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생신으로 인천에 다녀왔다.
인천 가기 전, 6월 22일에 아들에게 쓴 아홉번째 편지를 뒤늦게 옮겨둔다.

 

 

와아~ 우리아들 최고!

21일에 네 편지 받았어. 역시 남편보다 애인이 낫다.ㅋㅋ
아빠는 엄마한테 세번 편지 받고도 답장 안했는데, 애인인 아들은 세번째 편지 받고 답장 썼으니 아들은 애인이 확실해!

게다가 엄마한테만 쓰지 않고 아빠랑 누나 동생까지 챙긴 걸 보면, 넌 철들고 인정도 많아 사람노릇이 뭔지 아는 멋진 공군이야! 완전 감동먹어서 옆에 있으면 찐하게 뽀뽀했을 거야.^^


**이는 아빠한테 보여주라 하고, 누나는 복사본 가져가서 인천에서 보여줄게. 그럼 누나랑 **이도 편지를 쓰겠지?^^

엄마는 토욜 오후 인천 가, 외할머니 생신이라서. 전화하려면 엄마 핸드폰으로 해. 아빠는 **이 핑계대고 안간다는데, 그건 아니잖아?ㅠ 아들아, 사랑받는 남편이 되려면 처가에 잘해야 돼, 며느리한테 아들을 이렇게 키웠냐는 말 듣기 싫거든. 물론 본대로 배운대로 한다지만, 요런 건 아빠 안 따라해도 돼!^^

너희 훈련일정표 보면서 **중대가 먼저 화생방하는 거 알았어. 우리아들 엄청 고생했겠다고 아빠랑 말했지. 그래도 끝이 있다는 걸 아니까 견디었다는 네 편지를 보니 다시 짠하다. 고생 했어, 아들~휴가 오면 먹고 싶은 사회음식 다 사줄게~아이스크림 나와서 "와"하고 개좋았다는 리얼한 표현이 실감난다. 이제 훈련도 얼마 안 남았네, 딱 2주만 버티면 되니까 힘내, 아들!!


 

000 2013-06-19 13:46
나 중학교 때 담임샘은, 어릴 때 위문편지에 "국군 아저씨, 용감하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십시오!"라고 썼다가 담임샘께 불려가 엄청 맞았대요. 00군은 씩씩하게 훈련 마치고 위엄돋게 돌아와요! ^^

 

**야, 엄마도 중3때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는 모윤숙 시를 인용했다가 위문편지 짤렸어. 아들 군대 있으니 그게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알겠다.ㅋㅋ

 

 

 

덧붙임   2013/06/22 02:07:07       감동의 손편지, 짱    전달완료   (2013/06/22 19:39:34)

 

어제는 집에 온 막내가 오빠에게 편지를 쓰고 갔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누나보다 낫네.^^

10 2013/06/23 18:32:34 안녕 오빠 000 ***(병0-0000) 접수대기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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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6-24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어 뜻도 모른 채 장렬하게~란 말이 멋있어서 썼나봐요. 중학교 1학년 때였어요. 우리 선생님도 은퇴하셨을 만큼 시간이 흘렀네요.^^

순오기 2013-06-24 19:45   좋아요 0 | URL
나는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는 시를 인용했으니 말도 안되지요.ㅋㅋ
 

6월 21일, 아들에게 손편지가 왔다,

우와~ 완전 감동이다.

역시 남편보다 애인이 낫다는 게 증명됐다.^^

울남편, 결혼 전 내가 보낸 세번의 편지에 답장 같은 거 안했는데

아들은 엄마의 세번째 연애편지를 받고 13일 밤 답장을 썼으니, 어쨋든 남편보다 애인이 낫다는 거지.ㅋㅋ

 

편지 쓰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엄마, 아빠, 누나와 동생에게 3통이나 썼다.

비록 인터넷 편지는 엄마 혼자 열심히 쓰고 있지만,

엄마한테만 보내지 않고 가족을 다 챙긴 걸 보면 우리 아들이 뭘 좀 안다.

