의 표현이라는 건, 너도 알지?

 

접힌 부분 펼치기 ▼

 

 

펼친 부분 접기 ▲

 

 

종일 하늘이 찌푸려 있더니 장마의 시작인지 새벽에 비가 내린다.
빗속에서 훈련받는 게 더 힘들까, 땡볕에서 훈련받는 게 더 힘들까?
신발장수와 우산장수 아들을 둔 어미처럼, 군대에 보낸 어머니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 되는 거 같다.

**야, 비가 오든 땡볕이든 훈련에 임할 땐 최선을 다해 파이팅하렴!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라고 말한 카프카의 말을 빌어, '책'을 '훈련'으로 바꾸면~

 

"우리가 받는 훈련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훈련을 받는 거지?"라고...    

 

 

2013. 6. 18. 새벽에 엄마가

 

덧붙임   2013/06/18 03:06:19   카프카식으로 하자면, 훈련은...    전달완료   (2013/06/18 17: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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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3-06-18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 운동복 입은 소대원들 사진 한참 들여다보고 갑니다.
정말 어느 집 아드님들이신지 너무 해맑고, 귀엽고, 예뻐요~~~

시절이 하 수상한데, 군인 아저씨들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요? ㅋㅎㅎ

순오기 2013-06-18 11:41   좋아요 0 | URL
정말 귀엽죠?
빡빡민 머리와 운동복이 귀요미들을 돋보이게 하는 듯..^^
세월이 하수상~~~~~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요.ㅠ

프레이야 2013-06-1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운동복도 근사해요. 학교체육시간같아ㅎㅎ 비가 오나 햇볕 나나 늘 노심초사지요. 아들 해병대 보낸 분이 아들 군에 간 이후 일기예보를 제일 자주 꼭꼭 챙겨본대요.

순오기 2013-06-18 11:43   좋아요 0 | URL
학교 체육시간처엄 체육대회도 해서 우수한 소대나 중대는 가산점도 받는다 하네요.
일기예보 전혀 관심없이 살다가 급 관심을 갖게 되네요. ㅋㅋ

메르헨 2013-06-18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의 멘트가 많은걸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순오기 2013-06-19 01:05   좋아요 0 | URL
우리아들이 좀 심하게 말라서 비리비리 했는데, 군대가기 전 일부러 살을 찌워서 갔어요.
덕문에 체력이 많이 달리지는 않나 봅니다.^^
훈련생이 이곳은 좋은 곳이라고 하늘 걸 보면 살만하단 얘기겠지요.ㅋㅋ

2013-06-18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6-19 09:14   좋아요 0 | URL
감사 감사~ ^^

라로 2013-06-1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복 입은 걸 보고 누가 군대라고 생각할까요????ㅎㅎㅎ
그런데 포즈가 다 귀엽네요,,,ㅎㅎㅎㅎ
언니의 연애편지 점점 교훈적으로 흐르시는듯~~~^^;;;;;

순오기 2013-06-19 09:16   좋아요 0 | URL
아주아주 크게 확대해서 보면 표정 하나하나가 진짜 귀여워용!ㅋㅋ
교훈적으로 거지 않고 재밌는 편지를 써야 되는데~
알라디너가 보내는 위문편지를 모아볼까?
한줄, 혹은 한 문단 쓰기로~ ^^

무스탕 2013-06-1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모자부터 양말, 운동화까지 모두 같아요 ^^
이젠 군인아저씨들이 귀엽게 느껴지니 저도 나이 먹었나 봅니다 ㅠㅠ

순오기 2013-06-19 09:17   좋아요 0 | URL
그쵸~ 빡빡버리부터 발까지 좌악 훑어봐도 모두 같아요.ㅋㅋ

꿈꾸는섬 2013-06-18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 제가 다 흐뭇해요.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군대는 군대인 것 같아요.ㅎㅎ

순오기 2013-06-19 09:17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 국군은 특히 공군은 더 좋은거 같아요.^^

마노아 2013-06-1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복이 예뻐요! 저 깜찍한 포즈는 누구 아이디어일까요? 다들 건강해 보여서 흐뭇하네요.^^