이런 걸 보면 제법 철이 들었고, 인정도 있고 사람노릇을 아는 녀석이다.^^

 

접힌 부분 펼치기 ▼

 

 

 

펼친 부분 접기 ▲

 

엄마에게 보낸 편지에는~

-----------중략

훈련 받는 게 고되긴 하지만, 하나하나 매일매일 해나갈 때마다 굉장히 보람차고 뿌듯해. 그래서 매일 훈련일지, 즉 일기 쓰고 있어. 그날그날 있던 일, 했던 훈련 다 쓰고 있지. 사실 편지 쓰는 거 별로 안 좋아해. 그냥 만나서 얘기하는 게 더 좋지. 하지만 엄마가 인터넷 편지 써주는 게 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편지를 쓰게 됐어. 남은 훈현도 잘 끝내고, 다음에 또 편지 쓸게. 보고 싶습니다.   2013. 6. 13.  000

 

아빠에게 보낸 편지에는~

------중략

오늘 화생방 체험을 했는데, 정말 독하더라. 끝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 육군,해군보다 가스탄을 더 터트린다고 하더라고. 공기의 소중함을 배웠어. 

------ 중략

아, 그리고 나 헌병이었어.ㅜㅜ. 지정특기라고 들어올 때 특기가 정해진 건데, 내가 신청서 쓸 때 헌병 특기 체크한 것 같아. 이왕 된 거 그냥 열심히 해볼게. 안 다치고 재주껏 살아서 돌아갈게. 하하하

 

누나와 동생에게 쓴 편지에는~

안녕, 사회에 편안히 살고 있는 자들이여, 나는 입대 3차, 훈련 2주차 목요일 저녁에 편지를 쓴다네. 여긴 정말 군대라는 게 느껴진다. 일단 개인행동이 없다. 밥 먹을 때나 훈련 받을 때 발 맞춰, 구호나 군가 부르며 목적지에 가야 하고, 비타민 C로 간간히 버티고 있다. K-2 소총 들고 다니면 무겁다. 사회의 음식이 그립다. 치킨, 피자, 시원한 아주 시원한 음료수가 먹고 싶다.

--------------- 중략

그리고 편지 좀 써 줘,한번만. 가능하면 친구들한테고 부탁하고, 친구, 후배, 모조리, 2년 뒤면 지금 고등학생들 대학생 된다. 여기 오니까 편지 많이 받고 싶다. 으아~ 00이는 공부 열심히 해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부가 짱짱맨이더라.

 

-----------중략

하루 지나서 또 쓰고 있거든, 저녁 먹고 지금 금요일임. 저녁에 아이스크림 나왔음. 헤헷. 처음임. 기분 개좋음. 와~나왔음.ㅋㅋ 아무튼 여자로 태어난 걸 고맙게 여기길 바란다.

 

 

덧붙임, 친정엄마 생신으로 인천갑니다~~ 일욜 심야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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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3-06-22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렇게 받는 대상을 고려한 섬세한 내용 구성과 단어선택이라니요~~~~
아침부터 하핫! 즐겁게 웃습니다.
땡볕아래서의 훈련이 즐겁지만은 않을텐데, 너무 장하고 멋집니다.

오늘의 명문장:

아무튼 여자로 태어난 걸 고맙게 여기길 바란다. ㅋㅎㅎㅎㅎ
아멘~~~

순오기 2013-06-25 02:54   좋아요 0 | URL
오빠의 손편지에 감동받았는지 토욜에 집에 온 막내가 오빠한테 인터넷 편지를 보내고 들어갔네요.
엄마는 인천에 있어 지휘감독할 수 없었는데 말이죠.ㅋㅋ
여자로 태어난 걸 고맙게 여기며 살아요, 우리!^^

프레이야 2013-06-22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다감하고 유머러스한 최효종군ㅎㅎ
아이스크림도 나오는군요.
여자로 태어난 걸 고마워하라는 말에 빵~~~~~터져요.

순오기 2013-06-25 02:55   좋아요 0 | URL
아이스크림에 감동해 '처음임, 개좋음' 등등~ 느김이 생생합니다.ㅋㅋ
우리는 모두 고마워해야 하는 여자들이에요. ^^

숲노래 2013-06-22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많이 달라졌겠지만,
군인들은 '즐거움'이
텔레비전 보기,
축구 하기,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과자 담긴 소포(편지)' 받기랍니다..

훈련소에서는 '과자 담긴 소포'를 받을 수 없으니,
자대 배치를 받고 나서
한 주에 한 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보내 주면
되게 좋아하지요

..

저는 '과자 소포'를 한 번도 받은 적 없지만,
둘레에서 '과자 소포' 받는 녀석들은
'아무래도 뇌물 같은' 먹을거리가 있기 때문에
고참들한테 귀여움을 좀 받더군요

순오기 2013-06-25 02:56   좋아요 0 | URL
과자 담은 소포~ 잊지 않고 자대 배치 받으면 보내줄게요.^^
좋은 걸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소나무집 2013-06-22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 편지 읽다 보니 미소가 슬그머니~~

순오기 2013-06-25 02:56   좋아요 0 | URL
지우의 미래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
 

아직 끝나지 않은 고3 엄마 노릇도 막바지, 수능완성을 사달라는 문자가 왔다.

이제 수능이 며칠 남았나...

날짜 헤아릴 시간에 문제 하나 더 풀어보는 게 낫겠지만, 엄마는 알고 있어야겠지.

 

수능환성 구입 후, 또 사줘야 할 책이 있나 모르겠다.

적립금과 마일리지 탈탈 털고 부족하면 알사탕도 보태서 사야지.

위에 남매땐 '빈칸백서'라는 건 안산 듯, 처음 듣는 제목이네.

 

 

 

 

 

 

 

 

 

 

 

 

 

 

 

 

 

그리고, 독서회원이 부탁한 책~ 논어!

<==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토론도서로 <논어>를 읽고 반해서
다시 보고 다시 보겠다며 다른 버전으로 골고루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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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안녕~^^

오늘은 협동조합 조찬회의와 어머니독서회 및 00고 독서회 모임까지 3개의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바빠서, 아들에게 편지 쓸 짬도 없었네. 간밤엔 곯아떨어져서 잤고....

 

어제 도서관 문학수업에서 작가님이 여친과 헤어지고 군대가서 날마다 어머니한테 손편지를 썼는데, 어느 날부터 어머니 답장이 뜸해지더니 편지 좀 그만 보내라고 했단다. 나중에서야 날마다 답장 쓰는 게 어머니한테는 고역이라는 걸 깨달았대.ㅋㅋ 혹시 우리아들이 엄마의 연애편지를 날마다 받는 게 고역은 아니겠지? 엄마는 답장을 요구하지도 않으니까.^^

오늘도 무사히 훈련을 잘 마쳤겠지?

**야, 손편지 쓰기 어려우면 목소리라도 들려주렴, 토요일 2시 이후엔 콜렉트 콜 기다릴 수 있거든.

 

어제 000협동조합에 홍세화 선생님 다녀가셨다. 10년 전 강연회에서 뵙고 사인도 받았는데, 김상봉 교수님이랑 참언론 고문이시라 앞으론 종종 뵐 수 있댄다. 엄마 원고가 실린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도 20권이나 오고...엄마의 활동영역이 확장되는 느낌, 나쁘지 않지?^^

 

오늘도 알라디너가 보내는 한 줄 편지 곁들인다.