순오기 2013-06-19 16:25   좋아요 0 | URL
소대별 사진을 보면 다들 포즈가 다르면서도 같은 사진이라 재밌어요.
우리 아들은 둘째줄에 있지요.^^

하늘바람 2013-06-20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너무 귀여워요
귀엽다고 하면 안되는 걸까요
이젠 너무 나이가 들어서 군인아저씨들이 애 같으니
더 건강해져서 오겠죠
더 풍성해져서요

순오기 2013-06-20 18:43   좋아요 0 | URL
예~우리 눈엔 모두 귀엽죠!^^
 

사랑하는 아들아~

 

토요일과 일요일은 좀 쉬었니?
엄마도 주말 행사가 겹쳐 일욜엔 푹 쉬느라 편지를 건너뛰어서 미안해.
교육시간표와 식단표를 보면 우리아들이 어떤 훈련을 받고 무얼 먹는지 알 수 있어 좋구나. 어느새 3주차, 훈련을 마치고 집에 올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네. 7월 5일 집에 오면 미니아이패드가 반겨줄 거야, 13일에 도착했는데 갖고 다니기에 딱 맞는 크기라 큰 것보다 좋은 거 같다.

 

00야, 강**가 자기 있는 강원도로 오면 정말 좋다고 네가 오면 선임으로 잘 해주겠다고 자기 엄마한테 말했단다. 언제 강원도에서 살아보겠나 생각하면 그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선택은 네가 하는 것이니 엄마는 전할 뿐이다. 집 가까이 오고 싶으면 열심내서 평가에 우수한 성적을 얻으면 될 테고~ ^^

 

네가 입대하기 전에 읽던 유시민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스스로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 생각나니? 휴학하고 10개월이 지나 입대했지만,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 것이기에 가장 바람직했다고 믿는다. 너의 선택과 결정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아들을 그려본다. 군대 가기 전엔 그냥 사나이고, 군대를 갔다 오면 진짜사나이가 된다고 일욜밤 '진짜사나이'에서 나오더라. 훈련병도 내무반에서 진짜사나이를 볼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기 한계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모습에 뭉클했단다. 그들의 모습에 우리아들 모습이 겹쳐지면 뜨거움에 울컥 '화이팅'을 외친다.  주말에 소대장님이 2주차 훈련을 마치고 강한 공군인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문자를 보내주셔서 감사했단다.

 

**이가 오빠 보고 싶다고, 7월 5일부터 기말시험이라 집에 못가니까 오빠가 학교로 와서 만나면 좋겠다고 하더라!^^    2013. 6. 17. 새벽에 엄마가

 

 

덧붙임: 2013/06/17 04:01:28  자기 결정권, 가장 바람직한 방�...  전달완료  (2013/06/17 19: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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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06-17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과 함께 읽었던 책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때로는 엄마나 교사의 말 한 마디보다 책 속의 한 줄이 더 크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순오기 2013-06-18 00:28   좋아요 0 | URL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끄집어 낼까 생각해보면 책이야기가 제일 좋더라고요.^^
 

엄마 애인, 사랑하는 아들아~

 

벌써 장마가 시작되는지 며칠째 날이 꾸물거린다.
땡볕에 훈련받는 것보다 흐린 날이 더 나을까 생각하면 그도 나쁘지 않고.
어때, 훈련은 견딜만하니?
병영생활은 잘 모르지만 사이트에서 사진을 보며 우리 아들도 이렇게 하겠구나 그려보며 응원을 보낸다.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도 뜨거운 에너지 충만한 젊음으로 파이팅하렴!

 

엄마의 편지라도 읽으면 훈련의 고단함이 풀리고 아들에게 힘이 될까?
오늘은 어떤 얘기로 아들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할까,
엄마는 궁리하며 즐거움을 누리니까 너도 편지 읽는 짧은 시간이 행복하면 좋겠다.
결혼 전 아빠에겐 딱 세 번 편지했는데, 아들은 애인이니까 벌써 네 번째 편지를 읽고 있는 거야.^^

 