 

 ***** 2013-06-19 12:02
"힘들 때마다 큰 산 넘고 있다 생각하고 잘 견뎌내기 바랍니다. 큰 산 넘어본 사람은 살면서 웬만한 산을 만나도 겁먹지 않지요."

 

**** 2013-06-19 12:33 
최효종 닮은 아들! 캠프 갔다 생각하고 건강하고 재미나게 즐기기!!! 아자아자!! 아들을 사랑하는 애인 순오기 여사를 사랑하는 ****가 00에서~

 

** 2013-06-19 15:02 
제설, 제설, 넉가래를 밀어~ ㅋ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

 
역시 공군에겐 '레 밀리터리블'이 최고야! 그치?
편지 출력 늦을까봐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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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3-06-20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장을 바라지 않으시며 쓰는 편지,,,저도 언젠가 쓰게 되겠지요~~~.^^;;
활동영역이 넓어져도 변함없으실 언니~~~존경스러워요!!! 아드님도 언니를 많이 존경할거에요!!!!^^

근데 밑에 보니 죄송한 느낌!! 교훈적으로 흐른다는 말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에요,,,아시죠???^^;;
저도 제 일 끝나면 여유를 갖고 아드님께 쓸 편지 준비할게요,,,지금은 아시죠????ㅠㅠ

순오기 2013-06-21 08:14   좋아요 0 | URL
답장을 바라지 않지만, 답장을 받는 엄마가 부러워요.ㅋㅋ
교훈적으로 흐른다는 말 나쁘게 생각한 거 아니에요~ ^^
우리아들에게 써준다는 편지 궁금.....기대.... ^^
 

어제(6.19) 쓴 편지인데 오늘(6.20) 날짜로 남깁니다~ ^^

 

아들, 오늘은 엄마가 읽은 동화책 이야기 들려줄게.^^

"네가 십인분이냐?"
"네."
"진짜 이름은 뭐냐?"
"은찬, 고은찬인데요."
"음, 이름 한번 좋구나. 고은찬, 나 좀 들어 봐라."
"네?"
"짐을 들 때처럼 날 한번 번쩍 들어 보라니까. 앉았다 일어났다 세 번 해 봐. " (으랏차차 뚱보 클럽)

 

십인분이라 불리는 5학년 고은찬, 몸무게 79킬로그램, 햄버거는 큰 걸로 세 개는 기본, 피자는 라지 한 판, 치킨은 한 마리, 몇 끼 굶었다 싶을 땐 삼겹살 십인분쯤은 거뜬히 먹어치우는 아이란다.

 

"진짜 사나이" 샘이 도하중에 몰 속으로 풍덩~교관에게 자기는 도하하기엔 너무 무겁다며 105킬로그램 나간다고~ 뚱뚱하면 다 물 속으로 떨어져야 하냐고, 가족은 어떻게 지키겠나고 호되게 얻어 듣고 다시 도전하지만 역시나 풍덩~ 아빠도 뚱보 클럽에 들어갈만 하지? 전에 누나가 가족을 구하는 영화를 보고 "우리는 아빠가 구해주지 못하니까 스스로 지켜야 돼!"라고 말했고.ㅋ

 

아들아, 알라디너들이 주는 위문편지를 하나씩 덧불인다.^^

 

*** 2013-06-19 12:44  
"군대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 그리고 영원할 것 같던 그 시간도 결국 찰나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될 테니, 다치는 일 없이 건강하게 전역할 수 있도록 안위만을 도모하세요. 제 경우 전역한 지 이제 십일 년이 지났음에도 군대 선 후배들 연락하고 만나고 있어요. 고립되었던 것 같은 그 시간도 흐르는 생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군대라는 조직 내부의 불합리성은 개인이 어쩔 수 없어요. 사회가 그런 것처럼, 그러니 좁은 마음으로 자신을 옭아매는 일 없길 바래요. 우리 땐 "국방부 시계는 건전지를 빼도 돌아간다"는 말이 있었답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하하~"

 

엄마가~

 

***님, 혹시 어쩔지 몰라서 여기엔 닉네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우리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엔 넣었습니다~ ^^

공개를 허락하시면 닉네임 넣어도 좋은데.... 좋은 말씀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보낼 편지엔 다른 분들이 주신 말씀을 붙여넣기 할 거에요.^^

 

덧붙임  2013/06/19 16:13:59   국방부 시계는~   전달완료   (2013/06/19 17: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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