어제 아침엔 *구 시니어 클럽 어르신들께 푸른길을 해설했단다.
작년 가을 처음 걸어본 도시숲 푸른길에 매료되어 풀,나무도 공부하고,
푸른길의 역사와 의미를 배우며 시민강사가 되었거든.
엄마는 뭐든 필이 꽂히면 제법 열심을 내잖아.
광주살이 25년에 무등산과 푸른길까지 진출하여 광주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해설을 하려고 나름 열심히 공부한다.
네가 훈련 마치고 격려외박 나오면 푸른길로 데려가 해설해준다고 설칠지도 몰라.^^

 

오늘은 아침에 편지를 쓴다.
어제 편지는 오타도 있고 횡설수설한 거 같아서 먼저 잠을 잤단다.
아빠는 어제도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무릎이 아프다더니 일정을 하루 더 늘렸다.
00아저씨와 술잔을 건네며 나누는 우정이 소 닭 보듯 하는 마누라보다 좋은가 보다.
너도 평생 친구를 군생활에서 만날 수 있으니,
진짜사나이들의 굳건한 우정은 평생을 가기에 부족함 없을 거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는 우정에도 적용되지!

 

6. 14. 엄마가

 

 

덧붙임   2013/06/14 09:46:54   사랑하면 알게 되고~     전달완료  (2013/06/15 22: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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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3-06-14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흣.. 역시 남편보다는 아들이군요. ^^;

그나저나.. 아드님께 쓰는 연애편지에 제가 무슨 말을 보태랴 싶어 댓글을 안쓰려고 계속 참고 참았는데요, 오늘은 정말 안되겠어요. 저 정말이지 첫날부터 말씀드리고 싶었는데요, 저는 정말이지 군대에 보내는 편지만큼은 정말이지 마지막, 마지막, 마지막까지 손편지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요!!! 프린트해서 준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요. 흑흑 ㅠㅠ
제가 너무 구식인가요? 흑흑 그래도 할 수 없어요. 흑흑.

그건 그렇고.. 인터넷으로 편지 보내면.. 그러면 답장도 인터넷으로 오나요?

사랑하는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마음 애달파 매일 매일 편지 쓰면서 그리움 달래시는 우리 우리 순오기님 화이팅!!!!

순오기 2013-06-15 00:57   좋아요 0 | URL
남편은 언제나 남편이지만 아들은 애인이니까요.ㅋㅋ
손편지의 로망~~ 인터넷 편지는 전해주는 것으로 끝이고 답장은 각자 알아서 쓰는 거겠죠.
우리아들은 아직 답장할 생각이 없나 봅니다~ ^^
 

사랑하는 아들에게 쓴 세 번째 연애편지~

아들아, 훈련은 잘 받고 있지?

세번째 편지인데, 우리는 때때로 안부를 궁금해하는‘작은삼촌’을 불러들이지는 말자. 
무슨 말인지 알지? 너도 읽은 김난도쌤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결심한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곧 느슨하게 풀어져버리는 것을 무엇이라 하느냐?”는 문제에 ‘작은삼촌’이라 답했다는 우스개 얘기. 하지만 작심삼일도 사흘마다 하면 ‘작은삼촌’을 만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아들아, 생각나니? 네가 중학교 1학년 때 장난처럼 적은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라는 좌우명에 ‘쿵’ 내려앉았던 엄마 심정을 알겠냐마는 "내일은 절대 오늘이 되지 않아, 내일은 평생 내일일 뿐"이라고 꽤 잔소리 해댔었지. 엊그제 보내온 ‘나의 사명서’에 적힌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좌우명을 보며 ‘우리 아들 철들었구나’ 생각했다. 네가 훈련을 마치고 든든한 공군인이 되었을 땐 좌우명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자’로 바뀌겠지.

아들아, 아빠는 어제 친구와 지리산으로 떠나 엄마 혼자다. 
7월에 아빠가 현장으로 가시면 날마다 엄마 혼자 신나겠다는 누나 말이 딱 맞지. 
물론 지금도 엄마는 살판났지만 말야.^^  

"쉿! 00야, 이건 비밀인데~ 엄마 아가씨 때 편지 보내던 사람이 공군이었다. 세 번째 편지에 ‘릴레이 경기는 누군가 바톤을 받아주어야 계속되지 않을까요?“ 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는데, 외할머니가 편지를 태워버려서 인연은 거기까지였지만... 30년이 지나 내 아들이 공군이 될 줄은 몰랐다. 더구나 그 남자 고향이라던 광주에 와서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고.^^
 
어제 홈피에서 늠름한 네 사진을 봤어. 
멋진 우리아들에게 손편지 보내는 아가씨가 있다면 엄마는 절대 몰래 보거나 태워버리진 않을 거야!^^


2013. 6. 13. 새벽 빛고을에서 엄마가

 

덧붙임; 2013/06/13 04:30:41    작은삼촌을 부르진 말자~      전달완료 (2013/06/13 18: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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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6-13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먹 불끈 모습, 강하고 부드러움을 동시에 가졌을 것 같은 모습이네요.
'지금 당장' 보다는'오늘은 쉬고 내일부터'라고 말할 수 있는 느긋함이 어쩌면 더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순오기 2013-06-14 01:01   좋아요 0 | URL
강하고 부드러움을 동시에 가졌을지도 몰라요.
아들이라고 다 아는게 아니니까요.^^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그런데 그 내일은 평생 내일이라는 게 함정이죠.ㅠ

소나무집 2013-06-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젓하네요.
그리고 항공기 포스터(?) 옆에서 선 모습이 멋져요.
엄마 편지도요^^

순오기 2013-06-14 01:02   좋아요 0 | URL
편지 올리고 확인을 안했더니 여기저기 이상한 데가 많았네요.
지금은 수정했지만...
공군은 비행기만으로도 뭔가 있어 뵈는 느낌이죠.ㅋ

세실 2013-06-1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새 살 빠진듯^^ 이젠 최효종보다 더 멋진 훈남이 되었네요~~~

순오기 2013-06-14 01:02   좋아요 0 | URL
머리를 빡빡 밀어놓으니 살도 어디로 가버렸네요.ㅋㅋ

프레이야 2013-06-13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전 내리기 전에 보는 행운을^^ 늠름해보여요. 장합니다. 엄마의 연애편지역사까지 고백하시고 ᆢ ㅋ

순오기 2013-06-14 01:03   좋아요 0 | URL
사진을 보셨으면 복받으신 겁니다.ㅋㅋ
엄마의 연애편지사~~~ 오랜만에 풀었네요.^^

마노아 2013-06-1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 얼굴에서 엄마 얼굴이 보여요.^^
아, 엄마의 편지가 재미있어요. 마지막 약속 꼭 지켜요. ㅎㅎㅎ

순오기 2013-06-14 01:04   좋아요 0 | URL
아하~ 아들 속에 내가 있었군요. 나는 잘 모르겠는데~ ㅋㅋ
마지막 약속을 지킬려면 아들에게 손편지를 보내오는 아가씨가 있어야 된다는...^^

무스탕 2013-06-1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았어요, 군인아저씨 :)
맨날 두 분 연애편지를 몰래 옅보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저도 한 줄 적는 느낌이에요. ㅎㅎㅎ

순오기 2013-06-14 01:04   좋아요 0 | URL
우리 아들이 어느새 '군인아저씨'가 되었어요.ㅋㅋ
엄마의 일방적인 연애편지죠.^^
한 줄 적는 느낌 좋아요@@

라로 2013-06-1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언니 그런 연애사(라고 할 수 있을까 마는,,,넘 안타까운,,,ㅎㅎ 편지를 태워버리시다니!!!ㅠㅠ)가 있으셨단 말이에요!!!ㅎㅎㅎ
아들이 군대가서 참 그렇기도 하지만 이렇게 연애편지 매일 쓰시니 것도 참 좋네요!!!ㅎㅎㅎㅎ
저도 연애편지쓰게 N군 군대가라고 하고 싶어지잖아요~~~~~ㅋ

순오기 2013-06-14 01:0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편지 한통 못 보낸 연애편지라 아쉬움을 철철 넘치죠.ㅋㅋ
N군은 군대 안가도 되는 거죠?
오늘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 뭔 얘기를 쓰까 생각해봐야겠어요.^^

수퍼남매맘 2013-06-1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새 아드님 살이 보기좋게 빠진 것 같아요.
모자지간에 주고받는 연애편지도 알콩달콩하네요.

순오기 2013-06-14 01:07   좋아요 0 | URL
벌써 3주차니까 군생활에 살도 빠졌나봐요.
그렇다고 일부러 살을 찌워가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